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속해지는 여자들 제3장 1-3 > 웹소설-내가 만드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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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속해지는 여자들 제3장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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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도 야한 내용이 없네요.
제4장부터는 진짜로 여교사가 당하는 장면들이 나옵니다.

제3장
제1화

 장마가 가까워지는 계절이 되면 항상 꼭 닫겨져 있는 도서실에도 습기가 여기저기로 비집고 들어온다. 공기중의 수분은 피혁과 종이에 부착된 곰팡이를 번식시켜 인쇄에 사용된 잉크를 구성하는 화학물질을 조금씩 부식시켜 늘어선 책꽂이에서 진한 책냄새를 피어 오르게 한다.
 쿠스다 아미는 도서실의 어둠속에서그 냄새를 맡으며, 학생시절의 기억을 단편적으로 생각한다. 그녀에게 있어서 도서실은 견식을 넓히는 장소이고, 신천지로의 입구이고, 누구에게도 범해질 수 없는 성역이었다.
 지금도 아미에 있어서 도서실은 특별한 의미를 가지고 있지만, 예전처럼 책에 쓰여져 있는 것이 모두 진실하다고 믿고 있는 것은 아니고, 현실로부터 도피하는 것도 아니다. 그녀에게 있어서 서적이 제공하는 정보는 한 번은 의심해 볼 필요가 있는 것이고, 그곳으로부터 얻은 지식은 현실에 응용해야 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그러한 것이다. 번뇌에서 벗어나 깨끗함이었던 시대를 그리워할 틈이 있다면, 더러워진 강과 같은 세계를 타인보다 능숙하게 헤엄치지 않으면 안 된다.
 아미는 중후한 책상 위에 쌓여진 책의 산을 바라보며, 무표정하게 손가락으로 책표지를 어루만졌다. 쌓여진 책의 크기나 두꺼움은 가지각색이지만, 모두 다 페미니즘 관계의 서적으로 아미의 요청에 의해 도서실에 구입된 신품이었다.
 이 뿐만 아니라, 니키시서리와 처음으로 대면한 이후 지금까지 학원내 페미니즘 활동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아미, 시서리, 묘자의 3명으로 시작한 비공식 써클은 지금은 오십명 가까운 모임이 되었다. 주 2회 열리는 회합은, 처음에는 모인 학생들이 아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있는 정도였지만 지금은 활기를 띤 토론도 행해지게 되었다.
 1개월전까지는 직원회의 석상에서 아미와 싸우던 교장도 교직원 조합과 관계가 없을 것이라는 조건부로 써클 활동을 인정해서 도서실에 페미니즘 관련의 문헌을 구입하는 비용을 승락해 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미에게는 지금 이 상황이 전혀 이해가 가지 않는다. 그 원인도 확실하다.
 아미는 쌓아올린 책으로부터 시선을 돌려 책상의 맞은 쪽에 앉아 있는 시서리에게 초점을 맞춘다. 순백의 블라우스와 광택이 있는 푸른 리본을 몸에 붙힌 시서리는 무심한 표정으로 신착도서인 앤드 레어·두오킨의 저작을 탐독하고 있다.
 시서리는 언제 봐도 청초하게 아름답고, 순진하고 사랑스럽다. 학원내에 페미니즘 운동의 거점을 만들려는 시도도 그녀가 없었으면 단기간에 성공하지 못했을 것이 틀림없다.
 그렇게, 지금까지의 활동의 모두가 시서리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대량의 학생이 써클에 참가했던 것도 시서리의 인기에 영향이 크고, 그녀들이 열의를 잃지 않는 것도 시서리가 적극적으로 페미니즘 이론을 배우려고 하는 자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교장이 책의 구입을 허가한 것은 묘자의 조력이 많이 있는 것으로서 역시 시서리가 생도회를 움직인 것이 원인이 되었다.
 거기에 비하면, 자신은 무엇을 하였던 것일까? 페미니즘 이론을 알기 쉽게 해설하거나 관련 도서의 소개를 하는 것으로 도선인의 역할을 무난히 수행하고는 있지만, 그런 것은 기존의 가이드 북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학생들은 점차 자신을 동경하게 되고는 있지만, 역시 그녀들의 동경의 목표는 니키시서리다. 미인으로 머리가 좋고 운동신경도 발군인데, 그것을 조금도 자랑하는 태도는 보이지 않고, 천진난만한 태도로 타인과 스스럼없이 접할 수 있는 소녀가 써클 내외의 이목을 독점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해서 여기서「당신들은 페미니즘을 조금도 이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이 써클을 해산합니다」라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런 일을 하면, 히데코나 묘자의 기대를 거역하게 되고, 무엇보다도 교사가 된 의미가 없어진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지금 단계에서 자신에게 존경의 생각을 가져주는 사람은 이 학교에서는 동료인 묘자뿐이다. 페미니즘의 기본 개념을 배운 묘자의 내면은 확실히 변화되고 있다. 변함 없이 말더듬이 버릇이 있고 빨간 얼굴증도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직원회의에서 한마디씩은 발언하기도 하여 남성 교사의 말을 통채로 삼키는 것도 없어졌다.
 아미는 집게 손가락으로 아랫 입술을 두드려, 교사의 3층에 있는 도서실에서 교정을 내려다 보았다. 회색의 두꺼운 구름이 이슬비를 방울져 떨어지게 하고 있는, 녹색으로 코팅된 평면 위에는, 여러 가지 색의 우산이 꽃잎처럼 벌어져, 교문으로 향해 흘러간다.
 그 우산아래에서 걷고 있는 소녀들중 과연 몇명이나 정말로 페미니즘을 이해해 주게 될까? 아미가 막연히 그런 생각을 하고 있으면,
「쿠스다 선생님? 쿠스다 선생님!」
 읽던 책을 덮은 시서리가 힐책하는 것 같은 음성으로 여교사의 이름을 불렀다.
「네? 아, 니키」
 아미는 당황해 자세를 바로잡고 책상을 사이에 두어 시서리와 마주보았다. 시서리는 굵은 듯한 눈썹을 감추어 손에 든 책을 가슴팍에 껴안는다.
「무슨 일이 있나요? 조금 전 몇 번이나 불렀는 데..」
「아니야. 조금, 걱정거리가 있어서………」
「저, 이대로는 자료 정리가 오늘중으로는 끝나지 않겠어요」
「어쩔 수 없어. 오늘은 시마츠 선생님도 개인적인 용무로 자리에 없고....」
「저희들 외에 제대로 정리를 할 수 있는 아이가 있었으면 좋겠는 데요………」
「모두다 이제 막 개념을 배우기 시작했어. 이것을 할 수 있으려면 시간이 걸릴거야」
 아미는 거기서 말을 끟고, 마음 속으로 (너만은 예외이지만)이라고 생각했다.
 시서리의 여성학에 대한 지식의 흡수력과 이해의 깊이는 그녀의 신체나 태도처럼 트집잡을 데가 없다. 같은 시기에 여성학 공부를 시작한 묘자는 물론이거니와, 몇년전부터 문헌을 읽고 있던 스스로조차 깜짝 놀랄 만한 해석을 하거나 상세한 데이터를 외워 보인다.
 아미는 시서리가 뛰어난 재능을 보일 때, 이 소녀가 어른이 되면 페미니즘 운동에 참가해 주기를 간절히 바라는 자신과 시서리가 페미니즘 운동에 참가하면, 보잘것없는 교사일 뿐인 자신은 학회의 구석으로 쫓기는 것은 아닐까라고 무서워하는 자신의 양면성을 의식하게 된다.
 아미에게는 전자가 모성, 후자가 동성에 대한 질투심이고, 어느쪽이나 남권 사회가 여성에게 억압하는 것으로서 feminist가 부정해야 하는 감정인 것은 이성적으로는 납득 할 수 있어도, 아무래도 머리로부터 지워 없앨 수 없다.
 시서리에 대해서 모친과 같은 행동으로 그녀를 지배하려고 하거나 시서리에 대해 나쁜 생각을 가지게 된 것은 히데코 교수로부터 의뢰된 논문이 쉽사리 진행되지 않기 때문이 틀림없다. 학원내에서의 서클 활동이 순조롭게 풀리고 있지만, 쉽게 진행되지 않는 논문에게 진저리가 나, 아무 잘못도 없는 시서리에게 엉뚱한 화풀이를 하고 싶어지고 있는 것이다.

제2화

 아미는 자기 자신을 질책하는 것으로서 자칫하면 시서리로 향할 것 같은 공격적인 충동에 고삐를 잡았다. 시서리는 아미의 갈등은 알지 못하고, 귀여운 미소를 입가에 띄우며 여교사의 눈동자를 보고 있다.
「그렇네요. 그렇지만, 나도 다른 사람과 같아요. 선생님처럼 논문을 쓸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래?」
 아미는 시서리의 입에서 「논문」라는 말이 튀어 나온 것에 몹시 당황해서 큰 눈동자를 더욱 크게 떳다. 시서리는 몸을 기울여 안고 있던 책을 무릎에 놓았다.
「무슨 일입니까? 오늘 쿠스다 선생님은 무엇인가 이상해요」
「………그렇게 보여?」
「그래요, 조금전부터 투덜투덜 혼잣말을 하고, 가만히 창밖을 바라보고 있거나………도서실에 왔을 때부터 무엇인가 이상하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자꾸 심해지는 것 같아서………」
「그런가………논문때문인지도 모르겠네.」
「논문이라면 「여성학 연구」에 게재된 것 말이군요? 저, 도서실에 있는 책에서 읽었어요. 「일본의 징병제도가 농촌에 미친, 여성 차별의 구조와 실체」라고 하는 타이틀이었어요?」
「응. 그래서, 그 논문의 속편을 쓰도록 편집부로부터 의뢰되었지만, 좋은 아이디어가 생각나지 않아. 그것때문에 좀 기분이 가라앉아 있는 지도 모르겠어」
 아미는 시서리에 푸념을 흘리면서 자신이 심하고 보기 흉한 짓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라고 마음의 한쪽 구석를 되씹었다. 중학 3 학년의 소녀에게 고민을 털어놓아 보아도 자신이 놓여진 상황에 변화가 없을 것은 불을 듯 뻔한 일이다.
 그런데도, 시서리의 앞에서 의심스런 태도를 취하거나 말하지 않아도 될 일을 쫑알쫑알 털어놓거나 하는 것은 최근의 생활이 너무 피곤한 탓일 것이다.
 논문을 쓰는 작업과 써클 운영을 양립시키려고 생각했던 것이 원래 자신이 감당하기 힘드는 일이었던 것은 아닐까? 이런 때에 잡무처리를 도와주는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독신 생활의 몸으로는 엉뚱한 꿈같은 이야기일 수 밖에 없다.
 아미는 무법지대화하고 있는 자기 방, 원룸 맨션의 모습을 떠올리며 의자 위에 책상다리를 하고 앉았다. 흰 실내화용의 스니커즈가 마루에 떨어지고, 감색의 타이트 스커트가 허벅지까지 벗겨져 오른다.
 시서리는 호박색의 눈을 감고, 양손으로 얼굴 아래쪽을 가린다. 아미는 살색의 스타킹에 싸인 다리옆으로 양팔을 늘어뜨린다.
「아-아, 안돼. 요즘, 별로 상태가 좋지 않아」
「쿠스다 선생님………」
「미안. 이미지가 무너져 버렸지?」
「그런 생각을 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존경 할 수 없어?」
「아니요. 오히려 안심했습니다」
 시서리는 입에 있던 손을 목으로 가져가 제복의 리본을 느슨하게 하면서 블라우스의 버튼을 위로부터 3개째까지 벗기고, 야무지지 못하게 가슴팍을 드러냈다. 평상시에는 우등생을 그림으로 그린 듯한 표정이 있어야할 장소에는 도발적인 미소가 머물고 있다.
「그렇군. 나도 안심했어」
 아미는 알았다는 표정으로 한숨을 흘리며 책상에 턱을 괴고 있다.
「 나와 선생님외는 아무도 없으니 이래도 괜찮겠지요?」
 시서리는 무릎에 둔 책을 손에 들고 부채처럼 상하로 움직여 탄력있는 유방사이로 바람을 보냈다.
「응, 니키. 우리는 지금까지 쭉 서로 비교를 하고 있었다는 것인가?」
「저, 그런 생각이 없지는 않았어요. 그렇지만, 언제나 시마츠 선생님이 함께 있었으니까………」
「끝까지 말하지 않아도 알아. 그녀 앞에서 이런 모습을 하고 있으면 어떤 반응을 할까라는 생각이 들었어」
「그렇네요. 그 사람은 무슨 말을 할까, 나쁜 사람은 아닌데, 꽤 딱딱하니까」
「선생님을 그 사람이라고 말하는 것은 좋지 않아. 말씨가 나쁜 데가 있군」
 아미는 시서리를 가볍게 나무란 다음, 의자에 태운 다리를 앞으로 돌려 발끝으로 실내화용의 스니커즈를 신었다. 시서리는 여교사의 예의범절의 꾸지람에 소리를 죽이고 웃음으로 응하며, 푼 리본을 읽던 책에 묶었다.
「조심하겠습니다. 그렇지만, 쿠스다 선생님과 둘이서 이야기를 하는 것은 이것이 처음이지 않은가요?」
「그렇구나. 너과 나, 거기에 시마츠 선생님의 3명으로 시작한 일이니까, 2명이서 이야기를 하는 것은 좋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어」
「없는 사람의 욕을 하게 되기 때문입니까?」
「그래. 현실에 따르지 말라고 할 수도있겠지요?」
「나는 틀림없이, 쿠스다 선생님과 시마츠 선생님이 둘이 있을 때에 제 욕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네 욕을? 어떤 생각으로?」
「그래요………너무 주제넘게 참견한다라든지?」
「스스로 느끼는 것이 있었어?」
「그렇게 묻는 것은 역시 그렇게 얘기했었습니까?」
「아니야. 그렇지만, 네가 이야기한 것을 생각하면 자신감을 잃은 것 같구나」
「어떤 의미입니까?」
「내가 너와 같은 나이때에 요 1개월간에 네가 한 것과 같은 일을 하는 것은 무리였던 것이야.」
 아미는 턱을 손바닥으로부터 떼어 놓아, 간단하게 묶은 흑발을 한 손으로 쓸었다. 시서리는 아미의 이야기에 별로 관심을 보이지 않고 화제를 바꾼다.
「그렇지만, 그 때문에 지금 같은 태도를 취하는 것은 아니지요?」
「조금은 관계가 있어. 첫번째 원인은 논문이 능숙하게 진행되지 않는 것이지만」
「그것, 정말입니까?」
「거짓말은 전혀 이득이 없어. 다음 논문을 여름 방학까지 편집부에 제출한다고 약속했어」
「앞으로 2개월 남았군요」
「그래. 그렇지만, 초안도 거의 결정되지 않았으니. 덕분에 아파트에 가면 논문때문에 그 외의 일에는 아무것도 손대지 않아서………방안은 엉망이야. 최근에는, 집에 가고 싶은 생각이 없어졌어」
「혹시, 선생님은 독신 생활을 하는 것입니까?」
「나의 고향은 치바의 두메 산골이야. 여기까지 오는데 3시간 이상은 걸려」
「애인은 없습니까?」
「그렇게 나의 개인적인 일에 흥미가 있어?」
「안됩니까?」
「네 이야기를 해 준다면 생각해 보지」
「그럴 작정입니다」
 시서리는 책을 묶어 놓은 리본끝을 잡고 책을 앞뒤로 흔들었다. 리본으로 묶여 있는 책의 하드커버는 묘하게 생생한 분위기를 감돌게 하면서 소녀의 손가락끝을 기점으로 공중을 날았다.

제3화

 아미는 매달린 두오킨의 저작물에 정신을 빼앗겨 부지불식간에 하반신을 책상에 올려놓았다. 시서리는 규칙적으로 책을 흔들면서 비가 연주하는 단조로운 소리처럼 정렬된 목소리로 여교사에게 물어 보았다.
「선생님, 가르쳐 주세요. 애인은 있습니까?」
「………대학 3년때부터 없어」
「새로운 애인을 만들 생각은 없습니까?」
「현재는 없어」
「어째서? 남자가 싫습니까?」
「그래……나를 좋아하게 되는 남자를, 나는 좋아하게 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해」
「선생님을 좋아하게 되는 타입은 어떤 남성입니까?」
「머더 콤플렉스. 그러한 말씨가 좋지 않다면, 여성에게 응석부리고 싶은 사람. 나의 가슴이 크기 때문에 그런 역할을 기대하는 것 같아」
「선생님은 자신의 가슴이 싫습니까?」
「옛날만큼은 아니지만, 지금도 좋아한다고는 말할 수 없어. 페미니즘에 흥미를 가졌던 것도 가슴에 대한 컴플렉스가 원인이었던 것이야」
「그것은 왜죠?」
「니키는 잘 모르겠지만, 버스트가 큰 사람은 바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 그것이 분해서 남자를 되돌아보려고 생각했던 것이 계기야」
「되돌아볼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까?」
「………모르겠어」
「어째서?」
 아미는 시서리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엉성한 숨을 내쉬며 눈을 감았다. 시각 정보가 완전하게 차단되고 지금까지 사귀었던 남자들의 얼굴---대학시절의 선배, 써클의 친구, 아르바이트할 때의 동료 ---가 순간적으로 눈에 떠올라 각자가 즉석 대사를 하면서 사라져 간다.
「너는 좀 더 가정적이라고 생각했는 데. 기대에 미치지 못했어」
「내가 너에게 요구하고 있던 것은 그런 게 아니야. 중요한 것은 애정이라고 생각하지 않아?」
「어째서 내가 말하면 하나같이 거역하지? 너는 입다물고 나에게 오는 것이 좋아」
「남자와 여자는 서로 알 수 없는 존재인 거야. 어디까지나 타인일 뿐이야. 너는 페미니즘을 배우고 있기 때문에 그 정도는 이해하고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어째서 남자인 내가 하는 것을 여자인 네가 거꾸로 해석하려고 하지?」
 아미는 양팔을 가슴팍으로 교차시켜 팔꿈치위를 피가 멈출 때까지 잡았다. 이마로 차가운 비지땀이 떠올라 있는 것을 눈을 감고 있어도 안다.
 남자들의 얼굴이 주마등처럼 차례차례로 지나가고 마지막에는 눈과 코에 검은 구멍이 있는 가면같은 얼굴로 변했다. 욕소리도 점차 피치가 올라 떠들석한 새의 울음소리같은 소리로 변한다.
 아미는 두 눈을 좌우로 돌리며 책상모서리를 양손으로 잡았다. 희미해진 시야에 마주보고 있는 시서리가 책에 묶인 리본을 풀어 블라우스 아래로 감고 있는 중이었다.
「미안해. 옛날 일이 조금 생각나서」
 아미는 한 손으로 이마를 닦고 시서리가 몸가짐을 정돈하는 모습을 눈을 뜨고 지켜보았다. 남자들의 얼굴은 어디를 보아도 보이지 않고, 도서실안은 빗소리 이외에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다.
 모든 것이 환상이었던 것이다. 환상이라고 하는 것이 올바르지 않다면 과거의 기억이 불쾌한 형태로 되살아났을 뿐이다. 그들에게 버려졌다고 생각해서는 안된다. 자신이 남겨졌다고 생각해서 죄책감에 시달려서는 안된다.
 아미는 집게손가락으로 아랫입술을 두드리며 방금전까지 묶여 있던 책에 손을 대었다. 목에 리본을 묶은 시서리는 합판제의 의자에 깊이 앉아 연달아 물음을 발하고 있었을 때와는 완전히 바뀐 가라앉은 어조로 지금까지와는 관계가 없는 이야기를 입에 담는다.
「제복을 입으면 구속된 기분이 듭니다」
「응?」
「그러니까, 나, 제복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아, 아. 그렇군. 의외로구나」
 아미는 갖고 있던 책을 수중으로 끌어 당겼다. 시서리는 다시 우등생의 단정한 얼굴로 양손을 살그머니 무릎 위에 놓었다.
「어째서 의외라고 생각합니까?」
「어울리기 때문에. 니키에게 딱맞는 것 같은 데」
「그렇게………보입니까」
「니키씨는 어떤 옷이 좋아?」
「나, 좋아하는 옷은 없습니다. 알몸이 좋습니다」
「………여자아이로서는 드문 일이네. 뭐, 그만큼 자신의 알몸에 자신이 있다는 것인가?」
「모릅니다」
 시서리는 희고 부드러운 뺨을 붉히며 양손으로 미끈하게 성장한 태퇴부를 어루만졌다. 아미는 책을 쌓여 있는 곳에 올려놓고 책상 위에서 양손을 잡았다.
「그러면, 내 질문이 틀린 것이군」
「부탁드립니다. 뭐든지 믿어 주세요」
「전부터 물으려고 생각하고 있던 것이지만, 어째서 너는 페미니즘에 흥미를 가지게 되었어?」
「시마츠 선생님과 같다고 말하면 납득하실 수 있나요?」
「당연하지」
「이것은, 누구에게도 이야기하지 않는다고 약속해 줄 수 있습니까?」
「개인적인 일이야?」
「네. 알려지고 싶지 않습니다」
「알았어.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는다고 약속하지」
「쿠스다 선생님은 코바야시의 일을 기억하고 있습니까? 그때, 원조교제가 발각되어 무기정학이 되었던………」
「기억하고 있어」
 아미는 눈 아래의 근육에 힘을 주고 담담한 시서리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2년 연속으로 최우수 학생으로 선정된 소녀의 입에서 「원조교제」라는 단어가 나오는 것은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다. 만약 그녀가 매춘 행위를 하고 있었다면 학교안이 대소동에 빠지는 것은 틀림이 없다.
 코바야시라는 여학생의 건이 비교적 원만하게 처리된 것은 그녀가 성적불량이나 잦은 결석이라고 하는 문제를 사전에 일으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때문에 아미도 코바야시의 변호를 제대로 하지 못했던 것이다.
「코바야시의 사건이 일어났을 때 선생님은 그녀를 감쌌다고 하던데요?」
「예. 나에게는 그렇게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어」
「나는 그 이야기를 듣고 혹시 쿠스다 선생님이라면 내 이야기를 들어 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습니다」
「설마, 니키도………」
「 나는 원조교제는 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우선 안심했어요」
「 그렇지만, 제 쪽이 코바야시보다 좀 더 나쁠지도 모릅니다」
「나쁘다고……… 무엇을 하고 있길래?」
「 나, 매일 섹스하고 있습니다. 매일 매일, 섹스 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안 되다니 무슨 말이야? 이해가 가질 않아」
「 나, 남동생과 섹스하고 있습니다. 매일 근친상간을 하고 있습니다」
 시서리의 고백은 아미의 숨을 차게 할 만큼 파괴력이 있었다. 여교사는 아연한 얼굴로 여학생의 말을 기도하는 것처럼 중얼거렸다.
「근친상간………」
「네. 나도 류군도, 그런 일을 하면 안 된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어느 쪽도 멈출 수 없어서………」
「잠깐만! 그 류군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네 동생이로군?」
「그렇습니다. 니키용일이라고 합니다. 히데아키 학교 2 학년입니다」
「………유명한 사립학교로군」
「네. 류군은 나보다 머리가 좋습니다. 내가 여기서 성적이 우수한 것도 류군에게 공부를 배우고 있는 탓입니다」
 시서리는 애인을 자랑하듯이 남동생에 대해 말하며 머뭇머뭇 신체를 움직였다. 아미는 시서리의 태도에 소름이 끼쳐 책상아래에서 다리를 진동시켰다.
 시서리가 남동생과의 육체 관계를 걱정하고 있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근친상간이라고 하는 금지된 행위의 앞에서는 원조교제라는 것은 가벼운 일인 것처럼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서리는 남동생을 미워하고 있지 않는 것을 숨길려고도 하지 않는다. 그녀가 용일이라는 소년에게 홀딱 반해서 그와의 성행위에 탐닉하고 있는 것은 소녀가 꿈꾸는 것 같은 표정을 보더라도 용이하게 짐작이 간다.
 이런 이상한 사태에 직면할 경우, 자신은 어떠한 행동을 하는 것이 좋을까? 알고 있는 한 페미니즘 문헌에는 부녀상간의 사례에 대한 것은 있지만 누이와 동생 상간의 사례에 대한 것은 본 적이 없다.
 부녀간도 누이와 동생간도 같은 근친상간으로서 취급해야 할 것일까? 그렇지 않으면, 누이와 동생 상간에는 특수한 사정이 존재하는 것일까? 어느 쪽이든 지금은 조금이라도 많은 정보를 들어 볼 필요가 있다.
「니키. 좀 더 자세한 사정을 이야기해 줄래?」
 아미는 바뀐 어조로 시서리에게 이야기했다. 시서리는 어찌된 영문인지 일순간 입을 작게 벌리고 복숭아색의 혀를 처럼 살짝 내비치면서 신체를 꼬며 고개를 숙였다.
 아미의 콧구멍은 책꽂이에서 감도는 책향기를 맡으며 그녀의 흔들리는 마음을 약간이나마 침착하게 해주었다. 그러나 그 향기안에는 금방 짜낸 밀크에다 감귤류의 엑기스를 더한 것 같은 단 빈의 냄새가 희미하게 포함되어 있었다.

제3장 완결

제4장으로 계속..


추천49 비추천 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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