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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리 호르돈 10 (환관 카이만)

환관(宦官) 카이만


#01-10 행복한 가족


그는 5.5크린(181cm)를 훌쩍 넘기는 큰키에 떡벌어진 체구였고, 살짝 튀어나온 배와 가슴팍 그리고 굵직한 팔다리엔 곱슬곱슬한 털이 무성하게 자라나 있어서, 그를 마치 커다란 곰처럼 보이게 만들고 있었다. 하지만 완전히 벌거벗고 찰싹 달라붙은 가죽 팬티 한 장입은체 얼굴엔 가면을 쓰고 있었으니, 그 모습은 우스꽝스럽기 짝이 없을 뿐이었다.


그가 한손에든 승마용채찍을 휘두르며 다른 한손에 든 쇄사슬을 툭 치듯 살짝 잡아당기자, 곁에 서있던 여인이 움찔하며 반응하고는 천천히 몸에 두르고 있던 망토를 벗어내렸다.


망토가 스르르 바닥에 흘러내리자, 그녀의 탐스러운 나신이 관객들의 눈앞에 드러났고, 관객석 한 구석에서 꿀꺽하고 군침삼키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그녀의 부드럽게 곱슬진 푸른머리카락 사이로 살짝 드러난 하얀 목에는 붉은 가죽제 목거리가 채워져 있었는데, 그 앞부분에는 마치 개목걸이와 같이 작은 금속고리가 달려있었고 거기에 얇은 쇄사슬이 묶여져 있었다. 두 다리에는 허벅지까지 올라오는 붉은 가죽스타킹을 착용한체, 빨간 애나멜 하이힐 구두를 신고 있었고, 두 팔에는 팔꿈치 위까지 올라오는 기다란 붉은 가죽 장갑을 끼고 있었다.


또한 여기에 바짝 조여진 붉은 가죽 코르셋도 입고 있었지만 그외에는 다른 아무 옷가지도 걸치고 있지 않았던지라, 봉긋 선 유방과 분홍 빛 유두, 뚜렷한 곡선을 그리며 탄력있게 튀어나온 엉덩이의 둔덕, 그리고 국부에 수줍게 자라난 푸른색 음모와 그 아래 자리잡은 분홍빛 속살까지 완전히 수많은 관객들 앞에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호르돈은 그녀의 자그마한 붉은 나비 가면 사이로 보이는 샤파이어처럼 깊고 푸른 눈동자를 보며 확신하고 있었다.


"저건... 자기 부인이잖아..."


포어겔스의 결혼식에서 보았던 그 앳되고 순결한 신부의 모습과는 너무나 달랐지만, 호르돈은 확신할 수 있었다. 게다가 무엇보다도 그 옆에선 저 남자가 바로 포어겔스 본인이었으니까 말이다.


포어겔스가 살짝 혓바닥을 내밀어 입술을 추기고는 쇄사슬을 잡아 당기자, 이제 막 18살이 된 그의 어린부인이 살짝 비틀거리며 그에게 다가왔다. 자신에게 다가온 그녀의 모습을 본 포어겔스는, 잔뜩 과장스럽게 얼굴을 찌뿌리며 승마용채찍을 쥔 손으로 그녀의 턱을 붙잡곤 불량스럽게 말했다.


"이년아! 너는 암캐년 주제에 어딜 감히 사람처럼 걷고 있는거냐? 암캐는 암캐 답게 기어다녀야지!"


포어겔스가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그녀는 더듬 더듬 말하며 바닥에 엎드렸다.


"죄. 죄. 죄송합니다. 주. 주인님."


하지만 아직도 포어겔스는 뭔가 마음에 안든다는듯이 얼굴을 찌뿌리며, 쇄사슬을 거칠게 당겨 엎드린 그녀의 얼굴을 끌어당겨와서는, 채찍을 든 손으로 그녀의 살짝 빨갛게 상기한 뺨을 툭툭치며 말했다.


"이년아! 너는 말하는 암캐 본적 있냐? 도대체 어떻게 암캐년이 사람의 말을 하고 있는거냐? 암캐가 사람을 말을 할 수 있었냐?"


포어겔스가 거칠게 다그치듯 말하자, 그녀는 불쌍할 지경으로 온몸을 바들바들 떨면서 간신히 고개를 저을 수 있었을 뿐이었다.


"그래 암캐는 짖는거야! 말하는게 아니라!"


포어겔스가 소리치며 한손에든 승마용채찍으로 그녀의 탐스러운 엉덩이를 "찰싹" 내려치자 그녀가 낮게 신음하며 몸부림쳤다.


"아흑!"


"아니면 울든지! 클클클."


그는 음흉한 웃음을 지어보이며 한손에 쥔 채찍으로 천천히 그녀의 엉덩이를 더듬어갔고, 그녀는 그 움직임에 맞추어 몸뚱이를 흐느적 흐느적 움직이며 동시에 엉덩이를 흔들거리기 시작했다.


그녀가 위치가 바뀌자 문득 호르돈은 그녀의 흔들거리는 엉덩이 사이에 꼬리가 있었다는걸 깨달았다. 하지만 사람에게 꼬리따위가 있을리 만무했었고, 다시 자세히 살펴보니 그 파란색 털꼬리는 그녀의 항문속에 박혀여있었던 것이었다.


흔들거리는 엉덩이의 움직임에 맞추어 털꼬리도 이리 저리 흔들리기 시작했는데, 그 모습은 그야말로 주인을 반기는 애완견의 모습 그대로였다.


"아으응... 으응..."


"꼬리를 흔들어 대는걸 보니, 이게 먹고 싶은게로구나?"


포어겔스는 한손에 든 짧은 승마용채찍으로 여전히 그녀의 엉덩이를 문질러대며 다른 한손으로, 이미 잔뜩 발기해버려서 손바닥만한 가죽팬티위으로 삐져나와 버린 물건을 툭툭치며 말했다.


"으으응 으응..."


연이어 끈적한 신음성을 내뱉고 있던 그녀는, 물기어린 눈빛에 간절함을 가득담아 그의 눈을 바라보며 살짝 고개를 끄떡거렸다. 하지만 그는 쇄사슬을 쥔 손으로 그녀의 푸른 곱슬머리를 한웅큼 움켜 잡은체, 빨갛게 상기된 그녀의 뺨과 입술을 혓바닥으로 두어 번 핥아내고선 음흉하게 웃으며 말했다.


"클클클. 하지만 말귀를 못알아듣는 암캐년에게 벌을 주는걸 잊어선 안되겠지?"


"아아아... 아으으응..."


그는 한손으론 여전히 그녀의 머리채를 움켜잡은체, 다른 한손에 든 승마용채찍을 그녀의 가랑이사이에 밀어넣고서는, 살살 손목을 움직여가며 채찍으로 그녀의 허벅지를 찰싹찰싹 때리면서 말했다.


"자아. 이 암캐년아! 어서 쫘악 벌려서 그 더럽고 냄새나는 구멍을 손님들에게 보여 주지 못하겠냐?"


"아앙. 아아앙. 아응!"


그녀가 마치 오줌을 싸는 개처럼 한쪽 다리를 들기 시작하자, 천천히 그녀의 비부가 갈라지며 분홍빛 속살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아아. 아아아... 아아앙!"


포어겔스는 승마용채찍의 가느다랗고 탄력있는 몸통끝에 달린 네모난 가죽부분으로, 촉촉하게 젖어있는 그녀의 조갯살을 이리 저리 벌리고 후벼내며 음흉하게 웃었다.


"클클클. 이 더러운 암캐년이 아주 좋아서 질질싸는구나. 그래 그렇게 좋으냐? 이 발정난 암캐년아?"


그가 음흉하게 웃으며 채찍으로 음부주변을 때려대기 시작하자, 그녀에게서 더욱 커다랗고 끈적한 신음소리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아앙! 아아아 아흑! 아아아!"


채찍질에 맞추어 온몸을 꿈뜰거리던 그녀가 더이상 견뎌내지 못하고 비틀거리자, 포어겔스는 그녀의 한쪽다리가 더이상 아래로 내려가지 못하도록, 머리채를 잡고 있던 손을 옮겨 그녀의 무릎깨를 움켜잡고선 더욱 집요하게 그녀의 음부를 때려대기 시작했다.


"하악. 아아앙. 하악! 아아!"


채찍이 소중한 곳을 내려 칠때마다 그녀의 자그마한 몸은 감전이라도 된것처럼 부들부들 떨고 있었고, 그녀의 새하얗던 피부는 온통 빨갛게 상기된체 뜨거운 열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계속된 채찍질에 그녀의 음부는 온통 새빨갛게 달아올라 있었고, 특히나 집중적으로 때렸던 클리토리스는 잔뜩 충혈된체로 볼록 튀어나와 있었다.


"하악! 하아아... 하악! 하아악!"


그리고 마침내 18살의 어린 부인은 계속된 채찍질을 이겨내지 못하고 커다란 신음소리와 함께 노오란 오줌줄기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아아아아... 아아아앙!"


"클클클. 그래 그래."


그녀의 가녀린 몸뚱이가 움찔움찔 경련할때마다 가느다란 오줌줄기가 분홍빛 조갯살 속에서 주르륵 주르륵 흘러나오고 있었다. 만족스러운 얼굴로 자신의 어린 부인이 오줌을 지리는 것을, 끝까지 지켜본 포어겔스는 다시금 음흉한 웃음을 흘리며 짖궂은 표정으로 주변의 관객석을 한바퀴 돌아보며 말했다.


"아아아... 이거 참. 죄송스럽게도 우리 암캐가 바닥을 엉망으로 더렵혀버렸군요. 이거 아무래도 벌을 주어야 겠는데 제 힘만으로는 무리일 것같고. 여러분께서 도와주셔야할 것같습니다만?"


말을 마친 포어겔스는 줄이 끊어진 인형처럼 쓰러진 그녀의 자그마한 몸을 끌어안더니, 옆에있던 나무의자위에 앉아 그녀의 몸을 자신의 무릎위에 거꾸로 올려놓고선, 항문에 박혀있던 파란색 꼬리를 만지작 거리기 시작했다.


"아아아... 아..."


그녀의 가녀린 몸둥이가 또다시 움찔하며 자그마한 신음소리가 귓가에 흘러들어오기 시작하고 있었다.


호르돈은 이 광연(狂宴)의 향기가 어느새 자신의 몸속으로 스며들어와 있다는 것을 느끼고는 움찔하며 객석의 창문 뒤쪽으로 뒷걸음질쳤다. 자신의 아랫도리가 미칠듯이 팽팽하게 곤두서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고, 어느새 귀두끝에서 흘러나온 애액은 바지 앞섶을 축축하게 적시고 있었다. 마치 그녀가 피가학적인 쾌락에 견뎌내지 못하고 오줌을 지려버렸던 것과같이...


호르돈은 문득 객석창 아래쪽에 달려있었던 버튼과 표시창 몇군대에 아까처럼 불빛이 켜져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제일 위에 있던 "입찰가능"이라 써진 제일 커다란 표시창과 그 아래쪽에 있던 여러개의 표시창중에서 "부인(婦人)"이라 써진 곳에 파란 불이 들어와 있었으며, 그 옆에 있던 두 개의 회전식 숫자판에는 "18"세 라는 표시와 "5"명까지 입장가능 이란 표시가 맞추어저 있었다. 그리고 그 아래쪽에 잡다한 버튼들에도 불이 들어와 있었고, 그 버튼 위에는 "실사(實射)", "질(膣)", "항문", "양방(兩方)", "입", "음액(飮液)", "음뇨(飮尿)"... 등등의 다양한 글씨들이 적혀져 있었다.


"아앙. 아앙. 아앙."


포어겔스는 의자에 앉아서 자신의 무릎에 엎드리듯 놓여있는 여자의 몸을 장난감처럼 가지고 놀고 있었다. 한 쪽손의 엄지와 검지로 그녀의 항문을 벌리고는, 다른 한손으로는 그녀의 항문속에 박힌 막대모양의 물건을 넣었다 뺐다 반복하고 있었다.


그녀의 항문에 박혀있던 털꼬리에는 1/3크린(11cm)이 조금 넘는 길이의 막대에 붙어있었고, 그 막대에는 구슬처럼 생긴 커다란 돌기가 여러개 붙어있었는데, 그중 제일 큰 것은 어린아이의 주먹만했다.


곧이어 무대에 바닥에 설치된 동그란문이 열리며 승강기가 올라왔고, 그위에는 실오라기 하나도 걸치지 않은 5명의 남자들이 야릇한 미소를 지은체 서 있었다.


포어겔스가 말했던 것처럼 호르돈은 워낙 사교계쪽으로는 관심이 없었던 사람이어서, 누가 누구인지 알아 낼 수는 없었다. 특히나 이렇게 모두들 가면을 쓰고 있는 상황에선 더더욱 그랬다.


"으으음."


호르돈은 나직하게 신음하고 주먹을 불끈 쥐었다. 이것은 단순한 음란극 따위가 아니었다. 이것이야말로 제국 상류 귀족들의 음습하고 비뚤어진 향락문화가 만들어낸 향락과 배덕의 난교축제였던 것이다.


"당신께서도 입찰하셨으면 좋았을 것을..."


그런데 갑자기 등뒤에서 누군가의 부드러운 음성이 들려왔다.


"헉 누구?"


호르돈은 깜짝놀라 움찔하며 뒤를 돌아보았고, 그곳에는 예의 기묘하다 못해 기괴하다할 정도로 이상했던 환관의 모습이 자리잡고 있었다.


"도대체 언제?"


당연히 물어본 것은 아니었고 아주 작게 반사적으로 신음하듯이 내뱉은 말이었지만, 환관은 온통 하얀분칠을 한 얼굴에 부드러운 미소를 지어보이며 친절하게 대답해 주었다.


"이미 노크는 여러번 했었습니다만, 당신께서 너무 열중하셔서 듣지 못하셨던것 같습니다만."


"그... 그런...?"


호르돈은 힘없이 쇼파에 주저 앉으며, 마치 죽어가는자가 내뱉는 신음성같은 소리를 흘렸다.


"이곳에 들어오셨으면 일단 잔걱정 따윈 하지 않으시는 쪽이 좋습니다. 밖의 일을 안으로 가져오지 않듯이, 안의 일 역시 밖으로 가져가지 않는 것이 이곳의 철칙이니까요."


"카이만..."


갑자기 이곳에 나타난 황제폐하의 침소담당 환관장의 모습에 당황하지 않는다면 그것이야 말로 이상한 것이리라. 호르돈은 놀란 가슴을 달래며 최대한 냉정하게 이자가 지금 나타난 이유를 생각해보았지만, 도무지 감이 잡히는 곳이 없었다.


"이곳은 자유로운 곳이지만, 동시에 단단한 규칙이 함께하는 곳이니까요. 뭐 그래도 일단은 먼저 솔직해지시는 게 좋습니다. 무엇보다도 그것이 가장 행복에 가까워 질 수 있는 방법이니까 말이죠."


환관은 호르돈의 마음을 알지도 못하는지 계속 멋대로 지껄여대고 있는 것같았다. 하지만...


"당신께서 최근 고민하시는 안주인분의 일이라든지 따님분들의 일이라든지 그런것들도 조금 더 생각해보시면, 결국 당신께서 자기 자신에게 너무 심하게 속박되 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


호르돈은 이자가 어떻게, 그리고 왜 알레아와 자신의 가족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인지 혼란스러워져만 갔다.


"자유로워 지십시오."


"무... 도대체, 무슨 소릴 하고 있는거요?"


"아아아... 이거 실례가 됐군요. 저는 아무래도 다른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어 주는 것이 하는 일이다보니, 행복은 물론 그 그림자인 불행이나 고통에도 퍽 민감한 편이랍니다. 그래서 그만 버릇처럼 무례를 저질러 버린 모양이군요."


"그래서 내가 지금 불행하기라도 하단 말이오?"


호르돈은 살짝 화가나 그에게 대꾸했지만, 그것은 자신의 온몸을 천천히 잠식해 들어오고 있는 혼란과 미혹을 떨쳐버리기위한 몸부림일 뿐이었다.


"그럼 지금 행복하신가요?"


"행복하지 않다면? 그래. 솔직히 나는 행복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최소한 지금에는 말이다. 그래서 내가 어떻게 해야 한다는 것인가? 자유? 자유로워지라고? 자유란 무엇인가? 자유, 그래 자유라는 것을 이를 때, 최소한 저 무대위에서 꿈뜰거리는 군상들의 모습을 생각하고 싶진 않다. 저것은 자유가 아니라 방종일 뿐이다."


"필요 없으니, 이제 그만 나가주시오! 아니, 됐소 내가 나가겠소!"


호르돈은 벌떡 일어서며 고함치듯 대답하곤 객실의 문을 향해 걸어갔다. 그런데 갑자기 객실의 문이 천천히 열리며, 누군가 또다른 사람이 모습이 나타났다.


"재. 재상각하?"


호르돈은 기겁하고 뒤로물러서며 비명이라도 지르듯이 말했다. 문을 열고 들어온 자그마한 노인은 바로 위대한 레오니아 제국의 재상 "페르데 말리어스"였다. 그는 가면조차 쓰고 있지 않았으니 이것은 틀릴래야 틀릴 수가 없는 사실이었다.


"흐음... 이건 또 무슨 장난이시오? 카이만공?"


페르데도 살짝 놀란듯 눈을 동그랗게 뜨고선 잠시 호르돈의 얼굴을 훑어보고는, 싸늘하게 식어붙은 듯한 시선으로 카이만의 얼굴을 노려보며 말했다.


"어서오십시오. 재상각하 가면은 어쩌시고..."


재상은 여전히 싸늘하게 얼어붙은 얼굴로 옆의 쇼파에 앉으며 딱딱한 어조로 대답했다.


"쓰잘 때 없는 장난질따위에 어울려줄 생각따윈 없소. 어서 용건이나 이야기 하시오."


호르돈은 갑자기 벌어진 일에 당황스럽기가 그지 없었지만, 재상이 자신을 알아볼지도 모른다는 것이 두렵다는 생각에, 그만 충동적으로 도망치듯이 문밖으로 나가며 말했다.


"아... 그럼 저는 이만..."


그리고 등뒤에선 카이만의 부드럽고 달콤한 목소리가 날아와 호르돈의 귓가에 스며들어왔다.


"자유로워 지십시오."


호르돈이 문을 닫고 나가자, 냉랭하게 카이만의 얼굴을 쏘아보고 있던 재상이 딱딱한 어조로 말했다.


"자유라... 이젠 나에게도 그 자유라는 것을 주셨으면 좋겠소만?"


"아아아 무슨 그런 말씀을 또..."


카이만은 부드럽게 미소지으며 대답할 뿐이었다.


* * *


극장을 나선 호르돈은 어느새 추적추적 쏟아지기 시작한 비를 맞으며 길을 걷고 있었다.


이 세상이 얼마나 부조리한지 그는 잘 알고 있었다. 아니 자기는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을 뿐일지도 몰랐다. 왕족이라는 지극히 고귀한 혈통을 타고 났고, 흑족(黑族)이라는 선택받은 삶을 살아온 그였기에, 오히려 그 모든것이 얼마나 부조리한 것인지를 알고 있었다.


그런 그에게 레오니아 제국은 적어도 현실적인 한계를 감안해 볼 때, 무척이나 이상적인 제도를 가진 나라였다고 할수 있었다. 현 세계에서 혈통은 물론 성별이나 종족을 넘어, 그 일신에 지닌 능력을 가장 우선시하는 곳이 다름아닌 이 제국이란 나라였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그는 자신의 "성(姓)"이자 고향이었던 "도르벤트"를 버렸다. 자신이 생각하던 올바른 도리는 노예왕국이었던 모국이 아니라 바로 이 제국에 있었으니까. 하지만 당당히 제국의 중심부에 선 지금 그는 느끼고 있었다. 이 제국의 저 깊숙한 뿌리에서부터 지독한 악취가 풍겨나오고 있다는 것을...


왠지 카이만이라는 자에게 묻고 싶어졌다. 그래서 당신이 말하는 그 행복이란 무엇이냐고? 카이만은 그 미친 황제에게 했던 것처럼 "라미아"의 가랑이를 들이대며 "이것이 당신의 행복입니다."라고 말할까? 아니면 포어겔스처럼 자기 아내의 가랑이를 활짝 열어보이며 "이것이 당신의 행복입니다."라고 말할까?


"큭큭큭..."


생각해보면 생각해 볼 수록 웃기는 생각이었다. 자신의 이상을 위해서 이 제국에 헌신해왔고, 행복, 곧 알레아와 라샤, 리샤, 그리고 자기 자신의 행복을 위하여 애써왔는데, 이젠 너무 혼란스러워서 뭐가 뭔지 잘 모르겠다.


아니면 호르돈 자신도 그저, 이 제국이라는 거대한 짐승의 상처에서 풍겨나오는 썩은 피와 살의 냄새를 맡고 꼬여든 벌레중 한마리였을 뿐일까?


빨리 황궁의 집무실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도 까맣게 잊어 버린체, 몇 시간이나 걸었던 것일까? 완전히 온몸이 푸욱 비에 젖어 버린 호르돈은 어느덧 낯익은 대문앞에 이르러 있었다. 그곳은 다름아닌 자기 자신의 집이었다.


호르돈은 당황해 하는 문지기를 제지하며 그냥 입다물고 있을 것을 지시한 다음, 그대로 비를 맞으며 천천히 저택을 향해 걸어들어가기 시작했다.


아직도 도대체 무엇을 해야 할지 확신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지만, 그저 지금은 자신이 그 무엇보다도 사랑하는 가족의 얼굴 하나 하나가 보고 싶을 뿐이었다.


하지만 과연 그곳에 무엇이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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