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녀석의 덫(아내의 비밀) -7


녀석의 덫(아내의 비밀) -7 

 

 

간만에 한 자위의 후유증은 생각보다 컸다. 그러니까, 잠은 잘 오지만 그게 너무 잘 온다는게 문제였다.

관자놀이를 문지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슬쩍 시간을 확인하니 시간이 벌써 12시다. 맙소사. 서둘러 기운을 차리고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 휴대폰 알림창에 노란 아이콘이 웃고 있었다. 

‘카톡?’

나는 서둘러 카톡을 눌러 켰다. 아내와의 채팅창에 내가 읽지 못한 빨간 숫자가 눈에 들어왔다. 나는 서둘러 아내의 이름을 손가락으로 문질렀다.

‘자고 있지? 이따가 한 5시쯤 출발할 것 같음. 10시 쯤 도착하지 않을까? 이따 봐.’

‘더 늦어질지도 모르니, 그냥 자던가.’

더 늦어질지도 모른다? 나는 멍하니 그 문자를 보고 또 바라봤다. 이건 무슨 예고일까? 사전선포? 나는 입술을 꼭 깨물었다. 것보다, 지난 간밤에는 무슨 일이 벌어진 건 아닐까 하는 걱정이 앞섰다. 겨우 이제야. 하지만 또 다시 쓸데없는 망상과 망상이 겹쳐지는 바람에, 나는 몸을 씻기 전에 -다시 한 번 발기한 물건을 잡고- 한 번 더 자위를 했다. 

아내에게 어렵싸리 연락이 온건 저녁 일곱시쯤이었다. 생각보다 길이 막히지 않아 10시쯤이면 도착할 것 같다는 말을 남기고 전화를 끊었다. 하지만 아내와 나누었던 대화중에 무엇보다 나를 집중하게 만든 건, 지금 내 와이프가 신세준의 차를 타고 올라오고 있다는 말이었다. 

‘차까지 타고간거야? 후우.’

사람관계는 알 수 없다지만 유독 아내의 태도는 이해할 수가 없다. 아니 솔직히 따지면 제일 이해할 수 없는 건 나의 태도지만. 그렇다고는 해도, 자신을 강제로 탐한 후배직원과 어떻게 이렇게 아무렇지 않게 행동할 수 있을까. ‘일’ 때문이라지만, 자신의 ‘성공’ 때문이라지만. 후우. 모르겠다. 어지럽다.

거짓말 조금 보태서 두 시간 정도를 밖에서 기다렸다. 그러면서도 그 시간동안 나는 아내와 신세준을 떠올리며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지를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후우. 

정말 한 10시쯤 되었을 때, 누가 터벅터벅 이쪽으로 걸어오는 게 보였다. 아내였다. 신세준과 같이 온다더니, 어째 혼자만 걸어온다. 평소랑은 별로 다른 걸 모르겠다. 잔득 지쳐보이는 것 만 빼고는. 맙소사. 정말 이년 같았던 이틀이었다.

나에게 가볍게 인사를 건낸 아내가 천천히 집으로 들어갔다. 아내를 따라 걸으면서 나는 천천히 아내를 관찰했다. 몸에서 나는 향기, 헤어스타일, 표정, 피부상태, 이것저것 할 것 없이 아내를 살폈다. 신세준은 또 아내를 범했을까? 그것도 강제로? 

“그냥.. 자려고?”

집에 들어온 아내는 피곤한 듯 그대로 침대 위에 쓰러졌다. 하지만 의외다. 아내가 출장은 물론이고 긴 외출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면 어김없이 제일 먼저 하는 건 샤워였다. 나는 슬쩍 아내의 옆에 다가가 앉아 말을 걸었다. 아내는 귀찮다는 듯 대꾸했다.

“피곤해. 후우, 너무 피곤하다. 그냥 자고, 내일 아침 일찍 일어나서 할래.”

-그... 그래 그럼.

제기랄 왜 또 심장이 뛰는 거냐? 나는 서둘러 방에서 빠져 나갔다. 뭘 했을까? 왜 샤워를 하지 않지? 설마 출장에서 신세준에게 또 억지로 당하고 몸을 씻어낸건가? 아니야. 그렇다고 하기엔 어쩐지 아내의 태도가 너무 냉정하고 담담해. 아니지? 아내는 이미 한 번 강간을 당했어도, 별 다른 티를 내지 않았잖아. 아 뭐지?

답답한 마음에 나는 내가 닫아버린 방문을 물끄러미 쳐다봤다. 문꼬리를 잡았다가 풀었다가, 애꿎은 방문을 살짝 만졌다가 떼었다가. 나는 한숨을 몰아쉬고 쇼파로 가서 앉았다. 이제 어떻게 하지?

아내는 한동안 방에서 나오지 않았다. 당연하게도. 피곤하긴 했는지, 그새 잠든 것 같았다. 무슨일을 했을까? 아, 도저히 견딜 수가 없다. 나는 조심스럽게, -아까 아내에게서 뺏어들듯 건내 들었던- 아내의 핸드백에 조심스럽게 손을 가져다 댔다. 

‘화장품, 수첩, 필기구, 계약서...’

어둠속에서 가방 속에 정리되어 있는 물건들을 뒤지고 또 뒤졌다. 없어진 건 없는지, 혹시 무슨 단서라도 될 건 없는지 하면서. 하지만 끝내 그런 건 찾아낼 수 없었다. 

마지막으로 집어든 건, 결국 아내의 휴대폰이었다. 조심스럽게 패턴을 해제했다. 아내의 패턴이야 늘 뻔하니까. 훗. 의외로 이런건 단순한 여자다. 나는 조심스럽게 통화버튼을 눌렀다. 통화기록이 깨끗하다. 음.. 어? 잠깐. 그게 더 이상한 거 아닌가? 왜 통화기록이 깨끗하지? 

이해할 수가 없어서 물끄러미 통화기록만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데 그 때였다. 거짓말처럼 문자 하나가 아내의 휴대폰으로 날라 들어왔다. 신세준인가? 나는 서둘러 문자가 찍힌 번호를 바라봤다. 

“4321 ? 뭐야. 그냥 스팸인가?”

빌어먹을. 왜 하필이면 이럴 때 이따위 스팸이 들어온단 말인가? 기분이 잡쳐서 전화기를 끄려는데, 뭔가 기분이 이상해서 끝내 문자를 끝까지 확인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나는 말없이 그 문자를 쳐다보고 또 쳐다봤다. 

[오늘 하루. 저~~엉말 수고하셨습니다, 과장님!!! ^^]

끝내 아내가 누워있는 방에는 들어가지 못했다. 것보다 이 빌어먹을 문자는 무엇인가? 수신번호가 제대로 찍혀있지 않았지만 그게 누구인지는 명백히 알 수 있는 노릇이었다. 

‘오늘 하루 수고하셨습니다... 라?’

그 문자를 몇 번이고 되새겨 봤다. 오늘 하루 수고했다. 왜 어제가 아니라 오늘 하루라는 표현을 썼을까? 오늘 무슨 일이 있었기에? 쓸데없이 감상적이고 예민해진 요즘이다. 그저 단순한 문자일수도 있지 않은가? 그러니까 직장 상사에 대한...... 그럴 리가 없다... 에이 제길!!! 

맘같아선 당장이라도 문을 열고 아내에게 물어보고 싶다. 하지만, 여전히 나에게 들려오는 목소리는 ‘기다려’였다. 또 기다려야 한단 말인가?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걸, 와이프가 얘기해 줄 때까지? 

‘과장님, 오늘 하루 수고하셨습니다.’

회사에 출근한 오늘도, 그 문자는 나를 옭아맸다. 일이 손에 잡힐 리가 없었다. 단순한 문자일거라고도 생각해 봤지만, 그렇지 않을거라는 생각이 얼마쯤 더 컸다. 아침에 아내는 별다른 말없이 평소와 같이 행동했다. 물어볼 겨를도 없었다. 당연하게도. 아 미치겠다. 답답해서 미치겠어. 당장이라도 아내의 회사로 가서, 모든 일의 시작이었던 그 ‘비밀의 복도’로 달려가고 싶었다. 그러면 또다시 신세준이 모든 비밀을 말해줄 것만 같았다. 

“김대리?”

아내의 회사로 가고 싶다. 지금 당장. 기도라도 해 볼까? 생각해 보니, 당장 어제 교회에 가서 십일조 헌금을 하기로 했는데 결국 가지 않았다. 내가 신이라도 괘씸해서 내 기도를 들어줄 것 같지 않았다. 그래도 다시 기도를 해 보자. 신은 관대하니까. 하나님. 지금 당장 아내를 만나게 해 주소서. 

“김세원 대리!”

그렇게만 해 주신다면 이번주야 말로 반드시 교회에 가서 십일조 두둑이 하겠습니다. 

“야!! 김대리!!! 내 말 안들리냐?!”

나는 화들짝 놀랐다. 하나님이 나를 부르신단 말인가. 고개를 좌우로 돌렸다. 할렐루야. 하지만 그곳엔 하나님이라고 하기엔 차라리 ‘부처’에 가까운 형상을 하고 앉아있는 대머리 부장의 얼굴만이 있을 뿐이었다.

“왜 이렇게 하루 종일 넋을 놓고 있어. 무슨 일 있어?”

-아닙니다. 죄송합니다. 뭣 좀 생각하느라고.

“아. 참 그 사람. 다녀오라고 빨리..”

-네? 어딜요? 

“...... 어디겠어?”

옆에서 동료들이 눈치를 준다. 그래도 내가 알 턱이 없다. 설마 하는 마음으로 부장을 쳐다봤다. 부장이 내게 익숙한 결제서류를 건내줬다. 이제야 알 수 있다. 맙소사. 정녕 당신은 존재했단 말입니까?

“비품 목록이랑, 나머지 목록들 일치하니까. 여기다가 결재하면 되지?”

아내는 평소와 다름없는 말투로 내게 말했다. 나는 살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지만, 그러면서도 아내의 눈치를 살폈다. 

‘후우, 뭐가 이렇게 아무렇지도 않냐? 정말 아무일도 없었던 건가?’

 

 

아내는 일에만 집중하고 있었다. 고개를 갸웃거리며 나는 슬쩍 신세준인가 뭔가 하는 놈을 찾아봤지만 그 놈의 모습을 볼 수 없었다. 제발 와라. 제발 와라. 하지만 아내가 그만 가보라는 말을 했을 때, 나는 결국 아내의 회사를 빠져나올 수밖에 없었다. 물론, 비밀의 복도를 지나서. 하지만 그곳엔 아무도 없었다. 찜찜하다.

퇴근하고 먼저 집에 돌아왔다. 기분이 찜찜하고 목이 답답하다. 냉장고에서 물을 꺼내 컵에 따라 단숨에 들이켰다. 역시나 아내에게서 ‘진실’을 전해 듣는 건 힘든 일일까? 아니, 아내는 정말 나에게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을 생각인가? 답답했다. 최소한, 최소한. 신세준과 강제로 관계를 가졌던 일 만이라도, 내게 말해준다면, 그래 준다면 조금은 견디기 쉬울텐데. 하지만 어마가지 않아, 아내는 고맙게도 그런 나의 고통과 찝찝함을 조금이나마 덜어주었다.

그건 아내의 출장 이후 일주일 정도 지난 어느 주말 밤이었다. 고백컨대, 그 일주일은 너무나 힘든 시간의 연속이었다. 일에 집중할 수도 없었고 아내와 별다른 이야기를 나누지도 못했다. 하지만 아내가 거의 속옷 차림으로 부부침실에 들어왔을 때, 나는 직감적으로 이제부터 ‘무언가’가 시작될 거라는 예감이 들었다. 그리고 그 예감은... 적중했다. 꽤나 정확히.

“오늘 하자.”

심장이 떨려왔다. 아내의 그 한마디는 그 어떤 것보다 나를 흥분시키게 만들었다. 그리 멀지 않은 지난 날, 아내는 내게 똑같은 말을 했었고, 나는 그것을 보란 듯이 무시했다. 하지만 이젠 그래선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내와 신세준의 관계.. 관계? 그것이 옳은 표현일지는 모르겠지만, 아내의 부탁. 아내의 요구! 이번엔 들어줘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아내를 바라보다 서둘러 잠옷을 벗었다. 속옷 차림으로 내게 들어온 아내의 모습이 조금 당황스러웠지만, 모든 생각은 그 순간 머릿속에서 한켠으로 치워두기로 마음먹었다. 아내와의 섹스. 오직 그것만을 머릿속에 채워 두었다. 

내 몸 위에 팬티 하나만 달랑 걸쳐져 있었을 때, 나는 서둘러 아내를 안았다. 그리고 등 쪽으로 손을 밀어 넣고, 브래지어의 후크를 조심스럽게 열었다. 나의 가슴쪽에서 아내의 따뜻한 살의 감촉이 전해져 왔다. 이건 얼마만일까? 한 가지 확실한 건, 아내가 먼저 내게 섹스를 요구하고 내가 그에 응대한 건, 이번이 처음이라는 점이었다. 나는 아내의 목덜미에 얼굴을 파묻었다. 잔득 발기한 물건이 아내의 허벅지와 접하기 시작했다. 나의 밑에 깔린 아내는 허리와 몸을 슬쩍 슬쩍 움직이기 시작했다. 결코 싫지 않은 향기를 한 대 맡으며 나는 조심스럽게 아내의 몸 위에 유일하게 걸쳐져 있는 ‘그것’을 벗겨내기 위해, 아내의 허리 쪽으로 손을 움직였다. 내 밑에 가만히 깔려 있던 아내는 천천히 하체를 움직여, 나의 움직임을 도와줬다. 이게 얼마만인가? 

나는 아내의 입술에 입을 가져다 댄 채, 정말 짐승처럼 아내의 그것을 핥아댔다. 그러면서도 나는 분주하게 아내의 몸 이곳저곳을 더듬었다. 가슴, 허리, 허벅지. 그동안 수많은 부부관계를 가져왔지만, 오늘은 너무 새로웠다. 모든 것의 처음 같은 그런 기분. 나는 서둘러 팬티를 벗어 내렸다. 

아내와 내가 완벽하게 알몸이 되었을 때, 나는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런 생각이 들었을 때, 나는 거짓말처럼 아내에게서 내 몸을 떼어냈다. 나의 혀를 묵묵히 받아내던 아내는 손으로 자신의 입술을 닦아내며 나를 올려다봤다. 왜 나는 이 상황에서 그런 생각이 들었을까?

“왜?”

-그.. 너무 오랜만.. 이기도 하구.. 또.. 음..

나는 말을 더듬었다. 왜인지는 모르겠는데, 나는 아내를 바라보며 이런저런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여러 가지 숫자를 떠올렸다. 내가 신세준의 이야기를 훔쳐들었던 그 날, 그리고 아내가 신세준과 함께 출장을 다녀왔던 그 날. 모르겠다. 나는 아내의 가슴을 가볍게 움켜잡으며 아내를 바라봤다. 신세준이 ‘생각보다 작았지만, 그렇다고 작지는 않았다’라고 평가했던 그 가슴을. 그리고 의아한 표정으로 나를 올려다보는 아내를 향해, 나는 결국 그 생각을 아내에게 천천히 뱉어냈다.

 

 

“그... 혹시 오늘... 그거... 해 줄 수 있어?”

-그거?

아내는 의아하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그러면서도 나는 아내의 젖가슴에서 손을 떼어내지 않았다. 그리고 몇 번이고 안고 핥고 만져댔던 아내의 몸을 계속해서 훔쳐봤다. 

“그거라니?”

아내는 나를 보며 말했다. 겨우 안정을 찾은 나는, 차마 입 밖으로 그걸 토해내지 못하고, 아주 천천히, 눈치를 보며 자세를 고쳤다. 그리고 나의 발기한 물건이 아내의 얼굴 근처까지 갔을 때, 아내의 표정이 묘하게 바뀌는걸 알아챘다. 역시.. 이건 무리였을까? 후우.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할 걸. 

아내는 먹먹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봤다. 생각해 보니, 펠라치오라고 해야 하나? 아내로 하여금 구강성교를 받아본 일은 한 번도 없다. 애당초 무리였을까? 그런데 나는 왜 이렇게 기대가 되는지 모르겠다. 이유도, 근거도 확인할 수 없는 그런 기대. 나는 떨리는 심장을 부여잡고 아내만 쳐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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