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흥가 견문록 [8부]
주의- 본 글에서 등장하는 업소명과 등장인물들,혹은 사이트의 이름은 실제가 아닌 가상으로 꾸며진 것임을
밝힙니다.
8부- 유흥가의 제 2법칙- 내상은 언제나 도사리고 있는 위험이다.
인간이 왜 세상을 지배하는지 아는가?
다소 쌩뚱맞은 질문일지도 모르지만, 그것은 참으로 심오한 물음이 아닐수 없다. 왜? 어째서 지구상에 존재하
는 수많은 개체들 중에 인간이 먹이사슬의 최정점에 올라가 있는가? 당연한 말이지만 결론을 내리기 어려우니
심오한 질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머리가 좋으니까" 라고 대답하겠지만 실은 그것은 반쪽짜리 대답이다. 10점 만점에 기껏해야
5점을 줄수 있는 반토막 짜리 답이다. 인간이 이토록 번영한 이유는, 뛰어난 지능외에 어떤 한가지 요소를 가
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바로 "호기심"이다.
세상의 모든 발명과 발견은 호기심으로 부터 시작되었다. 모든 연구와 고찰, 그리고 증명과 철학은 호기심에서
파생된 잔뿌리 가지에 지나지 않는다. 인간은 끊임없이 궁금해 했고 그렇게 궁금해 한 결과 답을 얻었다. 그리
고 답을 얻는 그 과정에서 발전에 발전을 거듭해 왔다.
그런데 중요한 점은, 그 호기심이 발전만을 초래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오우. 소문만 무성하던 그곳에 다녀오셨군요. 부럽다..ㅠㅠ-
-좋은 업소 득템 축하드립니다. 역시 해바라기님의 리뷰답군요-
-오우 형님! 다음에 저도 데려가세요~~~^^-
나는 여지없이 저번에 새롭게 다녀온 안마방의 후기를 사공 사이트에 올려두었다. 핸플방과 오피스방에서 얻
어진 내 명성(?)때문인지 안마방 후기에도 많은 사람들이 덧글로 발자취를 남기고 있었다. 사공에서 해바라기
라는 닉네임은 정말이지 자유 분방하게 밤문화를 즐기는 프리한 사람으로 인식되고 있었다. 결혼을 해서 가정
을 가지고 있는 그들은 아무런 짐이 없는 나를 무척이나 부러워했다. 나도 그냥 평범한 직장인일 뿐인데...그
들은 혼자 산다는 내 사소한 것 하나를 너무나 부러워 하고 있었다.
덧글들을 보며 그들과 수다를 나누고 있을 무렵, 내일이 월급날이라는 사실이 생각났다. 그저 묵묵히 일하던 시절에는 월급이 나오면 나오나 보다 하고 통장에 쌓아 두기만 했었는데, 요새 들어서는 부쩍 월급날이 기다려
졌다. 개미처럼 일만하고 쌓아두던 내 돈들이 다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어쨋든 예전과는 달리 고정적인 소비
항목이 생겼으니 월급이 들어오는게 반갑지 않을리 없다.
안마방 기행은 꽤나 만족스러웠다.
처음 가는 곳이라 설레임보다는 두려움이 앞섰는데, 막상 기행해보니 핸플이나 오피스와는 또다른 매력이 있는
곳이었다. 우선 서비스의 종류가 오피스보다 방대했고, 그간 해보지 못한 색다른 경험을 했다는 것이 기분이 좋았다. 돈은 많이 들었지만, 어디서 세 명의 여자와 각자 다른 서비스를 즐겨 보겠는가? 그것도 야동에서만
보던 "얼굴발사"를 해보다니, 꿈만 같은 일이다.
그때부터였다. 이제는 안가본 것도 다 도전해 봐야 겠다는 호기심이 생겨난 것이. 인류 최대의 장점이자 치명적 약점인 호기심이, 내 안에서 점점 고개를 들고 있었다. 나는 사공에 랭크되어 있는 모든 종류의 밤문화를 탐방해 보리라 마음먹었다. 내 생애 무언가에 이토록 깊이 빠져본 적이 있었던가? 그리고 이토록 여가란 즐거
운 것이라 여겨본 적이 있었던가? 아마도 없었을 것이다. 누군가가 물어보면 상세하게 대답을 해 줄수 있을 정
도로, 나는 대한민국의 모든 밤문화를 경험해 보리라 마음먹었다.
설령, 그게 남에게 당당하게 이야기 못할 정도로 쪽팔린 일이라 할지도 말이다. 어차피, 사공에서는 그게 쪽팔
린일이 아닌 자랑거리가 아니었던가?
운동을 다녀온 나는 몸을 식히며 컴퓨터에 앉아 사공에 접속했다. 평상시라면 챗방에 접속하거나, 혹은 오피스
나 핸플방으로 가서 새로 생긴 업소나 새로 올라온 리뷰가 없는지 기웃거렸겠지만, 오늘은 달랐다. 그런 것들
은 이제 매일 보다 못해 지겨울 정도였으니까. 다른 카테고리가 필요했다.
인간 박강우란 참으로 단순한 종자여서, 하나에 빠지면 그것만 보기 일쑤였다. 당연히 오피스나 핸플쪽만 줄기
차게 기웃거렸고, 사공에 있는 밤문화 카테고리의 대부분을 그저 훑어 지나치기만 해왔던 것이다. 오늘은 다른
쪽도 하나하나 정독해 보리라 마음먹었다.
사공의 유흥가 카테고리란 참으로 방대하기 이를대 없다. 오피나 핸플은 그들중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오피
스나 핸플은 물론 휴게텔, 안마, 키스방,룸살롱,노래방,풀싸롱,조건만남,집창촌, 짝집이나 다방 그리고 해외
이색 유흥가 등등 실로 그 종류가 다양했다. 그것들을 하나하나 쭉 살피고 있던 내 눈에, 낯선 단어 하나가 눈
에 들어왔다.
-여관바리 이용후기-
여관바리? 여관바리라..? 몇번 되뇌어 보니 그렇게 낯선 단어가 아니었다. 내가 군생활을 하던 시절 고참들이
나 동기들이 종종 외박을 나가 여관바리를 하고 왔다는 말을 했었다. 아아. 딱 생각해보니 사이즈가 나온다.
여관 아줌마에게 아가씨를 불러달라고 하고 방에서 기다리면, 랜덤으로 몸파는 아가씨가 와서 섹스를 하는 시
스템일 것이다.
딸칵.딸칵.
담배를 몇 가피나 피워물며 나는 끈기있게 여관바리 후기란을 하나하나 정독하기 시작했다. 업로더들은 모두
내 기억에 생소한 닉네임을 가지고 있었다. 게다가 특이하게도 글 제목은 업소 이름으로 되어 있는게 아니라
"어느 지역 어느 모텔 후기"라는 형식으로 되어 있었다. 하기사, 여관바리니까 모텔이 업소명을 대신하는게 어
찌보면 당연한 걸수도.
사공의 여관바리 후기란에서 활동하는 이들은 약간 마이너적인 성격을 띄고 있었다. 나나 염소, 혹은 문어나 킬러 처럼 오피스와 핸플등의, 소위 말해 "대세"인 업소를 탐방하는 사람들과는 잘 섞이지 않는 물과 기름같은
느낌이었다. 예를 들어 사공이 "해외 축구 팬들의 모임"이라고 한다면, 프리미어 리그나 스페인 리그를 이야기
하는 사람들과 섞이지 않고 오로지 "분데스리가"나 "네덜란드 리그"만을 논하는 사람들 같은 것이었다. 쉽게 말해, 여관바리 후기란은 매니아층으로만 구성되어 있었다.
꼼꼼히 올라온 글들을 읽어보던 나는 그만 탄복하고 말았다. 세상에는 정말이지 내가 모르는 그 무언가가 너무
너무 많다는 새삼스러운 깨달음 때문이었다. 단순히 숙박업소라 생각했던 모텔도 역시나 밤문화의 연장이었던
것이다. 물론 최근에 많이 있는 도심가의 호화로운 모텔이야 여관바리 업무를 하지 않겠지만, 조금 으슥한 곳
에 있는 허름한 모텔이나, 혹은 "여인숙"의 간판을 달고 있는 곳은 거의 대부분 아가씨를 알선해 주었다. 왠지
모르게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후기가 오피스나 핸플과는 느낌이 달랐다. 오피나 핸플은 지정된 아가씨들이 근무를 하고, 또 그녀들
의 예명이나 프로필들이 공개되어 있는 반면, 여관바리는 그렇지 않았다. "어느 여관에서 만난 머리긴 아가씨" 라던지, "어느어느 여인숙에서 만난 가슴큰 30대" 등등의 장황한 설명으로 여자들이 묘사되었다. 피식피식 웃
음이 나왔지만 그럴법도 하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여관에 고정으로 근무하는 것이 아닌, 여관 주인의 콜을
받고 "어디선가"오는 선수들 일테니 말이다.
"재밌겠는데...?"
호기심이었을까. 아니면 여태까지의 유흥가 탐방이 모두 다 만족스러웠기 때문에 들었던 자만심이었을까. 어쨌
든 탐방을 해보고 싶다는 호기심이 물밀듯이 몰려왔다. 무엇보다, 내가 사는 아파트에서 도보로 10분만 가면 있는 여인숙 촌들이 생각나 혹하는 것이 더했다. 하기사 늘 무언가를 타고 원정을 갔으니, 가끔은 나도 홈그라
운드(?)에서 놀아봐야 하지 않겠는가? 더 볼것도 없다는 듯이 나는 외투를 들고 지갑을 챙겨 일어났다. 조만간
여관바리 후기란에도 진출할 "해바라기"의 모습을 상상하니 웃음이 나온다.
어디였더라? 나는 짐짓 약속이 있다는 듯 시계를 보는 모션까지 취하며 으슥한 골목길로 들어섰다. 평소라면 그냥 지나치기 쉬운, 주의깊게 보지 않으면 넘어가고 말 아주 작은 골목이었다. 역시나 내 희미한 기억을 더
듬어 간 보람이 있었다. 매우 초라하고 작은 간판에 쓰여져 있는 "XX여인숙"이라는 글자들이 내 눈에 들어왔
기 때문이었다.
"어디로 가야 좋을까?"
많은 여인숙들 사이에서 고민을 하던 나는 문득 피식하고 웃고 말았다. 어차피 아가씨들이야 돌고 도는 것인데
어딜 가든 무슨 상관이 있겠는가? 여관은 업소처럼 아가씨들을 보유하고 있는 곳이 아닌데 말이다.
유흥가 탐방이래 최초로 트레이닝 복에 슬리퍼를 질질 끌고 나온 나는 망설임 없이 눈앞에 있는 여인숙으로 들
어갔다. 약간은 좁고 눅눅해 보이는 계단. 요즘에 즐비하게 늘어선 모텔들 과는 정말 차원이 다를 정도로 후락
한 시설들이었다. 아무렴 어떠랴? 여기서 하루 머물것도 아니고, 나야 "볼 일"만 보고 나가면 그만인 거다.
"어서 와요."
과연 저게 창문일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아니, 오히려 구멍이라는 말이 적합할 정도로 작은 미닫이 창문
하나가 슥 열리며, 전형적인 아줌마 파마를 한 중년의 여자가 무심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그동안
의 유흥가 경험을 살려 최대한 자연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그 창문을 가장한 구멍쪽으로 다가가 조용히 말했
다.
"아가씨 하나 불러주세요."
아마 예전의 박강우라면 꺼내지 못했을 말이리라. 내 말을 들은 아줌마는 내 얼굴을 슬쩍 바라보고는, 수첩같
이 생긴 장부를 뒤적였다. 아가씨를 조달하는 곳의 전화번호인 모양이었다.
"4만원."
"네?"
순간 내 귀를 의심하고 말았다. 4만원 이라니? 저게 정녕 유흥가의 가격이란 말인가? 의외다 못해 허탈감이 몰
려올 정도로 싼 가격이었다. 그도 그럴것이 그 가격은 집창촌의 절반에 가까웠고, 핸플보다 몇 만원이 더 쌌으
며, 오피스텔의 3분의 1밖에 되지 않는 가격이었기 때문이었다.
"4만원 달라고. 뭘 그리 놀래."
분데스리가의 신선한 문화충격을 받은 프리미어 리거는 조용히 돈을 꺼내어 주는 수밖에 없었다. 가격이 싸다
고 해서 화를 낼 필요는 전혀 없는 것이다. 그 가격에 섹스를 할 수 있다니. 나로서는 그저 환영 이었다.
"저기 201호실 가서 기다려. 금방 올거니까."
"네."
정말 내가 예전에 대학생활 할 때도 보기 힘들었던, 네모난 열쇠고리가 달린 허접한 열쇠를 받아들고 나는 설레는 마음으로 201호에 입실했다. 끼이익 소리가 나는 나무문짝에, 보기에도 후져 보이는 침대와 거대한 몸통
의 티비. 그리고 군데 군데 담배불로 시커멓게 지저진 누런 장판이 눈에 들어왔다. 화장실 타일은 옛 추억을
회상하게 하는 골동품에 가까웠고, 샤워기의 온수와 냉수를 가리키는 빨간색과 파란색 딱지는 이미 떨어지고
없는, 한마디로 겁나게 후진 시설이었다.
"에이. 아무렴 어때."
이미 샤워를 다 하고 왔기에, 나는 호기있게 옷을 훌렁훌렁 벗고는 침대에 대자로 누워 버렸다. 뭐랄까, 유흥가를 다니다 보니 스스로 조금 뻔뻔해 졌다고 해야 하는 것이 옳았다. 꼴에 경험자라고 이런 여유를 부려 보는
것이었다. 어차피 벗을꺼, 미리 벗으면 좋지 않은가?
콧노래를 부르며 티비를 틀었다. 고등학교때 이름없는 테이프에서 보았던 촌스런 화면의 포르노가 티비 화면을
가득 메운다. 푸른 색으로 눈화장을 떡칠한 외국 배우가, 축 처진 가슴을 흔들어 대며 요란스런 신음을 흘리고
있었다. 세상에나. 옛날엔 어떻게 저딴걸 보고 흥분을 했을까? 격세지감이 느껴진다.
요새 들어 부쩍 살이 줄어든 배를 만지작 거리는 내게 이미 그 촌스러운 영상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무엇보
다 다른 유흥가 들과는 달리 사전 정보가 없는 랜덤의 아가씨를 만난다는 묘한 기대감과, 와꾸 나오는 여자가
왔으면 좋겠다는 바람들 때문에 가슴이 콩닥거렸다. 만약 오늘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는 다면, 자주 와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집과 가까운 유흥가라니. 이 얼마나 설레는 일인가?
똑똑.
노크소리가 났을때엔, 정말이지 처음 핸플의 미소를 만났을 때 보다 더 떨리고 말았다. 하지만 그때처럼 목소
리를 내어 "들어오세요"따위의 쓸대없는 대사는 치지 않았다. 어차피 저 여자는 여기 들어와야 하는 것이니까.
다만 전라의 몸을 이불로 살짝 가렸을 뿐이다.
"많이 기다렸어요?"
"...."
아니 별로, 혹은 왜 이제 왔어? 라면서 무언가 말을 하고 싶었다. 아니, 하려고 했다. 그런데 말이 나오지 않
았다.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은 내가 그토록 기다리던 "아가씨"가 아니었다. 방금 전 여인숙 주인 아줌마의 친
구라 해도 믿을 정도로 폭삭 삭은 늙은 여자였다.
"아....아뇨....그게...."
뒷머리털이 쭈뼛하고 섰다. 뽀글거리는 파마를 한 아줌마가, 불룩 나온 배를 씰룩 거리며 외투를 벗고 있었다.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이지? 나는 분명 "아가씨"를 불러 달라고 했는데? 설마 내가 발음이 세서 "아줌씨"라고
발음을 해버린 건가? 그것도 아니라면 세상이 나를 상대로 준비한 몰카인가? 별에 별 희안한 생각이 머리속에
맴돌았고, 등줄기 뒤로 땀방울이 흘러 내렸다. 온갖 상상을 하며 팽팽해지려 했던 내 분신도 충격을 받았는지
축 하고 늘어지며 허벅지에 고개를 묻는다.
"아이구. 벌써부터 벗고 기다리고 있었네?"
제발...벗지마...벗지마! 라고 소리치고 싶었지만 그것은 마음의 공허한 메아리이자 소리없는 아우성이다. 내
바람을 알고 있을리 없는 그 아줌마는 훌떡훌떡 옷을 벗었고, 살이 피둥피둥하게 찐 축 늘어진 육체를 하나 둘
씩 내게 내보이고 있었다. 그제서야, 어째서 여관바리 후기란이 매니아 들만의 공간인지 실감하게 되었다. 어째서 비상식 적으로 가격이 싼지도 알게 되었다. 여기는 4천원 받아도 할 말이 없는 곳이다.
"자자. 어디보자..."
구식 스탠드를 켜고, 방의 불을 끄고 다가오는 거구의 그림자가 내 몸에 드리워 지자 공포감이 엄습했다. 맙소
사. 새벽의 저주라는 영화가 실제로 일어나도 이것보다는 덜 무서울 것이다. 달려라 하니에 나오는 홍두께 선생을 좋아하는 그 입술 두꺼운 아줌마도 저 여자에 비하면 연예인이다. 투두두두두두! 아줌마가 침대위로 올라오니 낡아빠진 구식 메트리스의 스프링들은 각자 쇳가루 털리는 비명을 질러 대었다.
"허어억!"
과감하게 내 자지를 움켜쥐는 그 우악스러운 손길에 경악에 찬 비명이 나도 모르게 흘러나왔다. "그렇게 좋
냐?" 라는 듯 피식 웃는 아줌마의 얼굴이 공포스러웠다. 마치 사포로 내 거시기를 둘둘 만 듯한 착각이 들어
왔다. 공사장에서 벽돌 나르시는 분인가? 여자 손이 이렇게 거칠수 있다니.
"가만 있어봐, 입으로 해줄게."
사신과도 같은 그 거구 아줌마의 말을 들으며 나는 눈을 질끈 감았다. 그래! 인간은 멘탈의 동물이 아니던가.
지금 내 앞에 있는 것은 에스 라인의 미소다. 아니야. 유리씨를 닮은 체리다! 그것도 아니라면 얼마전 안마방
에서 보았던 그 청순한 얼굴의 은별이다! 라며 나는 속으로 끊임없이 외치고 외쳤다. 그러나...
"어구..쩝..쪽츅츕 어구..억.."
마치 시골 누렁이가 라면에 밥말아 준 개밥을 개걸스럽게 먹는 듯한 그 음성에, 머리속에 있던 미인들의 이미
지는 일순간 산산히 부숴지고 있었다. 유흥가 탐방동안 늘 빳빳한 기립을 자랑하며 "아! 아직은 박강우의 신
체가 죽지 않았구나"라며 내게 뿌듯함을 안겨주었던 내 자지는 그 아줌마의 개걸스러운 입 안에서 침으로 버
무려 지는 그 동안에도 흐물흐물한 곤약의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응? 삼촌 긴장했어? 왜 이게 안서지?"
"...."
네. 긴장했지요. 이모님 앞에서 긴장을 안하는게 용한거 아닙니까? 아마도 청룡 언월도의 관우가 와도, 장팔
사모의 장비가 와도 그 아줌마 앞에선 긴장할 것이다. 강함의 표본이라 할 수 있는 여포라 한들 무사하랴? 아
마 초선이의 절세 미모에 길들여진 그라면 이 아줌마의 얼굴을 보는 순간 적토마에서 낙마할 것이다.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이 아줌마는 열심히 빨고 흔들기에 여념이 없었다. 아아. 어째서 이런 아줌마들이
유흥가라는 세계에 발을 담구고 있는 것인가. 배가 볼록 튀어나온 조기 축구회 아저씨가 프리미어 리그 이적
시장에 이름을 등록하는 것과 이것이 뭐가 다르단 말인가. 머리속이 새하얗게 탈색이 되고, 그간에 내가 만나
보았던 수많은 밤문화 미녀들이 주마등 처럼 스쳐 지나갔다. 남자를 녹이다 못해 애닳게 하는 그녀들의 미소와
하늘하늘한 몸매, 20대라는 축복받은 나이를 증명이라도 하는 듯한 그 탱탱한 살결과 뽀얀 피부들. 내게 새 삶
을 전달해 준 유흥가가 정말 엄청난 복수를 내게 저지르고 말았다.
"....왜 그래?"
내가 몸을 일으키자, 역시나 그 오뎅같은 두꺼운 손가락으로 내 자지를 움켜쥐고 있던 아줌마가 고개를 들어
물었다. 아줌마의 얼굴을 똑바로 보기 힘들다고 판단한 나는, 고개를 돌리며 조용히 중얼거렸다.
"그냥...그만 할게요."
당신은 내상이 무엇인지 아는가?
무협지를 많이 본 사람이라면 익숙한 단어일 것이다. 주인공이 어떤 강력한 상대와 비무를 하다가, 그가 내지
른 장력에 배를 맞고 시뻘건 피를 뿜으며 "내상을 입었군" 이라고 중얼거린다. 그렇다. 가슴 깊은 곳에서 부터
올라오는 속병. 그게 바로 내상이다.
유흥가에도 내상이 존재한다. 이 세계에서의 내상이란, "마인드, 혹은 와꾸가 기준 이하로 심하게 떨어지는 업
소, 혹은 그런 아가씨를 만나는 것"을 의미한다. 한마디로, 다시는 여기 안와! 라고 소리치게 되는 것이 바로
내상이라는 것이었다.
무협지의 그들처럼 내공이 절륜하지 못한 나는 단 한번의 내상으로 다리까지 비틀거렸다. 여인숙을 나오면서도
정신이 아찔하기 그지 없었다. 생각해보라. 미인들이 많기로 유명한 핸플과 오피스 업소 에서도 에이스들만 찾
아다녔던 나였다. 처음에 찾을때 그녀들 만큼 이쁘리라는 기대는 안했지만, 솔직히 보통이상은 될 줄만 알았었
다. 하지만 결과는 처참했다.
"또와 총각."
또오긴 니미! 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밀려 나왔지만, 여인숙 아줌마가 무슨 죄가 있으랴. 그제서야 아가씨 불러
달라고 했을때 나를 쳐다보았던 시선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었다. 진작에 알았어야 했다. 유흥가란, 돈이 있다
고 해서 마냥 달콤한 녹록한 곳이 아니었다.
그래. 이것도 경험이라 생각하면 편하다. 어차피 모든 유흥가를 종류별로 탐방해 보리라 마음먹지 않았던가?
고수들이 득실거리는 사공에서도, 내상기가 버젓이 올라오곤 하지 않는가? 그나마 여관바리에서 내상을 받은게
천만 다행이었다. 값비싼 안마나 오피스텔에서 내상을 경험했다면, 아마 그 돈이 아까워서라도 나는 유흥가를
떠나 버렸을 지도 모른다. 경험이라는 것은, 최고의 스승인 법이다.
"여보세요? 거기 오늘 미소 출근했나요?"
빨리 정화를 해야 했다. 휴대폰에 저장된 업소의 번호에 부리나케 전화를 건 나는, 핸플의 에이스인 미소의 출
근여부를 확인했다. "예약이 차서 두시간 후에나 가능하다"라는 실장의 말에 기운이 쏙 빠지는게 느껴졌다.한
참이고 단골 업소 여기저기에 전화를 하고 나서야, 나는 오늘의 내상을 정화해 줄 오피스텔의 에이스를 예약
할 수 있었다.
"후우..."
인생이란 정해져 있지 않다. 무작정 오르막 길만 주지도 않고, 그렇다 해서 내리막만 주지도 않는다. 따뜻한
봄과 뜨거운 여름만 주는 것이 아닌, 외로운 가을과 추운 겨울도 존재한다. 밤문화란 인생의 축소판이다. 낮
에는 가식을 떠는 이들이 적어도 자신에게 솔직해 지고, 욕구에 충실해 지는 것이 바로 밤문화와 유흥가이다.
돈을 낸 만큼 즐길수 있는 제 1법칙과 이율배반적 관계에 놓인 법칙이 있다.
-어디서나 내상의 위험은 존재한다-
이것이 바로 유흥가의 제 2법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