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언덕 (36)
아빠의 목소리는 차분한듯했지만 그 속에 숨겨진 흔들림을 눈치채지 못할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엄마에게 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원래 우리는....”
아빠 회사동료의 애인이었던 엄마친구의 소개로 두 사람이 만나게 되어 사랑에 빠졌다는 건, 이미 들어서 알고 있는 이야기였지만 구태여 그런 티를 내지는 않았다.
그저 묵묵히 듣고만 있었다.
그리고 엄마나 아빠의 이야기에서 늘 공백이었던 바로 그 부분이 시작되었다.
“...그런데 그 두 사람 사이에 문제가 좀 있었어...”
엄마와 아빠를 소개시켜주었던 원래의 그 커플이 삐걱거렸다고 한다.
남자는 복잡한 여자문제로, 여자는 사치를 즐기는 낭비벽 때문에 말이다.
그러던 어느 늦은 밤 혼자서 자취를 하던 아빠의 옥탑 방으로 그녀가 울면서 찾아왔다.
뺨에다가는 벌건 손자국을 그대로 남긴 채 말이다.
둘간의 잦은 다툼이야 어렴풋이 눈치를 채고는 있었지만, 자신의 동료가 설마 여자에게 손찌검까지 하는 줄은 몰랐던 아빠였다.
티슈 통을 끌어안은 채 눈물을 찍어내는 여자의 하소연을 듣고 보니 그게 하루 이틀 있는 일이 아니었다.
애증이 뒤섞인 둘의 오랜 관계가 거의 한계에 부닥친 상황이었다.
아빠가 그녀에게 특별히 해줄 수 있는 일은 없었다.
그저 냉장고에 들었던 소주를 꺼내 김치를 안주로 대작하며 서러움을 위로해주는 정도였다.
하지만 문제는 바로 술이었다.
주거니 받거니 하다 급격히 취해버린 탓에 제정신이 들었을 때는 이미 두 사람이 알몸으로 뒤엉켜있었다는 것이다.
“휴~ 너도 한잔 더할래?”
“응...아빠...”
기분이 그런지 아빠가 일어서더니 술을 가져왔다.
그리고 재열에게 따라주고는 자신의 잔도 채웠다.
이제야 엄마가 갑자기 그렇게 변해버린 이유를 알게 되면서 이해가 갔다.
분명 그 사실을 엄마에게 들켰을 것이다.
가장 친했던 친구, 그것도 첫사랑이자 첫 남자인 아빠를 만나게 해준 너무나 고마운 은인이 하루아침에 뒤통수를 친 거였다.
물론 제일 믿었던 아빠에 대한 배신감과 그 충격이야 말할 필요도 없을 테고.
씁쓸하게 넘어가는 이 소주 맛이 지금 아빠에게는 어떻게 느껴질까?
“그래서....”
회한이 담긴 음성으로 아빠는 끊어졌던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재열의 추측대로 두 사람의 관계가 이어지다가 결국엔 엄마가 알고 말았다.
그것도 최악의 방법으로 말이다.
급한 일로 지방에 간다던 엄마가 그게 갑자기 해결되어 도중에 되돌아오게 되자, 아빠를 놀래주려고 연락도 없이 자취방으로 바로 들이닥쳐버렸다.
사랑하는 남자의 건강을 챙긴답시고 손에다 이것저것 잔뜩 사서, 즐거운 마음으로 열쇠를 돌린 엄마의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눈을 의심하게 만들었다.
두 마리의 짐승처럼 으르릉거리며 서로를 미친 듯이 탐하고 있는 자신의 연인과 친구였다.
“...예뻤나 보네?”
“...으, 응...아주...소현이만큼이나...”
솔직히 충격이었다.
자신이 알기로 아빠가 엄마를 사랑하는 마음은 아주 지극했다.
더군다나 엄마같이 매력적인 연인을 두고서 하룻밤의 실수가 아니라 지속적으로 관계를 가졌다는 말에 의문이 생겨 물어보자 그런 대답이 돌아온 거였다.
아빠가 뒤늦게 땅을 치고 후회해봐도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찾아가 용서를 빌려고 해도 아예 만나주지조차 않았다.
엄마는 아빠와 친구를 욕하기보다는 머리 속에서 완전히 지워버린 듯이 행동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들려온 소문은 마치 누군가에게 보여주고 싶다는 듯한 엄마의 문란한 남자관계였다.
실제로 엄마의 뒤를 몰래 밟다가 중년남자와 모텔로 들어가는 모습까지 봤단다.
“..그러면 어떻게 해서 엄마를 다시 찾아간 거야?”
“으, 응...그건...”
그 여자와의 관계는 의외로 오래갔다.
미모도 미모지만 끈적하게 빨아들이는 듯한 마성을 가진 여자였다.
마치 마약에 중독이 되기라도 한 듯이 내키면 아무 때나 찾아오는 그녀를 밀어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가 갑자기 증발해버렸다.
제발 떠나주기를 간절히 바랬으면서도 막상 사라져버리자 오히려 그녀를 찾아 헤맸다고 한다.
그러다가 문득 정신을 차렸을 땐 엄마와 그렇게 된지가 벌써 1년 가까이나 흘러가있었다.
“..염치는 없었지만...네 엄마가 아니면 도저히 정상적으로 살아갈 자신이 없었단다...”
그래서 무작정 찾아가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었다.
그렇게 일주일을 꼬박 매달리고서야 엄마는 눈물을 흘리며 아빠를 껴안았다는 것이다.
엄마는 아빠가 자신의 남자관계를 알면서도 받아들였다고만 했지 이런 이야기는 안 했었다.
아마 아빠의 그런 모습을 덮어주려고 그랬던 모양이다.
아들에게만은 언제나 당당한 아빠로 보여지길 바란 엄마의 그런 마음씀씀이가 재열의 가슴을 찡하게 만들었다.
“휴~ 그랬구나...자~ 아빠~”
“으, 응...”
재열은 자신의 잔을 비우고서 아빠에게 건넸다.
그리고는 술을 따라주며 말했다.
“어쨌던 다 지난 일이잖아? 이젠 서로를 이해하고 사랑하니까 된 거지, 뭐?
에이~ 그런 걸 가지고 나한테 이야기하는 걸 뭘 그렇게 힘들어했어?”
“크~ 자...받아...”
“응...아빠...”
아빠가 술잔을 단숨에 비우더니 되돌려주었다.
‘쪼르르~’ 술이 부어지는 소리가 정겹게 느껴졌다.
이런 것도 참 좋은 것 같았다.
부자가 앉아서 대작을 하며 흉금을 털어놓는 거 말이다.
“..재열아...”
“응...아빠...”
재열이 받은 잔을 조금 홀짝거린 다음 내려놓는 걸 지켜보던 아빠가 입을 열었다.
왠지 묵직한 분위기가 심상치 않아 가벼워졌던 그의 가슴이 갑자기 덜컥 내려앉았다.
“..이제부터 하는 이야기는 절대로 엄마한테 아는 척을 말아...아니, 오늘 이야기 모두...”
“으, 응? 알았어...”
사실 지금까지 들었던 이야기를 그렇게나 숨겨왔다는 게 많이 의아했었다.
물론 과거의 아픈 기억을 건드리는 거긴 하지만, 현재 자신들의 상황을 생각할 때면 별일이 아닌 걸로 치부될만한 것이다.
이후로 듣는 사연이 진짜 비밀이라는 뜻이었다.
재열은 긴장으로 침을 꿀꺽 삼켰다.
“너...무슨 일이 있어도 엄마를 생각하는 마음...변하지 않을 거지?”
“아이~ 참? 아빠는 이 아들을 몰라? 걱정하지마...세상이 망해도 그럴 일은 없을 테니까...”
“그래...그래...너라면 충분히 그걸 거야...차라리 이 아빠를 원망해...”
몇 번이나 다짐을 받는 아빠의 모습에 고개가 갸우뚱거려졌지만 마음 속으로 묻어두었다.
그러면서 아들을 못 믿어주는 듯한 그 모습이 조금은 서운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자신감은 곧바로 흔들릴 수 밖에 없었다.
아니, 솔직하게 말하면 아빠가 밉고 엄마가 원망스러웠다.
어떻게 이런 걸 지금까지 그렇게나 감쪽같이 속여왔단 말인가!
멍하니 앉아있는 그의 어깨를 툭툭 두드리면서 아빠가 나지막이 속삭였다.
“잊지마..누가 뭐래도 네 엄마야...그건 하늘이 두 쪽 나도 마찬가지야...
이 아빠가 너무 밉지? 미안하구나...술이나 조금 더 사오마....”
아마 혼자 있는 시간을 주려고 그러는 것일 거다.
한편으론 그만큼이나 아들을 믿는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그렇지 않다면 이렇게 혼자 둘 생각을 도저히 못할 테니 말이다.
‘탕~’
현관문이 닫히는 소리와 함께 실내는 적막감이 돌았다.
머리 속에서 산산조각이 난 것 같던 뇌가 조금씩 제자리를 찾는 것 같았다.
그리고 동시에 떠오르는 엄마의 얼굴, 알 수 없는 감정이 확 밀려들면서 눈물이 주르르 흘러내렸다.
“흑~ 엄마...”
엄마의 그 깊고 깊은 사랑과 희생이 가슴을 저리게 만들어 숨이 막혀왔다.
그녀를 가장 괴롭히고 힘들게 했던 건 그 누구도 아닌 바로 자신이었던 것이다.
잠시나마 엄마를 원망했던 자신이 죽이도록 미웠다.
엄마가 보고 싶어 미칠 것만 같았다.
재열은 아무도 없는 거실에 앉아 펑펑 울고 말았다.
*******************************************************************************************************
아빠가 되돌아온 후 두 사람은 묵묵히 서로의 빈 잔을 채워주며 그 많은 술을 다 비웠다.
어쩌다 보니 처음에 했던 말이 사실이 되고 말았다.
술을 이기지 못한 아빠가 그대로 쓰러져 잠이 들었던 것이다.
재열은 그런 아빠를 침대에다 끌어다 겨우 눕혔다.
지금껏 알아채지 못한 흰머리가 드문드문 보였다.
그리고 깊게 패인 이마의 주름살까지...또다시 눈물이 솟으려 했다.
“미안해, 아빠..나 잠시 아빠를 미워했었어...그리고 고마워...사랑해...쪽~”
아빠의 이마에다 입맞춤을 하고는 이불을 덮어주었다.
엄마 품을 유달리 찾는 아들을 ‘딸내미’라고 부르며 뽀뽀를 해달라고 조르곤 하던 아빠가 기억나 미소가 지어졌다.
지금 아빠가 깨어있었다면 정말로 좋아할 거라는 생각이 들면서 그간에 무심했던 게 미안해졌다.
조용히 문을 닫고 거실로 나왔다.
취하기는 많이 취했는데도 정신이 말똥말똥했다.
바닥에 널려있는 빈 병들을 쳐다보자 술을 더 마시고 싶은 생각이 들었지만 고개를 저었다.
이 시간에 다시 밖으로 나가서 사올 마음까지는 들지 않았던 것이다.
그때 문득 한쪽에서 뒹굴고 있는 담뱃갑이 눈에 들어왔다.
아빠가 저걸 물고서 깊게 빨아들여 길게 내뱉던 모습이 떠올랐다.
왠지 그렇게 하면 답답한 가슴 속이 후련해질 것도 같았다.
“콜록~ 콜록~”
하지만 첫 모금을 빨아들이는 순간 매캐한 냄새와 함께 가슴이 트이기는커녕 숨이 콱 막혀왔다.
눈물이 글썽거릴 정도로 기침을 하고 나자 답답함이 약간은 풀린 기분도 들었다.
그렇다고 그걸 다시 빨아볼 엄두는 나지 않았다.
꽁초가 수북한 재떨이에다 비벼 끄고는 대신에 베란다로 나왔다.
겨울을 문턱에다 둔 늦가을의 밤공기가 제법 쌀쌀했지만 지금은 시원하게 느껴졌다.
가로등과 드문드문 보이는 불빛만 빼고는 모든 게 잠들어있었다.
하늘에 걸린 하얀 조각달 위로 엄마의 얼굴이 떠올랐다.
또다시 가슴이 꽉 메이면서 그녀가 너무나 그리워졌다.
자꾸만 핸드폰으로 손길이 가는 걸 애써 참았다.
곤하게 자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녀의 목소리를 듣는다면 울음부터 나올 것 같았기 때문이다.
“휴우~~ 재열아~ 재열아~ 정신차려 임마...널 사랑하는 사람들을 잊었어?”
그렇게 중얼거리며 마음을 다독거렸다.
맞다, 지금 자신이 흔들리는 모습을 보인다면 제일 힘들어할 사람은 엄마였다.
그리고 아빠도.
그가 이렇게 힘들어하는 건 아빠에게서 들었던 놀라운 사실 때문이다.
그 사건을 언급하는 게 왜 금기였는지, 아빠가 고민에 고민을 거듭할 수 밖에 없었는지 충분히 공감이 갔다.
그런 면에서 아들을 이렇게나 믿어준 아빠가 너무 고마웠다.
솔직히 자신이 그 입장이라면 끝까지 숨겼을 것이다.
“엄마...아빠 말이 맞아...엄마는 누가 뭐래도 세상에서 하나뿐인 내 엄마야...사랑해...”
아빠와 엄마가 다시 만나 결혼을 한 후 과거의 아픔들은 다 잊어버린 듯 행복한 날들이 이어졌다.
특히나 허니문베이비의 소식은 그들 부부를 너무나 기쁘게 만들었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했던 태풍이 몰아쳤다.
발단은 어느 날 저녁 집으로 찾아온 한 노파에서부터였다.
거실소파에 앉아 더듬더듬 입을 연 그녀의 이야기는 아빠와 엄마를 경악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날 새벽 잠을 못 이루고 뒤척이는 아빠의 귀로 엄마의 신음소리가 들려왔다.
복통을 호소하는 그녀의 아랫도리는 피로 흥건해져 있었다.
구급차를 불러 응급실로 급히 후송했지만 그들에게 전해진 소식은 유산이라는 천청벽력이었다.
“미안..너무 미안해...내 동생아...거기서 잘 지내지?”
재열은 이름은 물론 성별마저도 모르는 자신의 이복동생이 있을 것처럼 생각되는 별빛을 올려다보며 사죄를 했다.
엄마아빠 같은 너무나 좋은 부모에게 사랑을 받고 살았을 그 아이의 행복을 자신이 훔쳤다.
그 두 사람은 재열을 위해 그 아이를 가슴속에다만 묻고서 입 밖에도 꺼내지 않았던 것이다.
“엄마랑 아빠가 널 잊은 건 아니야..잘 알지? 이제부턴 내가 이렇게 자주 너한테 이야기를 해줄게...사랑해....”
자신도 모르게 또다시 눈물이 주르르 흘러내렸다.
그러면서 한편으론 어떤 한 여자를 향해 증오심을 불태웠다.
아니, 그럴 가치조차 없었다.
지금까지처럼 영원히 모르는 사람일 뿐이다.
그 노파, 어쩌면 외할머니라고 불렀을지도 모르는, 가 전해준 소식은 바로 재열의 존재였다.
엄마와 아빠에게 그 큰 시련을 던져주고서 갑자기 사라졌던 그녀가 생모였다.
처음엔 펄쩍 뛰면서 믿지 못하던 아빠도 이어지는 이야기에는 목소리가 줄어들 수 밖에 없었다.
시골출신인 그녀는 어릴 때부터 뛰어난 미모로 인해 주변 사람들의 칭송을 듣다 보니 연예인이 꿈이었다고 한다.
그런 허영심이 그녀에게 분에 넘치는 사치를 부추겼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의 벽에 부딪쳐 그런 꿈을 잃어가고 있던 어느 날 우연히 길거리캐스팅이 된 거다.
그래서 모질게 마음먹고 사라져 한참 준비를 하고 있을 때 뒤늦게야 자신의 임신사실을 알고 절망에 빠져버렸다.
아마 그때 마침 딸의 뒷바라지를 위해 와있던 외할머니(?)가 눈치채지 못했다면 재열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못했을 것이다.
애를 지우면 약을 먹고 죽어버리겠다는 모친의 협박에 가까운 애원으로 결국 시골집에서 몰래 키우는 조건을 걸어 출산을 했다.
그녀는 6개월 정도를 시골집에서 유한 뒤에 자기 아이에게 젖도 한번 물리지 않고서 떠나버렸다.
그 이야기를 할 때 아빠가 머뭇거린 점이나, 그런 비밀을 지켜주면서까지 후원을 했다는 그 프로모션을 생각할 때 어쩌면 꽤나 성공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긴 했다.
하지만 그건 재열에게 잠깐 든 의심일 뿐 조금의 관심거리도 돼지 않았다.
자신과는 전혀 상관없는 남의 일이니까 말이다.
외할머니가 그렇게 찾아온 건 아이의 앞날도 그렇지만 도저히 혼자서 키워낼 여건이 안되기 때문이었다.
딸에게 말해봤자 고아원에다 맡겨버릴 가능성이 컸다.
그래서 고민을 하다 수소문을 해 겨우 찾아왔다고 했다.
“으, 응? 엄마?”
그때 갑자기 울린 전화벨에 깜짝 놀라 보니 엄마였다.
자신도 모르게 손이 떨렸다.
“여보세요? 엄마?”
“으, 응...잤어?”
“아니야...”
다행히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는데도 목소리는 그다지 떨리지를 않았다.
역시나 엄마였다.
자다 꿈자리가 뒤숭숭해서 깼다가 갑자기 아들의 음성이 듣고 싶었단다.
재열은 베란다 구석에 쭈그리고 앉아 어릴 때처럼 수다를 떨기 시작했다.
그러고 있으니 조금 전의 울적한 기분이나 답답함도 다 사라지고 가슴 속이 따스해졌다.
**********************************************************************************************************
주말인데도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곧바로 상경하겠다고 미안해하는 재열을 아빠는 미소를 지으며 껴안아주었다.
“그래...역시 우리 아들답다...고맙구나..이렇게 든든하게 자라줘서...”
“아빠....”
“엄마를 전보다도 더 사랑할거지?”
“응..물론...”
“이제는 엄마를 이해하겠지? 널 남자로 사랑하면서도 아들을 잃고 싶어하지 않았던 마음을...”
“응...알아...”
그때 아빠의 속삭임이 그를 경악하게 만들었다.
“..네가 엄마를 여자로서 사랑하는 게 전혀 이상하지 않아...
네 엄마는 너한테 엄마이자 아내이기도 해...네가 원한다면 아이를 낳아줄 수도 있을걸?”
“아, 아빠?”
“물론 그러려면 먼저 모든 걸 털어놔야겠지...”
재열은 한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사실에 부딪쳐 머리 속이 새하얘졌다.
엄마가 내 아이를? 문득 그녀가 잃어버린 자신의 동생이 떠올랐다.
가슴이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
그런 아들의 심정을 이해한다는 듯이 아빠가 부드럽게 말했다.
“네 엄마한테 늘 미안했거든? 그래서 만약에 아이를 가진다면 가장 사랑하는 사람의 아이를 선물하는 게 맞을 거야...”
“..아빠...”
아빠에게 이런 면이 있을 줄은 상상도 못했다.
자신 혼자만이 유별나다고 여겼었는데 엄마의 말이 옳았었다.
그는 다른 누구도 아닌 아빠를 가장 많이 닮았던 것이다.
확신이 섰을 때 그리고 진심으로 원할 때만 엄마에게 말하라고 했다.
그리고 그럴 경우 그 아인 표면적으로는 그의 늦둥이 동생이 될 거라고 하면서 말이다.
즉, 아빠가 모든 걸 책임지겠다는 소리였다.
“잘 생각해보렴....참, 그리고....”
아빠는 당분간은 서울본사로 돌아올 생각이 없다고 했다.
회사에도 이미 그렇게 요청을 해두었다는 것이다.
아무래도 재열에게 모든 걸 들려주겠다고 약속을 할 때부터 그렇게 마음먹었던 것 같다.
그래서 지금 이런 이야기를 꺼내며 엄마에게 남편이 되라고 은근히 암시하고 있었다.
“후후후~ 사실...넌 든든하긴 해도 이젠 너무 커버려서 귀여운 맛이 없어...귀염둥이의 재롱이 그립거든?”
“아, 아빠~!!!”
아빠는 황당해하면서도 두근거리고 있는 그의 엉덩이를 두드리며 역까지 태워줄 테니 빨리 나가자고 재촉을 했다.
마치 조금이라도 빨리 올라가 엄마를 뜨겁게 안아 아이를 가지게 만들라고 하는 듯이 말이다.
재열은 뭐에 홀리기라도 한 듯이 흐느적거리는 발걸음을 옮겼다.
****************************************************************************************************
“엄마~아~”
“어머? 이게 무슨 일이니?”
“헤헤헤~ 엄마가 너무 보고 싶어서 그냥 와버렸지?”
“아이~참? 아빠가 많이 서운했겠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자 늦잠을 잔 건지 수건만 두른 채 욕실에서 나오고 있던 엄마가 깜짝 놀랐다.
달려가서 와락 껴안고는 푹신한 젖가슴에다 얼굴을 묻으며 어리광을 부렸다.
아주 오랜만에 어린 시절 모습을 보이는 아들이 엄마도 좋은지 웃음꽃이 가득했다.
“히히히~ 아빠의 몫까지 열심히 안아주라던데?”
“꺅~ 어지러워~~”
엄마를 번쩍 안아 들고서 빙글빙글 돌자 가슴에다 묶었던 수건이 풀려 하얀 벚꽃처럼 휘날렸다.
새하얗게 출렁거리는 젖가슴이 눈을 부시게 했다.
거기에다 코를 들이박고서 숨을 깊게 들이키자 아주 좋은 냄새가 났다.
아이를 잃었다는 소식에 기절을 해버렸던 엄마가 다시 깨어나자마자 제일 먼저 내뱉은 말이 재열을 데려오라는 거였단다.
아빠는 복수심에 이성을 잃고 무슨 짓이라도 하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지만, 텅 비어버린 그녀의 눈동자를 보고는 아무 말도 못했다.
그리고 이제 돌이 갓 지난 재열을 품에 안고 다시 나타났을 때 병실침대에 누운 채 묵묵히 바라만보고 있다가 갑자기 양팔을 내밀었단다.
아빠가 떨리는 손으로 조심스럽게 건네자 잘자고 있던 재열이 갑자기 깨어나 울음을 터뜨렸다.
화들짝 놀란 엄마가 엉겁결에 껴안자 그가 젖가슴을 더듬어 젖꼭지를 입에다 물었다고 한다.
아무것도 나오지 않는 그걸 열심히 빨아대면서도 방긋방긋 웃는 그 모습에 아빠의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아빠가 봤던 엄마가 재열과 사랑에 빠져버린 순간이 바로 그때였다.
엄마에게서 화사한 미소가 피어나면서 너무나 행복해했다.
바로 이 젖가슴이었다.
재열은 젖꼭지를 입에다 물고 빨아봤다.
“아~ 좋아~”
엄마의 달콤한 비음이 귓전을 두드렸다.
이 부드럽고 말랑거리는 젖가슴에서 실상은 자신이 젖을 먹은 적은 없었다.
그런데도 처음부터 이걸 물기만 하면 그렇게나 좋아했다는 것이다.
단지 정이 그리웠을까? 아니면 자신도 엄마처럼 첫눈에 본능적으로 사랑을 느꼈던 걸까?
엄마를 바닥에다 내려놓고 속삭였다.
“사랑해, 엄마..내 연인, 내 사랑...”
“사랑해..내 아들...내 연인...”
재열은 엄마에게 키스를 하며 마지막 한마디는 마음 속으로만 말했다.
‘내 아내’라고 말이다.
******************************************************************************************************
엄마의 보지에다 연거푸 사정을 해댔다.
그렇게나 즐기던 항문은 본체만체 그곳만 계속 탐하는 재열이 그녀는 조금 이상했나 보았다.
“흐응~ 이제 똥꼬는 재미없어? 기껏 맛을 들여놓고는?”
“후후후~ 아니야~ 오늘은 특별히 ‘보지의 날’로 정했거든..”
“킥~ 어버이날은 들어봤어도 그런 건 또 처음이네? 아앙~ 또?”
“내가 말했잖아? 오늘 안으로 여기다 10번을 쌀 거야~”
“꺅~ 안돼~~ 그러면 나 죽어~”
아래로 기어 내려가 그녀의 가랑이를 벌리고서 혀를 들이대자 엄마가 비명을 내질렀다.
자신의 정액이 꾸역꾸역 흘러나오는 흐드러진 보지가 지금은 조금도 음란하게 보이지가 않았다.
아니, 오히려 구슬프게 눈물을 흘리고 있는 것만 같았다.
마음 놓고 바람을 피우기 위해 수술을 했다고 판단한 자신의 어리석음에 돌을 던지고 싶었다.
그건 오로지 하나 바로 사랑하는 아들을 위해 그녀가 내린 큰 결단이었다.
아빠가 다시 생각해보라고 몇 번을 설득해도 요지부동이었다고 한다.
아이가 생기면 혹시나 마음이 흔들릴지도 모른다며, 내 인생에 아들은 단 하나뿐이라고 단호하게 대답했다는 것이다.
아빠가 누누이 강조했던 엄마의 깊은 사랑을 절대로 의심하지 말라던 이유가 바로 그것이었다.
“후루룩~ 후릅~”
“아앙~ 재열아~”
여자의 가장 본능적이고 소중한 부분, 잉태의 원천을 아예 막아버린 곳이다.
지금 재열은 즐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숭배하고 감사하기 위한 의식을 치르는 중이었다.
그리고 한편으론 아빠의 마지막 말이 자꾸만 머리 속을 맴돌았다.
아기씨방이 막혀버린 이곳을 다시 살아나게 만드는 방법은 아주 명료했다.
엄마를 설득해 병원으로 데려가 복원수술을 하면 되니까.
자신의 뱃속으로 낳은 아이에게 그 얼마나 젖을 물려보고 싶었을까? 남의 자식에게조차 그렇게나 지극한 모성애를 보였으니 말이다.
보지의 구석구석을 아주 정성껏 핥아나갔다.
“아흐흑~ 오늘 이상해~ 앙~ 너무, 너무~ 좋아~ 아앙~ 미치겠어~ 아앙”
엄마도 뭔가 다른 느낌이 있었을까?
보지로 꾸르륵거리는 소리를 흘려내며 애액을 왈칵왈칵 쏟아내고 있었다.
재열은 또다시 단단해진 자지를 느끼고서 위쪽으로 미끄러져 올라갔다.
“사랑해...엄마...”
“아흑~ 사랑해~ 내 아들~ 어서, 어서 박아줘~ 앙~ 단단한 자지로 마구 쑤시고 잔뜩 싸~ 앙~”
손으로 잡을 필요도 없었다.
귀두가 근처를 더듬자 보지구멍이 오물거리며 쑥 빨아들였다.
그리고는 엄마가 허리를 들어 완전히 집어삼키고서 키스를 해왔다.
왠지 이렇게 쉴새 없이 박아대고 정액을 쏟아 부으면 막혔던 난관(卵管)이 저절로 열릴 것만 같다.
그렇게만 된다면 그 아팠던 상처를 다시 떠올리게 하지 않고도, 엄마에게 여자를 되찾아주고 아이를 돌려줄 수 있을 테니 말이다.
물론 아직은 전혀 서두를 게 아니었다.
엄마만이 아니라 소현까지 걸려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재열 스스로만 확신을 가진다면 충분히 해결이 될 문제이기도 했다.
두 모자의 뜨거운 항해가 한없이 계속되고 있었다.
*********************************************************************************************************
크나큰 사건을 넘기고 머리 속이 정리되자 예전보다도 마음이 훨씬 더 여유로워졌다.
나름대로 늘 베푸는 입장에서 살아왔다고 여겼는데 알고 보니 자신은 받기만 했던 게 아닌가?
그것도 너무나 소중한 것들을 말이다.
그래서 엄마는 물론 소현도 더더욱 자유롭게 살 수 있도록 해줄 생각이었다.
만약에 엄마가 자신의 아이를 낳게 된다고 하더라도 기존의 생활방식을 원한다면 막지 않을 것이다.
세상에서 제일 좋은 부모와 행복한 가정 그리고 사랑하는 연인인 엄마와 소현, 이미 가진 것만 해도 과분할 지경인데 여기서 뭔가를 더 욕심 내고 소유하려 든다면 그야말로 나쁜 놈이었다.
“그래...이젠 편하게 말할 자신이 생겼어?”
“웅~ 약간은....헤~~”
말은 약간이라고 했지만 소현은 아주 편안한 얼굴이었다.
딴 남자에 대한 이야기를 고백하려는 순간인데도 쑥스럽다는 듯이 혀를 빼무는 걸 보면 말이다.
아마 최근 재열이 풍기는 분위기 영향이 클 것이다.
원래부터도 성숙하긴 했지만 이번 일을 겪으면서 굉장히 완숙해졌다.
마치 태풍에도 꿈쩍하지 않는 거목과도 같은 느낌을 주었다.
뭐, 역으로 표현하면 이젠 정말로 애늙은이가 되었다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그러니까...몇 번 정도 만났었어...”
“만나기만?”
“잉~...그게...”
“후후후~ 괜찮아...말하기가 좀 그러면 나중에 다시 하던지...”
“아, 아니야~ 지금 할래..자기야~”
바캉스에서 돌아온 후 처음 만난 건 그로부터 한달 쯤이 지난 후였다.
그 사이 몇 번 통화는 있었지만 망설여졌다고 한다.
그런데 그 이유가 꺼려진다거나 싫은 게 아니라, 오히려 술에 취한데다가 경황이 없어 제대로 기억도 못하던 당시의 일들이 조금씩 떠오르면서 아래가 젖어버리기까지 했던 탓이다.
“그런데?”
“웅~....그러니까...”
조금 머뭇거리던 그녀가 얼굴이 새빨개져 털어놓은 게 아주 재미있었다.
한번은 잠들기 직전 늦은 시간에 걸려온 그 남자의 전화를 받을까 말까 망설이다가 핸드폰을 들었다.
잔뜩 취한 목소리로 횡설수설하면서 도저히 못 잊겠다는 둥 그때 너무나 좋았다는 둥 꼭 한번만 만나달라고 했다.
그런데 문제는 그 마지막이었다.
너무 많이 취한 탓인지 그녀 때문에 밤마다 자위를 하고서야 겨우 잠든다고 실토해버린 것이다.
깜짝 놀라 전화를 끊어버린 소현, 하지만 막상 엉뚱한 일이 생겼다.
자신의 보지를 쉴새 없이 파고들던 그 남자의 자지가 생생하게 기억나면서 자위를 하는 모습이 상상되었다.
그날의 미칠 것만 같은 쾌감이 온몸을 스치면서 전기가 흘렀다.
“하하하~ 그래서 그날...몇 번이나 쌌어?”
“아앙~ 두, 두 번...”
재열이 슬며시 보지를 만지면서 묻자 고개를 푹 숙이고는 대답했다.
그녀는 결국 두 번이나 자위를 하고서야 숙면을 취했던 것이다.
지금도 그 쾌감이 살아나는지 아래가 흥건해지고 있었다.
“...그리고 다음날 낮에 내가 먼저 전화를 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