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모탈-3
후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둑!!!!
수천의 우박이 떨어지는 소리와 함께 샤샤의 몸이 순식간에 고슴도치가 되었다. 꿰뚫리고 꿰뚫리고 꿰뚫려서 과연 몸조각이 남아 있을 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우리는 여기서 샤샤가 불사신이라는 사실을 잊어선 안된다.
꼬치 마냥 온 몸에 빽빽하게 삽입 당한 샤샤의 몸이 엘프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단전을 중심으로 서서히 황금빛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그에 따라 수천발의 화살들이 부서져 내렸고, 살구녕들이 메워지는 데에는 아주 찰나의 시간만 필요로 했다. 엘프들의 눈이 모두 화등잔만하게 커졌다. 그 때였다.
"끄아아악!!!"
그올만의 시야가 순간 환하게 밝아졌는가 싶더니, 곧 붉으스름한 무언가에 의해 안구가 파열당했다. 눈구녕에 좆대가리가 꼽힌 그올만이 뒷걸음질치며 검을 휘둘렀지만 그 때는 이미 다른 엘프들이 난데없는 횡액을 당하고 있었다. 재앙의 밤이 시작되었다.
"프하하하!!! 캬하하하하하!!!"
....................................
"끄으으으..!!"
동굴 안에서 꺽꺽 거리는 소리가 들려 왔다. 팔다리가 끽끽 뼈가 뒤틀리는 소리와 함께 자기 멋대로 돌아가며 입에서는 침이 질질 흘러 내렸고, 두 눈동자의 혈관은 모두 터져 새빨갛게 물들어 괴기스런 형상을 하고 있었다. 샤샤는 수련을 서두르다 주화입마에 걸려 죽어가는 중이었다.
"하, 한달 안에 완성한다고...? 이, 이 개잡년...!! 죽인다, 죽인다, 죽인다...!!!"
뼈와 근육이 멋대로 비틀리는 고통에 샤샤가 이를 갈다 부서져도 몇 초 후면 다시 깨끗하게 재생되었다. 이를 갈고 부수고, 이를 갈고 부수고. 지옥의 밑바닥에서 기어 올라 오려고 악을 쓰는 악마의 신음 소리같은 섬뜩함이 정적의 산야를 공포로 몰아 넣고 있었다.
"덥다...!! 더워...!!"
샤샤의 전신이 폭주하는 황금빛 오라로 일렁거렸다. 덜덜 떨리며 비틀린 손가락으로 살짝 바닥을 치자 미증유의 힘이 샤샤를 동굴 밖으로 튕겨 내었다. 차가운 푸른 달빛이 뜨겁게 달아오른 샤샤의 몸을 식혀 주는 듯 했다.
서너 시간이 지났을 까.
샤샤가 몸을 일으켰다. 옷자락은 모두 재가 되어 날아간 지 오래였지만 샤샤의 몸은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한 힘이 전신에 넘쳐 흐르고 있었다.
주화입마조차 모든 것을 원래대로 되돌리는 샤샤의 재생력 앞에는 무릎을 꿇고 만 것 같았다. 아니 오히려 폭주하고도 살아남는 바람에 일반 인간으로서는 접할 수 없는 거대함 힘을 몸 안에 품을 수 있게 되었다. 인생사 새옹지마라더니 또다시 화가 복이 되었다. 유쾌해 견딜 수가 없었다.
"하하하하...!!!! 이 신 놈아!!! 반드시 살아 남아, 모조리 죽여버리고 말겠다!!! 이 세상을 모조리 부셔 버리겠어!!!"
샤샤는 변했다. 몸 안에 넘쳐 흐르는 마나가 단전을 거쳐 거대한 황금빛 오러를 뿜어 내는 것을 말하는 게 아니었다. 신의 축복 혹은 저주를 받아 불사의 힘을 손에 넣었지만 그 재생력 조차도 골수로 파고든 한 줄기의 심마는 끝내 막지 못했다. 샤샤는 시간이 흐를 수록 점점 잔인해 지고 있었다.
"캭캭캭캭캭캭...!!!!!"
블루문이 뜬 어느 날 밤의 일이었다.
........................................
"살려...!"
빠각 빠각 빠각 빠각
두개골이 깨지는 맑고 고운 소리와 함께 또 하나의 엘프가 뒈졌다. 샤샤가 엘프들의 머리를 밟고 지나가니 4/4박자의 경쾌한 리듬으로 터져 나가는 머리에서 피와 뇌수가 쪼르륵 뿜어져 나왔다. 엘프들이 짚단처럼 쓰러졌지만 샤샤는 멈추지 않았다. 오늘만큼은 왠지 눈에 뵈는게 없었다.
"제발 좀... 죽어어!!!!"
샤샤샤샤-
뒤에서 또다시 화살이 날아오는 소리에 샤샤가 고개를 돌리더니 우와아아앙 소리쳤다.
"오-라-빔!!"
후-웅-
두 눈구녕에서 쏟아져 나온 황금빛줄기가 화살을 녹이더니 곧 화살을 쏘아낸 엘프의 머리통을 부수고 지나갔다. 가공할 위력이었다. 물론 거기서 끝낼거면 시작도 안할 샤샤였다.
"오-라-발-칸!!!"
콰콰콰콰콰쾅!!!!
시퍼렇게 뜬 두 눈을 깜박깜박 거리자 빔이 염소똥만한 크기로 끊어져 사방으로 날아가 폭음을 일으켰다. 그대로 고개만 휘휘 돌리니 거리가 초토화되는 건 시간 문제였다. 블루문의 광기 아래 일그러진 세상이 그올만의 눈동자에 비추고 있었다.
이건 현실이 아니다. 그렇게 믿고 싶었다.
"네 놈은 대체 뭐냐!!!"
경악에 찬 외침에 샤샤도 그올만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발가벗은 전신은 황금빛 오러로 일렁이고 있었고, 입가에는 언제나의 그 징그러운 미소가 트레이드 마크로 수줍게 자리잡고 있었다.
"나? 먼치킨!!"
샤샤의 만행이 여기서 끝날 리가 없었다. 오라 파워에 의해 머리통이 터져 나간 엘프는 그래도 비교적 편안하게 죽은 편이었다. 강화된 힘과 육체를 이용해 맨 손으로 산 자의 육체를 갈기갈기 해체해 버리는 모습은 끔찍함을 넘어 두려움을 모두의 마음 속에 뚜렷하게 각인 시켰다.
피하지도 않는다. 막지도 않는다. 죽지도 않는다. 오로지 살육에 열중할 뿐. 미친 놈을 제지할 방법이 없었다. 수천대 일의 상황이었지만, 물벼룩 수천마리가 미쳐 날뛰는 삼색 툭눈 금붕어 한마리를 감당하지 못하는 법이었다.
"으아아아!!!"
약간의 물리적 이질감과 함께 팔이 잘려 나갔다. 샤샤는 그대로 검을 휘두른 엘프의 턱을 잡아 뜯어버린 다음 손가락을 곧추 세워 바로 두 눈알을 터뜨렸다. 수도로 내려치면 어개까 움푹 파여 들어갔고 사타구니가 걷어 차이면 붕알만 터지는 게 아니라 골반이 으스러지고 허리뼈가 박살났다.
"왼 손은 거들 뿐!!!"
그리고 잘린 팔의 절단면으로 얼굴을 헤집어 놓으니, 튀어나온 두개의 뼈가 제법 훈남스런 얼굴을 피카소스럽게 망가뜨려 놓았다.
뜨드득
으직
찌직찌직
폭음이나 비명 소리 따위는 없었다.오로지 극한에 다다른 파골음과 파육음 뿐으로 몸뚱이 하나를 잘 다진 고깃 덩어리로 만드는 데에는 5초도 걸리지 않았다. 그는 샤샤의 팔을 자른 댓가로 비명도 지르지 못한 채 끔찍하게 죽었다.
"죽여!! 죽으란 말이다!!! 왜 안 죽는 거야!!!"
"글쎄올시다."
어느새인가 엘프들은 샤샤에게 접근하는 것을 거부했지만 이제는 샤샤가 그들을 사냥했다. 쏟아지는 화살을 그대로 맞으며 날아오른 황금빛 짐승이 또다시 희생자의 목줄기를 물어 뜯자 살이 찢어지는 끔찍한 소리와 함께 신선하고 뜨끈한 피가 분수같이 쏟아져 나왔다. 활의 위력이 워낙 강해 관통당한 상처 따위는 금새 아물었다.
"아흐....!! 아흐으윽...!!!"
목줄기를 물어뜯긴 엘프가 끊겨진 동맥으로 폭포수처럼 쏟아져 나오는 피를 막아 보려고 손을 대었지만 소용없는 짓이었다. 곧이어 시야를 가득 메우는 샤샤의 발등에 그의 얼굴이 순간 절망감으로 물들었다.
뚜둑!
"슛!! 아~ 안 날라가네요!! 똥볼입니다!!!"
목뼈가 부러져 덜렁거리는 것을 보며 샤샤는 안타깝게 소리쳤다. 미친 놈도 이런 미친 놈이 있을 까. 그올만으로서는 오늘 아주 진국으로 미친 놈을 견식하게 된 댓가가 너무 크기만 했다.
"죽어라~!!!! 제바아알~!!!!"
"나도 그러고 싶어."
서걱-
은빛 섬광이 깨끗하게 샤샤의 머리통을 잘라 내었다. 하지만 그것 뿐이었다. 머리가 잘려나간 몸뚱이는 피를 뒤집어 쓴 채로 여전히 황금빛 오러를 뿜으며 그올만의 복부를 차 날렸다. 이어 떨어지는 머리를 받아들고 그대로 스핀을 넣어 내던지니 머리통에서 다시금 황금빛 빛줄기가 쏟아져 나왔다.
"오-라-빔!!"
나이트 클럽의 사이키 조명처럼 퍼져나간 파괴 광선이 미친 듯이 엘프들을 덮쳤다. 엘프들은 샤샤의 빔 공격과 엽기적인 맨손 해체로 인해 사망자가 수백이 넘은 시점에서 후퇴하기 시작해 이제 남은 것은 끝까지 샤샤의 발목을 붙잡다 제압 당하고 살아 남은 일고여덟명 정도였다. 그 중에는 그올만도 포함되었다.
"혀, 형님!! 끝났습니까?"
"오냐. 옷 가져 왔냐?"
"네, 네!! 여기!!"
샤샤는 일반적인 수련으로 얻을 수 없는 막대한 힘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다만 부작용이 하나 있었는데, 정식 수련을 통해 깨달음을 얻은 것이 아니기 때문에 검과 같은 물질에 오라를 담을 수가 없었다.
오로지 전신에 난 구멍을 통해 직접적으로 강력한 오라를 발출할 수 있을 뿐이었는데, 가장 애용하는 수법은 모공으로 오라를 내보낸 것으로 구멍이 워낙 작아 눈구녕처럼 오라빔을 내쏠 수는 없었지만 육체를 강화시키기에는 충분했다. 옷이 타버리는 것이 흠이었지만.
"이놈들 다 묶어서 정육점으로 끌고 와라. 좋은 생각이 났다."
살아남은 엘프는 그올만을 제외하고서는 비교적 젊은 축에 속하는 남자 엘프들이었다. 그올만과 패거리들이 놈들을 두릅에 엮인 굴비꼴로 만드는 동안 샤샤는 그올만의 멱살을 잡고 메종 백작의 작업실로 향했다.
"헉, 헉!! 함께 하지 않겠는 가?"
돈 많은 놈들을 위해 마련된 VIP실은 오줌 냄새와 피 냄새, 끈적한 남녀의 분비물 냄새로 돼지 우리만도 못하게 변해 있었다. 메종놈의 고아한 취미에 샤샤는 흐뭇한 미소를 띄우며 그올만의 머리채를 붙잡고 하르피를 보게 했다.
"자, 그토록 찾던 네놈 딸이다."
"하, 하르피!"
단 하나남은 눈동자가 하르피를 보았다. 그리고 비명을 질렀다.
"오, 신이시여어어!!!"
어리고 수줍은 많은 그녀의 딸,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그의 작은 숙녀는 왠 듣도보도 못한 돼지 새끼에 의해 처참한 꼴로 변해 있었다.
벽면에 설치된 X자의 나무판 위에 거꾸로 메달린 하르피는 입을 닫지 못하도록 고정하는 구속구가 채워져 있었는데, 평소 스카트로물을 사랑하는 메종 백작은 하르피를 훌륭한 정액 받이용 육단지 겸 변소로 사용하고 있었다.
하르피의 입에 자지를 박아 넣은 메종은 똥구멍을 바짝 쪼으며 리드미컬하게 허리를 앞뒤로 흔들 때마다 채찍에 얻어맞아 부어오른 보지 위에 빨간 촛농을 떨어뜨렸다.
그 때마다 하르피의 몸이 움찍움찔 고통에 반응하면 메종은 침을 질질 흘리며 허리의 움직임을 1단 2단 3단 찰찰찰찰 더더욱 가속했고, 이미 오줌과 정액으로 범벅이 된 작은 아이의 얼굴은 입 안으로 밀려 들어오는 살덩어리와 끈적한 정액을 강제로 삼키며 참담한 고통으로 일그러졌다.
하르피의 풀린 두 눈동자가 그올만을 발견하고 신음소리를 흘린 것도 그 때였다.
"으브븟..!!"
"앗, 이 년이 어디 고개를 돌려!!"
메종은 등 뒤에 샤샤만 있는 줄 알고 여전히 펌프질을 멈추지 않았다. 그올만은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 났다. 샤샤도 굳이 그런 그를 잡지 않았으며, 아무 제지도 받지 않은 채 바닥에 떨어진 SM 도구들 중 꼬챙이같이 생긴 것을 집어 든 그올만이 메종의 뒤로 천천히 한걸음씩 다가갔다.
"하아, 하아..... 꺄아아아악!!!!!!!!!"
광기에 찬 블루문의 밤은 그렇게 최후를 맞이하고 있었다.
-훗날 토티스라는 자에 의해 기록된 이 날의 만행을 역사 학자들은 대륙의 암흑기라 불리우는 30년 전쟁의 서막으로 기록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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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툴, 갈색 피부의 크툴인들이 세운 황제의 나라.
무를 숭상하며 백색 돼지들의 땅을 해방시킬 운명적인 침략자들은 대륙의 남부에 커다란 제국을 일으키고 영원한 통일을 위해 기나긴 시간 동안 단 한번도 전쟁의 수레바퀴를 멈춘 적이 없었다.
특히 300년 역사를 돌이켜 보았을 때 오르마구스 대제 이후 그 힘이 가장 정점에 달해 있는 지금 이 시점에서 대륙의 흥망은 위대한 프레스톨 황제의 손가락 하나에 달려 있는 것이었다.
"하멜."
"하명하소서, 마이 로드."
제국의 상징 훈더로드기를 수호하는 99마인의 정점에 올라선 자. 그가 바로 하멜이었다. 크툴인 다운 짙은 갈색 피부에 독사와 같이 예리하게 빛나는 두 눈을 가진 남자는 어둠에 잠긴 옥좌 위에서 반쯤 졸듯이 기대어 앉은 황제의 발 끝을 주시하고 있었다.
"짐의 나이 올해로 46세. 살아 있는 동안 한가지 업적은 이루어 놓고 가야겠지. 그리하여 슬슬 선대의 염원을 짐의 대에서 이루어 드릴까 한다."
"모든 것은 폐하의 뜻대로 될 것입니다."
고개 숙인 하멜의 입가로 슬며시 미소가 그려졌다. 20년이라는 세월동안 침묵하고 있던 제국의 힘이 이제 세상을 굴복시킬 때가 온 것이다.
"짐에게 대륙을 바쳐라."
철컥!!
주군의 명령이 떨어짐과 동시에 기립한 하멜은 절도있는 동작으로 오른 주먹을 왼쪽 가슴 위에 올린 뒤 힘차게 대답했다.
"옛써, 마이 로드!!"
수레바퀴는 다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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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 전하!! 하멜님으로부터의 전령입니다!!"
맑은 목소리가 아침 햇살의 플라타너스 나무 아래 조용히 검을 잡고 서 있던 누군가를 불렀다. 등을 돌린 그는 여인의 목소리에 반응한 듯 호흡을 가다듬더니, 나무를 향해 수직으로 빠르게 검을 그어 내렸다. 그리고 바로 착검한 채 등을 돌렸다.
사사삭-
미동도 없던 나무는 가지가 미풍에 흔들리는가 싶더니, 곧 깨끗하게 양분되어 좌우로 쓰러졌다. 절단면이 마치 유리와 같아 나무의 고동이 아직도 살아 있는 것만 같았다.
쓰러진 나무 그림자 아래 드러난 그, 아니 그녀는 감히 쉽게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고귀한 기품이 흐르는 여인의 얼굴이었지만, 상당히 유감스럽게도 한쪽 눈을 가리는 안대 하나가 그녀의 외모를 심각하게 손상시키고 있었다.
"여기 땀 닦으세요."
헤지나는 니어미드 공작 - 엘로사에게 수건을 건넸다. 공작은 무표정한 표정으로 수건을 받아들고 땀을 닦아 냈다.
"전령이라고? 하멜로부터?"
"네. 정오까지 황궁으로 집합하시래요."
헤지나는 여전히 아름다웠다. 화사한 붉은 머리와 하얀 백색 피부는 늦여름의 날씨에도 여인 특유의 매력을 비산하고 있었다. 니어미드는 그런 그녀를 힐끗 보더니 별다른 반응 없이 저택을 향해 걸어갔다. 전쟁의 예감과 함께 한쪽 눈이 욱신욱신 쑤셔 오는 것만 같았다. 육체에 각인된 고통보다, 이미 빠져버린 왼쪽 눈알보다 더욱더 치명적이고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받은 것은 바로 그녀의 드높은 자존심이었다. 크툴을 수호하는 99마검에서도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바로 그 엘로사 핀 니어미드의 자존심.
"두고 보자... 대륙을 크툴의 이름 아래 굴복시켰을 때, 네 놈은 결코 내 손아귀를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그 때에는 네 스스로 죽여 달라는 말을 하게 만들어 주마... 으드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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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하고 어두운 방 안에 한 명의 남자가 의자 위에 앉아 있는 말라 비틀어진 노인에게 정중하게 무릎을 꿇고 있었다. 빛나는 황금빛 엘라스틴 머릿결과 뽀얀 피부. 조각같은 미남은 바로 샤샤였다.
"자네가 바이퍼라는 자인가?"
"그렇습니다."
안쓰럽게 갈라진 목소리이긴 했지만 한 지방의 영주 다운 위엄이 있어, 과연 동생과는 전혀 다른 풍모를 가진 자라고 샤샤는 생각했다. 한순간이라도 마음을 읽혀서는 안된다. 그랬다가는 육단지 비바 라이프가 물거품이 되어 버린다. 샤샤는 엄마 뱃속에서 튀어 나와 머리에 털난 이후로 가장 정중한 태도를 고수했다.
"...카를의 복수와 더불어 저 무도한 놈들에게 유린 당할 뻔 했던 내 영지를 지켜줘서 고마웠네. 죽은 놈이야 할 수 없지만 하필이면 그토록 추하게 죽다니... 어디가서 소문내고 다니지 말게."
"여부가 있겠습니까."
미셸 드 메종. 메종 백작으로 카를 드 메종 자작의 친형이기도 한 늙은이는 결코 그 돼지처럼 만만한 남자가 아니었다. 하지만 그러면 무엇하는 가. 이미 나이가 70이 넘었는데. 호랑이가 늙었다면 죽을 때를 기다리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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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불길할 정도로 잘 풀리는데. 후후후..."
그날의 진실은 샤샤 자신이 발설하지 않는 한 아무도 모를 것이고, 엘프들의 습격에서 그람나를 지키고 그 수괴에게 죽임을 당한 메종 자작의 복수를 한 공으로 바이퍼 로만사 경으로 추대되었다. 기사 서임을 받은 것이다. 정식 작위에 비한다면 한참 기대에 못미치는 수준이었지만 샤샤에게도 나름대로의 생각이 있었다.
"그람나의 수호신 만세!!"
"황금 독사 만세!!"
"바이퍼 로만사 경 만세!!!"
백작 직할령에서 나와 그람나 시내로 승승 장구하며 개선해 들어오니 우매한 시민들은 그들의 진정한 적도 알아보지 못하고 되려 그를 칭송하고 있었다. 사명으로 사용한 이름 때문에 "그람나의 황금 독사"로 유명해진 샤샤였다.
"형님, 축하드립니다!! 이제 기사라면서요?"
"오냐. 영업은 잘 되고 있냐?"
"아주 그냥 미어 터지고 있습니다!!"
샤샤의 선견지명은 과연 어긋나지 않아, 그날로 정육점은 대성황을 이루었다. 아내와 아이를 잃은 슬픔을 아랫도리로 해결하고자 하는 남자들은 넘치고도 넘쳤다. 특히 정육점 주변의 거리에서는.
"그래, 그래..."
샤샤의 눈빛이 다소 매서웠는지 토티스는 순간 움찔했다. 자신을 바라보는 눈빛이 마치 먹이를 바라보는 뱀의 눈빛 같았다.
"이 미친 놈이 혹시 맛들였나?"
토티스는 놀라 황급히 자신의 엉덩이를 가렸다. 하지만 샤샤의 걸음이 향한 곳은 토티스가 아닌 정육점 가장 깊은 곳, 지하 2층의 감옥이었다.
끼이익-
특별 감옥 내부에는 포박당한 남자 엘프 7명과 하르피가 있었는데, 그녀는 샤샤를 보자 바들바들 떨며 탈진해 쓰러진 그올만의 머리를 꼬옥 끌어 안고 있었다. 샤샤는 강제로 하르피의 손목을 비틀어 그녀를 일으켜 세웠다.
"이름이 하르피라고? 숙련된 돼지 조교에게 충분히 조련 받았겠지?"
"이잇...!!"
아직 어리기만 한 하르피의 사슴같은 눈망울이 앙큼하게 찡그려지자 샤샤도 징글징글하게 마주 웃어 주었다. 두 눈 깊은 곳에 숨겨져 있는 깊은 절망과 수치를 그는 알 수 있었다. 철저하게 망가뜨려 주마. 이것은 실험이다. 나의 영광된 미래를 위한 작은 실험.
"하르피님을 놔라!!"
"이 자식...!!"
엘프들은 호리호리하긴 했지만 근력은 인간의 두 배, 각력은 3배다. 대형 메뚜기 같은 놈들이라고 생각한 샤샤가 아예 쇠사슬로 칭칭 묶어 두었기 때문에 아무리 그들이라고 해도 주둥아리로 밖에 반항할 수 없었다. 물론 이 놈들도 전부 타락시킬 생각이었다. 샤샤는 그들을 한껏 비웃어 준 뒤 천천히 감옥을 뒤로 했다. 철커덩 문이 받히는 소리와 함께 절망에 잠긴 고함 소리가 샤샤의 말초 신경을 짜릿짜릿하게 자극했다.
"킥킥킥... 뭐, 일단 영지물로 나가려고 했지만 이왕 이렇게 된 거 "그 년"이나 만나 봐야지. 소드 마스터 한달 씨부럴..."
샤샤의 원한은 넓고도 깊다. 절대 쪼잔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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