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의 하루 2부-7
★숙의 하루 (제9부)★ 그녀들이 싫어하는 체위 ④
-어머 이런 덴 처음이네?
다소 늦게 도착한 영이 으리으리한 한옥을 보면서 내뱉은 첫마디였다. 씩, 웃는
한선생이었다. 아마 니 년도 이런 날 아니면 평생 한번 들어올 날도 없을 걸? -
속으로 비웃으며 한선생은 요정의 대문을 들어섰다.
-아까 도착한 손님들은?
그들도 역시 화사하게 한복으로 치장한 기생의 안내를 받으며 마교장과 교육관의
방으로 안내되어지고 있었다. 어유, 그 늙은이가 난 빼고 다른 년만 이런 곳에
데리고 들락거렸단 말이지...? 영은 질투가 생기고 있었다.
사실이었다. 영은 결혼을 앞둔지 얼마 안되었기에, 마교장과 관계를 맺더라도 주
로 낮의 교장실 - 두껍게 방음벽과 커텐으로 둘러싸인 - 에서 정사를 가졌었다.
행여 밖에서 따로 만났다가는 자기에게 안좋은 소문이 퍼질지도 모르는 일이었기
때문에... 그렇기에 학교 안에서 눈치빠른 몇몇이 그녀의 일을 알뿐이었지, 마교
장으로서도 학교 밖에서 은과 딴살림을 차릴 수 있었던 것이다. 그녀는 그런 은
과 마교장의 사이를 그전까지 모르고 있었다. 즉 은과 희는 비교적 학교 안에서
는 소문이 돌지 않은 것이다.
영은 처음이라는 듯 신기하게 두리번거리며 밀실로 들어섰다. 그러나 밀실에 들
어선 순간, 그녀는 저으기 놀랄 수 밖에 없었다.
당연히 자기가 앉았어야할 자리에, 버젓이 은이 앉아 히히덕거리고 있었던 것이
다. 어머, 어떻게 된 거야? 왜 저 기집애가 저기에 앉아있는 거지? 그녀는 뭔가
분위기가 이상하다는 것을 직감했다.
그러나 한선생은 이미 이럴 것을 예상이라도 한 듯 자연스럽게 탁자의 한쪽에 앉
고 있었다.
-어이, 영이 왜 그래? 어서 앉아.
이럴 수가, 나더러 지금 한선생 술시중을 들라구? 그녀는 기가 막혔다.
-죄송해요. 저 잠깐 화장실좀...
영은 앉으려다 말고 일어서며 다른 사람이 눈치채지 못하게 한선생의 와이셔츠
소매를 잡아당겼다. 잠깐 밖으로 따라 나오라는 의미였다.
떨떠름한 표정의 그가 장지문 뒤로 나오자, 그녀는 한선생의 팔뚝을 붙잡고 힐난
하듯 목소릴 낮춰 따졌다.
-어머 어떻게 된 거에요? 왜 저 은선생이 저 자리에 앉아 있어요?
-내가 그걸 어찌 아나? 교장님이 알아서 앉혔겠지.
-그래도 전 교장 선생님이 불러서 온 거잖아요?
자기가 마교장의 술시중만 들어야되는 줄 알고 따라온 그녀였다. 그러나 지금 이
상황은 뭔가. 전혀 엉뚱한 이 한선생이라는 작자에게 술을 따라야할 판이었다.
-허허... 뭘 그리 신경 써? 이따 때되면 그 쪽에 앉히시겠지. 그냥 지금은 조용
히 들어가 앉자구... 그렇다고 지금 나갈 수도 없잖아?
황당했다. 그래도 그렇지, 마교장이 자기를 옆에 두리라 철석같이 믿고 있었던
그녀였다. 다시 말해 영은 은과 마교장 사이의 관계를 몰랐던 것으로, 자기가 숙
의 대타로 머릿수를 맞추기 위해 불려왔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 것이다.
-아유, 뭐야 이게... 이럴 줄 알았으면 안오는 건데.
하는 수 없이 도로 방안으로 들어가며, 그녀는 짜증이 나는 듯 투덜거리고 있었
다.
흥, 바보같은 년 - 그런 영을 보며 한선생은 비웃고 있었다. 남편될 놈도 버젓이
두고 있는 게, 자기가 무슨 열녀라고 따지나. 어차피 이쪽 저쪽 대주기는 마찬가
지인 년이...
그녀 뒤를 따라 방안으로 들어서려 하는데, 아까의 마담이 다가왔다.
-저, 손님. 아까 두 분은 별채 예약하셨는데, 손님은 어쩌시겠습니까?
별채라고? 둘만 방을 잡았단 말이지... 한선생은 머리를 굴렸다.
-그럼... 나도 하나 주시오.
-예, 근데... 방이 모자라서 안에 계신 두 분중 한분 옆방을 드려야겠는데... 어
느 쪽으로 하시겠어요? 별실들 벽이 얇아서 신경 쓰이실까봐...
그래? 재밌겠는걸 - 흐흐, 그는 야릇한 계산을 머리 속으로 따지고 있었다. 실로
엄청난 계획이었다.
-후후... 그럼 저 교장님 옆방으로 해줘요. 그리고... 술상도 따로 준비해줘요.
고급 요정이었기에, 함부로 방을 내주는 일이 드문 곳이었다. 그리고 내주어도
일일이 이렇게 손님에게 방을 지정받고 있는 곳이었다. 그만큼 알만한 실력자나
갑부들이 들락이는 곳이라는 의미다.
일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잘만하면, 성공할 수도 있겠는걸...! 한선생은 내
심 쾌재를 부르고 있었다. 어차피 모든 계산은 저 안의 작자들이 하는 것이다.
그로서는 손해를 볼 리 없다. 영이나 은, 그 둘 중의 하나, 아니 어쩌면 둘 모두
를 한꺼번에 품을 계획이 그의 머리 속에 든 계산이었다.
그가 방 안으로 돌아와 영의 옆 방석에 자리를 잡자, 곧이어 상위가 그득하게 음
식들이 들어왔다. 상다리가 휘어진다는 말은 이 경우에 쓸만했다. 산해진미에
곧이어 술주전자들이 날라져 오고, 은과 희는 알아서 교육관과 마교장에게 술을
따르고 있었다. 하지만 흘끗보니 영은 팽 토라진 인상을 하고 있었다.
한선생은 슬쩍 상 아래로 손을 뻗어 그녀의 치마 아래로 드러난 허벅지를 꼬집었
다. 분위기를 맞추라는 신호였다.
아얏, 소리를 내지 못하고 영은 눈을 흘기며 그를 쏘아보았다. 한선생은 모른 척
하며 짐짓 먼저 술을 들어 그녀의 잔을 채웠다.
-일전에, 한주임님이라고 하셨지...?
교육관이 그런 그들을 돌아보며 물었다. 한선생은 자기에게 질문이 돌아오자 깎
듯이 공손하게 답했다.
-예, 교육관님, 그렇습니다.
-그런데... 파트너가 바뀌셨구만. 누구시죠? 혹시 부인 되시는가? 상당히 미인이
신데...
부인? 영의 눈이 놀라 휘둥그레졌다. 그러나 한선생은 미녀 부인이라는 말이 유
쾌한 듯, 웃음을 터뜨릴 뿐이었다. 대신 마교장이 끼어들었다.
-하하... 아닙니다. 한선생 곁의 아가씨는 저희 학교의 국어교사이신 영선생입니
다. 아직 미스고, 다음 달에 결혼 예정입니다.
-허어, 그래요? 그럼 내가 실수를 했구만. 나는 또 아가씨가 바뀌었길래 재주도
좋으시다 했지... 허허...!
당황한 영은 얼굴이 붉어지는 느낌이었다. 아가씨가 바뀌었다? 그럼 나는 다른
여선생의 대타란 말인가? 그 때 퍼뜩, 드는 생각이 있었다. 맞아, 그... 숙이라
던 음악 임시교사! 그녀는 어제 봉투를 쥐고 나서던 숙을 교장실 문 앞에서 우연
히 마주쳤던 기억을 떠올렸다. 그럼 - 내가 오늘 그 숙선생 대신에...?
당장 마교장에게 반감이 생기는 그녀였다. 세상에, 나를 이런 강사선생들과 같이
취급을 하다니...!
그러나 좌중의 아무도 그런 그녀를 무시하고 있었다. 심지어는 한선생까지도 시
시껄렁한 농담으로 좌중의 분위기를 맞추며 온갖 아첨의 말을 늘어놓고 있었다.
속이 상한 그녀는 스스럼 없이 자기 앞에 놓인 술잔을 들이켰다. 아유, 분해!
마교장 쪽을 보니 어느새 은의 엉덩이를 철썩거리며 그녀가 집어주는 안주를 덥
석덥석 받아물고 있었다. 그에 질새라 맞은 편의 교육관도 희의 허벅지를 주물럭
거리며 열심히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영은 자기 앞에 놓인 술병을 집고 빈 잔
을 채우려 했다. 두고 보자! 다시는 저 마교장을 상대해주나 -
그 때, 은근히 그녀의 손목을 붙들며 술주전자를 건네받는 손이 있었다. 한선생
이었다. 그는 선심을 쓰는 듯 대신 그녀의 잔을 채워주었다. 그 잔도 연거푸 그
녀는 목구멍으로 넘겼다.
그는 연이어 술을 따라주며 슬쩌기 영의 눈치를 살폈다. 그녀는 상당히 토라진
상황인 것 같았다. 잘 되가는군 - 계획대로 되가고 있어... 그 능글맞은 웃음의
의미를 자리에 앉은 아무도 모르고 있었다. 그는 슬며시 몸을 기대며 달래는 척
했다.
-이것 봐. 좀 천천히 마시지 그래...?
눈치채지 못하게 속삭이는 그의 말을, 그러나 그녀는 콧방귀를 뀌듯 뾰루퉁한 표
정으로 대꾸했다.
-흥, 무슨 상관이에요? 어차피 내 돈 내고 마시는 것도 아닌데 뭘!
-어허, 다른 사람들 듣겠어...!
마치 그녀를 위로해주려는 것처럼 한선생의 팔이 그녀의 어깨에 둘러지고 있었
다.
-취한다니까, 독한 술이라구...
-상관없어요...!
그녀는 분함을 삭히느라, 은근슬쩍 그의 손이 어깨 위에 얹어지는 것도 미처 거
부하지 않고 있었다.
★숙의 하루 (제9부)★ 그녀들이 싫어하는 체위 ⑤
워낙 널찍한 방안의 큼직한 상이라 - 게다가 옆방에서는 계속 뚱땅대는 가야금
소리가 이어지고 있었다 - 영과 한선생이 벌이는 수작은 그닥 교육관과 마교장의
눈길을 끌지 않고 있었다. 게다가 그들은, 각기 희와 은에게 수작을 부리느라 말
석의 그들에게 채 관심을 두지 않고 있었다.
그런 틈을 타, 한선생은 영이 잔을 비우는 족족 한손으로는 술을 따르며 다른 손
으로는 은근히 그녀의 등을 어루만지고 있었다. 어느새 조금씩 아래로 향하는 그
의 한손은, 그녀의 등뒤에서 하늘거리는 원피스 위로 그 안의 브래지어 윤곽을
더듬을 수 있는 위치까지 내려오고 있었다.
-그래 그래, 내 영선생 마음 다 알지... 어디 영선생이 저런 나이어린 강사들하
고 같아? 오늘 여기서는 좀 참으라구... 뭘 어쩌겠어? 잘못했다간 영이나 나나
모가지지... 안그래?
마치 동병상련이라도 되는 듯 그의 입에 발린 말은 영의 기분을 맞춰주고 있었
다.
-그래도 난 이렇게 생각한다구, 영이만큼 외모가 뛰어나니까 이런 데 와서 교육
관님한테 칭찬도 받는 것 아냐? 난 가끔 영이 남편될 친구가 부럽다구... 정말이
야. 그 친구는 영이같은 미인을 매일 밤마다 볼 것 아니겠어...?
외모에 대한 칭찬에 약한 것이 여자의 기본 속성인 탓일까. 가뜩이나 콧대 높은
영은 그 말에 은근슬쩍 동하는 모양이었다. 그에 부응하여 한선생의 목소리는 더
욱 더 낮게 깔리고 있었다.
-날 보라구, 애들 뒤치닥거리에 퍼진 마누라까지... 알고보면 나도 참, 한심하다
구... 생각해 봐. 저 나리님들은 젊은 년들 끼고 놀지만, 난 뭐야? 그저 구경만
하고 있는 신세지...
영은 그 말을 듣자 왠지 측은한 느낌이 드는 모양인지, 한선생의 얼굴을 동의한
다는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그는 그런 시선을 느끼며 짐짓 담배를 피워 물었다.
-난 말야... 가끔은 나도 저러고 싶어... 영이처럼 미인하고 술도 마시고, 같이
밤새 살도 맞대고 말이야...
그들의 대화가 슬며시 야릇한 분위기로 흘러가는 데에도, 이야기에 취했음인지
영은 잠자코 고개를 끄덕이며 술잔을 비우고 있었다. 그녀의 귀밑이 점차 술기운
으로 붉어지기 시작했다.
-생각해 봐. 일찍 들어가도 자식들 걱정이지, 자려고 누워봐도 펑퍼짐한 여자 궁
뎅이뿐이지... 어이그, 나도 답답하다구...
-어머... 너무 그러지 마세요, 한선생님...
어느새 이미 한선생의 손은 그녀의 허리께를 더듬고 있었다. 그리고 그 손바닥은
그녀의 몸매를 쥐고 점점 더 아래로 흐르고 있었다. 실로 교묘한 한선생의 수법
이었다. 그러나 이제 오히려 영은 그를 위로하려들고 있었다.
-너무 상심마세요... 제가 오늘은 곁에 있어 드릴께요... 우리 술이나 한잔 해
요...
늦으면 그에게 바래다 달라고 아까 교장실에서 부탁했던 영의 다짐은 어느새 술
을 권하는 목소리로 바뀌고 있었다. 흐흐... 이제 절반쯤 됐군, 그래 마셔라 이
년아 - 그러나 그런 그녀의 말을 들으며 한선생은 속으로 이런 쾌재를 부르고 있
었다. 그는 문득 좌중을 보고는 은의 팔꿈치를 툭툭쳤다.
-저기들 보라구...
한참을 한선생과의 이야기에 빠져있던 영은 그제서야 취기에 붉어진 눈동자를 들
어 그가 가리킨 쪽을 보았다. 그곳에는 한층 야릇한 광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희의 쪽을 보니, 희는 이미 열띤 표정으로 눈을 질끈 감고 교육관의 어깨에 기대
어 있었다. 교육관은 이제 숫제 술잔마저 놓고 한손으로 어깨를 그녀의 얼굴을
감싼 채 무어라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 때마다 작게 희의 고개가 끄덕이고 있었
다. 다른 한손은 희의 앞쪽을 가로질러 탁자 아래로 내려져 있었는데, 작게 희의
몸이 들썩이고 있는 걸로 보아, 필경 그녀의 치마 속 깊숙히 들어서 핵심 부근까
지 도달한 모양이었다.
은의 쪽 - 마교장의 쪽은 더 민망한 광경이었다. 왜냐하면 그것은 은이 더욱 적
극적인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마교장의 한손을 들어 스스로 자신의 가슴,
블라우스 안으로 들이밀고 있었다. 그리고 그 블라우스가 겉으로 불룩거리는 것
으로 보아, 이미 그의 손은 그녀의 유방을 주물럭거리고 있음이 분명했다. 하지
만 그게 전부는 아니었다. 그녀의 입은 마교장의 귓가에 다가가 있었다.
영은 맨 처음 그것이 귀엣말을 주고받는 거겠거니 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그게
아니었다. 은의 고개가 이쪽저쪽으로 돌려지는 것을 보고서야 알았다. 은의 벌려
진 입술 안에는 마교장의 귓불이 들어가 있었다. 그녀는 잘근잘근 그의 귓불을
물며, 혀로 핥고 있었던 것이다.
사실 은의 행동은 다분히 계산적인 데가 있었다. 즉 그녀는 일부러 마교장의 비
위를 맞추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은, 갖은 기교를 동원함으로써 그를 꼼짝 못하
게 하려는 데에 있었다. 그리고 그 목적은, 바로 지금처럼 영이 보고 있는 상황
하에서 버젓이 마교장을 차지하려는 속셈이었던 것이다.
훅, 그 광경을 보고서야 영은 고개를 돌렸다. 실제로 그녀는 결혼 상대자와 더한
경험, 그리고 마교장에게서 더욱 노골적인 행위를 강요받은 적이 있었지만, 이렇
게 직접 다른 사람의 행위를 본 적은 전혀 없었던 것이다.
-미, 미워 죽겠어...!
그녀의 입에서 무의식적으로 튀어나온 말이었다. 자기말고 다른 여자에게 찝적거
리는 마교장도 그랬지만, 그것을 자기가 보는 앞에서 드러내고 하다니 - 영은 술
기운 아닌 무언가가 자기의 얼굴을 달아오르게 함을 느꼈다.
-어때... 영이도 시집가면 저러겠지...?
한선생의 노골적인 질문이 귓가에 들려오고 있었지만, 그녀는 그보다 적나라한
그들의 모습, 특히나 은이 보이는 마교장에 대한 수작이 견딜 수가 없었다. 그리
고 그녀는, 어느샌가 그 틈을 틈타 한선생의 손이 은근히 자신의 엉덩이께까지
도달하고 있음을 전혀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목이 타는 듯 영은 거푸 술잔을 들이켰다. 그녀는 그의 손이 자신의 엉덩이를 더
듬고 있다는 사실도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머리가 어지러웠다. 갑자기 술기운이
몽땅 올라오는 느낌이었다.
-어때, 영이... 나가자구... 어차피 교장님은 저 은선생에게 빠진 것 같아... 그
냥 우리끼리 조용히 사라져주자구... 어쩌겠어, 저 두 사람은 이제 말리지도 못
할 것 같은데...
영은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더이상 견디기가 힘들었다. 임시교사들보다도 못한
취급을 받는 것이 자존심 상하는 데다가, 자기를 특별히 불렀다던 마교장까지 자
기를 끌어앉힐 생각을 않고 있으니, 그녀로서는 갈수록 가시방석이었던 것이다.
그런데다가 야릇한 광경까지 목격하고 있으려니, 차라리 한선생의 은밀한 제안에
끌리고도 남았다.
그녀의 엉덩이를 이제 노골적으로 매만지는 그가 다시 한번 어깨를 밀착시켜 왔
다.
-저 사람들은 내버려두고 우리끼리 가지... 어차피 이쪽은 신경 쓸 것 같지도 않
으니... 나가서 술이나 한잔 더하자구.
영은 멍하니 교육관과 마교장 쪽을 쳐다보더니 말없이 달아오른 고개를 끄덕거렸
다. 승락한다는 표시였다.
-그럼 조용히 나가서 기다려. 2차는 이미 마련해 뒀어. 나가면 마담이 데려다 줄
거야.
2차... 그것은 아까 마담에게 얘기해둔 별채였다. 한선생은 이미 그것까지 생각
해 둔 것이다. 은이 마교장을 차지했으니, 남은 것은 영일 수 밖에 없었고, 그럼
이런 기회를 그냥 놓칠 리 없는 그였다. 영은, 밀실을 나가면 곧바로 별채로 안
내되어질 것이다. 그것도 자기가 일러둔 마교장의 옆방으로.
영이 먼저 나간 것을 확인하자, 그는 짐짓 예의를 차리며 말을 꺼냈다.
-저... 교장 선생님.
-어... 뭐요...?
한선생이 끼어들자, 짐짓 멎쩍은 듯 은의 가슴 속에서 손을 빼내며 마교장이 그
를 보았다. 은도 그의 귓가를 지분거리던 입술을 떼며 돌아 보았다.
-적당히 술이 과하신 것 같은데... 자리를 옮기셔서 별채로 가셔서 좀 쉬시죠.
교육관님께서 약간 피곤하신 것 같습니다만...
그제서야 교육관도 희의 벌려진 허벅지 사이에서 손을 빼내며 그들 쪽을 향했다.
물론 피곤하다는 말을 꺼낸 적이 없었지만, 그는 당연히 별채로 가자는 말에 귀
가 솔깃할 따름이었다. 마교장은 그의 의중을 떠보았다.
-어쩌시겠습니까? 별실에서 일찍 쉬시겠습니까, 교육관님?
마다할 리가 없다. 교육관은 마치 그 말이 언제 나오느냐를 기다렸다는 듯 맞장
구를 쳤다.
-어허... 아닌게 아니라 좀 노곤하긴 하군요.
-그럼 별채로 옮기시죠...?
-허허, 어디 그럼 그럴까요...
교육관과 마교장이 강권에 못이긴 척 일어섰다. 그런 그들을 향해 깊숙히 고개를
숙이며 한선생은 깎듯한 인사를 했다.
-그럼 올라들 가십시오. 여자분들은 옷을 좀 챙기고 보내겠습니다.
★숙의 하루 (제9부)★ 그녀들이 싫어하는 체위 ⑥
이런 면에야 베테랑인 그였다. 아닌게 아니라 지금 은과 희, 둘 다 옷매무새가
엉망이었다. 교육관과 마교장은 서로 취기어린 얼굴을 앞세우며 방을 나섰다. 그
들도 보나마나 마담이 별채 방으로 안내할 것이다.
그가 짐짓 돌아서서 있는 동안, 은은 블라우스의 단추를 잠그고 엉망이 된 립스
틱을 고쳤다. 희는 흘러내린 스타킹을 치마 속에 손을 넣어 끌어올리고 구겨진
스커트를 다듬었다.
한선생은 그들을 데리고 직접 별채로 수행했다. 별채란 산자락의 깊숙한 나무숲
뒤에 위치한 자그마한 한옥이었는데, 두 채로 나뉘어 있었다. 안내한 기생 하나
가 희를 한쪽 별채로 안내했다.
-잘 모셔야 돼.
늘 하는 다짐이었지만, 한선생은 그 말을 잊지 않았다. 발그레한 얼굴로 돌아보
며, 희는 살짜기 웃어보였다. 이미 익숙한 상대이니, 걱정말라는 투였다. 나머지
한 쪽 별채는 은의 몫이었다.
-후훗, 오늘 은이 오버하는 것 같아. 영선생이 신경쓰인 모양이지?
그녀는 고소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한선생에게 물었다.
-흥... 미쳤어요? 제가 그런 유부녀 될 여자에게 봉을 뺏기게? 왜요, 아까 둘이
한참을 떠드는 것 같던데...?
-안그래도 펄펄 뛰더군...!
-누가요, 그 영이요? 호홋, 쌤통이다. 정신 차리라고 해요. 어차피 곧 아줌마 될
여잔데...
은은 마교장이 기다리고 있을 방을 향하기 위해 말을 멈췄다. 그 때였다. 한선생
이 은근히 그녀의 팔을 붙들며 속삭였다.
-나도 옆방에 있어.
-어머, 그래요? 그럼... 영선생 그 여자랑?
한선생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어머나, 재주도 좋으셔... 남의 여자 될 사람도 꼬시구...
-그래봤자 뭐하나... 아침에 보낼 수는 없지 않겠어?
그랬다. 지금 한선생이 영을 어쩐다 하여도, 내일 아침까지 붙잡아둘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어쨌든 곧 결혼할 여자가 함부로 외박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그래서 말인데... 교장이 자거든 건너오라구.
한선생의 은밀한 요구였다. 바로 이것이 그가 이 요정에 들어오면서 생각해낸 계
획이었다. 즉 아직 늦지 않은 저녁때에 영을 건드리고, 곧이어 새벽에 마교장의
방을 나설 은을 또한번 갖는다... 정말 한선생같은 정력가가 아니면 생각해내지
못할 속셈이었다.
-왠 일이야... 저한텐 다시 손도 안댈 것 같더니...?
흐흥, 은은 의외라는 듯 코웃음을 쳤다. 사실은 그랬다. 한선생이 학교 비리에
관계되면서, 맨처음 끌어들인 것이 이 은이었다. 그리고 당연히, 그는 마교장에
게 그녀를 넘기기 이전에 몇번 잠자리를 같이 한 적이 있었다. 결국 숙의 짐작 -
아까 양호실에서의 - 이 맞는 셈이었다. 그래서 어제 그녀는 한선생의 허리힘이
어떤지 다 안다고 숙에게 떠벌렸던 것이다.
하지만 한선생이 채홍사로서 마교장에게 영을 소개시키면서, 그녀로서도 순순히
받아들였던 이유는, 우선 첫째로 이미 마교장이 영과 관계를 갖는다는 소문을 들
어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즉 그것은 그만큼 그녀가 마교장의 욕구를 채워주기가
수월했음을 뜻하는 것이고, 그렇기에 자연스럽게 그녀는 외부 접대, 영은 교내
접대 - 이런 스타일이 되어갔던 것이다. 그리고 물론 나중에 끼어든 은이의 존재
를, 영은 오늘까지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둘째는 돈 - 돈의 문제였다. 즉 한선생은 그녀를 꼬드길 때에 유부남의 능란함으
로 꼬아낸 것이지만, 마교장에게서는 그런 것보다 더 큰 실질적인 이득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종종 그녀의 미술 임시교사로서의 월급을 능가
하고 있었다. 또한 정교사 임용의 기회가 보장된다는 점에서도 메리트가 있었기
에, 지금껏 은으로서는 마교장과의 동침에 이렇다할 반대의사가 없어왔던 것이
다. 그런 그녀이니만큼, 숙이나 저 영 따위에게 그 위치를 내주기가 싫었던 것이
다.
-흐흐, 그럴 리가 있나... 나야 그저 그동안 밀린 이야기나 오랜만에 하자는 것
이지...
그녀의 코웃음에 돌아오는 한선생의 대답이었다. 밀린 이야기... 그녀는 숙을 떠
올렸다. 그래 맞아, 이 사람이 요새 숙과 예전의 나처럼 그렇고 그런 관계인 것
같은데... 좋아, 확인해 둘 필요가 있겠지...!
-좋아요, 근데 정말 설마 이야기만하자는 건 아니겠죠?
-무슨 소리... 저 늙은 마교장보다는 내가 좀 더 낫지 않겠어...? 내가 보기엔
은이도 별로 만족하지 못할 것 같던데...
아주 노골적인 유혹이었다. 그는 은근슬쩍 손을 뻗어 은의 엉덩이를 어루만졌다.
-어머 왜 이러셔... 내가 뭐 색녀인 줄 아시나봐...!
눈꼬리를 감추며 눈웃음을 치고는, 그녀는 마교장이 기다리고 있을 별실로 향했
다. 출렁출렁, 꽉낀 치마뒤로 그녀의 색기어린 엉덩이가 흔들렸다. 한선생은 바
지 속이 불끈거리는 것을 느꼈다.
그래, 드디어 두 년 다 한번에 품을 수 있겠군 - 입맛을 다시며 능글맞은 웃음을
흘리는 그는, 자기도 영이 기다리고 있을 옆방으로 가기 위해 어둠 속에서 별채
로 향했다.
-어, 얼른 이리와!
이미 희가 들어선 방에서는 한창 일이 진행되고 있었다. 희가 들어오자마자, 오
래 기다렸다는 듯 교육관은 다짜고짜 그녀를 깨끗하게 펴진 온돌방 이불 위로,
손목을 끌어당기고 눕히고 있었다.
-어머, 교육관님...!
그의 옷을 벗기는 동작이 하도 격렬하였기에, 희는 자신의 블라우스가 찢겨지지
않을까 걱정될 정도였다. 아니나 다를까, 투두둑, 블라우스의 단추가 떨어져 나
가는 소리가 들렸다. 전번의 호텔 방에서도 그랬지만, 일단 달아오르기만 하면
앞뒤 안가리는 스타일의 교육관이었다. 희는 작달막한 이 중년사내의 몸에서 어
떻게 이런 힘이 넘치는지 의아했다.
-교, 교육관님, 서둘지 마세요! 오, 옷 찢어진단 말이에요...!
그러나 막무가내로, 그의 손길은 블라우스를 젖히자 이번에는 그녀 하반신의 검
은 색 정장치마를 거칠게 끌어올리고 있었다. 아예 이제는 치마 따위는 벗기지도
않을 심산인 모양이었다. 스커트를 간신히 허리 위로 끌어올리자, 이번에는 치마
단이 뜯어지는 소리가 났다.
-아흑, 처, 천천히요...! 이, 이러시면 저 내일 집에 못가요!
-조용히 해, 이년아!
교육관은 이제 욕까지 해대고 있었다. 희는 스타킹과 한꺼번에 팬티까지 내려지
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다행히 그녀의 팬티스타킹과 속옷만큼은 그가 완전히
벗겨내었다. 졸지에 그녀는 치마 - 그것도 걷어올려진 - 와 브래지어만을 걸친
요상한 옷차림이 되고 있었다. 다짜고짜 그녀의 풍만하게 드러난 허연 유방위로,
그의 얼굴이 쳐박히고 있었다. 희는 뭔가 불안한 느낌이 들고 있었다.
영은 마담이 안내한 곳이 퍽 이상하다고 느꼈다. 마치 한옥집의 안방같은 구조였
다. 미닫이 장지문이 있을 뿐이지, 안의 내부구조는 무슨 호텔방을 연상시킬 정
도로 깔끔하고 화려했으며, 방안에는 곧바로 이어져 딸린 욕실까지 있었다.
온돌 방의 한가운데는 깔끔한 이부자리와 요가 단정하게 펼쳐져 있었고 그 옆에
는 조그만 술상이 한식 안주상과 함께 놓여져 있었다. 마치 무슨 사극영화에 나
오는 신방같네... 그녀는 너무나 깨끗한 방의 구조에 얼떨떨하여 채 앉지도 못하
고 있었다.
그 때 한선생이 방으로 들어왔다.
-아니 왜 그러고 섰어? 앉지 않구서...
그는 마치 자기 집 안방에 들어온 듯이 털썩, 주저앉아 넥타이를 풀어 던지고 있
었다.
-거기 앉으라니까, 영이. 우리끼리 한잔 더하기로 했잖아?
엉거주춤, 그와 술상을 마주하며 앉은 그녀는 왠지 이곳이 2차의 술자리란 말이
믿기지가 않았다.
-여, 여기는 뭐하는 곳이죠...?
-보면 모르나, 술집 아냐?
-그, 그래도 여긴 꼭 호텔방 같아요... 화장실도 있고...
피식, 술을 따르려던 한선생은 그녀의 의아한 표정을 쳐다보았다.
-후훗, 여기는 별채라서 그래.
-별채... 라니요?
-별채 몰라? 기생들 나와서 술 따라주고 손님하고 같이 자는...
영의 눈이 휘둥그레지고 있었다.
-어머 이런 덴 처음이네?
다소 늦게 도착한 영이 으리으리한 한옥을 보면서 내뱉은 첫마디였다. 씩, 웃는
한선생이었다. 아마 니 년도 이런 날 아니면 평생 한번 들어올 날도 없을 걸? -
속으로 비웃으며 한선생은 요정의 대문을 들어섰다.
-아까 도착한 손님들은?
그들도 역시 화사하게 한복으로 치장한 기생의 안내를 받으며 마교장과 교육관의
방으로 안내되어지고 있었다. 어유, 그 늙은이가 난 빼고 다른 년만 이런 곳에
데리고 들락거렸단 말이지...? 영은 질투가 생기고 있었다.
사실이었다. 영은 결혼을 앞둔지 얼마 안되었기에, 마교장과 관계를 맺더라도 주
로 낮의 교장실 - 두껍게 방음벽과 커텐으로 둘러싸인 - 에서 정사를 가졌었다.
행여 밖에서 따로 만났다가는 자기에게 안좋은 소문이 퍼질지도 모르는 일이었기
때문에... 그렇기에 학교 안에서 눈치빠른 몇몇이 그녀의 일을 알뿐이었지, 마교
장으로서도 학교 밖에서 은과 딴살림을 차릴 수 있었던 것이다. 그녀는 그런 은
과 마교장의 사이를 그전까지 모르고 있었다. 즉 은과 희는 비교적 학교 안에서
는 소문이 돌지 않은 것이다.
영은 처음이라는 듯 신기하게 두리번거리며 밀실로 들어섰다. 그러나 밀실에 들
어선 순간, 그녀는 저으기 놀랄 수 밖에 없었다.
당연히 자기가 앉았어야할 자리에, 버젓이 은이 앉아 히히덕거리고 있었던 것이
다. 어머, 어떻게 된 거야? 왜 저 기집애가 저기에 앉아있는 거지? 그녀는 뭔가
분위기가 이상하다는 것을 직감했다.
그러나 한선생은 이미 이럴 것을 예상이라도 한 듯 자연스럽게 탁자의 한쪽에 앉
고 있었다.
-어이, 영이 왜 그래? 어서 앉아.
이럴 수가, 나더러 지금 한선생 술시중을 들라구? 그녀는 기가 막혔다.
-죄송해요. 저 잠깐 화장실좀...
영은 앉으려다 말고 일어서며 다른 사람이 눈치채지 못하게 한선생의 와이셔츠
소매를 잡아당겼다. 잠깐 밖으로 따라 나오라는 의미였다.
떨떠름한 표정의 그가 장지문 뒤로 나오자, 그녀는 한선생의 팔뚝을 붙잡고 힐난
하듯 목소릴 낮춰 따졌다.
-어머 어떻게 된 거에요? 왜 저 은선생이 저 자리에 앉아 있어요?
-내가 그걸 어찌 아나? 교장님이 알아서 앉혔겠지.
-그래도 전 교장 선생님이 불러서 온 거잖아요?
자기가 마교장의 술시중만 들어야되는 줄 알고 따라온 그녀였다. 그러나 지금 이
상황은 뭔가. 전혀 엉뚱한 이 한선생이라는 작자에게 술을 따라야할 판이었다.
-허허... 뭘 그리 신경 써? 이따 때되면 그 쪽에 앉히시겠지. 그냥 지금은 조용
히 들어가 앉자구... 그렇다고 지금 나갈 수도 없잖아?
황당했다. 그래도 그렇지, 마교장이 자기를 옆에 두리라 철석같이 믿고 있었던
그녀였다. 다시 말해 영은 은과 마교장 사이의 관계를 몰랐던 것으로, 자기가 숙
의 대타로 머릿수를 맞추기 위해 불려왔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 것이다.
-아유, 뭐야 이게... 이럴 줄 알았으면 안오는 건데.
하는 수 없이 도로 방안으로 들어가며, 그녀는 짜증이 나는 듯 투덜거리고 있었
다.
흥, 바보같은 년 - 그런 영을 보며 한선생은 비웃고 있었다. 남편될 놈도 버젓이
두고 있는 게, 자기가 무슨 열녀라고 따지나. 어차피 이쪽 저쪽 대주기는 마찬가
지인 년이...
그녀 뒤를 따라 방안으로 들어서려 하는데, 아까의 마담이 다가왔다.
-저, 손님. 아까 두 분은 별채 예약하셨는데, 손님은 어쩌시겠습니까?
별채라고? 둘만 방을 잡았단 말이지... 한선생은 머리를 굴렸다.
-그럼... 나도 하나 주시오.
-예, 근데... 방이 모자라서 안에 계신 두 분중 한분 옆방을 드려야겠는데... 어
느 쪽으로 하시겠어요? 별실들 벽이 얇아서 신경 쓰이실까봐...
그래? 재밌겠는걸 - 흐흐, 그는 야릇한 계산을 머리 속으로 따지고 있었다. 실로
엄청난 계획이었다.
-후후... 그럼 저 교장님 옆방으로 해줘요. 그리고... 술상도 따로 준비해줘요.
고급 요정이었기에, 함부로 방을 내주는 일이 드문 곳이었다. 그리고 내주어도
일일이 이렇게 손님에게 방을 지정받고 있는 곳이었다. 그만큼 알만한 실력자나
갑부들이 들락이는 곳이라는 의미다.
일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잘만하면, 성공할 수도 있겠는걸...! 한선생은 내
심 쾌재를 부르고 있었다. 어차피 모든 계산은 저 안의 작자들이 하는 것이다.
그로서는 손해를 볼 리 없다. 영이나 은, 그 둘 중의 하나, 아니 어쩌면 둘 모두
를 한꺼번에 품을 계획이 그의 머리 속에 든 계산이었다.
그가 방 안으로 돌아와 영의 옆 방석에 자리를 잡자, 곧이어 상위가 그득하게 음
식들이 들어왔다. 상다리가 휘어진다는 말은 이 경우에 쓸만했다. 산해진미에
곧이어 술주전자들이 날라져 오고, 은과 희는 알아서 교육관과 마교장에게 술을
따르고 있었다. 하지만 흘끗보니 영은 팽 토라진 인상을 하고 있었다.
한선생은 슬쩍 상 아래로 손을 뻗어 그녀의 치마 아래로 드러난 허벅지를 꼬집었
다. 분위기를 맞추라는 신호였다.
아얏, 소리를 내지 못하고 영은 눈을 흘기며 그를 쏘아보았다. 한선생은 모른 척
하며 짐짓 먼저 술을 들어 그녀의 잔을 채웠다.
-일전에, 한주임님이라고 하셨지...?
교육관이 그런 그들을 돌아보며 물었다. 한선생은 자기에게 질문이 돌아오자 깎
듯이 공손하게 답했다.
-예, 교육관님, 그렇습니다.
-그런데... 파트너가 바뀌셨구만. 누구시죠? 혹시 부인 되시는가? 상당히 미인이
신데...
부인? 영의 눈이 놀라 휘둥그레졌다. 그러나 한선생은 미녀 부인이라는 말이 유
쾌한 듯, 웃음을 터뜨릴 뿐이었다. 대신 마교장이 끼어들었다.
-하하... 아닙니다. 한선생 곁의 아가씨는 저희 학교의 국어교사이신 영선생입니
다. 아직 미스고, 다음 달에 결혼 예정입니다.
-허어, 그래요? 그럼 내가 실수를 했구만. 나는 또 아가씨가 바뀌었길래 재주도
좋으시다 했지... 허허...!
당황한 영은 얼굴이 붉어지는 느낌이었다. 아가씨가 바뀌었다? 그럼 나는 다른
여선생의 대타란 말인가? 그 때 퍼뜩, 드는 생각이 있었다. 맞아, 그... 숙이라
던 음악 임시교사! 그녀는 어제 봉투를 쥐고 나서던 숙을 교장실 문 앞에서 우연
히 마주쳤던 기억을 떠올렸다. 그럼 - 내가 오늘 그 숙선생 대신에...?
당장 마교장에게 반감이 생기는 그녀였다. 세상에, 나를 이런 강사선생들과 같이
취급을 하다니...!
그러나 좌중의 아무도 그런 그녀를 무시하고 있었다. 심지어는 한선생까지도 시
시껄렁한 농담으로 좌중의 분위기를 맞추며 온갖 아첨의 말을 늘어놓고 있었다.
속이 상한 그녀는 스스럼 없이 자기 앞에 놓인 술잔을 들이켰다. 아유, 분해!
마교장 쪽을 보니 어느새 은의 엉덩이를 철썩거리며 그녀가 집어주는 안주를 덥
석덥석 받아물고 있었다. 그에 질새라 맞은 편의 교육관도 희의 허벅지를 주물럭
거리며 열심히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영은 자기 앞에 놓인 술병을 집고 빈 잔
을 채우려 했다. 두고 보자! 다시는 저 마교장을 상대해주나 -
그 때, 은근히 그녀의 손목을 붙들며 술주전자를 건네받는 손이 있었다. 한선생
이었다. 그는 선심을 쓰는 듯 대신 그녀의 잔을 채워주었다. 그 잔도 연거푸 그
녀는 목구멍으로 넘겼다.
그는 연이어 술을 따라주며 슬쩌기 영의 눈치를 살폈다. 그녀는 상당히 토라진
상황인 것 같았다. 잘 되가는군 - 계획대로 되가고 있어... 그 능글맞은 웃음의
의미를 자리에 앉은 아무도 모르고 있었다. 그는 슬며시 몸을 기대며 달래는 척
했다.
-이것 봐. 좀 천천히 마시지 그래...?
눈치채지 못하게 속삭이는 그의 말을, 그러나 그녀는 콧방귀를 뀌듯 뾰루퉁한 표
정으로 대꾸했다.
-흥, 무슨 상관이에요? 어차피 내 돈 내고 마시는 것도 아닌데 뭘!
-어허, 다른 사람들 듣겠어...!
마치 그녀를 위로해주려는 것처럼 한선생의 팔이 그녀의 어깨에 둘러지고 있었
다.
-취한다니까, 독한 술이라구...
-상관없어요...!
그녀는 분함을 삭히느라, 은근슬쩍 그의 손이 어깨 위에 얹어지는 것도 미처 거
부하지 않고 있었다.
★숙의 하루 (제9부)★ 그녀들이 싫어하는 체위 ⑤
워낙 널찍한 방안의 큼직한 상이라 - 게다가 옆방에서는 계속 뚱땅대는 가야금
소리가 이어지고 있었다 - 영과 한선생이 벌이는 수작은 그닥 교육관과 마교장의
눈길을 끌지 않고 있었다. 게다가 그들은, 각기 희와 은에게 수작을 부리느라 말
석의 그들에게 채 관심을 두지 않고 있었다.
그런 틈을 타, 한선생은 영이 잔을 비우는 족족 한손으로는 술을 따르며 다른 손
으로는 은근히 그녀의 등을 어루만지고 있었다. 어느새 조금씩 아래로 향하는 그
의 한손은, 그녀의 등뒤에서 하늘거리는 원피스 위로 그 안의 브래지어 윤곽을
더듬을 수 있는 위치까지 내려오고 있었다.
-그래 그래, 내 영선생 마음 다 알지... 어디 영선생이 저런 나이어린 강사들하
고 같아? 오늘 여기서는 좀 참으라구... 뭘 어쩌겠어? 잘못했다간 영이나 나나
모가지지... 안그래?
마치 동병상련이라도 되는 듯 그의 입에 발린 말은 영의 기분을 맞춰주고 있었
다.
-그래도 난 이렇게 생각한다구, 영이만큼 외모가 뛰어나니까 이런 데 와서 교육
관님한테 칭찬도 받는 것 아냐? 난 가끔 영이 남편될 친구가 부럽다구... 정말이
야. 그 친구는 영이같은 미인을 매일 밤마다 볼 것 아니겠어...?
외모에 대한 칭찬에 약한 것이 여자의 기본 속성인 탓일까. 가뜩이나 콧대 높은
영은 그 말에 은근슬쩍 동하는 모양이었다. 그에 부응하여 한선생의 목소리는 더
욱 더 낮게 깔리고 있었다.
-날 보라구, 애들 뒤치닥거리에 퍼진 마누라까지... 알고보면 나도 참, 한심하다
구... 생각해 봐. 저 나리님들은 젊은 년들 끼고 놀지만, 난 뭐야? 그저 구경만
하고 있는 신세지...
영은 그 말을 듣자 왠지 측은한 느낌이 드는 모양인지, 한선생의 얼굴을 동의한
다는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그는 그런 시선을 느끼며 짐짓 담배를 피워 물었다.
-난 말야... 가끔은 나도 저러고 싶어... 영이처럼 미인하고 술도 마시고, 같이
밤새 살도 맞대고 말이야...
그들의 대화가 슬며시 야릇한 분위기로 흘러가는 데에도, 이야기에 취했음인지
영은 잠자코 고개를 끄덕이며 술잔을 비우고 있었다. 그녀의 귀밑이 점차 술기운
으로 붉어지기 시작했다.
-생각해 봐. 일찍 들어가도 자식들 걱정이지, 자려고 누워봐도 펑퍼짐한 여자 궁
뎅이뿐이지... 어이그, 나도 답답하다구...
-어머... 너무 그러지 마세요, 한선생님...
어느새 이미 한선생의 손은 그녀의 허리께를 더듬고 있었다. 그리고 그 손바닥은
그녀의 몸매를 쥐고 점점 더 아래로 흐르고 있었다. 실로 교묘한 한선생의 수법
이었다. 그러나 이제 오히려 영은 그를 위로하려들고 있었다.
-너무 상심마세요... 제가 오늘은 곁에 있어 드릴께요... 우리 술이나 한잔 해
요...
늦으면 그에게 바래다 달라고 아까 교장실에서 부탁했던 영의 다짐은 어느새 술
을 권하는 목소리로 바뀌고 있었다. 흐흐... 이제 절반쯤 됐군, 그래 마셔라 이
년아 - 그러나 그런 그녀의 말을 들으며 한선생은 속으로 이런 쾌재를 부르고 있
었다. 그는 문득 좌중을 보고는 은의 팔꿈치를 툭툭쳤다.
-저기들 보라구...
한참을 한선생과의 이야기에 빠져있던 영은 그제서야 취기에 붉어진 눈동자를 들
어 그가 가리킨 쪽을 보았다. 그곳에는 한층 야릇한 광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희의 쪽을 보니, 희는 이미 열띤 표정으로 눈을 질끈 감고 교육관의 어깨에 기대
어 있었다. 교육관은 이제 숫제 술잔마저 놓고 한손으로 어깨를 그녀의 얼굴을
감싼 채 무어라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 때마다 작게 희의 고개가 끄덕이고 있었
다. 다른 한손은 희의 앞쪽을 가로질러 탁자 아래로 내려져 있었는데, 작게 희의
몸이 들썩이고 있는 걸로 보아, 필경 그녀의 치마 속 깊숙히 들어서 핵심 부근까
지 도달한 모양이었다.
은의 쪽 - 마교장의 쪽은 더 민망한 광경이었다. 왜냐하면 그것은 은이 더욱 적
극적인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마교장의 한손을 들어 스스로 자신의 가슴,
블라우스 안으로 들이밀고 있었다. 그리고 그 블라우스가 겉으로 불룩거리는 것
으로 보아, 이미 그의 손은 그녀의 유방을 주물럭거리고 있음이 분명했다. 하지
만 그게 전부는 아니었다. 그녀의 입은 마교장의 귓가에 다가가 있었다.
영은 맨 처음 그것이 귀엣말을 주고받는 거겠거니 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그게
아니었다. 은의 고개가 이쪽저쪽으로 돌려지는 것을 보고서야 알았다. 은의 벌려
진 입술 안에는 마교장의 귓불이 들어가 있었다. 그녀는 잘근잘근 그의 귓불을
물며, 혀로 핥고 있었던 것이다.
사실 은의 행동은 다분히 계산적인 데가 있었다. 즉 그녀는 일부러 마교장의 비
위를 맞추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은, 갖은 기교를 동원함으로써 그를 꼼짝 못하
게 하려는 데에 있었다. 그리고 그 목적은, 바로 지금처럼 영이 보고 있는 상황
하에서 버젓이 마교장을 차지하려는 속셈이었던 것이다.
훅, 그 광경을 보고서야 영은 고개를 돌렸다. 실제로 그녀는 결혼 상대자와 더한
경험, 그리고 마교장에게서 더욱 노골적인 행위를 강요받은 적이 있었지만, 이렇
게 직접 다른 사람의 행위를 본 적은 전혀 없었던 것이다.
-미, 미워 죽겠어...!
그녀의 입에서 무의식적으로 튀어나온 말이었다. 자기말고 다른 여자에게 찝적거
리는 마교장도 그랬지만, 그것을 자기가 보는 앞에서 드러내고 하다니 - 영은 술
기운 아닌 무언가가 자기의 얼굴을 달아오르게 함을 느꼈다.
-어때... 영이도 시집가면 저러겠지...?
한선생의 노골적인 질문이 귓가에 들려오고 있었지만, 그녀는 그보다 적나라한
그들의 모습, 특히나 은이 보이는 마교장에 대한 수작이 견딜 수가 없었다. 그리
고 그녀는, 어느샌가 그 틈을 틈타 한선생의 손이 은근히 자신의 엉덩이께까지
도달하고 있음을 전혀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목이 타는 듯 영은 거푸 술잔을 들이켰다. 그녀는 그의 손이 자신의 엉덩이를 더
듬고 있다는 사실도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머리가 어지러웠다. 갑자기 술기운이
몽땅 올라오는 느낌이었다.
-어때, 영이... 나가자구... 어차피 교장님은 저 은선생에게 빠진 것 같아... 그
냥 우리끼리 조용히 사라져주자구... 어쩌겠어, 저 두 사람은 이제 말리지도 못
할 것 같은데...
영은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더이상 견디기가 힘들었다. 임시교사들보다도 못한
취급을 받는 것이 자존심 상하는 데다가, 자기를 특별히 불렀다던 마교장까지 자
기를 끌어앉힐 생각을 않고 있으니, 그녀로서는 갈수록 가시방석이었던 것이다.
그런데다가 야릇한 광경까지 목격하고 있으려니, 차라리 한선생의 은밀한 제안에
끌리고도 남았다.
그녀의 엉덩이를 이제 노골적으로 매만지는 그가 다시 한번 어깨를 밀착시켜 왔
다.
-저 사람들은 내버려두고 우리끼리 가지... 어차피 이쪽은 신경 쓸 것 같지도 않
으니... 나가서 술이나 한잔 더하자구.
영은 멍하니 교육관과 마교장 쪽을 쳐다보더니 말없이 달아오른 고개를 끄덕거렸
다. 승락한다는 표시였다.
-그럼 조용히 나가서 기다려. 2차는 이미 마련해 뒀어. 나가면 마담이 데려다 줄
거야.
2차... 그것은 아까 마담에게 얘기해둔 별채였다. 한선생은 이미 그것까지 생각
해 둔 것이다. 은이 마교장을 차지했으니, 남은 것은 영일 수 밖에 없었고, 그럼
이런 기회를 그냥 놓칠 리 없는 그였다. 영은, 밀실을 나가면 곧바로 별채로 안
내되어질 것이다. 그것도 자기가 일러둔 마교장의 옆방으로.
영이 먼저 나간 것을 확인하자, 그는 짐짓 예의를 차리며 말을 꺼냈다.
-저... 교장 선생님.
-어... 뭐요...?
한선생이 끼어들자, 짐짓 멎쩍은 듯 은의 가슴 속에서 손을 빼내며 마교장이 그
를 보았다. 은도 그의 귓가를 지분거리던 입술을 떼며 돌아 보았다.
-적당히 술이 과하신 것 같은데... 자리를 옮기셔서 별채로 가셔서 좀 쉬시죠.
교육관님께서 약간 피곤하신 것 같습니다만...
그제서야 교육관도 희의 벌려진 허벅지 사이에서 손을 빼내며 그들 쪽을 향했다.
물론 피곤하다는 말을 꺼낸 적이 없었지만, 그는 당연히 별채로 가자는 말에 귀
가 솔깃할 따름이었다. 마교장은 그의 의중을 떠보았다.
-어쩌시겠습니까? 별실에서 일찍 쉬시겠습니까, 교육관님?
마다할 리가 없다. 교육관은 마치 그 말이 언제 나오느냐를 기다렸다는 듯 맞장
구를 쳤다.
-어허... 아닌게 아니라 좀 노곤하긴 하군요.
-그럼 별채로 옮기시죠...?
-허허, 어디 그럼 그럴까요...
교육관과 마교장이 강권에 못이긴 척 일어섰다. 그런 그들을 향해 깊숙히 고개를
숙이며 한선생은 깎듯한 인사를 했다.
-그럼 올라들 가십시오. 여자분들은 옷을 좀 챙기고 보내겠습니다.
★숙의 하루 (제9부)★ 그녀들이 싫어하는 체위 ⑥
이런 면에야 베테랑인 그였다. 아닌게 아니라 지금 은과 희, 둘 다 옷매무새가
엉망이었다. 교육관과 마교장은 서로 취기어린 얼굴을 앞세우며 방을 나섰다. 그
들도 보나마나 마담이 별채 방으로 안내할 것이다.
그가 짐짓 돌아서서 있는 동안, 은은 블라우스의 단추를 잠그고 엉망이 된 립스
틱을 고쳤다. 희는 흘러내린 스타킹을 치마 속에 손을 넣어 끌어올리고 구겨진
스커트를 다듬었다.
한선생은 그들을 데리고 직접 별채로 수행했다. 별채란 산자락의 깊숙한 나무숲
뒤에 위치한 자그마한 한옥이었는데, 두 채로 나뉘어 있었다. 안내한 기생 하나
가 희를 한쪽 별채로 안내했다.
-잘 모셔야 돼.
늘 하는 다짐이었지만, 한선생은 그 말을 잊지 않았다. 발그레한 얼굴로 돌아보
며, 희는 살짜기 웃어보였다. 이미 익숙한 상대이니, 걱정말라는 투였다. 나머지
한 쪽 별채는 은의 몫이었다.
-후훗, 오늘 은이 오버하는 것 같아. 영선생이 신경쓰인 모양이지?
그녀는 고소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한선생에게 물었다.
-흥... 미쳤어요? 제가 그런 유부녀 될 여자에게 봉을 뺏기게? 왜요, 아까 둘이
한참을 떠드는 것 같던데...?
-안그래도 펄펄 뛰더군...!
-누가요, 그 영이요? 호홋, 쌤통이다. 정신 차리라고 해요. 어차피 곧 아줌마 될
여잔데...
은은 마교장이 기다리고 있을 방을 향하기 위해 말을 멈췄다. 그 때였다. 한선생
이 은근히 그녀의 팔을 붙들며 속삭였다.
-나도 옆방에 있어.
-어머, 그래요? 그럼... 영선생 그 여자랑?
한선생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어머나, 재주도 좋으셔... 남의 여자 될 사람도 꼬시구...
-그래봤자 뭐하나... 아침에 보낼 수는 없지 않겠어?
그랬다. 지금 한선생이 영을 어쩐다 하여도, 내일 아침까지 붙잡아둘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어쨌든 곧 결혼할 여자가 함부로 외박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그래서 말인데... 교장이 자거든 건너오라구.
한선생의 은밀한 요구였다. 바로 이것이 그가 이 요정에 들어오면서 생각해낸 계
획이었다. 즉 아직 늦지 않은 저녁때에 영을 건드리고, 곧이어 새벽에 마교장의
방을 나설 은을 또한번 갖는다... 정말 한선생같은 정력가가 아니면 생각해내지
못할 속셈이었다.
-왠 일이야... 저한텐 다시 손도 안댈 것 같더니...?
흐흥, 은은 의외라는 듯 코웃음을 쳤다. 사실은 그랬다. 한선생이 학교 비리에
관계되면서, 맨처음 끌어들인 것이 이 은이었다. 그리고 당연히, 그는 마교장에
게 그녀를 넘기기 이전에 몇번 잠자리를 같이 한 적이 있었다. 결국 숙의 짐작 -
아까 양호실에서의 - 이 맞는 셈이었다. 그래서 어제 그녀는 한선생의 허리힘이
어떤지 다 안다고 숙에게 떠벌렸던 것이다.
하지만 한선생이 채홍사로서 마교장에게 영을 소개시키면서, 그녀로서도 순순히
받아들였던 이유는, 우선 첫째로 이미 마교장이 영과 관계를 갖는다는 소문을 들
어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즉 그것은 그만큼 그녀가 마교장의 욕구를 채워주기가
수월했음을 뜻하는 것이고, 그렇기에 자연스럽게 그녀는 외부 접대, 영은 교내
접대 - 이런 스타일이 되어갔던 것이다. 그리고 물론 나중에 끼어든 은이의 존재
를, 영은 오늘까지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둘째는 돈 - 돈의 문제였다. 즉 한선생은 그녀를 꼬드길 때에 유부남의 능란함으
로 꼬아낸 것이지만, 마교장에게서는 그런 것보다 더 큰 실질적인 이득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종종 그녀의 미술 임시교사로서의 월급을 능가
하고 있었다. 또한 정교사 임용의 기회가 보장된다는 점에서도 메리트가 있었기
에, 지금껏 은으로서는 마교장과의 동침에 이렇다할 반대의사가 없어왔던 것이
다. 그런 그녀이니만큼, 숙이나 저 영 따위에게 그 위치를 내주기가 싫었던 것이
다.
-흐흐, 그럴 리가 있나... 나야 그저 그동안 밀린 이야기나 오랜만에 하자는 것
이지...
그녀의 코웃음에 돌아오는 한선생의 대답이었다. 밀린 이야기... 그녀는 숙을 떠
올렸다. 그래 맞아, 이 사람이 요새 숙과 예전의 나처럼 그렇고 그런 관계인 것
같은데... 좋아, 확인해 둘 필요가 있겠지...!
-좋아요, 근데 정말 설마 이야기만하자는 건 아니겠죠?
-무슨 소리... 저 늙은 마교장보다는 내가 좀 더 낫지 않겠어...? 내가 보기엔
은이도 별로 만족하지 못할 것 같던데...
아주 노골적인 유혹이었다. 그는 은근슬쩍 손을 뻗어 은의 엉덩이를 어루만졌다.
-어머 왜 이러셔... 내가 뭐 색녀인 줄 아시나봐...!
눈꼬리를 감추며 눈웃음을 치고는, 그녀는 마교장이 기다리고 있을 별실로 향했
다. 출렁출렁, 꽉낀 치마뒤로 그녀의 색기어린 엉덩이가 흔들렸다. 한선생은 바
지 속이 불끈거리는 것을 느꼈다.
그래, 드디어 두 년 다 한번에 품을 수 있겠군 - 입맛을 다시며 능글맞은 웃음을
흘리는 그는, 자기도 영이 기다리고 있을 옆방으로 가기 위해 어둠 속에서 별채
로 향했다.
-어, 얼른 이리와!
이미 희가 들어선 방에서는 한창 일이 진행되고 있었다. 희가 들어오자마자, 오
래 기다렸다는 듯 교육관은 다짜고짜 그녀를 깨끗하게 펴진 온돌방 이불 위로,
손목을 끌어당기고 눕히고 있었다.
-어머, 교육관님...!
그의 옷을 벗기는 동작이 하도 격렬하였기에, 희는 자신의 블라우스가 찢겨지지
않을까 걱정될 정도였다. 아니나 다를까, 투두둑, 블라우스의 단추가 떨어져 나
가는 소리가 들렸다. 전번의 호텔 방에서도 그랬지만, 일단 달아오르기만 하면
앞뒤 안가리는 스타일의 교육관이었다. 희는 작달막한 이 중년사내의 몸에서 어
떻게 이런 힘이 넘치는지 의아했다.
-교, 교육관님, 서둘지 마세요! 오, 옷 찢어진단 말이에요...!
그러나 막무가내로, 그의 손길은 블라우스를 젖히자 이번에는 그녀 하반신의 검
은 색 정장치마를 거칠게 끌어올리고 있었다. 아예 이제는 치마 따위는 벗기지도
않을 심산인 모양이었다. 스커트를 간신히 허리 위로 끌어올리자, 이번에는 치마
단이 뜯어지는 소리가 났다.
-아흑, 처, 천천히요...! 이, 이러시면 저 내일 집에 못가요!
-조용히 해, 이년아!
교육관은 이제 욕까지 해대고 있었다. 희는 스타킹과 한꺼번에 팬티까지 내려지
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다행히 그녀의 팬티스타킹과 속옷만큼은 그가 완전히
벗겨내었다. 졸지에 그녀는 치마 - 그것도 걷어올려진 - 와 브래지어만을 걸친
요상한 옷차림이 되고 있었다. 다짜고짜 그녀의 풍만하게 드러난 허연 유방위로,
그의 얼굴이 쳐박히고 있었다. 희는 뭔가 불안한 느낌이 들고 있었다.
영은 마담이 안내한 곳이 퍽 이상하다고 느꼈다. 마치 한옥집의 안방같은 구조였
다. 미닫이 장지문이 있을 뿐이지, 안의 내부구조는 무슨 호텔방을 연상시킬 정
도로 깔끔하고 화려했으며, 방안에는 곧바로 이어져 딸린 욕실까지 있었다.
온돌 방의 한가운데는 깔끔한 이부자리와 요가 단정하게 펼쳐져 있었고 그 옆에
는 조그만 술상이 한식 안주상과 함께 놓여져 있었다. 마치 무슨 사극영화에 나
오는 신방같네... 그녀는 너무나 깨끗한 방의 구조에 얼떨떨하여 채 앉지도 못하
고 있었다.
그 때 한선생이 방으로 들어왔다.
-아니 왜 그러고 섰어? 앉지 않구서...
그는 마치 자기 집 안방에 들어온 듯이 털썩, 주저앉아 넥타이를 풀어 던지고 있
었다.
-거기 앉으라니까, 영이. 우리끼리 한잔 더하기로 했잖아?
엉거주춤, 그와 술상을 마주하며 앉은 그녀는 왠지 이곳이 2차의 술자리란 말이
믿기지가 않았다.
-여, 여기는 뭐하는 곳이죠...?
-보면 모르나, 술집 아냐?
-그, 그래도 여긴 꼭 호텔방 같아요... 화장실도 있고...
피식, 술을 따르려던 한선생은 그녀의 의아한 표정을 쳐다보았다.
-후훗, 여기는 별채라서 그래.
-별채... 라니요?
-별채 몰라? 기생들 나와서 술 따라주고 손님하고 같이 자는...
영의 눈이 휘둥그레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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