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번] 아내의 오해 (1)
9월 14일
오늘 의뢰했던 흥신소로부터 연락이 와서 방금전 조사 결과와 상황 보고를 듣고 왔다.
이미 각오는 하고 있었지만 역시 괴롭다.
그렇지만 현실을 받아 들이지 않을수 없다.
흥신소에는 계속해서 조사를 의뢰했다.
어느날 나는 일이 예정보다 빨리 끝나서 아내에게 말했던 날보다 이틀 빨리 집으로 귀가했다.
서울로 파견되어 반년,
마구 일에 쫓겨 최근 2개월은 휴일조차도 제대로 쉴수가 없었다.
아내에게 돌연 거부되어 섹스 레스 상태가 된것도 이제 1년이 다 되어 간다.
하지만 역시 오랜만의 우리 집을 눈앞에 두니 간만에 즐거운 기분이 들었다.
그렇다.
나는 이번 휴가때 아내와 1년여에 이르는 섹스 레스 생활에 종지부를 찍고, 이전의 평화로운 생활을 어떻게 해서든지 되찾을 결의를 마음속에 단단히 결의하고 있었다.
역에서 집까지의 도보 10 분의 거리를 무의식 중에 빠른 걸음으로 걷고 있었다.
견딜 수 없을 정도로 괴로운 현실이 나를 기다리고 있는것도 알지 못하고...
나는 35세로 대기업에 근무하는 샐러리맨,
6세 연하의 아내와 결혼하여 아직 아이는 없다.
나는 갖고 싶지만, 아내가 내켜하지 않았다.
나와 아내와는 친구의 소개로 6년 정도 전에 처음으로 알았다.
연애 시절부터 결혼까지 꽤 빠른 편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때 부터 5년,
이 5년간의 공백동안, 우리들 부부 사이에는 도대체 무슨일이 벌어진 것일까.
위에도 썼지만 우리들은 1년이 다 지나도록 더이상 침대를 함께 쓰지 않고 있다.
무슨 이유인지도 모른채, 갑자기 아내가 거부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것을 계기로 우리들의 부부 생활은, 12월의 날씨처럼 꽁꽁 얼어붙어갔다.
아내는 그 날 이후 나의 속옷 빨래를 자신의 빨래감과 같이 놓지 말것을 거세게 나에게 항의했다.
내가 어차피 함께 세탁기가 빨것인데 아무 상관 없잖아 라고 말하자,
아내는 한동안 차갑게 노려본뒤 이렇게 대답했다
「절! 대! 로! 함께 빨지... 않을거예요, 제대로 정리해서 내놓지 않으면 더이상 당신의 속옷은 빨지 않을테니 그렇게 아세요.」
괴로운 1년 이었다.
그런 이유로 나는 이번 연휴를 계기로 모두것을 이전 상태로 되돌리고 싶었다.
그렇지만 그것은 나의 독선적인 덧없는 환상이었다.
역으로부터의 가까운 거리를 나는 빠른 걸음으로 집을 향해 걷고 있었다.
나와 아내가 사는 아파트의 주차장이 점점 윤곽을 드러냈다.
그 순간, 얼핏 주차장에 주차되어 있던 차에 탑승한 남녀의 모습이 내 두눈에 들어왔다.
남자의 모습은 잘 보이지 않았지만 여자는 나의 아내와 매우 흡사하게 닮아 있었다.
그러나,
평상시의 아내라면 결코 하지 않았을 꽤 화려한 화장과 노출이 심한 복장만 보고 그 때의 나는 설마 아내라고는 절대로 생각하지 않았다.
이 동네에서는 노상 주차나 아파트에 거주하지도 않으면서 아파트 주차장에 아무렇지도 않게 자신의 차를 주차하는 괘씸한 새리들이 끊이지 않았으니까...
두 명은, 연인처럼 다정하게 앉아 대화를 나누면서 때때로 남자가 여자의 스커트를 걷어 올리거나 하는 시츄에이션을 벌이고 있었다.
그럴때마다 여자는 과장되게 남자의 어깨를 때리는 흉내를 내면서 두사람은 화기애애 하게 담소를 하더니 곧이어 두사람을 태운 자동차는 그대로 주차장을 빠져 나갔다.
웬지 까닭 모를 불안감이 고개를 드는것을 느끼며 나는 나의 집 현관문을 열었다.
"어머, 당신 깜짝 놀랐잖아요. 언제 오신 거예요?"
라고 말하는 아내의 반응을 기대하면서...
그러나 그곳에는 나의 덧없는 소망과는 정반대로 아내는 없었다.
나는 이유 모를 불안과 실망을 가슴에 품은채 집으로 들어갔다,
그순간 음식물 냄새와 섹스의 잔향이 발산하는 말로는 표현 할수 없는 썩는 냄새가 가득 코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거실 탁자위에는 많은수의 캔 맥주의 빈 깡통과 쓰레기통은 썩는 냄새를 발산하는 티슈의 산더미.
요란한 파티를 했는지 먹다 남은 요리들의 잔해가 곳곳에 쌓여 있었다.
그러나 가장 충격적인 것은...
바닥에 굴러다니는 진동 안마기와 그로테스크인 형태의 바이브레이터 였다.
침실에는 흐트러진 침대 위의 이불위에 여기에도 역시 진동 안마기와 다른 형태의 바이브레이터가...
붉은 색의 긴 끈, 쓰레기통에는 역시 티슈의 산과 무수한 관장액의 잔해.
나는 순간 여기가 우리집이 아니라 옆집에 잘못 들어온 것으로 착각했다.
심장이 터질것 처럼 마구 뛰며, 내 마음은 지금 나의 눈 앞에 전개되고 있는 이 기괴한 현실을 받아 들이는 것을 거부하고 있었다.
도대체 뭐... 뭐지?... 이것들은?
한동안 고심한 나는 나와 아내의 집을 뒤로 한채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그대로 나는 서울로 올라와 나의 아버지가 일전에 이용하고 있던 흥신소에 연락했다.
의뢰 내용은 아내의 불륜을 밝혀내는것.
돈은 얼마가 들어도 상관없음.
그것이 지금부터 약 2개월전의 일.
나는, 이제 곧 이번 파견 근무가 끝나 집으로 돌아간다.
그후 1개월이 지나면 새로운 업무 때문에 다시 서울로 재배치 되지만, 그 1개월동안, 나는 모두것을 해결할 생각이었다.
9월 17일
이번 주말에 돌아가겠다고 아내에게는 전해 두었지만, 실은 나는 내일 아침에 돌아갈 생각이다,
다만 집에는 돌아가지 않고 이틀간 아내의 모습을 감시할 생각이다.
어느 의미에선 자신의 마음에 확실한 결심을 심어주기 위해서 였다.
뭐, 짧은 이틀이란 시간 동안 내가 할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는 상황이지만...
그렇지만 2개월전 그 날, 도대체 우리집에 무슨일이 벌어진 것일까?
흥신소로부터의 보고로 대부분의 것은 상상할 수 있었지만...
그사실을 받아 들인지 2개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믿을수가 없었다.
흥신소의 보고에 의하면 아내의 불륜 상대의 남자는 현재 47세인 프로의 카메라맨.
완전히 유명하거나 인기인이거나 그런것도 아니었다.
수입도 보통 정도로, 이른바 입에 풀칠할 정도만 버는 한 명.
무엇보다 주로 여성 잡지등의 관련 잡지사의 일을 하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납득할수 있었다.
아내는 몇년전부터 투잡식으로 여성 잡지의 주부 모델을 하고 있었다,
아마 그런 이유로 알게 되었던 것이라고 생각한다.
남자는 나의 아파트에 죽치고 사는 형태로 주중에 이틀이나 3일은 묵고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이 2개월동안 3회정도로 아파트에서 파티가 열린 모양.
매회 참가자수는 가지각색이지만, 적을 때에 불륜 상대의 남자를 포함해 3명, 많을 때는 6명이었던 일도 있다고 한다.
물론, 참가 멤버는 아내 이외는 전원 남성.
매회 대부분 밤의 8시경부터 시작되어 자정이 넘어서 종료하는 것 같다.
아내의 불륜 상대의 남자는 매회 그대로 묵어 간다.
과연 파티의 내용까지는 흥신소에서 잡을 수 없었지만,
내가 2개월전의 그 날에 우연히 봐 버린 방안의 모습으로부터 상상하면,
오바이트가 치밀정도로 아내가 정체 모를 괴물처럼 생각되어 진다.
나 혼자서 현장을 덥치기에는 일의 리스크가 커져 버렸다.
어쨌든 덥치는것은 나중의 일.
그런 이유로 아직 돌입할 생각은 없다.
밖으로부터 감시하며 좀더 많은 정보를 모으기로 결심했다.
물론 아내와 이혼하기 위한 증거는 확보 되었다.
이대로 아무것도 알지 못하고 시원스럽게 이혼하고 잊어 버리는 것도 하나의 좋은 선택일지도 모르지만,
나는 역시 사건이 벌어진 이상 모든것을 알고 싶었다.
마음에 박힌 작은 가시나무는 반드시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나를 괴롭힐 것이다,
그 가시나무를 뽑으려면 나는 모든 사실을 아는 방법 이외는 없다고 생각한다.
비록 그것이 아무리 충격적인 사실이라고 해도.
왜 1년전에 갑자기 아내가 바뀌어 버린 것일까?
무슨 이유로 나를 거부한것일까?
나는, 그것이 알고 싶어 평소 아내의 친구 여러명에게 은근히 떠보는 형태로 물어 보았다.
하지만, 모두 애매한 대답뿐...
아무래도 쉽게 대답이 발견되지 않는다.
굳이 원인을 말한다면 최근 몇년동안 아내는 내가 지금의 회사를 그만두고, 아버지의 뒤를 잇는 것을 쭉 바라고 있었다.
나의 아버지는 지역에서 기계 부품 관련의 중소 기업을 경영하고 있었다.
친가도 궁핍하고, 학력도 보잘것 없었던 아버지는 문자 그대로 맨주먹으로 회사를 일으켜 지금의 규모로 만든 불굴의 기업가였다.
그 탓으로 외아들의 나에게는 상당히 엄격한 부친이었다.
나는 성장하면서 그런 고지식한 아버지에게 반발하게 되었다.
아버지는 내가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아버지의 회사에 들어가, 아버지 곁에서 경영을 배워 아버지의 뒤를 잇는 것을 강하게 바랬지만, 나는 더 이상 자신의 인생을 아버지가 간섭하는것이 참을수가 없었다.
결국 나는 아버지의 소망을 무시하고 지금의 회사에 취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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