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모탈-4
팅~
하늘은 높고 말은 살찐다.
무르익어 가는 어느 가을 날의 티 타임에 앞서 울려 퍼지는 맑고 고운 울림이 카페테라스의 테이블 위에 울려 퍼졌다.
"웨이러~"
잘록한 허리.
봉긋한 가슴.
토실토실한 힙.
완벽하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균형 잡힌 몸매이긴 했지만 다소 눈매가 처진 것이 청순하다기 보다는 맥빠진 인상이라는 것이 옥에 티였다. 하지만 늘씬한 각선미가 쾌청한 가을 하늘과 잘 어울리는 그녀는 카페 웨이터들의 아랫 도리를 한없이 긴장시키기에 충분한 미모의 소유주였다. 그녀가 한 손으로 턱을 괴고 테이블 위에 기대어 몇번인가 콜을 울리자 아직 풋풋한 십대의 웨이터 아르바이트생들이 헐레벌떡 뛰어 나와 그녀의 앞에 섰다.
"부르셨습니까, 레이디!!"
"여기, 리휠 되죠? 되겠죠? 그죠♡?"
그녀는 마치 어린 아이가 떼를 쓰는 듯한 표정으로 비어버린 커피 잔을 티포트로 가볍게 두드리고 있었다. 약간 보이쉬한 목소리와 말투에 다소 갭이 있었지만 그것이 또 하나의 히팅 포인트랄까. 보채듯 가볍게 발을 구를 때마다 살짝 살짝 벌어지는 스커트 옆 자락의 트임 사이로 드러나는 뽀얀 허벅지가 웨이터들의 순진한 가슴을 사정없이 불싸지르고 있었다.
"무, 물론입니다, 레이디!!"
"제, 제가 가져 오겠습니다!!"
꼴에 남자라고 황금같은 하룻밤을 꿈꾸는 등잔 앞의 나방들에게 그녀는 상큼하게 미소를 지어 주었다. 그러면 곧 죽어 자빠질 것만 같은 표정으로 헤롱대며 다시금 커피를 가져오는 것이다. 모든 것이 언제나처럼이었다.
"이런 고급 카페에서 리필이 될 리가 없잖아. 본전 뽑아먹기 바쁘지."
얀은 자신이 가진 여자의 특권을 충분히 이용할 줄 아는 여자였다. 보기 드문 흑청색 머릿결을 손가락으로 한번 긁적거린 그녀는 다시금 따뜻한 커피를 홀짝이며 손에 들고 있던 작은 책자로 시선을 집중했다. 아마 펼쳐든 책을 손으로 덮는 무례하고 야만적인 훼방이 없었다면, 주다스피스트의 수도 "안드레아스"의 오늘 하루 일과는 그렇게 평화롭게 막을 내렸을 것이다.
"안녕하신가, 레이디?"
얀이 고개를 들어 보니, 왠 준수한 남자 하나가 입가에 어울리지 않는 미소를 머금고 자신을 내려다 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녀로서는 부당한 훼방에 항거할 권리와 권리를 행사할 능력이 있었다.
"어머, 내 타입♡"
그녀도 마주 싱긋 웃어 주니, 남자는 입가를 기이하게 일그러뜨리며 웃지도 울지도 못하는게 아닌가. 얀은 하얀 손목을 잡아 끌어 억지로 자신의 앞에 앉혔다.
"무슨 용무시죠? 웨이러, 여기 코코아 한 잔 더 부탁해요♡"
"뭐, 뭐..."
이 상황에서 등장할 남자라면 당연히 샤샤였다. 이 간악한 녀석은 얀의 갑작스러운 손길에 당황한 듯 싫은 척 하면서도 굳이 다시 거절하지는 않았다. 골수에 사무친 백수 근성이 공짜를 마다할 리가 없는 것이다.
[으, 음... 이거, 이미지가 너무 틀리잖아?]
샤샤가 꼬리에 불붙은 멧돼지처럼 내달려 온 수도 안드레아스는 그람나와 그렇게 멀리 떨어져 있지는 않았지만 족히 하루 거리는 걸렸다. 나름대로 돈을 뿌려가며 백방으로 알아낸 결과 그 엉터리 책의 저자를 찾아내긴 했지만, 눈 앞에 앉아 있는 그 엉터리 저자는 예상 외로 범상치 않은 신분의 인물이었다.
대륙 검사.
남쪽 크툴 제국을 수호하는 99명의 마인이 있다면 북쪽 대륙을 대표하는 무력의 상징으로는 대륙 검사가 있었다. 북대륙 전체를 통틀어 한 해에 고작해야 2~3명 정도 밖에 부여 받지 못하는 그 영광된 칭호는 전원이 소드 마스터급에 진입한 절정 고수라는 소문이 거의 정설로 받아 들여 지고 있었다.
[그러니까 소마급이나 되는 년이 왜 책을 그따구로 써!!]
간접적 스승을 향해 속으로 아낌없이 욕을 퍼부은 샤샤는 한편으로 온갖 비명을 질러댈 수 밖에 없었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육떡이 될 때까지 범하고 범하고 범하고 범하고 때리고 범하고 싶었지만 아무리 불사의 샤샤라 하더라도 이런 수도에서 일을 벌릴 정도로 간이 크지는 못했다.
더구나 자신도 이제 고수 물 좀 먹었다고 얀의 여유롭고 흐느적거리는 몸짓에서 눈꼽만한 빈틈도 발견할 수가 없었다. 하다 못해 코를 파는 동작 하나에서도 어쩜 저렇게 현기가 줄줄 흘러 넘칠까. 샤샤는 보고 있는 것 만으로도 당장 절정의 벽을 뛰어 넘어 버릴 것만 같았다.
[아! 무서운 고수다.]
그래도 불사신인 샤샤에게 새로이 탑재된 개념의 이름은 "간이 배 밖으로 나왔음"이었다.
"어이, 아가씨. 시간 있으면 나랑 데이트나 할까?"
백수 주제에 언제 여자를 사귀어 봤어야지 꼬실 줄을 알지.
"그래요? 그럼 커피 값은 그 쪽이 계산하세요. 데이트 해 줄 테니까."
인생 별 거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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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억, 허억...!!"
마음 같아서는 수도고 나발이고 전부 집어 치우고 당장이라도 배때지를 잡아 찢어서 창자를 꼬아 아가리에 쳐 넣어 버리고 싶었다. 설마하니 된장도 이런 조선 된장이 없었다.
"이 년도 국산 아냐?"
"빨리 따라와, 샤샤!! 남자 주제에 왜 그렇게 비리비리해?"
"이런 신밧드...!!"
"응? 방금 뭐라고 했니?"
"아, 아뇨!! 신밧드라는 고대 성인이 남긴 유언이 오늘날 현대인에게 던지는 자아 성찰에 대한 믿음과 인식 변화의 과정에 대한 의의를 곰곰히 생각하고 있던 중이었습니다!!"
안 그래도 좀 전에 귀싸대기를 쳐 맞으며 몸과 마음이 20미터 정도 날아갔던 터라 샤샤는 황급히 변명했다. 과연 소마급 귀싸대기는 졸라게 아펐다. 이대로는 으쓱한 골목으로 끌고 가서 붕가 해버린 다음 닙치한다는 계획에 심각한 차질이 있었다. 적어도 무력이 자신의 하수가 아니었던 것이다.
[이 놈의 세계는 어떻게 된 거야... 소마라는 놈들이 졸라게 세잖어.]
그냥 판타지 소설을 보면 발기한 오라 소드를 휭휭 휘둘러대다가 중원 무림 삼류 무인에게도 개 쳐발리는 그런 애들이 아니었다. 빠르고, 정확하고, 그리고 무엇보다 강력하다. 그 압도적인 능력에 초식이나 잡기는 무의미했다. 오라를 쓸 필요가 없을 정도로 무인으로서 수준 높은 완성도를 보이고 있었다.
[설사 내가 본 실력을 내보인다고 해도 이 년을 완전히 제압한다는 건 불가능하다.]
오라의 양만 오라지게 많았지 온통 임기웅변과 잡기로 더덕더덕 장식된 자신의 실력으로 비빌 언덕이 아니었다. 진리를 깨달은 샤샤는 우선은 백수와 노예 생활의 노하우를 발휘하여 최대한 얀의 쇼핑을 에스코드 해야만 했다. 물론 지불은 전적으로 자신이 뼈빠지게 고기 장사를 해서 모은 돈으로 했다.
"어쩜, 수도에 변변찮은 가게가 이렇게 없니? 샤샤!! 어디 보석 가게 근사한 곳 아는 곳 없니?"
"이런 미친..."
[돈 냄새를 쳐 맞더니 발정했나.]
자기 돈 아니라도 마음대로 싸질르는 년이었다. 지갑을 슬쩍 보여 준 게 실수였다.
"뭐라고?"
"...뭘 꼴아봐!! 확 회를 떠버릴까!!"
괜히 지나가던 사람에게 으르렁 대는 샤샤 였지만 그 순간 또 한번 뼈와 살이 분리 되는 유체 이탈을 경험 해야만 했다.
"어익후!!"
쨔악!!!
충격이 오고 그 다음에 소리가 들렸다. 씨발놈의 따귀가 음속을 돌파했다는 말인가?
"샤샤!! 빨리 따라와!!"
무너져 내린 건물 벽에서 일어난 샤샤는 억울하기만 했다.
[아니, 저 년이 언제 나를 봤다고 똥개처럼 이름을 막 불러대?]
백수 시절 취업 난과 노예 시절의 굴욕 이후 인생 세번 째의 암울한 태클이 이렇게 샤샤에게 찾아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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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생각 해? 샤샤?"
"...아무 것도."
얀은 길을 걸으면서도 만족스러운 얼굴로 커피를 홀짝거리고 있었다. 헐렁해진 지갑만 생각하면 아직도 오도독 이가 갈린다. 돈은 돈대로 털어먹고 멋대로 누나라고 부르라니.
"얀 누님. 누님 평소에도 이렇게 사우?"
3백만 페세타가 단 하루만에 날아갔다. 어느 정도인고 하니 3천만원이란 소리다. 금전 감각이 냉장고 제일 구석에 처박혀 있는 츄파츕스 쪼가리 같은 년이 손이 참 오라지게도 컸다. 얀은 그 소리를 듣더니 깔깔거리며 샤샤를 가리켰다.
"전용 은행이 옆에 있는데 무슨 걱정이야."
[어이쿠, 어머니...!!]
갑자기 쌈마이의 본능이 꿈틀거리며 뒷골에 혈압이 수직으로 치솟았다.
[당장 이 년 귀싸대기 한 대만 날렸으면...!! 하지만 참아야 한다. 참고 참았다가 결정적인 순간 기습을 해서 제압해야만 한다. 사람은 자기 주제를 알 때 가장 아름답게 빛나는 법이다.]
그 때 얀이 갑자기 양손에 짐을 바리바리 싸들고 기회를 엿보는 샤샤를 향해 뒤돌아 섰다.
"그럼 이제 상을 줘야겠지?"
두 손에 모두 짐을 들고 있던 샤샤가 순간 방심한 순간이었다. 얀의 얼굴이 점점 커지는 가 싶더니, 입가로 무언가 부드럽고 촉촉한 것이 샤샤의 입술에 포개어졌다. 흑청색 머릿결이 살랑거리며 성숙한 여인의 채취가 코를 자극하자 샤샤의 두 눈이 크게 떠졌다.
[어이쿠, 이 마스터급 된장년이 3천만원이나 빨아 먹고 지금 주둥이 박치기로 때울려고 하는 거야? 그런 거야?]
얀은 설마 샤샤가 차마 억울하고 분해서 부들부들 떠는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그녀가 보기에 아직 얀은 순수하고 치기어린 풋내기에 불과했다.
"헤헤헤. 맛있어? 내 입술?"
얀은 샤샤의 뺨을 감싼 두 손으로 자신의 입술을 살짝 가리며 실실 쪼갰다. 텍사스 빡촌 년들도 쪽팔려서 못 내뱉을 대사를 태연하게 지껄이다니, 과연 여기가 판타지 세계가 맞긴 맞구나 싶었다.
"...커피 맛."
"...짐 좀 잠깐 내려 놓을래?"
얀이 생글생글거렸다. 샤샤도 생글생글 웃어 주었다.
"싫어."
자기가 돈 내고 자기가 쳐 맞는 건 두 번으로 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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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다스피스트에도 밤은 찾아온다. 나는 언제나 저제나 기습할 수 있을 지 뒤통수만 노려보고 있는데 이 년은 뭐가 그리 좋은지 낮에 쇼핑한 드레스를 입고 콧노래를 부르며 거울 앞에서 혼자만의 지랄 쇼를 만끽하고 있었다.
"어울려, 샤샤?"
"예예, 누님. 두 눈깔이 황송해서 옆으로 픽픽 돌아갑니다요."
"...흥!"
얀은 확실히 아름다웠다. 입만 닥치고 있는다면 순한 인상과 푸른 빛이 감도는 흑단 머릿결에 몸의 라인이 잘 드러나는 하늘색 파티 드레스는 그녀의 예술적인 몸매를 잘 드러내어 주고 있었다.
저 드레스를 찢어 발기고 윗 입과 아랫 입으로 골고루 고기맛을 보여준 다음 그 면상에 막 짜낸 신선한 유기농 정액을 듬뿍 뿌려 주고 싶다. 밧줄로 두 손과 발을 묶고 천장에 대롱대롱 매단 다음 찰싹찰싹 채찍질을 하며 육떡육떡 방아질을 하는 것도 참을 수 없지.
좆대가리가 샤샤의 새디스틱한 망상에 맞추어 깔딱깔딱 요동쳤다. 그런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얀은 샤샤가 앉아 있는 침대 옆에 털썩 앉았다.
"샤샤. 너같은 남자는 처음이야. 오늘 아주 즐거웠어."
[그니까 함만 대주라.]
"나 말이지, 어릴 때는 언젠간 백마탄 왕자님이 꼭 나를 찾아와 줄 거라고 생각했었어."
[러시아에서 물건너온 백마 타고 존내 달리는 왕자 새끼는 나도 알고 있지.]
갑자기 빡촌을 제집처럼 찾아다니며 입맛대로 골라먹던 불알 친구 왕자지가 생각났다.
"너를 보니까 말이야... 후훗. 옛날 생각이 나네. 나도 참 아직 어린애인가봐."
[하악하악]
얀은 완전히 무방비 상태였다. 가슴을 살짝 노출한 드레스에 노출된 목선과 어깨선이 묘하게 샤샤의 색정을 자극했다. 유혹하는 것일까?
샤샤가 못참고 폭발하려는 때, 누군가 방문을 똑똑 두드려 대었다.
"얀 디아볼레로님. 안에 계십니까."
"들어오세요."
갑작스러운 방문에도 그녀는 마치 기다렸다는 듯 태연하게 대답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남자는 훤칠한 키에 콧수염이 인상적인 중년이었다. 가슴에 난 말대가리 문장은 주다스피스트의 후작가인 에셴바흐가의 문장이었지만 이제 기사가 된 지 하루 밖에 지나지 않은 샤샤가 그것을 알아볼 리 없었다. 남자는 샤샤와 눈이 마주치자 적잖이 놀란 눈치였다.
"아니, 저 자는..."
"제 펫이니까 신경쓰지 마세요."
"뭐, 뭐!!!"
어이가 개념을 찾아 삼만리 여행을 떠나는 상황에서 샤샤의 입이 물 밖으로 튀어나온 가물치 주둥이 마냥 뻐끔뻐끔 거렸다. 남자는 불안한지 눈을 힐끔거렸지만 이미 샤샤의 혼백은 세번 째 유체 이탈을 경험하고 있는 중이었다.
"오늘이 결행일입니다. 부디 신중을 기하시길..."
"걱정마세요. 확실하게 처리할 테니까. 갈레라공은 없는게 확실하죠?"
"물론입니다. 주다스피스트의 후작이자 대륙 검사의 일인인 그가 있었다면 아무래도 거사가 힘들어 질 테니 말입니다."
얀은 수심이 가득한 표정으로 창가로 다가가 달을 바라보며 고상한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모든 것은 인류의 평화를 위하여..."
이게 무슨 상황이지? 여긴 어디? 나는 누구?
............................
얀 디아볼레로와 그녀의 친구들.
반역을 꿈꾸는 그들은 피스트 교단의 유혹에 점점 썩어들어가는 모국의 고혈을 들어내기를 희망하는 개혁파였다. 얀은 샤샤에게 왕국의 부패와 자신들의 이상을 설명하며 왕국의 시민으로서 동조해 주기를 원했고, 무언의 위협에 일단 고개를 끄덕거릴 수 밖에 없었다. 어쨓거나 샤샤의 목적은 얀 뿐이었기에 이상 따위는 아무래도 좋았지만.
그래서 지금 어이없이 함께 왕궁의 무도회장으로 향하고 있는 중이었다. 샤샤가 기사 서임을 받았다는 사실에 그녀도 다소 놀라는 눈치였지만 어디까지나 길에서 데려온 도둑 강아지가 의외로 재롱까지 피울 줄 안다는 듯한 표정에 다름 아니었다. 고급 마차에서 내려 얀의 손을 에스코트하여 무도회장으로 들어오자, 웅장한 오케스트라가 생으로 연주되며 화려한 샹들리에 아래의 홀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왕국의 자랑, "바람의 손" 얀 디아볼레로님이십니다!!!"
스탭을 밟으며 빙글빙글 돌아가는 년놈들은 얀이 홀로 들어오자 모두 자리에서 멈춰 전원이 가볍게 고개를 숙이며 예를 취했다. 소드 마스터라는 존재가 왕국에 있느냐 없느냐는 그 나라의 국운이 걸린 일인 것이었기에 작위가 없는 얀이었지만 그 누구보다 귀한 대접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이다.
"어머, 제 내 타입인데?"
" 디아볼레로님은 어디서 저런 애를 데려 오셨을 까?"
어디선가 구역질 나는 밤꽃 냄새가 솔솔 풍겨왔다. 그래, 샤샤 자신이 크툴에서 맡았던 그 더럽고 추악하고 익숙한 냄새. 배 밑에 깔려 신음을 내지르는 것 밖에 할 줄 모르던 백색 돼지들도 그들의 영역에서는 크툴의 푸닥 거리들과 다를 것이 없었다. 그리고 소드마스터라는 얀 년도 결국 마찬가지이고. 나라는 놈은 어디까지나 장식품에 불과했던 것이다.
"킥킥킥..."
"좀 점잖게 웃어, 샤샤."
공작의 꼬리로 만든 부채로 입을 가린 얀이 그에게 주의를 주며 살짝 마주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마치 손아귀가 으스러질 것만 같은 통증이 밀려 왔지만 이상하게 입가에서 미소가 사라지질 않았다.
"그러죠, 얀 누님."
유쾌했다. 샤샤는 그 어느 때보다 유쾌했다. 그리고 오늘 밤도 그 어느 때보다 유쾌해 질 것이다. 반역의 무도회는 그렇게 막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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