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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의 하루 2부-5

★숙의 하루 (제8부)★ 여교사 화장실에서 벌어진 일 ④

숙은 교무실에 들어서자마자 자기 책상 위에 놓인 가방을 뒤졌다. 팬티, 그리고.
..

어? 숙은 다시 한번 뒤져 보았다. 새것의 생리대가 보이지 않았다. 이상하네? 분
명 어제 넣었는데.... 아차, 그제서야 숙은 무릎을 쳤다. 어제 팬티를 가져갈까
말까 망설이느라고 - 패드를 챙긴다는 것을 깜박했구나!

어쩌지, 큰 일이었다. 그녀의 팬티 안 불안감은 예민한 신경 탓인지 자꾸 팽배하
는 느낌이었다. 할 수 없군... 누구에게 빌려야지. 혹 준비성 있는 여자인 경우
에 불의의 상황을 대비하여 그것 하나 정도는 항상 챙겨두는 사람이 있다. 늘상
여자라면 누구든 공통된 월중행사니까, 아마 여기 교무실 안의 누군가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가방 속이 아니라면 최소한 책상서랍 안에라도.

숙은 고개를 들어 교무실 안을 둘러 보았다. 하지만 점심시간 탓인가, 몇몇 남자
선생들이 식후의 담배를 물고 있는 모습은 보여도 여선생들은 오늘따라 유달리
눈에 띄지 않았다. 물론 찾아보면 나이 든 중년 유부녀 여선생이나 노처녀 여선
생들이 어딘가에 있겠지만, 괜스리 임시교사인 그녀와 친하지도 않고 또 괜히 준
비성 없는 여자로 생각되어지는 것이 싫은 그녀였다.

학교 밖의 상점까지 가기에는 너무 멀다. 지금도 아슬아슬한 느낌인데, 그곳까지
갔다오는 동안에 정말로 속옷에 불상사가 생길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 때였다.
천만다행으로 아는 얼굴이 교무실로 들어서고 있었다.

-어머, 숙 선생님, 학생부실에 안가보세요?

희였다.


재빨리 혁은 화장실 안에 아무도 없음을 확인했다. 남자 중학교이기 때문에, 모
든 층의 화장실은 같은 구조로 되어 있었지만, 이 일층 여직원 전용 화장실만은
그것을 절반으로 나누어, 소변기가 있는 쪽은 남자 화장실, 쪼그려 앉는 수세식
변기가 있는 곳은 여자 화장실로 꾸며놓고 있었다. 그리고 당연히 학생 화장실보
다 나은 - 석고보드로 된 칸막이 - 시설로 각 칸이 나누어진 구조였고, 그것은
당연히, 아래쪽과 위쪽이 십여센티 이상 바닥에서 떼어져 있다.

그는 재빨리 일렬로 늘어선 칸들중 가운데 한곳의 문을 두드리고 들어갔다. 신문
지, 그것은 이때 필요했다. 혁은 그것을 재빨리 반으로 찢어 변기의 양쪽 바닥에
펼쳤다. 짜식들, 신문지는 이럴 때 쓰는 거라구...

이제는 지저분한 바닥 걱정 없이 - 물론 직원용이기에 학생들 곳처럼 바닥이 더
럽지는 않지만 - 손을 짚고 고개만 수그리면 된다.

시험적으로 오른 쪽과 왼쪽을 번갈아 들여다 보았다. 완벽했다. 쪼그리고 앉으
면, 옆 칸 여선생의 허리 아래만 딱 한눈에 들어올 위치였다. 다소 허리와 고개
가 뻐근할지라도.

흐흐... 근데 양쪽이 동시에 들어오면 어쩌지? 어느 년을 먼저 봐주나 - 행복한
상상에 혁은 소리없이 흐뭇한 웃음을 터뜨렸다.


-저... 희...
-예, 언니...!

숙은 되도록 목소리를 낮추어 희에게 물었다.

-그것... 좀 있어?
-예? 그거라뇨?

민망했다. 아무리 여자 사이라도 이런 것을 부탁하기엔.

-아까... 우리끼리 있을 때 얘기한 것 말이야...

희는 눈치를 못챘는지, 의아한 표정으로 그녀의 얼굴을 쳐다보다가 언뜻, 생각이
났는지 손뼉을 쳤다.

-아...! 아까 그... 어머, 없으세요?
-응, 으응... 아침에 깜빡 잊고...

자꾸 흘러나오는 기분에 숙은 불안해지고 있었다.

-어쩌지, 저 그것 없는데...! 급하세요?
-아... 야, 약간...

난감했다. 하필 이럴 때에...

-참, 맞다! 은 선생님이 갖고 있어요. 봤어요, 전에 서랍 안에 갖고 있는 걸...!

은이가? 숙의 눈쌀이 찌푸려졌다. 안그래도 아까 아침나절 지금 숙의 이 부끄러
운 시기를, 같은 여자이면서도 놀리듯 떠벌리던 그녀인데. 하지만 도리가 없었
다. 시급한 상황에 지푸라기라도 잡을 수 밖에.

그리고 어찌 알았는지, 은이 때마침 들어서고 있었다.


혁은 바닥에 쪼그리고 앉아 계속 기다렸다. 벌써 십분여 기다린 것 같은데, 아무
도 옆 칸으로 들어서는 사람이 없었다.

이런 젠장, 먹고서 싸지도 않나... 속으로 혼잣말을 지껄이며 투덜거리는 녀석이
었다. 물론 아무도 들어오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남자처럼 몇시간 이상씩 참을
수 있는 것도 아닌 여자들이지만, 더군다나 이 학교에는 통털어 여선생들이 30명
넘게 있으니까. 그러나 오늘 그가 잡은 날이 잘못된 탓인지, 오늘 이 점심시간에
들어온 여자들은 모두 변기가 있는 쪽은 얼씬도 않고 있었다.

대신에 갸르륵, 캬악, 치카치카... 방금들 식사를 마쳤는지, 용변을 볼 생각은
않고 바깥 세면대에서 양치질을 하는 여선생들만 분주히 오락가락거리고 있었다.
하마터면, 혁은 소리를 내어 웃음이 터지려는 것을 꾹 참아야만 했다.

푸힛, 우습군. 우리 학생들 앞에서는 천하에 얌전만 떠는 여선생들이, 저렇게 요
란한 소리로 지저분하게 양치질을 하는 줄은 몰랐는 걸... 킥킥.


-저, 은이 언니!
-응, 왜?

희는 숙 대신 은에게 다가가 귀엣말로 뭔가를 설명해 주었다. 숙은 잠자코 기다
리는 수 밖에 없었다.

-그래?

은은 숙에게로 다가오더니 얄궂은 눈초리로 훑어보며 열쇠로 책상서랍을 땄다.

-흐흥, 그날이라면서 제일 중요한 걸 까먹어?

숙은 비아냥거리는 은을 보면서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어쨌든 급한 것은 그녀였
다.

-여기 있어. 준비성 하고는...

서랍 구석에서 생리대를 찾아낸 은은, 숙에게 건네며 야릇한 미소마저 비웃고 있
었다.

-어, 어쨌든 고, 고마워... 은.

왠지 모르게 그녀가 미운 숙이었지만, 이번만큼은 참기로 했다. 그런데 -

돌아서며 화장실로 향하려는 숙의 등뒤로, 손거울을 들여다보며 은의 지나가는
듯한 말투가 귓가를 파고들듯 들려오고 있었다.

-근데 말야, 한선생님이 어제는 니가 그날 아니었다는 걸 어떻게 알아...? 어제
같이 있었나 보지?

맙소사, 그 한선생의 지나가는 말을 저 은은 놓치지 않은 모양이구나!


젠장, 미치겠네... 한 떼의 이를 닦던 여선생 무리가 지나가자, 또 한 십여분 동
안 여직원 화장실에는 인기척이 들지 않고 있었다. 어휴, 이러다가 수업 종 치면
말장 도루묵인데...

혁은 초조함에 좀이 쑤셔 미칠 지경이었다. 점점 쪼그리고 앉은 무릎이 시큰해져
왔다. 그 때였다. 벌컥, 화장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나더니 똑똑, 변기가 있는
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옳거니! 드디어 기회가 왔구나 - 끼익, 찰칵, 문고리가 잠기는 소리가 들렸고 아
무도 없는 화장실에 사삭거리는 옷소리가 울려 퍼졌다.

오, 신이시여... 혁은 마음을 굳게 먹고 재빨리 미닫이 문쪽으로 고개를 숙였다.
변기의 앞방향 부분 - 슬리퍼의 발가락 넣는 곳을 닮은 - 이 반대방향인 벽쪽으
로 향하고 있기에, 이렇게 하면 뒤쪽에서 완벽하게 관찰할 수 있는 위치였기 때
문이다. 그럼 비록 얼굴은 보이지 않겠지만 등뒤니까 들킬 위험도...

으아악, 이럴 수가!

혁은 땅을 치며 통곡하고픈 심정이었다. 그곳은, 누군지는 모르나 드디어 첫 테
이프를 끊은 여선생이 용변을 보러 들어선 칸은, 바로 녀석이 들여다 볼 수 있는
옆 칸의 하나 건너였던 것이다.

워낙 텅빈 공간이었기에, 그가 잘못 들은 것이었다. 아이고 정말 환장하겠네...
그 여선생이 들어간 칸은 아무리 혁이 허리를 굽힌다하여도 겨우 구두부분만이
보일락 말락 할 정도의 각도일 뿐이었다.

쪼르륵거리는 적나라한 소리를 들으며, 혁은 가슴을 두들겼다. 에이, 차라리 건
너가서 볼까 - 위쪽의 공간은 아래쪽보다 훨씬 높기에 잘만하면 타넘을 수도 있
을 성 싶었다.

그러나, 녀석의 억장이 무너지듯이 쏴아아... 변기 물 내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끼익, 탕! 또각또각... 시원하게 용변을 본 여선생의 발소리가 멀어져 갔다.


숙은 한 손에 새 패드와 팬티를 쑤셔넣은 손가방을 들고, 한 손으로는 입을 막은
채 고개를 숙이고 다급한 발걸음을 화장실로 옮겼다.

소리를 지르거나, 욕을 하거나, 그도 아니면 울음이라도 터져나올 것만 같았다.
이럴 수가... 모든 것이 탄로된 기분이었다. 은은 이미 숙과 한선생이 정사를 나
누었음을 알게 된 것이다. 물론 그게 숙이었더라도 충분히 넘겨 짚을 수 있는 일
이었지만, 지난 호텔에서의 하룻밤은 얼마든 부정할 수도 있는 문제였다 - 그러
나 이번엔 완전히 그녀들에게 들켜버린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생각해 보시라. 누가, 직접 보지 않고서, 또 경험하지 않고서 한 여자가 어제 생
리중인지 아닌지를 알 수 있단 말인가.

그녀는 모든 것을 포기하고픈 심정이었다. 왈칵, 여직원용 화장실 문을 열어 젖
히며 숙은 간신히 눈물을 참고 있었다.


혁이 거의 단념할 무렵, 그에게 마지막 기회가 찾아왔다. 새로운 누군가가 이 화
장실 안에 들어서고 있었던 것이다. 녀석은 거의 기도하는 심정이었다. 제발, 부
디, 어느 쪽이든 이 옆 칸으로만 들어와라... 그냥 나가지 말고, 꼭, 꼭...!

그러나 바깥쪽에선 한동안, 아무런 인기척도, 심지어는 타일바닥에 구두굽 소리
도 들려오지 않고 있었다.


멍하니, 화장실의 한복판에서, 숙은 쉼호흡을 하며 정신을 가다듬었다. 아아...
은과 희, 이미 한명씩의 유부남들을 정부로 갖고 있는 그녀들 - 가장 두려운 것
은, 이제 그녀가 은과 희와 같은 부류의 여자가 되었다는 스스로의 죄책감이었
다. 아마도 한선생과의 어제 관계가 드러난 이상, 그녀들은 숙을 자기들처럼 은
밀한 밤생활의 여자로 여길 것이다.

이젠 그녀들 모두 서로가 공공연한 비밀을 공유하는 셈이었다. 그렇고 그런 여
자, 그렇고 그런 사이, 그렇고 그런 관계의 정부들... 이런 생각들이 숙을 벼랑
끝으로 내미는 것 같아, 숙은 한참을 그렇게 쓰러질 듯한 몸을 가누며 간신히 서
있었다.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어쩔 수 없었다.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무너져선 안되
었다. 터지도록 입술을 깨물며, 숙은 다시 정신을 차렸다. 아니야, 그렇게 되어
서는 안돼...! 변기 칸의 문을 밀며 그녀는 이를 악물고 다짐했다.


이야, 드디어! 신이시여, 감사합니다! - 혁의 심장이 두방망이질 치고 있었다.
바로 옆칸의 석고보드 아래로 여자 구두코가 보였다.

마침내 기회가 온 것이다. 그것도 구두를 보아하니 젊은 여자일 성싶었다. 그는
만세라도 외치고 싶었다. 늙은 아줌마 여선생도 아니고, 젊은 여선생이 옆 칸에
들어오다니...


★숙의 하루 (제8부)★ 여교사 화장실에서 벌어진 일 ⑤

후우... 옆 칸의 여자는 들어서자마자 한숨을 쉬고 있었다. 꽤나 급했던 모양이
군... 속으로 짐작하며, 혁은 쉼호흡을 가누며 소리를 죽이고 다음 순간을 기다
렸다.

그러나 이상했다. 사사삭, 옷소리가 들리기는 하는데, 이 여선생은 쪼그려 앉는
모션을 취하지 않고 있었다. 어떻게 된 거야?


숙은, 먼저 스커트를 끌어올리고 조심스레 팬티와 거들을 아래로 내렸다. 혹시라
도 허벅지 사이에 묻지 않도록. 무릎께까지 속옷을 한꺼번에 내린 그녀는 가만히
고개를 숙이고 아래쪽을 내려다 보았다.

다행이었다. 그녀가 예상한 정도는 아니었다. 팬티의 가랑이사이 부분 - 그녀의
가장 부끄러운 부분을 덮는 - 에 붙은 생리대는 단지 약간 옆으로 구겨져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그 패드의 한복판에는 아주 약간의 그것이 묻어있을 뿐이었다.
괜찮은데... 그냥 패드만 갈까? 손가방을 바닥에 내려놓고, 숙은 조심스레 생리
대의 접착부분을 떼어내기 시작했다.


뭐야? 뭘하고 있는 거지? 참을 수 없게 된 혁은 바닥을 깐 신문지를 짚고 조심스
레 고개를 숙여 보았다. 하지만 옆 칸의 여선생은 엉거주춤 선 자세로, 들고 있
던 것인지 조그만 손가방을 바닥에 던져 놓았을 뿐이었다. 이 정도라면 그는 간
신히 그녀의 발목과 종아리 이상을 관찰할 수 없었다. 그 때였다.

혁은 하마터면 숨이 막히는 것 같았다. 정말로 놀라운 광경이었다. 툭, 하고 바
닥에 구겨진 채 떨어진 것은 - 다름아닌 여자의 생리대, 녀석으로서도 단지 광고
사진 이상으로 본 적이 없는 바로 그것이었다. 세상에, 그렇다면 이 여선생은 지
금...!


낭패였다. 패드의 접착띠를 뜯고보니, 그 아래 팬티의 가장자리에 약간의 하혈이
묻어나온 것을 숙은 발견할 수 있었다. 이런... 어쩐담? 단순히 새것으로 간다고
해서 해결이 될 문제가 아니었다. 아휴...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가만히 놔두
면 거들까지 번질지도 모른다. 더군다나 거들은 베이지색의 밝은 색상이었다.

뒤집어보니 다행으로 그 밑의 거들에는 묻은 흔적이 없었다. 그나마 팬티를 한장
더 가져왔길래 망정이지... 그녀는 일단 바닥에 놓인 손가방을 열었다.


혁은 엄청난 광경을 목격하고 있다는 생각에 희열마저 느끼고 있었다. 목구멍에
서 소리를 죽여 마른 침이 꿀꺽, 삼켜졌다. 말로만 듣던 그 장면, 꿈에도 그리던
그 미지의 세계에 대한 경험이 벅차게 다가오고 있었다.

으홧, 이, 이게 무슨 장면인가! 쪼그려 앉기에 앞서, 옆 칸의 여선생은 뭔가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녀의 발목이 움직이더니, 털어내듯 구두에서 발을 빼내고 있
었다. 그리고 다음 순간 - 더욱 놀라운 광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그녀의 그 발목
께로 스르르, 떨어진 것은 다름 아닌 그녀의 속옷 아닌가! 그녀의 발목이 그 한
쪽 구멍에서 빠져나오더니, 이번엔 반대쪽 발목이 구두를 벗고는 나머지 구멍에
서 발을 빼내고 있었다.


밴드스타킹을 신고 오기를 잘했지, 팬티스타킹이면 큰 일이었잖아... 그나마 숙
에게 위안이 되는 것이었다. 그녀는 살짝 구두를 벗고는 번갈아 발목을 빼내 완
전히 팬티와 거들을 벗어냈다.

이제 됐지, 그럼... 그녀는 투둑, 화장지를 뜯고는 변기 위로 쪼그리고 앉았다.
혹시 남은 흔적이 엉덩이 사이에 묻어 있다면 새 팬티를 갈아입기 전에 깨끗이
닦아내야 한다. 안 그러면 또 더러워질 테니까.


아, 아니, 이 여자가 왜 팬티를 벗는 거지? 그러나 그는 그 의문을 생각할 겨를
이 없었다. 드디어 그가 바라던 행동이 펼쳐지고 있었다. 엉거주춤, 허연 커다란
것이 들썩이며 내려앉고 있었다.

다음 순간, 혁은 문자 그대로 쌍코피를 터뜨릴 뻔하였다. 그 뽀얀 색깔의 큼지막
하게 둥근 부분은, 다름아니라 가운데가 복숭아처럼 쪽 갈라진, 여선생의 엉덩이
였던 것이다. 그것이 팔꿈치만 내밀어도 얼마든지 만질 수 있는 지척에 적나라한
모습으로 펼쳐지고 있었다. 그 엄청난 광경에, 녀석의 머리 속은 텅빈 것처럼 충
격을 받고 있었다.

어디, 어디... 그 사이, 엉덩이 사이, 그것이 혁이 원하는 핵심이었다. 재빨리
고개를 움직여 위치를 조정하려는 찰라에, 안타까운 광경이 벌어지고 있었다. 마
치 하늘에서 내려온 것처럼, 갑자기 그녀의 손과 화장지가 나타나 바로 정확한
그 부분에 쑥, 들이대지더니 한참동안을 문지르고 있는 것이었다.


잠시 동안 사타구니에 휴지를 댄채, 숙은 남은 것이 모두 닦아지도록 구석구석을
잘 처리했다. 이 정도면 됐겠지. 숙은 그 부분에 여전히 화장지를 누른 채 다시
엉거주춤 엉덩이를 일으켰다. 이제 다음 차례는 새 팬티로 갈아입기였다. 휴지를
바닥에 버린 그녀는, 거들안에서 원래 입고 있던 팬티를 빼내어 손가방 안으로
수셔넣고 대신 새 팬티와 패드를 꺼냈다.

우선 은이 준 생리대를 다시 새 팬티에 붙이고, 먼저 팬티를 입고, 다음에 거들
을 위에 덧입으면, 모든 일처리가 끝나는 것이었다.


혁은 미칠 노릇이었다. 여선생의 엉덩이는 다시 하늘 위로 올라가듯 사라져 버렸
다. 이럴 수가 - 그는 결국 가장 큰 목표를 놓친 것이었다. 왜, 도대체 왜 저 여
자는 소변도 보지 않는 거지? 어째서... 그렇기만 하다면 지금 이 고생을 하면서
훔쳐보려한 광경과 경치를 남김 없이 볼 수 있는 건데, 그냥 휴지 쪼가리로 가린
채 그녀는 다시 쪼그리고 앉았던 몸을 일으켜버린 것이다.

말도 안돼, 바닥에는 단지 방금 전 그가 그토록 원했던 부분을 덮어 씌우고 있던
화장지만이 툭, 던져지고 있었다. 제길헐, 미치겠군! 저 여자는 오줌싸러 온 것
이 아니란 말인가. 그녀의 손이 바닥에 놓인 손가방에서 다른 팬티를 끄집어 내
고 있었다.


숙은 새로운 패드를 접착시킨 팬티를, 아까와의 역순으로 한쪽 발씩을 빼내어 입
었다. 은이 준 것은 다소 두꺼운 것이었다. 그럼, 아마도 은은 숙보다 분비물이
많은 모양이었다. 이제 마지막 거들만 입으면 된다.


이렇게 놓칠 수는 없어, 여기에서 팬티를 갈아입는 엄청난 일을 행한 저여자, 다
름아닌 요 며칠간이 생리중인 저 여선생 - 저게 누구인지 얼굴을 봐야겠어. 혁은
지금 막 또다른 욕심이 생기고 있었다. 여자 선생님의 팬티구경, 그건 저번 때도
했었어, 비록 거울에 비춰본 것이긴 했지만. 난 겨우 그런 팬티, 그것도 입고 있
는 것도 아니었고, 저 쓰다버린 생리대, 얼마든지 돈 주면 사는 것 따위... 그런
걸 구경하려는 것은 아니야.

혁은 이대로 가다가는 아쉬움에 질식사할 것만 같았다. 그가 목표했던 것은 생생
한 여자의 사타구니, 코 앞에 놓여진 그것이었다. 하지만 오늘 겨우 볼 수 있었
던 장면은 펑퍼짐한 엉덩이 외엔 아무 것도 없었다. 이대로 돌아가면 친구들에게
자랑할 거리도 하나 없는 셈이었다.

그래, 얼굴을 봐두자. 그럼 친구들에게 누구누구 여선생은 학교 와서 팬티를 갈
아입고, 그것도 오늘이 생리중이었대 - 이런 무용담이라도 들려줄 수 있을 것 아
닌가.

팔을 최대한 뻗으니, 칸막이 위에 손가락이 간신히 걸린다. 펄쩍 뛰어오르거나,
뭐라도 받치고 내려다 본다면 금상첨화겠지만, 그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단지
뻗어 걸친 손가락의 힘만으로 몸 전체를 끌어 올려야만 한다. 위쪽 칸막이의 뚫
린 공간은, 충분히 고개 하나는 들이밀 수 있을 것이다.

인간승리였다. 이 녀석은 체력장 턱걸이 시험을 본대도 결코 낼 수 없는 힘을 내
고 있었다. 그 손과 팔 근육만으로, 혁은 상체를 당겨 올리고 있었다. 머리카락,
눈높이, 턱높이 - 드디어 고개가 거의 천정에 닿을 정도로 턱걸이가 되었다. 양
쪽 팔과 손가락들이 떨어져나갈 것만 같았다. 발끈거리는 콧구멍에선 할 수만 있
다면 씩씩대는 소리가 뿜어져 나올 것이다.

내려다 보였다. 그러나 그가 볼 수 있는 것은 마지막 거들까지도 막 올린 여선생
님의 뒷모습이었다. 비록 치마를 스스로 몽땅 위로 끌어올리고 입는 중이었기에,
적나라한 뒷모습의 하체는 볼 수 있었지만, 그녀는 고개를 돌리지 않고 있었다.
여선생은 벌써 변기 칸의 문쪽으로 돌아서 있었다. 그리고 그나마도 순간, 그녀
는 다시 당겨 올린 치마를 내리고 안으로 손을 넣어 스타킹을 고쳐 신고 있었다.

딸칵, 끼익, 그 여선생은 칸막이 문을 밀어 열고는 나가고 있었다. 제길헐, 결국
얼굴도 못본 셈이다. 뒷모습만 봐서는 모르겠는걸, 젠장 - 그럼 이따가 저 옷차
림의 여선생이 누구인지 알아내기 위해, 학교를 전부 뒤지는 수 밖에 없게 된다.
1학년이나 2학년 담임일지도 모르므로.

어쨌든 혁은 이 아슬아슬한 턱걸이, 아니 손가락걸이를 몇초간 더 유지하고 있어
야 했다. 갑자기 쿵, 뛰어 내리는 날엔 큰 소리 때문에 발각될지도 모른다.


숙은 다시 옷매무새를 고쳐입었다. 치마자락이 구겨진 것이 거슬렸지만, 도리 없
는 일이다. 어쨋든 무사히 패드를 갈고, 또 팬티도 깨끗한 것으로 갈아입었으니
까.

변기 칸에서 나와, 막 화장실 문을 밀고 나가려는 순간이었다. 아차, 바닥에 놓
아둔 손가방이 떠올랐다. 어머, 나좀 봐 - 하혈이 묻은 팬티가 들어있는 건데.

그녀는 사뿐히 발길을 돌리고 다시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방금 전 자기가 나
온 칸의 미닫이 문을 확 열어 젖혔다.

그 때였다. 숙과 혁의 휘둥그레진 눈동자가 정면으로 마주친 것은.

숙은 심장마비가 걸린 것 같았다. 화장실 칸막이 위에 덩그러니, 시커먼 사람 얼
굴 하나가 걸려있던 것이다!

앗, 저, 저 여선생은 - 내가 거울로 훔쳐본 그, 그 음악선생! 그리고 쿠당탕, 혁
이 옆 칸으로 굴러 떨어졌다. 어처구니 없게도, 그와 동시에 숙의 입에서 튀어나
온 비명은 이것이었다.

-꺄아아아아악! 귀, 귀신이야!



-무릎 꿇어, 이 놈의 자식!

한 명도 아닌 두어명의 남자 선생들이 학생부실로 들이 닥치더니, 누군가를 석의
옆으로 거칠게 꿇어 앉혔다. 얼레, 누구지? 흘끗 고개를 돌려 본 석은 깜짝 놀라
입이 딱 벌어졌다. 다름아닌 같은 반 단짝 혁이었던 것이다.

남자 선생들이 우르르, 다시 몰려 나갔다. 뻔했다. 교무실에 놓아둔 몽둥이를 가
지러 간 것일 게다.

-얌마, 너 어떻게 된 거야?

이미 귀싸대기가 몇대 올려졌는지, 퉁퉁 불은 얼굴의 혁을 보며 석이 놀란 목소
리로 물었다.

-어휴, 난 죽었다...!
-뭐야, 왜 그래?

어휴우...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쉬며, 혁이 모기만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우리 음악선생 있잖아...
-응. 왜, 너도 나처럼 그 여자 훔쳐보다 걸린 거야?
-아니... 그게 아니고... 내가 기절시켰어...
-기절시켜? 어디서?

푹, 고개를 떨구며 혁의 체념한 목소리였다.

-저기... 여교사 화장실에서...
-그, 그래서? 그래서 그 여자는?
-흐유... 어쨌겠냐... 남자 선생들이 양호실로 업고 갔지...

우르르, 학생부실 문앞에 발자국 소리가 다다르고 있었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매
타작이 시작될 판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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