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왕경 第二十一章 快活林의 밤
第二十一章 快活林의 밤
쾌활림의 깊은 곳,
울창한 죽림(竹林)에 둘러싸인 한 채의 전각이 그림처럼 자리하고 있었다.
세외선경(世外仙境)이 그러할까?
한 폭의 산수화를 옮겨 놓은 듯한 아름다운 정경은 세속의 근심을 잊게 하는 인상적인 것이었다.
전각의 옆,
하나의 아담한 연못이 자리하고 있었다.
연못의 물은 너무 맑아 명경처럼 찬찬하고 깊어 보였다.
그 맑은 연못 위에 궁등의 은은한 불빛이 비쳐 가히 환상적인 아름다움을 발산하고 있었다.
문득,
그 전각 앞으로 일남일녀(一男一女)가 다가섰다.
마운룡과 동십삼랑,
바로 그들 두 사람이었다.
마운룡은 놀라움을 금치 못하며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쾌활림 안에 이런 곳이 있을 줄이야.........!)
그는 감탄하며 내심 중얼거렸다.
동십삼랑,
그녀는 전각 앞에 이르자 아연 긴장하는 모습이었다.
마운룡의 눈에도 그녀의 긴장하는 모습이 보일 정도였다.
이윽고,
“림주님! 속하 십삼랑이옵니다!”
동십삼랑은 전각을 향해 깊숙이 허리를 숙이며 공손한 음성으로 말햇다.
“들어오너라!”
전각 안에서 한줄기 냉막한 음성이 흘러나왔다.
그 말이 떨어지자,
끼----------- 익!
동십삼랑은 조심스럽게 전각문을 열고 허리를 숙인 채 안으로 들어갔다.
“..........!”
마운룡도 말없이 그녀의 뒤를 따랐다.
전각 안,
하나의 널찍한 거실이 나타났다.
그 거실의 끝,
하나의 태사의가 놓여 있었다.
태사의 위,
“.........!”
한 명의 여인이 오연한 자세로 앉아 잇었다.
면사로 얼굴을 가려 그녀의 용모는 전혀 알아 볼 수 없었다.
일신에 걸친 옷은 칠흑같이 검은 흑의,
그 흑의 자락에 감싸인 동체가 아주 풍만한 것으로 보아 그녀는 제법 나이가 든 듯 했다.
마운룡은 경이의 눈빛으로 태사의의 흑의여인을 주시했다.
(이 여인이 쾌활지존...........?)
그때,
“속하 림주님을 뵙습니다!”
동십삼랑이 오체복지하며 떨리는 음성으로 아뢰었다.
그녀의 그 태도로 보아 쾌활지존을 극도로 두려워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나,
쾌활지존은 동십삼랑의 인사를 받는 둥 마는 둥 하며 마운룡을 주시했다.
순간,
[............!]
[.................!]
두 사람의 시선이 허공에서 뒤엉켰다.
마운룡은 쾌활지존의 시선과 부딪치자 일순 등골이 오싹해짐을 느꼈다.
(무서운 눈빛이다!)
마치 끝도 깊이도 알 수 없는 바다와도 같은 눈빛,
그 눈빛을 접하자 혼백까지 빨려들 듯 했다.
그때,
“네가..... 나를 지명한 당돌한 놈이냐?”
쾌활지존이 싸늘한 음성으로 입을 열었다.
마치 얼음 구덩이에서 흘러나오는 듯 오싹 전율이 끼치는 음성,
“림주님, 이분 공자님은 사실......”
하나,
“닥....... 쳐랏! 네게 묻지 않았다!”
쾌활지존은 싸늘한 음성으로 나직하게 일갈했다.
비록 낮으나 무서운 위엄이 깃든 음성이었다.
순간,
“용서하십시오!”
동십삼랑은 사색이 되어 급히 머리를 조아렸다.
그러면서 그녀는 옆에 선 마운룡의 바지자락을 잡아당겨 조심하라고 경고했다.
하나,
마운룡은 지극히 태연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그렇습니다. 바로 제가 그랬습니다!”
마운룡의 그 대답에 동십삼랑은 사색이 되었다.
그녀는 자신의 여주인의 성격을 잘 알고 있었다.
(어.... 어리석은 놈, 스스로 죽음을 자초하다니.....!)
평소 쾌활지존의 성격대로라면 마운룡의 머리통을 즉시 박살내고 말 것이다.
하나,
왠일인지 쾌활지존은 눈꼬리를 한 번 꿈틀했을 뿐이었다.
“흥! 간덩이가 부은 놈이로군!”
그녀는 싸늘한 냉소를 발했다.
이어,
그녀는 꿰뚫어 보는 듯 예리한 눈으로 마운룡을 노려보며 물었다.
“네놈이 본녀에게 접근한 목적은 무엇이냐?!”
그 말에 마운룡은 여전히 태연한 표정으로 대꾸했다.
“목적이라니요? 쾌활림을 찾아온 목적을 모르는 사람이 누가 있겠습니까?
“닥.... 쳐랏! 네놈은 필시 천외구중천의 어느 일파에서 보낸 간세(奸細)일 것이다!”
쾌활지존은 서릿발 같이 냉막한 음성으로 냉갈했다.
그 말에 마운룡은 내심 은은한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천외구중천! 역시 이곳은 천외구중천과 관련되어 있구나!)
그는 암암리에 염두를 굴렸다.
하나,
겉으로는 짐짓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무슨 말씀이십니까? 나는 일개 서생일 뿐입니다!”
그 말에,
“호호호...... 그래?”
돌연 쾌활지존은 차갑고 오연한 교소를 터뜨렸다.
“.........!”
그녀의 그런 반응에 동십삼랑은 사색이 되었다.
자신의 여주인이 웃으면 극도로 화가 난 증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엇다.
그녀는 공포의 표정으로 몸서리를 쳤다.
그때,
아니나 다를까?
“오냐! 네놈이 마각을 들어내 보이도록 만들어 주마!”
스릉!
쾌활지존은 냉갈하며 태사의 옆의 장검을 뽑아들었다.
그녀가 장검을 뽑아든다고 여긴 순간,
스악!
어느 새 쾌활지존의 신형이 유령처럼 마운룡의 앞으로 닥쳐들며 장검으로 마운룡을 후려쳤다.
콰----------- 작!
쾌활지존의 장검은 벼락같이 마운룡의 정수리를 뽀개왔다.
“..........!”
그것을 지켜보던 동십삼랑은 질끈 눈을 감아버렸다.
쾌활지존,
그녀는 마운룡이 무림인이라 여기고 공격을 가하는 것이었다.
상황이 다급해지면 마운룡도 어쩔 수 없이 무공을 펼쳐 피하리라는 추측에서였다.
하나,
“...........!”
마운룡은 두 눈을 휘둥그렇게 뜨며 자신의 정수리를 쪼개오는 검신을 올려다볼 뿐 피할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이 아닌가?
절대절명(絶代絶命)!
마운룡의 머리통은 쾌활지존의 일검에 그대로 두 조각 날 판이었다.
“........!”
그것을 느낀 동십삼랑은 절로 부르르 교구를 경련했다.
하나,
어찌된 일이란 말인가?
잠시 기다려도 아무런 변화도 일어나지 않는 것이 아닌가?
동십삼랑은 흠칫하며 고개를 들었다.
아!
놀랍게도 쾌활지존의 보검은 마운룡의 정수리 바로 위에서 멈추어 있었다.
불과 종이 한 장 차이의 아찔한 광경,
그렇다.
최후의 순간 쾌활지존은 검을 멈춘 것이었다.
(내가....... 잘못 보았단 말인가?)
그녀의 아미가 면사 속에서 살짝 찡그려졌다.
그녀는 마운룡을 보는 순간 두 눈에 정기(精氣)가 형형한 것이 심오한 내공을 안으로 갈무리한 내가고수라 여긴 것이었다.
하나,
마운룡,
그는 끝내 무공을 드러내지 않은 것이다.
(이놈이 정말 무공을 모르던지 아니면 대단한 강심장을 지닌 놈이던지 둘 중 하나일 것이다!)
쾌활지존은 스산한 눈빛으로 마운룡을 주시하며 내심 중얼거렷다.
이어,
그녀는 천천히 검을 거두었다.
“좋다! 내가 사람을 잘못 본 듯 하구나!”
그녀는 검을 거두고 다시 태사의로 돌아갔다.
자리에 앉은 그녀는 냉막한 음성으로 다시 입을 열었다.
“어쨌든 너는 본녀가 내건 관문(關門)을 통과했다. 그러니 이 쾌활림 내의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소유할 수 잇다!
순간,
“림...... 림주님!”
동십삼랑은 그녀의 말에 질겁하며 다급히 외쳤다.
하나,
쾌할지존은 동십삼랑에게는 일별도 주지 않고 마운룡을 주시했다.
“물론 그 대상에 본녀도 속한다. 비록 본녀는 유부녀지만 네가 끝까지 요구한다면 네게 내 몸을 제공할 수밖에 없다. 결정은 전적으로 네게 달렸다.”
그 말과 함께 그녀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그녀의 말에 동십삼랑은 사색이 되었다.
하나,
마운룡은 쓴웃음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염려마십시오. 당주, 나는 이미 소원을 이루엇으니!”
동십삼랑은 마운룡의 그 말에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몰아쉬엇다.
“감..... 감사합니다. 공자님!”
마운룡은 미소지으며 말했다.
“어쨌든 밤도 늦고 했으니 하룻밤 신세나 지고 갑시다! 소생이 원하는 것은 그것 뿐입니다!”
“알겠어요. 신첩이 모시겠사옵니다!”
동십삼랑은 기쁨과 안도의 표정으로 일어섰다.
마운룡은 태사의의 쾌활지존을 향해 정중히 포권해 보엿다.
‘만나뵈어 영광입니다!“
이어,
그는 몸을 돌려 전각을 나섰다.
“........!”
쾌활지존은 말없이 눈을 감은 채 미동도 하지 않았다.
마운룡과 동십삼랑의 모습은 이윽고 전각 밖으로 사라졌다.
문득,
‘휴................!“
쾌활지존의 입에서 긴 한숨이 새어나왔다.
그와 함께,
살풋 내리감은 그녀의 눈가로 촉촉한 물기가 번졌다.
“영아도 지금쯤 저 아이만큼 자랐겠지? 천마황(天魔皇)이 약속대로 그 아이를 해치지만 않았다면..........!”
그녀는 낮은 음성으로 중얼거리며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
‘천...... 마황!“
문득,
그녀의 두 눈에 무서운 살기가 섬광처럼 번득였다.
“만에 하나 네놈이 영아의 몸에 위해를 가했다면 네놈의 뼈를 갈아마시겠다.!”
그녀는 줄기줄기 원한과 분노의 살광을 폭사하며 한 서린 음성으로 중얼거렸다.
천마황......!
그는 누구인가?
쾌활지존이라 불리는 이 신비여인과는 대체 어떤 사이인가?
모를 일이었다.
? ? ?
깊은 어둠,
밤은 깊을대로 깊어 있었다.
어느 한 전각-----------!
슥!
사갈마녀는 소리없이 전각의 창문으로 날아들었다.
안으로 들어서던 사갈마녀,
“.........!”
일순 그녀는 흠칫했다.
자신의 침상에 한 명의 괴인이 걸터앉아 있는 것이 보였다.
“흐흐, 어서 오시오. 북리소저!”
그 자는 한 명의 색목청년이었다.
붉은 머리에 핏빛 눈을 지닌 괴청년,
그 자를 본 순간 사갈마녀는 급히 창 밖을 살피며 말했다.
“왜 직접 오셨어요? 제가 소교주님의 처소로 찾아간다고 했잖아요?”
말투로 보아 두 사람은 서로 아는 사이인 듯 했다.
“본좌쪽은 준비가 끝났소. 북리소저쪽은 어떤가 궁금해서 찾아왔소!”
색목청년은 침상에서 일어서 사갈마녀의 뒤로 다가서며 말했다.
“제쪽도 준비는 끝났어요. 마모(魔母)의 거처를 지키는 오행태상(五行太相)들은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에 미혼산공독(迷魂散功毒)을 복용한 상태예요!”
말을 하던 사갈마녀는 일순 흠칫했다.
색목청년,
그 자가 뒤에서 사갈마녀의 허리를 끌어안은 것이었다.
하나,
사갈마녀는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가며 말했다.
“이러지 말아요! 아직 우리의 합작이 끝난 것은 아니니까!”
그녀의 말에 색목청년은 히죽 웃었다.
“뭐 어떻소? 북리소저의 말대로라면 그 늙은 계집은 오늘밤을 넘기지 못하고 제거될 텐데.......!”
하나,
사갈마녀는 냉정한 음성으로 잘라 말했다.
“어쨌든 지금은 안돼요. 당신 처소로 돌아가서 마모(魔母)를 제거할 준비나 해요!”
“거참......!”
색목청년은 아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좋소. 어차피 북리소저는 나 아극파(阿極波)의 여인이 될테니까!”
그자는 씁쓸한 표정으로 사갈마녀를 주시하며 말했다.
“하지만 당신은 참 무서운 여인이오. 그냥 기다리기만 해도 멸신마종(滅神魔宗)의 종주가 될 수 있을 텐데 자신을 길러준 멸신마모를 제거하려 들다니.......!”
그자의 말에 사갈마녀는 차가운 음성으로 대꾸했다.
“신월기사단(新月騎士團)의 귀공자로 자란 당신은 내가 어떻게 자랐는지 알리 없겠지요!”
아극파(阿極波)라 자칭한 색목청년.
그자는 어깨를 으쓱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소! 나야 멸신마모를 제거해 주고 멸신마결(滅神魔訣)과 당신의 육체를 얻으면 되는 것이니까!”
이어,
슥!
그는 몸을 돌려 열린 창문으로 날아갔다.
“그럼 삼경에 봅시다!”
그자는 히죽 웃으며 창 밖으로 사라졌다.
“......!”
사갈마녀는 말없이 사라지는 아극파의 뒷모습을 주시하고 있었다.
문득,
(아극파(阿極波)..........!)
그녀는 두 눈에 싸늘한 살기를 떠올리며 나직이 뇌까렸다.
(곧 나의 무서움을 알게 될 것이다. 내가 왜 사갈마녀라 불리는 지를.........)
그녀의 입가에 한줄기 스산한 웃음이 번졌다.
(변황의 비천한 무리들....... 중원땅을 밟았다는 사실만으로도 네놈들은 모두 척살당해야만 한다!)
그녀는 서릿발같이 냉엄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실로 섬뜩한 모습이 아닐 수 없었다.
삼경(三更).
마운룡,
그는 문득 잠이 깼다.
“........!”
그의 옆자리,
동십삼랑이 곤히 잠들어 있었다.
그녀는 마운룡과의 행위에 무척 만족한 표정이었다.
마운룡은 십전미인경(十全美人經)의 방중기교로 그녀에게 황홀한 극치감을 맛보게 해주었다.
그러다 그는 문득 잠결에 미약한 파공성을 듣고 깨어난 것이었다.
(이 밤중에 누굴까? 어떤 자가 야행(夜行)을.........?)
그는 검미를 찌푸리며 조심스럽게 일어섰다.
몸을 일으킨 그는 잠든 동십삼랑의 기색을 살폈다.
그녀는 고른 숨을 내쉬며 깊이 잠들어 있었다.
그것을 확인한 마운룡.
그는 옷을 걸치고 조심스럽게 밖으로 나갔다.
밤은 깊어 삼경,
휘영청 만월(滿月)이 둥실 떠올라 사위를 비추고 있었다.
그 보름달의 월광(月光)으로 사위는 환하게 밝아 보였다.
한데,
월광을 뚫고 서쪽으로 한줄기 인영이 퍼뜩 스쳐가는 것이 아닌가?
순간,
(저곳은 쾌활지존의 처소쪽인데?)
마운룡은 두 눈을 번뜩 빛냈다.
이어,
(따라가 보자!)
슥!
그는 유령처럼 몸을 날려 야행인의 종적을 쫓아갔다.
한데,
“...........!”
마운룡이 침실에서 날아나가는 순간,
잠들은 줄 알았던 동십삼랑이 두 눈을 반짝 떴다.
이어 그녀는 몸을 일으켰다.
(역시...... 저 아이는 무공을 감추고 있었군!)
그녀의 옥용이 문득 붉어졌다.
그녀의 아랫도리에 남아있는 행위의 흔적 때문이었다.
동십삼랑은 잘근 입술을 깨물었다.
(나쁜 자식...... 감쪽같이 나를 속이다니....!)
그녀는 마운룡이 사라진 곳을 주시하며 내심 중얼거렸다.
(비록 네녀석과 살을 섞었지만 우리 멸신마종(滅神魔宗)을 위해하려 든다면 결코 용서하지 않겠다!)
그녀는 싸늘한 표정으로 내심 다짐했다.
이어,
동십삼랑은 빠르게 옷을 걸쳤다.
그리고,
슥!
그녀는 즉시 만월이 밝은 밤하늘로 사라졌다.
쾌활림의 깊은 곳,
울창한 죽림(竹林)에 둘러싸인 한 채의 전각이 그림처럼 자리하고 있었다.
세외선경(世外仙境)이 그러할까?
한 폭의 산수화를 옮겨 놓은 듯한 아름다운 정경은 세속의 근심을 잊게 하는 인상적인 것이었다.
전각의 옆,
하나의 아담한 연못이 자리하고 있었다.
연못의 물은 너무 맑아 명경처럼 찬찬하고 깊어 보였다.
그 맑은 연못 위에 궁등의 은은한 불빛이 비쳐 가히 환상적인 아름다움을 발산하고 있었다.
문득,
그 전각 앞으로 일남일녀(一男一女)가 다가섰다.
마운룡과 동십삼랑,
바로 그들 두 사람이었다.
마운룡은 놀라움을 금치 못하며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쾌활림 안에 이런 곳이 있을 줄이야.........!)
그는 감탄하며 내심 중얼거렸다.
동십삼랑,
그녀는 전각 앞에 이르자 아연 긴장하는 모습이었다.
마운룡의 눈에도 그녀의 긴장하는 모습이 보일 정도였다.
이윽고,
“림주님! 속하 십삼랑이옵니다!”
동십삼랑은 전각을 향해 깊숙이 허리를 숙이며 공손한 음성으로 말햇다.
“들어오너라!”
전각 안에서 한줄기 냉막한 음성이 흘러나왔다.
그 말이 떨어지자,
끼----------- 익!
동십삼랑은 조심스럽게 전각문을 열고 허리를 숙인 채 안으로 들어갔다.
“..........!”
마운룡도 말없이 그녀의 뒤를 따랐다.
전각 안,
하나의 널찍한 거실이 나타났다.
그 거실의 끝,
하나의 태사의가 놓여 있었다.
태사의 위,
“.........!”
한 명의 여인이 오연한 자세로 앉아 잇었다.
면사로 얼굴을 가려 그녀의 용모는 전혀 알아 볼 수 없었다.
일신에 걸친 옷은 칠흑같이 검은 흑의,
그 흑의 자락에 감싸인 동체가 아주 풍만한 것으로 보아 그녀는 제법 나이가 든 듯 했다.
마운룡은 경이의 눈빛으로 태사의의 흑의여인을 주시했다.
(이 여인이 쾌활지존...........?)
그때,
“속하 림주님을 뵙습니다!”
동십삼랑이 오체복지하며 떨리는 음성으로 아뢰었다.
그녀의 그 태도로 보아 쾌활지존을 극도로 두려워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나,
쾌활지존은 동십삼랑의 인사를 받는 둥 마는 둥 하며 마운룡을 주시했다.
순간,
[............!]
[.................!]
두 사람의 시선이 허공에서 뒤엉켰다.
마운룡은 쾌활지존의 시선과 부딪치자 일순 등골이 오싹해짐을 느꼈다.
(무서운 눈빛이다!)
마치 끝도 깊이도 알 수 없는 바다와도 같은 눈빛,
그 눈빛을 접하자 혼백까지 빨려들 듯 했다.
그때,
“네가..... 나를 지명한 당돌한 놈이냐?”
쾌활지존이 싸늘한 음성으로 입을 열었다.
마치 얼음 구덩이에서 흘러나오는 듯 오싹 전율이 끼치는 음성,
“림주님, 이분 공자님은 사실......”
하나,
“닥....... 쳐랏! 네게 묻지 않았다!”
쾌활지존은 싸늘한 음성으로 나직하게 일갈했다.
비록 낮으나 무서운 위엄이 깃든 음성이었다.
순간,
“용서하십시오!”
동십삼랑은 사색이 되어 급히 머리를 조아렸다.
그러면서 그녀는 옆에 선 마운룡의 바지자락을 잡아당겨 조심하라고 경고했다.
하나,
마운룡은 지극히 태연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그렇습니다. 바로 제가 그랬습니다!”
마운룡의 그 대답에 동십삼랑은 사색이 되었다.
그녀는 자신의 여주인의 성격을 잘 알고 있었다.
(어.... 어리석은 놈, 스스로 죽음을 자초하다니.....!)
평소 쾌활지존의 성격대로라면 마운룡의 머리통을 즉시 박살내고 말 것이다.
하나,
왠일인지 쾌활지존은 눈꼬리를 한 번 꿈틀했을 뿐이었다.
“흥! 간덩이가 부은 놈이로군!”
그녀는 싸늘한 냉소를 발했다.
이어,
그녀는 꿰뚫어 보는 듯 예리한 눈으로 마운룡을 노려보며 물었다.
“네놈이 본녀에게 접근한 목적은 무엇이냐?!”
그 말에 마운룡은 여전히 태연한 표정으로 대꾸했다.
“목적이라니요? 쾌활림을 찾아온 목적을 모르는 사람이 누가 있겠습니까?
“닥.... 쳐랏! 네놈은 필시 천외구중천의 어느 일파에서 보낸 간세(奸細)일 것이다!”
쾌활지존은 서릿발 같이 냉막한 음성으로 냉갈했다.
그 말에 마운룡은 내심 은은한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천외구중천! 역시 이곳은 천외구중천과 관련되어 있구나!)
그는 암암리에 염두를 굴렸다.
하나,
겉으로는 짐짓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무슨 말씀이십니까? 나는 일개 서생일 뿐입니다!”
그 말에,
“호호호...... 그래?”
돌연 쾌활지존은 차갑고 오연한 교소를 터뜨렸다.
“.........!”
그녀의 그런 반응에 동십삼랑은 사색이 되었다.
자신의 여주인이 웃으면 극도로 화가 난 증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엇다.
그녀는 공포의 표정으로 몸서리를 쳤다.
그때,
아니나 다를까?
“오냐! 네놈이 마각을 들어내 보이도록 만들어 주마!”
스릉!
쾌활지존은 냉갈하며 태사의 옆의 장검을 뽑아들었다.
그녀가 장검을 뽑아든다고 여긴 순간,
스악!
어느 새 쾌활지존의 신형이 유령처럼 마운룡의 앞으로 닥쳐들며 장검으로 마운룡을 후려쳤다.
콰----------- 작!
쾌활지존의 장검은 벼락같이 마운룡의 정수리를 뽀개왔다.
“..........!”
그것을 지켜보던 동십삼랑은 질끈 눈을 감아버렸다.
쾌활지존,
그녀는 마운룡이 무림인이라 여기고 공격을 가하는 것이었다.
상황이 다급해지면 마운룡도 어쩔 수 없이 무공을 펼쳐 피하리라는 추측에서였다.
하나,
“...........!”
마운룡은 두 눈을 휘둥그렇게 뜨며 자신의 정수리를 쪼개오는 검신을 올려다볼 뿐 피할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이 아닌가?
절대절명(絶代絶命)!
마운룡의 머리통은 쾌활지존의 일검에 그대로 두 조각 날 판이었다.
“........!”
그것을 느낀 동십삼랑은 절로 부르르 교구를 경련했다.
하나,
어찌된 일이란 말인가?
잠시 기다려도 아무런 변화도 일어나지 않는 것이 아닌가?
동십삼랑은 흠칫하며 고개를 들었다.
아!
놀랍게도 쾌활지존의 보검은 마운룡의 정수리 바로 위에서 멈추어 있었다.
불과 종이 한 장 차이의 아찔한 광경,
그렇다.
최후의 순간 쾌활지존은 검을 멈춘 것이었다.
(내가....... 잘못 보았단 말인가?)
그녀의 아미가 면사 속에서 살짝 찡그려졌다.
그녀는 마운룡을 보는 순간 두 눈에 정기(精氣)가 형형한 것이 심오한 내공을 안으로 갈무리한 내가고수라 여긴 것이었다.
하나,
마운룡,
그는 끝내 무공을 드러내지 않은 것이다.
(이놈이 정말 무공을 모르던지 아니면 대단한 강심장을 지닌 놈이던지 둘 중 하나일 것이다!)
쾌활지존은 스산한 눈빛으로 마운룡을 주시하며 내심 중얼거렷다.
이어,
그녀는 천천히 검을 거두었다.
“좋다! 내가 사람을 잘못 본 듯 하구나!”
그녀는 검을 거두고 다시 태사의로 돌아갔다.
자리에 앉은 그녀는 냉막한 음성으로 다시 입을 열었다.
“어쨌든 너는 본녀가 내건 관문(關門)을 통과했다. 그러니 이 쾌활림 내의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소유할 수 잇다!
순간,
“림...... 림주님!”
동십삼랑은 그녀의 말에 질겁하며 다급히 외쳤다.
하나,
쾌할지존은 동십삼랑에게는 일별도 주지 않고 마운룡을 주시했다.
“물론 그 대상에 본녀도 속한다. 비록 본녀는 유부녀지만 네가 끝까지 요구한다면 네게 내 몸을 제공할 수밖에 없다. 결정은 전적으로 네게 달렸다.”
그 말과 함께 그녀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그녀의 말에 동십삼랑은 사색이 되었다.
하나,
마운룡은 쓴웃음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염려마십시오. 당주, 나는 이미 소원을 이루엇으니!”
동십삼랑은 마운룡의 그 말에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몰아쉬엇다.
“감..... 감사합니다. 공자님!”
마운룡은 미소지으며 말했다.
“어쨌든 밤도 늦고 했으니 하룻밤 신세나 지고 갑시다! 소생이 원하는 것은 그것 뿐입니다!”
“알겠어요. 신첩이 모시겠사옵니다!”
동십삼랑은 기쁨과 안도의 표정으로 일어섰다.
마운룡은 태사의의 쾌활지존을 향해 정중히 포권해 보엿다.
‘만나뵈어 영광입니다!“
이어,
그는 몸을 돌려 전각을 나섰다.
“........!”
쾌활지존은 말없이 눈을 감은 채 미동도 하지 않았다.
마운룡과 동십삼랑의 모습은 이윽고 전각 밖으로 사라졌다.
문득,
‘휴................!“
쾌활지존의 입에서 긴 한숨이 새어나왔다.
그와 함께,
살풋 내리감은 그녀의 눈가로 촉촉한 물기가 번졌다.
“영아도 지금쯤 저 아이만큼 자랐겠지? 천마황(天魔皇)이 약속대로 그 아이를 해치지만 않았다면..........!”
그녀는 낮은 음성으로 중얼거리며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
‘천...... 마황!“
문득,
그녀의 두 눈에 무서운 살기가 섬광처럼 번득였다.
“만에 하나 네놈이 영아의 몸에 위해를 가했다면 네놈의 뼈를 갈아마시겠다.!”
그녀는 줄기줄기 원한과 분노의 살광을 폭사하며 한 서린 음성으로 중얼거렸다.
천마황......!
그는 누구인가?
쾌활지존이라 불리는 이 신비여인과는 대체 어떤 사이인가?
모를 일이었다.
? ? ?
깊은 어둠,
밤은 깊을대로 깊어 있었다.
어느 한 전각-----------!
슥!
사갈마녀는 소리없이 전각의 창문으로 날아들었다.
안으로 들어서던 사갈마녀,
“.........!”
일순 그녀는 흠칫했다.
자신의 침상에 한 명의 괴인이 걸터앉아 있는 것이 보였다.
“흐흐, 어서 오시오. 북리소저!”
그 자는 한 명의 색목청년이었다.
붉은 머리에 핏빛 눈을 지닌 괴청년,
그 자를 본 순간 사갈마녀는 급히 창 밖을 살피며 말했다.
“왜 직접 오셨어요? 제가 소교주님의 처소로 찾아간다고 했잖아요?”
말투로 보아 두 사람은 서로 아는 사이인 듯 했다.
“본좌쪽은 준비가 끝났소. 북리소저쪽은 어떤가 궁금해서 찾아왔소!”
색목청년은 침상에서 일어서 사갈마녀의 뒤로 다가서며 말했다.
“제쪽도 준비는 끝났어요. 마모(魔母)의 거처를 지키는 오행태상(五行太相)들은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에 미혼산공독(迷魂散功毒)을 복용한 상태예요!”
말을 하던 사갈마녀는 일순 흠칫했다.
색목청년,
그 자가 뒤에서 사갈마녀의 허리를 끌어안은 것이었다.
하나,
사갈마녀는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가며 말했다.
“이러지 말아요! 아직 우리의 합작이 끝난 것은 아니니까!”
그녀의 말에 색목청년은 히죽 웃었다.
“뭐 어떻소? 북리소저의 말대로라면 그 늙은 계집은 오늘밤을 넘기지 못하고 제거될 텐데.......!”
하나,
사갈마녀는 냉정한 음성으로 잘라 말했다.
“어쨌든 지금은 안돼요. 당신 처소로 돌아가서 마모(魔母)를 제거할 준비나 해요!”
“거참......!”
색목청년은 아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좋소. 어차피 북리소저는 나 아극파(阿極波)의 여인이 될테니까!”
그자는 씁쓸한 표정으로 사갈마녀를 주시하며 말했다.
“하지만 당신은 참 무서운 여인이오. 그냥 기다리기만 해도 멸신마종(滅神魔宗)의 종주가 될 수 있을 텐데 자신을 길러준 멸신마모를 제거하려 들다니.......!”
그자의 말에 사갈마녀는 차가운 음성으로 대꾸했다.
“신월기사단(新月騎士團)의 귀공자로 자란 당신은 내가 어떻게 자랐는지 알리 없겠지요!”
아극파(阿極波)라 자칭한 색목청년.
그자는 어깨를 으쓱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소! 나야 멸신마모를 제거해 주고 멸신마결(滅神魔訣)과 당신의 육체를 얻으면 되는 것이니까!”
이어,
슥!
그는 몸을 돌려 열린 창문으로 날아갔다.
“그럼 삼경에 봅시다!”
그자는 히죽 웃으며 창 밖으로 사라졌다.
“......!”
사갈마녀는 말없이 사라지는 아극파의 뒷모습을 주시하고 있었다.
문득,
(아극파(阿極波)..........!)
그녀는 두 눈에 싸늘한 살기를 떠올리며 나직이 뇌까렸다.
(곧 나의 무서움을 알게 될 것이다. 내가 왜 사갈마녀라 불리는 지를.........)
그녀의 입가에 한줄기 스산한 웃음이 번졌다.
(변황의 비천한 무리들....... 중원땅을 밟았다는 사실만으로도 네놈들은 모두 척살당해야만 한다!)
그녀는 서릿발같이 냉엄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실로 섬뜩한 모습이 아닐 수 없었다.
삼경(三更).
마운룡,
그는 문득 잠이 깼다.
“........!”
그의 옆자리,
동십삼랑이 곤히 잠들어 있었다.
그녀는 마운룡과의 행위에 무척 만족한 표정이었다.
마운룡은 십전미인경(十全美人經)의 방중기교로 그녀에게 황홀한 극치감을 맛보게 해주었다.
그러다 그는 문득 잠결에 미약한 파공성을 듣고 깨어난 것이었다.
(이 밤중에 누굴까? 어떤 자가 야행(夜行)을.........?)
그는 검미를 찌푸리며 조심스럽게 일어섰다.
몸을 일으킨 그는 잠든 동십삼랑의 기색을 살폈다.
그녀는 고른 숨을 내쉬며 깊이 잠들어 있었다.
그것을 확인한 마운룡.
그는 옷을 걸치고 조심스럽게 밖으로 나갔다.
밤은 깊어 삼경,
휘영청 만월(滿月)이 둥실 떠올라 사위를 비추고 있었다.
그 보름달의 월광(月光)으로 사위는 환하게 밝아 보였다.
한데,
월광을 뚫고 서쪽으로 한줄기 인영이 퍼뜩 스쳐가는 것이 아닌가?
순간,
(저곳은 쾌활지존의 처소쪽인데?)
마운룡은 두 눈을 번뜩 빛냈다.
이어,
(따라가 보자!)
슥!
그는 유령처럼 몸을 날려 야행인의 종적을 쫓아갔다.
한데,
“...........!”
마운룡이 침실에서 날아나가는 순간,
잠들은 줄 알았던 동십삼랑이 두 눈을 반짝 떴다.
이어 그녀는 몸을 일으켰다.
(역시...... 저 아이는 무공을 감추고 있었군!)
그녀의 옥용이 문득 붉어졌다.
그녀의 아랫도리에 남아있는 행위의 흔적 때문이었다.
동십삼랑은 잘근 입술을 깨물었다.
(나쁜 자식...... 감쪽같이 나를 속이다니....!)
그녀는 마운룡이 사라진 곳을 주시하며 내심 중얼거렸다.
(비록 네녀석과 살을 섞었지만 우리 멸신마종(滅神魔宗)을 위해하려 든다면 결코 용서하지 않겠다!)
그녀는 싸늘한 표정으로 내심 다짐했다.
이어,
동십삼랑은 빠르게 옷을 걸쳤다.
그리고,
슥!
그녀는 즉시 만월이 밝은 밤하늘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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