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룡왕-16
제22장
지존검폭뢰(至尊劒爆雷)
"우--욱!"
하후미린은 기절할 듯이 놀라고 말았다.
오오… 느끼는가?
쩌--엉!
여인의 저 포근한 동굴의 내부,
그곳으로부터 하후미린의 하체 일부로 진입해 드는 가공할 예기,
그것은… 하후미린의 전신을 난도질하듯 헤집으며 짓쳐들고,
부흐흐…!
벼락에 맞아 감전된 듯 하후미린의 신형이 격렬하게 떨렸다.
허나,
그는 결코 여인에게서 벗어날 수 없는 상황이었다.
"흐윽! 아… 아… 더… 더…!"
여인은 완전히 미쳐 있었다.
사내가 행위를 중단하자,
그녀는 두 손으로 사내의 목을 족쇄같이 휘감았고,
두 개… 새하얀 옥주를 벌려 사내의 곰 같은 허리를 강인하게 조여 들었으니,
(이… 이것은…?)
그 기운은 그가 처음 느끼는 것이 아니었다.
수정쌍미정과 독종여황모!
거기에,
팔대패왕화,
철혈전후 철비연과의 첫경험에서도 그는 느꼈던 것이었다.
인간이 지닐 수 없는 미증유의 힘!
그것이, 또다시 유입되고 있었던 것이다.
허나,
이번만은 틀렸다.
그가 멀쩡한 이성을 가지고 있는 것도 충격을 배가시키고 있었으나,
지금 자신에게로 짓쳐드는 저 날카로운 예기는 그대로 자신의 내부를 갈가리 찢어발길 듯 날카롭게 들쑤시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실로 순간이었고,
쩌---쩌---쩌---쩡!
오오,
하후미린에게서 폭발해 오르는 저 가공할 푸르름의 노을!
그것은 이내 하나의 형상으로 화해갔다.
양 끝은 검극처럼 날카로왔고,
중간의 손잡이인 듯한 부위는 기묘하게 휘어져 있었다.
현공을 벽력과 함께 가르는 뇌전!
츠으으…!
그것은 이내 하후미린의 우수로 스며들어갔다.
"크으으…!"
하후미린은 우수가 끈허지는 듯한 통증을 느끼며 아득한 나락으로 추락해 갔다.
그는 많은 여인을 거느릴 수 있었고,
그 만큼의 숫자만큼 여인들을 안았었다.
허나,
결단코, 이토록 고통스런 정사는 일찍이 겪어 본 적이 없었다.
그러나, 그는 알게 되리라!
곧 고통만큼의 엄청난 힘을 그 자신이 얻은 것임을,
<천년검혼(千年劒魂).>
일천 년의 장구한 시공 속에,
십 인의 검예장인혼이 담겨진 절대의 천병--천년제왕검!
그것은… 형상의 일반적인 검이 아니었다.
칼집이 필요없는 검,
그 누구의 눈에도 비춰지지 않으나,
시전자의 마음으로만 움직여지는 신비의 검이 바로 그것이었다.
천 년의 힘에 의해, 그 천년검혼에 선택된 천년검왕의 심령에 따라 폭사되는 무적의 벽력검(霹靂劒)!
하후미린은 바로 그것을 얻은 것이었다.
그와 함께,
검모 단리혜혜로 불리우는 수선화같이 담백한 여인을…
또 다른 신화!
검의 절대신화는 그렇게 탄생되었다.
<천년검왕.>
천년검혼을 지닌 무적의 대전신이었다.
"아가씨… 상공…!"
꿈 속에서 언뜻 나직한 소녀의 음성이 들렸다.
"으… 음…!"
그 바람에 하후미린은 눈을 떴다.
이어,
그는 평소의 습관처럼 자리를 떨쳐 일어나려 했다.
허나 그 순간,
"헉!"
그는 흠칫하여 동작을 멈추고 말았다.
새삼스레 가슴에 느껴진 뭉클한 감촉.
자신의 가슴에는 한 절세미녀가 안겨 잠들어 있지 않은가?
(아차! 이 여인과 동침을 하고 말았지…!)
그제서야,
그는 자신이 있는 곳이 어디인지 깨달았다.
그 때,
또다시 예의 시녀가 방 밖에서 조심스럽게 말했다.
"두 분… 아직 기침 않으셨는지요?"
동창이 환한 것이 이미 아침이 분명했다.
하후미린은 문득 씁쓸한 표정이 되어 품에 안긴 여인을 내려다 보았다.
(어제 오후부터 날이 새도록… 지독히도 나를 괴롭혔지…)
여인,
나이는 대략 삼십 정도쯤 되어 보였다.
허나,
나이를 초월한 듯 그 아름다움은 눈이 부실 정도였다.
미색 절륜,
그녀는 실로 너무도 아름다웠다.
특히,
살포시 눈을 감고 만족한 미소를 띄운 모습은 고혹하기까지 했다.
(아름답군…! 천하의 그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으리만큼…)
하후미린은 마치 취한 듯 그녀의 얼굴을 주시했다.
허나,
곧 그는 고개를 저었다.
(아름다운 것은 좋다, 허나 그보다 이 여인으로 해서 앞으로 큰 번거로움을 겪게 될 것 같군.)
그는 그대로 침상에서 조용히 일어나려 했다.
그러자,
"으응… 조금만… 조금만 더…!"
여인은 잠꼬대까지 중얼거리며 그의 목을 끌어안는 것이 아닌가?
(어이쿠!)
하후미린은 몹시 당황했다.
여인의 상체가 밀착되자 갑자기 후끈한 열기가 치솟는 것이었다.
허나,
그가 움직이면 여인이 깨는 것은 당연했다.
그렇게 되면 피차 민망하게 되고,
그 때문에 하후미린은 꼼짝도 못하고 그대로 누워 있어야 했다.
아무리 기분 좋은 일야였지만,
괜스레 그의 이마에서 비지땀이 솟고 있었다.
게다가,
"으으음…!"
한술 더 떠 여인은 그의 몸으로 기어 오르며 볼비빔을 했다.
(으… 갈수록 태산이라더니…)
하후미린은 이만저만 곤란한 게 아니었다.
한데,
그 때였다.
"어마마! 두 분 다 지독한 잠꾸러기들이야!"
기다리다 못한 시녀가 드디어 방문을 세차게 두드렸다.
순간,
하후미린과 바짝 맞붙여 있던 여인의 몸이 그대로 경직되었다.
(이크… 깼구나!)
하후미린은 두 눈을 질끈 감았다.
허나,
그는 느낄 수 있었다.
경악에 찬 한 쌍의 봉목이 자신을 보고 있음을…
이내 여인의 몸은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그리고,
찰싹!
하후미린의 볼에서 불꽃이 튀었다.
화다닥!
여인은 황급히 요로 몸을 휘감으며 침상 한쪽으로 몸을 피했다.
그녀는 비명이 섞인 교갈을 터뜨렸다.
"당… 당신은 누구예요?"
"소… 소저…!"
하후미린은 할 말을 잃고는 우선 급히 묵잠의를 집어 걸쳤다.
그로서는 실로 난감하기 짝이 없는 일이었다.
이러한 순간에 그가 무슨 말을 할 수 있단 말인가?
"당… 당신이… 내 몸을… 흐윽!"
여인은 끝내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그 때,
방 안의 상황을 알아챘는지 시녀가 문을 벌컥 열며 뛰어 들었다.
"아가씨!"
시녀는 여인에게 시선을 둔 채 곁눈으로 하후미린에게 눈짓을 했다.
"어서 나가세요."
그 때까지 우물쩍거리던 하후미린,
그는 완전히 구세주를 만난 기분이 되었다.
"그… 그럼 … 나는 이만…"
하후미린은 급히 몸을 돌려 밖으로 나가려 했다.
한데 문득,
침상 위 금침으로부터 그의 눈에 선명하게 들어오는 것이 있었다.
점점이 묻은 혈화!
(이 나이에… 처음이었다니…!)
하후미린은 납덩이처럼 무거운 심정으로 방을 나섰다.
"흑흑…!"
여인의 흐느낌은 몹시도 처연했다.
"아가씨, 고정하세요."
소녀는 울먹이며 그녀를 달래고 있었다.
그 소리를 뒤로 하며 하후미린은 전각 밖으로 나와 버렸다.
그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아직도 주위에는 혈포몽면인들의 사신이 널려 있고,
한쪽으로 많은 나무와 풀들이 쌓여 있는 위에 처참하게 죽은 시녀들의 시신이 올려 놓아져 있었다.
하후미린은 시녀들의 시신을 보며 중얼거렸다.
(아마 화장을 시킬 모양이었나 보군!)
그러나,
곧 그는 눈길을 거두며 혈포몽면인들의 시신을 둘러보았다.
자신에 의해 죽음을 당한 자들,
하후미린은 그들을 보자 살생에 대한 규책에 앞서,
잔악한 행위를 자행하던 무리들의 정체에 의심부터 갔다.
(이들은 대체 어느 문파의 인물들인가? 대륙육합천패나 패천사상혈세와는 관련이 없는 것 같은데…)
그는 도시 그들의 정체를 알 수가 없었다.
차림새가 모두 동일한 것으로 보아 일단의 무리라는 것 외에는,
한데 그 때,
툭!
그의 발 끝에 무엇인가 채이는 것이 있었다.
"…?"
그는 의아한 듯 그것을 집어 들었다.
허나의 손바닥만한 철패,
거기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지옥마계 혈사단 제 백이십육 호.>
"무슨 신패 같기도 한데…!"
하후미린은 고개를 갸웃했다.
허나,
그것은 분명 그로서는 처음 보는 물건이었다.
그렇다면 굳이 그 물건 허나에 연연할 필요는 없었다.
"언젠가는 그들에 관해 알게 되겠지."
우수수…!
곧 철패는 그의 손에 의해 가루로 화했다.
이어,
그는 기분을 전환하려는 듯 중얼거렸다.
"몸을 좀 풀 수 있겠군!"
그와 함께 그는 즉각 일권을 내밀었다.
순간,
콰콰쾅----!
마치 십만 근의 화약이 일시에 폭발하듯,
그의 앞에는 돌연 십 장이 넘는 웅덩이가 패였다.
"천붕권…! 쓸 만하군."
하후미린은 만족한 듯 중얼거리며 양수를 휘저었다.
순간,
콰르르르----!
엄청난 무형의 강기가 해풍을 몰아가듯 혈포인들에게 휘몰아쳐 갔다.
또한 그것은 그대로 혈포인들의 시신을 웅덩이 속에 몰아 넣고 있었다.
쿠쿠쿠---!
마지막으로,
"천사지존수! 관음천불수!"
콰르르…!
쩌---쩡!
그는 엄청난 권풍과 장력을 일시에 쏟아냈다.
휘--유웅!
콰르르…!
아!
그것은 주변의 돌덩이와 흙무더기를 파헤쳐 하나의 봉분을 이룩하고 있었다.
하후미린의 가벼운 몇 가지 동작,
그것은 그에게 있어 그저 몸을 푸는 정도의 일에 불과했다.
허나,
결과적으로 그는 몇 사람이 한나절은 소비해야 할 일을 눈깜짝할 사이에 이루고 만 것이었다.
그 때,
두 여인이 그에게 다가왔다.
침실로부터 단정히 옷을 갈아입고 나온 여인과 예이 시녀,
그 두 여인은 약속이라도 한 듯 고개를 떨군 채 말이 없다.
"…"
하후미린 역시 다소 어색한 감이 없지 않아 입을 다물고 있었다.
잠시 침묵이 흐른 후,
입을 열 양으로 여인이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그녀는 자신과 육이 합해졌던 인물을 바라보았다.
한데,
그 순간,
"아…!"
여인은 충격을 받은 듯 그대로 굳어지고 말았다.
이어,
그녀는 무엇인가 찾는 듯이 하후미린의 얼굴을 눈으로 더듬어갔다.
그런데 기이하게도 여인의 시선은 점차 희열의 빛이 짙어져가는 것이 아닌가?
그녀는 내심 이렇게 부르짖고 있었다.
(만상전능신혈맥! 아버님이 이십 년 전부터 말씀하셨던 천년검왕이 되실 분…!)
심한 격정으로 그녀는 몸을 떨었다.
또한,
하후미린을 응시하는 그녀의 시선이 부옇게 흐려지고 있었다.
한편,
하후미린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이 미간을 찡긋했다.
(이 여인은 대체 무엇에 이리도 감격하는 것인가?)
부지초면,
하후미린은 전혀 그 여인을 알 리 없었다.
그 때,
여인은 무엇을 확인하려는 표정이 되어 조심스럽게 물어왔다.
"혹… 하후씨 성을 갖고 계시지 않는지요?"
"맞긴 맞소이다만… 소저께서 어찌 소생의 성을…"
하후미린은 의아한 시선으로 되물었다.
(역시…! 만상하후천맥의 천림에서 오신 분…)
이어,
여인은 그 말에 대답하지 않고 즉시 날아갈 듯이 큰절을 했다.
"천첩 단리혜혜, 상공을 뵙사옵니다."
"소… 소저!"
하후미린은 당황하여 갈피를 잃고 말았다.
서로의 얼굴과 살을 섞었다는 것 외에는 피차 너무도 모르는 사이가 아닌가?
한데,
여인은 완전히 첩으로 변신하고 있었으니,
그 때였다.
하후미린의 귀에 시녀의 전음이 들려왔다.
"무엇 하시옵니까? 아가씨를 슬프게 하시려는 것이옵니까?"
"…!"
하후미린은 고소를 머금었다.
그는 일단 단리혜혜라는 여인의 팔을 잡아 일으켰다.
그리고,
다소 미안한 듯한 한마디 덧붙였다.
"용서하오. 사정이 급하여 그만 소저에게 몹쓸 짓을 했구료."
그의 말 속에는 여러 가지 의미가 내포되어 있었다.
하후미린,
사실,
이제껏 그가 취했던 여인들은 두 부류였다.
남이 감히 여인으로 보지 않는 여인을 여인으로 만들어 준 것이고,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강제로 강간당해 경험한 여인들,
물론,
그가 천림에서 얻은 첩들은 달랐다.
천림은… 만상하후천맥의 소왕국이었고,
그곳의 여인들은 모두 하후씨의 첩이 되는 운명이었던 것이다.
(다시는… 새로운 여인을 만들지 않으려 했거늘…)
하후미린은 골치가 지끈거렸다.
그러나,
이러한 속사정을 꺼내기도 전 단리혜혜는 기쁜 듯이 그의 말을 받았다.
"용서라니요? 오히려 첩신의 생명을 구해 주신 분이신데… 첩신은 일평생 시녀로라도 상공을 모실 것이에요."
"…"
하후미린은 뭔가 해야 할 말들을 정리하느라 복잡해졌다.
자연 그의 안색은 침중해지고 있었다.
그것을 본 단리혜혜는 입술을 파르르 떨며 눈을 내리깔았다.
"상공께서 거절하신다면… 첩신은 이 천한 목숨을 끊을 도리밖에는…"
그녀는 채 말을 잇지 못했다.
(결국… 이렇게 되고 마는군.)
하후미린은 나오려던 말을 삼켜야만 했다.
(성격이 치밀하고 심기가 깊은 여인이라 어찌해 볼 수가 없군.)
그는 드디어 단리혜혜를 향해 담담히 말했다.
"소저의 청결함은 본인이 깨었으니… 소저를 돌보아 드리는 것이 당연한 것일 것이외다."
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단리혜혜는 화사한 미소를 만면에 드리웠다.
그녀의 시녀 역시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가슴을 쓸었다.
"감사하옵니다. 상공, 그리고 이 아이는 천첩의 시녀인 초초라 하옵니다."
하후미린도 새삼스러우나 자신을 소개했다.
"본인은 하후미린이라 하오."
"…"
단리혜혜는 미소를 지으며 그의 소개를 들었다.
그녀의 얼굴은 마치 오래 전부터 그를 알고 있었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한데,
어떤 표정이던 간에 미소띤 그녀의 얼굴은 이슬을 머금은 꽃송이처럼 너무도 아름다웠다.
하후미린은 그녀를 마주보며 내심 고소를 지었다.
(도저히 피할 수 없는 여인! 복이 될지 화가 될지는 모르나 아름다운 골칫덩이를 얻은 셈이군.)
뒤이어,
그는 짐짓 호탕하게 물었다.
"이제 혜혜라고 불러도 되겠구료?"
"물론이오이다."
"그러면, 혜혜의 나이 또한 물어도 되겠소? /"
일순,
화사하던 단리혜혜의 얼굴이 다소 어두워졌다.
그녀는 더듬거리듯 어렵게 대꾸했다.
"서른… 하나이옵니다."
하후미린은 고개를 끄덕이며 밝게 웃었다.
"하하… 본인보다 열세 살 위구료!"
"…"
단리혜혜는 부끄러운 듯 얼굴을 붉혔다.
그러나,
오히려 호탕한 하후미린의 태도는 그녀를 매우 편하게 해주었다.
이어,
하후미린은 화제를 바꾸어 무덤을 가리키며 물었다.
"이 자들은 대체 누구였소?"
단리혜혜는 나직한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대답에 앞서 하후미린을 응시하며 물었다.
"상공께선 천병신비가를 아시는지요?"
그 말에 하후미린의 눈길이 번쩍 뜨였다.
"아… 그 천세제일장인가를 말하는 것이오? 천하의 이름난 검 중 절반을 제작했다는…?"
하후미린은 탄성을 발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천병신비가.>
하후미린도 그 이름을 잘 알고 있었다.
일천 년의 세월을,
오직,
검 하나만을 제조해 온 대… 장인가!
그들의 율법은 인의 열 개였다.
설사,
그들의 옆에서 인간이 죽어가더라도 그들은 개의치 않았다.
무림이 혈세되더라도,
그들은 결코 검을 제련하기를 멈추지 않았다.
힘은 없으나,
무수한 굴욕을 인내로서 참았기에 그들은 천세를 내려올 수 있었던 것이다.
"혜혜가 그 위대한 장인혈을 이은 사람이구료."
하후미린은 단리혜혜를 보며 미소지었다.
허나,
단리혜혜는 입술을 깨물며 입술을 열었다.
"이 자들은… 저희 가문을 피로, 씻은 지옥의 악마들이에요!"
"천병신비가를 이들이…?"
"그래요, 그것은…"
일순,
단리혜혜는 절망과 비애가 어우러진 표정이 되어 한숨을 내쉬었다.
"한 자루 검 때문이에요!"
"단지… 검 한 자루 때문에 일가를 몰살시켰단 말이오?"
하후미린은 살기를 발하며 고성을 질렀다.
단리혜혜는 그를 보며 처연한 신색으로 입을 열었다.
"그 검은… 보통의 검이 아니예요! 천년제왕검이라 불리우는 하늘의 검이에요…"
"천 년… 제왕검!"
하후미린은 그 말을 되뇌이며 자신의 의수를 본능적으로 내려보았다.
"천년검혼으로 하여… 인간의 체내에 잠재되어 뜻만으로 펼칠 수 없는 영검이기도 해요!"
단리혜혜의 말은 이어졌다.
"이 자들은… 바로 그것을 노리고 본가를 쳤어요! 이미… 아버님은 돌아가셨을 거예요…!"
그녀는 말끝을 흐리며 눈물을 감추듯 옥용을 떨구었다.
한데,
이 순간,
(설마… 그 행위를 할 때 날 기절시킨 예기가…?)
하후미린은 간밤의 일을 떠올리며 기광을 발했다.
그의 생각을 확인해 주듯 단리혜헤는 조그맣게 속삭였다.
"천년제왕검은… 상공의 몸으로 이미…"
차마 말을 못하겠다는 듯,
단리혜혜는 목덜미를 붉히며 말 끝을 흐렸다.
이어,
그녀는 싱글거리며 서 있는 초초에게 명했다.
"초아야! 올 때 가져왔던 신비철함이 어디 있지?"
그러자,
초초는 허리를 숙이며 말했다.
"그건 초아가 잘 보관해 두었어요!"
이어,
그녀는 쪼르르 하나의 방으로 달려갔다.
초초는 묵직한 철함 하나를 들고 와 단리혜혜에게 두 손으로 받쳐 올렸다.
"…!"
단리혜혜는 철함을 받으며 감회 어린 시선으로 내려보다가는 그것을 하후미린에게 내밀었다.
"천년검혼을 끌어내… 천년제왕검으로 사용하실 수 있는 방법이 이곳에 있을 거예요."
"이것은…?"
하후미린은 의혹 어린 시선으로 철함을 받아 살펴보았다.
아무런 특징도 없는,
그저 강철로 제련된 석 자 크기의 투박한 철함이었다.
딸--칵!
철함은 쉽게 열렸고,
그 안엔 한 권의 철경이 들어 있었다.
"지상최극강의 검결… 지존검폭뢰?"
읽어내려가던 하후미린은 실소마저 흘릴 지경이었다.
광오의 극치가 아닌가?
허나,
"…!"
철권을 넘기며 읽던 하후미린의 안색은 점차 심각하게 굳어져 갔다.
<노부는 천수종(天手宗)이라 하오이다.
이 글을 읽는 분은 필시 천년검혼의 주인일 터,
오직, 천년검왕만이 지존검폭뢰(至尊劒爆雷)를 터득하시리라,
…中略…
검을 만들기 어언 삼갑자,
일만 자루의 검을 만들었고, 일만 자루의 검을 부수오이다.
하늘의 검은 짧은 인간의 연륜으로 만들 수 없음을 깨달으니, 이미 죽음의 문턱에 들어섰소이다.
천 년의 시공 속에서 검중제왕이 탄생하리니, 천인이 천년패왕검을 얻으시리라!
하늘의 검은 눈으로 보이는 것은 아닐지니 천인의 손끝에서 피어올라 환우천하를 지존의 검무(劒舞)로 뒤엎으시리라.
지존제왕검은 만들지 못하나 검을 만지며 하늘의 검을 알았소이다.
이제, 허나의 검결을 남기오이다.
천년검왕이시여, 지옥의 악마에게 사용하소서!
악마혈인검(惡魔血人劒)이 부숴질 때 구천에서나마 감읍하오리다.>
글은 거기서 끝나 있었다.
천수종!
그 이름을 아는 자는 그리 많지 않았다.
허나, 아는 사람은 알고 있었다.
하늘의 손을 지닌 고금제일의 장인!
일명---제왕의 창조자라 불리우는 인물이 바로 그였다.
제왕의 검만을 만들었다는 전설 속의 인물,
아울러,
그는 천병신비가의 초대가주였다.
그런 그의 유품이 천 년의 세월을 격하고 하후미린의 손 안에 있는 것이었다.
문득,
"만일 이 말대로라면 내 몸에 검 한 자루가 박혀 있단 말인데…"
하후미린은 무심히 중얼거리며 고개를 갸웃했다.
몸 안에 검을 박은 인물,
하후미린은 괜히 기분이 떨떠름했다.
허나,
그의 내심은 더할 수 없이 흐뭇해 있었다.
(흐흣…! 의외의 기연을 얻었는걸?)
하후미린은 고개를 끄덕이며 손에 힘을 주었다.
순간,
푸---스스스…!
그의 손에 있는 철경이 철함과 함께 부숴져 흩날려 갔다.
이미,
그 안의 내용은 모조리 하후미린의 뇌리에 각인된 후였다.
지상최극강의 검결--지존검폭뢰!
오직,
천년제왕검으로 펼칠 수 있는 지상최강의 검무!
하후미린은 그것을 얻은 것이었다.
복우산,
초춘의 산풍은 아직 칼날처럼 시리기만 하다.
휘르르…!
스스슥…!
매서운 바람을 가르며 한 줄기 왜영이 복우산에 날아들었다.
이윽고,
왜영이 도달한 곳은 깊은 산곡이었다.
"으음…!"
왜영은 휘청이며 내려섰다.
왜소한 청의청년,
그는 계집을 연상시키는 뽀얀 피부에 수려한 용모를 지니고 있었다.
반듯한 얼굴에서 흐르는 미태는 일반 여이늘 오히려 무색하게 할 정도였다.
한데,
무슨 연유에서인지 그는 크고 작은 상처를 무수히 입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상처를 보살피기에 앞서 격분한 듯 이를 갈았다.
"으드득! 십자검왕천(十字劒王天)! 정파입네 하면서 겉과 속이 다른 자들!"
<십자검왕천>
대륙육합천패 중의 십자천검성을 주축으로 대륙의 대정류가 합일되어 이룩된 대정천!
한데, 그 이름 앞에 이를 갈아붙이는 인물의 정체는…?
문득,
그는 품 속에서 한 알의 단약을 꺼내어 입에 털어 넣었다.
그리고는 원독에 찬 음성으로 부르짖었다.
"아버님께서는 십자검왕천의 도움을 원하셨거늘 나를 인질로 잡아 검해(劒海)를 집어 삼키려 하다니!"
그의 분노는 실로 대단한 모양이었다.
한데, 문득 한 소리 웃음이 그의 귓전은 울렸다.
"하하하… 이게 누구요? 검해옥신룡(劒海玉神龍) 우문형이 아니오?"
수려한 미청년의 명호는 바로 검해옥신룡이었던가?
그는 벌떡 일어났다.
"어느 분이오?"
그러자,
화르르…!
한 줄기 핏빛 그림자가 검해옥신룡 앞에 가볍게 내려섰다.
혈포를 걸친 청년은 비교적 영준한 용모의 소유자였다.
한데, 그는 종잡기 어려운 미소를 입가에 담은 채 검해옥신룡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를 보자 검해옥신룡은 냉랭하게 쏘아보았다.
"혈영수라(血影修羅) 마형이었구료!"
그 순간 검해옥신룡은 내심 불안과 분노로 떨고 있었다.
(여우같은 자! 용케도 냄새를 맡고 따라왔군.)
그는 어느새 혈의청년,
즉, 혈영수라의 심증을 직감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당금의 무림은 패도천하(覇道天下)였다.
마(魔), 사(邪), 혹은 대정(大正)의 기운도 모두 쇄락해 있는 상태였다.
육합으로 대변되는 여섯의 패천세!
그것이 대륙무림의 법이요, 율법으로 군림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이미, 사도무림의 종주였던 지저사계가 대륙육합천패에 의해 철저히 와해되었다.
천사의 대종후인 유령사모 야화련!
그녀조차 실종된 상태로 대륙사도계는 지리멸멸해 있는 상태였다.
그 상황은 대륙마도계도 비슷했다.
마도는 패천세의 위엄에 눌려 숨도 쉬지 못할 지경이었다.
결국, 대륙마도가 하나로 합쳐졌다.
<천마루(天魔樓)>
대륙마도의 지존세는 그렇게 탄생되었다.
허나,
그들은 결코 대륙의 운명을 바꾸어 놓을 수는 없었다.
대륙육합천패!
그 힘은 너무도 거대했기에…
단지,
천마루의 마인들은 패천세의 사이에서 눈치를 보며 보심하기에 급급할 정도였다.
그러나,
그들 또한 야망을 지닌 자들일 뿐이었다.
그들은 지난 십 년 동안 급격히 세력을 팽창시켰고,
그 잠력은 산서를 기점으로 한 동북무림계를 장악할 지경이었다.
특히,
--천마수라종 사우!
그는 절정의 마공을 익혀 마도제일이라 불리우고 있었다.
또한,
그는 심계가 깊기로 이름난 모사로 음흉하기 짝이 없는 인물이었다.
한데,
그에게는 뒤를 이를 수제자가 있었다.
이름하여 혈영수라,
혈영수라!
이 인물은 아직껏 무공 방면에는 다소 미약하나,
자신의 사부에 못지않은 점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그 또한 음흉한 모사라는 점이었다.
혈영수라는 은근한 어조로 말했다.
"검해가 대륙육합천패의 압력을 받아 고심하고 있음을 잘 알고 있소."
검해옥신룡은 잘라 말했다.
"천마루와는 관계가 없는 일이니 상관치 마시오."
그러자,
혈영수라는 짐짓 정색을 했다.
"관계가 없지 않소이다. 본 천마루 역시 대륙육합천패의 창궐로 위축되는데 저희 사부님께서 같은 처지인 검해와 제휴하기를 원하고 계시는 것이오."
"그럴싸한 말이구료?"
검해옥신룡은 비꼬는 투로 갖다 붙였다.
한데,
검해라 했는가?
검… 해.
일명… 제삼무림!
그렇게 불리웠다.
사실,
그들은 무인이라 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유랑검인들!
어쩌면 그들은 한 포기 잡초와도 같은 인생자들이었다.
한 자루 검을 끌며,
대륙천하를 유랑하는 자들,
그 숫자는 아무도 알지 못했다.
지금 이 시각에도 풀의 뜻을 따르는 자가 속속 생겨났기에…
허나,
그들은 가장 방대한 인맥을 형성하고 있었다.
삼류의 축에도 끼지 못하는 무도계의 이단혈!
그들은 뿌리없는 그저 황무지에 버려진 잡초일 뿐이었다.
죽음도 황야에 내맡겨 버리는 죽음의 초월자들,
그들이 하나로 합쳐진 것이었다.
초의사신객(草衣死神客) 우문비(宇文飛)!
한 인물!
그는 하루에 한 벌씩의 옷은 지어 입는 인물이었다.
새벽 이슬을 맞은 풀을 뜯어 그것으로 초의를 만들고, 그는 그것들 중 열두 개의 풀잎을 소중히 보관하고 다녔다.
그리고, 그는 그것으로 천하인이 경외하는 대상이 되었다.
광전십이비초술(光電十二飛草術)!
하나의 풀잎이 암천을 가를 때, 빛보다 빠른 광전(光電)이 작렬한다.
적은 자신의 죽음도 깨닫기 전에 죽어가야 했다.
아직, 그 누구도 초외사신객의 손에서 열두 개의 풀잎을 떨구게 한 자는 없었다.
그리고, 그는 풀의 뜻을 따르는 백만 유랑검인을 모았다.
그리하여 탄생된 것이었다.
대륙무도계의 이단혈(異端血)인 제삼무림(第三武林) 검해(劒海)!
그것이 결성된 것은 일갑자 전이었다.
한데,
일 년 전, 초의사신객이 돌연 힘을 잃고 말았다.
그는 하나의 풀잎도 들 힘이 없었던 것이었으니!
결국, 대륙최대의 세력은 구심점을 잃은 채 표류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그리고, 검해는 다른 세력들의 표적이 되었다.
군림의 야망을 품은 자들!
검해는 그런 자들에게 있어 최고의 인간보급창고가 아니겠는가?
그 중에서도 대륙육합천패는 서로의 비슷한 힘의 균형을 깨기 위해서라도 세력 팽창에 혈안이 되어 있었다.
그런 그들이 검해를 그대로 놔둘 리는 전무했으니!
검해!
그것은 대륙의 폭풍핵으로 대두되었다.
검해옥신룡 우문룡!
검해의 소해 주!
아울러, 그는 천하제일미남으로 알려져 있었다.
초의사신객 우문비의 독자(獨子)!
허나, 그에게는 다른 신분이 또 하나 있었다.
검해옥신룡은 혈영수라를 잡아먹을 듯이 노려보고 있었다.
그로서는 사실 혈영수라의 속셈을 훤히 알고 있는 것이었다.
(음흉한 놈 같으니! 검해를 집어 삼키려는 속셈을 누가 모를 줄 아느냐?)
그러나, 그의 심중과는 달리 혈영수라는 다시 덧붙여 강조했다.
"이것 보시오! 검해옥신룡! 그대도 잘 알겠지만 만일 천마루와 검해가 합병한다면 그보다 더 좋은 일이 어디 있겠소? 그렇게 되면 능히 대륙육합천패와도 경쟁할 수 있을 것이오."
한데, 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허공에서 웅후한 장소성이 울렸다.
"혈영수라! 네놈이 간덩이가 부은 모양이구나!"
혈영수라의 안색이 대변했다.
"어느 놈이냐?"
그는 제법 기세 사납게 외쳤다.
그 때,
휘르륵!
선풍이 일며 한 명의 거구의 청년이 날아내렸다.
전신을 타는 듯이 붉은 홍포로 감싼 우람한 체구의 청년이었다.
갑자기 혈영수라의 안색이 급변했다.
"뇌… 뇌강룡(雷剛龍)!"
뇌정마룡(雷霆魔龍) 뇌강룡!
그는 두 말할 것도 없이 뇌정마계의 후계자였다.
뇌정마벽종 뇌강의 아들이었다.
그는 아버지 못지않게 장대한 체구를 지니고 있었다.
뇌정마벽종,
대륙육합천패 중 뇌천!
그 세력은 당금 무림을 휩쓸고 있지 않은가?
뇌강룡은 기세 당당하기 그지없었다.
"후훗! 혈영수라! 본인은 너같은 여우는 꼴도 보기 싫다. 냉큼 사라져라!"
혈영수라의 안색은 금시 치욕으로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뇌강룡! 말이 지나치지 않소?"
한데 그 때였다.
뇌강룡이 무어라고 대답하기도 전,
"지나치지 않고 말고! 대륙육합천패를 정면에서 맞서지 못하고 뒷구멍에서 이러쿵저러쿵 떠드는 자는 상대할 가치도 없지!"
스스스…
냉막한 일성과 함께 한 줄기 묵영이 장내로 날아들었다.
순간,
"비… 비천묵룡(飛天墨龍)!"
혈영수라는 대번에 떫은 감을 씹은 표정이 되고 말았다.
장내에 새로이 등장한 인물,
그는 누구인가?
왜소한 체구에 풍성한 묵의를 걸친 냉막한 청년,
그는 무슨 의도로 이곳에 온 것인가?
비천묵룡!
이 인물이야말로 묵붕천비영을 등에 업고 있는 인물이 아닌가?
그의 기세 역시 뇌강룡 못지 않았다.
"다시 한 번 말해 봐라. 천마루가 묵붕천비영을 상대할 수 있다고 했었더냐?"
비천묵룡은 싸늘한 눈길로 혈영수라를 쏘아보았다.
부르르…!
혈영수라가 오한이 드는 느낌에 몸을 떨었다.
(다 틀렸다. 묵붕천비영까지 건드려 놓았다가는 본루는 그나마 존립조차 못한다!)
일이 이쯤 되자, 혈영수라는 태도를 바꾸어 급히 포권을 했다.
"소생은 그럼 이만 물러가겠소."
비천묵룡이 한 마디 했다.
"가는 것을 막지는 않겠다만, 항시 입을 조심해야 목숨을 부지한다는 것을 기억해 둬라!"
"…"
혈영수라의 안면이 부르르 경련했다.
허나, 그는 끝내 입을 열지 못한 채 그대로 땅을 박찼다.
파앗!
그 즉시 그는 나는 듯이 멀리 사라져 갔다.
뇌강룡과 비천묵룡,
그들은 혈영수라가 사라지자 검해옥신룡을 사이에 두고 대치했다.
검해옥신룡은 자신을 주시하는 두 청년을 의식하자 이마에 땀방울이 맺혔다.
(으음. 십자검왕천의 추격을 뿌리쳤다 했더니 이제 와서 이 작자들에게 걸렸구나!)
그러나, 그의 심중을 무시한 듯 뇌강룡이 강압조로 말했다.
"우문룡! 순순히 본인을 따라가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러자, 비천묵룡이 지지 않고 나섰다.
"뇌강룡! 본인이 있음을 잊었소?"
뇌강룡과 비천묵룡!
파팟!
양인의 시선이 허공에서 불꽃을 퉁기며 격돌했다.
비천묵룡은 적의를 드러내며 외쳤다.
"뇌강룡! 묵붕천비영과 뇌정마계는 각기 장장 이남북에서 서로를 침범하지 않기로 맹약했소. 그것을 깨뜨리기 싫다면 순순히 검해옥신룡을 양보하시오."
허나,
뇌강룡은 냉랭하게 맞받았다.
"검해가 동정호에 있다는 것을 잊으셨군요?"
"아니, 그럼 양보 못하겠다는 말씀이오?"
"물론이오."
둘 다 패기 넘치는 젊은 청년들,
이들에게 양보란 있을 수 없었다.
더욱이,
각기 자문파의 후계자이고 보면 꺾일 수 없는 입장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경솔할 수는 없었던지,
두 청년은 각기 노려보며 서로의 심중을 감시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검해옥신룡!
그는 두 청년 사이에서 내심 이를 갈았다.
(건방진 것들! 나를 물건 취급하다니!)
그는 자신의 무력과 부상을 입었다는 사실이 천추의 한이 되고 있었다.
한데,
그 때였다.
"호호호…!"
돌연,
맑은 웃음소리가 허공에 메아리쳤다.
동시에,
쐐애---애액!
한 줄기 백영이 쏜살같이 장내에 쇄도했다.
"누구냐?"
뇌강룡과 비천묵룡이 함께 외쳤다.
허나 그 사이,
"악!"
화르르…!
검해옥신룡은 그대로 백영에게 낚아 채여져 허공으로 치솟고 있었다.
"아… 아니! 이런!"
"금황신후! 네년이…!"
뇌강룡과 비천묵룡이 허공을 쏘아보며 길길이 뛰었다.
아!
백영은 바로 금황신후 금사란이었다.
금황신후는 허공으로부터 조소를 뿌렸다.
"호호… 두 분이 서로 양보하시니 검해옥신룡을 소녀가 데려갈 밖에요!"
"에잇! 발칙한 것!"
뇌강룡은 즉시 손을 뻗었다.
콰르르릉!
피--융!
한 쌍의 강륜이 그의 손을 벗어나 금황신후에게 폭사되었다.
허나,
"소녀는 이만 바빠서…!"
금황신후는 지체없이 몸을 날렸다.
동시에,
후두둑…!
무엇인가 한 손으로 홱 떨쳐 내었다.
순간,
쉬---잉!
쏴--악!
마치 우박이 떨어지듯,
수천 수만 개의 암기가 뇌강룡과 비천묵룡을 뒤덮어 갔다.
"빌어먹을!"
쩌--엉!
비천묵룡은 급급히 짊어지고 있던 묵도로 그의 이마를 막아야만 했다.
"제길!"
뇌강룡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피---융!
파파팟---!
그는 재빨리 강륜을 회수하여 눈 앞의 암기를 막기에 바빴다.
따다당!
후둑!
부딪쳐 퉁겨지는 암기들,
그것은 놀랍게도 모두 황금으로 만든 것들이었다.
더구나, 그것들은 하나하나에 정교한 세공이 가해져 있어 호신강기 파해 전문의 암기였다.
뇌강룡과 비천묵룡, 그들은 이 암기에 맞지 않기 위해 손을 쓰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허나, 그 사이,
금황신후 금사란은 검해옥신룡을 옆구리에 낀 채 벌써 백여 장 밖을 날고 있었다.
"괘씸한 것!"
"서랏!"
휘--익!
콰르르…!
뇌강룡과 비천묵룡은 암기들을 막아내자 즉각 그 뒤를 쫓았다.
나는 새라도 잡을 듯 무서운 속도로,
제23장
풍운무림(風雲武林)
백운봉,
복우산 제일봉,
그 정상에 오르면 복우산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한데,
"…!"
화르르…!
산풍에 긴 수발을 휘날리며 우뚝 서 있는 묵영,
그의 모습은 그대로 하늘에서 하강한 천장과도 같은 웅휘를 엿보게 하였고,
거대한 사자지왕을 보듯 가공할 철혈패기를 폭출시키고 있었다.
화룡왕 하후미린!
그 외에 또 누가 그런 인물이 있겠는가?
하후미린의 등 뒤엔 수선화같이 수수한 여인이 다소곳이 시립해 있었다.
검모 단리혜혜!
바로 그녀였다.
문득, 하후미린이 산하를 굽어보며 입을 열었다.
"대륙육합천패의 배경을 믿고 철없이 날뛰는 망나니들이군!"
"좌절이란 것을 모르고 자란 탓이라 생각하옵니다."
단리혜혜의 침착한 옥음이 뒤를 이었다.
"…"
하후미린은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한 번 따끔한 맛을 봐야 세상 무서운 줄 알겠군! 제 아비들처럼."
하후미린은 노한 사자와도 같이 눈을 빛냈다.
그는 철혈전후 철비연이 과거에 대륙육합천인을 패배시켜 야망의 기를 꺾어 놓았던 일을 재현시키려 하고 있는 것이었다.
"악!"
어느 한 순간, 기세좋게 날아가던 금황신후 금사란이 비명을 지르며 허공에서 떨어져 내렸다.
그것을 본 하후미린은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암수를 당했군!"
과연,
스스슷…!
금황신후 금사란의 앞에 여러 명의 검수들이 나타났다.
백의 검수들.
그들이 바로 암수를 날린 자들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
그들을 보자 단리혜혜가 말했다.
"검왕천위군단에 속한 인물들이에요!"
그런 그녀의 말투에는 어떤 적의가 내재되어 있었다.
그녀는 알지 못했다.
천병신비가를 궤멸시키고 자신을 핍박했던 옥사검왕 혁천위!
그 자의 정체를 그녀로서는 알 수 없었으니…
허나,
귀수옹 단리황으로부터 들은 십자천검성애의 저주!
그녀는 본능적으로 그것을 떠올린 것이었다.
한데,
검왕천위군단,
십자천검성은 대륙정화를 끌어 모아 결성시킨 십자검왕천!
그 거대한 대세 중에서 고르고 고른 정예군!
일천의 숫자로 구성된 무적의 대검호전단!
바로 그들이 나타난 것이었다.
"검왕… 천위군단! 네놈들이 암습을…!"
금황신후 금사란은 이를 갈았다.
허나,
그 사이,
스스슥…!
백의의 검수들이 무수히 그녀를 에워싸고 말았다.
금황신후 금사란!
그녀는 암습으로 인해 이미 어깨외 허리의 백의가 핏물로 젖어들고 있었다.
더욱이,
그녀가 끼고 있는 검해옥신룡 우문룡은 그야말로 위급한 지경에 처해 있었다.
원래 부상을 당한 데다가, 가슴 부위에 깊숙이 유엽비도 한 자루가 박혀 있는 것이 아닌가?
(아직 죽지는 않았지만… 조금만 지나면 생명을 보장 못한다!)
금사란은 마음이 조급해졌다.
그 때,
슥…!
백의검수 중 한 명의 금포청년이 앞으로 나섰다.
"금황신후! 검해옥신룡을 넘겨라!"
한데, 그 순간,
"후후. 천수비검신! 혁천위의 개였군!"
"후훗! 우선 보기 싫은 놈들부터 치워 버려야겠군!"
화르르!
허공으로부터 날아내리는 두 인물은 뇌정마룡와 비천무룡이었다.
천하에서 가장 강인한 힘을 지닌 자와 빠른 발을 지닌 자들.
콰르르!
쉬아악!
그들은 날아내리기 무섭게 검왕천위군단을 쓸어갔다.
쩌쩌쩡!
대기를 찢으며 비행하는 뇌정철패강륜(雷霆鐵覇剛崙)과,
촤아아…!
허공을 부수며 짖쳐드는 묵붕철도(墨鵬鐵刀)!
"피… 피하라!"
"캐애액!"
콰쾅!
쿠르르르르…!
삽시간에 검왕천위군단 중 십여 명이 피모래에 화해 흩날려갓다.
천수비검신(千手飛劒神) 장무검(張無鈐)!
비검술의 일인자!
그 자의 몸에는 일천에 달하는 비검이 감춰져 있었다.
아울러,
그는 검왕천위군단의 부단주 지위를 가진 자였다.
"모두 겁먹지 말고 대적하랏!"
피피피핑!
그는 삽시간에 백여 자루의 비검을 날리며 수하들을 독려했다.
이 자리에 있는 검왕천위군단은 백여 명 정도였다.
"차앗! 대륙육패천인이라면 몰라도 어린 용에게 뒤를 보이지는 말라!"
천수비검신의 독려에,
"검왕은 위대하다!"
"십자의 검세에 대항하는 모든 적은 부서라!"
창! 차창!
살아남은 검왕천위군단의 검수들은 정신을 추스리며 검을 뽑아 대항해갔다.
그러나,
"뇌(雷)를 아는가? 벽력천폭뢰(霹靂天爆雷)!"
뇌정마룡의 장심에서 수천, 수만 줄기의 벽력이 일었다.
콰---르르릉!
쿠--아아앙---!
비천묵룡도 뒤지지 않았다.
"흐흣! 지상에서 가장 빠른 도를 보았는가? 묵붕---비섬폭!"
패--애--액!
반월형인 듯도 하고,
어찌 보면 새의 부리와도 같은 기형묵도가 대기를 찢었다.
"크-아-악!"
"캐---애액!"
처절한 비명이 울리고,
퍼--퍼퍽!
피가 대지를 혈색으로 칠해 갔다.
검왕천위군단!
그들이 아무리 강하다 허나 어찌 뇌정마계와 묵붕천비영이라는 대천세의 소종사들을 감당할 수 있겠는가?
천수비검신 장무검!
꺾일 것 같지 않았던 그의 기세는 이 순간 꺾이고 말았다.
(역시… 용은 용이다! 어릴지라도… 본좌의 상대가 아니다!)
화르르…!
그 자는 뒤로 물러서며 외쳤다.
"분하지만… 일단 물러서랏!"
스스슥…!
쐐--액!
그를 위시한 살아남은 오십여 명의 검왕천위군단이 썰물같이 빠져나갔다.
"하하핫!"
"으하핫…! 비검한 놈들!"
뇌정마룡과 비천묵룡은 비릿한 조소를 흘렸다.
이어,
그들은 금황신후를 두고 마주섰다.
"그대를 핍박하여 황금대야의 화를 돋구고 싶지는 않으니… 어서 놈을 넘기시오!"
"…!"
진퇴양난!
금사란은 핼쓱해진 신색으로 봉목을 굴렸다.
한데,
바로 그 순간,
"쯧! 고약한 것들! 인명이 경각에 있거늘…!"
우르르…!
한 소리 뇌정 같은 철사후가 대기를 떨어울리고…
쐐--액!
한 줄기 바람이 그들의 곁을 스쳤다.
"이 친구는 본인이 데려가겠다!"
멍하니 있는 금황신후는 손에서 늘어져 있던 검해옥신룡이 빠져감을 느꼈다.
"어--맛!"
그녀는 대경하여 교음을 터뜨렸다.
한 줄기 묵영이 십여 장 밖으로 미끄러져 나가는 모습이 삼 인의 눈으로 투영되었다.
그제서야 뇌정마룡과 비천묵룡은 흠칫하며 신형을 날렸다.
"내려 놓아랏!"
"감히…!"
쐐--액!
슷…!
그들은 동시에 묵영을 뒤쫓아 신형을 폭사시켰다.
그리고,
콰--르르릉---!
쩌--어--엉!
두 줄기…
가공할 벽력뇌강과 묵광도강이 묵영을 휩쓸었다.
순간,
"하늘이 높음과 대해가 깊음을 모르는 철부지들!"
묵영은 천천히 신형을 돌렸다.
하후미린!
그의 왼쪽 옆구리에는 예의 검해옥신룡이 끼어 있었다.
슥…!
그는 서서히 우수를 치켜올렸다.
"그대들의 부친을 대신하여 따끔함을 보여 주리라!"
쩌--르르르…!
하후미린의 손 끝에서 시퍼런 광전이 일고…
쩌---엉!
그것은 어느새 허나의 뇌전검형으로 화해 있었다.
"천년제왕검! 가---랏!"
쩌--쩌---쩡!
벼락같이 내던져지는 가공할 뇌검기!
콰--드드득!
그 뇌정검혈강은 뇌정마룡과 비천묵룡이 내친 공세를 부수며 짓쳐 나갔다.
순간,
퍼-어--억!
둔중한 파열음이 터지고,
"으--윽!"
"큭!"
화--드득!
뇌정마룡과 비천묵룡은 실 끊어진 연처럼 지면을 나뒹굴었다.
"크--윽! 이럴 수가…!"
뇌정마룡은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듯 불신의 눈으로 하후미린을 올려보았다.
입가로 흐르는 핏줄기를 닦을 생각도 못한 채,
"으으…!"
그것은 비천묵룡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의 부상은 심각할 지경이었다.
허나,
그들이 생명이나마 부지할 수 있었던 것은 하후미린의 손속에 인정을 두었기 때문이었다.
하후미린은 그들을 직시하며 차갑게 일갈을 터뜨렸다.
"시간이 없어 한 번의 교훈으로 끝낸다!"
그말이 채 끝나기도 전,
그는 재차 낙뢰와 같은 뇌정검강류를 세 방향으로 뻗어 내었다.
번---쩍!
쐐--애--액!
그것은 실로 순식간의 일이었다.
허나,
쿠---쿵!
콰르르릉----!
만 근 화약이 터지듯 일시에 세 곳의 거석이 가루가 되어 부서져 나갔다.
그러자,
"우엑--!"
"크---윽!"
"욱! 알고 있었다니…!"
거석 뒤에 숨었던 각기 세 부류의 인물들이 피를 토하며 나뒹구는 것이 보였다.
아!
그들은 조금 전 사라진 줄 알았던 혈영수라와 검왕천위군단,
그리고, 전혀 예상 밖의 인물들인 혈의의 살수들이었다.
---신비혈련!
바로 그 신비로운 혈비세의 살수군단!
스스슥…!
하후미린은 더 이상 지체않고 몸을 날렸다.
어찌… 알 수 있겠는가?
---천 년… 제왕검!
일천 년의 장인혼이 서린 제왕지존검!
그것이 천 년의 시공을 깨고 초현하여 떨쳐진 신위!
그 무위는 가히 무적의 검세였던 것이었다.
이윽고,
중인들이 정신을 차렸을 때,
하후미린은 어느새 일천 장 밖을 날고 있었다.
"으…!"
"저런 고수가 있었다니…!"
그 누구도 하후미린의 뒤를 따르지 못했다.
아니, 따를 엄두조차 내지 못하였다.
다만, 전신과도 같은 그 존재에 대한 두려움으로 망연히 사라져가는 뒷모습만을 주시할 뿐,
그리고…
"그 분… 이야…!"
금황신후 금사란!
여인은 몽롱한 시선으로 하후미린의 뒷모습을 쫓고 있었다.
안타까움의 빛이 서려 있었다.
그녀는 스쳐간 하후미린의 얼굴을 보자, 반가움과 함께 온몸의 힘이 빠져나감을 느꼈다.
이끼 낀 동굴의 안,
하후미린은 아연하여 입을 다물지 못했다.
"여자였는가…?"
예상밖의 사태에 그는 당황하고 있었다.
지금,
그의 앞에는 한 인물이 죽은 듯 누워 있었다.
검해옥신룡 우문룡!
검해의 소종사인 바로 그였다.
한데, 유엽비도가 뽑혀져 있는 그의 가슴,
옷자락이 풀어 헤쳐져 있었고,
가슴은… 하얀 헝겊으로 단단히 조여져 있었으니…
그것은 붉은 핏물로 젖어 들어 있었다.
난감한 표정으로 그것을 내려보던 하후미린,
그는 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손을 뻗었다.
"생명이 경각이니… 우선은 살려 놓고 볼일이지!"
툭---!
그는 핏물에 젖은 헝겊의 일부를 잡아당겼다.
순간,
출--렁!
잔뜩 억눌려 있는 고무공이 튀어나오듯 솟구쳐 오르는 새하얀 육질덩어리,
오오… 그것은 사내가 가질 수 없는 탐스런 수밀도가 아닌가?
거대했다.
여인… 남장여인의 체구는 그리 큰 것이 아니었다.
한데,
그녀의 가슴에서 솟아오른 융기는 비대하리만치 큰 유방이었던 것이다.
탐스럽고 통통한 탄력감이 넘치는 유방,
허나, 그 두 개 육봉의 사이엔 끔찍하게 예리한 검흔에 의해 갈라져 있었다.
뼈마저 보일 정도의 깊은 상흔,
뭉클…!
하후미린은 소중한 보물을 쥐듯 두 개의 유방을 감싸 쥐었다.
손바닥 가득히 전해지는 부드러운 감촉,
터질 듯 거대하고 탄력적인 유방은 하후미린의 두 손 사이를 비집고 나올 정도였다.
그러나, 그 감촉은 부드럽기 그지없었다.
"훗…! 검해옥신룡이 아니라… 검해옥봉이로군!"
하후미린은 실소를 흘리며 내력을 끌어 올렸다.
순간,
휘--류류류!
하후미린의 장심으로부터 자색의 서기가 피어 오르며 유방을 감싸는 것이 아닌가?
아울러, 동굴을 진동시키는 향기로운 영기는 한 모금만 맡아도 심신이 날아갈 듯 청량했다.
--자령천약기!
그것은… 오직 하후미린만이 펼칠 수 있는 최고의 치료법이었다.
천약종이 알고 있는 신농의서의 최고의술!
일천 종의 영약을 복용한 자가 그 자신의 체내에 담긴 영기로써 시술하는 비의술!
하후미린은 무적의 철혈패천력도를 얻었고, 그 미증유의 천년거력은 하후미린에게 가히 전능의 능력을 부여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는 초유로 자신의 힘을 사용하여 그 천고의 신비의술을 펼치고 있는 것이었다.
…
얼마의 시각이 흘렀을까?
스스스…!
자색의 영기가 다시금 사라지고,
드러나는 여인의 육봉,
한데… 깨끗했다.
흉측하게 벌어져 있던 여인의 가슴은 백옥같이 매끈한 피부로 환원되어 있지 않은가?
그리고,
"음…!"
가벼운 신음과 함께 여인은 봉목을 떴다.
순간,
부르르…!
여인의 교구가 사시나무 떨리듯 경련했다.
풀어 헤쳐진 앞섶,
단단하게 조여졌던 헝겊의 기운은 사라져 있었고, 자신의… 십팔 년을 고이 간직해 왔던 소중한 유방, 그것이 사내의 두 손에 장악되어 있음을 어찌 느끼지 못하겠는가?
허나. 여인은 대담했다. 물론, 그녀가 발작하지 않은 이유는 자신의 소중한 부분을 잡고 있는 사내의 얼굴을 보았기 때문이었다.
(아…!)
내심으로 흐르는 탄성,
여인의 봉목은 몽롱하게 침식되어 갔다.
(이미… 이분은 날… 보았어!)
여인이… 여인으로서 부끄러움을 잃을 때는 오직 한 가지뿐이었다.
마음에 드는 사내에게 이미 자신의 소중한 부분을 허락했을 때 외엔 어찌 그럴 수 있겠는가?
(좋아! 놓치지 않겠어!)
여인은 결심하고 있었다.
검해의 소종사로서, 수많은 인물을 보아왔던 그녀였다.
어찌 모를 리 있겠는가?
자신의 눈앞에 있는 이 절세의 기남아가 하늘임을…
(아버님도… 이 분에 비한다면 아래이리라!)
여인이여,
아는가?
이 한 번의 결심으로 인해 하늘을 안을 수 있었음을…
문득,
"어엇! 정신을 차렸구료!"
하후미린은 그제서야 여인이 깨었음을 알고는 질색하여 황급히 손을 떼었다.
"미. 미안하외다! 사정이 급하여…"
하후미린은 쩔쩔매며 허둥거렸다.
"킥…!"
여인은 그런 그를 보며 웃음을 터뜨렸다.
이어,
"날… 책임지시겠지요?"
여인은 대담했다.
"이걸 만지신 것을 제 눈으로 봤는데… 발뺌하시지는 못할걸요!"
출렁…!
자신의 탐스런 유방을 받쳐 올리며 눈을 깜박이는 여인의 모습,
"허…!"
하후미린은 기가 막히고 말았다.
허나,
그런 그녀의 모습이 결코 천하거나 음탕하지 않았고,
오히려 괜찮은 기분이 들고 있었으니…
그 때,
"물론이에요! 그 분은 결코 동생을 거부할 만큼 도덕군자가 아니세요!"
조용한 여인의 옥음이 동굴을 울렸다.
"언니는…?"
여인은 흠칫하며 나타난 인영을 보았다.
수선화같이 담백한 아름다움을 지닌 여인,
어느새 검모 단리혜혜는 동굴 안에 들어와 있었다.
그녀는 잔잔한 미소를 띄우며 고개를 끄덕였다.
"난… 저이의 첩이에요!"
(그래…! 하늘을 나 혼자 차지한다는 것은 욕심일 뿐이야…)
여인은 실망을 느꼈으나 이내 마음을 풀었다.
그리고,
그녀는 하후미린을 버려둔 채 단리혜혜에게 다가가 안겨들었다.
"언니…! 전 우문하예요! 잘 이끌어 주세요!"
"호호! 나도 우문동생같이 예쁜 동생이 생겨서 좋아요."
이미, 그녀들은 친자매 이상으로 친숙해져 있었다. 그 이유는 오직 허나였다. 저… 뒷머리를 긁적이고 있는 사내를 통해서만 여인들은 허나가 될 수 있었던 것이었다.
(검해를 얻는다면… 저 분의 큰 힘이 되리라!)
단리혜혜는 하후미린을 보며 미소지었다.
아아, 그랬는가?
그녀는 이미 우문하가 남장여인이었음을 직감적으로 알고 있었다.
대륙육합천패의 모든 세력이 노리는 대륙의 제삼무림--검해!
그곳의 소종사이자,
초의사신객 우문비의 유일한 혈육,
그가 돌연 모든 내공을 잃고 범인이 되어 있는 지금 우문하는 상징적이거나 검해의 실질적인 지존이나 다름없지 않은가?
단리혜혜는 그것을 알고는 모른 체한 것이었다.
그 이유 또한 하나였다.
하후미린이 가야 할 길이 천하평정의 길이며, 그것을 편히 수행키 위해선 힘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실히 깨닫고 있었다. 사랑하는 정인의 상대는 너무도 강했기에…
문득,
"동생은… 어째서 그 망나니들에게 쫓긴 것이지?"
단리혜혜는 우문하를 보며 물었다.
순간,
"빠--득! 가증스러운 놈들…!"
우문하는 이를 갈며 살광을 번뜩였다.
독오른 암코양이와도 같이,
이어, 그녀는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대륙육합천패의 다툼에서 승리의 열쇠는 검해에 있기 때문이에요. 흑…!"
그녀는 서러운 듯 울먹이며 말을 이었다.
검해(劒海).
일갑자 전,
초의사신객 우문비에 의해 탄생된 대륙의 제삼무림계!
그들은 결성된 이래 정사 어디에고 속한 적이 없었다.
아울러,
그들에게는 군림의 야망 따위도 없었다.
한데,
풍운은 돌연 찾아들어 평화로움을 깨어 버렸다.
일 년 전,
일 대 일이라면 대륙육패천인 중 일 인이라도 지지 않는다는 초의사신객 우문비가 모든 내력을 상실해 버린 것이었다.
이후,
검해는 동요되었고,
검해의 모든 권위는 허나의 신물에 집중되었다.
검령천부---!
일갑자 전 만들어진 검해의 지존신물!
백만유랑검인군이 앙복하며 초의사신객 우문비에게 충성의 신물로 바쳤던 무상영부가 그것이었다.
그것을 초의사신객은 자신의 딸에게 넘겨준 것이었다.
우문하!
여인이었으되… 그녀가 여인임을 아는 자는 검해에서 열도 되지 않았다.
검해옥신룡이라는 이름으로 그녀는 철저히 사내처럼 행세해 왔던 것이었다.
한데,
육 개월 전부터 대륙육합천패의 압력이 가중되었고,
결국,
검해는 모종의 결단을 내리지 않으면 안 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결론은 내려졌다.
대륙의 대정지의가 모여 이룩된 십자검왕천에 도움을 청하기로 했고,
우문하는 대표로서 십자검왕천에 들었다.
허나,
그녀는 십자검왕천에 반 강제로 감금되다시피한 것이었고,
십자검왕천의 야망을 안 그녀는 필사의 탈출을 감행했다.
하후미린은 검미를 모았다.
"말하자면… 검령천부를 얻는 자가 대륙의 주인이란 말이군?"
우문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사실… 검해에는 헛된 명예를 내던져 버린 채. 오직 검에만 미친 검신검귀들이 우글거리고 있는 곳이에요!"
그녀의 봉목으로는 자부심이 팽배해 있었다.
"하지만… 대륙육합천인 같은 초인이 없기에… 수세에 몰리게 된 거예요!"
우문하는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아버님만 성하셨어도…"
그녀는 한숨을 쉬듯 말끝을 흐렸다.
이어,
그녀의 시선이 하후미린을 직시했다.
"뇌강풍을 비롯한 대륙육합천패의 망나니들을 물리치고 천첩을 구해 주신 것으로 보아… 상공께선 우주오대초인의 초인지예를 지니셨을 거예요…"
우문하는 확신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 그녀는 허리춤을 뒤져 허나의 소검을 꺼냈다. 여인의 노리개와도 같은 은으로 만든… 검이라기 보다는 비에 가까운 소검,
검신엔 한 마리 백호가 양각되어 있었고.
그 중앙에는 검령이라는 문자가 정교하게 새겨져 있었다.
"검령… 천부예요!"
우문하는 그것을 하후미린에게 내밀었다.
"어찌… 그것을…"
하후미린은 사양했으나 이미 그것을 강제로 하후미린의 수중에 쥐어지고 말았다.
검령천부를 하후미린에게 준 우문하는 머뭇거리며 단리혜혜를 바라보았다.
이어, 그녀는 목덜미를 붉히며 입을 열었다.
"언니… 난… 저분에게… 날… 드리고 … 싶어요…!"
그녀는 띄엄띄엄 말을 이었다.
이어,
스르르…!
우문하는 자신의 옷을 벗어 버리기 시작했다.
한데,
"호호…! 좋아요! 동생과 함께라면 오늘은 저이를 완전히 죽일 수 있을 거야!"
단리혜혜도 또한 열기어린 봉목으로 하후미린을 바라보며 옷고름을 푸는 것이 아닌가!
…
두 여인,
삼십대 초반의 농익은 육체와,
저 풋풋하고 싱그러운 처녀의 미끈한 알몸,
그녀들은 서로 손을 마주 잡은 채 하후미린을 향해 다가들었다.
"어… 어…!"
하후미린은 주춤주춤 뒤로 물러서고 있었다.
(대체… 요즘 여자들은 어째…)
그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문득,
턱…!
하후미린은 발 밑으로 무엇인가 걸리는 것을 느낌과 동시에 등 뒤로 엉덩방아를 찧고 말았다.
의자 높이만한 바위,
그것에는 부드러운 이끼가 깔려 있었고,
하후미린은 무심코 뒷걸음질치다 주저앉고 만 것이었다.
순간,
협공하듯 두 여인이 그의 몸을 안아들었고,
휘--익!
그의 옷자락은 여인의 손에 벗겨져 지면으로 나뒹굴고 말았다.
원초적인 상태의 세 남녀,
슥…!
두 여인은 사내의 양 다리를 잡으며 무릎을 꿇었다. 굴강한 사내의 허벅지가 양쪽에서 가해지는 힘에 의해 벌어지고…
"너무… 커…!"
질린 듯한 신음성이 우문하의 입술을 뚫고 흘러나왔다.
바위에 걸터앉은 자세로 다리를 벌리고 있는 하후미린,
그의 허벅지 사이에 무성한 수풀을 뚫고 우뚝 솟은 거대한 거목!
그것은… 이제껏 사내를 알지 못했던 우문하에게는 충격적일 정도로 거대한 거시었으니…
한데,
단리혜혜는 그 거목을 붙잡으며 머리를 들이밀고 있었다.
한껏 벌어지는 입,
순간,
"읍! 응… 응…!"
단리혜혜는 숨이 막히는 듯한 비음을 토하며 목구멍까지 깊숙이 사내를 흡입시켰다.
그리고,
그녀는 능숙하게 머리를 움직였다.
"…!"
우문하는 그런 그녀의 입 속으로 사라졌다 드러나는 거대한 불기둥을 보며 봉목을 빛냈다.
"언니… 나도…!"
그녀는 숨을 몰아쉬며 말했고,
단리혜혜는 미소지으며 머리를 들어 올렸다.
여인의 타액이 묻은 채 그대로 우뚝 솟아 있는 거대한 화기!
슥…!
우문하는 조그만 입을 한껏 벌린 채 그것을 흡입시켰다.
"읍! 웅… 웅…!"
그녀의 조그만 입으로 사내의 그것이 모두 진입하기에는 벅찼다.
허나,
(타는 것 같아!)
우문하는 불칼을 입에 문 듯 화끈함과 함께 목구멍이 파열되는 듯한 아픔을 느끼며 그것을 맞이했다.
또륵…!
그런 그녀의 봉목으로는 투명한 이슬방울이 흘렀다.
고통,
(아--흑!)
사내의 손길에 그녀의 유방이 터뜨려질 듯 일그러지며 전해오는 아픔은 상상도 하기 힘들 정도였다.
그러나,
그 아픔 또한 충격으로 그녀를 감싸고 있었다.
(사랑스런 여인…)
하후미린은 점점 뜨거운 무엇이
지존검폭뢰(至尊劒爆雷)
"우--욱!"
하후미린은 기절할 듯이 놀라고 말았다.
오오… 느끼는가?
쩌--엉!
여인의 저 포근한 동굴의 내부,
그곳으로부터 하후미린의 하체 일부로 진입해 드는 가공할 예기,
그것은… 하후미린의 전신을 난도질하듯 헤집으며 짓쳐들고,
부흐흐…!
벼락에 맞아 감전된 듯 하후미린의 신형이 격렬하게 떨렸다.
허나,
그는 결코 여인에게서 벗어날 수 없는 상황이었다.
"흐윽! 아… 아… 더… 더…!"
여인은 완전히 미쳐 있었다.
사내가 행위를 중단하자,
그녀는 두 손으로 사내의 목을 족쇄같이 휘감았고,
두 개… 새하얀 옥주를 벌려 사내의 곰 같은 허리를 강인하게 조여 들었으니,
(이… 이것은…?)
그 기운은 그가 처음 느끼는 것이 아니었다.
수정쌍미정과 독종여황모!
거기에,
팔대패왕화,
철혈전후 철비연과의 첫경험에서도 그는 느꼈던 것이었다.
인간이 지닐 수 없는 미증유의 힘!
그것이, 또다시 유입되고 있었던 것이다.
허나,
이번만은 틀렸다.
그가 멀쩡한 이성을 가지고 있는 것도 충격을 배가시키고 있었으나,
지금 자신에게로 짓쳐드는 저 날카로운 예기는 그대로 자신의 내부를 갈가리 찢어발길 듯 날카롭게 들쑤시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실로 순간이었고,
쩌---쩌---쩌---쩡!
오오,
하후미린에게서 폭발해 오르는 저 가공할 푸르름의 노을!
그것은 이내 하나의 형상으로 화해갔다.
양 끝은 검극처럼 날카로왔고,
중간의 손잡이인 듯한 부위는 기묘하게 휘어져 있었다.
현공을 벽력과 함께 가르는 뇌전!
츠으으…!
그것은 이내 하후미린의 우수로 스며들어갔다.
"크으으…!"
하후미린은 우수가 끈허지는 듯한 통증을 느끼며 아득한 나락으로 추락해 갔다.
그는 많은 여인을 거느릴 수 있었고,
그 만큼의 숫자만큼 여인들을 안았었다.
허나,
결단코, 이토록 고통스런 정사는 일찍이 겪어 본 적이 없었다.
그러나, 그는 알게 되리라!
곧 고통만큼의 엄청난 힘을 그 자신이 얻은 것임을,
<천년검혼(千年劒魂).>
일천 년의 장구한 시공 속에,
십 인의 검예장인혼이 담겨진 절대의 천병--천년제왕검!
그것은… 형상의 일반적인 검이 아니었다.
칼집이 필요없는 검,
그 누구의 눈에도 비춰지지 않으나,
시전자의 마음으로만 움직여지는 신비의 검이 바로 그것이었다.
천 년의 힘에 의해, 그 천년검혼에 선택된 천년검왕의 심령에 따라 폭사되는 무적의 벽력검(霹靂劒)!
하후미린은 바로 그것을 얻은 것이었다.
그와 함께,
검모 단리혜혜로 불리우는 수선화같이 담백한 여인을…
또 다른 신화!
검의 절대신화는 그렇게 탄생되었다.
<천년검왕.>
천년검혼을 지닌 무적의 대전신이었다.
"아가씨… 상공…!"
꿈 속에서 언뜻 나직한 소녀의 음성이 들렸다.
"으… 음…!"
그 바람에 하후미린은 눈을 떴다.
이어,
그는 평소의 습관처럼 자리를 떨쳐 일어나려 했다.
허나 그 순간,
"헉!"
그는 흠칫하여 동작을 멈추고 말았다.
새삼스레 가슴에 느껴진 뭉클한 감촉.
자신의 가슴에는 한 절세미녀가 안겨 잠들어 있지 않은가?
(아차! 이 여인과 동침을 하고 말았지…!)
그제서야,
그는 자신이 있는 곳이 어디인지 깨달았다.
그 때,
또다시 예의 시녀가 방 밖에서 조심스럽게 말했다.
"두 분… 아직 기침 않으셨는지요?"
동창이 환한 것이 이미 아침이 분명했다.
하후미린은 문득 씁쓸한 표정이 되어 품에 안긴 여인을 내려다 보았다.
(어제 오후부터 날이 새도록… 지독히도 나를 괴롭혔지…)
여인,
나이는 대략 삼십 정도쯤 되어 보였다.
허나,
나이를 초월한 듯 그 아름다움은 눈이 부실 정도였다.
미색 절륜,
그녀는 실로 너무도 아름다웠다.
특히,
살포시 눈을 감고 만족한 미소를 띄운 모습은 고혹하기까지 했다.
(아름답군…! 천하의 그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으리만큼…)
하후미린은 마치 취한 듯 그녀의 얼굴을 주시했다.
허나,
곧 그는 고개를 저었다.
(아름다운 것은 좋다, 허나 그보다 이 여인으로 해서 앞으로 큰 번거로움을 겪게 될 것 같군.)
그는 그대로 침상에서 조용히 일어나려 했다.
그러자,
"으응… 조금만… 조금만 더…!"
여인은 잠꼬대까지 중얼거리며 그의 목을 끌어안는 것이 아닌가?
(어이쿠!)
하후미린은 몹시 당황했다.
여인의 상체가 밀착되자 갑자기 후끈한 열기가 치솟는 것이었다.
허나,
그가 움직이면 여인이 깨는 것은 당연했다.
그렇게 되면 피차 민망하게 되고,
그 때문에 하후미린은 꼼짝도 못하고 그대로 누워 있어야 했다.
아무리 기분 좋은 일야였지만,
괜스레 그의 이마에서 비지땀이 솟고 있었다.
게다가,
"으으음…!"
한술 더 떠 여인은 그의 몸으로 기어 오르며 볼비빔을 했다.
(으… 갈수록 태산이라더니…)
하후미린은 이만저만 곤란한 게 아니었다.
한데,
그 때였다.
"어마마! 두 분 다 지독한 잠꾸러기들이야!"
기다리다 못한 시녀가 드디어 방문을 세차게 두드렸다.
순간,
하후미린과 바짝 맞붙여 있던 여인의 몸이 그대로 경직되었다.
(이크… 깼구나!)
하후미린은 두 눈을 질끈 감았다.
허나,
그는 느낄 수 있었다.
경악에 찬 한 쌍의 봉목이 자신을 보고 있음을…
이내 여인의 몸은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그리고,
찰싹!
하후미린의 볼에서 불꽃이 튀었다.
화다닥!
여인은 황급히 요로 몸을 휘감으며 침상 한쪽으로 몸을 피했다.
그녀는 비명이 섞인 교갈을 터뜨렸다.
"당… 당신은 누구예요?"
"소… 소저…!"
하후미린은 할 말을 잃고는 우선 급히 묵잠의를 집어 걸쳤다.
그로서는 실로 난감하기 짝이 없는 일이었다.
이러한 순간에 그가 무슨 말을 할 수 있단 말인가?
"당… 당신이… 내 몸을… 흐윽!"
여인은 끝내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그 때,
방 안의 상황을 알아챘는지 시녀가 문을 벌컥 열며 뛰어 들었다.
"아가씨!"
시녀는 여인에게 시선을 둔 채 곁눈으로 하후미린에게 눈짓을 했다.
"어서 나가세요."
그 때까지 우물쩍거리던 하후미린,
그는 완전히 구세주를 만난 기분이 되었다.
"그… 그럼 … 나는 이만…"
하후미린은 급히 몸을 돌려 밖으로 나가려 했다.
한데 문득,
침상 위 금침으로부터 그의 눈에 선명하게 들어오는 것이 있었다.
점점이 묻은 혈화!
(이 나이에… 처음이었다니…!)
하후미린은 납덩이처럼 무거운 심정으로 방을 나섰다.
"흑흑…!"
여인의 흐느낌은 몹시도 처연했다.
"아가씨, 고정하세요."
소녀는 울먹이며 그녀를 달래고 있었다.
그 소리를 뒤로 하며 하후미린은 전각 밖으로 나와 버렸다.
그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아직도 주위에는 혈포몽면인들의 사신이 널려 있고,
한쪽으로 많은 나무와 풀들이 쌓여 있는 위에 처참하게 죽은 시녀들의 시신이 올려 놓아져 있었다.
하후미린은 시녀들의 시신을 보며 중얼거렸다.
(아마 화장을 시킬 모양이었나 보군!)
그러나,
곧 그는 눈길을 거두며 혈포몽면인들의 시신을 둘러보았다.
자신에 의해 죽음을 당한 자들,
하후미린은 그들을 보자 살생에 대한 규책에 앞서,
잔악한 행위를 자행하던 무리들의 정체에 의심부터 갔다.
(이들은 대체 어느 문파의 인물들인가? 대륙육합천패나 패천사상혈세와는 관련이 없는 것 같은데…)
그는 도시 그들의 정체를 알 수가 없었다.
차림새가 모두 동일한 것으로 보아 일단의 무리라는 것 외에는,
한데 그 때,
툭!
그의 발 끝에 무엇인가 채이는 것이 있었다.
"…?"
그는 의아한 듯 그것을 집어 들었다.
허나의 손바닥만한 철패,
거기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지옥마계 혈사단 제 백이십육 호.>
"무슨 신패 같기도 한데…!"
하후미린은 고개를 갸웃했다.
허나,
그것은 분명 그로서는 처음 보는 물건이었다.
그렇다면 굳이 그 물건 허나에 연연할 필요는 없었다.
"언젠가는 그들에 관해 알게 되겠지."
우수수…!
곧 철패는 그의 손에 의해 가루로 화했다.
이어,
그는 기분을 전환하려는 듯 중얼거렸다.
"몸을 좀 풀 수 있겠군!"
그와 함께 그는 즉각 일권을 내밀었다.
순간,
콰콰쾅----!
마치 십만 근의 화약이 일시에 폭발하듯,
그의 앞에는 돌연 십 장이 넘는 웅덩이가 패였다.
"천붕권…! 쓸 만하군."
하후미린은 만족한 듯 중얼거리며 양수를 휘저었다.
순간,
콰르르르----!
엄청난 무형의 강기가 해풍을 몰아가듯 혈포인들에게 휘몰아쳐 갔다.
또한 그것은 그대로 혈포인들의 시신을 웅덩이 속에 몰아 넣고 있었다.
쿠쿠쿠---!
마지막으로,
"천사지존수! 관음천불수!"
콰르르…!
쩌---쩡!
그는 엄청난 권풍과 장력을 일시에 쏟아냈다.
휘--유웅!
콰르르…!
아!
그것은 주변의 돌덩이와 흙무더기를 파헤쳐 하나의 봉분을 이룩하고 있었다.
하후미린의 가벼운 몇 가지 동작,
그것은 그에게 있어 그저 몸을 푸는 정도의 일에 불과했다.
허나,
결과적으로 그는 몇 사람이 한나절은 소비해야 할 일을 눈깜짝할 사이에 이루고 만 것이었다.
그 때,
두 여인이 그에게 다가왔다.
침실로부터 단정히 옷을 갈아입고 나온 여인과 예이 시녀,
그 두 여인은 약속이라도 한 듯 고개를 떨군 채 말이 없다.
"…"
하후미린 역시 다소 어색한 감이 없지 않아 입을 다물고 있었다.
잠시 침묵이 흐른 후,
입을 열 양으로 여인이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그녀는 자신과 육이 합해졌던 인물을 바라보았다.
한데,
그 순간,
"아…!"
여인은 충격을 받은 듯 그대로 굳어지고 말았다.
이어,
그녀는 무엇인가 찾는 듯이 하후미린의 얼굴을 눈으로 더듬어갔다.
그런데 기이하게도 여인의 시선은 점차 희열의 빛이 짙어져가는 것이 아닌가?
그녀는 내심 이렇게 부르짖고 있었다.
(만상전능신혈맥! 아버님이 이십 년 전부터 말씀하셨던 천년검왕이 되실 분…!)
심한 격정으로 그녀는 몸을 떨었다.
또한,
하후미린을 응시하는 그녀의 시선이 부옇게 흐려지고 있었다.
한편,
하후미린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이 미간을 찡긋했다.
(이 여인은 대체 무엇에 이리도 감격하는 것인가?)
부지초면,
하후미린은 전혀 그 여인을 알 리 없었다.
그 때,
여인은 무엇을 확인하려는 표정이 되어 조심스럽게 물어왔다.
"혹… 하후씨 성을 갖고 계시지 않는지요?"
"맞긴 맞소이다만… 소저께서 어찌 소생의 성을…"
하후미린은 의아한 시선으로 되물었다.
(역시…! 만상하후천맥의 천림에서 오신 분…)
이어,
여인은 그 말에 대답하지 않고 즉시 날아갈 듯이 큰절을 했다.
"천첩 단리혜혜, 상공을 뵙사옵니다."
"소… 소저!"
하후미린은 당황하여 갈피를 잃고 말았다.
서로의 얼굴과 살을 섞었다는 것 외에는 피차 너무도 모르는 사이가 아닌가?
한데,
여인은 완전히 첩으로 변신하고 있었으니,
그 때였다.
하후미린의 귀에 시녀의 전음이 들려왔다.
"무엇 하시옵니까? 아가씨를 슬프게 하시려는 것이옵니까?"
"…!"
하후미린은 고소를 머금었다.
그는 일단 단리혜혜라는 여인의 팔을 잡아 일으켰다.
그리고,
다소 미안한 듯한 한마디 덧붙였다.
"용서하오. 사정이 급하여 그만 소저에게 몹쓸 짓을 했구료."
그의 말 속에는 여러 가지 의미가 내포되어 있었다.
하후미린,
사실,
이제껏 그가 취했던 여인들은 두 부류였다.
남이 감히 여인으로 보지 않는 여인을 여인으로 만들어 준 것이고,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강제로 강간당해 경험한 여인들,
물론,
그가 천림에서 얻은 첩들은 달랐다.
천림은… 만상하후천맥의 소왕국이었고,
그곳의 여인들은 모두 하후씨의 첩이 되는 운명이었던 것이다.
(다시는… 새로운 여인을 만들지 않으려 했거늘…)
하후미린은 골치가 지끈거렸다.
그러나,
이러한 속사정을 꺼내기도 전 단리혜혜는 기쁜 듯이 그의 말을 받았다.
"용서라니요? 오히려 첩신의 생명을 구해 주신 분이신데… 첩신은 일평생 시녀로라도 상공을 모실 것이에요."
"…"
하후미린은 뭔가 해야 할 말들을 정리하느라 복잡해졌다.
자연 그의 안색은 침중해지고 있었다.
그것을 본 단리혜혜는 입술을 파르르 떨며 눈을 내리깔았다.
"상공께서 거절하신다면… 첩신은 이 천한 목숨을 끊을 도리밖에는…"
그녀는 채 말을 잇지 못했다.
(결국… 이렇게 되고 마는군.)
하후미린은 나오려던 말을 삼켜야만 했다.
(성격이 치밀하고 심기가 깊은 여인이라 어찌해 볼 수가 없군.)
그는 드디어 단리혜혜를 향해 담담히 말했다.
"소저의 청결함은 본인이 깨었으니… 소저를 돌보아 드리는 것이 당연한 것일 것이외다."
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단리혜혜는 화사한 미소를 만면에 드리웠다.
그녀의 시녀 역시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가슴을 쓸었다.
"감사하옵니다. 상공, 그리고 이 아이는 천첩의 시녀인 초초라 하옵니다."
하후미린도 새삼스러우나 자신을 소개했다.
"본인은 하후미린이라 하오."
"…"
단리혜혜는 미소를 지으며 그의 소개를 들었다.
그녀의 얼굴은 마치 오래 전부터 그를 알고 있었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한데,
어떤 표정이던 간에 미소띤 그녀의 얼굴은 이슬을 머금은 꽃송이처럼 너무도 아름다웠다.
하후미린은 그녀를 마주보며 내심 고소를 지었다.
(도저히 피할 수 없는 여인! 복이 될지 화가 될지는 모르나 아름다운 골칫덩이를 얻은 셈이군.)
뒤이어,
그는 짐짓 호탕하게 물었다.
"이제 혜혜라고 불러도 되겠구료?"
"물론이오이다."
"그러면, 혜혜의 나이 또한 물어도 되겠소? /"
일순,
화사하던 단리혜혜의 얼굴이 다소 어두워졌다.
그녀는 더듬거리듯 어렵게 대꾸했다.
"서른… 하나이옵니다."
하후미린은 고개를 끄덕이며 밝게 웃었다.
"하하… 본인보다 열세 살 위구료!"
"…"
단리혜혜는 부끄러운 듯 얼굴을 붉혔다.
그러나,
오히려 호탕한 하후미린의 태도는 그녀를 매우 편하게 해주었다.
이어,
하후미린은 화제를 바꾸어 무덤을 가리키며 물었다.
"이 자들은 대체 누구였소?"
단리혜혜는 나직한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대답에 앞서 하후미린을 응시하며 물었다.
"상공께선 천병신비가를 아시는지요?"
그 말에 하후미린의 눈길이 번쩍 뜨였다.
"아… 그 천세제일장인가를 말하는 것이오? 천하의 이름난 검 중 절반을 제작했다는…?"
하후미린은 탄성을 발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천병신비가.>
하후미린도 그 이름을 잘 알고 있었다.
일천 년의 세월을,
오직,
검 하나만을 제조해 온 대… 장인가!
그들의 율법은 인의 열 개였다.
설사,
그들의 옆에서 인간이 죽어가더라도 그들은 개의치 않았다.
무림이 혈세되더라도,
그들은 결코 검을 제련하기를 멈추지 않았다.
힘은 없으나,
무수한 굴욕을 인내로서 참았기에 그들은 천세를 내려올 수 있었던 것이다.
"혜혜가 그 위대한 장인혈을 이은 사람이구료."
하후미린은 단리혜혜를 보며 미소지었다.
허나,
단리혜혜는 입술을 깨물며 입술을 열었다.
"이 자들은… 저희 가문을 피로, 씻은 지옥의 악마들이에요!"
"천병신비가를 이들이…?"
"그래요, 그것은…"
일순,
단리혜혜는 절망과 비애가 어우러진 표정이 되어 한숨을 내쉬었다.
"한 자루 검 때문이에요!"
"단지… 검 한 자루 때문에 일가를 몰살시켰단 말이오?"
하후미린은 살기를 발하며 고성을 질렀다.
단리혜혜는 그를 보며 처연한 신색으로 입을 열었다.
"그 검은… 보통의 검이 아니예요! 천년제왕검이라 불리우는 하늘의 검이에요…"
"천 년… 제왕검!"
하후미린은 그 말을 되뇌이며 자신의 의수를 본능적으로 내려보았다.
"천년검혼으로 하여… 인간의 체내에 잠재되어 뜻만으로 펼칠 수 없는 영검이기도 해요!"
단리혜혜의 말은 이어졌다.
"이 자들은… 바로 그것을 노리고 본가를 쳤어요! 이미… 아버님은 돌아가셨을 거예요…!"
그녀는 말끝을 흐리며 눈물을 감추듯 옥용을 떨구었다.
한데,
이 순간,
(설마… 그 행위를 할 때 날 기절시킨 예기가…?)
하후미린은 간밤의 일을 떠올리며 기광을 발했다.
그의 생각을 확인해 주듯 단리혜헤는 조그맣게 속삭였다.
"천년제왕검은… 상공의 몸으로 이미…"
차마 말을 못하겠다는 듯,
단리혜혜는 목덜미를 붉히며 말 끝을 흐렸다.
이어,
그녀는 싱글거리며 서 있는 초초에게 명했다.
"초아야! 올 때 가져왔던 신비철함이 어디 있지?"
그러자,
초초는 허리를 숙이며 말했다.
"그건 초아가 잘 보관해 두었어요!"
이어,
그녀는 쪼르르 하나의 방으로 달려갔다.
초초는 묵직한 철함 하나를 들고 와 단리혜혜에게 두 손으로 받쳐 올렸다.
"…!"
단리혜혜는 철함을 받으며 감회 어린 시선으로 내려보다가는 그것을 하후미린에게 내밀었다.
"천년검혼을 끌어내… 천년제왕검으로 사용하실 수 있는 방법이 이곳에 있을 거예요."
"이것은…?"
하후미린은 의혹 어린 시선으로 철함을 받아 살펴보았다.
아무런 특징도 없는,
그저 강철로 제련된 석 자 크기의 투박한 철함이었다.
딸--칵!
철함은 쉽게 열렸고,
그 안엔 한 권의 철경이 들어 있었다.
"지상최극강의 검결… 지존검폭뢰?"
읽어내려가던 하후미린은 실소마저 흘릴 지경이었다.
광오의 극치가 아닌가?
허나,
"…!"
철권을 넘기며 읽던 하후미린의 안색은 점차 심각하게 굳어져 갔다.
<노부는 천수종(天手宗)이라 하오이다.
이 글을 읽는 분은 필시 천년검혼의 주인일 터,
오직, 천년검왕만이 지존검폭뢰(至尊劒爆雷)를 터득하시리라,
…中略…
검을 만들기 어언 삼갑자,
일만 자루의 검을 만들었고, 일만 자루의 검을 부수오이다.
하늘의 검은 짧은 인간의 연륜으로 만들 수 없음을 깨달으니, 이미 죽음의 문턱에 들어섰소이다.
천 년의 시공 속에서 검중제왕이 탄생하리니, 천인이 천년패왕검을 얻으시리라!
하늘의 검은 눈으로 보이는 것은 아닐지니 천인의 손끝에서 피어올라 환우천하를 지존의 검무(劒舞)로 뒤엎으시리라.
지존제왕검은 만들지 못하나 검을 만지며 하늘의 검을 알았소이다.
이제, 허나의 검결을 남기오이다.
천년검왕이시여, 지옥의 악마에게 사용하소서!
악마혈인검(惡魔血人劒)이 부숴질 때 구천에서나마 감읍하오리다.>
글은 거기서 끝나 있었다.
천수종!
그 이름을 아는 자는 그리 많지 않았다.
허나, 아는 사람은 알고 있었다.
하늘의 손을 지닌 고금제일의 장인!
일명---제왕의 창조자라 불리우는 인물이 바로 그였다.
제왕의 검만을 만들었다는 전설 속의 인물,
아울러,
그는 천병신비가의 초대가주였다.
그런 그의 유품이 천 년의 세월을 격하고 하후미린의 손 안에 있는 것이었다.
문득,
"만일 이 말대로라면 내 몸에 검 한 자루가 박혀 있단 말인데…"
하후미린은 무심히 중얼거리며 고개를 갸웃했다.
몸 안에 검을 박은 인물,
하후미린은 괜히 기분이 떨떠름했다.
허나,
그의 내심은 더할 수 없이 흐뭇해 있었다.
(흐흣…! 의외의 기연을 얻었는걸?)
하후미린은 고개를 끄덕이며 손에 힘을 주었다.
순간,
푸---스스스…!
그의 손에 있는 철경이 철함과 함께 부숴져 흩날려 갔다.
이미,
그 안의 내용은 모조리 하후미린의 뇌리에 각인된 후였다.
지상최극강의 검결--지존검폭뢰!
오직,
천년제왕검으로 펼칠 수 있는 지상최강의 검무!
하후미린은 그것을 얻은 것이었다.
복우산,
초춘의 산풍은 아직 칼날처럼 시리기만 하다.
휘르르…!
스스슥…!
매서운 바람을 가르며 한 줄기 왜영이 복우산에 날아들었다.
이윽고,
왜영이 도달한 곳은 깊은 산곡이었다.
"으음…!"
왜영은 휘청이며 내려섰다.
왜소한 청의청년,
그는 계집을 연상시키는 뽀얀 피부에 수려한 용모를 지니고 있었다.
반듯한 얼굴에서 흐르는 미태는 일반 여이늘 오히려 무색하게 할 정도였다.
한데,
무슨 연유에서인지 그는 크고 작은 상처를 무수히 입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상처를 보살피기에 앞서 격분한 듯 이를 갈았다.
"으드득! 십자검왕천(十字劒王天)! 정파입네 하면서 겉과 속이 다른 자들!"
<십자검왕천>
대륙육합천패 중의 십자천검성을 주축으로 대륙의 대정류가 합일되어 이룩된 대정천!
한데, 그 이름 앞에 이를 갈아붙이는 인물의 정체는…?
문득,
그는 품 속에서 한 알의 단약을 꺼내어 입에 털어 넣었다.
그리고는 원독에 찬 음성으로 부르짖었다.
"아버님께서는 십자검왕천의 도움을 원하셨거늘 나를 인질로 잡아 검해(劒海)를 집어 삼키려 하다니!"
그의 분노는 실로 대단한 모양이었다.
한데, 문득 한 소리 웃음이 그의 귓전은 울렸다.
"하하하… 이게 누구요? 검해옥신룡(劒海玉神龍) 우문형이 아니오?"
수려한 미청년의 명호는 바로 검해옥신룡이었던가?
그는 벌떡 일어났다.
"어느 분이오?"
그러자,
화르르…!
한 줄기 핏빛 그림자가 검해옥신룡 앞에 가볍게 내려섰다.
혈포를 걸친 청년은 비교적 영준한 용모의 소유자였다.
한데, 그는 종잡기 어려운 미소를 입가에 담은 채 검해옥신룡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를 보자 검해옥신룡은 냉랭하게 쏘아보았다.
"혈영수라(血影修羅) 마형이었구료!"
그 순간 검해옥신룡은 내심 불안과 분노로 떨고 있었다.
(여우같은 자! 용케도 냄새를 맡고 따라왔군.)
그는 어느새 혈의청년,
즉, 혈영수라의 심증을 직감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당금의 무림은 패도천하(覇道天下)였다.
마(魔), 사(邪), 혹은 대정(大正)의 기운도 모두 쇄락해 있는 상태였다.
육합으로 대변되는 여섯의 패천세!
그것이 대륙무림의 법이요, 율법으로 군림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이미, 사도무림의 종주였던 지저사계가 대륙육합천패에 의해 철저히 와해되었다.
천사의 대종후인 유령사모 야화련!
그녀조차 실종된 상태로 대륙사도계는 지리멸멸해 있는 상태였다.
그 상황은 대륙마도계도 비슷했다.
마도는 패천세의 위엄에 눌려 숨도 쉬지 못할 지경이었다.
결국, 대륙마도가 하나로 합쳐졌다.
<천마루(天魔樓)>
대륙마도의 지존세는 그렇게 탄생되었다.
허나,
그들은 결코 대륙의 운명을 바꾸어 놓을 수는 없었다.
대륙육합천패!
그 힘은 너무도 거대했기에…
단지,
천마루의 마인들은 패천세의 사이에서 눈치를 보며 보심하기에 급급할 정도였다.
그러나,
그들 또한 야망을 지닌 자들일 뿐이었다.
그들은 지난 십 년 동안 급격히 세력을 팽창시켰고,
그 잠력은 산서를 기점으로 한 동북무림계를 장악할 지경이었다.
특히,
--천마수라종 사우!
그는 절정의 마공을 익혀 마도제일이라 불리우고 있었다.
또한,
그는 심계가 깊기로 이름난 모사로 음흉하기 짝이 없는 인물이었다.
한데,
그에게는 뒤를 이를 수제자가 있었다.
이름하여 혈영수라,
혈영수라!
이 인물은 아직껏 무공 방면에는 다소 미약하나,
자신의 사부에 못지않은 점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그 또한 음흉한 모사라는 점이었다.
혈영수라는 은근한 어조로 말했다.
"검해가 대륙육합천패의 압력을 받아 고심하고 있음을 잘 알고 있소."
검해옥신룡은 잘라 말했다.
"천마루와는 관계가 없는 일이니 상관치 마시오."
그러자,
혈영수라는 짐짓 정색을 했다.
"관계가 없지 않소이다. 본 천마루 역시 대륙육합천패의 창궐로 위축되는데 저희 사부님께서 같은 처지인 검해와 제휴하기를 원하고 계시는 것이오."
"그럴싸한 말이구료?"
검해옥신룡은 비꼬는 투로 갖다 붙였다.
한데,
검해라 했는가?
검… 해.
일명… 제삼무림!
그렇게 불리웠다.
사실,
그들은 무인이라 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유랑검인들!
어쩌면 그들은 한 포기 잡초와도 같은 인생자들이었다.
한 자루 검을 끌며,
대륙천하를 유랑하는 자들,
그 숫자는 아무도 알지 못했다.
지금 이 시각에도 풀의 뜻을 따르는 자가 속속 생겨났기에…
허나,
그들은 가장 방대한 인맥을 형성하고 있었다.
삼류의 축에도 끼지 못하는 무도계의 이단혈!
그들은 뿌리없는 그저 황무지에 버려진 잡초일 뿐이었다.
죽음도 황야에 내맡겨 버리는 죽음의 초월자들,
그들이 하나로 합쳐진 것이었다.
초의사신객(草衣死神客) 우문비(宇文飛)!
한 인물!
그는 하루에 한 벌씩의 옷은 지어 입는 인물이었다.
새벽 이슬을 맞은 풀을 뜯어 그것으로 초의를 만들고, 그는 그것들 중 열두 개의 풀잎을 소중히 보관하고 다녔다.
그리고, 그는 그것으로 천하인이 경외하는 대상이 되었다.
광전십이비초술(光電十二飛草術)!
하나의 풀잎이 암천을 가를 때, 빛보다 빠른 광전(光電)이 작렬한다.
적은 자신의 죽음도 깨닫기 전에 죽어가야 했다.
아직, 그 누구도 초외사신객의 손에서 열두 개의 풀잎을 떨구게 한 자는 없었다.
그리고, 그는 풀의 뜻을 따르는 백만 유랑검인을 모았다.
그리하여 탄생된 것이었다.
대륙무도계의 이단혈(異端血)인 제삼무림(第三武林) 검해(劒海)!
그것이 결성된 것은 일갑자 전이었다.
한데,
일 년 전, 초의사신객이 돌연 힘을 잃고 말았다.
그는 하나의 풀잎도 들 힘이 없었던 것이었으니!
결국, 대륙최대의 세력은 구심점을 잃은 채 표류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그리고, 검해는 다른 세력들의 표적이 되었다.
군림의 야망을 품은 자들!
검해는 그런 자들에게 있어 최고의 인간보급창고가 아니겠는가?
그 중에서도 대륙육합천패는 서로의 비슷한 힘의 균형을 깨기 위해서라도 세력 팽창에 혈안이 되어 있었다.
그런 그들이 검해를 그대로 놔둘 리는 전무했으니!
검해!
그것은 대륙의 폭풍핵으로 대두되었다.
검해옥신룡 우문룡!
검해의 소해 주!
아울러, 그는 천하제일미남으로 알려져 있었다.
초의사신객 우문비의 독자(獨子)!
허나, 그에게는 다른 신분이 또 하나 있었다.
검해옥신룡은 혈영수라를 잡아먹을 듯이 노려보고 있었다.
그로서는 사실 혈영수라의 속셈을 훤히 알고 있는 것이었다.
(음흉한 놈 같으니! 검해를 집어 삼키려는 속셈을 누가 모를 줄 아느냐?)
그러나, 그의 심중과는 달리 혈영수라는 다시 덧붙여 강조했다.
"이것 보시오! 검해옥신룡! 그대도 잘 알겠지만 만일 천마루와 검해가 합병한다면 그보다 더 좋은 일이 어디 있겠소? 그렇게 되면 능히 대륙육합천패와도 경쟁할 수 있을 것이오."
한데, 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허공에서 웅후한 장소성이 울렸다.
"혈영수라! 네놈이 간덩이가 부은 모양이구나!"
혈영수라의 안색이 대변했다.
"어느 놈이냐?"
그는 제법 기세 사납게 외쳤다.
그 때,
휘르륵!
선풍이 일며 한 명의 거구의 청년이 날아내렸다.
전신을 타는 듯이 붉은 홍포로 감싼 우람한 체구의 청년이었다.
갑자기 혈영수라의 안색이 급변했다.
"뇌… 뇌강룡(雷剛龍)!"
뇌정마룡(雷霆魔龍) 뇌강룡!
그는 두 말할 것도 없이 뇌정마계의 후계자였다.
뇌정마벽종 뇌강의 아들이었다.
그는 아버지 못지않게 장대한 체구를 지니고 있었다.
뇌정마벽종,
대륙육합천패 중 뇌천!
그 세력은 당금 무림을 휩쓸고 있지 않은가?
뇌강룡은 기세 당당하기 그지없었다.
"후훗! 혈영수라! 본인은 너같은 여우는 꼴도 보기 싫다. 냉큼 사라져라!"
혈영수라의 안색은 금시 치욕으로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뇌강룡! 말이 지나치지 않소?"
한데 그 때였다.
뇌강룡이 무어라고 대답하기도 전,
"지나치지 않고 말고! 대륙육합천패를 정면에서 맞서지 못하고 뒷구멍에서 이러쿵저러쿵 떠드는 자는 상대할 가치도 없지!"
스스스…
냉막한 일성과 함께 한 줄기 묵영이 장내로 날아들었다.
순간,
"비… 비천묵룡(飛天墨龍)!"
혈영수라는 대번에 떫은 감을 씹은 표정이 되고 말았다.
장내에 새로이 등장한 인물,
그는 누구인가?
왜소한 체구에 풍성한 묵의를 걸친 냉막한 청년,
그는 무슨 의도로 이곳에 온 것인가?
비천묵룡!
이 인물이야말로 묵붕천비영을 등에 업고 있는 인물이 아닌가?
그의 기세 역시 뇌강룡 못지 않았다.
"다시 한 번 말해 봐라. 천마루가 묵붕천비영을 상대할 수 있다고 했었더냐?"
비천묵룡은 싸늘한 눈길로 혈영수라를 쏘아보았다.
부르르…!
혈영수라가 오한이 드는 느낌에 몸을 떨었다.
(다 틀렸다. 묵붕천비영까지 건드려 놓았다가는 본루는 그나마 존립조차 못한다!)
일이 이쯤 되자, 혈영수라는 태도를 바꾸어 급히 포권을 했다.
"소생은 그럼 이만 물러가겠소."
비천묵룡이 한 마디 했다.
"가는 것을 막지는 않겠다만, 항시 입을 조심해야 목숨을 부지한다는 것을 기억해 둬라!"
"…"
혈영수라의 안면이 부르르 경련했다.
허나, 그는 끝내 입을 열지 못한 채 그대로 땅을 박찼다.
파앗!
그 즉시 그는 나는 듯이 멀리 사라져 갔다.
뇌강룡과 비천묵룡,
그들은 혈영수라가 사라지자 검해옥신룡을 사이에 두고 대치했다.
검해옥신룡은 자신을 주시하는 두 청년을 의식하자 이마에 땀방울이 맺혔다.
(으음. 십자검왕천의 추격을 뿌리쳤다 했더니 이제 와서 이 작자들에게 걸렸구나!)
그러나, 그의 심중을 무시한 듯 뇌강룡이 강압조로 말했다.
"우문룡! 순순히 본인을 따라가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러자, 비천묵룡이 지지 않고 나섰다.
"뇌강룡! 본인이 있음을 잊었소?"
뇌강룡과 비천묵룡!
파팟!
양인의 시선이 허공에서 불꽃을 퉁기며 격돌했다.
비천묵룡은 적의를 드러내며 외쳤다.
"뇌강룡! 묵붕천비영과 뇌정마계는 각기 장장 이남북에서 서로를 침범하지 않기로 맹약했소. 그것을 깨뜨리기 싫다면 순순히 검해옥신룡을 양보하시오."
허나,
뇌강룡은 냉랭하게 맞받았다.
"검해가 동정호에 있다는 것을 잊으셨군요?"
"아니, 그럼 양보 못하겠다는 말씀이오?"
"물론이오."
둘 다 패기 넘치는 젊은 청년들,
이들에게 양보란 있을 수 없었다.
더욱이,
각기 자문파의 후계자이고 보면 꺾일 수 없는 입장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경솔할 수는 없었던지,
두 청년은 각기 노려보며 서로의 심중을 감시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검해옥신룡!
그는 두 청년 사이에서 내심 이를 갈았다.
(건방진 것들! 나를 물건 취급하다니!)
그는 자신의 무력과 부상을 입었다는 사실이 천추의 한이 되고 있었다.
한데,
그 때였다.
"호호호…!"
돌연,
맑은 웃음소리가 허공에 메아리쳤다.
동시에,
쐐애---애액!
한 줄기 백영이 쏜살같이 장내에 쇄도했다.
"누구냐?"
뇌강룡과 비천묵룡이 함께 외쳤다.
허나 그 사이,
"악!"
화르르…!
검해옥신룡은 그대로 백영에게 낚아 채여져 허공으로 치솟고 있었다.
"아… 아니! 이런!"
"금황신후! 네년이…!"
뇌강룡과 비천묵룡이 허공을 쏘아보며 길길이 뛰었다.
아!
백영은 바로 금황신후 금사란이었다.
금황신후는 허공으로부터 조소를 뿌렸다.
"호호… 두 분이 서로 양보하시니 검해옥신룡을 소녀가 데려갈 밖에요!"
"에잇! 발칙한 것!"
뇌강룡은 즉시 손을 뻗었다.
콰르르릉!
피--융!
한 쌍의 강륜이 그의 손을 벗어나 금황신후에게 폭사되었다.
허나,
"소녀는 이만 바빠서…!"
금황신후는 지체없이 몸을 날렸다.
동시에,
후두둑…!
무엇인가 한 손으로 홱 떨쳐 내었다.
순간,
쉬---잉!
쏴--악!
마치 우박이 떨어지듯,
수천 수만 개의 암기가 뇌강룡과 비천묵룡을 뒤덮어 갔다.
"빌어먹을!"
쩌--엉!
비천묵룡은 급급히 짊어지고 있던 묵도로 그의 이마를 막아야만 했다.
"제길!"
뇌강룡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피---융!
파파팟---!
그는 재빨리 강륜을 회수하여 눈 앞의 암기를 막기에 바빴다.
따다당!
후둑!
부딪쳐 퉁겨지는 암기들,
그것은 놀랍게도 모두 황금으로 만든 것들이었다.
더구나, 그것들은 하나하나에 정교한 세공이 가해져 있어 호신강기 파해 전문의 암기였다.
뇌강룡과 비천묵룡, 그들은 이 암기에 맞지 않기 위해 손을 쓰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허나, 그 사이,
금황신후 금사란은 검해옥신룡을 옆구리에 낀 채 벌써 백여 장 밖을 날고 있었다.
"괘씸한 것!"
"서랏!"
휘--익!
콰르르…!
뇌강룡과 비천묵룡은 암기들을 막아내자 즉각 그 뒤를 쫓았다.
나는 새라도 잡을 듯 무서운 속도로,
제23장
풍운무림(風雲武林)
백운봉,
복우산 제일봉,
그 정상에 오르면 복우산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한데,
"…!"
화르르…!
산풍에 긴 수발을 휘날리며 우뚝 서 있는 묵영,
그의 모습은 그대로 하늘에서 하강한 천장과도 같은 웅휘를 엿보게 하였고,
거대한 사자지왕을 보듯 가공할 철혈패기를 폭출시키고 있었다.
화룡왕 하후미린!
그 외에 또 누가 그런 인물이 있겠는가?
하후미린의 등 뒤엔 수선화같이 수수한 여인이 다소곳이 시립해 있었다.
검모 단리혜혜!
바로 그녀였다.
문득, 하후미린이 산하를 굽어보며 입을 열었다.
"대륙육합천패의 배경을 믿고 철없이 날뛰는 망나니들이군!"
"좌절이란 것을 모르고 자란 탓이라 생각하옵니다."
단리혜혜의 침착한 옥음이 뒤를 이었다.
"…"
하후미린은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한 번 따끔한 맛을 봐야 세상 무서운 줄 알겠군! 제 아비들처럼."
하후미린은 노한 사자와도 같이 눈을 빛냈다.
그는 철혈전후 철비연이 과거에 대륙육합천인을 패배시켜 야망의 기를 꺾어 놓았던 일을 재현시키려 하고 있는 것이었다.
"악!"
어느 한 순간, 기세좋게 날아가던 금황신후 금사란이 비명을 지르며 허공에서 떨어져 내렸다.
그것을 본 하후미린은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암수를 당했군!"
과연,
스스슷…!
금황신후 금사란의 앞에 여러 명의 검수들이 나타났다.
백의 검수들.
그들이 바로 암수를 날린 자들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
그들을 보자 단리혜혜가 말했다.
"검왕천위군단에 속한 인물들이에요!"
그런 그녀의 말투에는 어떤 적의가 내재되어 있었다.
그녀는 알지 못했다.
천병신비가를 궤멸시키고 자신을 핍박했던 옥사검왕 혁천위!
그 자의 정체를 그녀로서는 알 수 없었으니…
허나,
귀수옹 단리황으로부터 들은 십자천검성애의 저주!
그녀는 본능적으로 그것을 떠올린 것이었다.
한데,
검왕천위군단,
십자천검성은 대륙정화를 끌어 모아 결성시킨 십자검왕천!
그 거대한 대세 중에서 고르고 고른 정예군!
일천의 숫자로 구성된 무적의 대검호전단!
바로 그들이 나타난 것이었다.
"검왕… 천위군단! 네놈들이 암습을…!"
금황신후 금사란은 이를 갈았다.
허나,
그 사이,
스스슥…!
백의의 검수들이 무수히 그녀를 에워싸고 말았다.
금황신후 금사란!
그녀는 암습으로 인해 이미 어깨외 허리의 백의가 핏물로 젖어들고 있었다.
더욱이,
그녀가 끼고 있는 검해옥신룡 우문룡은 그야말로 위급한 지경에 처해 있었다.
원래 부상을 당한 데다가, 가슴 부위에 깊숙이 유엽비도 한 자루가 박혀 있는 것이 아닌가?
(아직 죽지는 않았지만… 조금만 지나면 생명을 보장 못한다!)
금사란은 마음이 조급해졌다.
그 때,
슥…!
백의검수 중 한 명의 금포청년이 앞으로 나섰다.
"금황신후! 검해옥신룡을 넘겨라!"
한데, 그 순간,
"후후. 천수비검신! 혁천위의 개였군!"
"후훗! 우선 보기 싫은 놈들부터 치워 버려야겠군!"
화르르!
허공으로부터 날아내리는 두 인물은 뇌정마룡와 비천무룡이었다.
천하에서 가장 강인한 힘을 지닌 자와 빠른 발을 지닌 자들.
콰르르!
쉬아악!
그들은 날아내리기 무섭게 검왕천위군단을 쓸어갔다.
쩌쩌쩡!
대기를 찢으며 비행하는 뇌정철패강륜(雷霆鐵覇剛崙)과,
촤아아…!
허공을 부수며 짖쳐드는 묵붕철도(墨鵬鐵刀)!
"피… 피하라!"
"캐애액!"
콰쾅!
쿠르르르르…!
삽시간에 검왕천위군단 중 십여 명이 피모래에 화해 흩날려갓다.
천수비검신(千手飛劒神) 장무검(張無鈐)!
비검술의 일인자!
그 자의 몸에는 일천에 달하는 비검이 감춰져 있었다.
아울러,
그는 검왕천위군단의 부단주 지위를 가진 자였다.
"모두 겁먹지 말고 대적하랏!"
피피피핑!
그는 삽시간에 백여 자루의 비검을 날리며 수하들을 독려했다.
이 자리에 있는 검왕천위군단은 백여 명 정도였다.
"차앗! 대륙육패천인이라면 몰라도 어린 용에게 뒤를 보이지는 말라!"
천수비검신의 독려에,
"검왕은 위대하다!"
"십자의 검세에 대항하는 모든 적은 부서라!"
창! 차창!
살아남은 검왕천위군단의 검수들은 정신을 추스리며 검을 뽑아 대항해갔다.
그러나,
"뇌(雷)를 아는가? 벽력천폭뢰(霹靂天爆雷)!"
뇌정마룡의 장심에서 수천, 수만 줄기의 벽력이 일었다.
콰---르르릉!
쿠--아아앙---!
비천묵룡도 뒤지지 않았다.
"흐흣! 지상에서 가장 빠른 도를 보았는가? 묵붕---비섬폭!"
패--애--액!
반월형인 듯도 하고,
어찌 보면 새의 부리와도 같은 기형묵도가 대기를 찢었다.
"크-아-악!"
"캐---애액!"
처절한 비명이 울리고,
퍼--퍼퍽!
피가 대지를 혈색으로 칠해 갔다.
검왕천위군단!
그들이 아무리 강하다 허나 어찌 뇌정마계와 묵붕천비영이라는 대천세의 소종사들을 감당할 수 있겠는가?
천수비검신 장무검!
꺾일 것 같지 않았던 그의 기세는 이 순간 꺾이고 말았다.
(역시… 용은 용이다! 어릴지라도… 본좌의 상대가 아니다!)
화르르…!
그 자는 뒤로 물러서며 외쳤다.
"분하지만… 일단 물러서랏!"
스스슥…!
쐐--액!
그를 위시한 살아남은 오십여 명의 검왕천위군단이 썰물같이 빠져나갔다.
"하하핫!"
"으하핫…! 비검한 놈들!"
뇌정마룡과 비천묵룡은 비릿한 조소를 흘렸다.
이어,
그들은 금황신후를 두고 마주섰다.
"그대를 핍박하여 황금대야의 화를 돋구고 싶지는 않으니… 어서 놈을 넘기시오!"
"…!"
진퇴양난!
금사란은 핼쓱해진 신색으로 봉목을 굴렸다.
한데,
바로 그 순간,
"쯧! 고약한 것들! 인명이 경각에 있거늘…!"
우르르…!
한 소리 뇌정 같은 철사후가 대기를 떨어울리고…
쐐--액!
한 줄기 바람이 그들의 곁을 스쳤다.
"이 친구는 본인이 데려가겠다!"
멍하니 있는 금황신후는 손에서 늘어져 있던 검해옥신룡이 빠져감을 느꼈다.
"어--맛!"
그녀는 대경하여 교음을 터뜨렸다.
한 줄기 묵영이 십여 장 밖으로 미끄러져 나가는 모습이 삼 인의 눈으로 투영되었다.
그제서야 뇌정마룡과 비천묵룡은 흠칫하며 신형을 날렸다.
"내려 놓아랏!"
"감히…!"
쐐--액!
슷…!
그들은 동시에 묵영을 뒤쫓아 신형을 폭사시켰다.
그리고,
콰--르르릉---!
쩌--어--엉!
두 줄기…
가공할 벽력뇌강과 묵광도강이 묵영을 휩쓸었다.
순간,
"하늘이 높음과 대해가 깊음을 모르는 철부지들!"
묵영은 천천히 신형을 돌렸다.
하후미린!
그의 왼쪽 옆구리에는 예의 검해옥신룡이 끼어 있었다.
슥…!
그는 서서히 우수를 치켜올렸다.
"그대들의 부친을 대신하여 따끔함을 보여 주리라!"
쩌--르르르…!
하후미린의 손 끝에서 시퍼런 광전이 일고…
쩌---엉!
그것은 어느새 허나의 뇌전검형으로 화해 있었다.
"천년제왕검! 가---랏!"
쩌--쩌---쩡!
벼락같이 내던져지는 가공할 뇌검기!
콰--드드득!
그 뇌정검혈강은 뇌정마룡과 비천묵룡이 내친 공세를 부수며 짓쳐 나갔다.
순간,
퍼-어--억!
둔중한 파열음이 터지고,
"으--윽!"
"큭!"
화--드득!
뇌정마룡과 비천묵룡은 실 끊어진 연처럼 지면을 나뒹굴었다.
"크--윽! 이럴 수가…!"
뇌정마룡은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듯 불신의 눈으로 하후미린을 올려보았다.
입가로 흐르는 핏줄기를 닦을 생각도 못한 채,
"으으…!"
그것은 비천묵룡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의 부상은 심각할 지경이었다.
허나,
그들이 생명이나마 부지할 수 있었던 것은 하후미린의 손속에 인정을 두었기 때문이었다.
하후미린은 그들을 직시하며 차갑게 일갈을 터뜨렸다.
"시간이 없어 한 번의 교훈으로 끝낸다!"
그말이 채 끝나기도 전,
그는 재차 낙뢰와 같은 뇌정검강류를 세 방향으로 뻗어 내었다.
번---쩍!
쐐--애--액!
그것은 실로 순식간의 일이었다.
허나,
쿠---쿵!
콰르르릉----!
만 근 화약이 터지듯 일시에 세 곳의 거석이 가루가 되어 부서져 나갔다.
그러자,
"우엑--!"
"크---윽!"
"욱! 알고 있었다니…!"
거석 뒤에 숨었던 각기 세 부류의 인물들이 피를 토하며 나뒹구는 것이 보였다.
아!
그들은 조금 전 사라진 줄 알았던 혈영수라와 검왕천위군단,
그리고, 전혀 예상 밖의 인물들인 혈의의 살수들이었다.
---신비혈련!
바로 그 신비로운 혈비세의 살수군단!
스스슥…!
하후미린은 더 이상 지체않고 몸을 날렸다.
어찌… 알 수 있겠는가?
---천 년… 제왕검!
일천 년의 장인혼이 서린 제왕지존검!
그것이 천 년의 시공을 깨고 초현하여 떨쳐진 신위!
그 무위는 가히 무적의 검세였던 것이었다.
이윽고,
중인들이 정신을 차렸을 때,
하후미린은 어느새 일천 장 밖을 날고 있었다.
"으…!"
"저런 고수가 있었다니…!"
그 누구도 하후미린의 뒤를 따르지 못했다.
아니, 따를 엄두조차 내지 못하였다.
다만, 전신과도 같은 그 존재에 대한 두려움으로 망연히 사라져가는 뒷모습만을 주시할 뿐,
그리고…
"그 분… 이야…!"
금황신후 금사란!
여인은 몽롱한 시선으로 하후미린의 뒷모습을 쫓고 있었다.
안타까움의 빛이 서려 있었다.
그녀는 스쳐간 하후미린의 얼굴을 보자, 반가움과 함께 온몸의 힘이 빠져나감을 느꼈다.
이끼 낀 동굴의 안,
하후미린은 아연하여 입을 다물지 못했다.
"여자였는가…?"
예상밖의 사태에 그는 당황하고 있었다.
지금,
그의 앞에는 한 인물이 죽은 듯 누워 있었다.
검해옥신룡 우문룡!
검해의 소종사인 바로 그였다.
한데, 유엽비도가 뽑혀져 있는 그의 가슴,
옷자락이 풀어 헤쳐져 있었고,
가슴은… 하얀 헝겊으로 단단히 조여져 있었으니…
그것은 붉은 핏물로 젖어 들어 있었다.
난감한 표정으로 그것을 내려보던 하후미린,
그는 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손을 뻗었다.
"생명이 경각이니… 우선은 살려 놓고 볼일이지!"
툭---!
그는 핏물에 젖은 헝겊의 일부를 잡아당겼다.
순간,
출--렁!
잔뜩 억눌려 있는 고무공이 튀어나오듯 솟구쳐 오르는 새하얀 육질덩어리,
오오… 그것은 사내가 가질 수 없는 탐스런 수밀도가 아닌가?
거대했다.
여인… 남장여인의 체구는 그리 큰 것이 아니었다.
한데,
그녀의 가슴에서 솟아오른 융기는 비대하리만치 큰 유방이었던 것이다.
탐스럽고 통통한 탄력감이 넘치는 유방,
허나, 그 두 개 육봉의 사이엔 끔찍하게 예리한 검흔에 의해 갈라져 있었다.
뼈마저 보일 정도의 깊은 상흔,
뭉클…!
하후미린은 소중한 보물을 쥐듯 두 개의 유방을 감싸 쥐었다.
손바닥 가득히 전해지는 부드러운 감촉,
터질 듯 거대하고 탄력적인 유방은 하후미린의 두 손 사이를 비집고 나올 정도였다.
그러나, 그 감촉은 부드럽기 그지없었다.
"훗…! 검해옥신룡이 아니라… 검해옥봉이로군!"
하후미린은 실소를 흘리며 내력을 끌어 올렸다.
순간,
휘--류류류!
하후미린의 장심으로부터 자색의 서기가 피어 오르며 유방을 감싸는 것이 아닌가?
아울러, 동굴을 진동시키는 향기로운 영기는 한 모금만 맡아도 심신이 날아갈 듯 청량했다.
--자령천약기!
그것은… 오직 하후미린만이 펼칠 수 있는 최고의 치료법이었다.
천약종이 알고 있는 신농의서의 최고의술!
일천 종의 영약을 복용한 자가 그 자신의 체내에 담긴 영기로써 시술하는 비의술!
하후미린은 무적의 철혈패천력도를 얻었고, 그 미증유의 천년거력은 하후미린에게 가히 전능의 능력을 부여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는 초유로 자신의 힘을 사용하여 그 천고의 신비의술을 펼치고 있는 것이었다.
…
얼마의 시각이 흘렀을까?
스스스…!
자색의 영기가 다시금 사라지고,
드러나는 여인의 육봉,
한데… 깨끗했다.
흉측하게 벌어져 있던 여인의 가슴은 백옥같이 매끈한 피부로 환원되어 있지 않은가?
그리고,
"음…!"
가벼운 신음과 함께 여인은 봉목을 떴다.
순간,
부르르…!
여인의 교구가 사시나무 떨리듯 경련했다.
풀어 헤쳐진 앞섶,
단단하게 조여졌던 헝겊의 기운은 사라져 있었고, 자신의… 십팔 년을 고이 간직해 왔던 소중한 유방, 그것이 사내의 두 손에 장악되어 있음을 어찌 느끼지 못하겠는가?
허나. 여인은 대담했다. 물론, 그녀가 발작하지 않은 이유는 자신의 소중한 부분을 잡고 있는 사내의 얼굴을 보았기 때문이었다.
(아…!)
내심으로 흐르는 탄성,
여인의 봉목은 몽롱하게 침식되어 갔다.
(이미… 이분은 날… 보았어!)
여인이… 여인으로서 부끄러움을 잃을 때는 오직 한 가지뿐이었다.
마음에 드는 사내에게 이미 자신의 소중한 부분을 허락했을 때 외엔 어찌 그럴 수 있겠는가?
(좋아! 놓치지 않겠어!)
여인은 결심하고 있었다.
검해의 소종사로서, 수많은 인물을 보아왔던 그녀였다.
어찌 모를 리 있겠는가?
자신의 눈앞에 있는 이 절세의 기남아가 하늘임을…
(아버님도… 이 분에 비한다면 아래이리라!)
여인이여,
아는가?
이 한 번의 결심으로 인해 하늘을 안을 수 있었음을…
문득,
"어엇! 정신을 차렸구료!"
하후미린은 그제서야 여인이 깨었음을 알고는 질색하여 황급히 손을 떼었다.
"미. 미안하외다! 사정이 급하여…"
하후미린은 쩔쩔매며 허둥거렸다.
"킥…!"
여인은 그런 그를 보며 웃음을 터뜨렸다.
이어,
"날… 책임지시겠지요?"
여인은 대담했다.
"이걸 만지신 것을 제 눈으로 봤는데… 발뺌하시지는 못할걸요!"
출렁…!
자신의 탐스런 유방을 받쳐 올리며 눈을 깜박이는 여인의 모습,
"허…!"
하후미린은 기가 막히고 말았다.
허나,
그런 그녀의 모습이 결코 천하거나 음탕하지 않았고,
오히려 괜찮은 기분이 들고 있었으니…
그 때,
"물론이에요! 그 분은 결코 동생을 거부할 만큼 도덕군자가 아니세요!"
조용한 여인의 옥음이 동굴을 울렸다.
"언니는…?"
여인은 흠칫하며 나타난 인영을 보았다.
수선화같이 담백한 아름다움을 지닌 여인,
어느새 검모 단리혜혜는 동굴 안에 들어와 있었다.
그녀는 잔잔한 미소를 띄우며 고개를 끄덕였다.
"난… 저이의 첩이에요!"
(그래…! 하늘을 나 혼자 차지한다는 것은 욕심일 뿐이야…)
여인은 실망을 느꼈으나 이내 마음을 풀었다.
그리고,
그녀는 하후미린을 버려둔 채 단리혜혜에게 다가가 안겨들었다.
"언니…! 전 우문하예요! 잘 이끌어 주세요!"
"호호! 나도 우문동생같이 예쁜 동생이 생겨서 좋아요."
이미, 그녀들은 친자매 이상으로 친숙해져 있었다. 그 이유는 오직 허나였다. 저… 뒷머리를 긁적이고 있는 사내를 통해서만 여인들은 허나가 될 수 있었던 것이었다.
(검해를 얻는다면… 저 분의 큰 힘이 되리라!)
단리혜혜는 하후미린을 보며 미소지었다.
아아, 그랬는가?
그녀는 이미 우문하가 남장여인이었음을 직감적으로 알고 있었다.
대륙육합천패의 모든 세력이 노리는 대륙의 제삼무림--검해!
그곳의 소종사이자,
초의사신객 우문비의 유일한 혈육,
그가 돌연 모든 내공을 잃고 범인이 되어 있는 지금 우문하는 상징적이거나 검해의 실질적인 지존이나 다름없지 않은가?
단리혜혜는 그것을 알고는 모른 체한 것이었다.
그 이유 또한 하나였다.
하후미린이 가야 할 길이 천하평정의 길이며, 그것을 편히 수행키 위해선 힘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실히 깨닫고 있었다. 사랑하는 정인의 상대는 너무도 강했기에…
문득,
"동생은… 어째서 그 망나니들에게 쫓긴 것이지?"
단리혜혜는 우문하를 보며 물었다.
순간,
"빠--득! 가증스러운 놈들…!"
우문하는 이를 갈며 살광을 번뜩였다.
독오른 암코양이와도 같이,
이어, 그녀는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대륙육합천패의 다툼에서 승리의 열쇠는 검해에 있기 때문이에요. 흑…!"
그녀는 서러운 듯 울먹이며 말을 이었다.
검해(劒海).
일갑자 전,
초의사신객 우문비에 의해 탄생된 대륙의 제삼무림계!
그들은 결성된 이래 정사 어디에고 속한 적이 없었다.
아울러,
그들에게는 군림의 야망 따위도 없었다.
한데,
풍운은 돌연 찾아들어 평화로움을 깨어 버렸다.
일 년 전,
일 대 일이라면 대륙육패천인 중 일 인이라도 지지 않는다는 초의사신객 우문비가 모든 내력을 상실해 버린 것이었다.
이후,
검해는 동요되었고,
검해의 모든 권위는 허나의 신물에 집중되었다.
검령천부---!
일갑자 전 만들어진 검해의 지존신물!
백만유랑검인군이 앙복하며 초의사신객 우문비에게 충성의 신물로 바쳤던 무상영부가 그것이었다.
그것을 초의사신객은 자신의 딸에게 넘겨준 것이었다.
우문하!
여인이었으되… 그녀가 여인임을 아는 자는 검해에서 열도 되지 않았다.
검해옥신룡이라는 이름으로 그녀는 철저히 사내처럼 행세해 왔던 것이었다.
한데,
육 개월 전부터 대륙육합천패의 압력이 가중되었고,
결국,
검해는 모종의 결단을 내리지 않으면 안 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결론은 내려졌다.
대륙의 대정지의가 모여 이룩된 십자검왕천에 도움을 청하기로 했고,
우문하는 대표로서 십자검왕천에 들었다.
허나,
그녀는 십자검왕천에 반 강제로 감금되다시피한 것이었고,
십자검왕천의 야망을 안 그녀는 필사의 탈출을 감행했다.
하후미린은 검미를 모았다.
"말하자면… 검령천부를 얻는 자가 대륙의 주인이란 말이군?"
우문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사실… 검해에는 헛된 명예를 내던져 버린 채. 오직 검에만 미친 검신검귀들이 우글거리고 있는 곳이에요!"
그녀의 봉목으로는 자부심이 팽배해 있었다.
"하지만… 대륙육합천인 같은 초인이 없기에… 수세에 몰리게 된 거예요!"
우문하는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아버님만 성하셨어도…"
그녀는 한숨을 쉬듯 말끝을 흐렸다.
이어,
그녀의 시선이 하후미린을 직시했다.
"뇌강풍을 비롯한 대륙육합천패의 망나니들을 물리치고 천첩을 구해 주신 것으로 보아… 상공께선 우주오대초인의 초인지예를 지니셨을 거예요…"
우문하는 확신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 그녀는 허리춤을 뒤져 허나의 소검을 꺼냈다. 여인의 노리개와도 같은 은으로 만든… 검이라기 보다는 비에 가까운 소검,
검신엔 한 마리 백호가 양각되어 있었고.
그 중앙에는 검령이라는 문자가 정교하게 새겨져 있었다.
"검령… 천부예요!"
우문하는 그것을 하후미린에게 내밀었다.
"어찌… 그것을…"
하후미린은 사양했으나 이미 그것을 강제로 하후미린의 수중에 쥐어지고 말았다.
검령천부를 하후미린에게 준 우문하는 머뭇거리며 단리혜혜를 바라보았다.
이어, 그녀는 목덜미를 붉히며 입을 열었다.
"언니… 난… 저분에게… 날… 드리고 … 싶어요…!"
그녀는 띄엄띄엄 말을 이었다.
이어,
스르르…!
우문하는 자신의 옷을 벗어 버리기 시작했다.
한데,
"호호…! 좋아요! 동생과 함께라면 오늘은 저이를 완전히 죽일 수 있을 거야!"
단리혜혜도 또한 열기어린 봉목으로 하후미린을 바라보며 옷고름을 푸는 것이 아닌가!
…
두 여인,
삼십대 초반의 농익은 육체와,
저 풋풋하고 싱그러운 처녀의 미끈한 알몸,
그녀들은 서로 손을 마주 잡은 채 하후미린을 향해 다가들었다.
"어… 어…!"
하후미린은 주춤주춤 뒤로 물러서고 있었다.
(대체… 요즘 여자들은 어째…)
그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문득,
턱…!
하후미린은 발 밑으로 무엇인가 걸리는 것을 느낌과 동시에 등 뒤로 엉덩방아를 찧고 말았다.
의자 높이만한 바위,
그것에는 부드러운 이끼가 깔려 있었고,
하후미린은 무심코 뒷걸음질치다 주저앉고 만 것이었다.
순간,
협공하듯 두 여인이 그의 몸을 안아들었고,
휘--익!
그의 옷자락은 여인의 손에 벗겨져 지면으로 나뒹굴고 말았다.
원초적인 상태의 세 남녀,
슥…!
두 여인은 사내의 양 다리를 잡으며 무릎을 꿇었다. 굴강한 사내의 허벅지가 양쪽에서 가해지는 힘에 의해 벌어지고…
"너무… 커…!"
질린 듯한 신음성이 우문하의 입술을 뚫고 흘러나왔다.
바위에 걸터앉은 자세로 다리를 벌리고 있는 하후미린,
그의 허벅지 사이에 무성한 수풀을 뚫고 우뚝 솟은 거대한 거목!
그것은… 이제껏 사내를 알지 못했던 우문하에게는 충격적일 정도로 거대한 거시었으니…
한데,
단리혜혜는 그 거목을 붙잡으며 머리를 들이밀고 있었다.
한껏 벌어지는 입,
순간,
"읍! 응… 응…!"
단리혜혜는 숨이 막히는 듯한 비음을 토하며 목구멍까지 깊숙이 사내를 흡입시켰다.
그리고,
그녀는 능숙하게 머리를 움직였다.
"…!"
우문하는 그런 그녀의 입 속으로 사라졌다 드러나는 거대한 불기둥을 보며 봉목을 빛냈다.
"언니… 나도…!"
그녀는 숨을 몰아쉬며 말했고,
단리혜혜는 미소지으며 머리를 들어 올렸다.
여인의 타액이 묻은 채 그대로 우뚝 솟아 있는 거대한 화기!
슥…!
우문하는 조그만 입을 한껏 벌린 채 그것을 흡입시켰다.
"읍! 웅… 웅…!"
그녀의 조그만 입으로 사내의 그것이 모두 진입하기에는 벅찼다.
허나,
(타는 것 같아!)
우문하는 불칼을 입에 문 듯 화끈함과 함께 목구멍이 파열되는 듯한 아픔을 느끼며 그것을 맞이했다.
또륵…!
그런 그녀의 봉목으로는 투명한 이슬방울이 흘렀다.
고통,
(아--흑!)
사내의 손길에 그녀의 유방이 터뜨려질 듯 일그러지며 전해오는 아픔은 상상도 하기 힘들 정도였다.
그러나,
그 아픔 또한 충격으로 그녀를 감싸고 있었다.
(사랑스런 여인…)
하후미린은 점점 뜨거운 무엇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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