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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흥가 견문록[10부]

 


주의- 본 글에서 등장하는 업소명과 등장인물들,혹은 사이트의 이름은 실제가 아닌 가상으로 꾸며진 것임을
밝힙니다.


 


10부- 밤과 낮. 본능과 가식.


 



밤문화는 어찌보면 냉정한 세계이다.


돈으로 거래되는 세계이다 보니 지불한 만큼의 댓가는 확실하지만, 약속된 것 이상의 것은 누릴 수 없기 때문
에 냉정하다. 일반인 여성과 데이트를 하면서 10만원을 썼다고 가정할때, 그 여성과 백퍼센트 관계를 가진다
고 보장할 수 없다. 물론 남자가 여자를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달라질 문제이긴 하지만, 그것이 절대적이라
고 말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런데 유흥가는 다르다. 10만원의 화대를 내면 반드시 좋은 밤을 보낼 수 있다.
남자의 테크닉이나 대화의 기술. 연애의 완급조절따위는 필요가 없다. 지불된 만큼의 확실한 목적달성을 이룩
할 수 있다. 하지만 만약 10만원에 1번의 기회가 주어진 업소라면, 천지가 개벽해도 한 번의 사정 후 또 한번
의 기회를 가질수 없다. 그것이, 밤문화가 관대하면서도 냉정한 2중인격을 띄게하는 중요한 요인이다.


 


 


"흐으음..하앙."


그러니 지금의 상황에 내가 당황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나는 분명 한 번의 기회를 사용했다. 너무 흥분한
나머지 수아의 입속에 잔뜩 사정을 하고 말았던 거다. 그런데 그대로 끝나야만 하는 서비스는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현지는 내몸에 마사지용 오일을 바르고는, 그 탄력있는 육체를 내 몸위로 미끌어뜨리고 있었다. 마
치 빙판 위를 미끌어져 나가는 스케이터 처럼, 그녀는 매우 능숙한 동작으로 자신의 몸의 곡선을 내 몸에 맞
대어 일그러뜨렸다.


"오빠. 잠깐 눈 감아 볼래?"


이번에는 누워있던 내 옆 쪽에 서있던 수아가 입을 열었다. 말을 듣지 않을리가 있으랴. 나는 그녀의 말대로
눈을 감았고, 곧이어 이번에는 얼굴 쪽으로 부드러운 느낌이 들어왔다.


눈을 뜨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현지가 내 몸위에서 나를 달구는 동안, 수아는 침대 머리쪽에서 상체를 기
울여, 내 얼굴위에 자신의 가슴을 올려놓은 것이었다. 어디 그 뿐이랴. 그녀는 살살 자신의 상체를 움직여
가슴으로 내 얼굴을 비벼대고 있었다. 숨이 턱 하고 막힐 정도의 아찔함이었다. 여태까지의 밤문화에, 이토록
적극적이고 흥분도 높은 서비스가 있었던가? 나는 사공의 여타의 특별회원들에 비하면 상당히 유흥가 경험이
없는 편이었지만, 오늘 같은 서비스는 들어본 적이 없었다. 이윽고 내 위에 있던 현지의 혀가 내 젖꼭지를 타
고 사타쿠니 쪽으로 내려갈 때 쯔음엔, 내 입안 가득히 수아의 가슴이 물려져 있었다. 안마방에서 쓰는 오일은
먹어도 상관이 없다더니, 과연 그 말이 사실인 모양이었다.


"으음...쪽...쪼옥..."


나는 더욱더 정신이 없어졌다. 좁다면 좁은 그 욕실침대 위로 수아마져 올라와 내 옆에 밀착했기 때문이었다.
졸지에 내 오른쪽에는 현지, 그리고 왼쪽에는 수아가 누워 내 몸을 애무해 주는 형상이 되어 버린 것이었다.
남자를 흥분시키는 법을 너무나 잘 아는 그녀들은, 각자 그 부드러운 혀로 내 자지를 핥기 시작했다. 자극적
으로 만들기 위해 기획된 야한 동영상에서나 볼 수 있었던 일이 실제로 일어나는 순간이었다. 수아의 입가에
서 한 번 사정을 마친 내 자지는, 안정기 조차 가지지 못하고 곧바로 뻣뻣해지기 시작했다. 아마도 이 곳의
실장은 나를 홍보 요원으로 쓰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그녀들은 마치 잘 훈련된
시녀들처럼 차례차례 내 몸을 핥아가고 있었다. 원래 몸 전체에 발라져 있던 오일들은 그녀의 타액으로 대체
되어 가기 시작했다. 현지가 내 자지를 입안에 가득 물고 빨아 젖히는 동안, 수아는 내 다리 위에 앉아 자신
의 사타구니 사이로 천천히 비벼주었다. 까칠까칠한 보지털의 느낌이 하반신을 간지럽혔다.


"오빠 다시 섰네? 이번에는 할 수 있겠어?"


조금은 자존심이 상하는 말일지도 몰랐지만, 나는 조금도 기분상한 얼굴을 하지 않고 열심히 고개를 끄덕였
다. 오히려 의욕에 넘치는 표정이었을 거다. 이런 기회가 한 두번 오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당연히 의욕만만
이었다.


"오빠 잠깐만."


현지는 내 몸을 일으키고는 침대에 누웠고, 수아는 침대 발치에 몸을 일으킨 내 자지를 살며시 쓰다듬더니
이윽고 콘돔을 꺼내 씌워주었다. 이미 한 번의 사정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은 내 골반을 잡아 당길 만큼
단단하게 팽창되어 있는 상태였다.


고개를 돌려 침대 밑을 바라보니, 현지는 벌써 다리를 벌리고 나를 맞아들일 준비를 하고 있었다. 사뭇 통통
하게 살집이 오른 그녀의 허벅지 사이로, 잘 익은 밤송이처럼 벌어져 있는 그녀의 보지가 눈에 들어오니 머
리속이 뜨거워 졌다. 나는 허리를 그녀의 다리사이로 밀어 넣었고, 솟아오른 자지는 너무나 자연스럽게 그녀의
속살사이로 파고 들어갔다.


"하으응."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일지도 모르나, 업소녀의 신음은 80퍼센트 이상이 계획된 연기, 즉 리액션이다. 술이 조
금 들어간 상태라면 그녀들의 신음소리가 흥분되어 나오는 것이라고 순진하게 믿어 버릴 수도 있겠지만, 사실
그녀들의 신음소리는 남자의 흥을 돋구기 위한 반주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하나의 쇼
임을 알면서도 기분이 좋은 것은, 마치 잘 짜여진 프로레슬링 경기를 보며 즐거워 하는 감정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이리라.


"흐응..아흑..으으응...하악...오빠아..흐응.."


좀전의 실수를 만회라도 하려는 듯, 내 자지는 요란한 소리를 내며 현지의 둔덕을 박아대기 시작했다. 수아는
알몸으로 서서 내 가슴을 애무해 주거나, 혹은 하체에 비해 자유로운 내 손이 자신의 몸을 마음껏 더듬을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생전 처음 해보니 미숙할 수 밖에 없는 2대 1의 섹스가 원활하게 이루어 질 수 있는 것은
순전히 그녀들의 "팀웍" 때문이었다.


"뒤로 할까?"


자신감이 붙은 내가 조용히 입을 열자, 현지는 지금의 자세가 좋다는 듯 다리사이로 내 허리를 꼭 잡으며
나를 말렸다. 의구심이 든 내가 고개를 갸웃하자, 이번에는 내 옆에서 있던 수아가 베시시 웃었다.


"뭐하러 그렇게 해? 기다려봐."


도대체 무엇을 하려는 거지? 나는 의아한 마음에 열심히 앞뒤로 움직이던 허리까지 멈추고는 그녀들을 번갈
아 바라보았고, 곧 이어 벌어진 수아의 행동에 나는 그만 뻣뻣하게 굳어 버리고 말았다.


"이러면 됐지? 번갈아서 할 수 있잖아."


맙소사. 수아는 누워 있는 현지의 위로 올라타 침대 바닥을 팔로 지탱하여 엎드린 것이었다. 내 자지가 들
어가 있는 현지의 보지 위로, 수아의 보지가 겹쳐져 놓인 셈이 된 것이다. 잘 익은 복숭아처럼 탱탱한 엉덩
이 밑으로, 조금 촉촉해져 있는 그녀의 보지살이 눈에 들어왔다.


"아앗!"


펼쳐진 밥상을 마다할리 있으랴. 나는 얼른 현지의 몸에서 자지를 빼고는 살짝 허리를 들어올린 후, 조금 높
이 위치한 수아의 엉덩이 사이로 자지를 찔러 넣었다. 그럴리는 없지만 푹! 하는 소리가 나는 것만 같은 느낌
이 들었다. 현지보다는 조금 더 하이톤 인 듯한 수아의 신음소리에 온몸이 부르르 떨려 왔다.


찰싹..찰싹..


수아는 전체적으로 마른 편이었지만, 엉덩이 부분에 살이 많아 뒤로 부딪히는 느낌이 일품이었다. 내 몸이 수
아의 하체에 부딪힐 때마다, 밑에 있는 현지의 몸이 움찔거리는 것을 보는 것도 큰 즐거움이었다. 아 왜 신은
남자에게 한 개의 거시기만 준 것일까? 두개라면 이렇게 마음이 급하지 않아도 될 텐데 말이다.


"하윽!"


수아의 몸에서 자지를 빼낸 나는, 곧이어 현지의 몸안으로 쑤셔 넣었다. 서로 얼굴을 마주보고 있는 그녀들은
서로 뻘쭘하지 않을까? 따위의 쓸대 없는 걱정을 할 여유따윈 없었다. 최대한 두 명의 몸을 번갈아 느껴보고
싶다는 생각에 등짝에는 땀이 비오듯 쏟아졌다. 평범의 표본으로 살아온 인간 박강우가 이런 경험을 하다니,
역시나 신은 마냥 매정한 존재가 아니다.


"흐윽!아아앙"


"아아...하아..."


두 명의 상반된, 그리고 듣기 좋은 신음소리가 티 안에 울려 퍼졌다. 한 번의 사정을 끝내서 일까? 번갈아서
위아래로 집어 넣고 흔들어 대도 좀처럼 사정의 기미는 느껴지지 않았다. 그저 눈앞에서 흔들리는 아름다운
두개의 여체를 최대한 만끽하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오빠. 그냥 나한테 싸."


아까처럼 빨리 사정하지 않으니, 그녀들 역시 조금은 힘에 부친 모양이었다. 몸을 움직였던 내 몸도 땀 투성
이 였지만, 수아와 현지의 몸도 조금씩 늘어져 가고 있었다. 결국 수아는 아쉬운 내 마음을 뒤로하고 현지의
위에서 내려왔고, 나는 현지의 다리를 내 어깨위에 걸치게 하고는 그녀에게 집중(?)하기 시작했다.


"아아아..아흑..흐으응..."


남자에게 있어서 섹스의 목적은 "사정"이다. 오로지 그 시간만큼은 남자들의 유일무이한 공통 목표이리라.
여자들은 때에 따라서 다르지만, 남자의 쾌감을 위한 매게체는 오로지 사정 뿐인 것이었다. 회사나 사회에서
는 그런 모습을 숨기지만, 적어도 여기서까지 가식을 떨 필요가 없었다. 나는 마치 오래 굶주린 짐승처럼 현
지의 몸 위로 공격을 퍼붓기 시작했다. 다리가 조금 떨리는지 살짝 침대에 기대선 수아 쪽으로 손을 뻗어 그
녀를 더듬으며, 내 허리는 계속해서 현지를 공격해 나갔다.


"아아앗!"


내 움직임이 멈추고, 현지의 몸이 부르르 떨린다. 귀두 끝이 따끔거릴 정도로 진한 정액들이 콘돔을 채우는
듯한 느낌이 들어왔다. 나는 여전히 따뜻한 그녀의 몸 속에 있었고, 그것을 뺄 기력조차 없는 것처럼 그대
로 몸이 앞으로 갸우뚱 기울어졌다. 마인드 좋은 현지는 내 목을 끌어 앉고 입을 맞추기 시작했다.


"하아...하아..."


현지의 뜨거운 숨결이 들려왔고, 빨리 씻자고 보채는 수아의 목소리도 들려왔다. 적어도, 지금 내 귓가를 뜨
겁게 지피고 있는 현지의 숨결 만큼은 신음소리처럼 "가식"이나 "연기"가 아니리라.


몸에 흐르는 땀방울들이 식어가는 느낌을 받으며, 나는 조용히 숨을 고르기 시작하고 있었다.


 


 


 


 


"음..음...룰룰루..."


발걸음이 가벼웠다. 보통때라면 짜증과 한숨만 나왔을 테지만 오늘은 조금 달랐다. 얼마전에 즐거운 경험을
해서 일까? 아니, 그런것 따위가 아니었다.


높은 빌딩숲 사이에 위치한 회사건물. 평소라면 직장인들의 유동인구가 많은 곳이지만 오늘은 한산했다. 그
도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오늘은 주말이었기 때문이었다.


주말의 그곳은 마치 다른 장소에 있는 듯한 착각을 줄 정도로 한산한 모습이었다. 치열하게 까지 보이는 그
곳이, 이토록 한산하고 평화롭게 보일 줄이야. 회사일 때문에 부득이한 주말 출근을 해야만 했던 나는, 새삼
스럽게 회사의 건물을 슬쩍 바라보았다.



며칠전의 신업소 기행(?)은 두말 할 것 없는 대 성공이었다. 생전 처음 받아보는 러브콜에 나는 순순히 응했
고, 약속대로 여태까지의 후기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의 장문의 후기가 사공 사이트 안마방란에 남겨졌다.
"해바라기"라는 닉네임의 네임벨류를 증명이라도 하듯, 내 후기에는 수없이 많은 리플들이 달려 있었다. 아
마도, 그 업소의 실장은 꽤나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을 것이 분명했다.


"이 참에 작가로 나가야 하나?"


나는 나를 지도했던 고등학교 국어 선생님들이 들으면 실소를 떠트릴 만한 실없는 대사를 읊조리고는, 조용히
사원증을 찍고 회사로 들어갔다. 주말의 출근이었지만, 왠지 모르게 기분이 좋았다.


"아. 주임님 안녕하세요."


사무실에 들어서자마자 여자 목소리 하나가 내 귓가를 간지럽혔다. 정상 출근이 아니기 때문일까? 평상시와
는 달리 청바지에 티셔츠를 입고 나타난 유리씨가 나를 보며 살짝 인사를 하고 있었다. 오늘의 업무는 회사
직원들 전체가 아닌 일부만 출근하는 것이었고, 그 중에 유리씨도 포함되어 있는 듯했다.


"경리부에서는 유리씨만 출근했나봐요?"


"네. 그렇게 됐어요. 주말인데 쉬지도 못하고..."


그녀는 살짝 인상을 찡그리며 울상을 지어 보였다. 예전에 나에게 보였던 태도를 생각하면, 정말이지 놀라울
정도로 발전된 그런 모습이었다. 회사의 여직원들중 아무도 이정도의 친근감을 내게 보인적이 없었다. 하기
사, 내가 아니더라도 누구에게나 그렇다. 회사란 것은 그저 먹고 살기 위한 장소의 일환일 뿐, 누군가를 사
귀거나 하는 곳이 아니라는 인식이 요새는 너무나 강하다.


"영업부에는 주임님 혼자인가 봐요?"


"아무래도 그런거 같네요."


똑같이 울상을 짓는 내 모습에 유리씨가 쿡쿡 거리며 웃었다. 그러고 보니 넓다란 사무실에 출근한 인원은  나
와 유리씨 둘 뿐이었다. 물론 다른 부서 사람들도 부서당 한 두명씩은 출근을 해 있겠지만, 영업부와 경리부
만 쓰는 이 사무실안에는 우리 이외의 사람이 없어 더욱 더 썰렁하게 느껴졌다.


"커피 드릴까요?"


"아. 고마워요."


그녀가 업무상 지겹도록 커피를 많이 타는 것은 알고 있지만, 이렇게 먼저 자진해서 타준다고 하는 것은 처음
이었다. 아마도 예전 같았다면 꾸벅 목례만 하고는 할 일을 했겠지...하는 생각이 들자 더욱 더 신기하게 느
껴졌다.


"다른 분들 나오라고 하시지 왜 주임님이 나오셨어요?"


그녀는 모락모락 김이 나는 커피를 내게 내밀며 입을 열었다. 텅 비어 있는 사무실의 창가. 햇빛이 비추는 곳
에 유리씨의 얼굴이 있었다. 이렇게 보니 그 오피스텔의 체리 보다 훨씬 풋풋하고 귀여운 느낌이 드는 것 같
기도 하다.


"제가 담당하던 업무라서요. 다른 직원 출근 시켜봐야 어차피 저한테 전화 올걸요. 뭔지 모를테니까."


하기사, 사회라는게 다 그렇듯 이렇게 주말에 업무가 있을 때에는 부서의 막내들이 출근하곤 한다. 유리씨의
경우에도 경리부의 말단이니 당연히 출근을 한 것이었고, 내 경우엔 내 밑에 사원을 아무나 출근시키면 그만
이긴 했다. 내 업무이기 때문에 내가 나온 것도 있지만, 구태여 남에게 싫은 소리를 하고 싶지 않아 나온 것
도 꽤 컸다. 지목받은 사람은 주말에 나오기 얼마나 꺼려할까? 찝찝해 하느니 내가 나와서 하는 편이 낫다.


"주임님 근데 언제 약속 지키실 거에요?"


"약속이요?"


고개를 갸웃거리며 되묻는 나를 보며, 그녀는 조용히 웃어 보인다. 뭔가 장난기 까지 담고 있는 것 같아서,왠
지모르게 조금은 설레는게 느껴졌다. 이상하게도 업소의 아가씨들을 상대할 때는 마음이 편하고 좋은데, 아직
까지 내 주위의 사람들은 조금 불편했다. 하기사, 업소의 그녀들이야 당연히 몸을 섞을 것이니 애초부터 마음
이 편하게 먹어지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치. 까먹으셨어요? 주식 가르쳐 주신다고 해놓구선."


"주식...? 아...맞다! "


나도 모르게 무릎을 탁 하고 쳤지만, 왠지 모르게 유리씨의 눈빛에서 실망감이 스쳐 지나가고 있었다. 생각해
보니 저번에 유리씨와 주식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눠본 적이 있기는 했었다. 물론 나야 주식에 대해 잘 모르지
만, 사공에서 친하게 지내는 특별회원들 몇몇은 주식에 정통해 있었다. 사공에서 이야기 하면서 주워 들은것
이 있으니, 유리씨 같은 초보에게 아는척 할 수 있을 정도의 지식은 가지고 있었다.


"바빠서 까먹고 있었네요."


"은근히 주임님 나쁜 남잔데요?"


"나쁜 남자요? 하하."


유리는 귀엽게 웃고 있었다. 본인도 어떻게 웃으면 귀여운 표정이 나오는 지를 아는 듯한 그런 눈웃음이다. 나
쁜 남자라....자신과의 약속을 까맣게 잊고 있는 내 모습이 괘씸한 걸까? 만약 그렇다면 유리씨도 공주병 중
증이다.


"오늘은 끝나고 뭐해요?"


잠시간의 정적이 어색해서 일까. 나도 모르게 입밖으로 튀어나와 버린 말이었다. 유리는 갑작스런 내 질문에
조금은 당황한 기색을 보이더니, 이윽고 아리송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글쎄요....?"


글쎄요...라. 그녀의 대답에 피식하고 웃을 뻔한 것을 겨우 참아내었다. 서당개 삼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사공 사이트에서 살다 시피 하면서 이론을 쌓아왔던 내게는 그녀의 심리상태가 훤히 보였다.


사공이 업소를 다니는 회원들로 이루어 졌다고 해서, 여자 꼬실 재주 없는 잉여들의 집합이라 생각하면 큰 오
산이다. 그들은 대부분 유부남들이었고, 사회,경제적으로 능력있는 사람들도 많았다. 나이트에서 원나잇을 전
문으로 하는 녀석이 있는가 하면, 어떻게 하면 여자를 잘 꼬시는지 책을 집필할수 있을 정도의 능력자 녀석들
이 넘쳐나는 곳이다. 능글 100단, 눈치 100단에 말발 100단인 사람들하고 어울려 놀아보니, 나도 어느정도의
직감이 생겨있었다.


한마디로 유리는 내 간을 보고 있는 것이었다. 그녀의 심리 속에는 자신과의 약속을 까맣게 잊고 있는 한 남
자에 대한 괘씸함이 자리하고 있었다. 끝나고 뭐할 것이냐는 내 질문의 의도가 데이트 신청임을 파악하고는,
지금 살짝 튕겨보고 있는 중이 뻔했다. 상대방을 애태우며 밀고 당기기를 시도하려는 것이었다. 약속을 잊어
버린 것으로 살짝 자존심을 건드렸으니, 이번엔 세워줄 차례다.


"없으면 식사라도 해요. 저번 약속 잊어 버린거 사과할 겸 제가 살게요. 그 자리를 빌어서 주식에 대해 이야기
도 하면 좋고."


"음...끝나구요?"


괜히 뜸을 들이는 모습이 귀엽다. 어차피 대답은 정해 놓았으면서, 내 눈에서 빛나는 간절함이 보고 싶은 것
이리라. 여자는 복잡하지만 때론 단순한 동물이다. 그렇기 때문에 아무리 콧대높은 여자도, 아무리 기가 센 여
자도 결국 누군가의 대쉬에는 넘어가고 마는 것이다. 나는 그녀의 소망대로 약간의 간절함을 시선에 담아 보였
고, 내 표정을 본 그녀는 만족을 한 듯 이내 못이긴척 입을 열었다.


"맛있는거 사주실 거에요?"


"어이쿠. 그래야죠. 일하면서 틈틈히 먹고 싶은거 생각이나 해두세요."


"정말요? 기대 할게요."


유리는 싱긋 웃으며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시간을 보니 20여분이나 그녀와 수다를 떤 상태였던 것이다. 나
야 재고를 파악하고, 입출고 관리에 관한 것을 정산 전 까지 넘기면 되는 간단한 일이니 사실상 오늘 출근은
그저 형식적인 것일 뿐이었다. 때문에 자리에 돌아온 나는 엑셀이나 워드 따위의 오피스 프로그램이 아닌, 인
터넷을 켜고 사공 사이트에 접속하고 있었다.



-강남 연리 안마 후기-


-수 오피스텔의 에이스를 만나다!-


-상식 이상의 핸플업소. 분당의 새 지평을 열 로맨스-


-경기 지역 오피스텔 정보 공유합니다.-


 


밤 사이에 사공 사이트에는 많은 양의 새 글이 올라와 있었다. 물론 걔중에는 후기도 있었고 추천글도 있었지
만, 아직까지 내가 올린 안마방 후기가 최고의 조회수인 탑힛을 기록하며 게시판 맨 위에 자리해 있었다. 나로
서는 댓글 읽는 재미가 쏠쏠하고, 내게 무료 이용권을 준 안마방은 홍보효과가 쏠쏠할 것이니 일석이조였다.
왠지 모를 뿌듯함이 밀려왔다.


-형님 뭐하세요?-


자동으로 접속되는 사공의 채팅방으로, 나만 보면 늘 말을 거는 "염소"녀석이 어김없이 말을 붙였다. 나는 역
시나..라고 중얼거리며 회사라고 말해 주었고, 유리씨와 같이 사무실에 있다는 이야기를 녀석에게 들려주었다.


-아...그 체리 닮았다는 처자 말인가요?ㅋㅋㅋ-


-응. 맞아-


-이야. 형님 좋으시겠어요. 체리씨 닮았으면 꽤 미인인데...그런 여자랑 단둘이 특근을 하다니.-


-그러게 자꾸 체리 생각나네. 간만에 체리나 만나러 갈까봐. ㅋㅋ-


내 말에 한동안 염소 녀석은 말이 없었다. 잠깐의 정적 사이로, 나를 알아본 다른 회원들이 하나 둘 씩 말을
걸어오기 시작한다. 나는 내친김에 펀드 메니져 일을 하고 있다던 그 회원의 아이디를 찾기 시작했다. 당장
이따가 유리에게 주식을 알려줘야 하기 때문이다.


-아따 형님도 참...뭘 그렇게 복잡하게 생각하세요?-


-응? 뭐가?-


어디 다녀온 모양인지 그제서야 내 말에 대답을 하는 염소의 말에, 나는 고개까지 갸웃 거리며 타이핑을 했다.
머리속으로 유리씨를 닮은 체리의 알몸을 상상하던 나에게, 염소녀석은 곧이어 메세지를 입력하고 있었다.


-뭘 체리씨를 보러가요? 그냥 그 유리라는 여자 따먹으면 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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