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왕20
제20장
사관돌파(邪關突破), 욕망(欲望)의 춤
계곡 안은 짙은 혈무(血霧)로 감추어져 섬뜩한 피내음(血香)과 심혼(心魂)마저 바스러뜨릴 정도의
가공할 사기(邪氣)가 은은히 피어오른다.
<혈혈(血血)... 사혼관(邪魂關)...>
계곡의 입구에는 화우성이 서 있었다.
"이곳인가? 제이의 관문이?"
화우성은 무심한 어조로 중얼거리며 걸음을 옮겼는데 그의 옆으로 스쳐가는 핏빛 대리석 하나가
있다.
<흐흐! 지옥밀야림(地獄密夜林)을 통관한 것을 경하한다.
돌아가라! 본 혈혈사혼관은 그대의 혼마저 철저히 부술 것이니 진정한 사혼자(死魂者)만이 들라!
일관 통과로 만족한 자는 손뼉을 세 번 쳐라!
그대를 맞이할 지옥사자가 인도하리라...
혈의환사(血衣幻邪) 섭령(攝靈)...>
비문을 음미하던 화우성의 눈가로 한 줄기 이채가 스쳤다.
"혈의환사 섭령! 백 년 전 사도대종사이자 중원이 낳은 최고의 절대사종주(絶代邪宗主)라는 그가
혈혈사혼관을 맡고 있었던가?"
말은 그렇게 하고 있었으나 화우성의 신형은 거침없이 핏빛 안개를 뚫고 사라져가고 있었다.
끝도 없이 펼쳐져 있는 피(血), 피, 피!
스으으!
핏물을 흠뻑 빨아들인 듯 혈무(血霧)는 더욱 짙어졌다.
"으으... 인간의 피를 빨아 죽이는 곳이다. 지옥도 이보단 나으리라... 헉! 헉!"
그 사이로 인영은 미친 듯 혈무를 헤집고 있었다.
스윽!
"케애액!"
한데 바닥의 질퍽거리는 핏물 속에서 한 개의 새하얀 소수(素手)가 치솟아 마치 창 끝에 고기를
꿰듯 인영의 항문으로부터 정수리에 이르기까지 관통시켰다. 겹쳐졌던 헝겊을 펼쳐들 듯 일어서
는 백색인간이다.
"끄르르! 백색사령(白色邪靈)은 피(血)가 있으면 무적이다!"
스르륵!
피부색도, 모발조차도 동공마저도 눈처럼 하얀 백색사령인 그의 신형은 녹아들 듯 핏물 속으로
잠겨들고 있었다.
백색(白色)의 공포 백색사령(白色邪靈)!
그것은 피와 절대사혼을 지닌 사령(邪靈)이었다. 무엇으로도 죽일 수 없으며 피가 있는 곳이라면
그 무엇도 부술 수 있다는 전설의 사인이다.
촤악!
하나의 소수가 잘려져 날아갔다.
"끄으! 환사(幻邪)님은 나의 신체를 벨 수 있는 것은 천하에 드물다고 했거늘, 끄르르!"
한 구의 백색사령이 잘려긴 자신의 좌수를 바라보고 있었다.
"크녠! 멍청이 같은 자식! 네놈의 몸이 금강천벽지신이라도 되는 줄 아느냐?"
금속을 긁는 듯한 탁음을 발하며 나타나는 적포인인 천마대불종으로 변신한 화우성이었다.
"환사님은 말씀하셨다! 한 번 공격 후 피한다면 놔주라고..."
스르르!
백색사령은 어린애가 울 듯한 음성을 발하며 핏물 속으로 사라져 갔다.
"녠! 공격하는 것은 네놈 마음이지만 갈 때는 내 방식대로 가야지!"
쩌쩌정!
화우성의 우수에서 한 줄기 뇌전광(雷電光)이 푹출했다.
"끼아악!"
요악스런 괴성을 지르며 백색사령은 새카맣게 타올랐다.
"녠! 별것도 아닌 놈이 귀신놀음을 해?"
화우성은 비릿한 살소를 흘리며 신형을 돌렸다.
스스으!
혈무는 스며들 듯 그의 전신을 에워쌌다.
(이십사 개의 천고절진을 배합시킨 혈라무무환혈진(血羅無無幻血陣)! 내공의 높음도 상관없이 이
목을 흐리고 환상 속에 헤매이다 질식해 죽는다!)
걸음을 옮기는 화우성의 금안은 어느새 감겨져 있는데 신체의 오감(五感)을 닫은 채 심안으로 사
물을 파악하고 있었다.
(백색공포 백색사령이 진(陣)의 관문마다 살수(殺手)를 드리우고 있다! 지금까지 내 손에 죽은 백
색사령은 열둘, 이젠 나타날 때가 되었을 텐데...)
화우성의 입가로 무엇인가 기다리는 듯한 그런 류의 의미있는 미소가 떠올랐다.
얼마나 걸어갔을까? 문득, 화우성은 뭔가 거대한 혈막(血幕)이 자신을 옭아드는 느낌을 받으며 두
눈을 떴다.
".....!"
스으으!
일렁이는 핏빛 혈무 사이로 언제부터인가 한 쌍의 섬뜩한 혈안이 둥실 떠 있었다.
"크흐흐! 감히 나의 사랑스런 자식들을 죽이다니..."
혈무 속에서 한 줄기 극사한 사음이 화우성의 귓가를 울렸다.
"녠! 나타났군! 혈의환사!"
화우성은 싸늘한 냉음을 발했다.
"크흐흐흐! 놈! 용서할 수 없다! 혈안사사멸폭광(血眼邪邪滅暴光)!"
파츠츳!
수천 수만 가닥의 혈안강(血眼剛)이 핏빛의 눈에서 폭출되어 전신으로 쇄도해 들었다.
"크녠! 백색사령 같은 요물을 만들어 인명을 살상하는 네놈을 요절내려고 마음먹었지! 천불이 노
하면 천하를 참한다! 천불만상천륙참(天佛萬像千戮斬)!"
우우우웅!
화우성의 전신에서 휘황한 금광을 발하는 일천 개의 금광수가 솟구치며 사위로 짓쳐나갔다.
콰콰콰쾅!
혈무는 제 빛을 잃고 천지에 찬란한 금광이 수놓인다.
"크아악!"
투두둑!
그 사이로 산산이 부서진 육편이 질펀한 바닥으로 낙엽처럼 떨어져 내렸다.
혈의환사(血衣幻邪)!
중원최고의 사인(邪人)은 비참한 종말 속에 죽어갔다.
한칸의 침실(寢室)-!
별다른 치장도 없는 이 침실은 그러나 세상에서 가장 화려하다고 해야할 것이다.
사방의 벽은 황금으로 발라져있고 온갖 보석으로 꿰어 만든 긴 주렴(珠簾)이 천정에서 드리워져
있다. 이 침실을 치장한 황금과 주렴의 값어치만도 족히 수백만 냥에 이를 것이다.
침실을 둘로 가르며 드리워진 오색 영롱한 주렴의 안쪽에는 하나의 넓직한 상아(象牙) 침상이 놓
여져 있었다. 그리고 그 화려하고 아늑한 침대 위에는 지금 한 명의 여인(女人)이 비스듬히 누워
있다.
요염(妖艶)의 극치! 뇌쇄(惱殺)라는 표현은 바로 그 여인을 위해 존재하리라.
삼단같은 머릿결을 풀어헤쳐 침상 위에 검은 수초처럼 퍼뜨린 여인은 용모부터 아주 특이했다.
그녀의 얼굴에는 모든 나이와 분위기가 공존하고 있는 것이다.
어찌보면 청순하고 가련한 십대 소녀같고 또 어찌보면 세속에 물들대로 물든 거리의 여자같은 도
발적인 분위기가 느껴진다.
정숙하고 우아한가 하면 또 백치같고 음탕한 창녀의 치태가 느껴지기도 하는 것이다.
만일 이 여인을 안는다면 상대는 그녀에게서 어린 소녀와 난숙한 중년여인, 왕후장상의 아내같은
우아한 귀부인의 기품과 홍등가의 창기같은 난잡한 희열을 동시에 맛볼 수 있을 것이다.
용모와 분위기는 그렇다고 쳐도 속살이 다 비치는 투명한 나삼(裸衫)을 통해 보이는 무르익은 그
녀의 육체는 보는 것만으로도 번뇌를 일으킬 정도로 강렬할 욕망의 덩어리, 그 자체였다.
여인의 체격은 전체적으로 훤칠해 보였다. 그리 큰 키는 아니지만 하체가 유달리 길고 늘씬하여
실제보다 상당히 커보이는 것이다.
반면 그녀의 몸매는 풍만 그 자체였다. 목은 사슴의 목 같이 길고 날렵하며 피부는 어린 아이의
살결같이 매끄럽고 보드랍다.
가녀린 목 아래쪽에 자리한 젖가슴은 흡사 젖오른 암소의 그것을 방불케 한다. 함지박을 엎어놓
은 듯 크고도 탐스런 젖무덤은 여인이 숨을 쉴 때마다 물결같이 출렁이고 있었다.
그 크고도 탄력 넘치는 젖무덤의 중간에는 검푸른 색을 띈 유실이 수줍게 떨고 있었다.
여인은 대수롭지 않은 동작 하나하나에도 요염한 교태가 배어 있었다. 그녀는 미려한 손놀림으로
삼단같이 풀어 흐트린 머리를 쓸어올리며 석류의 속같이 붉디붉은 입술을 살짝 열었다.
"호호! 이제 오는가? 지옥밀야림을 하루 만에 뚫고 혈혈사혼관을 반나절 동안에 박살낸 위인께
서...?"
여인의 봉목은 희열과 관능으로 활활 타오르기 시작했다.
"당신이 나 문미령(聞美玲)의 육체의 관문을 넘어설 철담의 소유자이기를 빈다 천마대불종!"
여인은 기대감마저 어린 눈길로 주렴의 바깥을 주시하고 있었다.
헌데, 문미령이라고 했던가?
-염후(艶后) 환락밀염후(歡樂蜜艶后) 문미령!
지옥십대혈작 중 서열 오 위(五位)이자 천하제일의 요물(妖物)로 일컬어지는 희대의 요부! 그녀의
한 번 눈짓에 일성(一城)이 뒤흔들리고 치마를 한 치만 걷어올린다면 세상 모든 사내들의 눈이
뒤집힌다고 알려진 욕망의 화신이었다.
그런 그녀는 지금 한 인물을 기다리고 있었다.
지금까지 단 육십사 인(六十四人) 만이 초주검이 되어 뚫은 지옥밀야림! 그 지옥밀야림을 림주인
식인마효마저 죽이고 뚫고 나왔으며, 오직 십삼 인(十三人) 만이 통과했던 혈혈사혼관을 지상최강
의 사인(邪人) 혈의환사를 분육시켜 버린 인물, 천마대불종을 그녀는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문미령은 목이 타는 듯 혀로 입술을 적셨다.
"호호! 나는 강(强)함을 사랑한다! 혈벌에 든 것도 그들이 지상에서 가장 강했기 때문이다! 부디
그가 나의 욕망지문을 깰 수 있기를 바란다."
일순, 여인의 말이 잠시 끊겼다. 구 척의 거신에 수초인 양 흩날리는 적발을 지닌 적면인이 그녀
의 면전에 내려섰기 때문이었다.
나타난 인물을 일별한 문미령의 입술 사이로 박속같이 하얀 치아가 살짝 드러났다.
"호호... 오셨군요! 천마대불종께옵서..."
여인은 천천히 교구를 일으키며 짤랑한 요소(妖笑)를 터뜨렸다.
(타고난 요물(妖物)이로군!)
염후 문미령의 터질듯한 육체를 일별한 천마대불종, 아니 화우성은 숨이 가빠옴을 느끼며 눈을
질끈 내리감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그러나 그는 그럴 수 없었다. 현재 그는 음탕하기로 천하에 적수가 드문 천마대불종이었기 때문
이다.
"크녠! 기막힌 요물덩어리로군! 너를 가지면 천옥마욕문(天獄魔慾門)은 통과하는 것인가?"
그는 짐짓 두 눈을 음탕하게 희번덕이며 염후 문미령의 탐스런 육체를 쓸어보았다.
"호호! 그래요! 천마대불종께옵선 소녀의 한 가지 춤을 끝까지 보시기만 하면 이번 관문을 통과하
시는 거예요!"
"춤(舞)이라고?"
화우성은 문미령의 말에 일순 어리둥절해 했다. 그러나 이내 그는 음탕한 음소를 발하며 문미령
의 굴곡있는 몸매를 훑어갔다.
"춤이라! 좋다! 어서 한 번 추어 보아라!"
이어 화우성은 느릿하게 벌렁 침상 위에 누웠다.
"어서 하라니까! 나는 이곳에서 감상하겠노라."
그의 안하무인격인 태도에 문미령은 냉소를 흘렸다.
"호호! 좋아요. 그럼 시작하겠어요."
이윽고, 그녀는 방의 한가운데에서 춤을 추기 시작했다.
춤(舞)! 절색의 우물이 춤을 춘다! 나비가 날 듯 가볍게 허공을 날고, 한 마리 잉어가 물 속을 유
영하듯이 부드러운 율동으로 몸의 곡선은 우아한 호선을 긋는다.
게다가, 한 쌍의 봉목(鳳目)은 사나이의 애간장을 녹일 듯이 호소한다. 철담의 장부라도 흐물거릴
듯한 환상적인 율동, 여인의 손동작 하나에도 지극한 염기(艶氣)가 넘쳐 흐른다.
그러다가 문미령은 화우성을 바라보고는 흠칫했다.
"아함!"
화우성이 마치 졸리운 듯 하품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어진 그의 말이 더욱 걸작이었
다.
"끌끌! 고작 그 따위 춤을 추려고 시간을 끄느냐? 천축에 두고 온 내 처첩들 중 네년보다 춤을
못 추는 년은 한 년도 없다! 더 이상 시간 끌지 말고 그냥 이리로 와서 본활불 품에 안기거라!"
그의 말에 문미령은 수치심으로 옥용이 새빨갛게 달아오르고 말았다.
(네놈이 정녕...! 좋다 그렇다면....!)
무슨 작정을 한 것일까? 순간, 그녀의 몸은 점점 더 깊게 굴곡을 이루며 춤동작이 판이하게 달라
지기 시작했다. 한 치씩 나의가 걷어 올려진다.
"하아!"
새빨간 앵두 입술 사이로는 끈적한 비음이 토해지고, 서서히 자그마한 발이 드러나는가 싶더니
나의는 차츰 올라가더니 종아리의 뽀얀 피부가 드러났다. 그것은 오히려 완전히 벗어던지는 것보
다는 더욱 유혹(誘惑)의 불을 당기고 있었다.
터질 듯 무르익은 여체가 허공을 누비고, 그러면서 보일 듯 말 듯 치마 사이로 드러나는 하얀 옥
주는 가히 천염의 미태였다.
(호호! 이제 됐겠지!)
속으로 자신있게 확신하며 고개를 돌리던 문미령은 그러나 오히려 멍해졌다.
"이봐! 벗으려면 시원스럽게 벗고 이리 와! 별로 예쁘지도 못하면서..."
천마대불종은 여전히 비릿한 조소를 흘리며 그녀를 보고 있었던 것이다.
자신에 차 있던 그녀는 화우성의 말에 피가 맺히도록 이를 악물었다. 이윽고, 이를 악문 그녀의
떨리는 손이 옷고름을 향했다.
사르르!
하나 둘 매미 껍질 같은 얇디얇은 여인의 옷자락이 흐느적거리는 무(舞)와 더불어 떨어져 내린다.
매끄러운 어깨의 곡선이 드러나더니, 치마마저도 육체와 이별하고, 여인의 몸에는 사내의 숨결을
흐트러 놓는 두 개의 요술 헝겊조각만이 남았다.
분홍빛 젖가리개와 빨간 삼각 헝겊, 그 안엔 이 세상 모든 남자들이 꿈에라도 그리는 신비가 존
재하고 있다.
허나, 화우성의 표정은 추호도 변함이 없었다. 다만, 진귀한 구경거리를 감상하듯 두 눈을 빛내고
있을 뿐이다.
흩날리는 머리카락 사이로 풍염한 둔부가 드러났다 사라지고, 새하얗게 뻗어내린 옥주가 교차하
는 지점엔 신비한 삼각 헝겊이 위태롭게 걸려 있다.
땀에 젖어 번들거리는 여체! 뉘라서 감탄하지 않을손가? 허나, 화우성은 여전히 변함이 없었다.
문미령은 이제 수치심이고 뭐고 없었다. 눈 앞의 이 얄밉고 가증스런 자식을 굴복시켜야겠다는
오기밖에는 없었다.
사르륵!
터질 듯 팽팽하게 부풀어 오른 젖가슴은 제 무게에 겨워 파르르 떨었고 몸의 율동과 묘한 조화를
이루며 출렁거리는 육봉의 곡선..
이때 만큼은 화우성도 가슴에서 치미는 불덩이를 간신히 눌러야 했다. 문미령의 춤은 요화대선무
(妖花大仙舞)였고, 그녀의 입에서는 천음환락소(天淫歡樂笑)가 흘렀다.
문득, 문미령은 눈물이 흐름을 느꼈다. 왜 눈물이 흐르는지를 몰랐다. 아니 알려고도 하지 않았다.
다만, 자신의 눈에서 눈물이 흐르게 만든 저 치사한 녀석이 저주스러울 뿐이다.
문미령의 손이 무의식적으로 아래로 내려갔다. 드디어 마지막 신비마저 벗겨지는 것인가? 헌데
바로 그 때였다.
"그만!"
돌연 화우성이 고함을 내질렀고 춤을 추던 문미령의 교구가 멈춰섰다. 그녀의 눈에는 의혹이 담
겨져 있었다.
"그대는 정녕 창녀(娼女)에 불과한 계집인가?"
준엄한 호통이었다.
그의 그 말이 터지자마자 문미령은 벽력이 자신의 머리를 내리치는 듯한 충격을 느꼈다.
"내가 창녀라고?"
그녀의 고개가 좌우로 세차게 흔들며 발악에 가까운 외침을 토했다.
"아니야! 나는 창녀가 아니야!"
그녀는 황급히 가슴을 가렸다.
"이미 볼 건 다 봤는데 가려서 뭐하나? 그렇다고 본 것이 무효가 되나?"
"당신, 흑!"
수치심에 떨던 문미령은 급기야 와락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반라의 몸으로 손으로 다 가릴 수
도 없는 풍만한 가슴을 부여잡고 떨며 흐느끼는 미녀를 본 적이 있는가?
문미령은 앞에 있는 놈이 죽이고 싶도록 미운 한편으로 자신이 서서히 빨려들어 가는 듯한 미묘
한 그 무엇이 가슴 밑바닥에 서서히 고개를 들고 있었다.
화우성이 천천히 침상에서 일어나 다가가자 염후 문미령은 몸을 움츠리며 그를 올려다봤다. 화우
성은 그런 그녀를 번쩍 안아들더니 침상 위로 냅다 집어던졌다.
털썩!
"어멋!"
반동으로 인해 침상이 비명을 지르고 경악성이 터졌다.
"당신, 정말!"
허나 그녀는 곧 체념한 듯 눈을 내리감았다.
헌데,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그에게는 아무런 반응이 없자 문미령은 살짝 눈을 떠 보다가 나쁜
짓을 하다가 들킨 어린아이처럼 화들짝 감았다.
화우성이 신비한 미소를 머금고 서 있지 않은가?
(후후! 보기보다는 순수한 면도 있군!)
내심 실소를 흘리던 화우성은 신형을 돌려 문미령이 춤을 추던 자리로 갔다.
"이제부터 내가 춤을 출 테니 잘 보아라!"
갑자기 변한 화우성의 말투에 문미령은 살짝 눈을 떴고 화우성이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녀는 남자가 추는 춤이 이토록 아름다울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적포가 학의 날개같이 두
발이 허공을 가르며 펄럭이고 양손이 하늘거린다.
"아아!"
지켜보던 문미령의 입에서 절로 감탄성이 터졌다. 순수하면서도 아름다운 춤에 그녀는 부끄러웠
다.
화우성은 그녀를 보며 빙긋 웃었다.
"녠! 이제부터는 달라지니 정신을 바짝 차려랏!"
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몸이 회전하기 시작했다. 폭발적인 염무(艶舞)... 이제까지와는 전혀
다른 사이한 춤이었다. 손동작 하나하나에 유혹의 물결이 번져나오고, 펄럭이는 옷자락마다 욕정
에 몸부림치는 비음이 흘러나온다.
문미령의 두 눈이 점점 뜨겁게 달아올랐다.
"아음!"
입에서는 쌔액쌔액 숨가쁜 소리가 나오고, 두 손으로 가리고 있던 가슴도 어느덧 선명하게 드러
났다.
"그만! 그만하세요!"
화우성이 신형을 세우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순간,화우성의 춤에 달아오를대로 달아오른 문미령이 토끼처럼 품에 날아들었다.
"아아!"
그녀의 입에서는 불길을 토하듯 뜨거운 단내가 훅훅거렸고 화우성은 그녀를 끌어안으며 삼단같은
머리를 쓸어내렸다.
"이제 그대를 가져도 되겠지?"
화우성의 음성은 항거할 수 없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화우성은 딴에는 무게를 잡고 말했는데 그
모든 말이 쓸데없는 것이었다.
문미령의 뱀처럼 부드러운 손은 이미 그의 적포 속을 뚫고 들어가 뱀보다도 영활하고 여우보다도
간교하게 미끄러지듯 화우성의 전신을 샅샅이 탐험하고 있었다.
"으음!"
화우성의 입에서도 묵직한 탄성이 터졌고 문미령의 야릇한 신음이 실내를 뜨겁게 했다. 화우성은
오늘에야 처음으로 남자도 여자 이상으로 민감하여, 여자 이상으로 절정의 흥분을 맛볼 수 있다
는 사실을 깨달았다.
문미령은 온몸으로 화우성의 전신을 뜨겁게 불질렀다. 그의 욕망의 상징은 이미 극한까지 팽창하
여 용트림을 하고 있었다. 마치 불에 달군 쇳덩이같이 뜨겁고 단단한 그의 일물은 지금껏 숱한
사내를 격어온 문미령에게도 경이 그 자체였다.
문미령은 화우성의 발치에 무릎을 꿇고 그의 중심부로 얼굴을 가져갔다. 그리고는 화우성의 실체
를 소중히 보듬어 쥐고는 붉은 입술을 한껏 벌렸다.
"허억!"
한순간, 화우성의 입에서 숨넘어가는 듯한 신음성이 터졌다. 그의 전신은 나무토막같이 뻗뻗해지
고 두손은 자신도 모르게 문미령의 삼단같은 머리카락을 움켜쥐었다.
수많은 연체동물이 휘감아대는 듯한 그 강렬한 감촉, 적당히 잘근거리고 흡인하며 휘감아대는 문
미령의 기교에는 천하의 화우성도 견딜 재간이 없었다.
(흐윽!)
일순 문미령은 입 안이 터지는 듯한 느낌에 숨이 막혔다. 풍선같이 부풀어 오르는 입 안의 이물
질, 어떤 위기감을 느꼈으나 그녀는 입을 떼지 않았다.
직후 강렬한 사내의 내음과 함께 용암같은 분출이 그녀의 목젖을 강타했다. 그 뜨겁고도 강렬한
분출감에 문미령은 숨이 턱턱 막히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도 그녀는 분출이 끝날 때까지 결코 입
술을 떼지 않았다.
이윽고 격렬했던 분출도 끝나고 문미령은 내심 득의의 포정을 지으며 입술을 닦았다. 붉은 혀로
입술을 핥는 그녀의 모습은 흡사 포식한 암코양이같았다. 하지만 그녀의 득의는 오래가지 못했다.
"하악!"
그녀의 육체가 사내의 거친 손길에 의해서 거칠게 침상 위에 팽개쳐진 때문이다.
"흐흐...!"
방자하게 다리를 벌리고 침대 위에 넘어진 그녀에게로 이글거리는 눈빛을 토하며 화우성이 다가
섰다.
그런 그를 보며 문미령의 두 눈이 불신으로 부릅떠졌다. 그녀는 본 것이다. 화우성의 실체가 여전
히, 아니 처음보다 더 강렬한 기세로 곤두서서 꿈틀대고 있는 것을!
"안...안 돼요!"
흡사 우마(牛馬)의 그것같은 화우성의 실체에 문미령은 자신도 모르게 공포에 질려 몸을 움추렸
다.
하지만 화우성은 용서가 없었다.
"아악!"
문미
사관돌파(邪關突破), 욕망(欲望)의 춤
계곡 안은 짙은 혈무(血霧)로 감추어져 섬뜩한 피내음(血香)과 심혼(心魂)마저 바스러뜨릴 정도의
가공할 사기(邪氣)가 은은히 피어오른다.
<혈혈(血血)... 사혼관(邪魂關)...>
계곡의 입구에는 화우성이 서 있었다.
"이곳인가? 제이의 관문이?"
화우성은 무심한 어조로 중얼거리며 걸음을 옮겼는데 그의 옆으로 스쳐가는 핏빛 대리석 하나가
있다.
<흐흐! 지옥밀야림(地獄密夜林)을 통관한 것을 경하한다.
돌아가라! 본 혈혈사혼관은 그대의 혼마저 철저히 부술 것이니 진정한 사혼자(死魂者)만이 들라!
일관 통과로 만족한 자는 손뼉을 세 번 쳐라!
그대를 맞이할 지옥사자가 인도하리라...
혈의환사(血衣幻邪) 섭령(攝靈)...>
비문을 음미하던 화우성의 눈가로 한 줄기 이채가 스쳤다.
"혈의환사 섭령! 백 년 전 사도대종사이자 중원이 낳은 최고의 절대사종주(絶代邪宗主)라는 그가
혈혈사혼관을 맡고 있었던가?"
말은 그렇게 하고 있었으나 화우성의 신형은 거침없이 핏빛 안개를 뚫고 사라져가고 있었다.
끝도 없이 펼쳐져 있는 피(血), 피, 피!
스으으!
핏물을 흠뻑 빨아들인 듯 혈무(血霧)는 더욱 짙어졌다.
"으으... 인간의 피를 빨아 죽이는 곳이다. 지옥도 이보단 나으리라... 헉! 헉!"
그 사이로 인영은 미친 듯 혈무를 헤집고 있었다.
스윽!
"케애액!"
한데 바닥의 질퍽거리는 핏물 속에서 한 개의 새하얀 소수(素手)가 치솟아 마치 창 끝에 고기를
꿰듯 인영의 항문으로부터 정수리에 이르기까지 관통시켰다. 겹쳐졌던 헝겊을 펼쳐들 듯 일어서
는 백색인간이다.
"끄르르! 백색사령(白色邪靈)은 피(血)가 있으면 무적이다!"
스르륵!
피부색도, 모발조차도 동공마저도 눈처럼 하얀 백색사령인 그의 신형은 녹아들 듯 핏물 속으로
잠겨들고 있었다.
백색(白色)의 공포 백색사령(白色邪靈)!
그것은 피와 절대사혼을 지닌 사령(邪靈)이었다. 무엇으로도 죽일 수 없으며 피가 있는 곳이라면
그 무엇도 부술 수 있다는 전설의 사인이다.
촤악!
하나의 소수가 잘려져 날아갔다.
"끄으! 환사(幻邪)님은 나의 신체를 벨 수 있는 것은 천하에 드물다고 했거늘, 끄르르!"
한 구의 백색사령이 잘려긴 자신의 좌수를 바라보고 있었다.
"크녠! 멍청이 같은 자식! 네놈의 몸이 금강천벽지신이라도 되는 줄 아느냐?"
금속을 긁는 듯한 탁음을 발하며 나타나는 적포인인 천마대불종으로 변신한 화우성이었다.
"환사님은 말씀하셨다! 한 번 공격 후 피한다면 놔주라고..."
스르르!
백색사령은 어린애가 울 듯한 음성을 발하며 핏물 속으로 사라져 갔다.
"녠! 공격하는 것은 네놈 마음이지만 갈 때는 내 방식대로 가야지!"
쩌쩌정!
화우성의 우수에서 한 줄기 뇌전광(雷電光)이 푹출했다.
"끼아악!"
요악스런 괴성을 지르며 백색사령은 새카맣게 타올랐다.
"녠! 별것도 아닌 놈이 귀신놀음을 해?"
화우성은 비릿한 살소를 흘리며 신형을 돌렸다.
스스으!
혈무는 스며들 듯 그의 전신을 에워쌌다.
(이십사 개의 천고절진을 배합시킨 혈라무무환혈진(血羅無無幻血陣)! 내공의 높음도 상관없이 이
목을 흐리고 환상 속에 헤매이다 질식해 죽는다!)
걸음을 옮기는 화우성의 금안은 어느새 감겨져 있는데 신체의 오감(五感)을 닫은 채 심안으로 사
물을 파악하고 있었다.
(백색공포 백색사령이 진(陣)의 관문마다 살수(殺手)를 드리우고 있다! 지금까지 내 손에 죽은 백
색사령은 열둘, 이젠 나타날 때가 되었을 텐데...)
화우성의 입가로 무엇인가 기다리는 듯한 그런 류의 의미있는 미소가 떠올랐다.
얼마나 걸어갔을까? 문득, 화우성은 뭔가 거대한 혈막(血幕)이 자신을 옭아드는 느낌을 받으며 두
눈을 떴다.
".....!"
스으으!
일렁이는 핏빛 혈무 사이로 언제부터인가 한 쌍의 섬뜩한 혈안이 둥실 떠 있었다.
"크흐흐! 감히 나의 사랑스런 자식들을 죽이다니..."
혈무 속에서 한 줄기 극사한 사음이 화우성의 귓가를 울렸다.
"녠! 나타났군! 혈의환사!"
화우성은 싸늘한 냉음을 발했다.
"크흐흐흐! 놈! 용서할 수 없다! 혈안사사멸폭광(血眼邪邪滅暴光)!"
파츠츳!
수천 수만 가닥의 혈안강(血眼剛)이 핏빛의 눈에서 폭출되어 전신으로 쇄도해 들었다.
"크녠! 백색사령 같은 요물을 만들어 인명을 살상하는 네놈을 요절내려고 마음먹었지! 천불이 노
하면 천하를 참한다! 천불만상천륙참(天佛萬像千戮斬)!"
우우우웅!
화우성의 전신에서 휘황한 금광을 발하는 일천 개의 금광수가 솟구치며 사위로 짓쳐나갔다.
콰콰콰쾅!
혈무는 제 빛을 잃고 천지에 찬란한 금광이 수놓인다.
"크아악!"
투두둑!
그 사이로 산산이 부서진 육편이 질펀한 바닥으로 낙엽처럼 떨어져 내렸다.
혈의환사(血衣幻邪)!
중원최고의 사인(邪人)은 비참한 종말 속에 죽어갔다.
한칸의 침실(寢室)-!
별다른 치장도 없는 이 침실은 그러나 세상에서 가장 화려하다고 해야할 것이다.
사방의 벽은 황금으로 발라져있고 온갖 보석으로 꿰어 만든 긴 주렴(珠簾)이 천정에서 드리워져
있다. 이 침실을 치장한 황금과 주렴의 값어치만도 족히 수백만 냥에 이를 것이다.
침실을 둘로 가르며 드리워진 오색 영롱한 주렴의 안쪽에는 하나의 넓직한 상아(象牙) 침상이 놓
여져 있었다. 그리고 그 화려하고 아늑한 침대 위에는 지금 한 명의 여인(女人)이 비스듬히 누워
있다.
요염(妖艶)의 극치! 뇌쇄(惱殺)라는 표현은 바로 그 여인을 위해 존재하리라.
삼단같은 머릿결을 풀어헤쳐 침상 위에 검은 수초처럼 퍼뜨린 여인은 용모부터 아주 특이했다.
그녀의 얼굴에는 모든 나이와 분위기가 공존하고 있는 것이다.
어찌보면 청순하고 가련한 십대 소녀같고 또 어찌보면 세속에 물들대로 물든 거리의 여자같은 도
발적인 분위기가 느껴진다.
정숙하고 우아한가 하면 또 백치같고 음탕한 창녀의 치태가 느껴지기도 하는 것이다.
만일 이 여인을 안는다면 상대는 그녀에게서 어린 소녀와 난숙한 중년여인, 왕후장상의 아내같은
우아한 귀부인의 기품과 홍등가의 창기같은 난잡한 희열을 동시에 맛볼 수 있을 것이다.
용모와 분위기는 그렇다고 쳐도 속살이 다 비치는 투명한 나삼(裸衫)을 통해 보이는 무르익은 그
녀의 육체는 보는 것만으로도 번뇌를 일으킬 정도로 강렬할 욕망의 덩어리, 그 자체였다.
여인의 체격은 전체적으로 훤칠해 보였다. 그리 큰 키는 아니지만 하체가 유달리 길고 늘씬하여
실제보다 상당히 커보이는 것이다.
반면 그녀의 몸매는 풍만 그 자체였다. 목은 사슴의 목 같이 길고 날렵하며 피부는 어린 아이의
살결같이 매끄럽고 보드랍다.
가녀린 목 아래쪽에 자리한 젖가슴은 흡사 젖오른 암소의 그것을 방불케 한다. 함지박을 엎어놓
은 듯 크고도 탐스런 젖무덤은 여인이 숨을 쉴 때마다 물결같이 출렁이고 있었다.
그 크고도 탄력 넘치는 젖무덤의 중간에는 검푸른 색을 띈 유실이 수줍게 떨고 있었다.
여인은 대수롭지 않은 동작 하나하나에도 요염한 교태가 배어 있었다. 그녀는 미려한 손놀림으로
삼단같이 풀어 흐트린 머리를 쓸어올리며 석류의 속같이 붉디붉은 입술을 살짝 열었다.
"호호! 이제 오는가? 지옥밀야림을 하루 만에 뚫고 혈혈사혼관을 반나절 동안에 박살낸 위인께
서...?"
여인의 봉목은 희열과 관능으로 활활 타오르기 시작했다.
"당신이 나 문미령(聞美玲)의 육체의 관문을 넘어설 철담의 소유자이기를 빈다 천마대불종!"
여인은 기대감마저 어린 눈길로 주렴의 바깥을 주시하고 있었다.
헌데, 문미령이라고 했던가?
-염후(艶后) 환락밀염후(歡樂蜜艶后) 문미령!
지옥십대혈작 중 서열 오 위(五位)이자 천하제일의 요물(妖物)로 일컬어지는 희대의 요부! 그녀의
한 번 눈짓에 일성(一城)이 뒤흔들리고 치마를 한 치만 걷어올린다면 세상 모든 사내들의 눈이
뒤집힌다고 알려진 욕망의 화신이었다.
그런 그녀는 지금 한 인물을 기다리고 있었다.
지금까지 단 육십사 인(六十四人) 만이 초주검이 되어 뚫은 지옥밀야림! 그 지옥밀야림을 림주인
식인마효마저 죽이고 뚫고 나왔으며, 오직 십삼 인(十三人) 만이 통과했던 혈혈사혼관을 지상최강
의 사인(邪人) 혈의환사를 분육시켜 버린 인물, 천마대불종을 그녀는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문미령은 목이 타는 듯 혀로 입술을 적셨다.
"호호! 나는 강(强)함을 사랑한다! 혈벌에 든 것도 그들이 지상에서 가장 강했기 때문이다! 부디
그가 나의 욕망지문을 깰 수 있기를 바란다."
일순, 여인의 말이 잠시 끊겼다. 구 척의 거신에 수초인 양 흩날리는 적발을 지닌 적면인이 그녀
의 면전에 내려섰기 때문이었다.
나타난 인물을 일별한 문미령의 입술 사이로 박속같이 하얀 치아가 살짝 드러났다.
"호호... 오셨군요! 천마대불종께옵서..."
여인은 천천히 교구를 일으키며 짤랑한 요소(妖笑)를 터뜨렸다.
(타고난 요물(妖物)이로군!)
염후 문미령의 터질듯한 육체를 일별한 천마대불종, 아니 화우성은 숨이 가빠옴을 느끼며 눈을
질끈 내리감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그러나 그는 그럴 수 없었다. 현재 그는 음탕하기로 천하에 적수가 드문 천마대불종이었기 때문
이다.
"크녠! 기막힌 요물덩어리로군! 너를 가지면 천옥마욕문(天獄魔慾門)은 통과하는 것인가?"
그는 짐짓 두 눈을 음탕하게 희번덕이며 염후 문미령의 탐스런 육체를 쓸어보았다.
"호호! 그래요! 천마대불종께옵선 소녀의 한 가지 춤을 끝까지 보시기만 하면 이번 관문을 통과하
시는 거예요!"
"춤(舞)이라고?"
화우성은 문미령의 말에 일순 어리둥절해 했다. 그러나 이내 그는 음탕한 음소를 발하며 문미령
의 굴곡있는 몸매를 훑어갔다.
"춤이라! 좋다! 어서 한 번 추어 보아라!"
이어 화우성은 느릿하게 벌렁 침상 위에 누웠다.
"어서 하라니까! 나는 이곳에서 감상하겠노라."
그의 안하무인격인 태도에 문미령은 냉소를 흘렸다.
"호호! 좋아요. 그럼 시작하겠어요."
이윽고, 그녀는 방의 한가운데에서 춤을 추기 시작했다.
춤(舞)! 절색의 우물이 춤을 춘다! 나비가 날 듯 가볍게 허공을 날고, 한 마리 잉어가 물 속을 유
영하듯이 부드러운 율동으로 몸의 곡선은 우아한 호선을 긋는다.
게다가, 한 쌍의 봉목(鳳目)은 사나이의 애간장을 녹일 듯이 호소한다. 철담의 장부라도 흐물거릴
듯한 환상적인 율동, 여인의 손동작 하나에도 지극한 염기(艶氣)가 넘쳐 흐른다.
그러다가 문미령은 화우성을 바라보고는 흠칫했다.
"아함!"
화우성이 마치 졸리운 듯 하품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어진 그의 말이 더욱 걸작이었
다.
"끌끌! 고작 그 따위 춤을 추려고 시간을 끄느냐? 천축에 두고 온 내 처첩들 중 네년보다 춤을
못 추는 년은 한 년도 없다! 더 이상 시간 끌지 말고 그냥 이리로 와서 본활불 품에 안기거라!"
그의 말에 문미령은 수치심으로 옥용이 새빨갛게 달아오르고 말았다.
(네놈이 정녕...! 좋다 그렇다면....!)
무슨 작정을 한 것일까? 순간, 그녀의 몸은 점점 더 깊게 굴곡을 이루며 춤동작이 판이하게 달라
지기 시작했다. 한 치씩 나의가 걷어 올려진다.
"하아!"
새빨간 앵두 입술 사이로는 끈적한 비음이 토해지고, 서서히 자그마한 발이 드러나는가 싶더니
나의는 차츰 올라가더니 종아리의 뽀얀 피부가 드러났다. 그것은 오히려 완전히 벗어던지는 것보
다는 더욱 유혹(誘惑)의 불을 당기고 있었다.
터질 듯 무르익은 여체가 허공을 누비고, 그러면서 보일 듯 말 듯 치마 사이로 드러나는 하얀 옥
주는 가히 천염의 미태였다.
(호호! 이제 됐겠지!)
속으로 자신있게 확신하며 고개를 돌리던 문미령은 그러나 오히려 멍해졌다.
"이봐! 벗으려면 시원스럽게 벗고 이리 와! 별로 예쁘지도 못하면서..."
천마대불종은 여전히 비릿한 조소를 흘리며 그녀를 보고 있었던 것이다.
자신에 차 있던 그녀는 화우성의 말에 피가 맺히도록 이를 악물었다. 이윽고, 이를 악문 그녀의
떨리는 손이 옷고름을 향했다.
사르르!
하나 둘 매미 껍질 같은 얇디얇은 여인의 옷자락이 흐느적거리는 무(舞)와 더불어 떨어져 내린다.
매끄러운 어깨의 곡선이 드러나더니, 치마마저도 육체와 이별하고, 여인의 몸에는 사내의 숨결을
흐트러 놓는 두 개의 요술 헝겊조각만이 남았다.
분홍빛 젖가리개와 빨간 삼각 헝겊, 그 안엔 이 세상 모든 남자들이 꿈에라도 그리는 신비가 존
재하고 있다.
허나, 화우성의 표정은 추호도 변함이 없었다. 다만, 진귀한 구경거리를 감상하듯 두 눈을 빛내고
있을 뿐이다.
흩날리는 머리카락 사이로 풍염한 둔부가 드러났다 사라지고, 새하얗게 뻗어내린 옥주가 교차하
는 지점엔 신비한 삼각 헝겊이 위태롭게 걸려 있다.
땀에 젖어 번들거리는 여체! 뉘라서 감탄하지 않을손가? 허나, 화우성은 여전히 변함이 없었다.
문미령은 이제 수치심이고 뭐고 없었다. 눈 앞의 이 얄밉고 가증스런 자식을 굴복시켜야겠다는
오기밖에는 없었다.
사르륵!
터질 듯 팽팽하게 부풀어 오른 젖가슴은 제 무게에 겨워 파르르 떨었고 몸의 율동과 묘한 조화를
이루며 출렁거리는 육봉의 곡선..
이때 만큼은 화우성도 가슴에서 치미는 불덩이를 간신히 눌러야 했다. 문미령의 춤은 요화대선무
(妖花大仙舞)였고, 그녀의 입에서는 천음환락소(天淫歡樂笑)가 흘렀다.
문득, 문미령은 눈물이 흐름을 느꼈다. 왜 눈물이 흐르는지를 몰랐다. 아니 알려고도 하지 않았다.
다만, 자신의 눈에서 눈물이 흐르게 만든 저 치사한 녀석이 저주스러울 뿐이다.
문미령의 손이 무의식적으로 아래로 내려갔다. 드디어 마지막 신비마저 벗겨지는 것인가? 헌데
바로 그 때였다.
"그만!"
돌연 화우성이 고함을 내질렀고 춤을 추던 문미령의 교구가 멈춰섰다. 그녀의 눈에는 의혹이 담
겨져 있었다.
"그대는 정녕 창녀(娼女)에 불과한 계집인가?"
준엄한 호통이었다.
그의 그 말이 터지자마자 문미령은 벽력이 자신의 머리를 내리치는 듯한 충격을 느꼈다.
"내가 창녀라고?"
그녀의 고개가 좌우로 세차게 흔들며 발악에 가까운 외침을 토했다.
"아니야! 나는 창녀가 아니야!"
그녀는 황급히 가슴을 가렸다.
"이미 볼 건 다 봤는데 가려서 뭐하나? 그렇다고 본 것이 무효가 되나?"
"당신, 흑!"
수치심에 떨던 문미령은 급기야 와락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반라의 몸으로 손으로 다 가릴 수
도 없는 풍만한 가슴을 부여잡고 떨며 흐느끼는 미녀를 본 적이 있는가?
문미령은 앞에 있는 놈이 죽이고 싶도록 미운 한편으로 자신이 서서히 빨려들어 가는 듯한 미묘
한 그 무엇이 가슴 밑바닥에 서서히 고개를 들고 있었다.
화우성이 천천히 침상에서 일어나 다가가자 염후 문미령은 몸을 움츠리며 그를 올려다봤다. 화우
성은 그런 그녀를 번쩍 안아들더니 침상 위로 냅다 집어던졌다.
털썩!
"어멋!"
반동으로 인해 침상이 비명을 지르고 경악성이 터졌다.
"당신, 정말!"
허나 그녀는 곧 체념한 듯 눈을 내리감았다.
헌데,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그에게는 아무런 반응이 없자 문미령은 살짝 눈을 떠 보다가 나쁜
짓을 하다가 들킨 어린아이처럼 화들짝 감았다.
화우성이 신비한 미소를 머금고 서 있지 않은가?
(후후! 보기보다는 순수한 면도 있군!)
내심 실소를 흘리던 화우성은 신형을 돌려 문미령이 춤을 추던 자리로 갔다.
"이제부터 내가 춤을 출 테니 잘 보아라!"
갑자기 변한 화우성의 말투에 문미령은 살짝 눈을 떴고 화우성이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녀는 남자가 추는 춤이 이토록 아름다울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적포가 학의 날개같이 두
발이 허공을 가르며 펄럭이고 양손이 하늘거린다.
"아아!"
지켜보던 문미령의 입에서 절로 감탄성이 터졌다. 순수하면서도 아름다운 춤에 그녀는 부끄러웠
다.
화우성은 그녀를 보며 빙긋 웃었다.
"녠! 이제부터는 달라지니 정신을 바짝 차려랏!"
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몸이 회전하기 시작했다. 폭발적인 염무(艶舞)... 이제까지와는 전혀
다른 사이한 춤이었다. 손동작 하나하나에 유혹의 물결이 번져나오고, 펄럭이는 옷자락마다 욕정
에 몸부림치는 비음이 흘러나온다.
문미령의 두 눈이 점점 뜨겁게 달아올랐다.
"아음!"
입에서는 쌔액쌔액 숨가쁜 소리가 나오고, 두 손으로 가리고 있던 가슴도 어느덧 선명하게 드러
났다.
"그만! 그만하세요!"
화우성이 신형을 세우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순간,화우성의 춤에 달아오를대로 달아오른 문미령이 토끼처럼 품에 날아들었다.
"아아!"
그녀의 입에서는 불길을 토하듯 뜨거운 단내가 훅훅거렸고 화우성은 그녀를 끌어안으며 삼단같은
머리를 쓸어내렸다.
"이제 그대를 가져도 되겠지?"
화우성의 음성은 항거할 수 없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화우성은 딴에는 무게를 잡고 말했는데 그
모든 말이 쓸데없는 것이었다.
문미령의 뱀처럼 부드러운 손은 이미 그의 적포 속을 뚫고 들어가 뱀보다도 영활하고 여우보다도
간교하게 미끄러지듯 화우성의 전신을 샅샅이 탐험하고 있었다.
"으음!"
화우성의 입에서도 묵직한 탄성이 터졌고 문미령의 야릇한 신음이 실내를 뜨겁게 했다. 화우성은
오늘에야 처음으로 남자도 여자 이상으로 민감하여, 여자 이상으로 절정의 흥분을 맛볼 수 있다
는 사실을 깨달았다.
문미령은 온몸으로 화우성의 전신을 뜨겁게 불질렀다. 그의 욕망의 상징은 이미 극한까지 팽창하
여 용트림을 하고 있었다. 마치 불에 달군 쇳덩이같이 뜨겁고 단단한 그의 일물은 지금껏 숱한
사내를 격어온 문미령에게도 경이 그 자체였다.
문미령은 화우성의 발치에 무릎을 꿇고 그의 중심부로 얼굴을 가져갔다. 그리고는 화우성의 실체
를 소중히 보듬어 쥐고는 붉은 입술을 한껏 벌렸다.
"허억!"
한순간, 화우성의 입에서 숨넘어가는 듯한 신음성이 터졌다. 그의 전신은 나무토막같이 뻗뻗해지
고 두손은 자신도 모르게 문미령의 삼단같은 머리카락을 움켜쥐었다.
수많은 연체동물이 휘감아대는 듯한 그 강렬한 감촉, 적당히 잘근거리고 흡인하며 휘감아대는 문
미령의 기교에는 천하의 화우성도 견딜 재간이 없었다.
(흐윽!)
일순 문미령은 입 안이 터지는 듯한 느낌에 숨이 막혔다. 풍선같이 부풀어 오르는 입 안의 이물
질, 어떤 위기감을 느꼈으나 그녀는 입을 떼지 않았다.
직후 강렬한 사내의 내음과 함께 용암같은 분출이 그녀의 목젖을 강타했다. 그 뜨겁고도 강렬한
분출감에 문미령은 숨이 턱턱 막히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도 그녀는 분출이 끝날 때까지 결코 입
술을 떼지 않았다.
이윽고 격렬했던 분출도 끝나고 문미령은 내심 득의의 포정을 지으며 입술을 닦았다. 붉은 혀로
입술을 핥는 그녀의 모습은 흡사 포식한 암코양이같았다. 하지만 그녀의 득의는 오래가지 못했다.
"하악!"
그녀의 육체가 사내의 거친 손길에 의해서 거칠게 침상 위에 팽개쳐진 때문이다.
"흐흐...!"
방자하게 다리를 벌리고 침대 위에 넘어진 그녀에게로 이글거리는 눈빛을 토하며 화우성이 다가
섰다.
그런 그를 보며 문미령의 두 눈이 불신으로 부릅떠졌다. 그녀는 본 것이다. 화우성의 실체가 여전
히, 아니 처음보다 더 강렬한 기세로 곤두서서 꿈틀대고 있는 것을!
"안...안 돼요!"
흡사 우마(牛馬)의 그것같은 화우성의 실체에 문미령은 자신도 모르게 공포에 질려 몸을 움추렸
다.
하지만 화우성은 용서가 없었다.
"아악!"
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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