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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내가 만드는 이야기

도깨비 - 22.1

한 남자가 시종인듯 보이는 여자의 안내를 받으며 어디론가 향하고 있었다. 조금전 숙소에서 대군장이 부하를 시켜 밀담을 요청해왔던 바로 그 남자였다. 시종의 뒤를 따라 걷고 있는 남자의 얼굴은 어두웠다.


그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가장 내세울만한 능력이 있다면 그건 바로 사람을 보는 눈이었다. 강해보이는 편에 붙는 것... 그것은 누구라도 할 수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앞으로 강해질 자에게 붙는 것.. 그것은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고 그러기위해서는 제대로 사람을 볼 줄 아는 눈이 필요했다. 신은 그에게 최고의 자리에 앉을 수 있을만한 능력대신 그럴 수 있는 사람을 알아보는 능력을 주었다.




혹자는 그에게 기회주의자라고 말하기도 하고 권력에따라 여기저기 붙어사는 박쥐같은 인간이라고도 했다. 그는 그 스스로 그것을 인정했지만 그렇다고 자신을 비겁하다 생각해본적은 없었다. 그가 원하는 것은 일신의 안락도 권력도 아니었다. 자신이 거느리는 부족의 안녕.. 그것 하나 뿐이었다. 그러기위해서는 자신이 힘을 가지거나 힘을 가진 자가 필요했고 그런 이유로 그는 대군장과 제사장중에서 제사장이라는 카드를 선택했다.



중앙의 통제를 받는 부족들중 그가 거느린 부족은 꽤 규모가 큰 편이었고 자체적으로 보유한 군의 규모도 꽤 되는 편이었기에 유사시 중앙으로 차출되는 경우도 잦았고 인원 역시 적지 않은 인원이었다.



대군장... 그는 최소한 전투에 관해서는 뛰어난 인물이었다. 저돌적이고 패기있으면서도 사려 또한 깊은 자이기에 적의 농간에 쉽게 속아넘어가지 않고 승기를 잡을만한 기회가 생기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기회를 놓치는 법이 없는 자였다.



한마디로 그는 승리하는 법을 아는 이기는 법을 아는 장수였다. 비록 그가 승리를 쟁취하는 법을 아는 자는 분명했으나 그 영광을 같이 누리는 법은 모르는 자였다. 그의 목적은 승리 그 자체였으며 그것을 위해서라면 얼마의 병사가 희생이 되든 어떤 방법을 사용하든 아무런 상관이 없는 그런 자였다. 그렇기에 언제나 차출당한 병사들은 반토막이 되어 돌아왔고 그의 측근이 아니라는 이유로 보상은 언제나 다른이에게 돌아갔다.



대군장의 측에 붙어보는 방법도 생각해 보았다. 하지만.. 그러기위해서는 뇌물이라는 것이 필요했고 단기적이고 일회성이 아닌 주기적인 뇌물이어야만 했다. 그걸 감당하려면 결국 자신의 부족사람들에게서 더 많은 것을 거둬들여야만 했다.



뇌물이라는 것.. 그것은 남들보다 크고 값진것이여야만 눈에 띄는 법... 그런 이유에서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더 많은 양이 필요로 해진다는 것... 족장은 그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또다시 차출당한 병사들이 수많은 사상자를 내고 돌아왔고 부족사람들의 불만은 최고조에 이르러가고 있었다. 부족장이 병사들이 치료받는 곳에 도착했을때 간호를 담당하는 부족사람 하나가 부족장에게 달려와 넌지시 부족장에게 말했다.




『신녀님이 한분 와 계십니다.. 』

 

 

『신녀..? 도대체 어떤 신녀가 이런곳에 들린단 말인가? 』

 

『지아님... 이라고... 』

 

『지아...님... 이라면...?? 제사장의 딸이 아닌가?? 그런 사람이 왜 여기에..?? 』

 

『귀의 처리에 관한 문제로 근처에 들리셨다고.... 』

 

『그럼 예를 갖춰 모셨어야할 것이 아닌가?? 어째서 이런곳에?? 』

 

『저기 그게.... 』

 

『이런... 답답한 사람같으니라고!! 』


부족장은 답답한 표정을 지어보이며 한편에서 부상당한 병사의 몸을 씻겨주고 있는 지아에게로 다가가가 간단히 예를 갖추고 말했다.




『죄송합니다.. 제가 자리에 없어 미처 귀한분이 오신것도 모르고... 』

 

 

『이것 좀 들고 계세요.. 』

 

『네?? 』




지아는 병사를 닦아주던 수건을 부족장의 손에 들려주었다. 엉겁결에 수건을 받아든 부족장은 멍한 모습으로 지아를 바라보았다. 지아는 병사의 상처부위에 약을 바르고 붕대를 감아주면서 병사에게 말했다.



『불편하시겠지만.. 환부가 깨끗해야만 상처가 빨리 나으니 항상 환부주위를 깨끗하게 해주셔야만 합니다.. 』

 

 

『네..? 네.. 고..고맙습니다.. 』




신녀의 간호를 받는 병사도 얼떨떨한 모양이었다. 커다란 제의식에서나 멀찌감치서 볼 수 있던 신녀가 자신같은 사람을 간호하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듯한 표정이었다. 부족장이 다시 지아에게 말을 건냈다.



『저기.. 일단 안으로... 』

 

 

『도와 주실게 아니라면 조금 비켜주셨으면 합니다만... 』


그렇게 지아는 병사들을 간호했고 밤 늦은 시간이 되어서야 부족장은 지아에게 차 한잔 대접할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이곳은... 참 좋은 곳이군요... 사람들도 밝아보이고.. 부족장님께서 손수 간호도 해주시고.... 』

 

 

『제가 지켜야 할 사람들입니다... 그걸 제대로 해주지 못해 저렇게 다친 것이니..』


말을 하고 있는 부족장의 찻잔을 든 손은 떨리고 있었다.
지아가 마시던 찻잔을 내려놓으며 조용히 말했다.


『이번에 또다시 병사를 차출하란 명을 받으셨다구요..? 』

 

『 ...... 』

 

『지리상으로 보아 아무래도 이번에는 여기에 집결한후 정비를 마치고 출발을 하겠군요.. 그렇다는건 병사말고도 부족에서 내놓아야할 것이 더 생기게 마련일테구요.. 』


부족장도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안그래도 잦은 차출과 사상자를 내고 돌아오는 일에 원성이 잦아지고 있는 이 마당에 또다시 남자들을 데려가고 거기다 출정할 군사들에게 식량등을 지원하려면 더 많은 것을 거둬들여야만 했다.




신녀가.. 제사장의 딸이 직접 방문했다. 귀의 처리문제로 부근에 들렸다고는 하지만 이런 이야기를 꺼낸다는 것...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부족장은 지금까지 살아온 경험으로 쉽게 알 수 있을것만 같았다.



분명 무엇인가를 원하는 것이다...
더러운것 주위에는 언제나 파리떼가 꼬이는 법이었다. 대군장측의 인간들중에서도 이런 인간들이 있었다. 하지만 제사장까지 이런 파리떼같은 인간들이었을거라고는 생각치 못하고 있었다. 예쁘장한 얼굴로 표정하나 바뀌지않고 은근한 말로 뇌물을 요구하는 제사장의 딸의 얼굴에 차를 부어버리고 싶은 심정이 굴뚝같이 솟아오르는 것을 억누르며 부족장이 이야기했다.



『무슨 말씀을 하고싶은 겁니까...? 』

 

 

『제가 주제넘은 말을 했나보군요... 죄송합니다.. 전 다만.. 왜 직접 출병을 하시지 않는지 궁금해서 여쭤본 것이었습니다.. 』

 

『차출이 아닌 직접.. 출병을..?? 』

 

『제 개인적인 느낌이긴 합니다만... 이곳은 부역이나 세금같은것도 다른 곳에 비해 상당히 적은편이고 부족사람들 대부분이 족장님을 따르는 것을 좋아하는것 같더군요.. 하지만 여기저기서 원성의 소리가 들려옵니다.. 』

 

『그건... 』

 

『병사들은 부족을.. 가족을.. 지키기위해 싸우지요.. 그러기에 상처를 입어도.. 설혹 사망을 한다하더라도 자부심과 긍지를 가집니다... 혹여나 지금 부족의 병사들은 우리가 아닌 남을위해 싸우고 있다는 느낌을 가지고 있는건 아닌지요..? 대군장이 아닌 족장님께서 진두지휘하시고 병사들을 아우르신다면 어떠실런지요? 더구나 지리상 이곳이 가장 가까운 곳이니 명분도 있지않습니까? 』




부족장은 내심 놀라고 있었다. 어쩌면 지아라는 이 신녀가 하고 있는 말이 맞는지도 몰랐다. 지금까지는 어떻게든 적은 인원을 차출하게 하려는데에만 그리고 대군장의 행보에만 신경을 쓰고 있는 바람에 그것까지 생각을 하지 못하고 있었지만 지아의 말대로 직접 출병을 한다면 자신이 직접 지휘하게 되니 남밑에서 싸운다는 기분이 나지 않을테고 그것은 남을 위해서가 아닌 자신이나 자신의 부족을 위해서라는 생각으로 이어져 지금의 원성을 조금은 줄어들게 할 수도 있을것이었다.



더구나 자신이 직접 지휘하는 것인만큼 무모하게 병사를 잃는 일은 피하면 그만일테고 직접 출병하는 것이니만큼 승리를 했을 경우 그에대한 포상을 다른이가 가로채가기도 어려울 것이었다. 또다시 차출당하고 군량을 지원당할바에야 직접 병사를 이끌고 출병하는 것이 백번 나은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번 출정은 대군장도 실패한 경험이 있는 곳이었다. 적이 강대해서가 아니었다. 워낙 외진곳에 있는데다 왜그런지 그곳까지 가는 도중에 병사들의 사기가 상당히 저하되어 막상 적이 있는곳까지 도착을 해도 제대로 된 전투를 벌이기가 어려웠다. 대군장은 오기로라도 다시 더 많은 군사들을 동원하려는 모양이었지만 그런 곳을 자신이 점령할 수 있을까? 더구나 실패한다면....



『기분이 상하셨다면 정말 죄송합니다.. 그런 의도는 아니었습니다만.....  』

 

 

『아니오.. 제가 조금 신녀님을 오해한것 같습니다.. 신녀님께서 말씀하신 의견은 좋은 의견이긴하지만 제 능력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일입니다... 』

 

『어째서 그렇게 생각을 하시는지... 여쭈어보아도 되겠습니까? 』

 

『대군장도 실패한 경험이 있는 곳입니다.. 더구나 실패라도하게된다면... 』

 

『두려우신 모양이로군요... 』

 

『아니라 변명하지는 않겠습니다.. 』

 

『무엇이 두려우신건가요? 실패했을 시 대군장측의 질책이 두려우신건가요? 아니면  부족사람들의 원성이 두려우신건가요? 』

 

『그건... 』




묘하게 허를 찌르는 질문이었다. 막연히 실패하면 큰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을 뿐.. 무엇이 큰일인지 생각하지는 못하고 있었다. 내가 정말 두려워하는 것은... 대군장인가? 아니면.. 부족사람들인가? 내가 지키고 싶어하는 것은... 정말로 부족사람들인가? 아니면... 나 자신인가..?



『제가 몇일동안 다녀온 곳이 바로 그곳입니다.. 』

 

 

『그 곳..? 이라면..? 』

 

『이번 출병시에 지나가야 할 길... 그곳에 다녀왔습니다.. 』

 

『그런 곳에는 어째서...? 』

 

『어머니께서는 처음 대군장이 그곳을 정벌하려할때 반대했었습니다.. 딱히 우리에게 위협이 되는 존재도 아니고 그들이 우리에게 특별히 해를 끼칠일도 없기때문이었죠.. 하지만 대군장님은 일을 강행하셨고 실패하셨습니다.. 』

 

『비록.. 대군장의 야심때문에 벌어진 일이라해도 고통받는건 병사들이겠지요.. 그런이유로 혹시나 병사들의 사기저하나 이상행동에 다른 원인이 있지않은가 조사차 다녀오다가 이곳에 들르게 되었습니다.. 』

 

『무슨 특이한 점이라도 발견하셨습니까? 』

 

『사람의 손길이 거의 타지않은 곳이고.. 음기가 상당히 강한 지역이더군요.. 그 음기에 몸을 숨기고 있는 귀들도 꽤 되는 것 같고.. 』

 

『귀들까지..?? 그 당시 귀들의 공격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들은 기억은 없는듯한데.. 』

 

『귀들이라고 모두 사람을 해치지는 않습니다.. 일반적으로 그런 곳에 숨어지내는 것들은 자신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이상 사람들에게 해를 입히지는 않는 편입니다.. 다만.. 많은 수의 인간들이 접근해오는것을 달가워하진 않겠지요.. 그런 이유로 사람들을 접근하지 못하게 하려할테고 가득이나 음기가 강한 지역이니 사람들이 쉽게 혼란스러워하고 두려워하는 것이라 생각되어집니다..  』

 

『흐음.. 그럼 제가 직접 출병한다해도 대군장때와 달라질것은 없겠군요... 』

 

『달라지게 하려고.. 제가 다녀온 것이 아니겠습니까? 』

 

『그렇다는 것은.. 무슨 방법이 있다는...? 』

 

『원인을 모른다면 어쩔수 없겠지만 그 원인을 알게된 이상에야 방법도 있지않겠습니까?』




무슨 생각을 하는듯 잠시동안 침묵이 이어졌고 지아 역시 부족장의 생각을 방해하지 않으려는듯 아무런 이야기도 하지않고 있었다. 그렇게 시간이 조금 흐른 후...

 


『한가지... 궁금한게 있습니다.. 』

 

『말씀하세요... 제가 말씀 드릴 수 있는 것이라면... 』

 

『제가 직접 출병을 한다면... 승리하고 돌아올 수 있겠습니까? 』


부족장의 질문에 지아가 살짝 고개를 갸웃거리며 다시 반문했다.




『그것은 제게 하는 질문입니까? 아니면.. 신녀인 저를 통해 신에게 대답을 얻고 싶으신 겁니까? 』

 

 

『신에게 묻는 질문입니다... 지아님의 대답은 이미 듣지않았습니까? 』




부족장의 말에 지아가 살며시 웃어보였다.
그리고 부족장에게 대답했다.



『신은... 승패의 여부를 알려주지 않으십니다... 다만... 싸워야만 할 전쟁인지... 아니면 그저 피만 흘리게 될 무의미한 전쟁인지를 알려주실 뿐이지요... 어째서 부족장님께서 신에게 하셔야할 질문을 제게 하시는지 모르겠지만... 제가 만약 부족장님의 질문에 대답을 해도 된다면... 』

 

 

『이번 싸움은 우리 부족에게는 무의미한 전쟁이라 말씀드리겠습니다.. 다만... 부족장님에게는 싸워야만 할 전쟁이라고... 그렇게 말씀드리겠습니다... 제가 감히 말씀 드릴수 있는 것은 여기까지입니다.. 싸워야할 대상이 누구인지... 싸워야할지 피해야할지는... 부족장님이 생각하고 결정하실 문제겠지요... 』

 

『싸워야만할 전쟁...... 』




부족장이 지아의 말을 되뇌이고 있을 때 지아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는 이만 숙소로 돌아가 볼까 합니다.. 오늘 차 정말 잘 마셨습니다... 』

 


지아는 감사의 인사를 표한후 밖을 향해 걸어나가기 시작했다. 지아가 나가는 것을 배웅할 생각도 하지 않은채 생각에 잠겨있는듯 하던 부족장이 밖을 향하는 지아를 향해 말했다.




『한가지만 더... 오늘 내게 이 이야기를 한 것은 제사장의 뜻입니까? 』

 

 

『그럴수도... 아닐수도 있습니다... 』

 

『그럴수도.. 아닐수도 있다...? 』

 

『그곳에 조사하러 절 보내신 것은 분명 어머님이십니다.. 또한 돌아오면서 이곳에 들러 하루 머물다 오라하신것 역시 어머님이십니다.. 다만... 』

 

『다만...? 』

 

『이곳에 들러 제가 해야할 것이 무엇이냐고 여쭈었을 때... 어머니께서는 제 마음가는대로 행동하라 하셨습니다... 』

 

『마음 가는대로...?? 그렇다는건... 지금 이 이야기를 한 것은.. 순수하게 지아님의 뜻이자 생각이시라는...? 』

 

『마을에서 참 좋은 곳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병사들을 간호하시는 부족장님을 뵙고 참 좋은 분이라 생각을 했습니다... 좋은 분들의 얼굴에 근심이 어려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것을 덜어드리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주제넘다는 것을 알면서도 어리석은 소견이나마 제 생각을 말씀드렸습니다.. 그 뿐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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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일 후...


『가는동안 발생할 문제에 대해서는 지아에게 일러두었으니 지아 그 아이의 뜻을 따라주세요... 』

 

『지아님이 직접 가시는 겁니까? 』


자신의 딸을 직접 전쟁터로 내보낸다는 제사장의 말에 부족장이 놀란듯 물어보자 제사장은 웃으며 대답했다.




『그냥 지아라 불러주세요... 지아 그 아이도 부담스러워 한답니다... 』

 

 

『위험할 수도 있습니다... 잘못하면... 』

 

『설사 그렇다 한들.. 그 역시 신의 뜻이겠지요... 』

 

『제게... 이렇게까지 해주시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

 

『글쎄요... 이유가 꼭 필요한 것입니까? 』

 

『 ...... 』

 

『지아가 그러더군요... 좋은 분이라고... 그 정도면 대답이 되겠습니까? 』

 

 


그것이.. 제사장과 함께한 첫번째 일이었고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신녀.. 그것도 제사장의 딸과 함께한다는 것이 병사들에게는 곧 이미 신이 승리를 확신시켜준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게 했고 그것은 곧바로 엄청난 사기의 진작을 가져왔다.




또한, 이미 한번 조사를 다녀왔을 때 지역의 음기나 귀에대한 조사뿐이 아닌 여러가지 조사를 한 모양인듯 지형이나 작전에 관한 많은 도움을 얻을 수 있었음은 물론 지아의 조언에 따라 되도록 음기가 강한지역은 피해갈 수 있도록 행군속도를 조정하는 한편 전투가 발발했을 시에는 그저 지키고 보호해줘야할 대상이 아닌 왠만한 남자병사들 이상으로 활약을 하였고 시간이 날때마다 직접 부상당한 병사들을 돌보기도 했다. 이미 지아라는 승리의 여신이 함께 시작한 실패할 수 없는 싸움이었다.



그 이후 부족장은 많은 것들을 제사장과 의논하고 함께 해왔다. 딱히 제사장의 편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으나 대군장쪽과 사이가 벌어질대로 벌어져버린 지금 상황에서 부족장은 제사장쪽의 인물로 자리잡아가고 있었다. 처음 단 둘이 대면했을때 느꼈던 느낌처럼 제사장은 대군장과는 달리 자신의 사욕을 위해 그 지위를 이용하는 인물은 아니었고 몇 번의 고비도 있었으나 그가 대군장 이상의 그릇이라 느꼈던 것만큼 제사장과 지아는 영리하게 고비를 잘 헤쳐나갔다.



어쩌면.. 이번에도 그런 고비중의 하나가 찿아온 것일지 모르는 일이었다. 어째서 똑똑하고 현명한 지아 그 아이가 그런 일에 말려들게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누군가의 말처럼 제사장이 지아를 버리려한 것은 아닐것이라 생각했다. 친 딸은 아니었지만 그런말을 하면 불같이 화를 내는 제사장을 알기에 제사장이 지아를 얼마나 생각하는지 충분히 알고 있기에 어쩌면 이번 일로 인한 상심으로 그 누구의 면담도 허락하지 않는 것일지도 모른다 생각했다. 최소한 무슨 일인지 알아야 무엇을 할 것인지 알 수 있다.. 그것이 대군장이 보자고 한 요청에 응답한 이유였다.



시종이 목적지에 도착했는지 한 방에 다다라서는 문을 열고 부족장이 들어가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부족장은 마음을 다잡고 시종이 열어준 문 안쪽으로 들어가자 시종은 따라들어오지 않고 밖에서 조용히 문을 닫았다.



그리 넓지않은 다소 어두운 방...
넓지는 않았지만 화려하게 장식이 되어 있는 방이었다. 커다란 직사각형 모양의 상이 중앙에 길게 놓여져 있었고 그 위로 수십가지의 음식들이 펼쳐져 있었다. 그리고 그 주위로 부족장 자신도 익히 알고 있는 인물들이 둘러앉아 있었다.

 


『흠..흠... 』


어색한 듯이 헛기침을 하며 시선을 외면하고 있는 사람들.....
자신과 같이 제사장측의 사람이라 불리는 사람들이었다. 아마도 은밀하게 대군장의 면담요청을 받은 사람은 부족장 하나뿐이 아닌 모양이었다.




『그리 서있지 마시고 앉으시지요? 』

 


부족장이 소리가 나는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직사각형 모양으로 이루어진 커다란 상의 상석에는 대군장이 앉아 있었다. 부족장은 자신의 자리인듯 비워져 있는 자리에 앉았다.




『무슨 일로 이런 야심한 시각에 보자 하셨소? 』



다른 이들은 여전히 부족장과 시선을 맞추는 것을 꺼려하며 딴청을 부리고 있었으나 부족장은 그들에게 신경을 쓰지 않은채 대군장을 향해 말을 했다. 부족장의 질문에 대군장은 대답대신 자신의 앞에있던 커다란 술잔을 비워내자 옆에 고개를 숙이고 다소곳이 앉아있던 여자가 비어있는 대군장의 잔에 술을 따라주었다.



『긴히 할 말이 있으니 너는 이만 나가보거라 』

 

 

『네... 』


대군장의 술잔에 술을 따른 여자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무심코 일어서는 여자를 바라보던 부족장은 깜짝 놀라고 말았다. 술잔을 따르고 일어서는 여자는 부족장도 익히 알고 있는 여자였고 절대로 이곳에는 있어서는 안될 여자였기 때문이었다.




"어째서.. 세아가...??"

 


여자는 몸을 돌려 밖으로 나가버렸다. 잠시동안 마주친 얼굴인데다 방이 그다지 밝은 편이 아니어서 확신할 수는 없었지만 세아와 너무도 흡사한 얼굴이었다. 부족장은 다른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다른 이들은 여전히 술을 마시며 딴청을 부리며 부족장과 시선을 맞추려하지 않고 있었다.




"정말.. 세아란 말인가?? 아니야.. 그럴리가 없어..."

 


제사장의 딸이.. 그것도 지아 이후에 차기 제사장으로 선택받은 세아가 이곳에 있을리는 만무했다. 더구나 대군장의 잔에 술을 따라주고 있다니... 있을 수도.. 있어서도 안되는 일이었다. 정말 세아인지 아닌지 궁금했지만 그렇다고 그걸 대군장에게 물어볼 수도 없는 일이었다.




『난... 대대적으로 부족을 정비하고 싶소... 』

 

 

『정비...?? 』




뜬금없이 부족을 정비하다니... 전시상황도 아니고 특별히 무슨 일이 발생한 것도 아닌 이런때에 정비를 하겠다니.. 그것도 자기측 사람들이 아닌 사람들을 모아놓고 한다는 소리가 부족을 정비하겠다고?



『지금 우리 부족에는 쓸데없이 자리만 차지하고 있는 인간들이 너무 많단 말이지.. 그런 인물들을 모두 쳐내고 싶다는 말이오.. 』

 

 

『고작.. 이런 협박이나 하자고 이 시간에 우릴 부른 것이오? 』

 

『협박이라... 하하핫... 그리 생각하신다니 유감이오만... 』

 

『그럼.. 이게 협박이 아니면 무엇이란 말입니까? 』

 

『난 단지 확인을 하고 싶었을 뿐이오.. 그대들이 쓸데없는 인물인지.. 아닌지... 쳐내야할 인물들인지 아닌지 말이오... 』




이건 노골적인 협박이었다. 회유하려는 것이 아닐까 생각하고 오기는 했지만 이토록 노골적으로 강압적인 태도로 나올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기에 부족장은 내심 당황스러웠다.

 


이런 상황이라면 생각할 수 있는 것은 두 가지....


대군장이 절대적으로 유리한 무엇인가를 가지고 있던지....
그것이 아니라면 오늘 일로 불안해하는 자들에게 생각할 여유를 주지않고 강압적인 태도를 보임으로서 더욱 불안하게 만들려는 의도... 분명 둘중에 하나였다. 하지만 오늘 일은 부족장으로서도 어떻게 돌아가는 상황인지 알지 못하고 있기에 쉽게 판단하기가 어려웠다.




『그대는 부족에 쓸데없어 내쳐져야 하는 인물이오? 아니면 남아있어야 할 인물이오? 』



말은 저렇게 하고 있지만 대군장이 물어보는 저의는 정말로 자신이 부족에 쓸모가 있는지 없는지를 묻고 있는게 아니라는 것쯤은 부족장도 잘 알고 있었다. 간단히 말해서 자신의 편에 서겠느냐.. 아니면 내쳐지겠느냐는 질문이나 마찬가지였다.



만약... 대군장이 누구도 어찌할 수 없는 무엇인가를 가지고 있다면 그래서 대군장이 지금 표현한대로 대대적인 정비가 이루어진다면 지금 하는 말 한마디로인해 자신이 거느리고 있는 부족 전체에 엄청난 피해가 갈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비록.. 상황이 별로 좋게 돌아가는 것은 아니지만 대군장이 저렇게 자신있어할만한 것이 무엇이 있을까... 그냥 단지 오늘의 분위기를 이용한 허세일까? 아니면....

 


『쉽게 대답하지 못하는 구려.. 하긴.. 쉽게 할 수 있을만한 대답은 아니지... 생각할 시간을 드리리다... 천천히 즐기면서 생각해 보시구려.. 아.. 혹시나해서 묻는 말인데.. 아까 나간 그 아이 얼굴을 보았소? 크크킄... 』




"조금 전 나간 아이라면... 설마...?"

 


설마.. 조금 전 나간 여자가 정말로 세아란 말인가?
그렇다면... 이건 정말 큰 문제였다. 이게 사실이라면 무슨 수를 어떻게 썼는지는 모르겠지만 오늘 지아의 추방이 결정된 것은 역시 생각대로 대군장의 술수임이 확실하다고 할 수 밖에 없었다. 제사장도 이 사실을 알고 있는 것일까?




"어쩌면..."



문득 부족장의 머리에 한가지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제사장이 세아가 아닌 지아를 차기 제사장으로 추천한 것은 어쩌면 이 사실을 알고 있어서가 아니었을까? 그 상황에서 지아가 대군장의 어떤 술수로 인해 제사장에서 물러나야했다. 그렇다면.. 세아가 차기 제사장이 되는 것은 제사장으로서도 어쩔 수 없는 일... 그렇다는건 지금 제사장이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그래서 모든 면담을 회피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왜 제사장은 이런 중요한 사실을 미리 말하지 않은 것일까?



결국 지금 이 사태를 해결 할 수 있을만한 사람은 지아밖에 없다. 오늘 회의에서 나온 내용처럼 지아가 그런 아이일리는 없다. 다만.. 제사장이 침묵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나설수가 없어서 잠자코 있었을 뿐 이렇게 된다면 어떻게든 지아가 추방되는 상황을 막아야만 한다. 이제서야 오늘 회의에서 대군장이 지아의 신병을 자신에게 맡겨달라고 한 것인지 이해가 될것도 같았다. 미리 막으려한 것이다. 지아의 신병이 제사장측에 있음으로해서 있을 혹시나 모를 일을 막기위해 대군장은 조사를 핑계로 지아의 신병을 자신이 맡겠다고 한 것일 것이었다.



어떻게든 대책을 강구해야만 한다...
그러기위해서는 일단 지아의 신병을 되찿아와야한다. 지아라면.. 그 아이라면 무슨 수를 생각해 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비록... 씨족회의에서 결정이 난 상황이긴 하나 아직 부족장들은 중앙에 모여있는 상황... 거기에 신녀에 관련한 일은 제사장에게 훨씬 큰 권한이 있는만큼 지아를 되찿아오는 것이 불가능한 상황만은 아니다.



"제사장...!! 일단 제사장을 만나야 해..!! 억지로라도..!!"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한시라도 빨리 제사장을 만나봐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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