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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흥가 견문록 [12부]

주의- 본 글에서 등장하는 업소명과 등장인물들,혹은 사이트의 이름은 실제가 아닌 가상으로 꾸며진 것임을
밝힙니다.


 


12부- 불문율.


 



세상은 일정한 법칙에 따라 움직인다.


물론 그 법칙이란 단수가 아니다.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수많은 종류들의 법칙이 얽히고 섥혀 있으며, 또한
그 법칙들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사회를 지탱하고 있다. 인간은 자유롭고 평등한 존재라고들 말을 하지만, 사
실 인간처럼 일정한 규율과 법칙에 얽메인 생물은 없다. 과학은 물론, 사회, 그리고 실생활에도 법칙은 존재하
며, 우리가 모르는 세세한 분야도 일정한 법칙에 따라 유동한다.


그런데 우스운 것은 누구나 한번쯤은 이 법칙을 부정하려 한다는 거다.


"그래도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혹은 "이번에는 다를꺼야."등등으로 이루어진 자기 합리화를 앞세워, 우리는
적어도 한 번 이상 법칙을 부정하려 한다. 천편일률적으로 세상을 움직이는 거대한 흐름에 저항을 해보려 한다
는 것이다. 먼 옛날 부터 정립되어온 법칙의 힘은 일개 개인의 일탈이나 돌발 행위로 거스를수 있는 성격의 흐
름이 아니다.


유흥가 역시 마찬가지다. 그냥 여자끼고 놀고 헉헉대고 하루밤의 욕구를 분출하는 곳에 법칙이라는 거창한 말
이 왠말이냐 할지 모르지만, 유흥가에도 암묵적인 룰이 있고 법칙이 있다. 생각해보라. 본능이 지배하는 밤문
화에 법칙마져 없으면 그 얼마나 개판이겠는가? 양지보다 음지의 규율이 더 빡빡하고 숨막히는 법이다.


밤문화에 규칙이 있다면 그 얼마나 답답하겠냐? 라고 되물을 이도 적지 않겠지만, 놀랍게도 그 "법칙"이라는
녀석이 낮보다는 밤에 더 잘 지켜진다. 작게는 업소가 정한 룰대로 손님들과 아가씨들이 움직이는 것부터 시작
해서, 크게는 업소나 아가씨들끼리 암묵적으로 지키는 협약들에 이르기까지 그 종류는 실로 방대하다. 언젠가
열거했던 유흥가의 법칙들은, 정말이지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는 뜻이다.


덧붙여 여기서 의문이 생긴다. 그렇다면 낮과 같이 밤에도 그 규율이나 법칙에 역행하는 자들이 존재하지 않을
까? 하는 의문이다. 밤이면 술도 거나히 취했겠다, 거기에 흥분해서 이성을 잃었겠다...판단력이 흐려지는 녀
석이 반드시 존재할 법도 하다.


결론부터 말하면 답은 "예스"다. 덧붙여, 처음엔 정말 미처 몰랐었다. 그 법칙을 깨려하는, 그러니까 그 불문
율에 역행하려고 시도하는 무식한 인간이 바로 나일줄은 말이다.


 


 


 


시간이 흐를 수록 내 이중생활은 계속되어 졌다.


낮에는 점점 유능함을 인정받는 "박주임"의 모습으로, 그리고 밤에는 사공 회원이라면 누구나 다 알고 있는,거
기에 나아가 왠만한 업소의 실장들이나 아가씨들은 다 알고 있는 닉네임인 "해바라기"의 모습으로 살아가는 이
중생활이었다.


불편하지 않을까 했는데 신기하게 적성에 맞았다. 낮에는 직장에서 활발하고 쾌활한, 나아가 책임감있는 직장
인의 모습이지만, 밤에는 여러 업소 실장들의 뒷거래(?)에 쉽게 응하는, 한마디로 한량이 되어 버리는 것들이
신기하게도 한치의 헷갈림 없이 잘 이뤄지고 있었다.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혹은 7시)까지는 재고 차트를 정
리하거나, 혹은 거래처를 관리하는 사람이었지만, 밤에는 오피나 핸플, 휴게텔 등등의 업소를 다니며 후기를
쓰거나, 혹은 사공인들과 어울리는....그야 말로 바쁘디 바쁜 삶이 아닐수 없었다.


어느정도 제어력도 생겨났다. 방금싸면 바로 서는 한창의 20대도 아니니 매일 업소를 달릴수도 없는 노릇이었
다. 게다가 나처럼 평범한 직장인이 그런 생활을 하면 연봉 1억도 모자랄 판이다. 업소에 가지 않는 날은 주로
운동을 하며 몸을 만들었고, 운동이 끝나면 교양을 쌓기위해 책을 읽었다. 화술이나 대인관계 개선을 다룬 책
들이 대부분이었고, 정말 신기하게도 내 안좋은 버릇들은 하나하나 다듬어져 가며 점차 능글맞으면서도 호감가
는 대화의 주도자로 변모되어 가고 있었다.


낮에서의 삶 역시 변화가 생겼다. 조금씩 활발하고 적극적인 인간이 되어가면서, 직장 내에서의 내 존재감은
조금씩 커져만 갔다. 예전처럼 회식에서 빠져도 아무도 몰랐던 존재감 제로의 박주임이 아니라, 이제는 여직원
들과도 자주 어울리며 농담을 하는 박주임의 모습으로 바뀌었다. 직장 밖에서는 스스럼 없이 오빠라고 부르는
유리도 그렇지만, 예전에는 의미없는 눈인사와 목례 이외의 교류가 전혀 없던 여직원들과도 조금씩 친해지기 시
작했다. 뭐...그에 따라서 남자 직원들의 눈 밖에 나버렸을 수도 있지만 크게 상관은 없었다. 어차피 저들은 누
군가와 교류하기 위해서라기 보다는 먹고 살기 위해 직장이라는 치열한 전쟁터에 와있는 사람들 이니까. 그들은
전우가 아니라 그냥 적일수도 있는 거다. 오히려 친목은 같은 관심사를 가지고 있는 사공의 회원들과 훨씬 더
잘 이루어진다.


 


여하튼 그날도 나는 운동을 하고 돌아왔고, 집에 오자마자 티셔츠를 슬쩍 위로 올리며 점점 갈라져 가는 내 복
근을 보며 뿌듯해 하고 있었다. 트레이너에게 몇 번이고 "나는 우락부락한 근육을 바라지 않아요"라고 어필을
하길 잘한 모양이다. 내가 원하는 것은 그저 근육질의 몸매 보다는 배가 튀어나오지 않은 매끈한 몸이었고, 트
레이너라는 직업을 고스톱쳐서 딴 것은 아닌 모양인지 어찌저찌 어영부영 시키는 대로 하다보니 내가 원하는 몸
매로 틀이 잡혀 가고 있었다. 이제는 업소에 다섯 번 정도 가면 세 번은 몸이 좋다라는 말을 들을 수 있을 정
도였다. 직장 끝나고 바로 오니 술을 마실일도 없고, 또 혼자 사니까 그렇게 식욕이 많은 것도 아니어서 트레
이너가 짜주는 단백질 위주의 퍽퍽한 식단도 제법 꾸준히 지키는 편이기 때문일 거다. 십여분에 걸친 자아도취
를 끝낸 나는 그제서야 비로소 컴퓨터 앞에 앉아 사공에 접속을 하기 시작했다.


메인 페이지에 걸려 있기 때문에 자동으로 접속 되는 채팅방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접속 중이었고, 역시나 내게
는 대부분 낯익은 닉네임들 뿐이었다. 접속 하자마자 형식적으로 여기 저기서 인사들을 했고, 역시나 로컬 메
일에는 업소들의 홍보 쪽지가 넘쳐나고 있었다.


사실 사공에 등록된 업체의 실장이 개인에게 홍보 쪽지를 돌리는 일은 극히 드물다. 홍보라는 것이 원체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런데 사공의 홈페이지는 관리자를 제외하곤 전체 쪽지 기능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홍보글은 올려도 홍보 쪽지는 돌리지 않는다.


하지만 유독 나에게는 그런 쪽지가 많이 왔다. 아마도 나 뿐만이 아니라 후기란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몇몇은
그런 홍보 쪽지를 받아 볼 법하다. 물론 내 경우처럼 공짜로 달리고 후기만 써달라 라는 청탁은 극히 드물겠지
만, 여튼 실장들은 유명한 몇몇 특별회원들에게 쪽지를 보내서는 묻지도 않았던 아가씨들 프로필을 쭈욱 읊어
주며 한번 들르기를 종용하는 것이다. 나는 제법 노련해진(?)놈 답게 그런 홍보 쪽지들을 가볍게 스킵하며 사
공의 메뉴들을 하나씩 클릭하며 읽기 시작했다.


"후우..."


운동후 담배는 말짱 도루묵이지만, 사공에 접속하자마자 담배를 피워무는 습관은 쉬이 고치기 힘이 들었다. 게
다가 오늘처럼 볼 것이 없는 날은 더더욱 그렇다. 사공에 있는 수많은 메뉴들 중에 유독 오피스텔 란과 핸플,
그리고 안마 후기 만을 다니니 "사공질"에도 한계가 있는 탓이다.


"흠..."


평소와는 달리 금세 질려버린 나는 입이 찢어져라 하품을 해버렸다. 물론 평소에도 볼게 없던 적이 많기는 했
지만, 그때는 회원들이랑 이야기를 나누거나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오늘은 채팅을 하
기도 귀찮았다. 뭔가 재밌는게 없을까 하는 생각과 함께 전에 느낀적 없는 따분함 마저 들어왔다.


냉장고에서 시원한 물을 꺼내 벌컥벌컥 마신 나는, "다른 메뉴나 한 번 봐볼까"하는 의미없는 혼잣말을 중얼
거리며 다시 책상 앞으로 돌아왔다. 사실 사공에 다른 메뉴야 수없이 많지만, 여태까지의 편식 때문인지 쉽게
손이 가지 않았던 곳이 대부분이었다. 때문에 같은 사공이라도 오피스텔에서 활동하는 부류, 나이트나 노래방
후기 란에서 활동하는 부류, 안마방을 다니는 부류 등등으로 나눠지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 외에도 여관바리
후기란, 채팅(조건녀)후기란, 풀싸롱 후기란, 핸플후기란, 키스방 후기란, 집창촌 후기란 등등 많은 카테고리
들이 자리했으며, 각각의 게시판에는 그 분야에서 인정받고 존경받는(???)전문가 들이 대거 포진해 있었다. 다
시 말하면 내 닉네임인 "해바라기"는 핸플이나 오피스, 혹은 안마 란에서만 유명한 닉네임이라는 뜻이다. 여관
바리같은 경우엔 지난번의 심각한 내상 때문에 얼씬도 하지 않았고, 키스방 같은 부분은 그냥 입술만 쭉쭉하고
나오는 곳이니 흥미가 없다. 뭐 유흥에 통달한 선배들은 할거 다 하다 보면 결국 키스방도 간다 라는데...나는
그 정도 내공까지는 되지 못했다.


-페티쉬란이나 한 번 가볼까...?-


마음속에서 이런 생각이 든 것도 그때 부터 였다. 물론 페티쉬란에 그간 한번도 안가본 것도 아닌데, 그때는
대부분 대충 글을 읽다가 그냥 나와서 오피스텔 란으로 가버리곤 했었다. 어째서냐고? 페티쉬라는 유흥업소 시
스템 자체가 유흥 초보인 나에게는 전혀 메리트가 되지 않았던 까닭이다.


페티쉬. 이 단어의 뜻을 모르는 사람이야 거의 없겠지만, 업소의 종류가 페티쉬라고 하면 모르는 사람들은 슬
쩍 고개를 갸웃할 만도 하다. 알기 쉽게 설명하자면, 페티쉬란 신체부위의 일부나 물체 등에서 성적 매력을 느
끼는 경향을 의미하고, 페티쉬 업소는 이러한 페티쉬즘을 자극해 주는 서비스를 하는 밤 업소를 의미한다.


사실 페티쉬 업소를 설명하기란 상당히 힘들고 애매하다. 페티쉬 업소는 여타의 업소들에 비해 조금 다른 시스
템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페티쉬라는게 원체 종류가 무궁무진 하지 않은가? 여자의 다리에 집착하
는 페티쉬즘이 있는가 하면, 스타킹이나 교복 차림등 특정 의상에 집착하는 페티쉬즘도 있다. 이러한 것들을
자극해 주는 업소가 페티쉬 업소이긴 한데, 그것만으로는 설명이 조금 부족하다.


뭐가 다르냐고?


일단 성행위를 하지 않는다. 핸플처럼 입이나 손으로 해주는 것도 아님은 물론, 심지어 아가씨가 옷을 벗지 않
는 업소도 많다. 뭐 그딴게 다있냐 라는 말을 할 수도 있겠고, 그런 것에 흥미 없다 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사
실 페티쉬 업소는 메리트가 있다.


첫번째는 월등한 와꾸다.


아가씨의 얼굴이나 몸매를 "와꾸"라고 한다고 예전에 언급한 바 있지만, 페티쉬 업계의 아가씨들은 와꾸가 좋
다 라는 것이 유흥가에서는 공공연한 사실이자 선입견이 되어 있을 정도다. 게다가 하나같이 대화를 잘하고
나긋나긋한 여성들이 페티쉬 업계에 종사한다. 적어도 언니의 와꾸 가지고 내상을 입을 일은 없다는 거다.


두번째는 수위다.


앞서 말했다 시피 페티쉬는 성행위를 하는 업소가 아니다. 옷 위로 터치하거나, 아가씨에게 특정 부위를 노출
하거나 하는 행위가 대부분이다. 페티쉬에서 일하는 아가씨들은 여타의 업소들과는 달리 "메니져"라고 불리는
데, 이들중 핫 메니져의 경우에는 핸플이나 오럴 등의 서비스를 받는 경우도 공공연히 있으니 앞서 말한 것들
이 페티쉬 업계 전부에 해당하는 말이라고는 할 수 없다.


세번째는 메니아층 위주의 업소 구조이다.


당연스럽게도 페티쉬는 오피나 핸플, 안마업소들 처럼 영업하는 업소의 숫자가 많은 업계가 아니다. 가격이 오
피에 비해 싸기는 하지만 성욕 분출이 보장되어 있지 않으니 상대적으로 메니아층이 많은 편이었다. 게다가 그
메니아들은 이 업소 저 업소 탐방을 하는 것이 아니라, 한 메니져를 지명으로 정해놓고 여러번 업소를 들른다.
갈때마다 대화만 하고 나오는 경우도 있고, 인생상담을 하는 경우도 있다. 다른 업소들과는 달리 욕구 분출이
주가 되는 업소가 아니라는 것이다. 누가봐도 예쁘고 젊은 아가씨와 대화를 하고, 치마를 들추거나 원하는 의
상을 입히거나 하는 것에서 묘한 쾌감을 느끼게 하는 업소인 것이다. 물론 한 메니져만 지속적으로 지명하면 친
해져서 점점 티 안에서의 수위가 높아져 가는 경우도 있기는 하지만, 여하튼 평범한 유흥가가 아님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사실 지금 생각해봐도, 내가 왜 그때 페티쉬 업계에 관심을 가졌는지 알 수는 없다. 핸플이나 오피스텔, 안마
에서 활동하는 미녀 언니들을 줄줄히 꿰차고 있었음에도 그것에 부족함을 느꼈던 걸까? 아니면 정말 다른 회원
들 말처럼 내가 고수가 되어가는 과정이었을까? 어찌보면 페티쉬 업계도 탐방해 보고 싶다는 순수한 호기심이
었는지도 모르겠다.


 



-페티쉬요?-


-응.-


-형님 갑자기 무슨 바람이 불어서 그래요?ㅋㅋ-


평소 사공에서 친하게 지내던 회원에게 페티쉬에 대해 묻자 예상했던 반응이 튀어나왔다. 하기사 주구장창 세
개의 카테고리에서만 활동하던 내가 전혀 다른 컨셉의 업소에 관심을 가져 버리니 나를 아는 다른 사공인들은
조금 생소할 것이 분명했다.


-아니 그냥 궁금해서 그래.-


-페티쉬업계에서 유명한 업소야 뭐 사공에서도 뻔하죠.-


-어딘데...?-


-아...그게요-


나는 녀석이 설명해 주는 것을 경청하기 위해 피우던 담배까지 끄고는 모니터를 뚫어져라 응시하기 시작했고,
녀석은 호기심이 동해 마음이 급해진 내 심정도 모르고 여유롭게 타이핑을 하고 있었다.


한참 뒤에서야 계속된 녀석의 설명에 따르자면, 사공의 페티쉬 메니아들 사이에서 유명한 업소는 딱 세 개가
있다 했다. 하나는 강북에 위치한 스윗슈가라는 업소였고, 하나는 강남에 위치한 아프로디테, 그리고 마지막
으로 구로에 위치한 블링이라는 업소였다. 물론 다른 업소들도 몇 개 있었지만, 페방 메니아들에게 이 세 업소
는 "진리"라는 소리를 듣는단다.


-ㅋㅋㅋ형님 페방에 빠지면 재산 탕진하기 딱 좋아요.-


-어째서?-


-메니져들이 다리 벌리고 대주는 것도 아니고...솔직히 함 따먹을라면 못해도 10번은 가서 친해져야 되는 곳이
페방이잖아요. 뭐 형님이 그냥 옷위로 아가씨 몸 주물딱 거리는거에 관심있다면야 또 몰라도..-


-그냥 물어본거야. 뭘 그리 흥분해.-


-그래도 함 가보세요. 사실 옷 벗고 있는 것보다 그렇게 아슬아슬하게 보여주거나 제한된게 더 꼴릴때도 있잖
아요. 저도 예전에는 페방에서 살았었어요.-


-아...그래? 아무튼 알았어.-


-가실거면 처음에는 핫 메니져 찾아서 도전하세요. 그 편이 나을걸요.-


-핫 메니져?-


-네. 그나마 수위가 높은 애들이 핫 메니져에요. 페방 초짜가 핫 메니져도 아닌 메니져한테 딸딸이라도 쳐달라
고 부탁하면 아마 개쪽당하기 쉬울걸요?ㅋㅋ-


-알았어 임마...그만혀-


적당히 관심없는 척, 대화를 끝낸 나는 다시 한 번 페티쉬 업소 후기란을 둘러 보며 생각에 잠겼다. 가격대야
뭐 익히 들어서 알고 있는 부분이었고, 게다가 세 개의 "진리"업소중 블링이라는 업소는 구로에 있으니 내 위
치와도 꽤나 가깝다는 이점이 있다. 호기심이 동했다는 거 자체가 이미 반 이상은 마음의 결정을 내렸다는 뜻
아닌가? 나는 처음 유흥가에 발을 들일때와는 달리, 한치의 망설임도 없는 동작으로 휴대폰을 꺼내 들었고, 이
윽고 사공 페티쉬 업소 홍보란에 있는 블링이라는 페방의 번호를 거침없이 눌렀다.


-감사합니다 블링입니다.-


전화기 너머로 들려온 목소리는 놀라울 정도로 차분한 톤이었다. 하기사 유흥가 업소의 실장이나 점주라는 것
이 너무 적극적이어도 손님들로서는 부담스러울수 있고, 너무 차가워도 불친절하다는 인상을 남길 수 있으니
저런 차분한 톤이 오히려 안심이 된다.


"네. 사공 회원인데요."


-네. 말씀하세요.-


"핫 메니져 예약되는 분 있나요? 최대한 빨리."


-아...저희 가게 처음이신가요?-


"네. 처음입니다."


처음이라고 하면 바가지 쓰는것 아닌가 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 거지만, 어차피 메니아 층으로 장사가 되는 것
이니 뻥을 쳐봐야 내 얼굴을 보면 이 사람도 바로 알겠거니 싶었다. 게다가 사공 내에서는 눈치싸움 할 필요가
없지 않은가?


-지금 계신 곳에서 저희 가게까지 얼마나 걸리세요?-


"한 십분 정도면 충분할 거 같은데요. 구로라면..."


-그러면 10시 정각까지 구로역에 오셔서 전화를 주시겠어요? 지금 마리 라는 메니져가 가능하십니다.-


"아...그래요?"


통화를 하며 컴퓨터의 시계를 보니 9시 4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구로역이라면야 택시타고 가면 충분히 시간이
되겠다 싶은 마음이었다. 말을 하면서도, 나는 빠른 속도로 블링의 홍보글을 찾아 클릭하며, "마리"라는 메니
져의 프로필을 찾고 있었다.


-그럼 그때 뵙겠습니다. 전화 주세요.-


"아..네."


예약을 하고 나니 가슴이 콩닥 거린다. 마치 오피를 처음 갔을때의 그 기분이랄까? 어떤 업소인지 잘 알고 있
으면서도 막상 가보려니까 설레이는 것이다.


"와...!"


블링의 홍보글을 클릭한 나는 나도 모르게 탄성을 질렀다. 당연히 얼굴은 나와 있지 않지만, 그곳에 있는 마리
라는 메니져의 프로필 사진에 감탄한 까닭이다. 검정색 치마 정장에 검정 스타킹...아마도 오피스 걸을 좋아하
는 회원들을 위한 코스프레 이겠지만, 그 타이트한 정장 위로 보이는 훌륭한 몸매 굴곡 때문이었다. 얼굴 부분
이 뿌옇게 처리되었지만, 하얀 피부와 또 그에 대조되는 까만색 머리칼이 단정하게 묶여 있는 모습에 나도 모
르게 동공이 확대되는 느낌이다.


페티쉬 업소라...처음 가보는 종류의 업소라서인지 일단 전화상의 느낌부터가 달랐다. 부담스러우리 만큼 친절
한 오피스텔이나 안마업소의 실장들과는 달리, 놀라울 정도로 침착한 목소리의 톤이 인상적이었다. 오피 쪽에
서는 "유명인"이지만, 페티쉬쪽에서는 신입이나 다름 없는 해바라기라는 회원에 대한 일종의 텃세일까? 단골들
에 의한 매상이 엄청 높은 업소이니 아무래도 처음 보는 번호라면 경계할 만도 할 것이다.


여담이지만, 내가 미혼이라는 사실은 유흥가를 탐방하기 위한 최적의 조건이나 다름없었다. 아내 몰래 휴대폰을
하나 더 개통시켜 놓거나, 혹은 귀가 전에 업소 실장들에게 했던 전화들을 부리나케 지우고 들어가는 사공의 유
부남 회원들의 이야기를 심심찮게 들었기 때문이다. 
 
어쨋든, 유부남이 아니기 때문에 탐방에 제한이 없는 나는 서둘러 옷을 입기 시작했다. "분출"을 하기 위한 곳
이 아닌 유흥가라...어떤 곳인지 심히 기대가 된다. 윈도우가 종료되는 음이 오늘따라 왜이리 크게 들리는지 몰
랐다.


아마도, 새로운 곳을 탐방하는 것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리라. 그리고 이 기대감 때문에 나는 쉬이 이 취미생활
을 버리고 있지 못하는 걸지도 모른다.


 


 



업 종: 페티쉬
업소명: 블링
언니명 : 마리(HOT)
AGE : 24세
TIME : pm 7 시 ~ am 5 시
키 : 173cm
BODY SIZE : 55/B컵
FOOT SIZE : 245mm


 



택시로 이동하여 내리고, 또 내려서 실장과 컨텍을 하며 업소로 입장하는 그 순간까지, 마리라는 아가씨의 프로
필은 내 머릿속에서 또렷하게 기억되어 있었다. 뭐 24세라는, 여자로서의 한창 이쁠 나이와 173이라는 큰 키는
둘째치고, 아니아니, B컵이라는 바람직한 가슴 사이즈 까지도 배제하고라도, 도대체 발 사이즈는 왜 개제해 두었
단 말인가? 왜일까를 곰곰히 생각해 보던 나는 한참이 지나고 나서야 아...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뭐 페티쉬라는게 신체의 일부분에 대한 숭배 내지는 흥분이니까. 아마도 발 부위에 대한 페티쉬즘을 가지고 있
는 사람들도 있겠지. 별 미친놈들이 다있네...라고 중얼거렸지만, 생각해보니 나도 지금 페티쉬 업소...속칭 페
방에 와서 메니져를 기다리는 중이 아닌가? 누워서 침뱉기일 뿐이다.


"흐음..."


정말 전화통화속 목소리처럼 차분하게 생긴 실장의 안내로 티 안에 들어온 나는, 그제서야 조금 좁게 느껴지는
티 내부를 둘러 보기 시작했다. 오피스텔의 경우에야 실제 사람이 살 수 있는 곳이니 집 처럼 느껴지는 구조고,
안마방이나 핸플 업소야 누가봐도 "유흥 업소"로 느껴지는 내부이지만 페방은 조금 달랐다. 조명은 색깔이 입혀
져 있었지만 무겁고 분위기 있었으며, 조금은 고급스러워 보이는 쇼파, 그리고 그 앞에 테이블이 놓여져 있다.
뭐랄까...다른 업소보다는 가구가 좀 더 많은 듯한 느낌이다.


똑똑똑.


이제는 익숙한, 언니가 들어간다는 신호와도 같은 노크소리에 나도 모르게 고개가 들려졌다. 조금씩 빼꼼히 열
려가는 그 문틈의 공간이 넓어져 갈 수록 콩닥 거리는 소리도 박자에 맞춰 더욱 더 분주해진다. 유흥가에 푹 젖
어 있는 사람이라도 이 콩닥거림은 가지고 있다고 하니까 뭐.


"안녕하세요?"


"아...."


문이 열리고, 정말 프로필에서 본 것처럼 훤칠한 키의 아가씨가 나를 보며 생긋 웃었다. 화이트 톤의 블라우스,
그리고 검정색 치마와 검정색 스타킹. 브라우스 만큼이나 하얀 피부위로, 너무나 예쁜 미소가 나를 향하고 있었
다.


"처음 오시죠? 저는 처음 뵙는데..."


"아...그게...응.."


나도 모르게 그렇게 얼버무리고 만다. 유흥가의 미녀들은 나름 많이 봤다고 자부할 정도가 되었는데, 도무지 벌
어진 입이 다물어지지가 않는다. 긴 생머리를 묶어 올린 그녀의 작은 얼굴에, 까맣고 큰 눈동자가 나를 향하며
또 한 번 싱긋, 눈웃음을 자아낸다. 아가씨가 들어오고 나면 진정이 되어야 할 가슴이 계속해서 뛴다. 어째서지?


나는 심하게 당황을 하고 있었다. 지금 심장이 뛰는 것은 설레여서가 아니었다. 아가씨와 좋은 시간을 보내기 전
기대감 때문에 오는 그런 종류의 두근거림이 아니었다. 숨이 턱하고 막히고, 몇 달전의 박강우로 돌아간 것처럼
말수가 줄어들어 버린 것이다.


" 쇼파에 앉아요 우리."


그녀, 마리의 목소리가 알 수 없는 마성을 담아 내 몸을 쇼파로 이끌었다. 술을 마시지 않았지만, 술을 마신 것
처럼 알딸딸하고 취하게 하는 그런 고운 목소리였다. 브라우스 위로 봉긋 튀어나온 가슴이, 그녀가 자신의 머리
를 만지는 바람에 팔을 위로 올려 더욱 더 볼륨감이 강조되기 시작한다.


"밤에는 요새 좀 쌀쌀하지 않나요?"


그녀의 말이 귓바퀴로 몇 번이고 울리며 흘러 들어가는 듯한 느낌. 나는 나도 모르게 침을 꼴깍 하고 삼켜 버렸
다. 휘말려 들어가 버리고 만 것이다. 아니, 깨어 버리고 만 것이다. 유흥가에 존재하는 큰 불문율 중 하나를,
나는 그녀를 보는 순간 까맣게 잊어 버리고 있었다.


그녀에게, 반해버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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