녀석의 덫(아내의 비밀) -3
녀석의 덫(아내의 비밀) -3
자신을 개에 빗대어 신나게 떠들고 있는 신세준을, 나는 멍한 표정으로 바라봤다. 무슨 이야기 일까?
“있잖아. 이 세상 모든 포유류, 아니. 모든 동물들은, 짝짓기, 혹은 섹스. 그 신이 이 모든 인류에게 선사한 그 최고의 선물을 응당 즐기며 살아왔거든. 근데 말야, 나는 그 중에서도, 개가 당연 으뜸이라고 생각하거든.”
-개가?
응. 네가.
“응. 그 생각해봐. 개가 교미하는 거 말야. 일단 수컷이 한 번 발정이 나면, 눈앞에 놓인 ‘암컷의 입장은 조금도 생각하지 않거든’. 그 움직임 이란게 말야. 암컷의 엉덩이에 코를 박는가 싶더니 금새 그 위로 올라타서 미친 듯이 자신의 본능을 충실하게 표현하는게 개란 말야.”
-그야 그렇지...
“그러니까 말야. 난 그때 정말 인간이 아니었던 것 같아. 개였어 개. 정신줄 놓아버린 개.”
-........... 잠깐만. 잠깐만. 어째 이야기가 말야.
오케이. 상당히 좋은 포인트에서 이의를 제기 하는구만, 자네. 그말인즉슨, 모르긴 몰라도 아마 자네도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는 걸 테고.
“설마 너... 강.. 강제로..”
-.............
묘하게 한 글자가 틀렸다. 나는 다분히 ‘강간‘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게 그건가. 심장이 다시 뛰기 시작했다. 1초마다 버퍼링이 걸리는 음란한 동영상의 주인공처럼, 내 몸이 그렇게 조용히 움직이고 있었다.
“뭐... 그런 샘인가?”
신세준은 웃으면서 말했다. 소.. 소름이 돋는다. 나의 아내가 강간을 당했다?
“........ 그걸 그렇게 천연덕스럽게 말해? 그건 범죄야 임마.”
-............
“너 어쩌려고 그래...
-큭..
“웃어?... 뭐야. 역시 거짓말이야?”
나 역시 그것이 거짓말이길 간절히 바랬다. 진짜 ‘속마음’이야 어떠하든.
“그게 좀 애매해.”
-애매..해?
“응. 그게 솔직히, 이성이 돌아왔을 땐, 난 정말 쇠고랑 차겠구나 생각했거든. 근데.. 보시다시피..”
-보시다시피?
“아직까지 멀쩡하고...”
-하긴.. 그러고 보니, 원과장, 오늘도 쌩쌩.. 하던데..?
“.... 괴물이야 괴물. 큭큭큭.”
-에~~이 뭐야. 뻥이구나?
나 역시 그럴거라 생각했다. 솔직히 이 쯤 되니 어쩐지 신빙성의 문제로 넘어가 버렸다. 그게 정말 가당키나 한 일일까? 더군다나 저 태도로 보면...
“...... 어차피 안 믿을거라면.. 눈으로 확인 시켜줘? 어제 있었던 거?”
-어제 있었던... 설마 너...
신세준은 피식 웃으면서 주머니 속에서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 간단하게 무언가를 조작하는가 싶더니, 역시나 주위를 살피며 자신의 휴대폰을 상대방 남자 녀석에게 들이 밀었다.
[아.. 아.. 하.. 하지마! 임마! 이.. 개.. 개자식아!!!]
한 번에 알 수 있다. 그걸 어떻게 모를 수 있단 말인가? 틀림없었다. 그건 벌써 몇 년이고 들어온 내 아내의 목소리였다.
신세준은 몇 초가량, 자신의 휴대폰을 눈앞의 치에게 들이미는가 싶더니, 그대로 그것을 다시 바지 주머니에 밀어 넣었다. 나는 그저 ‘그 소리’를 듣고 있었을 뿐인데, 뭔가 형언할 수 없는 지릿한 전율이 느껴졌다. 그리고 신세준을 마주한 그 남자 역시, 무언가 강렬한 거라도 봤다는 듯, 몸에 살짝 미세한 경련을 일으키며 신세준과 마주하고 있었다.
한동안 둘은 말이 없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나 역시 그들에게, 혹은 내 자신에게 할 말이 없어 가만히 입을 다물고 있었다. 그리고 그 빌어먹을 정적을 먼저 깬 건, 역시나 신세준이었다.
“이래도... 못 믿겠어? 봐봐. 과장님도 나더러 개라고 그러잖아. 어제 나는 개였다니까 정말?”
-그.. 그.. 지.. 지랄하지마.
“엥? 지랄?”
-설령 맞다고 해도, 그건 범죄야 임마.
“범죄라. 근데 말야. 이 나라 법이 고마운 건지 지랄 맞은 건지. 여자가 신고를 안 하면...”
범죄가, 강간이 성립되질 않지. 성립될 수가 없지. 피해자가 아예 묵묵히 입을 닫아버리면..
“그래도... 범죄라고 해도 말야. 정말 단 몇 분간의 쾌락이지만 정말 잊을 수가 없을 정도였거든.”
-.............
“아까도 말했지만, 수컷의 입장에서, 다분히 수컷의 역할에 충실해서 암컷을 공략하는 그 기분이란.. 으으으. 32년동안 살아오면서 해봤던 그 어떤 섹스보다 흥분되고 정말....”
-그러니까...
“그래, 강간이지. 범죄지. 그런데, 그 ‘강제’ 라는게 나에게 주는 쾌락은 정말 말로 다 표현 할 수 없을 정도로 저릿했다니까? 그런데 말야, 내가 대학 다닐 때 도서관 구석에서 집어들었던 ‘창녀론’이나 중국 근대서에 짤막하게 기재되었던 ‘강간론’이라는 그런 지랄맞고 구식적인 논리들에 빗대어 생각해 보면 말야, 이게 또 납득될 수 있는 일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고.”
-뭐?
뭐? 뭔.. 뭔 론? 창녀론이라든지 강간론이다던지, 그딴 책이나 논리, 학설은 결단코 처음 들어봤다. 그런 걸 다루는 학문도 있단 말인가?
“지배욕 때문일런지도 모르지. 여자에 대한, 아니 네말대라로면 암컷에 대한 수컷의 본능적인.”
-응. 암튼, 정말 정신없이 과장님의 옷을 벗겨냈던 것 같아. 누가 오든 말든. 그나마 온전하게 남아있던 내 정신마저 무언가에 홀린 듯, 저기 밑바닥까지 비에 쓸려 내려가고 있는 것 같은, 그런 기분이 들었어. 이성과 정신을 잃으면, 힘이 없는 육신은 그대로 정신에 지배되어 정신이 시키는 대로 몸을 움질일 뿐. 내 품에서 빠져 나가려는 과장님을 그대로 빗물 위에 눕혔을 때부터는 내가 벌이는 모든 일이, 불과 몇 초에 지나지 않는 찰나의 순간들의 연속이었으니까.
“...... 반항이 심했을 텐데..”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니, 처음엔 신세준을 강하게 부정하고 있던 그 ‘개 놈’도 무언가가 궁금하다는 표정으로 점점 신세준의 이야기에 빠져 들어가고 있었다. 잊고 있었다. 결국 저 놈도 수컷이라는 점을.
“반항보다도, 비에 젖은 옷을 벗겨내는 게 여간 힘든 게 아니더라고. 블라우스야 이미 뜯어낼 듯 벗겨냈지만, 진짜 바지가 문제인 거야. 후우. 흘러내리는 빗물에 젖어버려서 피부에 들러붙어 있으니까. 진짜 발버둥 치면서 강렬하게 반항하는 과장님의 사타구니에 손을 넣고 막 주무르는데, 손바닥과 손 끝, 그리고 손등에 흘러내리는 빗물과, 이미 젖어버린 과장님의 바지의 감촉이 한데 다가와 붙더라고. 날은 비 때문에 조금 차가운데, 어쩐지 그 손바닥 너머에서 느껴지는 그 온기는 위화감이 들 정도였어.”
-.................
“필사적으로 저항하는 과장님이 뭐라고 크게 소리치면 소리칠수록, 비는 더욱더 세게 우리를 향해 내려앉았어. 덕분에 빗물이 몸을 타고 흘러내리는 소리만 들려올 뿐, 과장님의 목소리는 점점 허공에서 이리저리 하릴없이 흩뿌려지기 시작했지. 내 물건은 진즉부터 발기해 있었어. 내 손을 뿌리치기에 여념이 없던 과장님을 아래에 눕힌 채, 나는 필사적으로 과장님의 바지 지퍼를 내리고 그 속으로 손을 집어넣었어.”
병신같은 말이지만, 신세준의 표현력과 전달력은 여느 B급 에로영화나, 포르노보다 더욱 자극적이었다. 목젖을 지나 복도를 통해 나긋나긋하게 전해져 오는 그의 목소리는, 버벅임이라곤 찾아볼 수도 없었고 또한 남자인 내가 듣기에도 너무나 끈적했으며 동시에 달달했다.
“한 손이 과장님의 팬티위에서 움직이면 움직일수록, 과장님의 나에 대한 저항은 점점 더 심해져 갔어. 하지만 등 뒤로 차가운 빗물이 다가와 내 육신을 적시면 적실수록, 그 욕구와 욕망에 대한 내 욕심은 더 간절하게 변해갔지. 그 순간이었어. 과장님의 가슴을 주물러 대고 있던 내 한 손을, 과장님의 허리에 올려놓고, 과장님의 바지를 허벅지까지 한 번에 당겨 내렸던 게.”
-모든 걸... 한 번에.
“응. 그제야, 비에 젖어 한데 뭉쳐있는 과장님의 ‘터럭’이 눈에 들어오더라고. 큭. 제법 많더라고. 그곳에 털이.”
-.....
“뭐 어쩌겠어. 난 이미 잔득 흥분한 상태였고, 이미 내 물건은 발기해서 부풀어 있는 상태였어. 그럼 남은 건 뭐겠어?”
................
“빗속에서도 안간힘을 쓰면서 움직이는 과장님의 어깨를 꼭 쥐고 나는 나대로 바지 자크를 내리고 발기한 물건을 꺼냈지. 그건 정말 살기위한 몸부림 같아 보였어. 벗겨져 내려간 자신의 바지를 올리려는건지, 나를 피해 어디론가 몸을 피하려는건지. 사실 정체를 알 수 없는. 하지만, 그마저도 얼마가지 못했지. 왜냐면...
-결국... 그 상태에서.
그 상태에서......
“‘안’에 넣었으니까.”
정신이 몽롱했다. 내가 지금 숨어서 무슨짓을 하고 있는건지, 반대편에서 저 놈들은 대관절 무슨 이야기를 내뱉고 있는건지. 점점 머리 속이 희미해져 갔다.
“정말 힘든 일이었어.”
-뭐가?
“난생처음 여자를 강제로 취한다는 것. 그리고 좀체 벌어지지 않는 가랑이를 붙잡고 길을 연다는 것. 솔직히 경험이 없는 어린여자면 모르겠지만, 상대가 유부녀에 경험도 많을거라 생각했어. 그래서 삽입 자체는 쉬울거라 생각했거든. 뭐, 내 물건 자체도 그리 크지 않고, 잘 들어가겠거니 생각하면서. 그런데 여자가 반항을 하니까, 당연한 말이지만 삽입부터 쉽지 않더라고. 하지만 뭐 그래도.”
-그래도...?
“그래봐야 여자니까. 성인 남자의 힘에 비할바가 아니지. 무릎에 걸쳐져 있는 바지와 팬티를 완전히 벗기고 저~~기 멀리 던져 놓은 다음에 활짝 벌렸을 때부턴 모든 게 일사천리로.”
-.......
“줄곧 내 팔을 붙잡고, 또 힘차게 내리치면서 극구 반항을 하던 과장님이, 자신의 가랑이가 벌어짐을 느끼자 필사적으로 두 손으로 자신의 ‘틈’을 가리더라고. 빗물이 계속해서 내려 눈도 제대로 못 뜨면서 말이야. 뭐, 분명 봤겠지. 그리고 직감적으로 느꼈겠지. 자신의 위에서 물건을 발기한 채 누워있는 남자가, 이제 곧 자신의 몸으로 들어올 거라는 사실쯤. 나는 내가 가진 마지막 힘을 다해 과장님의 은밀한 곳 위에 올려져 있는 과장님의 두 손을 힘껏 뿌리쳤어.”
어깨에 힘이 쭈욱 빠진다. 이성적으로는 당장이라도 걸어 나가 내가 할 수 있는 이 세상 모든 욕을 퍼부으며 깽판을 쳐야 마땅한 건데.... 그래야 하는건데. 그러니까 이상하다. 그럴수가 없다.
“빗물이 과장님의 잘 벌어진 그곳을 타고 흘러 내리는 게 보이더라고. 까끌까끌해야 할 그곳의 털이, 비에 젖어 한 대 뭉쳐있고. 자크의 문을 열고 앙증맞게 솟아 있는 내 물건도 비를 타고 번들거리고. 짧게 쉼호흡을 했지. 그리고 얼마 안가 그대로 넣었어.”
-..................
“그 침묵은 뭐야? 좋았냐고 묻고 싶은거야?”
-..................
“글세. 왜 우리가 밥을 먹을때도 그런말을 하잖아. 시장이 최고의 반찬이라고. 그 때 난 어느 때보다 섹스에 굶주려 있었던 것 같아. 아니 섹스를 갈망했던 순간이었어. 쪼임? 아니면 내 물건을 받아들이는 그녀의 몸의 반응? 그런것보다 그냥, 정신이 아찔하고 오묘했던 것 같아. 내 밑에 깔려서 울부짖는, 하지만 물론 들리지 않는 그 목소리를 들으면서, 나는 그렇게 정신없이 몸을, 아니 내 허리를 움직였지.”
-정말... 개... 였구나. 너.
“응. 말했잖아. 어제의 난, 그냥 개였다고. 그 순간 여자의 가슴을 움켜쥐고 핥아대거나, 목덜미에 머리를 가져다 대고 사랑의 속삭임을 건내는 그런 건, 나에게 다분히 사치였어. 나는 과장님을 말이야, 자신에게 꼬리를 내밀고 묵묵히 수컷의 물건을 받아들이는 암컷으로 생각했을 뿐이었어. 과장님과 나의 물건은 뜨겁고, 또한 끈적거리면서 움직이고 있었어. 그러니까 언제나 윤활류 역할을 하는 그곳의 애액도 필요없을 정도로.”
-........... 빗물..
“쾌락에 젖어 나를 받아들일 거라는 건 애당초 기대조차 하지 않지만, 정말 끝까지 몸부림 치더라고. 그게 좀 아쉽다면 아쉽지만. 뭐 정말 얼마가지 않아 물건에서 저릿한 기분이 올라오는거야.”
-벌써?
“너도 그 상황이 되어 보면, 그딴 말 못할걸?”
나는 관자놀이에 손을 가져다 댔다. 이 상황에서 나에게 어울리는 말이 뭣이 또 있을까.
“그냥.. 그대로...?”
-아니. 그때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는데.
나는 고개를 숙이고 묵묵히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