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판타지] 카인 스트라이드 - 0화 (000)
## 카인 스트라이드, 나의 독백 ##
나는 이제 곧 스물셋의 나이에 접어드는 나이트가 된다.
그리고 환생을 한 지 23년 째에 접어드는 불쌍한 인생이기도 하다.
내 이야기를... 천천히 풀어 놓아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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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서 환생하기 전의 나는 대한민국의 국민이었다. 뭐, 그냥저냥 살아가는 인생이기도 했다.
내가 열넷 즈음 부모님이 교통사고로 돌아가셨고, 가정 형편 상 어쩔 수 없이 중학교를 자퇴해야만 했다. 이후 어찌어찌 살아갔던 것 같기는 하다.
사회생활을 일찍 접했기 때문일까? 나는 학력이라는 것이 아주 중요한 부분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이 때엔 내 주위에 아는 지인들이 상당히 많았고, 항상 성실하고 노력을 다하는 내 모습에 도움을 주려는 분들이 많았다. 그런 분들의 도움으로 나는 대입자격검정고시까지 단번에 패스했고, 군대를 갔다왔다.
군 제대 후엔 그나마 배운 것이 기술이라고... 선반과 밀링 관련 자격증을 가지고 있기에, 그리고 군대에서도 사실 선반과 밀링을 돌리던 나였기에 흔한말로 "공돌이" 생활을 계속해야 했다.
틈틈이 공부한 CNC 선반과 CNC 밀링 공부도 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그렇게 노력하면서 지낸 덕분이랄까... 아니면 내가 못나서일까?
나는 내 또래의 다른 이들이 누리는 것을 누리지 못했다. 그리고 그것은 약간의 후회가 되었다.
다른 이들처럼 나도 부모님의 사랑을 받으며, 부모님의 호의를 받으며... 그렇게 살았더라면...
길을 걷다가 우연히 찻길에서 교통사고를 당할 뻔 한 소녀를 구하다가 죽음을 겪은 나에게 있어서, 그런 점이 아주 약간... 후회스러웠다.
그래, 나는 타인을 구하려다가 죽었다.
약간의 후회를 하기는 했지만, 나는 내 삶에 만족했다. 비록 다른 이들과 같은 삶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선행을 통해 나 자신의 가치를 순수하게 만들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환생이다.
처음 태어난 때부터 몇 년 정도는 기억이 드문드문하다. 아마도 어린 아이의 뇌로는 성인의 고등 사고를 지속할 수 없기 때문이 아닐까 하고 생각한다.
나는 환생하고 난 뒤에야 알았지만, 내가 환생 전에 종종 킬링 타임 용으로 읽곤 하던 판타지 세계에 환생 했다는 것을 알았을 때는 참으로 황당했다.
하지만 내가 살아갈 세계고, 세상이었다. 적응해야지 별 수 있나.
새로이 나를 나아주신 부모님은 본토의 중부를 차지한 대 국가, 레그나 제국의 수도에서 사는 평범한 소시민이었다.
그저 평범하게 살아가고, 평범하게 살아갈 분들이었다. 그리고 나도 평범하게 소시민의 삶을 살았을 것이었다.
불행한 사고만 아니었다면 말이다.
제국의 어둠 속에서 얌약하던 다크 리퍼라는 조직과 제국황실 수호전단의 싸움에 우연히 휘말린 내 부모님은 그대로 사망, 수호전단의 조직은 나에게 상당한 보상금을 내주었다.
아니, 어디가서 자신들의 이야기를 하지 말라는 협박과 약간의 돈, 그리고 나를 구속할 곳으로 나를 인도했다고 해야 하나?
나는 제국황실 수호전단의 추천으로 황립 수도 나이트 아카데미에 강제로 입학하게 되었다.
부모님이 돌아가셨고, 고아가 된 나를 제국황실 수호전단에서 강제로 입학시킨 것이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이미 일이 그렇게 진행되었으니까.
나는 결국 현실을 수긍하고 받아들여야 했다. 물론, 복수를 해야 한다는 것 역시...
황립 수도 나이트 아카데미는 나 같은 소시민의 자식들은 감히 꿈도 꿀 수 없는 곳이었다.
한 학기의 등록금이 150골드, 게다가 그것이 1년은 두 학기로 이루어져 있으니 1년에 300골드의 어마어마한 거금을 매년 소모해야 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 아카데미를 졸업하여 "나이트"가 되면 이후의 인생은 탄탄대로이겠지만... 평범한 소시민들에게 있어 매년 300골드의 등록금은 엄청난 부담이다.
나야 제국황실 수호전단에서 보상금 조로 준 2만 골드라는 돈이 있기에, 그리고 사실 상 내가 나이트 아카데미에 내야 할 등록금은 자동으로 제국황실 수호전단에서 전담하기에 별 문제가 없었지만.
황립 수도 나이트 아카데미의 학생들은 대부분 두 가지 부류로 나뉘었다.
10년 만기 꽉꽉 채워서 졸업하는 "에스콰이어"와 단기간에 월반을 거듭하여 졸업하는 "나이트"의 두 부류다.
에스콰이어란 본래 나이트의 보조를 하는 이들을 말하는 것인데, 사실 나이트 아카데미에 입학하면 초급 3년, 중급 3년, 고급 3년, 졸업반 1년의 과정을 거치며 "오러"라는 힘을 깨우치는 이들은 대부분 자동적으로 "나이트"가 된다.
10년 동안 나이트 아카데미를 다니고도 "에스콰이어"라 불리는 이들은... 이 오러라는 힘을 깨우치지 못한 이들이라는 뜻이다.
내 동기 중에는 월반에 월반을 거듭하여 4년 만에 졸업 과정에 들어간 녀석도 있었다.
내가 입학할 당시 내 나이가 열둘이었으니...
아무튼, 나는 나이트 아카데미의 초급 3년 동안 나이트 교육을 받으면서 검술이나 오러를 깨우치고, 체득하는 법에 대해서 배우며 오러라는 힘에 대해서 내 나름의 이론을 새울 수 있었다.
오러라는 힘은 생명력을 극한으로 쥐어짜 발현하는 일종의 "초능력"이라는 것이다.
...그만큼 오러를 습득하기 위한 수련은 목숨을 걸고 생명력을 소진하고, 회복하는 반복행위였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 과정에서 탈락하여 아카데미 10년 기간을 보내는 이들도 있고, 빠르게 적응하여 오러를 깨우치고 월반을 반복하며 졸업하는 "나이트"들이 나오는 것이다.
나는 초급 3년 이후로 빠르게 월반을 했다.
그렇다. 나도 오러라는 힘을 깨우친 것이다. 비록 나이트가 되기 위한 최소한의 단계, 최하급 오러 유저라는 딱지이기는 했지만 말이다.
최하급 오러 유저는 오러 플레어를 1분 간 지속할 수 있는 이들을 말하는 것이다. 물론, 이 오러 플레어는 손바닥 위에서 발생시키고, 그 크기는 상관이 없었다.
나는 딱 6년 만에 졸업반에 들어갔고, 졸업반에서 나이트로써의 예의범절 같은 것을 배우며 1년을 보낸 뒤 7년 만에 나이트 아카데미를 졸업할 수 있었다.
그리고 나는 곧바로 "제국수도 경비대"에 자원하여 입대하였다.
제국수도 경비대는 한 명의 대장, 두 명의 부대장, 그리고 이하의 조직원으로 이루어진 제국의 수도 렉스를 지키는 이들이라 할 수 있다.
전생의 경험에 빗대어 보면... 그래, 경찰이자 검찰이다.
제국 수도 내에서 무슨 일이 생기면 경비대가 출동하고, 사건을 해결하고, 복귀하고, 또 사건이 터지면 출동하고.
그런 곳에 입대한 나는 바로 "하경"이라는 직분을 맡았다. 하경들은 대부분 직접 순찰을 돌면서 치안을 담당하는 이들이었다. 즉, 파출소에 출근하는 순경 같은 것이다.
아무튼, 나는 하경으로 일하며 경험을 쌓았고, 조금씩 진급을 반복하면서 결국엔 제국수도 경비대의 부대장으로까지 진급하게 된다.
그리고 이 때가 바로 내 나이 스물셋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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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 말 좀 해보라니까?"
나는 내 앞의 마술사에게 진술을 요청했다.
"그, 그게..."
"허, 그러니까 뭐?"
"아니요... 죄송합니다."
"쯧, 좋아. 내가 이 장사 한 두번 하는 것도 아니고... 2골드."
"에엑!? 그, 그렇게 큰 돈은...!"
"어디서 발뺌이야? 한번 뒤져 줄까?"
"으윽! ...알겠습니다. 여기...."
결국 줄 거면서.
나는 2골드를 챙기며, 물론 몰래 챙기면서 마술사를 보내주었다.
방금 보내준 마술사는 전과 2범의 사기꾼이었다. 연금술을 배운다나 어쩐다나... 예전에 한 번 수도 내에서 어느 신사에게 말도 안 되는 약물 팔다가 걸려서 사기 혐의로 구속 되었었다.
그리고 지금은 수도 뒷골못에서 주먹패들에게 상처 치료용 약을 만들어 판다.
방금의 돈은 "자릿세" 겸 "보호세"라는 것이다.
...다 알지 않는가? 세상 어디나 검디 검은 놈들이 있고, 그런 검디 검은 놈들과 어울리는 회색분자들이 있다는 것 말이다.
그리고 나는 그런 회색분자다. 뭐, 대놓고 자랑할 부분은 아니지만.
"역시, 부대장이 되니 확실히 돈이 벌려."
나는 오늘만 해도 벌써 10골드나 되는 수확을 떠올리며 미소를 지었다.
제국의 수도는 못 해도 20만 이상의 인구가 거주하고, 그 배 이상의 유동인구가 복작거리는 도시다. 아니, 대도시다.
이런 곳이다 보니, 마법의 끝자락을 붙잡은 마술사 주제에 마법사입네 하는 사기꾼들이나, 진짜로 마법사인 주제에 자신이 가진 힘으로 욕망의 욕구를 채우려는 범죄자들도 넘쳐난다.
물론, 그런 것 없이도 범죄를 저지르는 쓰레기들은 더 많고.
내가 하는 일은 경비대의 부대장으로써, 수도의 남쪽 지구인 "상업구"를 살피는 것.
제국의 수도는 북구, 남구, 동구, 서구, 중구로 나누는데, 중구의 경우는 황실의 황성과 귀족
들의 저택이 즐비해 있는 말 그대로 수도의 노른자위, 그곳은 경비대의 대장이 직접 담당한다.
그리고 남구의 상업지구와 북구의 공업지구는 경비대의 두 부대장이 담당하여 치안을 관리하는데, 그 중 내가 맡은 곳이 바로 남구다.
동구는 일반 주거구역이고, 서구 역시 주거구역이지만 동구는 중산층 및 어느 정도 산다는 시민들의 지역이라면, 서구는 빈민가였다.
그곳들이야 내 밑의 부하들이 담당한다.
경비대의 직위는 대장, 부대장, 서기의 상급직과 각 부의 부장들, 그리고 그 부에 배속된 특경, 상경, 부경, 하경들이다.
특경은 보통 한 부서에 둘에서 셋 정도 있고, 그 밑으로 다시 열 정도의 상경들을 관리한다. 그리고 상경들은 다시 부경 열 정도를, 그리고 부경은 다시 하경을 열 정도 관리한다.
그렇게 하경 열은 부경 하나, 부경 열은 상경 하나, 상경 열은 특경 하나이니 특경 한 명이 관리하는 인원은 1천에 가깝다. 즉, 한 부서에 보통 2천에서 3천 정도의 "나이트"들이 항시 치안을 관리하기 위해서 움직인다는 말이다.
그 외에도 제국 수도방위군의 군사들도 종종 수도의 치안을 관리하기 위해 움직이기도 하니.
"그나저나, 오늘은 날씨가 좀 안 좋은데... 일찍 들어갈까?"
멀리서 부하가 달려오는 것을 보며 하늘을 보았다. 너무나도 흐렸다. 마치 내 앞날 같아 보일 정도로 막막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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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장."
빌어먹을...이랄까?
어떻게 된 것이, 내 불안한 예감은 항상 들어맞는 것일까.
그냥 그때 집으로 가서 술 한잔 마시고 잘 것을... 나는 지금 사건 현장에 나와 있었다. 아마도 흑마법사로 보이는 이가 누군가와 싸운 끝에 살해된 것으로 보이는 살인사건의 현장에 말이다.
"에휴..."
이미 출동하여 사건 현장에서 지시를 내리는 경비대의 대장님을 보며 인상을 찌푸린다.
"아스타로사 D 레밍턴."
올해 스물다섯의 여장부. 열다섯에 나이트가 되었고, 스물에 중급 오러 유저가 되었다는 경비대의 신화와도 같은 인물이었다. 뭐, 상급의 오러 유저가 되면 대부분 황실친위 기사단에 배속되기 때문에 아직은 진급하지 못하고 있는 듯 하지만.
아무튼, 이 아가씨가 바로 내 상사... 경비대의 대장님 되시겠다.
"뭐 하는 거지. 빨리 정리하도록!"
"예엣!"
"...그리고, 카인 경. 뭘 하는 거죠? 당장 상황 보고부터 하시죠!"
"예!"
레밍턴 가문은 수도에서도 상당한 유력귀족 가문이다. 자그마치 후작 가문이니까, 아마도... 그렇기에 이 아스타로사 대장이 나를 싫어하는 것이겠지.
수도 경비대의 나이트 중 나만 유일하게 평민 출신의 나이트니까.
"뼛속까지 귀족... 이라는 거냐. 흥!"
내심 속으로 이를 갈아보지만, 어쩔 수 없는 신분의 벽이다. 이 아가씨는 결국 서른 즈음에 다른 귀족가의 후계자와 결혼하여 귀족 자식을 낳고 잘 살겠지.
흥이다.
"제국력 872년, 5월 6일 22시 31분 경...."
나는 미리 외워 두었던 상황보고를 하며 아스타로사 대장의 눈치를 보았다. 내가 담당하는 상업지구에서 일어난 사건이다. 그렇다 보니 나로썬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다.
이런 살인 사건은 한 번 일어나면 그 범인 찾을 때까지 비상경계령이 내려지는데, 그럼 야근의 연속이다.
"어떤 빌어먹을 새낀지는 몰라도, 잡히면 아주 뼈를 갈아주마!"
일단 내 정보통을 동원해봐야겠지만, 딱히 이 흑마법사와 원한을 진 이들이 떠오르지 않는다.
지금 내 앞에서 내장이 파여, 일그러진 면상을 하고 쓰러져 있는 이 흑마법사의 이름은 롬벨만 체워트라는 녀석이다. 나도 잘 아는 흑마법사로... 그 특기는 인챈팅인데, 주로 엄한 곳에 그 인챈팅 실력을 써먹는 범죄자였다.
주로 "환상"이나 "최면"등의 주문을 담은 인챈팅으로 유명한 놈이랄까?
그래서인지 도피중인 현상수배범들이 자신의 얼굴을 위장하는 가면을 만들어 돈 좀 벌었다는 녀석이었다.
"...정확한 사인은 복부의 자상에 의한 출혈이며..."
나는 검시 보고서까지 확인하여 외워 두었다.
이정도로 하지 않으면 이 깐깐한 대장께서는 당연히 꼬투리를 잡아 내 급여를 또 동결 하시겠지.
...아직 돈이 부족한 삶은 아니지만, 그래도 은행에 저축한 돈은 안 쓰려고 노력하는 내 삶이 고달퍼진다는 것은 어쩔 수 없으니, 될 수 있으면 꼬투리를 안 잡히는 것이 최선이다.
하지만 하늘은 날 버렸다.
"빌어먹을, 1종 경계령이라니."
"부대장님 어떻게 안 됩니까? 저 내일부터 휴가여야 하는데..."
"나도 어쩔 도리가 없네."
나는 나를 채근하는 귀족가 녀석들을 향해 한숨을 내쉬어 주었다. 이녀석들은 그래도 나를 부대장이라고 쪼금은 대우를 해주는데 말이지.
왜 대장 이 "씹어먹을 년"은 나를 못 잡아 먹어 안달이지?
"최우선으로 흑마법사 살해 용의자 확보에 주력한다. 일단 증거를 찾아야 하니, 검식반 부르고. 이 흑마법사가 가지고 있던 물품은 내가 검사하지. 그리고 혹시 용의자를 본 목격자가 있을지도 모르니, 탐문해 보고."
"예, 알겠습니다!"
부하들에게 소소한 명령을 내린 뒤, 나는 경비대의 건물로 향한다.
그래도 나이트들이 쓰는 경비대 기지라고 중구에 위치해 있다.
내 사무실로 가자, 미리 이야기가 전달되었는지, 아니면 당연하다 여긴 것인지 흑마법사의
소지품들이 내 방에 도착해 있었다.
"이건 착 하면 척이니."
나는 내심 한숨을 내쉰다. 하긴, 내가 물들였으니.
"이건... 2골드는 하겠네. 이건 뭐야? 정력제? 쓰벌... 내가 좀 쓰고..."
그렇다. 나는 이렇게 종종 범죄자들의 소지품 중 일부를 내 용돈벌이에 써먹고는 했다. 아니, 사실 귀족가 출신의 경비대 대원이라면 그럴 생각을 애초에 하지 않는다. 그들은 명예를 중요시 하니까.
하지만 난 평민 출신이다. 그리고, 이런 것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 이들이 주변에 가득하니, 이런 것에 관심을 좀 가지면, 그 소득은 전부 나의 것이라는 말.
물론 내 직속의 몇 놈은 얼마씩 찔러 넣어 주어야 했지만.
"어라, 이건... 뭐지?"
나는 무언가 어디서 본 것 같기도 한 직인을 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그리고, 곰곰히 생각해본 결과 이 직인이 아주 위험한 물건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노, 노예의 인장!?"
벌떡 일어났다. 아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
이것은 제국의 발호 이전에 존재했다던 마도제국 시절에 만들어진, 노예를 다스리기 위해 만들어진 하이 위저드의 작품이다. 이런 것이 마도시절에는 흔했지만, 지금은... 손에 꼽힐 정도로 희귀한 물건이다.
"이, 이런 물건이... 설마, 이 물건을 두고 싸워서...?"
그럴 수 있겠다 싶었다.
이 노예의 인장은 마력을 조금이라도 다룰 줄 아는... 그러니까 마술사 수준 정도만 되어도 마력을 이 인장에 실어 상대의 몸에 노예의 문장을 찍으면 그 문장을 새긴 상대의 노예로 "강제"하는 마법의 도구다.
그리고... 나도 약간의 마력은 다룰 줄 안다.
"이건... 행운이냐, 아니면 악마의 덫이냐?"
곰곰히 고민해본다.
나는 오러를 다룰 줄 알지만, 오러를 아주 능숙하게 다루는 것은 아니었다. 아니, 대놓고 말하자면... 더 이상의 오러를 얻기 위한 "무식하고 위험한 모험과도 같은 육체훈련"을 견디기 힘들어서 더 이상의 수련을 포기한 셈이다.
그 대신에 나는 정신의 수련만으로 힘을 늘릴 수 있는 마력의 수련에 살짝 발을 담가 보았었다. 물론, 그도 귀찮아서 겨우 1서클의 마력을 돌리는 정도까지만 했지만.
즉, 나는 최하급 오러 유저이자, 1서클 캐스터였다.
그런 나에게 이런 귀물... 아니 마물이라고 할 만한 물건이 손에 들어오다니.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지... 심도 있게 고민 좀 해봐야 할 듯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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