[번역/판타지] 에리시아 전기 제1장 빨간 눈동자의 Desti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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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cord Of Ariesia War
에리시아 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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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장 빨간 눈동자의 Destiny
…… 그 남자는 빨간 만월의 밤에 돌아왔다.
물결하나 없는 조용한 수면위에 한 사람의 상반신이 두둥실 떠올랐
다. 전신에는 무수한 상처가 수놓아져 있고 옷은 군데군데 칼에 베인
상처로 갈기갈기 찢어진 체다. 텅 빈 두 눈에 왼쪽 손엔 카리하발 제
국군의 투구를 쓴 목을 들고서는 비틀거리면서 천천히 모래사장에 가
까이 다가와, 해변에서 실이 끊어진 인형처럼 무너졌다.
달빛은 그 상처투성이의 몸을 상냥하게 비추고 있었다……
「아, 안돼, 멈춰 ―!! 」
오규스토·오즈·딘은 눈을 떴다. 연한 그린색 커튼의 틈으로부터
아침 햇살이 들어오고, 밖에서는 작은 새가 지저귀고 있다. 일상에
서 조금도 바뀌지 않은 조용한 아침에, 눈에 익숙한 천장이 있었다.
의식이 확실하게 들어온다. 휴우, 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꿈이었나……? 」
얼굴에 끈적거리는 땀을 닦기위해 오른손을 들어올렸을 때 격통이
닥쳐왔다.
「우욱! 」
팔의 갑작스런 아픔에 전신이 비틀렸다. 거기에 몸의 또 다른 장소
몇 군데에서도 비명을 질러왔다.
「…… 현실인가……」
익숙한 천장의 모습이 지독히 쓸쓸한 느낌으로 보였다.
「…… 우리들은 패배했구나…… 아무 것도 하지 못하고……」
뇌리에 친구들의 얼굴이 떠오른다. 오른 빰에서 자연스레 눈물이
흘러내렸다.
「??? 」
그 때 왼쪽 눈에 위화감을 느꼈다. 왼쪽 눈에서는 한 방울의 눈
물도 흘러 나오지 않은 것이다.
부상을 당한 건가?
확인하기 위해 아픔을 참으면서 천천히 침대에서 일어서서 방 중
앙에 있는 테이블 위의 거울을 향해 다가갔다.
「!! 」
거울을 들여다본 순간 손에서 거울이 미끄러 떨어졌다. 그리고는
온 몸에서 힘이 빠진 듯이 그자리에 무너져 내렸다. 거울에 비친
모습은 오른쪽에는 평소와 다름 없는 검은 눈동자인 반면 왼쪽에는
생전 처음 보는 빨갛게 빛나는 눈동자라는, 너무나 기이한 모습이
었다.
모든 것은 한 노인을 도운 일에서부터 시작했다.
오규스토는 딘가의 4남이다. 딘가는 에리스 호수의 북쪽에 위치하
는 웨데리아 공국에 위치한 이즈믹 지방의 기사가문이다. 카리하발
제국의 동정을 에리시아 사회의 최대 위기라고 생각한 웨데리아공왕
에드워드 2세는 1200의 군세를 사리스에 원군으로서 보내기로 결의
했다.
이 원군속에 딘가에서 홀로 참가한 오규스토의 모습이 있었다.
딘가는 반공왕파에 속하는 가문이어서 이 원군에도 반대 입장을 견
지하고 있었다. 따라서 원래 오규스토가 이 원군에 참가할 이유는 없
다. 거기에 그는 이제 막 18세가 된 청년과 소년의 중간인 나이에 검
솜씨도 아직 미숙해서 그다지 전력이 될 수도 없는 입장이다. 그러나
순수하게 배양된 기사도정신은 젊은이의 정의감을 부채질해버렸다.
「카리하발의 만행을 용서하지 마라」
어느날 밤 젊은이들만으로 행해진 집회에서 그렇게 고조되어서 그들
은 웨데리아 수도 구류넬로 여행을 떠나서 의용군에 지원했다.
오규스토를 포함하는 원군부대는 구류넬에서 선단을 타고 출발해 에
리스 호수를 가로질러 5일후의 밤에 사리스의 수도 세리아에 도착했다.
그러나 때는 이미 늦어, 세리아는 카리하발의 손에 떨어지고 있었다.
이 때 머리를 돌리려 하는 선내에서 오규스토는 작은 배가 가까이 오
는것을 알아차렸다. 그리고 거기에서 상처입은 노인의 모습을 발견하자
마자 주저하지 않고 그 작은 배로 옮겨탔다.
「괜찮은가? 상처는 어느 정도지? 세리아로부터 도망쳐 온 것인가? 사
리스군은 어떻게 된 것인가? 」
오규스토는 잇따라서 질문을 되풀이했다. 그러나 노인은 후드를 깊게
쓴 채로 묵묵부답이었다. 가슴에 치명적인 상처를 입고 있는 걸로 보였
다.
그 때 이 노인을 뒤쫓아 온 것 처럼 카리하발의 군선이 웨데리아의
선단에 공격을 가해 왔다. 전투는 난폭하고 수많은 실전을 거친 카리하
발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전개가 된다. 차례로 불길이 타오르는 배들
을 보면서 오규스토는 그저 아무것도 없는 공간에 허무하게 검끝을 흔
들었다. 다리는 부들부들 떨리고 허리는 엉거주춤 빠진 보기 흉한 모습
으로. 갑자기 노인이 입을 열었다.
「젊은이, 내게 신경쓰지 마라……」
「…… 부, 부상자를 보고 버리라는 것인가 ……나, 나는 기사다.」
「그러나 그 솜씨로는 아무것도 안된다. 너도 죽을 뿐이야.」
「……」
오규스토는 무시한다.
「젊은이, 너의 솜씨로는 무리다.」
「시끄러워, 입 닥쳐! …… 이, 이런, 바보같은, 내가 이렇게……
있을 수 없어!」
죽음이라고 하는 직접적인 표현에 오규스토는 민감하게 반응했다.
그 때 작은 배를 향해서 몇개의 화살이 날아들었다. 그 중의 1개가
오규스토의 가슴에 꽂혔다. 일순 오규스토는 사태를 인식할 수 없었
다. 아픔도 아무 것도 느끼지 않았지만, 어느사이에 작은 배 위에 하
늘을 바라본 채로 쓰러져서 캄캄한 하늘을 우러러 보고 있었다. 왜
우러러 보고 있는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직후 타는 것 같은 충격이
화살이 박힌 가슴으로부터로 전신에 퍼졌다.
「흐흐, 말하자마자이구나.」
노인은 엷은 웃음을 띄운 채로 말했다.
「…… 아, 아니, 죽고 싶지 않다.」
오규스토의 얼굴이 삽시간에 창백해지고 꾸밈 없이 죽음에의 공포
를 말했다.
「아이고…… 나의 후계가 이런 젊은이라니…… 운이 없구나……」
「……무, 무엇을? 」
「죽고 싶지 않은 것이겠지?」
노인은 조금 말투를 강하게 해서 오규스토의 입을 다물게끔 했다.
그리고 천천히 후드를 풀고 오규스토를 안아 일으켰다. 노인의 얼굴
을 보고 엉겁결에 오규스토는 숨을 죽였다. 노인의 왼쪽 눈이 짙은
빨간 빛을 발하고 있었던 것이다.
「왜 그래? 무서운가? 」
「나는 기사다! 」
노인의 도발에 간단히 빠져들어서 오규스토는 필사적으로 일어서
려고 애썼다.
「저, 정말로 살 수 있는 것인가? 」
「그건 모른다. 모든 것은 에리스의 뜻대로다」
신관 같은 말을 하는군, 오규스토는 그렇게 반론하려고 했지만 벌써
입을 놀릴 힘도 남아있지 않았다. 그러나 죽음의 공포는 불가사의하게
도 느껴지지 않게 되고 있었다. 이 노인의 빨간 눈동자가 자신을 인도
하고 있다, 웬지 그렇게 생각되고 거기에서 어떤 운명의 예감조차 느
끼고 있었다.
「그러면 간다.」
노인은 그렇게 말하고는, 오규스토를 데리고 호수면에 뛰어들었다.
이 다음의 기억이 대단히 애매해진다.
오규스토는 혼자서 차디찬 호수 속을 천천히 가라앉아 갔다. 아득히
윗쪽에 불꽃이 흔들리는 수면이 보인다. 공포도 후회도 슬픔도 아무것
도 느끼지 않았다. 단지 연한 푸른 빛에 에워싸져서 모든 것이 정화되
어 가는 듯한 감각을 느꼈다. 그것은 어릴 때 들은 에리스의 이야기에
자주 나왔던 물의 신전을 상기시키는 것이었다. 그뿐만인가 거기에 더
해서 에리스의 모습마저 본 듯한 느낌을 가졌다.
그 다음에 기억이 명확한 부분은 이즈믹 근처의 모래사장을 비틀거리
며 걷고 있는 것부터였다.
오규스토는 우선 왼쪽 눈을 숨기기 위해서 붕대를 감았다.
그리고 무사함을 기뻐하는 양친과 만나 그 때 살아남은 건 자신뿐이
라는 걸 알았다.
상처가 아문 뒤에는 안대를 하고 지냈다.
그 후 1개월이 지났다. 상처는 대부분 완치한 오규스토였지만, 하루
종일 호수를 바라보면서 지내고 있었다. 사람들은 전쟁의 후유증이라고
소문을 내고 있었다. 그러나 때때로 오규스토의 기묘한 행동이 화제가
되게 되었다. 그것은 룬문자를 전혀 모르고 있던 그가 자신의 도구에
경량화의 룬을 새기고 있는 모습이나, 아이들에게 정령을 불러내 보이
거나 하는 모습이 사람들의 눈에 띄었기 때문이다. 또한 거리에서 난폭
하게 구는 용병들을 막대기 하나로 가볍게 돌려 보내서 사람들을 놀라
게 하기도 했다. 얼마뒤엔 소문이 사람이 바뀌었다는 것으로 진화했다.
오규스토는 이 변화에 대해서 질문 당하면 언제나 망설이는 표정을
지으며
「나 자신도 잘 모른다. 그러나 이상하게 머리에 지식이 아른거린다.」
라고 말했다. 또 친구에게 이렇게 물은 적도 있었다.
「신화중에 빨간 눈동자를 하고 풍부한 지식을 가진 남자가 세계를 배회
한다는 내용의 것은 없는가?」
그리고, 이렇게도 말했다.
「감정의 격렬함이 엷어져 간다. 저 불타는 것 같던 감정의 격앙과 침
체를 이제는 재현할 수 없다. 모든 것을 달관한 시각에서 보아버린다.」
오규스토는 자신이 바뀐 것을 실감했다. 저 빨간 눈동자가 자신에게
무한한 지식을 주고 있는 것을 알아차리고 이것이 에리스로부터 주어진
시련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러나 어째서 자신에게 이 힘이 주어진
것일지, 이 힘을 무엇에 사용하면 좋은 것일지, 자신의 안에 의문이 소
용돌이 쳤다. 그 해답을 얻기 위해서는 행동에 나가야 했다.
어느 날 그는 여행을 떠났다.
오규스토가 처음 향한 곳은 사이토(西都)의 거리였다. 사이토는 왈
스골무 대삼림을 넘어서 무역을 하는 와국민의 거리다. 거기에서 그는
2m가 넘는 커다란 도를 구입했다.
「손님의 체격에 그건 어울리지 않습니다. 다룰 수가 없어요. 이쪽의
보통 길이의 물건으로 하시죠.」
멋을 낸 차림의 점원이 오규스토에 충고를 했다. 오규스토는 말없이
장도를 뺐다. 다음 순간 그 점원의 허리띠를 눈에 보이지도 않는 속도로
둘로 갈랐다.
「오……, 이런, 미처 알아보지 못해 죄송합니다.」
점원은 맨가슴을 드러낸체 놀란 표정으로 오규스토를 보았다. 나중에
그 정도로 정확하게 그 큰 칼을 다룰 수 있는 사람이 있으리라고는 상상
도 못했다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그 배후에서 가게주인인 시라이시 아즈마가 모습을 나타내서 상품운반
의 경호를 하지 않겠나, 라고 말을 걸어 왔다.
「어차피 목적지도 없다. 흐름에 맡기자」
라고 대답하고, 가게주인도 양해했다.
그 밤 오규스토를 포함한 6명의 용병이 배에 올라탔다. 그리고 아즈마
의 딸, 시라이시 야요이의 지휘아래 배는 남쪽으로 출발했다.
「잘 부탁한다, 한 잔 어떤가.」
용병중 한 사람이 모두에게 술을 권했다.
「나는 막시밀리안·오이겐이다. 맥이라고 불러라. 원래 알티갈도의
병사였지만, 도무지 지나칠 정도로 착실해서 내 취향이 아니었지. 결국
뛰어 나왔다.」
알티갈도군은 군율의 엄격함으로 유명하다.
「그 상처는 이번에 얻은 것인가? 」
왼쪽 눈을 가리키면서 오규스토에게 물어왔다.
「……」
오규스토는 대답하지 않고, 술을 마셨다.
「무시하는 거냐, 냉담한 녀석이군. 그것이 연장자에 대한 태도인가
……」
맥은 오규스토의 태도에 불만을 느꼈지만 깔끔한 복장을 한 남자가
진정시켰다.
그 남자는 날세스·디 앤이라고 자칭했다. 바람공국의 출신으로 바람
은 원래 수도 토라부존을 중심으로 번성한 나라였지만, 팔디어와의 싸
움에 져서 수도를 잃어버린 이래 국력이 현저히 쇠퇴하고 있었다. 이
미 공왕의 위엄도 엷어져 도망치는 인간이 끊이지 않는 형편이었다.
날세스도 고국을 단념하고 국외에서 활로를 추구하는 여행을 하고 있
었다.
「나는 그 팔디어출신으로 검의 솜씨를 닦기 위해서 제국을 여행하고
있다」
홍일점인 쟌느·후레이아라고 하는 젊은 여성이 말했다. 빨간 머리가
에리스 호수 위를 지나가는 청아한 바람에 흔들렸다. 말투는 난폭했지
만 허리에 달린 레이피어에는 깨끗한 장식이 수놓아져있었다. 최후에
검솜씨에는 자신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외에 웨데리아출신의 오즈번과 오즈왈도의 라이트 형제가 있었다.
그로부터 3일후의 밤, 시원한 목소리가 용병들을 불렀다.
「모두 일을 할 시간입니다.」
저 가게주인의 딸 시라이시 야요이다. 이 때 20세였지만 선원들에
게서 인기가 높아 척척 일을 잘 다루고 있다. 남자처럼 보인다고 하는
것 보다 말괄량이라고 하는 평판을 가진 여성이었다.
「이제 곧 도착하니까 먼저 내려서 주위를 경계해주세요.」
「이런 곳에서!? 」
날세스가 놀란 소리를 질렀다. 여기는 에리스 호수 동편으로 사람은
아무도 살지 않는 지역이기 때문이다.
「예, 여기입니다」
야요이는 가볍게 대답했다. 용병들은 불신이 가득한 얼굴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러한 가운데에서도 오규스토는 혼자서 차가운 눈을 하
고 있었다.
배가 멈추고 용병들이 배로부터 내려왔다. 대충근처를 탐색하고나서,
야요이도 배로부터 내려왔다. 그리고, 횃불을 숲 속에 비춰서 표시했다.
그러자 어둠속으로부터 사람이 나타났다.
「…… 사리스의 성기사」
쟌느가 중얼댄다. 어두움으로부터 나온 사람은 사리스의 갑옷을 걸치
고 있었다.
「아무래도 우리들은 터무니없는 것에 말려든 모양인데.」
쟌누는 정직히 곤혹한 모양이었다. 사리스의 잔당을 돕는다고 하는
것은 카리하발을 적으로 돌린다고 하는 것이다. 카리하발에 대하여 좋
은 감정을 가지고 있는 건 아니지만, 이정도의 인원수로 싸운다고 할
만큼 무모하지 않다.
「패배한 쪽에 가담하는 건 조금……잠깐, 저 여자는 확실히……」
날세스가 도중에 말을 끊었다. 리더격의 성기사가 혼자 앞으로 나와
서, 야요이에게 인사를 한다.
「야요이님, 감사드립니다」
「아니요, 틸로즈님이 무사하셔서 무엇보다 다행입니다. 얼마 안되지만
식료품과 약을 가지고 왔습니다. 멜로즈님에게 빨리 마시게 해 주십시
요」
「…… 고맙군요. 호의에 감사합니다……」
틸로즈는 말과는 반대로 얼굴이 흐려지고 눈을 내리깐다. 그것이 멜
로즈의 용태가 나쁘다는 것을 말로 하지 않아도 전해주고 있었다.
「멜로즈님은……」
「전혀 원인을 알 수 없습니다. …… 계속 움직이느라 체력이 쇠약해지
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지만…… 」
「……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좀 더 일찍…」
「아니, 야요이님이 사과할 일이 아닙니다. 미운 건 카리하발의 놈들이
죠. 반드시 아버님의 적을 토벌하고야 말겁니다.」
「예, 미흡하나마 시라이시 가문은 최선을 다해 협력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두사람은 또 한번 단단하게 악수했다.
그 뒤 배에서 적하물이 내려져 숲 속으로 운반되었다. 거기에는 낡은
신전이 있었다.
오딘 대신전. 이 신전은 일찌기 세레네 제국을 멸망시키고, 성 사리스
제국을 건국한 컬 대제가 건설한 물건이다. 무운을 투신 오딘에게 빌고
위업를 이루었을 때에는 세계최대의 신전을 헌상한다고 맹세한 것에 유
래한다. 컬은 맹세한 대로 이 땅에 대신전을 쌓았다. 그러나 에리스 신
앙이 강한 이 땅에서는, 시간이 지나면서 잊혀져 지금으로서는 대단히
낡고 있다.
오규스토는 혼자서 신전 안을 걸었다.
「전에도 여기에 온 적이 있다. 확실히 이 통로의 양 쪽에는 12개의 사
자상이 있었을 것이다.」
대리석을 전면에 깐 통로 사이로 샘이 있어, 거기에는 12개의 돌의
덩어리가 굴러가고 있었다.
「이것도 빨간 눈동자의 기억인까……」
통로를 곧장 나아가면 본전(本殿)에 부딪쳤다. 본전은 정면에 30단계
정도의 계단이 있고 그 위에 12미터 정도의 큰 문이 있었다.
그 본전의 외벽에는 기대거나 앉아있는 상처입고 매우 지친 병사들이
보였다. 150명이 조금 안되는 정도인가? 모두 지친 모습으로 웅크린채
한 발짝도 움직이려 하지 않았다.
오규스토는 계단을 올라 큰 문 옆의 보통 크기의 문을 열고는 가운데
로 들어갔다. 안에는 큰 공간이 뻗쳐 있었다. 더욱 안 쪽에 오딘의 그
림이 모셔져 있고 그 양편의 벽에는 커다란 두 개의 석상이 오딘을 수
호하는 듯 정좌하고 있다.
「여기도 기억하는 그대로다……」
오규스토는 천천히 석상을 응시했다.
「저쪽은 완전히 맛이 갔지만, 이 녀석은…… 움직일지도 모르겠군.」
그 때, 배후에서 소리가 났다.
「누구? 틸? 」
제단의 그림자에서 1명의 소녀를 간병하고 있던 아름다운 여성이 일
어섰다. 길게 물결치는 황금빛의 머리칼을 흰 옷위에 감싼 사리스 황가
제일왕녀 로즈메리였다. 침입자의 존재를 알고 그녀는 의연한 태도로
그 남자 앞에 서 있었다.
「누구입니까 !! 」
등을 꼿꼿이 세우고 가슴을 펴서 늘씬한 몸을 오규스토에게 똑바로
향해 서있다. 위엄있는 목소리가 넓은 공간에 울렸다.
「여기는 신성한 장소입니다. 떠나세요! ! 」
오규스토는 뒤돌아서 로즈메리를 바라보았다. 여행을 떠난 이래 처음
으로 얼굴에 흥미의 빛깔이 떠올랐다. 입술이 목소리를 내지 않고 「아
름답다」라고 움직였다.
「무엇을 하고 있는 겁니까!! 」
「…… 아!」
그녀의 언어로 오규스토는 제 정신이 들었다. 에리시아 세계의 변경
웨데리아의 또 변두리인 이즈믹 출신의 오규스토에게 있어서, 로즈메
리의 세련된 거동은 현기증이 날 정도로 빛나고 있었다. 일순 그 고귀한
아름다움에 홀딱 반했다고 하는 사실이 오규스토의 짜증을 불러 일으켰
다.
「당신들은 재미있다. 자신들이 한 번 버린 신에게 또 다시 매달리려고
하는 것이.」
오규스토는 싫은 소리를 하면서 천천히 로즈메리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
신앙심 깊은 로즈메리는 되돌릴 말이 없었다. 분명하게 동요한 빛을
나타내며 눈동자가 좌우로 흔들렸다. 오규스토는 로즈메리의 바로 앞에
서 직각으로 꺽어서 한층 높은 제단에 오른다. 그리고 구석에 있는 몇개
의 둥근 돌을 주워온다. 그동안에도 시선은 로즈메리에게서 돌리지 않았
다.
「대체로, 카리하발에 진 것도 신의 벌일지도 몰라.」
「………」
기품이 넘치는 로즈메리의 얼굴이 한순간 흐려졌다. 오규스토는 그 반
응을 즐기는 듯, 히쭉이 입의 끝을 올렸다.
「시시한 소리는 하지마라! 」
오규스토가 들어온 입구쪽에 틸로즈가 서 있었다.
「언니, 이러한 하찮은 위치에 있는 자의 말을 곧이 들어서는 안됩니다.」
「진실을 말한 것 뿐이다. 너희들은 오딘의 노여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아……」
로즈메리가 순간 비틀거렸다.
「너! 잘도 뻔뻔스럽게! 각오해라! 」
틸로즈는 검손잡이에 손을 댔다.
「괜찮은가, 이 신성한 장소를 피로 더럽혀도」
「……아, 그만 두세요, 틸! 」
「그러나, 언니……」
「안 됩니다. 여기서 검을 빼는 것은 허용하지 않습니다」
「너, 구사일생했구나.」
틸로즈가 검으로부터 손을 뗐다.
오규스토는 천천히 제단을 내려갔다.
「좋은 마음가짐이다. 오딘도 기뻐할 것이다」
「쳇, 어리석은 놈. 신의 벌같은건 비현실적이다.」
「틸! 」
「틸로즈님은 신을 믿지 않고 있는 것 같군.」
「나는 현실주의자다. 여기에 있는 것도 신의 가호나 옛 고사따위의 이유
가 아니다. 이 땅이 권토중래를 기다리는데 형편이 좋기 때문이다」
「현실이라.」
오규스토가 웃는다.
「뭐가 우스운가!」
「현실은 아가씨가 생각하고 있는 것처럼 관대하지 않아. 여기에 숨어있
어도 언젠가는 발견될 것이고, 그렇지 않다해도 생산성이 없는 이 땅에
서는 재기따위는 커녕 자멸하는 것이 눈에 보인다. 설령 어떤 나라에서
도움을 얻을 수 있다해도 그쪽에 이용되는 것 뿐이다. 현실은 엄격하다,
라고 하는 거지.」
「시끄럽다. 너같은 어린애에게 어린애 대우받고 싶지 않다.」
「그러나 잔혹한 현실이 입을 벌리고 저기서 기다리고 있다.」
오규스토가 벽의 깨진 사이에서 울타리너머로 보이는 밤 하늘을 가리켰
다. 그 순간 몇발의 불꽃이 쏘아 올려진다.
「뭐, 뭐지!? 」
틸로즈가 당황한 목소리를 냈다.
「시라이시 가문은 감시되고 있었을 것이다. 아니, 의외로 안내한 놈이
있는 것일지도 모르지. 아가씨께서는 어쩌시겠습니까? 싸우실지, 아니면
……」
틸로즈는 오규스토의 말이 끝나는 것을 기다리지 않고 움직이기 시작
했다.
「펠레스, 전투 준비를! 」
틸로즈는 빙글 돌아서 방향을 바꿔 입구로 되돌아간다.
「틸……」
「언니는, 거기에서 기도해주세요.」
걱정스러운 언니의 목소리에 뒤돌아지도 않고 틸로즈는 대답했다.
「모처럼의 여흥, 부디 즐기게 해주십시오.」
오규스토가 즐거운 듯이 말한다.
「……」
틸로즈는 오규스토를 무시하면서 밖으로 나왔다. 계단 밑에는 30명
정도의 기사가 모이고 있다. 펠레스가 틸로즈에게 가까이 다가왔다.
「이게 다인가.」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틸로즈는 어금니를 꽉 깨문 후, 뒤를 돌아봤다. 문앞에 오규스토와
로즈메리의 모습이 있었다. 오규스토가 어깨를 가볍게 움츠린다. 틸로
즈는 그를 날카롭게 노려봤다.
「펠레스, 전투준비다」
「 예 」
기사들은 잘 단련되어 있는 듯, 재빠르게 깨진 석조등을 움직여서
바리케이드를 만들어 간다. 그 한편, 야요이들이 부상자를 본전의 뒤
로 피난시켰다. 훌륭한 솜씨에 오규스토가 가볍게 2,3 번 박수를 쳤
다. 그리고는 돌연 몸을 들어 어두운 호수쪽을 가리켰다.
「보인다. 1, 2, 3, 4,…… 9, 아무래도 10척은 되는 것 같다. 거기에
저 깃발은 아카스군인가」
「그러면, 혹시 우리편? 」
로즈메리의 그 희망적 관측은 다음 순간 사라졌다. 시라이시가의 배에
불화살이 쏟아진 것이다. 타오르는 불꽃이 선명하게 상륙하는 병사들의
모습을 비췄다. 적장 페드로·뱅크스의 체인메일에 싸인 단련된 몸이 움
직이고, 커다란 목소리가 신전에 메아리쳤다.
「저항은 황가의 명예를 더럽힐 뿐입니다. 나쁘게는 하지 않겠습니다.
항복하십시오」
「이것이 대답이다!」
틸로즈는 화살 한 발을 쏘았다. 화살은 똑바로 뱅크스를 향해서 날아
갔다. 뱅크스는 그것을 배스터드 소드로 절묘하게 맞춰 떨어뜨렸다. 그
리고, 아까와 같은 큰 목소리를 질렀다.
「전군 정렬―!! 전진! 」
아카스군은 정연하게 열을 해서 차근차근 접근하기 시작했다.
「활 장전! 」
틸로즈가 명한다. 레이피어를 치켜들고 꿀꺽 침을 삼킨 후, 또 한번
명했다.
「발사! 」
바리케이드로부터 일제히 화살이 쏘아져 뱅크스군을 습격한다.
「실드! 」
다시 뱅크스의 목소리가 울리고 거기에 맞춰서 최전열이 일제히 방패
를 들었다. 간발의 차이로 화살이 방패에 꽂힌다.
「전진! 」
다시 천천히 진행되기 시작한다.
틸로즈가 또 한번 화살을 장전하게 했을 때, 돌연 뱅크스군의 후방에서
화살이 쏟아졌다. 그것은 큰 포물선을 밤 하늘에 그리면서 바리케이드에
꽂히고 거기에서 불꽃을 올렸다.
「불꽃의 화살인가, 소모를 아까워하진 않는 것 같군.」
「…… 틸……」
오규스토가 팔짱을 한 채로 싸움을 해설하고, 로즈메리는 안타까운 시선
을 전방에 향했다.
장전했던 화살을 발사하지 못하게 되자 활을 가진 성기사들은 대열이 어
지러워졌다. 이 호기를 뱅크스는 놓치지 않았다.
「돌격! 」
실드를 버린 병사들이 배틀액스나 그레이트소드를 들고 돌진해 간다. 그
에 대해 성기사들도 활을 버리고 검을 빼서 맞받아 쳤다.
「불안한가? 」
「…… 예」
「난전이 되었다. 이렇게 되서는 수가 많은 쪽이 유리하지. 이제 곧 전통
있는 사리스 황가가 멸망하겠군.」
「아, 그런……」
로즈메리가 무릎으로부터 무너져 버렸다.
「성령 에리스님, 투신 오딘이시여, 무엇을 원하십니까? 제발 자비를……,
일생을 걸어서 이 몸을 바치겠습니다.」
「…… 진심인가? 」
이 때, 오규스토의 얼굴에 씨익 웃음이 떠올랐다. 뭔가 재미있는 것을
문뜩 떠올렸을 때의 표정이다.
「예.」
「그러면 그 희망 내가 이루어 주겠다.」
「예?」
「이 거대한 문이 무엇때문에 있는지 아는가? 이것은 골렘의 통로다.」
안대의 안 쪽에서 빨간 눈동자가 빛난다.
「눈을 떠라, 오딘의 골렘이여! 」
오규스토의 목소리에 반응하여, 오딘의 그림 옆에 있던 석상이 수백
년간의 잠에서 깨어나 움직이기 시작한다.
「우와왁 !! 」
거대한 문이 완성된 이래 처음으로 문으로서 기능을 발휘한다. 삐꺼덕
삐거덕 삐걱거리는 소리를 내면서 열려 간다.
「뭐지? 」
전장의 병사들이 싸움을 잊고 그 광경을 바라보았다. 골렘은 그 모습을
바깥에 드러내자 큰 포효를 질렀다.
「저, 저게 뭐야!」
전장 10미터의 돌로 된 거인은 천천히 오규스토와 로즈메리의 머리 위를
넘어서, 계단을 비틀거리면서도 내려 갔다. 오규스토는 그 뒤를 따라갔다.
틸로즈와 성기사들은 좌우의 샘으로 황급히 피했다. 골렘은 바리케이드를
걷어차 부수면서 뱅크스군에 달려들었다. 뱅크스군은 불꽃의 화살을 다시
쏟아 부었지만, 골렘은 아무런 거리낌도 없이 덤벼들었다.
내려 찍은 도끼가 부러져나가고, 좌우의 팔을 한 번 흔들 때마다 네 다섯
명의 병사가 하늘로 솟구쳐 날려 간다. 뱅크스군은 앞을 다퉈 상륙한 지점
으로 퇴각했다.
「놓치진 않는다.」
오규스토가 명령하자 골렘은 다시 한 번 크게 포효하고는 입으로부터 한
줄기 하얀 섬광을 발사했다. 그 빛의 선은 수면을 가로질러 뱅크스군의 배
여섯 척을 가라앉혔다. 물가에서 타 오르는 자신들의 배를 병사들은 멍하
니 응시했다.
「쫓아라」
오규스토가 다시 명한다. 골렘은 뱅크스군을 추월해서 허리가 있는 곳까
지 호수에 들어가 다시 포효와 함께 빛을 토해냈다. 나머지 4척이 물에 잠
겼다. 그러나 다음 순간 골렘은 딱하고 움직임을 멈췄다.
「체, 너무 오래 사용하지 않아서 이상이 생긴건가? 뭐, 좋다. 충분히 자기
역할은 해 주었다. 나머지는 내가 마무리하지.」
오규스토는 물가로 나아가 뱅크스 앞에 섰다.
「이곳은 신성한 장소다. 그것을 더럽힌 죄는 만번 죽어도 용서할 수 없다
.」
차디차게 단언했다.
「웃기지 마라. 입을 다물게 해주지, 애송이! 」
뱅크스는 배스터드 소드를 마음껏 치켜들었다. 오규스토는 재빠르게 몸을
약간 숙이고 허리의 칼에 손을 댔다.
뱅크스는 오규스토로부터 발생하는 무언의 위압감에 치켜든 검을 내릴
수 없었다. 시간이 얼어 붙은 것 같이 뱅크스의 움직임은 머물렀다. 결국
긴장을 참을 수 없어서 뱅크스가 덤벼들려는 찰라, 카칭! 하고 주위에 칼이
칼집에 들어가는 소리가 메아리쳤다. 돌연 뱅크스의 배가 크게 찢어져 벌어
지고, 선혈이 울컥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오규스토의 2m에 이르는 대도
의 발도술, 단 일격이었다.
오규스토는 멍해있는 양군의 병사를 곁눈질도 하지 않으며 유연하게 본전
으로 되돌아갔다.
「……인가? 」
「그,그러나, 설마……」
「하지만, 달리는 생각할 수 없다……」
이런 회화가 여기저기서 행해졌다. 아무도 존재조차 모른 오딘의 골렘을
능숙하게 사용하고, 압도적인 검기를 보인데다 척안인 사실, 그리고 무엇보
다 이 신전이라고 하는 독특한 분위기가 어떤 종류의 상상을 전원에게 품게
끔 했다.
「어때, 약속은 달성했다. 이번은 너의 차례다. 로즈메리? 」
거기에는 떨면서 무릎을 꿇고, 신에게 향하는 것처럼 두 손을 잡은 모습이
있었다. 그 눈동자로부터는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 죄송합니다. 수많은 무례 뭐라 사죄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울면서 말한다.
오규스토는 로즈메리를 껴안아 들어올려 본전에 들어가 제단 뒤의 작은
방에 날랐다.
「저항하지 않는가? 」
「……뜻대로」
로즈메리는 모든 것을 오규스토에 맡기고 있다. 두 눈은 반짝반짝 빛나고,
정말로 그를 신이라고 믿고 있는 것 같았다.
오규스토는 로즈메리를 침상에 내던진다. 허리까지 자란 황금빛의 머리가
원을 그리는 것 같이 벌어졌다. 그 위에 오규스토가 몸을 겹친다. 은실의
자수가 달린 흰 드레스로 덮인 몸은 껴안은 것 뿐으로 부러져버릴 것 같이
화려하고 섬세했다.
「아름다운 머리칼이다」
오규스토의 얼굴과 로즈메리의 얼굴이 접근한다. 상냥하게 오규스토가 황
금의 머리를 어루만지면, 머리칼은 유연하게 손가락과 손가락의 사이로 흘러
내렸다.
「영원한 충성을 맹세합니다. 저희들을 이끌어 주십시오.」
오규스토가 문득 웃는다. 그녀는 그것을 동의로 받아들였다. 그리고, 눈을
감았다.
「음……」
입술과 입술이 쌓였다. 순백한 볼에 주홍색이 비친다. 오규스토는 이 아름
다운 왕녀의 입술을 천천히 맛보면서, 몸의 선을 확인하는 것 같이 천천히 접
촉한지 하지 않은지 모를 정도의 미묘한 터치로 쓰다듬는다. 그리고 자연스레
손이 로즈메리의 등에 멈추어 하나씩 단추를 끌러 갔다.
「아!, 아니, 부끄럽다.」
곧 가슴의 옷이 느슨해지고 조금 작지만 탄력이 있는, 위를 향해한 부풀어
있는 젖가슴이 드러났다. 로즈메리의 양팔에 힘이 들어오고 가슴을 숨기려고
한다.
「괜찮다. 힘을 빼라」
오규스토는 로즈메리의 팔을 쥐고 가만히 로즈메리의 눈동자를 바라보았다.
로즈메리는 그 말에 복종해서 또 다시 눈동자를 닫고 팔의 힘을 뺀다. 천천히
양팔이 좌우로 갈라지고, 황녀의 젖가슴이 오규스토의 눈앞에 드러났다.
「아름답다.」
「부끄럽다……」
오규스토의 오른손이 로즈메리의 왼 쪽 유방을 감싸고, 부드러운 그 감촉을
확인한다. 그리고, 오른쪽의 가슴의 돌기에 입술을 날랐다.
「아! 」
로즈메리의 몸이 한 순간 경직한다. 그러나 오규스토는 이제까지의 부드러운
애무와는 달리, 열중해서 그 돌기를 탐내면서 빨았다. 그리고, 손가락으론 다른
한 방향의 돌기를 살짝 비틀었다.
「아…, 아흑! 아앙……」
오규스토는 빠는 것을 멈추고 일단 입을 떨어뜨린다. 입과 돌기사이에 1줄기
선이 늘어진다. 그리고, 다른 한 방향의 돌기를 다시 입에 포함하고는 혀로 굴
렸다. 오른손의 집게 손가락이 로즈메리의 왼쪽 몸 옆을 흐르고, 늑골의 하나
하나를 확인하는 듯 쓰다듬으며 내려갔다. 그리고, 오른손은 엉덩이를 어루만
지다가 돌연 속도를 내서는 배꼽의 밑부분으로 이동한다.
「 음, 아…… 으흑, 아……」
손가락은 거기에서 곧장 아래로 흘러 내리고 흰 팬티 속에 미끄러져 들어가
엷은 숲을 밀어 헤치고, 순결무구한 秘부에 결국 도착한다.
「아, 아학… …으윽!」
로즈메리의 몸이 브리지모양으로 휘어진다. 질꺼덕질꺼덕 하는 소리가 막힌
좁은 공간에 메아리쳤다. 손가락이 秘부를 가지고 놀고 클리토리스를 튀긴다.
「아학!으……으윽……하아…… 」
로즈메리의 몸으로부터 힘이 빠져 간다. 오규스토는 팬티를 단숨에 꺼냈다.
「자, 다리를 벌려.」
「아앙……」
오규스토의 노골적인 말에 로즈메리는 일순 수줍음과 항의의 시선을 보냈지
만 천천히 다리를 벌려갔다. 오규스토는 흰 스커트를 걷어 올리고 몸을 다리
사이에 끼어넣은 뒤, 허벅지를 껴안았다.
「아! 아악, 아아…… 」
그리고 오규스토의 중심이 로즈메리의 화원에 침입해 들어갔다.
「아악! 그만―! 아, 아파, 아파요, 제발! 」
로즈메리의 얼굴이 고통으로 일그러졌다. 오규스토는 처음에는 천천히 허
리를 왕복시키면서 그 감촉을 충분히 즐겼다. 그리고 로즈메리가 서서히 그
아픔에 익숙해지자 스피드를 냈다.
「 음…… 아음, 아학…… 아, 아앙…… 아하…… 」
오규스토의 몸 아래에서 흰 젖가슴의 부풀음은 상하로 격렬하게 흔들리고
있다. 그 꼭지를 각자 한 번씩 물었다.
「이, 이상해요, …… 으윽…… 앙, 아앙, 하앗, 굉장하다, 이상하게 되버
려요 ―! 」
로즈메리의 팔이 오규스토의 목에 꽉 얽혀 붙고 두 다리는 허리를 감쌌다.
그리고 한층 더 높게 목소리를 질렀다. 그 입술을 오규스토가 덮었다.
「읍, 으음…… 아, 아하…… 윽, 아아아아, 아악!! 」
동시에 오규스토도 희뿌연 액체를 로즈메리의 태내에 토해 냈다.
「아……아아……으음……」
로즈메리가 가슴을 헐떡이며 거친 숨을 들이 쉬었다. 오규스토는 로즈메리
를 내려다보면서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로즈메리의 음부에선 빨간 빛깔이
섞인 흐린 백색의 액체가 흘러 나오고 있었다. 오규스토는 두 다리로 버티고
서서 로즈메리를 내려다보면서 입으로 깨끗하게 하도록 명했다. 로즈메리는
텅 빈 눈을 한 채 꾸밈 없이 그 지시에 따라서 페니스를 한 껏 벌린 입에 넣
고 귀두에서부터 정성껏 핥아 나갔다. 그 얼굴을 내려다보면서 머리를 상냥
하게 쓰다듬었다.
「착한 아이다.」
오규스토의 물건은 다시 경직을 되찾아 갔다.
그로부터 3회, 체위를 바꾸면서 오규스토는 로즈메리의 태내에서 분출했다.
아침이 다가왔다.
오규스토는 지쳐 엎드려서 자고 있는 로즈메리를 남긴체 옷을 입고 밖으로
나갔다.
눈부신 아침 햇살이 사람의 눈을 가늘게 했다. 아주 맑게 트인 푸른 하늘이
펼쳐지고, 초록의 삼림을 찢는 것 같이 흰 대리석의 길이 똑바로 창백한 호수
를 향해 이어지고 있다. 거기에 어젯밤의 골렘이 신전의 입구를 지키는 듯이
조용히 호수에 반쯤 잠겨 서있다.
오규스토가 계단 밑으로 시선을 내리자 거기에는 사리스의 성기사와 뱅크스
의 잔병이 다같이 무릎을 꿇고 있었다.
앞으로 나온 틸로즈가 공손하게 일례를 갖춘다.
「우리 일동은 당신께 목숨을 바칩니다. 부디 인도를! 」
「하……하하, 하하하하! 」
오규스토는 웃었다. 근심 없는 커다란 웃음을 지었다.
「흐르는대로 가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까……」
아무에게도 들리지 않는 작은 목소리로 그렇게 말했다. 시선은 얼굴은 언니
를 많이 닮았지만 분위기는 극으로 틀린 여동생 틸로즈를 응시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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