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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정 8

동정 8

그들이 저녁을 마치고 아유꼬가 가져온 차를 마시고 있을 때 그녀의 어머니께서 돌아오셨다.
히로시는 어머니께 인사를 드렸다.
"안녕하세요?"
"오....... 히로시, 언제 왔어?"
"네, 오늘 왔습니다."
"그래, 반갑구나."
어머니는 히로시와 아유꼬를 번갈아 보면서 무언가 조금은 불안하면서도 그러나 히로시의 믿음직한 모습에 일말의 기대를 거는 듯했다.
"히로시."
"네....."
"우리 아유꼬를 사랑하고 있니?"
"네 그렇습니다. 어머니."
아유꼬의 어머니는 비로소 밝은 웃음을 띠면서 흐뭇한 표정이었다. 더구나 어머니라고 부르는 히로시를 지극히 사랑스러운 눈길로 바라보았다.
"아직 우리 아유꼬는 철이 없어서........."
혼자 중얼거리고서는 방으로 들어갔다.
아유꼬도 히로시가 자기 어머니께 한 말에 한없는 기쁨을 느꼈는지 어머니가 방ㅇ르 나서자 그대로 히로시의 품 속으로 파고들면서 말했다.
"히로시, 사랑해."
히로시는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다 a라고 물기 젖은 눈언저리에 키스했다.
"아유꼬, 나는 너밖에는 없어."
"히로시."
그들은 그렇게 하여 오랜 만에 만나 서로의 애정을 나누었고, 그리고 확인하였다. 누가 봐도 그들 두 사람은 마냥 행복하게 보였고 가장 이상적인 관계로 보였으며 장래를 인정받고 있었다.
그들은 매일같이 만났으며 아유꼬가 여름 휴가에 들어가자 두 사람만의 시간은 더욱 길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들이 찾은 곳은 때로는 아유꼬의 집인가 하면 한적한 시골의 오솔길일 수도 있었고, 인파가 붐비는 해변가 그리고 조용한 산사(山寺)였는가 하면 도심의 호텔일 수도 있었다.
그렇게 하여 히로시는 대학에 들어가 처음 맞은 여름 방학의 개학을 십여일 앞두고서 다시 도쿄로 돌아왔다.
히로시가 고향에서 돌아와 하숙집에 돌아도고 보니 집에는 할머니 혼자 계셨고 스미래 부인과 후미애는 없었다.
할머니 말로는 스미래 부인이 휴가를 얻어 후미애와 같이 친정집에 다니러 갔다는 것이며 앞으로 이틀 후면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히로시는 할 수 없이 그 기간 동안 식사를 밖에서 할 수밖에 없었다.
히로시는 지금까지 덮어두었던 책을 펴고 2학기 준비를 하기 시작하였다.
그는 2학기에는 자신이 좋아하는 독일 문학 분야를 더 열심히 하고 싶었으며 그래서 그 과목을 특별 선택 과목으로 신청하여 놓은 상태였다.
히로시는 다음날로 하교 도서관을 다녔다. 아무래도 집에서 보다는 많은 장서가 구비되어 있고 분위기도 도서관쪽이 훨씬 나았기 때문이었다.
도서관은 텅텅 비어 있는 상태였다. 아직은 방학중이었고 그리고 무더운 날씨탓이었는지 몇 사람 안 되는 학생들이 있을 뿐 한산한 편이었다.
그는 독일 문학 관계의 서적을 계속 탐구하고 싶었고, 그 분야에 많은 흥미를 갖고 있었다.
그날도 히로시는 열 시쯤 학교 도서관에 도착하여 열림실에서 책을 가져와 자신의 자리에 앉아 책을 펴들었다.
그는 우연히 옆을 바라보고 조금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약 세자리 건너뛴 자리에 한 여대생이 양팔을 베개삼아 잠이 들어 있었다.
히로시는 조금 이상하게 생각되었다. 남자도 아닌 여자가 오전부터 졸고 있는 것이 이상하였고 아홉 수부터 열리는 도서관문을 생각할 때 여학생은 분명 아침에 들어왔다기보다는 어제부터 이 도서관에 있었을 것만 같았다.
그러나 저러나 웬일로 이런데서 졸고 있을까, 아마도 어제 저녁 늦게까지 공부를 한 모양이며 피곤하다 보니 잠시 잠이 들어겠지 하고 생각하였다.
히로시는 그쯤 생각하고서는 자신의 공부에 열중하였다.
얼마나 지났을까 책 속에 파묻혔던 히로시가 자세를 고쳐앉으며 주위를 돌아다 보았을 때 아직도 그 여학생은 전과 다름없이 그대로 졸고 있었다. 히로시는 시계를 보았다. 정오가 가까워지고 있었다. 아무래도 좀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아무리 수면 부족이라 한들 몇 시간을 그 자세로 있는 것이 이상하게 느껴졌다.
히로시는 몸을 일으켜 그 쪽으로 다가가서 자세히 그녀를 바라보았다. 가늘지만 일정한 숨소리 같은 것이 들리는 것 같기도 하고 그렇지 않은 것 같기도 했다.
얼굴을 옆으로 하고 있는 그녀의 머리카락이 흘러내려 그녀의 얼굴을 반쯤 가리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얼굴색이 보통 사람과는 달리 무척 창백하게 보였다.
히로시는 아무래도 이상하여 그녀를 불러보았다.
"여보세요"
그러나 대답이 없었다. 그는 다시 한번 그녀를 불러본 다음 손으로 그녀의 어깨를 슬쩍 밀면서 불렀다.
"여보세요?"
그러나 전혀 대답이 없는 대신 그녀의 상체가 스르르 옆으로 쓰러지면서 그대로 바닥으로 넘어졌다. 히로시는 엉겁결에 그녀를 안으면서 다시 한번 불러보았지만 전혀 응답이 없었다.
그제서야 히로시는 이게 보통일이 아니라는 것을 직감하고서 그녀를 들쳐업고서 도서관 문을 나섰다.
방학중이어서 학교는 한산하였다. 수위를 찾아보았지만 눈에 띠지 않았다. 그는 급한 김에 그녀를 등에 업고서 그대로 뛰었다. 벌써 그녀의 몸은 축쳐져 있었고 등에 닿은 그녀의 몸에서는 체온을 느낄 수 없는 것 같았다.
그가 숨을 헐떡이면서 학교 운동장을 가로지르고 있을 때 마침 승용차가 막 들어서고 있었다. 히로시는 다급한 소리로 그 차를 향하여 소리를 질렀다. 바침 애하그이 교무처 직원이었다.
그들이 병원에 도착한 것은 그로부터 30분이 조금 지나서였다.
응급실을 찾아 그녀를 입원시킨 다음 다소의 마음을 진정시키고서 복도를 서성거리는 히로시의 마음은 착잡하였다.
한 시간쯤 지나자 환자의 보호자를 찾는 안내 방송이 흘러나왔다.
히로시는 의사에게 정중히 인사를 드렸다.
"학생이 환자의 보호자요?"
다소 무뚝뚝한 의사의 물음이다.
"네, 그렇습니다."
"하마터면 큰일 날 뻔하였소."
"어떻게 된 겁니까. 선생님"
"많은 양의 수면제를 먹었습니다."
"네........"
"조금만 시간이 지연됐더라도 생명을 잃었을 것입니다."
"네........"
"앞으로 약 일주일 정도 입원을 해야 할 겁니다."
히로시는 난처하였다. 일단 보호자라고 말하였고, 또한 응급실에 입원할 때부터 자신의 돈으로 입원을 시켰던 것이다.
마침 방학 때 어머니께서 주신 돈이 있었기에 할 수 없다는 생각은 하였지만, 앞으로도 일주일 가량 입원을 해야 한다면 문제였다.
그렇지만 이건 어쩔 수 없는 일이였다. 사람의 생명과 관계되는 한 모든 것을 체념하기로 작정하고서 수속을 끝낼 수밖에 없었다.
히로시는 수속을 끝낸 다음 그녀가 입원하여 있는 중환자실의 문을 살며시 열고서 안을 들여다보았다. 상당히 먼 거리에 그녀가 누워 있었으며 투명 유리관 같은 것이 그녀의 얼굴에 씌워 있었다. 그녀는 죽은 듯이 반듯이 누워 있었다. 멀리서 보아도 그녀의 얼굴은 밀랍과 같이 창백한 얼굴이었으며, 어쩐지 다시 살아날 것 같지 않아보였지만 그러나 의사의 말을 믿기로 하였다.
히로시는 병원문을 나서면서 생각하여 보았다. 분명 같은 대학의 학생인 것만은 사실이지만 그녀의 인적 사항은 전혀 알 길이 없었고, 무엇 때문에 그런 끔찍한 자살을 하려고 하였는지는 더욱 모를 일이다.
더구나 히로시는 학비로 받아온 돈의 반을 이미 병원비로 지불하고 말았다.
그는 다소 쓴웃음을 지으면서 학교로 돌아왔다. 경황중에 자신의 책도 챙기지 못하고서 그녀를 업고 병원으로 달렸던 생각에 다시 한번 자신이 앉았던 자리로 돌아왔다.
히로시는 자신이 보던 책을 손에 들고서 도서관을 나오다 말고 발길을 돌려 그녀의 자리를 유심히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그곳으로 발길을 옮겼다. 책상 위에는 그녀가 보고 있던 중국의 역사책이 펴져있고, 그녀가 앉아 있던 의자에는 그녀의 조그마한 백이 아직도 옆으로 걸쳐 있었다.
히로시는 그녀의 백을 집어들었다. 백은 검은색 베다에 적색이 곁들인 아름다운 색채를 띠고 있었으며 기다란 끈이 인상적이었다. 그는 그녀의 백을 집어들고서 하숙집으로 돌아왔다.
히로시는 무더운 날씨에 그녀를 들쳐업고 뛰었으며 당황한 나머지 어쩔 수 없는 책임감에 몹시 마음이 산란하였지만 비로소 그녀의 소생을 의사를 통하여 듣게 되었고 병원에 입원까지 시키고 보니 한결 마음이 놓여 긴자이 풀렸다.
그는 시원하게 목욕을 끝내고서 자기 방으로 돌아와서 자리에 누웠다.
히로시는 문득 그녀의 백이 궁금하였다. 그리하여 책상위에 있는 그녀의 백을 열어보았다.
백 속에는 그녀의 것으로 보이는 손수건과 간단한 화장품 도구들이 들어 있었으며 조그만한 수첩이 보였다. 히로시는 그 수첩을 꺼내어 펴보았다.
학생증과 철도 회수권과 만오천엔의 일화와 전화번호가 기입되어 있었다.
히로시는 비로소 그녀의 이름이 하치야 쓰네꼬이며 같은 대학의 중문학과 학생이란 것을 알게 되었으며 그녀의 집주소와 전화번호도 알 수 있었다.
히로시는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의 집으로 전화를 걸었다. 그러나 몇 번을 걸어도 전화를 받지 않았다. 그는 다소 실망하였지만 어쩔 수 없었다. 히로시는 다음날 그녀의 집을 찾아가기로 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 날 히로시가 그녀의 집을 찾아간 것은 열시가 조금 지난 시간이었다. 그녀의 집은 아파트였으므로 찾기에 별로 어려움이 없었다. 아파트 벨을 수 없이 눌러보았지만 전혀 응답이 없었다. 하긴 어젯밤 전화를 받지 않은 점도 이상하였다. 히로시는 생각다 못하여 바로 옆집의 벨을 눌러보았다. 조금 지나자 깜찍하게 행긴 단발머리 소녀가 문을 열고 나왔다.
히로시는 그 소녀를 만난 다음 아파트의 층계를 내려오면서 여러 가지 상념에 잠길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지금 병원에 입원하여 있는 그녀의 환경이나 입장을 비로소 이해할 것 같았다.
그녀의 어머니는 중국인이었다. 물론 그녀의 아버지는 일본 사람이며 약 10일 전 그녀의 어머니가 자살하였다는 것으로 보아 그녀의 입장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다. 뭔가 복잡한 사정이 있는 것만은 사실이었고 그녀 역시 막다른 길을 태하게 된 동기도 짐작이 갈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히로시는 그 길로 병원으로 가보았다. 그녀는 아직도 중환자실에 있었다.
의사의 말대로라면 내일쯤에나 회복이 될 것이며 바른 정신이 들게 될 것 같다고 말하였다.
히로시가 도서관에서 공부를 하고 하숙집으로 돌아오자 친정에 가 있던 흐미래 부인과 후미애가 돌아와 있었다.
"히로시 학생"
"부인, 언제 오셨습니까?"
그녀는 히로시를 보자 무척 반가운 모양이었다. 조금은 검게 타보이는 그녀의 얼굴로 보아서 아마도 해수욕을 다녀온 모양이었다.
"히로시 학생 미안해요. 저 때문에 식사도 못하고........"
"괜찮습니다."
"그래 방학은 잘 보냈어요?"
"네........... 고향에서 푹 쉬었습니다."
그녀는 무언가 색다른 말을 하고픈 모양이었지만 안에 계시는 할머니 때문에 몹시 신경을 쓰는 눈치였다.
히로시는 스미래 부인의 표정에서 지난날의 일들이 머리에 떠오르고 저렇게 얌전하기만한 여자가 어디서 그런 요염하고 끝없는 욕정이 발산되는지 의문스러울 정도였다.
외모로 보는 스미래 부인의 모습은 너무나 아름답고 정숙하며 가냘픈 인상이다. 그러나 그녀의 뜨거운 여체에 불이 당겨지면 욕정은 끝이 없었고 모든 사고 방식이 마비된 하나의 요녀일 수밖에 없었다. 그녀의 무르익은 육체는 불덩이 같이 뜨겁고 몇 년 동안 막혀 있던 욕정의 문이 한번 열리고 나면 끝없는 갈구에 자신을 불사르는 그런 여자였다.
히로시는 그날 저녁부터 다시 후미애의 공부를 지도하였다.
"아저씨."
"왜?"
"고향에 가서 어떻게 지냈어요?"
"으음............ 구경도 다녔고 공부도 했지."
"후미애는?"
"저는요. 방학 동안 재미있었던 일이 있어요."
"그게 뭔데."
"엄마랑 해수욕장에 갔거든요."
"정말 재미있었겠구나"
"아저씨도 같이 갔으면 더 좋았을걸"
"글세 말이다."
"그래 얼마 동안이나 있었니?"
"오일간이요"
그러면서 후미애는 해수욕장에서 있었던 여러 가지 일들을 이야기했다. 후미애도 조금 있으면 중학생이 된다. 벌써부터 후미애의 행동에서는 이제 막 사춘기의 문턱에 들어서고 있다는 신호이기라도 하듯이 여러 가지 그런 면을 느낄 수 있었다. 그 한 예로 해수욕장에서 자신이 수영팬티를 입고 있으니 어느 알지도 못하는 중학생 녀석이 졸졸 따라다녔느니 또는 어찌하여 남자는 위를 전부 젓고 다니지만 여자는 그 반대냐는 등, 지금까지 들어보지 못한 질문들을 히로시에게 묻곤 하는 것이었다.
그때 마침 문이 열리면서 스미래 부인이 야식을 들고서 들어왔다.
"히로시 학생, 우리 후미애 때문에 신경을 많이 쓰게 해서 죄송해요."
그녀는 다소 장황하게 말을 이어갔다.
"후미애, 이제 오늘은 이만하고 어서 내려가렴."
"네........."
후미애가 나가자 스미래 부인의 시선은 곧바로 히로시에게 집중되었다. 그리고는 히로시의 앞에 다소곳이 앉으며 물었다.
"방학은 즐겁게 보냈나요?"
"네 스미래 부인."
화장을 지운 그녀의 얼굴은 깨끗하고 청순해 보였으며 흘러내린 머리카락은 불빛에 반사되고 있었다. 그녀의 손은 가늘게 떨리고 있으며 무슨 말을 하려다 말고서 히로시의 얼굴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히로시 학생"
"네 부인"
"무척 보고 싶었어요."
결굴 지금까지 머뭇거리며 하고픈 말은 그것이었다는 듯이 그대로 히로시의 품속으로 파고들며 그녀의 입술이 덮쳐왔다.
히로시도 그녀의 가는 허리를 와락 끌어안으며 뜨거운 키스를 퍼부었다.
"히로시"
"부인"
"너무나 보고 싶었어"
"저도 마찬가집니다."
히로시는 조금도 거리낌없이 그녀의 말에 동조하였다.
"나 한번 만져보고 싶어."
"그러나 부인"
"잠깐이면 돼"
그녀의 손은 이미 히로시의 잠옷 속을 파고들고 있었다. 그녀의 부드러운 손이 자신의 중심을 꽉 움켜쥐었을 때 히로시는 자신도 모르게 탄성이 터져나왔다.
"부인, 할머니께서 아시면."
"알아요. 이젠 가봐야 되요"
"그게 좋겠습니다. 부인."
그녀는 다시 한번 히로시의 중심을 꼭 쥐었다.
"너무나 뜨거워요."
"부인, 기회가 있겠지요."
"알았어요"
그녀는 흐트러진 옷 매무새를 고치고서 마지막으로 히로시의 입에 키스를 남기고서 나갔다. 서로가 달아오른 불길을 진정시키기란 어려운 일이었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이 집에 할머니가 계시는 한은 조금의 실수라도 있어서는 안되었다. 더구나 그 할머니는 요즘 건강이 좋지 못하여 매주 다니던 절에도 갈 수가 없어서 히로시와 스미래 부인과의 관계에 적지 않은 방해가 될 수밖에 없었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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