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전풍(32)
제 32장 천무대성의 암운
옥존각!
천무대성의 중심부에 위치한 옥존각은 조용한 밤을 맞이하고
있엇다. 지금 옥존각 안에는 매우 특별한 대접을 받고 있는
귀인이 머물고 있었다. 귀인! 그는 바로 금천공자 담천기였다.
그는 매우 홀가분한 기분으로 침상에 누워 있었다.
(천무대성! 이곳의 힘은 예상보다 훨씬 막강하다. 드러나지 않은
힘이 더욱 커 보이니....!) 그러나 한 순간, 그의 안색이 굳어졌다.
(이런 천무대성에 첩자를 심어 놓았다면 혈사천 역시 대단한 집단일
것이다. 과연 누가 어떻게 연락을 가져올 것인가?)
그는 지금 혈사천에서 올 연락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었다.
바로 그때, [공자, 주무십니까?] 밖에서 아름다운 음성이
들려왔다. 담천기는 몸을 일으켰다. [누군지 들어오시오.]
스르륵....! 문이 조심스럽게 열리며 아리따운 녹의미녀가 나타났다.
찻 쟁반을 소중히 받쳐든 시녀, 그녀의 얼굴에 수줍은 듯 화사한
미소가 감돌았다. 그녀는 조심스럽게 찻쟁반을 놓으며 허리를
굽혔다. [소비는 공자의 시중을 들게 된 녹수에요. 무슨 일이든지
불러서 시켜주세요.] [뭐든지 시키면 할수 있소?]
[예....뭐든지....] 갑자기, 그녀는 무엇을 느낀 듯 목덜미가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그녀는 곧 눈을 흘겼다.
[공자께서는...너무 짖궂으시군요!] 그녀의 음성에는 교태가
가득했다. 하나, 거기에는 알 수 없는 품위가 담겨있었다.
[하하... 녹수라고 했던가?] [예.....]
담천기는 빙그레 웃으며 그녀의 풍만한 둔부를 토닥거렸다.
[나는 자겠다. 나중에 무엇이든지 시켜주마.]
[.....!] 녹수의 얼굴이 노을비층로 물들고, 그녀의 시선이
황홀함을 담고 담천기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가슴이 공연히 기복을 일으키고 있었다.
하나, 그녀는 이내 다소곳이 고개를 슥였다.
[그럼 천비는 이만 물러갑니다.]
담천기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보통이 아니다. 교태롭기는 하되 조금도 천박해 보이지 않는다.
한낱 시비마저 저 정도라니....) 그는 다시 한번 천무대성에 묘한
감정을 느꼈다. 그런데 다음 순간, 찻잔을 들던 담천기의 눈빛이
그대로 굳어졌다. [.....!] 찻잔! 그곳에는 희미한 무늬가
드러나 있지 않는가! 피빛 편월의 모양!
(이것은 바로 혈사천의 표식이다!) 그는 내심 놀라며 그 편월의
형상을 손으로 쓰다듬었다. 그러자, 놀랍게도 그곳에 글씨가 나타나느게 아닌가!
<제일신! 혈공자, 공자의 첫번째 임무는 천무신제의 신임을 얻는
것이오. 일단 신음을 얻었다고 생각되거든, 내일 맘 삼경 신룡각
후원에 있는 노송으로 나오시오.>
스스.... 기가 막힐 일이었다.
담천기가 글을 다 읽기가 무섭게 글씨는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리는 것이었다. (혈사천! 정녕 치밀하고 완벽한 자들이다!)
담천기, 그의 안색은 무겁게 굳어졌다.
[혈사천... 실로 믿기 힘든 조직이다. 내가 이곳에 온지 얼마나
지났다고 벌써 소식을....?] 더구나, 천무대성!
이곳이 대체 어떤 곳인가? 용과 범이 우글대는 천하무쌍할 집단이
아닌가! 그 엄밀함을 뚫고 첩자가 침투해 소식을 전하다니.....!
그건 결코 예사로운 일이 아니었다.
[내용으로 보아 내가 내일 신제와 만날 사실까지 알고 있다.
그런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수뇌부밖에 없거늘.....!]
다음 순간, 그의 시선에 미세한 진동이 일어났다.
(그렇다면 혈사천의 첩자는 의외로 천무대성의 수뇌부에 섞여
있을 수도 있다!) 심상치 않은 일이었다.
그는 찻잔을 들었다. (녹수! 그녀 또한 혈사천 사람일지도 모른다.....?) 갑자기, 그의 안색이 변했다.
찻잔을 바라보는 그의 시선이 놀람으로 출렁거렸다.
(제기랄, 독이라니.....!) 독! 무영단장지독!
단 한 모금이면 천하의 어떤 고수도 창자가 토막나 즉사한다.
더더욱 무서운 점은, 이 독에는 아무런 흔적이 없다는 점이었다.
하나, 담천기, 그는 이미 만독불침의 경지에 올라 있는 인물이
아니던가! 그는 담숨에 찻잔을 비워 버렸다.
한데, 쨍그랑! 그의 손에서 찻잔이 떨어져 박살 났으며,
그의 몸은 피를 쏟으며 침상을 엎어져싿.
그가 당한 것인가? 그게 아니었다. 그 순간, 그의 이목은
수십 배로 확장되어 사방을 휩쓸고 있었다.
소림역근경의 공천대법!
(음....백장이내에는 일곱 명...그러나 십 장 이내에는 아무도
없는데....?) 그는 가늘게 실눈을 뜨며 내심 중얼거렸다.
(괴이한 일이군. 나의 동정을 살피는 자가 아무도 없다니...?)
사방은 숨막힐 듯 한 정막이 뒤덮여 있을 뿐이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그의 심중은 침중하게 굳어갔다.
(천무대성 내부에서 나를 노리는 자가 있을 줄이야?)
실로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의 뇌리는 복잡하게 뒤엉켰다.
(찻잔 하나에 연락과 죽음이 안배된 셈이다. 그렇다면 녹수는
혈사천의 인물이 아니라는 얘긴데....)
갈수록 그의 머리는 난마처럼 헝클어졌다.
(대체 나를 노리는 자가 누구란 말인가?) 시간이 흐르고....
그렇게 많은 시간이 흘렀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그의 죽음을
확인하려 온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지독하구나! 이토록 참을성이 강한 놈이 있었을 줄이야!)
그는 내심 절로 투덜거렸다.
(젠장! 이거 공연히 헛수고만 하는 게 아닌가?)
한데, 다음 순간 그는 흠칫했다. (온다!)
그는 내심 외치면 귀식대법을 펼쳐싿.
스르르..... 창문이 기척도 없이 열렸다.
동시에 한 개으이 인영이 유령처럼 방안으로 스며들었다.
[....] 담천기는 실눈을 뜬 채 상대를 살폈다.
검은 복면인, 복면 사이로 뻐금히 내놓은 복면괴인의 눈은 차가운
광채를 뿌렸다. [.....!]
복면괴인은 잠시 담천기의 신색을 살피더니 천천히 다가왔다.
담천기는 열심히 죽은 척만 할 뿐, 복면괴인은 담천기의 죽음을
확인하려는 듯 천천히 손을 내밀었다.
한데, 파--팟! 확인하려는 손! 그 손 뒤의 소매 속에서 비수가
퉁겨나오는 게 아닌가! 싸늘한 비수가 담천기의 심장을 노렸다.
시퍼렇게 번뜩이는 독검! 가공할 속도는 아예 보고도 피할 수
없을 지경이었다. 그것은 너무나 뜻밖이었다.
만약 거짓으로 죽음을 가장했다면 이 독랄한 한 수에 다시 죽을 수
밖에 없을 것 같았다.
다음 순간, 팟--! [음......?] 복면괴인의 눈빛이 크게
흔들렸다. 독검! 분명히 담천기의 심장에 꽃혀야 될 독검이
그의 겉옷조차 뚫지 못하고 있지 않는가!
[....!] 심상치 않음을 느낀 복면괴인, 파팟----! 그의 신형이
번개같이 뒤집어져 뒤로 날았다.
하나 그거은 마음일 뿐, [윽.....!]
그는 다그반 신음성을 내지르며 그 자리에서 굳어졌다.
낭랑한 웃음이 동시에 터졌다.
[하하하... 왔으면 놀다 가야지 그냥 가는 법이 어디 있는냐?]
어느새, 담천기는 복면괴인의 완맥을 움켜쥔 채 몸을 일으키고
있었다. 복면괴인은 전율했다.
[너,,너는 무영지독에 장독....?]
[하하...그냥 죽어버리면 너무 싱겁지 않느냐?] [으.....!]
순간, 담천기의 안색이 냉엄히 굳어졌다.
[너를 시킨 자는 누구냐?] [.......!]
[네놈이 아무리 독랄하다 해도 나는 네입을 열게하는 방법이 있다!]
바로 그 순간, 파--앗! 갑자기 피분수가 뿜어졌다.
동시에 복면괴인의 신형이 창문을 뚫고 나가는 게 아닌가!
와장창----! [이, 이런......!]
담천기는 어이가 없었다. 그의 손에 잡혀 있는 것은 복면괴인의
팔뚝 뿐, 놀랍게도 복면괴인은 자신의 팔을 잘라보리고 도주한
것이다. [이렇게 지독한 놈일 줄이야!]
담천기가 중얼거리는 순간, [누구.....?]
앙칼진 교갈과 함께 [아--악!] 다급한 비명이 들렸다.
(녹수의 비명....!) 담천기는 번개같이 신형을 날렸다.
휙!
정원, 그곳에서 시비 녹수가 피투성이가 된 채 막 쓰러지고 있었다.
휙--! 담천기는 급히 그녀를 부축했다.
하나, 그의 시선은 황급히 복면괴인의 뒤를 쫓고 있었다.
파팟---! 복면괴인의 그림자는 막 담장을 넘어가고 있는 중이었다.
[놈! 네가 도망치면 내 체면이 뭐가 되겠느냐?]
싸늘한 음성이 터지고, 쉬--익! 담천기의 손에서 한 줄기 광채가
뿜어졌다. [으--악!] 담장을 넘어가던 복면괴인의 등 뒤에서
피보라가 일어나며 비명이 터졌다.
동시에, 휘청하던 복면괴인의 신형은 그대로 담장 밖으로 굴렀다.
그 순간, 담장 밖에서 무서운 호통이 진동해 왔다.
[웬 놈이냐!] 담천기는 가볍게 손을 내밀었다.
쉬이익--! 경미한 파공음과 함께 검은 빛줄기가 그의 소매 속으로
빨려들었다. 암향표! 바로 암왕 벽천대제가 남긴 가공할
암기였다. [괜찮는냐?] 녹수의 입가에서 선혈이 쏟아지고 있었다.
하나, 그녀는 입수을 물었다. [소비는 괜찮으니... 어서 적을....!]
(자기 목숨이 왔다갔다 하는 판국에 적이라니.....!)
담천기는 내심 어이가 없을 지경이었다.
그는 그녀를 점혈시킨 다음 등을 토닥였다.
[그대로 있어라. 곧 돌아오마!]
스슥....! 삽시간에 담천기의 신형이 사라졌다.
한데, 곧 죽어가던 녹수의 얼굴에 한가닥 기이한 광채가 떠오르는
게 아닌가?
담장 밖, 차차차--창! 번--쩍! 많은 흑천위대 무사들이 복면괴인을
둘러싼 채 격전을 벌이고 있었다.
복면괴인은 비록 심하게 비틀거렸으나, 쉽게 굴복할 것 같지 않았다.
담천기는 내심 놀랐다. (예사고수가 아니다! 암향표를 맞고도 싸울
여력이 남아있다니!) 그는 장내로 뛰어들었다.
[모두 물러서시오!] [.....!]
담천기가 나타나자 흑천위대 고수들이 썰물처럼 물러났다.
그들은 이미 담천기가 누군지 알고 있는 듯 했다.
[네가 도망갈 곳은 이미 없다!] 담천기는 태산을 압도할 듯한
기세로 천천히 다가들었다.
[으으.....!] 복면괴인은 다급히 뒷걸음을 쳤다.
한 순간, [욱.....!] 그의 복면 위로 붉은 피가 솟구치며,
그의 신형은 썩은 짚단처럼 고꾸라져 버리는 것이었다.
(뭔가 잘못되었다!) 담천기가 흠칫하는 순간,
[담공자, 무슨 일이오?] 하나의 인영이 바람같이 그 앞에
나타났다. 백발이 성성한 노인,
[그는 바로 백천위대의 통령 하궁문이었다.
[별거 아니오. 이자가 갑자기 습격을 하는 바람에......]
[감히 어떤 놈이 본성의 귀빈인 공자를 습격......?]
하툥령은 대경했고, 급히 복면괴인에게 다가갔다.
스륵....! 괴인의 복면이 벗겨졌다.
그 순간, [이럴 수가......?]
하통령의 몸이 그대로 경직되고 말았다.
불신과 경악.....! [ 이 사람은 바로 남천위대의 제일무반이
아닌가!] [.....!]
담천기는 복면괴인의 얼굴을 살폈다. 그는 중년이었다.
그의 얼굴에는 이미 시커먼 피가 응고되어 있었으며,
놀랍게도 그 부분이 점점 녹아내리고 있지 않는가!
[지독한 자요. 입을 봉하기 위해 독을 삼켰습니다.]
[음.....!] 그는 아연하며 하통령을 바라보았다.
[이자가 분명 남천위대의 무반이 맞소이까?]
[그, 그렇소! 그는 오늘 밤 이 구역 순찰을 맡고 있었소.]
하통령이 믿을 수 없다는 듯 외쳤다. [음.....!]
담천기는 신음했다. 대체 이게 무슨 일인가?
담천기를 둘러싸고 이곳저곳에서 무서운 살기가 난무하고 있으니...
과연 무엇 때문에 누가 그의 목을 노리는가?
옥존각!
천무대성의 중심부에 위치한 옥존각은 조용한 밤을 맞이하고
있엇다. 지금 옥존각 안에는 매우 특별한 대접을 받고 있는
귀인이 머물고 있었다. 귀인! 그는 바로 금천공자 담천기였다.
그는 매우 홀가분한 기분으로 침상에 누워 있었다.
(천무대성! 이곳의 힘은 예상보다 훨씬 막강하다. 드러나지 않은
힘이 더욱 커 보이니....!) 그러나 한 순간, 그의 안색이 굳어졌다.
(이런 천무대성에 첩자를 심어 놓았다면 혈사천 역시 대단한 집단일
것이다. 과연 누가 어떻게 연락을 가져올 것인가?)
그는 지금 혈사천에서 올 연락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었다.
바로 그때, [공자, 주무십니까?] 밖에서 아름다운 음성이
들려왔다. 담천기는 몸을 일으켰다. [누군지 들어오시오.]
스르륵....! 문이 조심스럽게 열리며 아리따운 녹의미녀가 나타났다.
찻 쟁반을 소중히 받쳐든 시녀, 그녀의 얼굴에 수줍은 듯 화사한
미소가 감돌았다. 그녀는 조심스럽게 찻쟁반을 놓으며 허리를
굽혔다. [소비는 공자의 시중을 들게 된 녹수에요. 무슨 일이든지
불러서 시켜주세요.] [뭐든지 시키면 할수 있소?]
[예....뭐든지....] 갑자기, 그녀는 무엇을 느낀 듯 목덜미가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그녀는 곧 눈을 흘겼다.
[공자께서는...너무 짖궂으시군요!] 그녀의 음성에는 교태가
가득했다. 하나, 거기에는 알 수 없는 품위가 담겨있었다.
[하하... 녹수라고 했던가?] [예.....]
담천기는 빙그레 웃으며 그녀의 풍만한 둔부를 토닥거렸다.
[나는 자겠다. 나중에 무엇이든지 시켜주마.]
[.....!] 녹수의 얼굴이 노을비층로 물들고, 그녀의 시선이
황홀함을 담고 담천기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가슴이 공연히 기복을 일으키고 있었다.
하나, 그녀는 이내 다소곳이 고개를 슥였다.
[그럼 천비는 이만 물러갑니다.]
담천기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보통이 아니다. 교태롭기는 하되 조금도 천박해 보이지 않는다.
한낱 시비마저 저 정도라니....) 그는 다시 한번 천무대성에 묘한
감정을 느꼈다. 그런데 다음 순간, 찻잔을 들던 담천기의 눈빛이
그대로 굳어졌다. [.....!] 찻잔! 그곳에는 희미한 무늬가
드러나 있지 않는가! 피빛 편월의 모양!
(이것은 바로 혈사천의 표식이다!) 그는 내심 놀라며 그 편월의
형상을 손으로 쓰다듬었다. 그러자, 놀랍게도 그곳에 글씨가 나타나느게 아닌가!
<제일신! 혈공자, 공자의 첫번째 임무는 천무신제의 신임을 얻는
것이오. 일단 신음을 얻었다고 생각되거든, 내일 맘 삼경 신룡각
후원에 있는 노송으로 나오시오.>
스스.... 기가 막힐 일이었다.
담천기가 글을 다 읽기가 무섭게 글씨는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리는 것이었다. (혈사천! 정녕 치밀하고 완벽한 자들이다!)
담천기, 그의 안색은 무겁게 굳어졌다.
[혈사천... 실로 믿기 힘든 조직이다. 내가 이곳에 온지 얼마나
지났다고 벌써 소식을....?] 더구나, 천무대성!
이곳이 대체 어떤 곳인가? 용과 범이 우글대는 천하무쌍할 집단이
아닌가! 그 엄밀함을 뚫고 첩자가 침투해 소식을 전하다니.....!
그건 결코 예사로운 일이 아니었다.
[내용으로 보아 내가 내일 신제와 만날 사실까지 알고 있다.
그런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수뇌부밖에 없거늘.....!]
다음 순간, 그의 시선에 미세한 진동이 일어났다.
(그렇다면 혈사천의 첩자는 의외로 천무대성의 수뇌부에 섞여
있을 수도 있다!) 심상치 않은 일이었다.
그는 찻잔을 들었다. (녹수! 그녀 또한 혈사천 사람일지도 모른다.....?) 갑자기, 그의 안색이 변했다.
찻잔을 바라보는 그의 시선이 놀람으로 출렁거렸다.
(제기랄, 독이라니.....!) 독! 무영단장지독!
단 한 모금이면 천하의 어떤 고수도 창자가 토막나 즉사한다.
더더욱 무서운 점은, 이 독에는 아무런 흔적이 없다는 점이었다.
하나, 담천기, 그는 이미 만독불침의 경지에 올라 있는 인물이
아니던가! 그는 담숨에 찻잔을 비워 버렸다.
한데, 쨍그랑! 그의 손에서 찻잔이 떨어져 박살 났으며,
그의 몸은 피를 쏟으며 침상을 엎어져싿.
그가 당한 것인가? 그게 아니었다. 그 순간, 그의 이목은
수십 배로 확장되어 사방을 휩쓸고 있었다.
소림역근경의 공천대법!
(음....백장이내에는 일곱 명...그러나 십 장 이내에는 아무도
없는데....?) 그는 가늘게 실눈을 뜨며 내심 중얼거렸다.
(괴이한 일이군. 나의 동정을 살피는 자가 아무도 없다니...?)
사방은 숨막힐 듯 한 정막이 뒤덮여 있을 뿐이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그의 심중은 침중하게 굳어갔다.
(천무대성 내부에서 나를 노리는 자가 있을 줄이야?)
실로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의 뇌리는 복잡하게 뒤엉켰다.
(찻잔 하나에 연락과 죽음이 안배된 셈이다. 그렇다면 녹수는
혈사천의 인물이 아니라는 얘긴데....)
갈수록 그의 머리는 난마처럼 헝클어졌다.
(대체 나를 노리는 자가 누구란 말인가?) 시간이 흐르고....
그렇게 많은 시간이 흘렀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그의 죽음을
확인하려 온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지독하구나! 이토록 참을성이 강한 놈이 있었을 줄이야!)
그는 내심 절로 투덜거렸다.
(젠장! 이거 공연히 헛수고만 하는 게 아닌가?)
한데, 다음 순간 그는 흠칫했다. (온다!)
그는 내심 외치면 귀식대법을 펼쳐싿.
스르르..... 창문이 기척도 없이 열렸다.
동시에 한 개으이 인영이 유령처럼 방안으로 스며들었다.
[....] 담천기는 실눈을 뜬 채 상대를 살폈다.
검은 복면인, 복면 사이로 뻐금히 내놓은 복면괴인의 눈은 차가운
광채를 뿌렸다. [.....!]
복면괴인은 잠시 담천기의 신색을 살피더니 천천히 다가왔다.
담천기는 열심히 죽은 척만 할 뿐, 복면괴인은 담천기의 죽음을
확인하려는 듯 천천히 손을 내밀었다.
한데, 파--팟! 확인하려는 손! 그 손 뒤의 소매 속에서 비수가
퉁겨나오는 게 아닌가! 싸늘한 비수가 담천기의 심장을 노렸다.
시퍼렇게 번뜩이는 독검! 가공할 속도는 아예 보고도 피할 수
없을 지경이었다. 그것은 너무나 뜻밖이었다.
만약 거짓으로 죽음을 가장했다면 이 독랄한 한 수에 다시 죽을 수
밖에 없을 것 같았다.
다음 순간, 팟--! [음......?] 복면괴인의 눈빛이 크게
흔들렸다. 독검! 분명히 담천기의 심장에 꽃혀야 될 독검이
그의 겉옷조차 뚫지 못하고 있지 않는가!
[....!] 심상치 않음을 느낀 복면괴인, 파팟----! 그의 신형이
번개같이 뒤집어져 뒤로 날았다.
하나 그거은 마음일 뿐, [윽.....!]
그는 다그반 신음성을 내지르며 그 자리에서 굳어졌다.
낭랑한 웃음이 동시에 터졌다.
[하하하... 왔으면 놀다 가야지 그냥 가는 법이 어디 있는냐?]
어느새, 담천기는 복면괴인의 완맥을 움켜쥔 채 몸을 일으키고
있었다. 복면괴인은 전율했다.
[너,,너는 무영지독에 장독....?]
[하하...그냥 죽어버리면 너무 싱겁지 않느냐?] [으.....!]
순간, 담천기의 안색이 냉엄히 굳어졌다.
[너를 시킨 자는 누구냐?] [.......!]
[네놈이 아무리 독랄하다 해도 나는 네입을 열게하는 방법이 있다!]
바로 그 순간, 파--앗! 갑자기 피분수가 뿜어졌다.
동시에 복면괴인의 신형이 창문을 뚫고 나가는 게 아닌가!
와장창----! [이, 이런......!]
담천기는 어이가 없었다. 그의 손에 잡혀 있는 것은 복면괴인의
팔뚝 뿐, 놀랍게도 복면괴인은 자신의 팔을 잘라보리고 도주한
것이다. [이렇게 지독한 놈일 줄이야!]
담천기가 중얼거리는 순간, [누구.....?]
앙칼진 교갈과 함께 [아--악!] 다급한 비명이 들렸다.
(녹수의 비명....!) 담천기는 번개같이 신형을 날렸다.
휙!
정원, 그곳에서 시비 녹수가 피투성이가 된 채 막 쓰러지고 있었다.
휙--! 담천기는 급히 그녀를 부축했다.
하나, 그의 시선은 황급히 복면괴인의 뒤를 쫓고 있었다.
파팟---! 복면괴인의 그림자는 막 담장을 넘어가고 있는 중이었다.
[놈! 네가 도망치면 내 체면이 뭐가 되겠느냐?]
싸늘한 음성이 터지고, 쉬--익! 담천기의 손에서 한 줄기 광채가
뿜어졌다. [으--악!] 담장을 넘어가던 복면괴인의 등 뒤에서
피보라가 일어나며 비명이 터졌다.
동시에, 휘청하던 복면괴인의 신형은 그대로 담장 밖으로 굴렀다.
그 순간, 담장 밖에서 무서운 호통이 진동해 왔다.
[웬 놈이냐!] 담천기는 가볍게 손을 내밀었다.
쉬이익--! 경미한 파공음과 함께 검은 빛줄기가 그의 소매 속으로
빨려들었다. 암향표! 바로 암왕 벽천대제가 남긴 가공할
암기였다. [괜찮는냐?] 녹수의 입가에서 선혈이 쏟아지고 있었다.
하나, 그녀는 입수을 물었다. [소비는 괜찮으니... 어서 적을....!]
(자기 목숨이 왔다갔다 하는 판국에 적이라니.....!)
담천기는 내심 어이가 없을 지경이었다.
그는 그녀를 점혈시킨 다음 등을 토닥였다.
[그대로 있어라. 곧 돌아오마!]
스슥....! 삽시간에 담천기의 신형이 사라졌다.
한데, 곧 죽어가던 녹수의 얼굴에 한가닥 기이한 광채가 떠오르는
게 아닌가?
담장 밖, 차차차--창! 번--쩍! 많은 흑천위대 무사들이 복면괴인을
둘러싼 채 격전을 벌이고 있었다.
복면괴인은 비록 심하게 비틀거렸으나, 쉽게 굴복할 것 같지 않았다.
담천기는 내심 놀랐다. (예사고수가 아니다! 암향표를 맞고도 싸울
여력이 남아있다니!) 그는 장내로 뛰어들었다.
[모두 물러서시오!] [.....!]
담천기가 나타나자 흑천위대 고수들이 썰물처럼 물러났다.
그들은 이미 담천기가 누군지 알고 있는 듯 했다.
[네가 도망갈 곳은 이미 없다!] 담천기는 태산을 압도할 듯한
기세로 천천히 다가들었다.
[으으.....!] 복면괴인은 다급히 뒷걸음을 쳤다.
한 순간, [욱.....!] 그의 복면 위로 붉은 피가 솟구치며,
그의 신형은 썩은 짚단처럼 고꾸라져 버리는 것이었다.
(뭔가 잘못되었다!) 담천기가 흠칫하는 순간,
[담공자, 무슨 일이오?] 하나의 인영이 바람같이 그 앞에
나타났다. 백발이 성성한 노인,
[그는 바로 백천위대의 통령 하궁문이었다.
[별거 아니오. 이자가 갑자기 습격을 하는 바람에......]
[감히 어떤 놈이 본성의 귀빈인 공자를 습격......?]
하툥령은 대경했고, 급히 복면괴인에게 다가갔다.
스륵....! 괴인의 복면이 벗겨졌다.
그 순간, [이럴 수가......?]
하통령의 몸이 그대로 경직되고 말았다.
불신과 경악.....! [ 이 사람은 바로 남천위대의 제일무반이
아닌가!] [.....!]
담천기는 복면괴인의 얼굴을 살폈다. 그는 중년이었다.
그의 얼굴에는 이미 시커먼 피가 응고되어 있었으며,
놀랍게도 그 부분이 점점 녹아내리고 있지 않는가!
[지독한 자요. 입을 봉하기 위해 독을 삼켰습니다.]
[음.....!] 그는 아연하며 하통령을 바라보았다.
[이자가 분명 남천위대의 무반이 맞소이까?]
[그, 그렇소! 그는 오늘 밤 이 구역 순찰을 맡고 있었소.]
하통령이 믿을 수 없다는 듯 외쳤다. [음.....!]
담천기는 신음했다. 대체 이게 무슨 일인가?
담천기를 둘러싸고 이곳저곳에서 무서운 살기가 난무하고 있으니...
과연 무엇 때문에 누가 그의 목을 노리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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