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드의 모험 6 > 웹소설-내가 만드는 이야기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웹소설-내가 만드는 이야기

펜드의 모험 6

 


- 1이나 3이 많을줄 알았는데 의외로 2가 대세내요.

2. 좀더 신중하자.


 펜드는 피닉스의 눈을 교섭물로 내걸기 위해서는 이 보석의 정체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아봐야 겠다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역시 교단의 힘을 얻는건 실패했다고 봐야 하는걸까?


"아직도 거기 있었나요? 어서 돌아가세요. 전 할 일이 무척 많습니다. 신의 축복이 함께하길."


아렌티아는 이제 완전히 본색을 숨기고 다시 자애로운 법왕의 모습으로 돌아가 있었다. 펜드는 그녀에게 짧게 인사하고 집무실을 나왔다.


"후 우.."


실패해 버렸군. 그 짜증나는 법왕년. 피닉스의 눈을 대가로 요구하다니.. 아무리 황제 자리가 탐나도 황가의 보물을 팔아먹으면서까지 제위에 오를수는 없지. 다른 길을 찾아보자.


"볼일은 다 보셨나요?"


문 밖에는 여신관 카나가 대기하고 있었다. 그녀는 펜드를 교단 밖까지 배웅해줄 것이다.


"법왕님이 내 부탁을 들어주셨다."


"잘 되었네요. 어서 돌아가죠."


카나는 생긋 웃으며 먼저 앞장서간다. 펜드는 입가에 사악한 미소를 띄우며 그녀에게 다시금 수작을 걸었다.


"근데 내가 법왕성하께 드린 부탁이 뭔지 아냐?"


"네? 모르겠는데요.. 제가 알 문제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만.."


"아니 네가 꼭 알아야 한다. 사실 내가 몸에 병이 있어 그걸 고치기 위해 법왕성하를 찾아뵌 거거든


펜드의 말에 카나는 약간 놀란듯한 표정을 지었다.


"치료를 위해서 법왕성하를 방문하셨다고요? 그런건 교단의 다른 신관에게 부탁해도 될텐데 고작 그런 일 때문에.."


"고작이라니! 내 병이 그리 하찮게 보이냐? 쉽게 치료될 병이면 교단을 찾아오지도 않았어! "


"아 죄 죄송해요.. 제가 그만 말실수를 했어요. 그래서 병은 고쳤나요?"


"음 법왕성하가 신성마법을 시전해 주셨다. 좀 나아지긴 했는데 병을 고치려면 지속적으로 다른 신관의 치료를 받아야 한다."


"그럴리가! 법왕성하가 직접 신성마법을 사용하셨다고요? 또 그러고도 치료가 완전히 안됬다구요?"


펜드는 잠깐 말문이 막혔다. 생각해 보면 자신의 거짓말에 모순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하지만, 어차피 거짓말인데 뭐 막나가 볼까?


"그래. 내 병은 세상에서 가장 고치기 힘든 병중 하나인 "발기"라는 무서운 병이다. 법왕님이 아무리 높은 신성력을 가지셨다 해도 한번에 고칠수는 없지."


"그런.."


"그리고 법왕님이 내 병을 고치는 역을 맡은 신관으로 너를 지명하셨어!"


"네에에엣?!"


여신관 카나의 두 눈이 동그레졌다. 자신이 펜드 황자의 병을 치료해야 한다고?


"그러니.. 일주일에 한번씩 내 궁을 방문해 주기 바란다. 오기전에 기별은 넣고 왔으면 좋겠어. 난 바쁜 사람이니 치료를 위해 미리 시간을 비워놔야 한다."


"시 시러요. 제가 왜 그런.. 전 교단 밖으로 나가본 일도 없단 말이에요!"


"뭐 싫다고?"


펜드의 표정이 짐짓 사납게 일그러졌다. 카나는 펜드가 표정을 일그러뜨리자 약간 겁에 질린듯 살짝 뒷걸음질 친다.


"법왕님이 직접 너를 선택했단 말이다! 법왕성하의 명을 거절할 셈이냐? 너 교단의 신관 맞냐?"


"거짓말. 거짓말이죠? 법왕님이 저에게 그런 일을 시킬리가 없.."


"나를 거짓말 쟁이로 만들 셈이냐!!"


"힉."


펜드가 분노에 찬 노성을 터뜨리자 카나가 깜짝 놀라 그자리에 주저앉았다. 펜드는 덜덜 떨고 있는 카나를 내려보며 단정짓듯 말을 끝맺었다.


"하라면 해! 이건 법왕님의 명령일 뿐 아니라 제국의 제3황자이자 황위계승서열 4위의 펜드 테어카나님의 명령이기도 하다. 거절하면 감옥행이다!"


"으흑 흑.. 흐아아앙"


결국 카나가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순진한 계집 같으니.. 뭐 놀리는건 이쯤에서 그만 둘까?


"그럼 난 가겠다. 나가는 길은 대충 아니까 더 이상 안내할 필요 없어. 잘 있거라."


펜드는 힘없이 주저앉아 훌쩍이고 있는 카나를 뒤로하고 혼자 발걸음을 옮겼다. 역시 놀리는 재미가 있다. 뭐 쉽게 들통날 거짓말이니 카나가 정말로 자신의 궁을 방문할 것 같지는 않지만 펜드는 아렌티아와 교섭에 실패해서 우울한 기분이 꽤 나아지는걸 느꼈다.


.
.
.


"그게 정말이냐? 교섭에 실패했다는 거니?!"


펜드의 보고를 받은 세피아 황비는 대번에 안색이 새하얗게 질렸다. 평소 좀처럼 평정을 잃지않는 그녀의 반응이 예상외로 격렬한데에 펜드는 깜짝 놀랐다.


"그 그렇습니다. 황금을 거절하더군요.."


"어떻게 그럴수가.. 황금 10톤은 우리 제국의 6개월치 예산에 준하는 엄청난 금액이다. 재정상황이 나쁜 교단으로서는 결코 거절할 수 없는 조건이었을 텐데."


"저도 아렌티아 법왕이 이 조건을 거절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 못했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약간 머리가 이상하더군요. 전혀 납득할 수 없는 이유를 내세워 교섭을 거절하더군요."


"머리가 이상해?"


"무슨 장인어른이 어떻느니, 저주가 어떻느니.. 제가 판단한 바로는 확실히 미쳤습니다. 역시 그녀가 외부와의 접촉을 극도로 꺼리는 이유가 있더군요. 법왕이 미쳤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안되니까요."


"...."


황비는 머리를 숙이고 무언가를 곰곰히 생각하는 듯 보였다. 그리고 잠시 후


"교단의 힘은 네가 황제가 되는데 필수적이다. 내가 직접 만나보마. 10톤이 적다면 아카시아의 보물창고에 있는 금을 전부 털어서라도 교단의 약속을 받아내야 한다."


"황비마마가 직접이요? 하지만 소용 없을겁니다. 그녀는 돈으로 움직일 수가 없어요. 말했잖습니까 제정신이 아니라고."


"하지만.."


"그녀가 법왕이 된 이유는 피닉스의 눈을 손에 넣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그건 돈으로는 가치를 따질 수 없는 황가의 보물이죠. 아마 이것이 아니면 그녀는 전혀 흥미를 보이지 않을 겁니다. 미쳤으니까요."


"피닉스의 눈이라.."


제국의 황비인 세피아도 피닉스의 눈이 무엇인지는 알고 있었다. 제국의 7대 황제 플루토스 테어카나가 전 세계에 한마리밖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전설의 환수 피닉스를 사냥한 후 전리품으로 얻은 귀중한 보물.


"좋아. 내주도록 하자."


"네에?!"


이번에는 펜드가 놀랄 차례였다. 황비는 아주 당연하다는 듯 별 고민없이 황가의 보물을 아렌티아에게 내주겠다고 한다.


"어차피 돌덩어리. 황가의 수호석이니 국보니 해도, 결국 빵 한조각의 가치도 없는 돌덩이에 불과하다. 그걸로 교단의 힘을 얻을 수 있다면 더할나위 없다."


"그럴 순 없습니다."


펜드는 단호한 어조로 황비의 제안에 거부의 의사를 표했다. 황제가 되기 위해 황가의 수호석을 팔아먹다니.. 그건 해서는 안되는 일이다.


"어째서냐. 피닉스의 눈이든 뭐든 결국 황제가 되지 못하면 너에게느 아무 의미도 없는 것이다."


"제국에서 몇대에 걸쳐 비밀스럽게 간직해온 보물입니다. 결코 예사로운 돌덩이가 아닙니다. 틀림없이 무언가 엄청난 비밀이 숨겨져 있을 겁니다."


"...."


세피아는 한동안 묵묵히 펜드를 바라봤다. 그의 얼굴에 나타난 단호한 결의의 표정. 그녀는 무슨 말을 해도 펜드를 설득할 수 없으리라는 것을 깨달았다.


"후우.. 할 수 없구나. 이 일은 나중에 생각하도록 하지."


"..죄송합니다."


"아니 죄송할것 없다. 네 생각이 옳을수도 있는 것이지. 피닉스의 눈은 엄청난 마력이 담긴 신비로운 보석이다. 쉽게 내어줄 수는 없는 물건이지."


"..."


펜드는 뭐라 할 말이 없었다.


"내일 예속인형을 완성하는 중요한 의식이 있으니 오늘은 일찍 들어가서 쉬거라."


"알겠습니다."


펜드는 세피아에게 꾸벅 인사하고 자리를 떳다. 현관까지 그를 배웅하는 황비의 지친 얼굴을 보니 웬지 가슴이 아팠다.


.
.
.


다음날 일찍 펜드는 세피아의 별궁에 나갔다. 그는 오늘 같이 무도회에 가기로 약속한 시렌느와 마주치지 않게 조심하며 지하에 위치한 황비의 실험실로 내려갔다.


"왔구나. 얘야."


황비는 어제 밤새도록 예속인형의 마무리 작업을 끝마치느라 무척 피곤한 참이었다. 꼭 예속인형을 만드는 일이 아니더라도 그녀는 요즘 몸이 열개라도 부족할 만큼 바쁜 처지였는데, 이것은 그렇지 않아도 얼마 남지않은 그녀의 수명을 급속도로 단축시키는 일이었다. 물론 펜드는 그런 그녀의 사정은 알지 못한다.


"예속인형은 완성 되었나요?"


"그래.. 하지만 예상외로 재료가 되는 인간의 정신력이 강해서 마지막 의식이 꽤 걸릴 것 같구나. 인형이 깨어나는 즉시 네가 그 아이와 성교를 하면 너에대한 예속이 완성되는 것이다."


"언제쯤 마지막 의식을 할 수 있죠?"


만약 예속인형을 완성하는 의식을 일찍 끝마칠 수 있다면 시렌느와의 약속을 지킬 수 있을 것이다.


"음.. 오전에는 아마 깨어나지 않을 것 같다. 저녁 6시 쯤이나 되야 할 것 같은데.. 나도 자세한건 모르겠구나."


[이런. 역시 약속을 깨야겠군]


무도회는 오후 다섯시에 열리니 실험실에서 대기하고 있어야 하는 펜드는 역시 무도회에 참석할 수 없다.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래도 예상외로 일찍 일어날 수도 있으니.. 뭐 천천히 여기서 기다리렴. 참 일단 네 것이 될 예속인형이나 한번봐두려무나."


"네."


황비가 안내하는대로  실험실 안쪽으로 들어가자 마법진이 새겨져 있는 넓은 바닥이 보였다. 그리고 그 가운데 수정으로 만든 관이 하나 있었는데 그 안에 누군가 죽은듯이 누워있다.


"저 안에 있는게 예속인형인가요?"


"그렇단다. 가까이 가서 살펴보렴. 너도 마음에 들 것이다."


그녀의 말대로 관에 다가가 보니 파란색 머리카락을 가진 아름다운 여인이 가슴에 손을 모으고 가지란히 누워있는 모습이 보인다. 펜드는 웬일인지 그녀가 낯이 익다고 생각했다.


"어때 귀엽지 않니? 몇년전 이 아이를 처음 봤을때부터 나는 그녀가 예속인형에 딱 알맞은 신체를 가졌다는걸 알아봤단다. 이 아이는 예속인형이 될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어."


"그런..가요?"


이상하다. 분명히 본 적이 있다. 누구지? 신비로운 분위기의 이 아름다운 인형은 누구였지?


"화 황비마마. 설마 이 여자는.. 루카가 아닌가요?"


펜드는 반신반의 하며 머리속에 떠오른 여자의 이름을 말했다. 확실히 예속인형의 외형적 특징은 그의 검술사범 루카와 일치한다. 푸른 머리카락과 육감적인 몸매, 도도한 미모와, 그리고 무엇보다도 루카가 평소에 차고다니는 귀걸이와 동일한 모양의 귀걸이가 인형에게 있었다. 설마.. 아니겠지.


"호호 마음에 드니? "


"루카가.. 맞군요."


이제 확실해 졌다. 예속인형이 되기 전 이 여자의 신분은 루카 리발린. 제국의 천재 여검사, 1황자의 약혼녀. 그리고 펜드의 첫사랑..


"....."


전신에 힘이 탁 풀린다. 어째서 루카가 이런 형태로 그를 맞게 된 것인가? 이제 그녀는 결코 인간으로 돌아갈 수 없다. 오직 주인의 명령에 따르는 영혼이 없는 도구. 예속인형이 되어버린 것이다. 자존심 강한 루카는 자신이 예속인형이 될 줄 알았다면 차라리 죽음을 택했겠지.


"왜 그러느냐?"


"아니. 아닙니다. 무척 기쁘군요. 그녀에게 검술을 배우면서 몇번이고 이 도도한 계집애를 굴복시키는 상상을 했었는데, 이런식으로 제 소망이 이루어 질지는 몰랐습니다. 고맙습니다 황비마마."


"얘야.."

 

"빨리 이 여자가 깨어났으면 좋겠군요. 어서 루카를 가지고 싶습니다. 그녀의 주인은 그 누구도 아닌 바로 저라는 사실을 각인시키는 거죠. 크큭 칼미츠 형님이 열좀 받겠군요."


"후후 이 아이의 자궁에 네 정액을 따라주면 이제 루카는 수명이 다하는 그날까지 너에게 종속된 존재가 되는 것이지. 그녀에게 있어 인간이었을 시절의 약혼자 따위는 아무런 의미가 없게 되는 것이다. 심지어 이 귀여운 아이는 너의 명령이라면 옛 약혼남의 가슴에 칼을 꼽는 행위도 스스럼 없이 해낼 것이다."


펜드의 입가에 사악한 미소가 어려간다.


"과연 황비마마. 그걸 노리셨군요."


황비는 말없이 싱긋 웃어보일 뿐이었다. 그녀의 미소와 펜드의 미소는 웬지모르게 닮아 있었다.

.
.
.



다음날


"휴우.. 왜 안오지?"


무도회 시작시간이 코앞인데 펜드에게서 아무런 소식이 없자 시렌느는 불안해 미칠 지경이었다. 왜 안오는 걸까? 혹시 안좋은 일이라도 생긴 것이 아닐까?


[우우 오빠. 제발 빨리와. 설마 안오는건 아니지?]


시렌느는 펜드와 무도회를 갈 수 없다면 그건 차라리 안가느니만 못한 일이었다. 그녀는 하프엘프였기 때문에 사교계에 아는이가 단 한명도 없었다. 춤도 전혀 못춘다. 이런 처지에 혼자 무도회를 가면 그녀가 무슨 꼴을 당하게 될지는 안봐도 뻔한 일이었다. 철저히 따돌림당하고 세간의 웃음거리가 되어 버리겠지.


"황녀저하. 저기 지금 출발하셔야 합니다. 무도회가 곧 시작되요. 마차가 지금 황녀님을 한참이나 기다리고 있잖아요."


"아우.."


그렇지않아도 몸이 달아 죽겠는데 시렌느의 몸종이 자꾸 그녀를 재촉해 온다. 어떻게 해야하지, 어떻게 해야 하는걸까?


"대체 왜그러세요. 지금 가야 한다니까요. 황녀님이 처음 사교계에 데뷔하는건데 지각하면 저하의 평판이 나빠질 거에요."


"그 그치만.."


"이런말 하긴 그렇지만, 황녀님은 그.. 하프엘프시니까 조그만 흠도 잡혀서는 안되요. 지각같은 사소한 문제도 호사가들의 입에는 역시 게으르다느니  핏줄이 어떻느니하는 악평을 부르게 될걸요? 그럼 황후마마께도 누가 되는 거구요."


"큭.. 하프엘프는 상관없잖아! 내가 몇번을 말해. 난 그냥 제국의 황녀야. 하프엘프 황녀님이 아니라 그냥 황녀라구!"


얼마나 자신이 얕보였으면 천한 시녀가 감히 이렇게 무례한 말을 할 수 있을까? 하지만 이것이 현실이었다. 황궁의 인물들들 대부분은 시렌느와 그의 어머니를 좋아하지 않는다. 황궁의 일반인들 뿐 아니라 같은 형제자매들도 그녀를 따돌리기 일수였고 오로지 펜드만이 그녀를..


"네 잘못했어요. 무례한것도 알아요. 하지만 제가 한 말은 전부 사실이라구요. 늦으면 안돼요! 저도 욕먹을 각오로 황녀님을 위해서 한 말이에요"


"으으.."


시렌느는 몸종의 말이 옳다는걸 인정했지만 그래도 쉽사리 몸을 움직이지 못했다. 이제 곧 펜드가 올것이다. 약속했지 않은가? 펜드는 지금까지 자신의 약속을 어긴적이 한번도 없다.


"안가실 거에요!"


"갈게. 간다구!"


하지만 더 기다릴 수는 없는 일이었다. 결국 시렌느는 떨어지지 않는 발을 애써 옮겨 마차에 몸을 실었다. 그녀가 마차에 올라타자마자 마부는 급히 마차를 출발시켰다.


[틀림없이 먼저 가 있을거야. 약속했는걸? 오빠 제발..]


이때까지만 해도 아직 시렌느는 알지 못했다. 무도회에 펜드가 올 일은 결코 없을 거라는 것을. 또한 그녀를 기다리고 있는 잔혹한 운명도..


.
.
.



무도회장에서 시렌느는 그곳에 있는 어느 누구보다도 눈부셨다. 그녀의 어머니가 일부러 골라준 수수한 드레스도 그녀의 찬란한 미모를 감출 수 없었다.



확실히 시렌느는 절세의 미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이제 막 열 여섯 생일이 지난 그녀는 어머니에게 물려받은 엘프 특유의 미모와 제국의 황녀로 엄격히 길러진 기품을 겸비하고 있었다.


[흑 흑 흑]


하지만 그 주인공은 잔뜩 낙담하여 한쪽 구석에 쳐박혀 잘 하지도 못하는 와인이나 홀짝이고 있었다. 이곳에서 그녀는 철저히 이방인이었다. 아무도 말을 걸어오지 않는다. 여자들은 질시어린 시선으로 수군거릴 뿐이고 남자들은 애써 그녀의 미모를 외면하거나, 간혹 정신줄을 놓은 사내놈이 침을 흘리며 음흉한 눈길로 노려보거나 할 뿐이다.

그랬다. 시렌느는 철저히 따돌림 당하고 있는 것이다. 아니 그런건 아무래도 좋았다. 황궁사람들이 자신을 무시하고 은근히 나쁘게 말하는것은 늘상 당해온 일이니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하지만 중요한건 펜드가 이 장소에 없다는 것이다. 벌써 무도회가 반 넘게 진행됬지만 그녀의 야속한 오라버니는 코빼기도 보일 기미가 없다.



[어째서야. 흑 거짓말이지 오빠.]


눈물을 멈출수가 없다. 고개를 떨구고 다른사람들이 눈치채지 못하게 와인잔에 눈물을 흘려넣는다. 제국의 반쪽짜리 황녀로 지내오며 지금껏 서러웠던 일이 셀 수 없이 많았지만 지금처럼 고통스러운 적은 없었다.


"흑. 오빠.. 시렌느가 싫어진 거야? 이럴거면 처음부터 갈 수 없다고 했어야지 왜.. 흑 흐윽"


눈물이 더 이상 감추기 힘들 정도로 터져나오기 시작할 무렵 시렌느는 휘청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밖으로 나가려는 것이다. 더 이상 오빠가 올 희망따윈 없다. 무도회고 뭐고간에 그저 실컷 울 장소가 필요했다.

얼굴을 가려 다른사람들이 자신의 눈물을 눈치채지 못하게 하는데 온 신경이 팔린 시렌느는 무도회장 한구석에 모여있던 너덧명의 사내들이 비릿한 시선으로 자신을 예의주시하는것도 눈치채지 못했다. 그녀가 회장 밖으로 뛰쳐나감과 동시에 그들이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는 사실도..


.
.
.



"흑.. 으아아앙 너무해 오빠!!"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는 뒷뜰에서 시렌느는 참고 참았던 눈물을 마음껏 터뜨렸다. 요즘들어 왜 이리 눈물흘릴일이 많은지.. 이러다 말라죽는건 아닐까?


"용서못해 나쁜놈아! 내가 오빠를 얼마나 좋아하는데 어흑 오빠따위.. 오빠따위가!!"

한참 울면서 펜드를 욕하던 시렌느의 화살이 이번에는 무도회장에서 자신을 다른나라 사람이라도 된 양 외면하던 참석자들에게 돌아갔다.
 
"왜 다들 날 그런 눈으로 보는거야?! 흑 엄마가 엘프인게 내 잘못이냐구!! 나도 다른 언니들이랑 똑같은 제국의 황녀라구! 귀 좀 길면 인간도 아닌가? 내가 괴물이야?!"



"흐흐 아닙니다 황녀저하. 괴물이라니 당치도 않죠."


"괴물이 아니라 천사시죠~ 헤헷 저흰 황녀님을 너무나 사랑하는걸요. 황녀님과 사랑을 나누고 싶어요."


"?!!"


순간 시렌느는 전신의 피가 차갑게 얼어붙었다. 재빨리 눈물을 감추며 소리가 들려온 방향으로 몸을 돌리자 거무스레한 몇몇 사내의 인영이 시야에 들어왔다.


"뭐 뭐냐 네놈들은! 여긴 어떻게 온 것이지?!"


"아 섭섭합니다. 황녀저하를 너무 사모하는 나머지 무도회도 젖혀두고 여기까지 따라왔는데, 너무 쌀쌀맞으세요 후후~"

"뭐 그것도 황녀님의 매력이긴 하죠. 앙탈도 좀 부리고 하셔야 먹는 재미가 있으니까요~"



사내들은 능글맞게 웃으며 시렌느의 말을 받아넘겼다. 시렌느는 무언가 치가 떨릴정도로 불길한 예감이 전신을 사로잡는걸 느꼈다.


[뒤 뒤를 따라왔다고? 어째서..]


"무례하구나. 감히 황녀의 뒤를 밟다니! 너희들이 그러고도 무사할 줄 아느냐?"


"물론 무사하면 안되죠. 오늘 제 물건이 완전히 두손 들 때 까지 봉사해 주셔야 합니다~"


"맞아요. 헤헷 저희같은 놈들이 언제 황녀님의 고귀한 옥체를 맛보겠습니까?"


"!!"

 

시렌느는 어렴풋이 이 사내들의 목적을 알 것 같았다. 설마 이들은 자신의 몸을 탐내는 건가? 아니 그럴리가! 미치지 않고서야 어떻게 제국의 황녀를..


그녀가 불안과 겁에 사로잡혀 혼란스러워 하고 있는 사이 사내들이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천천히 그녀에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오 오지마! 이건 명령이다!"


"에이 또 앙탈부리시네~"


"헤헤 우리 귀여운 공주님~ 그러지 말고 즐기자니까요."

한 사내가 시렌느의 어깨를 움켜쥐자 극도로 겁에 질린 시렌느가 큰 소리를 비명을 지른다.



"누구없느냐! 도와.. 읍?!"


시렌느의 다급한 비명은 다른 사내의 우악스러운 손길에 의해 중단되고 말았다. 그 뿐 아니라 그놈은 시렌느의 허리를 감싸안고 억지로 바닥에 주저앉혔다.


"읍 으읍!!!"


"황녀저하 가슴좀 보여줘요~"


[안돼!! 오빠 도와줘!]


사내의 징그러운 손길이 시렌느의 가슴을 더듬자 시렌느는 필사적으로 몸부림치며 그의 손길에 저항했다. 하지만 열 여섯 소녀의 근력으로 억센 사내의 근력에 당해내는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찌지직



"꺄아악!!"


그녀의 다리쪽을 잡고 있던 사내가 갑자기 드레스의 하의부분을 거칠게 찢어버렸다. 드레스 사이로 그녀의 쭉 뻗은 새하얀 속살과 팬티가 사내들의 음란한 시선 아래 그 모습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와아 핑크다 핑크~ 역시 생각한 대로라니까!"


"어때 내가 이겼지? 헤헤 완전 귀여워. 역시 공주님은 핑크색이지~"


[안되 제발. 흑 싫어! 싫어 싫어 싫어!!! 도와줘 제발. 오빠는 어디있는거야 지금!]


느끼한 턱수염을 기른 사내가 시렌느의 맨 다리를 천천히 할짝이기 시작하자 시렌느는 완전히 패닉상태에 빠져버렸다. 양 팔과 다리가 억센 사내들의 손에 억눌려 있어 전혀 저항을 할 수 없다.

가슴을 만지작 거리던 사내가 시렌느의 상의 옷깃에 직접 손을 넣어 그녀의 돌기를 손으로 비틀어 댄다. 그녀의 왼 손에 무언가 뜨겁고 기분나쁜 기둥이 억지로 쥐어진다. 그녀의 달아오른 양 볼에 누군가의 질척한 혓바닥이 느껴진다.



[오..빠.]


어째서 이런 일이 일어나 버린 걸까? 시렌느는 반쯤 정신을 잃어가고 있었다. 여기서 자신은 당해버리는 걸까? 그에게 주려고 소중하게 지켜온 순결을 이런 처참한 형태로 짓밟히게 되는 걸까?


1. 그래 그런 일이 일어날리가 없지. 이건 모두 꿈이야. 단지 지독한악몽에 불과할 뿐야. 자고 일어나면 오빠가 날 마중나오겠지? 오늘은 같이 무도회에 가기로 한 날인데..

2. 나는.. 혼자다. 아무리 울고 소리질러도 그는 오지 않아. 엄마든 오빠든, 더이상 누군가에 기대는건 할 수 없다. 이젠 어디까지나 내 힘으로 세상을 해쳐나가야해.

 

부연하자면 1은 당하는;;거고 2는 안당하는 겁니다. 저도 존나 고민되는군요 ㅎㅎ

 

 



추천44 비추천 59
관련글
  • 엄마와의 포르노 모험
  • 엄마와의 모험
  • 희경이의모험(펀글)
  • 펜드의 모험 25
  • 펜드의 모험 24
  • 펜드의 모험 23
  • 펜드의 모험 22
  • 펜드의 모험 21
  • 펜드의 모험 20
  • 펜드의 모험 19
  • 실시간 핫 잇슈
  • 엄마와 커텐 2
  • 나와 아내의 경험담 --2부
  • 아들의 선물
  • 어두운 구멍
  • 영등포 연흥 극장 -- 단편
  • 아! 장모님 [속편]
  • 채연의 첫경험 --단편
  • 경아 .. 너의 눈물
  • 바나나 큰 오빠와 셋이서
  • 나와 아내의 경험담 --1부
  • Copyright © www.webstoryboard.com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