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련님과 동거하기 시즌2 - 에필로그
도동시즌2 . . .21(완결)
술취한 시준을 가까스로 침대에 눕혔다.
워낙 술에 약해 조금만 마셔도 취하는 시준이 평소보다 좀 과하다 싶을만큼 술을 마셨기에,
그대로 뻗어버린 것이다. 시우는 형을 침대에 눕혀놓고 거친 숨을 몰아 쉬었다.
얼굴에 땀방울이 흘러내리고, 4층까지 시준을 업고 걸어오느랴 다리가 후들거렸다.
그때, 수연이 작은 미니냉장고에서 생수를 따라 건네 준다.
"이거 마셔요."
"아. 네..."
벌컥벌컥 물을 마셨다.
한편 수연은 시준의 겉옷을 벗겨내고 이불을 덮어준다.
"술... 너무 많이 마셨나봐요... 도련님은 괜찮아요??"
"네..."
어색한 공기가 방안을 맴돈다.
물론 깊은 잠에 골아떨어졌다해도, 엄연히 형이 있는 자리에서, 그녀, 수연을 껴안을 수는
없기에... 시우는 잠시 건네준 물컵을 매만져본다.
"그래요... 그럼. 가서 쉬세요."
애석하게도 수연은 시우보고 가서 쉬라고 말한다.
대답은 하고 밖으로 나와 옆방 열쇠를 돌려 문을 열고 들어와 침대에 누웠지만.
어쩐지 수연의 눈빛에서 찾을 수 있는 것은 아무거도 없었다.
행여, 그녀가 좀 더 시간이 흐른후 자신이 머문 방으로 오지 않을까 기다려보기로 맘 먹었지만,
이미 새벽 1시가 넘어가는 시계바늘을 봐도 그런 기척은 없었다.
속이 서서히 타들어가고 애타진 시우는 그대로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잠시만이라도 수연이 얼굴만이라도 볼 수 있었으면...
그랬으면...
아...
시우는 용기를 내어 수연과 시우가 머물고 있는 객실의 문을 조심스레 두두렸다.
그때까지 잠을 청하지 않고 있던 수연은 살짜기 들려오는 방문의 노크소리에 가슴이 쿵쿵 떨려왔다.
시우가 지금 자신을 부르는 거와 같은 신호...
수연은 이대로 잠이 든척 잠을 자야할지. 아니면 잠시만 시우 얼굴이라도 보고 들어와야 할지...
두 갈레로 뻣어난 선택의 기로에서 머뭇거렸다.
다시금 시우가 두두리는 두툼한 노크소리가 들려온다.
수연은 고갤 돌려 시준을 내려본다.
곤히 낮은 콧소릴 내며 자고 있는 시준은 깊게 잠의 나락에 빠져 흔들어도 좀처럼 일어날 것 같아 보이지 않았다.
수연은 가만히 시준을 흔들었다.
"오..오빠!!"
좀 더 강도를 높혀 그를 흔들어본다.
하지만, 시준은 별 반응없이 여전히 낮은 콧소릴내며 평온한 얼굴로 깊은 꿈 어디쯤을 헤메듯,
일어나지 않았다.
수연은 걷옷을 살며시 걸치고는 짧게 숨을 내쉬고는 찬찬히 문쪽으로 걸어갔다.
차가운 금속 손잡이를 돌려, 빼꼼히 문을 열자, 시우의 애타는 눈빛과 마주쳤다.
"도련님... 왜... 잠을 안자고..."
시우는 손을 뻗어 수연의 손목을 휙 낚아챘다.
그리고 그녀를 힘껏 잡아 당겨, 방에서 빼어내고는 조심히 문을 닫아버렸다.
수연은 갑작스러운 시우의 행동에 좀 당황한 얼굴로 걸치고 있던 겉옷을 움추리듯 잡았다.
"형수님. 나...나랑 있으면 안돼요??"
"아. 도련님..."
"잠깐만.. 형이 깨기전에 돌려보내 줄테니.. 아주 잠깐만..."
"안돼. 그럴 수 없어요..."
"형....형수님??"
수연은 더이상 시우와의 관계를 지속해선 안된다는 생각이 머리속을 지나쳤다.
더는.. 일어나선 안될 일이다. 물론 마음 찢어지듯 시우를 원하고 시우와 함께 지내고 싶지만.
그녀은 어쩜 아길 가진 것일지도 모르는데...
아기가 생겼다면, 그런 거라면... 더는. 더는 시동생과의 관계를 더이상 지속해선 안된는 거다.
"나... 임신했어요..."
"네...???"
"이제 도련님.. 삼촌 되는 거라고요...
그러니. 더는 안돼...
알죠? 무슨 말이지?? 응??"
수연은 문을닫고 방으로 휭하니 들어가버렸다.
들어가버린 방문을 바라보는 시우는 얼음처럼 그대로 굳어버린채 멍하니 서 있었다.
수연이 아기를 가졌다는 이야긴 정말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아기가 생겼다면. 그런 거라면...
더는 수연은. 수연은... 자신의 연인이 될 수 없다는 것...
시우는 숨이 막혀왔다.
그리고 온 몸의 힘이 손끝으로 빠져나간듯 그대로 풀썩 쓸러지듯 주저 앉아버렸다.
"그래... 잘 지내고. 시간 되면 또 올게..."
"형... 형수님... 그럼 잘 들어가세요!!"
"네.. 도련님."
시우와 헤어져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수연은 내내 냉정하게 굳은 시준의 표정이 신경쓰였다.
아무런 말도 없이 운전에 몰두한 시준에게 이처럼 냉랭한 표정이 있었나 의심이 들만큼,차가워
좀처럼 말을 붙이기도 힘들었다.
"오.. 오빠... 무슨 기분 나쁜 일이라도 있었어요?"
"............"
"왜 아무말도 않고... 말하기 별로예요?"
"너. 좋았니?"
"네??"
여전히 앞을 보고 말하는 냉정한 시준의 목소리...
"시우 만나니까 좋더냐고..."
"아. 네... 도련님 모처럼 만나니 그럼요 반가웠죠..."
"그랬어???"
"네... 오빠!"
하나씩 내리던 눈은 점점 속도가 붙어 함박눈으로 변해버렸다.
고속도로를 달리던 속도도 점점 줄어들법 했지만 시준은 평상시보다 좀 더 빠르게 움직일 뿐
여전히 운전에 온 힘을 기울이고 있었다.
"눈이 재법 많이 와요 오빠!!"
"그래.. 넌 눈오는 날이 좋다고 했으니 이런 날도 좋을 거야?"
"아뇨.. 너무 질리게 눈을 봐서 그런지 별로예요..."
"그래서 시우였니??
내가 너무 질려서 시우였니??"
"네?? 오빠... 뭐라고 했어요??"
시준의 말에 수연은 오금이 저려왔다.
가슴이 탁하지 지금 들은 말이 잘못 들은것이길 바랄만큼...
숨이 점점 거칠어져온다.
"난 널 믿었어...
죽을만큼 사랑했는데...
다른사람도 아니고 시우? 어떻게 그렇게 가증스런 얼굴로..."
"오...오빠..?"
"난 널 용서 못하겠어!!!!"
거친 시준의 목소리가 크게 떨려온다.
수연은 너무 놀라 몸을 움추리고 말았다.
하지만 두근거리며 겁에 질려 떨리는 심장소린 배 밖으로 튀어나올 것처럼 불안했고,
모든걸 알아버린 시준은 더이상 이성적으로 수연을 대할 수 없는 듯 연신 소릴 질러대며 외친다.
"왜!!!
왜!!!!
시우니???"
"아... 오..오빠.."
"더러운 년!"
시준은 가속페달을 밟고 힘껏 차의 속력을 높혔다.
미끄러운 고속도로 길을 가르는 차의 속도는 기준치를 훨씬 넘고,
자칫 잘못하면 그대로 사고가 나버릴 것만 같이 불안하게 몰아간다.
이미 시준의 이성은 풀려버리고,
겉잡을 수 없는 배신감에 불타오르고 있을 뿐이었다.
"정말!!! 왜!!!! 시우냐고???"
끼이이이이이이익~~~~~~
퍼어억~탕~~~~
어떻게 병원에 실려왔는지.
머리속이 깨질듯 아팠다. 눈을 떴는데 모든게 희미하다.
팔다리의 감각이 돌지 않고, 무겁게 짙눌린 아픔이 계속해서 온 몸을 괴롭힌다.
가는 손가락을 움직여 보려 애쓰지만 쉽지 않다.
간호사는 곁에서 간단히 차트에 기록들을 적어나가다, 체온기를 빼내고 다시금 사각이며 적어내려간다.
눈을 돌려 주위를 살펴보지만 아무거도 감 잡을 수가 없다.
아무것도...
아무것도.....
그때 문을 박차고 군복을 입은 시우가 놀란 얼굴로 들어왔다.
시우가... 이미 눈시울이 붉게 붉혀진 시우가...
울부짖으며 매달리듯 쓰러진다.
"형!!! 형!!!!"
"아... 시..시우야... 난 괜찮아... 걱정마...."
"형........
형수님이... 형수님이....
돌아가셨어...
바보같이 어떻게 운전을 한거야???
어떻게??
형수님 ...
형수님 형 아기 가진거 몰랐어??
그랬던 거야???
그랬던...거....냐고...."
"뭐...??"
시준은 머릴 강하게 붙이친 것보다 더 크게 울리는 듯 멍했다.
어째서...
어째서.........
시준이 모처럼 일찍 집에 들어왔던 어제, 우연찮게 편지함에 꽃아진 시우의 편지를 발견했다.
사실 군대간지 한참이 되었어도 시우의 편지한통을 받아본 적 없었던 시준은,
생각지도 않은 동생의 편지가 대견에 누구 앞으로 되어있는지 조차 살펴보지 않고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면서 편지를 뜯어내 읽어보았다.
사랑하는 형수님...
이라는 문구아래 깨알같이 적혀져 나간 시우의 애정어린 글을 읽는 동안 시준은 얼굴일 그대로
경직되어버리고 말았다. 이건 시동생이 형수에게 보내는 편지라고는 도저히 믿을 수없는..
마치 사랑하는 연인에게 보내는 글보다 더 절절한게 다 읽고 나니 마음이 꺼림직 했다.
"미칠것처럼 당신을 그리워하는 " 혹은 "당신의 연인"이라는 단어랄지..
시준은 답답했다.
뭔가 알아봐야겠다 싶어,
시준은 시우의 방으로 들어갔다.
생전 시우의 방에 들어갈 일이 없었던 시준은 좀 낮설었다.
항상 드다들던 집에 이런 공간이 있는게 오히려 이상할 만큼....
찬찬히 책상에 맞물려 있던 의자를 끄집어 내 앉아 방을 둘러보다, 서랍을 열어보았다.
첫번째 서랍은 잡다한 문구용품이 들어 있고, 두번째 서랍또한 별다른 것 없는 것들 뿐이다.
그리고 마지막 서랍...
이 서랍은 문이 열리지 않았다.
마치 단단히 고정된 듯 열리지 않은 마지막 서랍,
시준은 자기도 모르게 강합적으로 힘을 가해, 교묘히 설치되어 있는 밑바닥 자물쇠를 발견했다.
그리고 쇠붙이를 공구박스를 가져와 끊어내고,
서랍을 열었다.
몇권의 책들이 하나가득 싸여 있다.
시우가 즐겨보던 소설책이라던지 공부에 도움이 되는 서적들 뿐...
별다른 것이 발겨되지 않는데...
맨 밑 바닥에, 일기장이 발견되었다.
처음 수연을 가졌던 날의 숨막히게 떨리는 기억...
그 후로 다시금 그녀를 탐했던 흔적들..
시준이 자릴 비울때면
그녀의 연인이 되어 마치 신혼부부처럼 지내왔던 내용들...
수연이 민감한 체위와 성감대까지 사실적으로 묘사되어 있는...
시준은 치를 떨며 오열했다.
도무지 용서할 수가 없다....
순수한 시우를... 공부밖에 모르는 녀석을 자기가 자릴 비울때마다 어떻게 했길래...???
시준의 분노는 수연에게 곧장 화살이 날아가 대단하게 박혀버렸다.
시준은 수연을 죽이고 싶을만큼 용서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서서히 준비를 했다.
미뤄서 좋을 것도 너무 서둘러서 나쁠것도 없기에...
당장 시우를 만나러 가기로 약속하고 차를 몬다.
시우와 함께 있는 수연의 눈동자는 설레임에 그리고 두근거리는 그리움에 양볼이 알싸히 물든다.
괴로웠다. 그런 수연을 바라보는 것이 너무도 끔찍했다.
과하게 술을 마시면서 그러면서도 취하지도 않았던 시준은...
지난 밤 수연이 잠시 나갔다 오는걸 느끼고 말았다.
모든 것이 거짓이길...
그래도 거짓말이길 그처럼 바랬건만....
시우와 헤어져 돌아오는 길 내내,
시준은 수연을 쳐다보고 싶지도 않았다.
마주쳐 오는 트럭이 보이며 그래, 트럭이 보이면 같이 죽은 거야... 그래.. 같이...
차라리 같이...
맞은편에 빠앙~하고 달려드는 차에 곤두박질 치려 패달을 밟는다.
하지만...
그 아차 싶은 순간.. 핸들을 힘껏 오른쪽으로 틀었다.
간신히 시준을 비켜 차는 수연이 앉은 자리와 정통으로 붙이쳐 수연은 그대로 튀어 나가버렸다.
뼈마디가 아작난 상태로, 허공을 향해...
시준은 눈을 감았다.
감아버렸다...
"아... 아기를... 가졌다고??? 수..수연이가... 내 아기를...."
혼자말처럼 주얼거리는 시준...
그 옆에 수연의 죽음에 미칠듯 울부짖는 시우...
여전히 창밖은 하이얀 눈이 내리고,
점점 날은 어두워만 갔다.
불꽃처럼 타올랐던 그들의 사랑도, 그들의 증오도... 그렇게 어둠속으로 사라졌다.
술취한 시준을 가까스로 침대에 눕혔다.
워낙 술에 약해 조금만 마셔도 취하는 시준이 평소보다 좀 과하다 싶을만큼 술을 마셨기에,
그대로 뻗어버린 것이다. 시우는 형을 침대에 눕혀놓고 거친 숨을 몰아 쉬었다.
얼굴에 땀방울이 흘러내리고, 4층까지 시준을 업고 걸어오느랴 다리가 후들거렸다.
그때, 수연이 작은 미니냉장고에서 생수를 따라 건네 준다.
"이거 마셔요."
"아. 네..."
벌컥벌컥 물을 마셨다.
한편 수연은 시준의 겉옷을 벗겨내고 이불을 덮어준다.
"술... 너무 많이 마셨나봐요... 도련님은 괜찮아요??"
"네..."
어색한 공기가 방안을 맴돈다.
물론 깊은 잠에 골아떨어졌다해도, 엄연히 형이 있는 자리에서, 그녀, 수연을 껴안을 수는
없기에... 시우는 잠시 건네준 물컵을 매만져본다.
"그래요... 그럼. 가서 쉬세요."
애석하게도 수연은 시우보고 가서 쉬라고 말한다.
대답은 하고 밖으로 나와 옆방 열쇠를 돌려 문을 열고 들어와 침대에 누웠지만.
어쩐지 수연의 눈빛에서 찾을 수 있는 것은 아무거도 없었다.
행여, 그녀가 좀 더 시간이 흐른후 자신이 머문 방으로 오지 않을까 기다려보기로 맘 먹었지만,
이미 새벽 1시가 넘어가는 시계바늘을 봐도 그런 기척은 없었다.
속이 서서히 타들어가고 애타진 시우는 그대로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잠시만이라도 수연이 얼굴만이라도 볼 수 있었으면...
그랬으면...
아...
시우는 용기를 내어 수연과 시우가 머물고 있는 객실의 문을 조심스레 두두렸다.
그때까지 잠을 청하지 않고 있던 수연은 살짜기 들려오는 방문의 노크소리에 가슴이 쿵쿵 떨려왔다.
시우가 지금 자신을 부르는 거와 같은 신호...
수연은 이대로 잠이 든척 잠을 자야할지. 아니면 잠시만 시우 얼굴이라도 보고 들어와야 할지...
두 갈레로 뻣어난 선택의 기로에서 머뭇거렸다.
다시금 시우가 두두리는 두툼한 노크소리가 들려온다.
수연은 고갤 돌려 시준을 내려본다.
곤히 낮은 콧소릴 내며 자고 있는 시준은 깊게 잠의 나락에 빠져 흔들어도 좀처럼 일어날 것 같아 보이지 않았다.
수연은 가만히 시준을 흔들었다.
"오..오빠!!"
좀 더 강도를 높혀 그를 흔들어본다.
하지만, 시준은 별 반응없이 여전히 낮은 콧소릴내며 평온한 얼굴로 깊은 꿈 어디쯤을 헤메듯,
일어나지 않았다.
수연은 걷옷을 살며시 걸치고는 짧게 숨을 내쉬고는 찬찬히 문쪽으로 걸어갔다.
차가운 금속 손잡이를 돌려, 빼꼼히 문을 열자, 시우의 애타는 눈빛과 마주쳤다.
"도련님... 왜... 잠을 안자고..."
시우는 손을 뻗어 수연의 손목을 휙 낚아챘다.
그리고 그녀를 힘껏 잡아 당겨, 방에서 빼어내고는 조심히 문을 닫아버렸다.
수연은 갑작스러운 시우의 행동에 좀 당황한 얼굴로 걸치고 있던 겉옷을 움추리듯 잡았다.
"형수님. 나...나랑 있으면 안돼요??"
"아. 도련님..."
"잠깐만.. 형이 깨기전에 돌려보내 줄테니.. 아주 잠깐만..."
"안돼. 그럴 수 없어요..."
"형....형수님??"
수연은 더이상 시우와의 관계를 지속해선 안된다는 생각이 머리속을 지나쳤다.
더는.. 일어나선 안될 일이다. 물론 마음 찢어지듯 시우를 원하고 시우와 함께 지내고 싶지만.
그녀은 어쩜 아길 가진 것일지도 모르는데...
아기가 생겼다면, 그런 거라면... 더는. 더는 시동생과의 관계를 더이상 지속해선 안된는 거다.
"나... 임신했어요..."
"네...???"
"이제 도련님.. 삼촌 되는 거라고요...
그러니. 더는 안돼...
알죠? 무슨 말이지?? 응??"
수연은 문을닫고 방으로 휭하니 들어가버렸다.
들어가버린 방문을 바라보는 시우는 얼음처럼 그대로 굳어버린채 멍하니 서 있었다.
수연이 아기를 가졌다는 이야긴 정말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아기가 생겼다면. 그런 거라면...
더는 수연은. 수연은... 자신의 연인이 될 수 없다는 것...
시우는 숨이 막혀왔다.
그리고 온 몸의 힘이 손끝으로 빠져나간듯 그대로 풀썩 쓸러지듯 주저 앉아버렸다.
"그래... 잘 지내고. 시간 되면 또 올게..."
"형... 형수님... 그럼 잘 들어가세요!!"
"네.. 도련님."
시우와 헤어져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수연은 내내 냉정하게 굳은 시준의 표정이 신경쓰였다.
아무런 말도 없이 운전에 몰두한 시준에게 이처럼 냉랭한 표정이 있었나 의심이 들만큼,차가워
좀처럼 말을 붙이기도 힘들었다.
"오.. 오빠... 무슨 기분 나쁜 일이라도 있었어요?"
"............"
"왜 아무말도 않고... 말하기 별로예요?"
"너. 좋았니?"
"네??"
여전히 앞을 보고 말하는 냉정한 시준의 목소리...
"시우 만나니까 좋더냐고..."
"아. 네... 도련님 모처럼 만나니 그럼요 반가웠죠..."
"그랬어???"
"네... 오빠!"
하나씩 내리던 눈은 점점 속도가 붙어 함박눈으로 변해버렸다.
고속도로를 달리던 속도도 점점 줄어들법 했지만 시준은 평상시보다 좀 더 빠르게 움직일 뿐
여전히 운전에 온 힘을 기울이고 있었다.
"눈이 재법 많이 와요 오빠!!"
"그래.. 넌 눈오는 날이 좋다고 했으니 이런 날도 좋을 거야?"
"아뇨.. 너무 질리게 눈을 봐서 그런지 별로예요..."
"그래서 시우였니??
내가 너무 질려서 시우였니??"
"네?? 오빠... 뭐라고 했어요??"
시준의 말에 수연은 오금이 저려왔다.
가슴이 탁하지 지금 들은 말이 잘못 들은것이길 바랄만큼...
숨이 점점 거칠어져온다.
"난 널 믿었어...
죽을만큼 사랑했는데...
다른사람도 아니고 시우? 어떻게 그렇게 가증스런 얼굴로..."
"오...오빠..?"
"난 널 용서 못하겠어!!!!"
거친 시준의 목소리가 크게 떨려온다.
수연은 너무 놀라 몸을 움추리고 말았다.
하지만 두근거리며 겁에 질려 떨리는 심장소린 배 밖으로 튀어나올 것처럼 불안했고,
모든걸 알아버린 시준은 더이상 이성적으로 수연을 대할 수 없는 듯 연신 소릴 질러대며 외친다.
"왜!!!
왜!!!!
시우니???"
"아... 오..오빠.."
"더러운 년!"
시준은 가속페달을 밟고 힘껏 차의 속력을 높혔다.
미끄러운 고속도로 길을 가르는 차의 속도는 기준치를 훨씬 넘고,
자칫 잘못하면 그대로 사고가 나버릴 것만 같이 불안하게 몰아간다.
이미 시준의 이성은 풀려버리고,
겉잡을 수 없는 배신감에 불타오르고 있을 뿐이었다.
"정말!!! 왜!!!! 시우냐고???"
끼이이이이이이익~~~~~~
퍼어억~탕~~~~
어떻게 병원에 실려왔는지.
머리속이 깨질듯 아팠다. 눈을 떴는데 모든게 희미하다.
팔다리의 감각이 돌지 않고, 무겁게 짙눌린 아픔이 계속해서 온 몸을 괴롭힌다.
가는 손가락을 움직여 보려 애쓰지만 쉽지 않다.
간호사는 곁에서 간단히 차트에 기록들을 적어나가다, 체온기를 빼내고 다시금 사각이며 적어내려간다.
눈을 돌려 주위를 살펴보지만 아무거도 감 잡을 수가 없다.
아무것도...
아무것도.....
그때 문을 박차고 군복을 입은 시우가 놀란 얼굴로 들어왔다.
시우가... 이미 눈시울이 붉게 붉혀진 시우가...
울부짖으며 매달리듯 쓰러진다.
"형!!! 형!!!!"
"아... 시..시우야... 난 괜찮아... 걱정마...."
"형........
형수님이... 형수님이....
돌아가셨어...
바보같이 어떻게 운전을 한거야???
어떻게??
형수님 ...
형수님 형 아기 가진거 몰랐어??
그랬던 거야???
그랬던...거....냐고...."
"뭐...??"
시준은 머릴 강하게 붙이친 것보다 더 크게 울리는 듯 멍했다.
어째서...
어째서.........
시준이 모처럼 일찍 집에 들어왔던 어제, 우연찮게 편지함에 꽃아진 시우의 편지를 발견했다.
사실 군대간지 한참이 되었어도 시우의 편지한통을 받아본 적 없었던 시준은,
생각지도 않은 동생의 편지가 대견에 누구 앞으로 되어있는지 조차 살펴보지 않고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면서 편지를 뜯어내 읽어보았다.
사랑하는 형수님...
이라는 문구아래 깨알같이 적혀져 나간 시우의 애정어린 글을 읽는 동안 시준은 얼굴일 그대로
경직되어버리고 말았다. 이건 시동생이 형수에게 보내는 편지라고는 도저히 믿을 수없는..
마치 사랑하는 연인에게 보내는 글보다 더 절절한게 다 읽고 나니 마음이 꺼림직 했다.
"미칠것처럼 당신을 그리워하는 " 혹은 "당신의 연인"이라는 단어랄지..
시준은 답답했다.
뭔가 알아봐야겠다 싶어,
시준은 시우의 방으로 들어갔다.
생전 시우의 방에 들어갈 일이 없었던 시준은 좀 낮설었다.
항상 드다들던 집에 이런 공간이 있는게 오히려 이상할 만큼....
찬찬히 책상에 맞물려 있던 의자를 끄집어 내 앉아 방을 둘러보다, 서랍을 열어보았다.
첫번째 서랍은 잡다한 문구용품이 들어 있고, 두번째 서랍또한 별다른 것 없는 것들 뿐이다.
그리고 마지막 서랍...
이 서랍은 문이 열리지 않았다.
마치 단단히 고정된 듯 열리지 않은 마지막 서랍,
시준은 자기도 모르게 강합적으로 힘을 가해, 교묘히 설치되어 있는 밑바닥 자물쇠를 발견했다.
그리고 쇠붙이를 공구박스를 가져와 끊어내고,
서랍을 열었다.
몇권의 책들이 하나가득 싸여 있다.
시우가 즐겨보던 소설책이라던지 공부에 도움이 되는 서적들 뿐...
별다른 것이 발겨되지 않는데...
맨 밑 바닥에, 일기장이 발견되었다.
처음 수연을 가졌던 날의 숨막히게 떨리는 기억...
그 후로 다시금 그녀를 탐했던 흔적들..
시준이 자릴 비울때면
그녀의 연인이 되어 마치 신혼부부처럼 지내왔던 내용들...
수연이 민감한 체위와 성감대까지 사실적으로 묘사되어 있는...
시준은 치를 떨며 오열했다.
도무지 용서할 수가 없다....
순수한 시우를... 공부밖에 모르는 녀석을 자기가 자릴 비울때마다 어떻게 했길래...???
시준의 분노는 수연에게 곧장 화살이 날아가 대단하게 박혀버렸다.
시준은 수연을 죽이고 싶을만큼 용서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서서히 준비를 했다.
미뤄서 좋을 것도 너무 서둘러서 나쁠것도 없기에...
당장 시우를 만나러 가기로 약속하고 차를 몬다.
시우와 함께 있는 수연의 눈동자는 설레임에 그리고 두근거리는 그리움에 양볼이 알싸히 물든다.
괴로웠다. 그런 수연을 바라보는 것이 너무도 끔찍했다.
과하게 술을 마시면서 그러면서도 취하지도 않았던 시준은...
지난 밤 수연이 잠시 나갔다 오는걸 느끼고 말았다.
모든 것이 거짓이길...
그래도 거짓말이길 그처럼 바랬건만....
시우와 헤어져 돌아오는 길 내내,
시준은 수연을 쳐다보고 싶지도 않았다.
마주쳐 오는 트럭이 보이며 그래, 트럭이 보이면 같이 죽은 거야... 그래.. 같이...
차라리 같이...
맞은편에 빠앙~하고 달려드는 차에 곤두박질 치려 패달을 밟는다.
하지만...
그 아차 싶은 순간.. 핸들을 힘껏 오른쪽으로 틀었다.
간신히 시준을 비켜 차는 수연이 앉은 자리와 정통으로 붙이쳐 수연은 그대로 튀어 나가버렸다.
뼈마디가 아작난 상태로, 허공을 향해...
시준은 눈을 감았다.
감아버렸다...
"아... 아기를... 가졌다고??? 수..수연이가... 내 아기를...."
혼자말처럼 주얼거리는 시준...
그 옆에 수연의 죽음에 미칠듯 울부짖는 시우...
여전히 창밖은 하이얀 눈이 내리고,
점점 날은 어두워만 갔다.
불꽃처럼 타올랐던 그들의 사랑도, 그들의 증오도... 그렇게 어둠속으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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