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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아내를 늪으로 이끌다. 9


다음 날, 저장되지 않은 번호로 전화가 왔다.



"여보세요?"

"아... 네... xxx 인터넷 사이트 쪽지 보고 전화드렸는데요"

"아... 네... 안녕하세요." "네. 하하하. 안녕하세요"



이미 쪽지를 통해 얘기를 나눈 상태라 쉽게 얘기를 풀어나갔다.  

그 남자는 정말 의향이 있는지 물어봤고, 난 그렇다고 하며 유부녀에게 관심이 많다고 했다. 

그는 나도 그를 못 믿겠지만, 그도 나를 믿지 못하니 만나서 술 한잔하면서 얘기하면 어떨지 물어왔다. 

나는 잠시 고민하다, 만날 거면 오늘 만나는 건 어떠냐고 물어봤고 그가 시간이 프리하니 우리 집에서 가까운 곳에 약속 장소와 시간을 정하고는 전화를 끊었다. 


아내에게는 일이 있어 늦는다고 전화했는데 아내의 말에 다시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나도 약속이 있어서 저녁에 나가봐야 되는데.. 그럼 당신 올 때까지 있을게. 애 봐야 하니까..."

"누구 만나는데?"

"......"

"미현이라는 그 친구 만나기로 한 거야?"

"응... 걱정하지 마... 미현이가 보고는 싶은데 바빠서 가게서 밖에 못 본데. 그래서...."

"알았어..."



난 이상한 기분이 들었지만, 바쁜 업무로 인해서 일에 매달려야 했고, 이내 잊어버리고 말았다.

나는 좀 일찍 퇴근하여 약속 장소에 도착해 전화했더니, 누군가가 손을 흔들었고, 그 남자에게 다가가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김현수입니다. 처음 뵙겠습니다"

"네.. 박상구라고 합니다. 멀끔하신데 취향은 저랑 비슷하네요? 하하"


박상구라는 남자는 내 또래와 비슷해 보였는데, 땅땅 한 체구에 거들먹거리는 말투와 행동이 한눈에 봐도 건달기가 다분했다.

나도 집에 가봐야 했고, 그도 갑자기 약속이 잡혔다고 해서 우리는 술을 마시며 중요한 것만 얘기하기로 했는데, 나는 거의 듣는 쪽이었다.

그의 말을 듣다 보니 말은 다소 거칠고 음흉했지만, 참 말을 재미있게 한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달변가였다.

그 자신도 자신이 꼬셔서 넘어오지 않는 여자는 못 봤다고 했다.

난 궁금해서 물었다. 그 마담이라는 여자와는 어떤 사이 인지...



"하하...고 년이 이혼녀고 이쁘장하게 생겼는데 쪼임이 하하..." 



박상구는 아내의 친구 미현과의 관계에 대해 나에게 반말을 섞어가며 털어놓기 시작했다.

원래 박상구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이것저것 닥치는 대로 일하다 우연히 사채업에 뛰어들어 많은 돈을 벌었는데, 미현과는 이때 채권자와 채무자로 만난 사이였다.

미현이 이혼 후 사채를 빌렸다가 빚을 갚지 못하자, 자신이 차린 룸살롱에 월급 마담으로 앉힌 것이었고, 아직도 빚이 꽤 된다고 했다.

그래서 미현도 자빠뜨렸고, 자신이 원하는 건 들어 줄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의 말을 빌리자면 미현은 아내에게 그만한 선물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없었다.


"그러면 그 마담한테 소개받는 여자는 어떻게 꼬셔요? 대부분 평범한 유부녀라고 했는데..."

"돈이죠.. 돈! 일단 그 년이 나 한테 사진을 보여준단 말이야. 아.. 요즘 SNS 좋잖아? 

그년이 추천한 여자가 맘에 들면 그년이 일단 그 여자를 만나서 비싼 선물을 안기게 하고 여자가 가게로 놀러 오게 꼬시는 거지...

거기가 어쨌든 룸살롱이라 일반 여자들은 꺼리거든.

근데 올 때마다 명품이나 뭐, 이런 비싼 선물을 받으면 주부고, 일단 공짜니까 돈이 있으나 없으나 고맙고 미안한 마음이 생기거든. 그리고 친구도 만나고...


뭐... 그러면 반은 성공한 거지..

생긴 거마다 조금씩 투자하는 금액에 차이를 두고서... 

뭐. 꼬셔야 할 상대가 마음에 들면 더 투자하는 거고..  

하여간 난 거기서 제일 구석에 룸 하나 잡고 있으면 마담이 그 여자한테 썰을 푸는 거지. 

자기가 지금 바빠서 그러는데... 

여자랑 노는 손님이 아니고 간혹 혼자 와서 술도 한잔하고 룸에서 혼자 노래도 부르다가 가는 얌전한 자기 단골이 왔는데 그냥 오늘은 니가 말 벗이나 좀 해줘라.

그냥 보내면 자기가 그 사람한테 너무 미안해서 그런다.

그러면 여자는 비싼 선물까지 받은 마당에 속으로는 껄끄럽지만 그년의 부탁을 안 들어 줄 수가 없단 말이지... 

그다음은 내 몫이니까... 하하하"



난 그의 말에 잠시 머리가 멍했다. 아내의 친구 미현이 연락한 이유도, 아내가 받은 선물도 다 그 남자의 말과 일치했다.

난 잠시 숨을 고르고 다시 물었다. 



"그러면 그 여자들 대부분 넘어 오나요? 요즘에 공들이고 있는 유부녀도 있다고 하셨는데..." 

"김형... 대부분이 아니라 100프로.. 실패한 적이 없어... 응... 뭐 보지에 금테 두른 것도 아니고 말이지... 유부녀라는 게 그래... 어쨌든 물 위에 배 한 번 지나간다고 누가 아는 것도 아닌 거 자기들이 더 잘 안다고.. 남편이 최근 안 해주면 거의 처음 만난 날 자기가 먼저 자빠지고, 99프로가 두 번째 만난 날이면 끝이지... 하하... 근데 말이야... 지금 꼬시시고 있는 년은 끝내주는데, 이게 철통방어네. 사실 오늘도 그 마담이 불러내서 오기로 했는데... 세 번짼에... 뭐... 이런 년이 자빠뜨리는 맛이 더 있지... 오랜만에 오기가 생겨서 말이야... 오늘은 자빠지려나? 하하하...."

"그 여자 사진 좀 볼 수 있나요?"

"하하.. 이 양반... 좋수다.. 뭐 조만간 자빠뜨릴 테니까.. 내가 한번 먹어보고 김형한테도 맛 좀 보여줄 생각이었으니까..."


박상구는 나에게 잠시 본인의 핸드폰을 만지작 거리더니 넘겨주었다.  



"아..." 

"하하하...A 급이라니까. 특 A급. 뽀얀 피부에 삼십대 중반이라는데... 20대 중반이라고 해도 믿을 만해...처녀보다 고런 년이 더 맛있지..."



"아..."

"하하하... A 급이라니까. 특 A급. 뽀얀 피부에 삼십 대 중반이라는데... 20대 중반이라고 해도 믿을 만해... 처녀보다 고런 년이 더 맛있지..."


"몇 장 넘겨보슈...빨통이 크지 않아서 그렇지...그래도 내가 봤을 땐 꽉 찬 B컵은 되니까.. 뭐 몸매도 훌륭하고.. 골반에 다리에... 하하하"



착하고 아름다운 아내가 이런 놈에게 표적이 됐다는 게 믿어지지 않았다.



"그럼 이 여자는 언제 작업하실겁니까?" 



내가 아내에 대해 관심이 있는 듯 하자, 박상구는 그럴 줄 알았다는 것처럼 신나서 말을 이어갔다. 



"하하하... 김형... 너무 침 흘리지 말라고... 하여간 오늘이 세 번째니까 가능하면 뭐 오늘 해 치워야지... 하지만 서두를 건 아니고, 급하게 먹으려면 체하는 법이니까.. 못해도 다음번에는.... 아.. 다음번에 김형이랑 같이 만나지... 약속 잡아서... 한 방에서 떡치는 재미가 쏠쏠하거든... 내가 김형한테도 좋은 여자 소개해 줄 테니까 말이야.."

"룸 안에서요?" 

"그럼...내가 괜히 맨 안쪽 룸을 잡는 줄 아쇼...하하하" 



박상구와 헤어져 집으로 돌아오는 차안에서 이 상황을 받아 들일 수 가 없었고, 머리가 뒤죽박죽이었다. 



"띵동.." 

"어..자기 왔어...? 그럼 난 나가 볼께..." 



아내는 평소에 치마가 좀 짧다고 잘 입지 않던 몸매가 들어나는 베이지색 미니 원피스를 입고 있었고, 내가 집에 도착하자마자 집을 나설 준비를 마치고 있었다. 



"어..그런데 그 원피스 짧다고 잘 안 입던거 아냐?" 

"아..응...그냥 친구 만나니까 기분 좀 내 볼까해서..." 

"알았어...너무 늦지는 말고.." 



아내의 뒷 모습이 왠지 낯설어 보였다. 내가 아는 아내가 아닌 듯한... 

난 아내가 돌아올 때까지 거실에서 TV를 보며 기다렸지만, TV 내용이 전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정말 아내가 박상구와 만나고 있는 걸까? 나 몰래? 아내가 그런 여자였나?" 



시계가 밤 11시를 알릴 무렵 내 핸드폰이 울려댔다. 



"X톡...X톡...." 



핸드폰을 열어보니 박상구에게 메시지가 도착해 있었다. 

난 왠지 모를 긴장감을 느끼며, 핸드폰을 열었다가 망치로 머리를 맞은 듯한 충격을 받았다. X톡에는 



"미션 클리어..ㅎㅎㅎ"



라는 메시지와 함께 구슬을 박은 듯한 기괴한 모양의 섹스 후의 분비물이 묻은 자지를, 레이스가 달린 여성용 하얀색 팬티로 닦아내는 사진이었다. 

그 사진을 보자마자 난 그 팬티가 아내의 것이라는 것을 단 번에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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