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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바] 시키나미 아스카 랑그레이의 폭주 -前編-




 시키나미 아스카 랑그레이의 폭주 

-前編-

  

Translated by bluewing








 

위성궤도로부터 NERV 본부를 목표로 낙하하려고 한 제8사도를 에바 3기의 합동작전으로 무사히 섬멸한 날 밤의 일.
작전을 수행하면서 시민들을 강제적으로 시외로 피난시킨 영향도 있어, 사후처리격인 잡무가 평소보다 불어난 채로 작전부장의 어깨를 덮쳐 눌렀고, 그날은 철야를 각오하고서 돌아가지 못한다는 것을 동거인인 신지와 아스카에 전한 미사토였다.

때문에 오늘밤은 젊은 남녀가 둘이서만 이라는 구도의 카츠라기가였다.
애당초 카츠라기가 뿐만이 아니라 주변 일대의 주민들은 아직 피난처에서 돌아오지 않았고, 맨션의 전세대는 물론 주변 수 킬로미터 사방 범위 내에 신지와 아스카를 제외하면 사람의 기척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평상시라면 24시간 상주해 있을 SP들도 이 상황이라면 걱정 없다고 생각했는지, 직무태만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부서를 떠나 있는 것 같다.

좀 더 말하자면 이번 작전을 수행하면서 에바 각기가 시내에 설치되어 있던 송전용 철탑이나 전신주를 상당수 파괴한 탓도 있어서, 주변은 거의 완전한 정전 상태였다.

카츠라기가만은 NERV가 소유한 발전기의 설치로 전등이나 온수는 평상시와 똑같이 사용할 수 있지만, 사도가 낙하하면서 생긴 전자파의 악영향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아서 텔레비전은 도움이 되지 않는 모양이다.


 

「폐허가 따로 없네……」


 

유일하게 불이 들어와 있는 맨션 베란다에서 주변을 바라보며 그렇게 중얼거린 것은, 시키나미 아스카 랑그레이였다.
그녀의 눈에는 불이 전혀 없는, 결국 사람의 기척이 조금도 느껴지지 않는 거리가 비쳐지고 있다.
폐허라고 평가했지만, 다행히 카츠라기가가 입주하고 있는 맨션 주위에는 큰 피해가 없었다.
그러나, 피해가 없어도 사람이 살지 않으면 폐허나 마찬가지라고 느꼈을 것이다.

그리고 어쩌면 이것도 위성궤도에서 낙하한 사도를 섬멸한 여파인지, 오늘밤은 바람이 조금 강하다.
아스카의 긴 금발이 바람을 타고서 공중에서 춤추고 있다.
바람을 신경쓰는지, 몇 번이나 머리카락을 정돈하려 했지만 결국에는 단념하고서 될 대로 되라고 방치한 것 같다.
무엇보다도 동거인의 신지로서는 머리카락보다 좀 더 신경썼으면 하는 점이 있었다.


 

「저기, 그런데 말이지, 시키나미 씨.
 역시, 제대로 옷을 입는 편이 좋다고 생각해.
 항상 여름이긴 하지만, 그래도 밤은 나름대로 기온이 내려가니까」


 

실내에서 얘기한 신지는, 흘깃흘깃 하고 베란다의 그녀에게로 때때로 시선을 보냈지만, 곧바로 뺨을 붉히고 부끄러운 듯이 고개를 숙인다. 기본적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모습이다.
그가 그런 말과 태도를 보이고 있는데는 그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시끄러워, 상관 없잖아.
 왜냐면 오늘밤은 주위에 아무도 없으니까.
 밖에 나와도 남의 시선을 전혀 신경쓰지 않고 보낼 수 있을 기회는 거의 없고, 그럴 때는 나도 개방적이라구」


 

신지의 지적에 간발의 차이도 없이 그렇게 대답한 그녀의 그 모습, 단적으로 말하자면 비키니 수영복 차림이었다.
게다가 천의 면적이 상당히 좁다.
14세로는 발육이 현저한 그 가슴을 가리기에는  조금 부족하다고나 할까.
아니면, 애시당초 사이즈가 맞지 않은 것인지, 가슴 골짜기는 그라비아에서 말하는 가슴골 노출 상태(見開き)이며, 밖으로 드러나서는 안 되는, 두 언덕 정상 부근의 부드러운 돌기부 근처는 제대로 덮여 있기는 하지만 그 아름다운 형태를 전부 볼 수 있을 정도로 천의 면적이 부족한 상태였다.
천의 면적이 극단적으로 부족한 것은 아래쪽도 마찬가지.
걸을 때 조심하지 않으면 앞이건 뒤건 아가씨의 시크릿 존이 틈새로 보일 수도 있는  상태다.
의류 구분상 수영복의 범주이긴 하지만, 풀사이드에서는 99% 사용할 수 없을 것 같다.
애시당초 그 모습으로 풀에 뛰어들거나 헤엄치기라도 하면, 그 탄력으로 수영복이 벗겨질 위험이 있을 것이다.


 

「주위에는 아무도 없다니」

 


신지는 자기도 모르게 입을 삐죽 내밀었다.
일단은 나도 주변 시선에 포함되는데 ―― 라고 마음 속에서 덧붙인 신지였다.


 

(요컨데 남자로 취급하지 않는다는 거겠지)


 

그렇게 이해한 신지는 조금 불만스런 모습으로 자기 방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제8사도전에서 두손을 부상당한 신지는, 미사토에게서 요리 금지를 명령받아서 오늘밤은 둘 다 NERV 본부 내의 식당에서 저녁을 먹었기 때문에, 평소라면 설거지나 다음날 도시락 준비 등으로 바쁠테지만, 지금은 여유로움을 느끼고 있었다.

내일 학교도 이미 휴교로 결정되었고, 숙제도 벌써 끝낸 신지로서는 예습할 기분도 들지 않았다.


 

(그러면 오늘은 빨리 자야지)

 


그렇게 생각한 신지였지만….


 

「잠깐, 낙하산(七光り)!
 자기 전에 제대로 목욕해!
 내가 옆에 있는데 불결한 몸으로 있는 건 용납 못해!」

 


조금 전까지 아스카는 베란다에서 바깥을 보고 있었을텐데 어느새 돌아왔을가.
등 뒤에서 갑자기 들려 온 말에 깜짝 놀란 신지가 뒤돌아 보자, 바로 뒤에서 수영복 차림의 그녀가 화난 모습으로 우뚝 서 있었다.

정말이지 사춘기 소년에게는 자극이 너무 강해서 시선을 두기 히든 모습이다.
그런 그녀의 요염한 자태를 눈앞에 두고서, 신지는 허둥지둥 당황해 버렸다.


 

「아, 그게, 맞아, 나, 두 손 다 다쳐서 말야.
 하루 정도는 목욕 안 해도 괜찮고, 게다가 플러그 슈트를 벗을 가볍게 샤워도 했으니까」

 


붕대가 감겨져 있는 양손을 그녀에게 보이고, 약간 완곡한 말투로 목욕할 수 없음을 어필한 신지였다.
실제로 신지의 몸을 검진한 리츠코에게서도, 오늘 밤은 목욕을 하지 말고 몸을 닦는 정도로 끝내도록 지시를 받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러나, 그런 그의 주장은 처음부터 상정한 범위내였을 것이다.
언제 준비했는지, 아스카는 신지에게 고무장갑을 전하면서 반격했다.


 

「괜찮아, 요컨데 상처에 비누나 더운물이 닿지 않으면 괜찮은거지.
 그 고무장갑을 끼고 있으면 괜찮아」


 

아무래도 그 고무장갑은 평상시 신지가 청소할 때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새 것 같다.
NERV 본부에서 돌아오는 도중 아스카가 편의점에 들린 적이 있는데, 그건 이 고무장갑을 입수하기 위해서였다.
물론 종업원도 피난해서 없었기 때문에 가게에는 사람이 없었지만, 아스카는 찾던 물건을 들고서 계산대에 그 물품을 표기한 메모를 남긴 뒤, 대금을 첨부해 둔 것이다.
덧붙여서 그 메모에 기재된 품목에는 고무장갑 말고도 고무로 된 상품이 또 하나 포함되어 있었지만, 현시점에서는 아직 드러나서는 안될 물건이다.

그런 이유로 고무장갑을 건네 받은 신지지만, 역시나 쓴웃음을 감출 수가 없다.
확실히 고무장갑을 끼면, 상처에 비누나 뜨거운 물이 닿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상처의 아픔까지 완화시키는 효과는 조금도 기대할 수 없다.
가만히 있어도 손바닥의 상처에서 욱신거리는 아픔을 느끼고 있는데, 양손을 써고 몸을 씻는 건 상당히 힘든 일이 된다.
그 일을 어떻게 설명할까 고민하고 있자, 그의 그런 생각 또한 아스카가 상정한 범위 내였다는 듯이, 신지가 말을 고르려고 주저하는 사이에, 아스카의 두 번째 시도가 행해졌다.


 

「걱정하지 않아도 괜찮아.
 내가 때밀이(三助)도 해주고 몸을 씻어 줄테니까 안심하고 맡기라구.
 그러려고 수영복을 입은 거니까」


「에? 때밀이… 시키나미 씨가?」


 

비록 4분의 1 정도는 일본인의 피가 흐르고 있다 해도, 독일 태생의 그녀가 어째서 “때밀이”라는, 목욕탕 손님의 몸을 씻는 사람의 통칭을 알고 있는지 신기하다.
그러나, 포인트는 물론 그 부분이 아니다.
전혀 라고 말해도 좋을 정도로 타인과의 접점을 가지려 하지 않았던 그녀가, 신지와 함께 욕실로 들어가서 그의 몸을 씻는 시중을 든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신지가 무심코 말을 잃고 놀란 것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말을 잃은 신지가, 산소가 부족한 금붕어처럼 입을 뻐끔거리고 얼빠진 표정을 짓고 있자, 그에게 거부권은 없다는 듯이 팔을 움켜잡으며, 아스카는 그대로 신지를 탈의실을 향해 이끌기 시작했다.


 

「자, 잠깐만, 시키나미 씨!
 아무래도 목욕해야 한다면, 혼자 들어갈게!」


「무슨 말이야.
 그런 손으로 제대 씻을 수 있겠어?
 별로 부끄러워할 필요는 없어, 일본 남자가 서양인보다는 더 작다는 건 알고 있으니까 신경 쓸 필요는 없어서」


 

그녀가 말하는 크고 작음이 무언지는 둔한 신지도 깨달은 것 같다.
무엇보다, 그 표현에서 경험이 풍부한 척 하고 있지만, 타인과의 접점을 계속 피하고 있던 아스카가 남자의 성기 실물을 본 적이 있을 리 없다.
어디까지나 일반적인 지식 ―― 아니, 흥미 본위의 지식으로서 인터넷 등에서 파악한 남자 성기의 표준적인 크기를 수치로 기억하고 있을 뿐이다.


 

「크고 작고의 문제가 아니라 여자한테 알몸을 보이는 거잖아?
 신경쓰는 게 당연하다구」


「아~ 정말, 그것만이 아니라 담력도 작네.
 그렇게 신경쓰이면 허리에 타올에서도 감으면 되지?」


 

애당초 아스카는 그것을 노리고 있었던 것이다.
이성의 알몸을 본 적이 없는 그녀도, 갑자기 그의 알몸을 눈앞에서 보는 건 부끄럽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때문에 처음부터 신지에게 타올을 허리에 감게 하려고 생각했지만, 처음부터 그 조건을 제시하게 되면, 거기로부터 술책이 시작되어 버리고, 자칫하면 같이 욕실에 들어가는 것 자체가 거부될지도 모르는 것이다.
거기서, 우선은 그에게 알몸으로 들어갈 것을 요구했다가, 미리 정해두었던 방향으로 유도해 겨우 타협점에 도착하게 한 것이다.


 

(여기까지는 계산대로… 지만)


 

반쯤 던지는 것처럼 신지를 탈의실로 밀어넣은 후, 아스카는 신지가 옷을 벗고 욕실로 들어갈 때까지 문앞에서 기다리게 되었다.
귀를 기울이면 문 저쪽 편에서 신지가 옷을 벗고 있는 소리가 들려온다.
그런 가운데, 아스카는 표정을 흐리며 한숨을 내쉬었다.


 

「계산대로… 라니, 정말…… 난 정말, 대체 무슨 짓을 하는 거야」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린 그녀의 혼잣말은, 신지에게는 들리지 않았을 것이다.
이 이유가 있음직한 행동 자체는 아스카에게 있어서도 결코 계산에 의한 것이 아니라, 반은 충동적인 폭주였을지도 모른다.


 

「계속 혼자인 게 당연했는데.
 고독하다는 건 신경 쓰지 않았을텐데」

 

 

어릴적부터 혼자 살아 온 아스카에게 있어서, 항상 고고함을 목표로 하는 그 태도는 영원불변일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타인과의 접점을 가능한 한 잘라내며 살아 온 그녀에게, 자신의 스탠스와 상반되듯이 타인을 알고 싶다는 그 충동은 지금까지 한번도 없었던 감정이었다.

그 감정을 깨닫는 계기가 된 것은, 오늘의 제8사도전이다.
어떤 적이 상대라도 혼자서 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던 그녀 나름의 자신은 시원스럽게 깨지고, 누구의 눈으로 봐도 이 전투는 세 사람의 협력이 없었더라면 성공하지 못했을거라고 말할 것이 분명하다.
특히, 가장 먼저 제8사도의 낙하지점에 겨우 도착, 그야말로 그“손”으로 사도를 받아 내는 역할을 맡은 신지의 공적이 컸다고 말할 수 있다.


 

『나 혼자선 아무것도 할 수 없었어』.


 

전투가 끝난 직후, 분함 때문에 그런 혼잣말을 중얼거리면서도, 그 한편으로 아직 한 번도 느껴 본 적 없는 새로운 감정에 당황한 아스카였던 것이다.


 

『아스카!』


 

그것은 싸움의 한중간에, 그가 자기도 모르게 꺼낸 자신의 이름.
늘 머뭇거리는 모습으로“시키나미 씨”라고 부르고 있었는데, 그 때에 한해서는 집중하는 모습으로 전부를 맡기듯 그는 그렇게 말했던 것이다.
그 때의 일을 생각하고서, 아스카는 감개무량함에 잠겨 있었다.

기분이 좋았다 ―― 그리고, 가슴이 뛰었다.

또래 이성에게서 퍼스트 네임을 불린 일 같은 건 기억의 한쪽 구석에도 남아 있지 않았다.
엄밀히 말하자면, 부담없이 퍼스트 네임을 부르게 하려고 하지 않았다 라고 말해야 만다.

비록 전투 중 한순간의 한마디라고 해도, 만약 다른 남자였더라면 용납할 수 있었을런지 어떤지.
―― 아마도 용납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아스카는 더욱 생각을 깊이 했다.

평상시에는 그리 믿음직하지 못하고, 싹싹맞기만 하고, 남자답지 못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하지만, 그때의 그는 ――.


 

「그 때의 신지는 ―― 으응, 낙하산은 조금 멋있었어, 랄까」


 

이미 신지는 욕실에 들어갔고, 아무도 그녀의 발언을 듣지 않는데도, 일부러 그의 호칭을 평소대로 “낙하산”이라고 고쳐 말한 아스카였다.

그것은 그녀 나름의 구별이었다.

계기는 사도와의 공방전에서 생겼던 일, 그가 “아스카”라고 그녀의 퍼스트 네임을 부르고, 말은 없지만 아스카는 그것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러나, 어떻게 된 것일까.
전투가 끝나고 다시 얼굴을 맞대었을 때, 신지는 아스카를 향해 이렇게 말했던 것이다.


 

『다들 무사해서 다행이야, “시키나미 씨”』――라고.

 


일방적으로 자신에게서 거리감을 좁혔으면서, 또 마음대로 자신에게서 거리를 둔다는 건 어떻게 된 일인가.
모처럼 이쪽에서도 “신지”라고 그의 퍼스트 네임을 불러 주려고 생각했는데 ―― 하고 아스카는 내심 분개하고 있었다.
따라서 한번 더, 그의 입으로부터 “아스카”라고 부르게 되기 전까지는,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낙하산”으로 불러 주자고 혼자 결심한 그녀였다.

그리고 그것은 호칭으로만 끝나지 않는다.
처음으로 이성을 의식한 상대 ―― 이카리 신지.
만약 그도 원한다면, 좀 더 친밀한 관계가 되고 싶다 ―― 라고.

앞으로도 계속 혼자라도 좋다.
그러나, 만약 혼자가 아닌 선택사항을 모색한다면, 그 상대는 그가 좋다.

처음으로 품게 된 이성을 향한 사모를 태도로 어떻게 나타내면 좋은 것일까.
그리고, 어디까지 나아가면 좋은 것일까.
대인관계에 대한 경험치가 극단적으로 부족한 아스카는, 그 척도를 조금 오인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누가 뭐라고 해도 14세의 소년 소녀다.
백보 양보해서 서로 사랑하는 사이라면 몰라도, 단순한 동료겸 동거인이라는 관계이면서 같이 욕실에 들어간다는 행동은, 객관적인 일반상식으로 볼 때, 상당히 문제시 될 것이다.
물론, 서로 사랑하는 사이라고 해도 서로의 나이를 고려하면 윤리적으로 문제가 된다는 점은 말할 필요도 없다.


 

「그렇다 쳐도, 설마 그 애한테 받은 수영복을 쓸 기회가 생기다니」


 

일찌기 독일에 있었을 무렵, 묘하게 친근한 태도로 무언가 말을 걸어 오던 소녀를 생각해 낸 아스카였다.
당시 동료였던 그 소녀에 대해서, 아스카 자신은 친하게 지낼 생각 같은 건 없었지만, 그 소녀는 어디에서 아스카의 개인정보를 들었는지, 아스카의 생일에 수영복을 선물했던 적이 있었다.


 

『그야 지금은 필요없을지도 모르지만 말야.
 분명, 언젠가는 이 수영복이 도움이 되는 날이 있을 거라고 생각해』

 


―― 라고.
붉은 안경이 잘 어울리는 트윈 테일의 그 소녀는, 그렇게 말하며 반 쯤 억지로 아스카에 그 수영복을 전한 것이다.


 

「그렇다 치더라도, 이 수영복.
 사이즈가 안 맞는 걸까.
 조금만 움직여도 중요한 곳이 다 보일 것 같은데」

 


어쩌면 일부러 조금 작은 수영복을 선물했을지도 모른다.
체샤고양이처럼 능글능글 웃고 있는 그 소녀의 모습을 떠올리면서, 부끄러운 듯이 뺨을 붉게 물들인 아스카였다.

어쨌거나 이제는 물러설 수 없다 없다.
―― 적어도 아스카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으며 물러설 생각도 없었다.


 

「가요, 아스카」


 

자신을 타이르듯이 조용히 다짐하고서, 아스카는 문을 열고 탈의실로 들어갔다.
이미 신지는 옷을 벗어두고 욕실에 있는 것 같다.
욕실로 이어지는 문의 유리 너머로 희미하게 그의 윤곽이 떠올라 있다.

아직 그의 나신을 눈앞에 두고 있는 것도 아닌데, 아스카는 자기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그 소리가 신지에게 들려 버리는 건 아닐까 하고 생각했는지, 아스카는 당황해서 얼버무리듯이 큰 소리를 질렀다.

 


「나, 낙하산! 준비는 된거야?
 들어갈게!」


 

묻기는 했지만 신지의 대답을 기다릴 것도 없이, 아스카는 문을 열고 욕실로 발을 디뎠다.

그러자 거기에는 알몸인 채로 허리에 하얀 타올을 감고, 양손에는 고무 장갑을 낀 신지가 아스카에게서 등을 돌리고서 배스 체어(bath chair) 위에 앉아 있었다.
하얀 피부가 눈부신 그 등에서 허리로의 라인은, 언뜻 본 것 만으로는 성별을 착각할 정도로 가늘고 매끄럽다.

게다가 부끄럽다는 듯이 한 손으로 가슴 근처를 가리고 있기 때문에, 한층 더 소녀 같은 분위기를 배이게 하고 있다.


 

「어, 아, 응!」


 

당황한 나머지 그렇게 대답하면서, 신지는 살짝 뒤돌아 보고서 아스카의 수영복차림을 시야에 넣은 후, 뺨을 새빨갛게 물들이면서 시선을 되돌리면서 몸을 움츠리며 숙여 버린다.

그런 신지의 상태를 보고, 어느 쪽이 진짜 그의 모습인지 고개를 갸웃거리는 아스카였다.
어딘지 나약하고, 그리고 명령 받으면 그 명령에 그대로 따르게 되는, 소위 초식남으로 분류되는 온순한 모습.
그 한편으로 보통 남자라면 무서운 나머지 도망쳐 버릴 것 같은 극한 상태에서도 용감하고 냉정하게 행동하면서 늠름한 분위기조차 감돌게 하고 있던 그.

그 갭이 꽤나 괜찮은 쪽으로 액센트 되었는지, 아스카는 좀 더 그의 다양한 측면을 보고 싶다는 욕구가 높아지고 있었다.

그렇다 ―― 그것은 호의의 표현이다.
좀 더 신지를 알고 싶다.
그리고 자신도 그에게 알려주고 싶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두근두근 크게 울리기 시작한 가슴의 고동을 억제하면서 아스카는 조용히 그의 등 뒤를 막아서듯이 양무릎을 붙였다.


 

「이봐, 낙하산.
 그렇게 앞으로 숙이지 말고 양손을 머리 위로 올려야지.
 모처럼 고무장갑을 끼고 있는데, 그런 식으로 손을 내리고 있으면 장갑 틈새로 더운 물이 들어가잖아」


「으, 응 ――」

 


아스카의 말대로 신지는 양손을 머리 위로 올렸다.
그 모습은 마치 등에 총구가 겨눠져 항복을 나타낸 것 같은 상태다.
사실대로 말하자면, 지금의 그는 도마 위의 생선과 같은 모양이라고 말할 수 있다.
전전긍긍하는 심정이 반.
나머지 반은 사춘기 소년이라면 당연하다고 말할 수 있는--현재 상황에서 점차 높아져 가는 정욕을 열심히 억제하려고 하는 상태였다.


 

(그래서, 시키나미 씨는 어째서 갑자기 이런 일을…?)


 

당돌한 성격에 자신감이 강한--그 강한 자기 주장을 증명할 정도로 탁월한 실력을 가지고 있는 소녀.
아스카와 처음 만났을 때, 신지는 그녀의 화려한 공중전을 보고 깊게 감탄했었다.
그런 한편으로 어딘가 아이 같은 일면을 가지고 있는 그녀.
신지는 자신이 만든 도시락을 어린아이처럼 맛있다는 표정으로 먹어 주는 아스카를 보고, 친근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었다.
그녀의 웃는 얼굴을 볼 때마다, 좀 더 아스카를 위해서 노력하고 싶다는,
마치 새댁과 같은 기쁨을 가지기 시작한 신지였던 것이다.

그리고 이성으로서도 커다란 임팩트가 있었다.
그것은 아스카가 카츠라기가에 살기 시작한지 아직 얼마 되지 않은 무렵의 일.
아스카가 목욕을 위해 욕실로 들어갔지만, 우연히 거기 있던 온천 펭귄 펜펜을 보고 놀라, 탈의실은 커녕 다이닝 키친까지 벌거벗은 채로 뛰쳐나온 일이 있었다.
 
그것은 어떤 의미로는 데쟈뷰.
거의 같은 체험, 그리고 같은 반응을 신지도 경험한 적이 있었다.
때문에 그녀의 기분은 잘 알았지만 ―― 남자와 여자에게는 크게 다른 점도 있다.
봐선 안 되는, 보여서는 안 되는 소녀의 비밀스러운 부위--구체적으로는 날씬한 몸에 비해서는 풍만한 가슴의 발육 상태나, 솜털의 흔적 정도로 밖에 보이지 않는 배냇머리 같은 음모에 지켜지는 치구에 수직으로 그어진 금, 그리고 발차기를 날리면서 살짝 벌어진 그 내부의 속살을 눈앞에서 봐 버린 그날 밤, 신지는 모두가 잠들어서 조용해 지자, 아스카의 그 요염한 모습을 머릿속으로 생각하면서 전에 없이 격렬한 자위에 빠졌던 것이었다.
그 행위는 결코 하룻밤 만이 아니다.
동거인인 여성진에 대한 배려 때문인지, 가능한 한 참으려고 하고 있었지만, 고환에 모인 하얀 액체를 토해내지 않으면 잘 수 없는 밤도 있다.
혼자 조용히 몸부림치면서, 자기 방의 침대에서 아스카의 나신을 생각하면서, 자신의 분신을 위로하는 일도 결코 적지는 않았던 신지였다.

망상 속에서 몇 번이나 그녀를 범했었던 것이다.
그런 그녀가, 욕실이라는 좁은 밀실 안에서, 아슬아슬한 수영복차림으로 바로 뒤에 있다.
게다가, 자기 자신은 허리에 타올을 감고 있기는 하지만, 전라라고 해도 좋은 상태다.

타올로 가려진 그 사타구니 근처에서, 마치 스스로의 의사를 가지고 있다는 듯이 부스스 부풀어 오르며, 늘어져 있던 목을 치켜드는 것처럼 그의 분신이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아, 안 돼!
 진정해, 진정하라고!)


 

이렇게 반응하고 있다는 걸 그녀에게 들켜서는 안 된다.
신지는 자신의 분신이 더 이상 반응하지 않도록 필사적으로 빌었지만, 조용히 가라앉을 기색은 전혀 없다.
이대로는 가리고 있는 타올 위에서도, 부풀어오른 그 모습이 들킬 것 같아 초조해졌다.
신지는 다리를 오므리고 허벅지를 붙여서, 자신의 분신이 사납게 부풀어오르려는 것을 막았다.
최소한 손이라도 자유로우면, 손을 사용해서 눌러버릴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금의 그는 설명한 대로 손이 붕대에 감겨 있는 상태다.
때문에 부자연스럽긴 하지만 여자아이 처럼 허벅지를 붙인 자세로 앉아, 튀어나오려는 자신의 분신을 다리 사이에 가둘 수밖에 없었던 것이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어젯밤에 잔뜩 싸두는 건데……)

 


머릿속의 망상에도 불구하고, 아스카를 더럽힌다는 그 행위를 꺼림칙하게 생각한 그는, 요 며칠간 인내에 인내를 거듭하고 있었다.
때문에 갈 곳을 잃고 고환에 모인 희고 탁한 색의 뜨거운 정액은 임계점에 이르는 상태로 축적되고 있었던 것이다.
내버려 두었더라면, 분명히 다음날 아침, 신지는 몽정을 했을 것이다.

그런 이유로 고민하는 표정을 지은 신지였지만, 그의 뒤에 있는 아스카는 전혀 모르고 있었다.
무엇인가 부끄러운 듯이 다리를 모으고 앉은 그의 상태를 보고, 이런 모습도 귀여울지도 ―― 하고 태평스럽게 호의의 마음을 더욱 강하게 한 것이다.


 

「그러면 씻어 줄게.
 우선은 샤워부터」


「으, 응」

 


아스카는 샤워기를 손에 들고는 수도꼭지를 틀어 더운 물을 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적당한 온도가 되자 그의 몸에 물을 뿌렸다.
더운 물이 닿은 순간, 신지는 자기도 모르게 몸을 떨면서 반응했다.
그런 그의 행동 하나하나가 또 사랑스럽게 생각되어서, 이래선 안 돼, 라며 정신을 차리려는 아스카였다.


 

(뭐야, 나 ―― 나도 상상도 못할 정도로 스위치가 들어간 걸지도)


 

조금만 방심하면 무심결에 그의 등에 달라붙어 버릴 것 같은 자신에게 그만 당황해 버린다.
만약 친밀한 관계로까지 발전하게 된다고 해도, 자기쪽에서 대놓고 유혹하고 싶지는 않다.
신지에게서 먼저 구애받은 뒤 「어쩔 수 없다니까, 정말 ―― 바보신지도 참, 응큼하다니까」 라는 식으로 마지못해서 그의 뜨거운 마음을 받아들인다는 전개이고 싶다.
물론 지금까지 이성과 사랑하는 사이가 된 적이 한번도 없는 아스카였지만, 주도권을 잡기 위한 술책과도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일단 신지의 몸에 더운 물을 뿌린 후, 아스카는 보디 스펀지에 보디소프를 충분히 발라 거품이 일게 했다.


 

「아 ―― 시키나미 씨, 그건……」


 

그 보디 스펀지는 아스카 전용이었다.
신지에게는 물론, 미사토에게도 사용하지 못하도록 아스카는 철저히 주지시키고 있었다.
피부에 직접 닿는 거니까, 당연하다면 당연할 것이다.
때문에 신지도, 야한 망상을 하면서 그걸 사용해 보고 싶다는 생각은 있었지만, 실제로 건드린 적은 한번도 없었다.

무심결에 언제나 자신의 몸을 씻는 것처럼 전용 보디 스펀지를 든 것인가.
그렇지 않으면 무언가 다른 뜻이 포함되어 있는지 현시점에서는 모른다.

어쨌거나 평소와는 다르니까 말리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 신지였지만, 서먹서먹한 행동에 더해“시키나미 씨”라는 그의 말에 기분이 상했을 것이다.


 

「시끄러워, 낙하산.
 넌 얌전히 있으면 되는 거야」


 

―― 라며 일도양단, 아스카는 그대로 자신의 전용 보디 스펀지로 그의 등을 문지르기 시작했다.


 

「하웃!」


 

무심결에 소녀처럼 소리를 높인 신지.
마치 전신으로 전기가 흐르는 듯한 감각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자신의 손이 아닌 타인의 손.
그것도 평소에 이성으로 의식하고 있는 소녀의 손이다.
스펀지를 쥔 그녀의 손이 때때로 자신의 등에 닿을 때마다 의식해 버린다.

한편, 의식한다는 점에서 아스카는 신지와는 다른 부분에 반응하기 시작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매끈매끈 매끄러운 그의 피부 감촉에 마치 또래 여자아이의 등을 씻어주고 있다는 착각을 느꼈지만, 그런 생각은 곧바로 사라졌다.
그녀가 크게 반응한 것은, 은은하게 감도는 그의 냄새였다.


 

(뭐지, 이건? 상당히 좋은 냄새잖아.
 보디 소프 냄새?
 으응, 그런 표면적인 게 아냐 ―― 좀 더 본질적으로 깊은 느낌이 들어.
 이건 혹시 ―― )


 

아스카의 비강을 간지럽히듯이 감돌아 온 것은 달콤한 꽃의 꿀과도 같은 향기였다.
그것은 인공적이고 화확적으로 조제된 냄새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계속 맡고 있으면 그대로 포로가 되어 버릴 것 같은 기분 좋음을 느껴 버린다.
그것은 과연, 어디에서 감돌아 오는 것인가.

마치 강아지처럼 아스카는 코를 킁킁거리면서 감도는 냄새의 근원을 찾기 시작했다.

일반 가정보다 약간 넓은 구조이지만 결국은 욕실이라는 밀실 공간이다.
냄새의 근원을 더듬기 시작하면 곧바로 깨달아 버린다.

객관적으로 그 상황을 응시했다면 조금은 도착적인 위험한 분위기를 느꼈을지도 모른다.
달콤한 꿀의 냄새에 매료되어 꽃잎에 접근하는 나비와 같이, 어느새 아스카는 코끝을 그의 목덜미의 근처로 가져가 누르고 있었다.


 

「에엣?! 시, 시키나미 씨, 왜?」


 

갑자기 등을 문지르는 보디 스펀지의 움직임이 멈췄다고 생각하자, 그녀가 얼굴을 자신의 목덜미 부근에 눌러왔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긴장감과 함께 정욕이 높아지고 있던 신지로서는, 목소리가 뒤집힐 정도의 놀라움이었다.


 

「시끄러워 ―― 낙하산.
 조용히 좀 있어」


 

그것은 어딘가 사냥감을 노리는 육식동물과 같은 분위기를 느끼게 하는 낮은 목소리였다.
때문에 저항도 못하고, 신지는 몸을 떨면서도 필사적으로 참을 수밖에 없었다.
신지는 기특하게도 아스카의 말대로, 여전히 양손은 머리 위에 두고서 당장이라도 허공을 가르며 튀어나올 것 같은 사타구니의 포신을 억제하기 위해, 두 다리는 허벅지를 붙인 때 꼭 오므리고 있다.
결과적으로 구속도구는 없지만 사지의 자유를 빼앗긴 거나 마찬가지인 상태로, 마치 유린을 앞둔 순결한 소녀라는 분위기를 감돌게 하고 있는 신지였다.
무엇보다, 그를 유린하려고 하는 상대야말로 진짜 순결하기 그지 없는 소녀이다.
코끝만으로는 참을 수 없게 되었는지, 마침내는 그 가련한 입을 열어 혀끝으로 신지의 목덜미를 핥기 시작했다.


 

「달고 맛있잖아.
 낙하산 주제에 건방져」


「그, 그런 ―― 하읏.
 아, 안 돼, 시키나미 씨」


 

이 상황에 이르러서도 아직 “시키나미 씨”라고 말하는 건가.
무심코 발끈해 버린 아스카는, 목덜미의 부근를 핥고 있던 그 입으로 그대로 그의 피부를 살짝 깨물어 버렸다.


 

「아 ―― 」


 

그녀에게 물리고 있는 그의 흰 피부는 순식간에 빨갛게 충혈되었다.
그것은 쾌감보다는 아픔이 강했다.
따라서 신지도 아픔의 소리를 지르며 표정을 일그러뜨렸다.

아픔에 참는 그런 그의 표정 또한 묘하게 정복욕구를 높이는 자극제가 되어서, 신지의 피부를 빨아들이는 그 입에 한 층 더 힘이 들어가 버리는 아스카였다.
그리고 끈적끈적하고 집요하게 그의 목덜미에 입술을 강하게 누르고 이빨을 세워서 강하게 빨고 있던 아스카가 겨우 놓아주자, 그녀가 입술을 붙이고 있던 곳에는 붉게 부은 자국이 남겨졌다.
그것은 분명 키스 마크.
본래라면 애정과 성욕을 나누면서 서로 사랑하는 남녀가 그 성행위 한중간에 피부에 새겨 버리는 것이다.
다른 누구에게도 양보하지 않는 자신의 것이라고 주장하는 마킹과 같은 것이라고도 말할 수 있을까.

과연 지금의 아스카에게도 그런 의도가 지금의 있는지 어떤지.
어쨌거나 계속해서 참고 있던 신지도 지금 건 역시나 불만이라는 듯이 입을 열었다.


 

「너무해, 시키나미 씨.
 갑자기 목덜미를 깨물다니 ―― 」


 

그러나, 그런 그의 주장 따위는 개의치 않으면서, 간발의 차이도 두지 않고 아스카는 입을 열었다.


 

「그거야, 그거.
 너, 어째서 날 “시키나미 씨”라고 부르는데.
 마음에 안 들어」


「에? 어째서 ―― 라니.
 왜냐하면, 시키나미 씨니까 “시키나미 씨”로 부르는 게」


「아스카라고 불러놓고서」


「에……」


 

어쩐지 토라진 듯한 시선을 보낸 아스카는, 기분이 좋지 않다는 표정을 띄우면서 입을 열었다.


 

「오늘, 복잡한 틈에 이름으로 불렀지.
 특별히 “아스카”라고 부르게 해줄게.
 나도 “바보신지”라고 부를테니까」


 

그 표현은 “허가”다.
그러나, 그 실상은 “명령”일 것이다.
다른 호칭 따위는 절대 인정하지 않는다는 그녀의 분위기가 오싹오싹하게 전해지고 있다.


 

“특별히 아스카로 불러도 좋아.”

 


그것은 자세히 보충한다면, 다른 남자는 허락하지 않지만 특별히 너만은 “아스카”라고 불러도 좋아 ―― 이다.
그런 마음이 담겨져 있는 것이다.

소녀의 마음을 헤아리기에는 조금 ―― 아니, 상당히 둔한 부류에 들어가는 신지는, 그녀가 왜 그런 일에 구애되는지 잘 이해하지 못했다.

사춘기 소녀가 퍼스트 네임으로 불러주었으면 좋겠다는 그 마음을 헤아리고 있었다면, 이런 식으로 부르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면 아, 아스카 씨」


 

바로 그 순간, 아스카가 격렬하게 반응한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화난 표정으로 뒤쪽에서 신지를 노려보더니, 손에 들고 있던 보디 스펀지를 버리고 양손으로 그의 양쪽 뺨을 각각 꼬집었던 것이었다.


 

「“아스카 씨” ―― 라고?
 그렇게 생판 남처럼 불러대는 게 이 입이야?
 네 머리는 단순한 장식인거야?
 아니면, 좀 전에 내가 뭐라고 말했는지 못 들었어?」


 

흥분한 아스카는 깨닫지 못했지만, 신지의 뺨을 꼬집기 위해서 꽤나 바짝 다가와 있었고, 수영복 너머로지만 그녀의 풍만한 가슴이 꽉 눌리면서 그의 등에 밀착되어 있다.
때문에 신지는 화가 나면서도, 그리고 뺨의 아픔을 느끼면서도, 그런 한편으로는 꿈을 꾸는 듯한 기분이 될 것 같은 감촉을 등으로 느끼며 어딘지 황홀한 표정을 띄우고 있었다.

가슴이 닿고 있다 ―― .
그걸 말하는 편이 좋을지, 아니면 말해 버리면 또 화내는 건 아닌지 고민하는 신지였다.

어쨌거나 무언가를 말하지 않으면 이 상태가 계속 유지될 것이다.
머뭇거리는 모습으로 신지는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러면 아, 아스카.
 좀 전은 내 목덜미를 깨문 건 왜 그런거야?」


 

자신이 깨닫지 못한 것일 뿐, 이것은 그녀 나름의 괴롭힘인 걸까 ―― 하고 어딘지 엇나간 생각을 하고 있자, 조금 전까지의 노기가 줄어들면서, 부끄러운 듯이 뺨을 붉게 물들이면서 이렇게 대답한 아스카였다.


 

「그게 ―― 바보신지한테서 정말 좋은 냄새가 났단 말야. 어쩔 수 없다구」


「에? 냄새?」


 

좋은 냄새가 난다고 목덜미를 깨무는 것은 불합리하다.
그러나 거기에 대해 추궁하지 않고, 신지는 손을 내려서 자신의 팔뚝 근처를 킁킁 냄새 맡아 보았다.
그러나, 타인에게 ―― 이 경우는 아스카이지만, 그녀의 후각을 매료시킨 신지의 냄새는를 그 본인은 전혀 감지할 수 없는 것 같았다.


 

「그런데 말이야 ―― 그 냄새, 보디 소프의 향기 아냐?」


「에? 너 바보?
 이 내가 보디 소프의 향기랑 몸에서 나는 냄새를 헷갈릴 거라고 생각했어?」

 


아무렇지도 않은 대화처럼 생각되지만, 둘의 거리는 조금 전부터 조금의 변함도 없다.
즉, 여전히 신지의 등에 몸을 밀착시키고 있는 아스카였던 것이다.
그의 어깨에 턱을 올려 놓은 모습으로 계속 이야기하고 있는 아스카와 살짝 뒤돌아 보면서 대답하고 있는 신지.
남이 보기에는 연인끼리 놀고 있는 것으로 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그 상태에 대해 ―― 결국 그녀의 가슴이 꽉 눌리고 모양이 바뀔 정도로 밀착하고 있는 상태에 대해 어떻게 설명할지 고민하면서도, 근본이 정직한 신지는 있는 그대로 말해 버렸다.


 

「그런데, 저기… 아스카.
 계속 말하려고 생각한건데,
 조금 전부터… 아스카의 가슴이 닿고 있어--내 등에」


「에? ―― 내 가슴?」


 

아무래도 그를 도발하려고 의식해서 한 행동은 아니었던 것 같다.
순간 멍한 표정을 지은 후, 순식간에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이더니, 밀착 상태에 있던 그 자리로부터 조금 멀어진 뒤에, 아스카는 재빠르게 신지의 정면으로 이동해서 소리쳤다.


 

「색골! 변태! 치한!
 믿을 수 없어!
 알고 있었으면 좀 더 빨리 말하라구!」


 

입보다 손의 빠른 아스카다.
그 불합리한 주장은 경쾌한 소리를 울리면서 신지의 뺨에 단풍자국을 만들었다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어, 어쨌든.
 다음은 “앞”.
 이대로 씻어 줄게」


 

아무래도 아스카의 때밀이 모드는 아직 끝나지 않은 것 같다.
다시 보디 스펀지를 손에 들고서, 아스카는 정면에서 신지에게 다가갔다.


 

「에? 아, 앞은 됐어!
 내, 내가 어떻게든 할테니까!」


 

당황하면서 물러서려고 한 신지였지만, 여전히 부풀어오른 자신의 분신은 변함 없이 발사완료 상태다.
때문에 허벅지를 벌리지도 못하고, 허리를 띄울 수도 없었다.
그런 그를 놓치지 않겠다는 듯이 비어 있는 왼손으로 그의 오른쪽 무릎을 잡으며, 아스카는 단번에 간격을 좁혔다.


 

「자 ―― 여자애처럼 오므리지 말고!
 그러고 있으면, 내가 앉을 자리가 없잖아!」

 


일단은 손에 든 보디 스펀지를 그의 사타구니를 가리고 있는 타올 위에 두고, 빈 오른손도 투입해서 그의 왼쪽 무릎을 잡고는, 완강하게 닫혀 있는 신지의 가랑이를 열려고 아스카는 양손에 힘을 집중했다.


 

「아, 안된다니까, 아스카」


「무슨 한심한 소리야!
 걱정 안해도, 타올을 걷어내지는 않는다니까!」

 


이렇게 되면 체력적으로는 어릴적부터 몸을 단련해 온 아스카 쪽이 우세한 것 같다.
두 다리를 떨면서 필사적으로 힘을 집중하고 있던 신지였지만, 아스카는 억지로 그의 가랑이를 벌렸던 것이다.

그러자 ―― 그 다음 순간이다.

태엥! ―― 하는 의성어가 들렸다고 느낀 것은 착각일까.
그때까지 그의 양무릎을 잡고 있던 아스카의 손이 그만 경직되었다.
그리고 굳어진 것은 손만이 아니었다.
그녀의 표정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얼어붙고 있다.

그렇다 ―― 그런 그녀의 눈에 비친 것은, 타올을 찢을 듯이 직립해 있는, 신지의 사타구니에서 우뚝 솟아 있는 굵고 긴 “무언가”였다.
아스카에게 있어서, 갑자기 그 대형포신을 곧바로 직시하지 않고 끝난 것이 행인지 불행인지.
타올에 덮여 있기 때문에 그 전모가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그 윤곽만으로도 그의 “물건”이 상식적인 일본인 사이즈를 능가하고 있다는 것만은 틀림없었다.
가늘f고 섬세해 보이는 그의 몸에 어째서 이렇게 부조화스럽고 장대한 사이즈의 대포가? ―― 라고 바로는 믿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의 발기에 튕겨져 날아가 욕실 타일에 떨어진 보디 스펀지가 부르르 흔들리면서, 마치 지금 그녀의 심리상태를 나타내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거짓말 ―― 이지?
 뭐야, 바보신지도 참, 날 놀래줄려고 타올 속에다 뭘 숨기고 있는 거지?」

 


얼핏 보기에도 그 굵기는 어린애 손목 정도는 되어 보인다.
길이에 이르러서는 사무용으로 사용하기에는 약간 짧아 보이는 20cm 자로는 쟐 수 없을지도 모르다.
그 실체는 타올로 덮여 있어서 전모를 파악할 수 없긴 하지만, 성적인 경험이 전무한 그녀를 무서워하게 하기에는 충분한 존재감을 나타내고 있었던 것이었다.

가벼운 농담으로 웃으려고 한 아스카였지만, 얼굴이 굳어서 제대로 웃을 수가 없었다.

한편 신지는 또한 그녀의 물음에 대답하지 못하고, 부끄럽다는 듯이 뺨을 붉게 물들이면서 고개를 숙이고 있다.
아무래도 아스카가 말하는 것처럼 장난을 치거나 무언가를 숨겨서 넣어두었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아스카도 그것을 깨달았을 것이다.
얼굴을 새파랗게 만들고는 무심결에 목을 좌우로 흔든 아스카였다.


 

(저게 내 안에……?
 무리 무리, 절대 무리 ―― 들어갈 리가 없잖아)


 

애당초 그녀는 어디까지 폭주할 생각이었는가.
그리고, 그 충격적인 광경을 앞두고, 그녀 ―― 시키나미 아스카 랑그레이의 폭주에 급브레이크가 걸리는 것인가.

어쨌거나 한지붕 아래는 커녕, 이 근처 일대를 통털어서 둘만의 밤은 이제 막 시작되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덧글 1. 새로 본 에반게리온 신극장판:破 기념으로 번역합니다. 내용에 破 내용에 대한 약간의 누설이 있지만 영화 관람에 큰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니까 뭐……,

 

덧글 2. 이번에 새로운 아스카는 상당히 맘에 들었습니다. 그런데 의외로 신극장판이 나온 뒤로 아스카 팬픽은 좀 더 나오고 있는데 레이 관련은 잘 없네요.

덧글 3. 자아, 아스카의 폭주는 어디까지 이어질까요? 다음편을 기대하시라~.

 

덧글 4. 원작자분한테 허락 받고 번역하는 거니까 불펌하지 마시고, X입X넷 이라는 사이트에서 보신 분은, 같은 사람이 올리는 거니까 오해마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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