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판소]아버지처럼 되기 싫었어요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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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말하지만 이 글은 양판소(……야)이므로 개념이 없고 명랑소설이므로 어이없는 일도 일어날 수 있는 막장입니다^^;;; 양판소의 깽판이 싫으신 분은 조용히 백스페이스로 넘어가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작중에 언급되는 인물, 사건, 지명 등은 실제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습니다. 묘한 것이 보여도 신경쓰지 마세요. 깊게 생각하면 지는 겁니다. 이 글은 양판소이니까요.
*이 글에 대한 저작권은 저에게 있을지도 모르나 행사할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왜냐하면 양판소니까요.
*이 글은 명랑소설을 지향하고 있으나……양판소이므로 깽판입니다.
[양판소]아버지처럼 되기 싫었어요
27話 평화로운 하루는 축복
67.
“평화롭구나.”
“그렇네요.”
“당신은 자기 주장이 없어.”
“그런가요?”
아침에 일어나서는 가벼운 입맞춤. 그리고 함께 샤워를 하러 들어가서 길고 긴 투쟁과 사랑의 시간을 보내고는 돌아와서는 아침 식사. 물론 메뉴는 부인이 직접 조리한 음식. 그 어느 것이나 사랑이 담기지 않은 것이 없어서 간을 좀 못맞췄거나 하는 것이라도 기쁘게 먹는다. 그 성격들은 다 다르지만 저마다 자신이 해놓은 음식을 맛나게 먹는 나를 보면서 배시시 웃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느긋하게 아침식사를 마치고는 잠시 내가 처리해야 할 업무를 재빠르게 처리. 그리고는 저마다의 성격에 맞추어 시간을 보낸다. 함께 무예를 수련하기도 하고 마법을 연구하기도 하며 대량으로 구입한 컴퓨터를 가지고 함께 테트리스를 하거나 틀린 그림을 찾기도 하며 글을 써보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함께 연주를 하거나 함께 작물을 키우기도 하고 청소를 하기도 하며 아무도 발견할 길이 없는 곳에서 느긋하게 몸을 섞으면서 쾌락을 즐기기도 하고 조각을 하기도 하며 아무런 일을 하지도 않고 무릎베개에 잠이 들기도 한다. 물론 이것은 일부의 예이며 그 외에도 많은 일이 있지만 딱히 중요치는 않다.
“평화로워서 과거와는 달라진 것이 없는 것이 슬퍼.”
“그저 옆에서 좋아하는 일을 함께하는 것을 좋아하니까.”
“그런가?”
“그런 거예요.”
사랑을 고백하고 난 이후부터는 누이들이 나에게 반말을 하기보다는 남편으로서의 공경을 표하는 일이 많아진 덕분에 조금은 어색한 것이 변한 것이라고 할까. 그 이외에는 바뀐 것이 없다.
“솔직히, 무언가 더 큰 것들을 바랄 거라고 생각했어. 예를 들자면 황궁을 무지막지한 규모로 키워달라거나…….”
“그럴 필요는 없는 걸요?”
“그런가?”
그러다보니 어디까지나 평범한 하루가 계속되는 중이다.
‘또 한기가! 대체 어디에서 나를 노리는 녀석이!’
물론 평범하지 않은 일도 있다. 이상하게 한기가 드는 일이 최근 들어서 급증하고 있다고 할까. 이것도 최근 들어서는 그저 매일 있는 일이라 생각하고 넘어가고는 있지만.
“으음, 저 하늘의 별이라도 따와볼까.”
평범하고도 평화로운 일상. 황태자로서 처리해야 할 업무를 아내들과 함께 처리한다거나, 괜히 일을 만들어서 이런저런 계획을 세워본다거나 하면서 유유자적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지만 더 행복하게 해줄 수 없는 것에 낙담한다. 신도 때려잡을 힘이 있으면 뭐하나, 행복이라는 것이 쉽게 손에 잡히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그 마음으로도 충분한데요?”
“끄응.”
덕분에 최근 들어서는 아내들과의 대화도 이런 식으로 판에 박은 듯 변해가고 있다. 좋지 않아. 위기를 느끼면서 이런 상황을 타개할 방책을 찾는다.
“간단한 거 아니냐. 왜 너 혼자서 하려는 생각을 하지?”
가끔 생각하는 것이지만 우리 가족은 천재라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아니면 내가 뇌가 없거나. 어쨌든 다시 한 번 깨달음을 얻고는 분신술을 해제하는 시간을 두었다. 아내들이 서로 깔깔대면서 이야기를 나누고 이런저런 난장판이 벌어지는 것을 보면서 조금씩 그 옆에 내가 없다는 것에 좌절도 했지만 결국은 약간 지루해질 수 있는 삶에 감미료를 넣은 것 같은 느낌이 되었으니까 참기로 했다. 그리고 그렇게 아내들끼리의 모임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다 싶었을 무렵부터 황궁 바깥에 사는 사람들을 황궁으로 초청하기 시작했다. 여자도 있고 남자도 있다. 물론 사회생활을 하는 사람은 남자가 절대다수이긴 했지만 아내들을 믿고 그들을 초청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초청된 사람들의 대다수가 귀족이고 그들 중에서도 마법사라거나 기사들이라거나 상인이라거나 하는 사람들이라는 것에 조금 불안감도 느꼈지만 딱히 내가 불안해할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나 너무 질투가 강한 것이 아닐까?
“바, 반했습니다. 사귀어주세요!”
물론 이런 멘트를 날리는 사람들이 있어서 내 불안감을 돋우어주는 일이 있었지만 아내들은 대부분 그 요청을 거부했다. 그나저나 이놈의 귀족들은 너무 문란한 거 아냐? 황태자비들에게 들이대다니 말이지.
“황태자 저하, 안녕하십니까?”
“아, 어서 오세요.”
물론 남편이 있는 귀족부인들이나 결혼을 앞둔 귀족 영애들이 나를 유혹하려고 드는 것도 마찬가지다. 대체 어떻게 된 콩가루 집안들이야, 이것들은.
“훗, 그런 생활도 한 5년 정도 하다보면 자연히 수그러들 거다.”
어느날 아버지와 함께 차를 마시는 시간에 그런 이야기가 나왔지만 아버지는 가볍게 이야기해주었다.
“걱정하지마, 네 누이들은 장애인이니까 말야. 너 하나밖에 안보이거든. 그리고 네 누이들이라면 제 힘을 과신하고 덤벼드는 인간들은 한칼에 베어버릴 거니까 말야. 게다가 내 딸을 건드리는 놈들은 반드시 죽여 버릴 테니까.”
어째서인지 남이 들으면 낯부끄러울 말을 마음껏 내뱉으시는 아버지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칼을 빼들 뻔했다는 것을 제외하면 나름대로 나를 안심시키는 데는 성공한 것 같다. 하긴, 사람들도 누이들의 관심없음에 질려서 슬슬 떨어져나가고 있으니까 말이지.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누이들에게 물어보았다.
“응? 그 사람? 그럭저럭 생기긴 했지만 별로 취향은 아냐.”
“아, 그 사람? 진하고 비교하면 태양빛 아래 반딧불이지. 별로 신경 안쓰고 있었는데 왜?”
“누구야? 그건?”
“아, 그 마법사? 아니라고? 우웅……누구지?”
“맛없을 것 같았어요.”
관심들이 없었다. 나름대로 사교계에서는 굉장히 인기가 있는 사람들임에도 아내들에게는 별다른 관심을 가지지 않아도 되는 사람으로 느껴졌던 모양이었다. 그나마도 누구인지 기억하는 아내들은 남자로서의 평가는 그렇게 높게 쳐주지는 않았고 말이다. 그나저나 아사, 넌 대체 다른 사람들을 대체 무엇으로 평가하는 거냐.
“아우우우, 아파요오오오! 서큐버스의 본능이라구요, 그건.”
이 녀석이라면 필시 ‘밥만 먹고 사나요. 반찬도 먹어야죠.’라고 말할 것 같아서 두렵다. 그래서 녀석과의 잠자리는 매일 같이 수위가 올라가고 있는 중.
“우에엥! 맛없는 건 밀어넣지 말아주세요오오! 사카린 주는 거나 다름없잖아요오오!”
어째서 녀석이 사카린을 아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기분은 좋지만 배부르지는 않다는 이야기렷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매일 같이 벌칙을 주고는 있지만 녀석은 매번 말실수를 하기 마련이었다. 어쩌면 이 녀석, 일부러 실수하는 것일지도? 으음, 녀석을 어떻게 벌을 주어야 앞으로 그런 말실수는 하지 않을……으뜨뜨! 아파아아앗!
“다른 사람 생각하고 있지요?”
“아사의 말실수를 어떻게 해야 줄일 수 있을지 생각하고 있었어.”
무릎베개 중에 옆구리를 뜯기고는 바로 얼굴이 잡힌 김에 뭉클뭉클한 가슴 언저리까지 일으켜 세워져서는 똑바로 쏘아보는 아내의 눈빛을 받으면서 저도 모르게 진실만을 이야기한다. 그런 내 반응이 재미있었는지 어쨌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녀는 가만히 고개를 숙여서 입술을……이 아니라 코를 깨물어버렸다.
“아파…….”
“아사를 생각하는 것도 안돼요. 지금은 나만 생각하라구요.”
방긋 웃으면서 이야기하는 그녀에게 나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눈빛이 무서워서 그런 건 절대로 아니다. 그냥 뒷통수에서 느껴지는 오묘하고도 신비한 느낌에 푹 빠졌기 때문이랄까. 아아, 기분 좋다.
“앞으로 누워도 될까?”
“자세가 이상해질텐데요?”
“그냥 같이 누워서 한 사람은 하늘을 보고 다른 한 사람은 땅을 보는 거지 뭐.”
다리를 어루만지다가 슬쩍 누워서는 그녀를 끌어당긴다. 아내를 깔개 삼을 수는 없으니까 내가 깔개가 되고 아내는 이불처럼…….
“으휴, 음흉해. 이걸 노렸구나.”
내 품에 안겨서 얼굴을 붉히는 아내를 보면서 히죽 웃었다. 계획대로. 살짝 상체를 일으킨 그녀의 허리를 안으면서 입을 맞춘다.
“뭐, 나야 기분이 좋으니까.”
“이, 이상하다구요. 기분이.”
“어차피 옷으로 다 가려지니까 상관없어.”
한 손은 허리를 안고 한 손은 은근슬쩍 아래로 내려가서 슬쩍슬쩍 성감대를 자극하다가 치마 속으로 손을 밀어넣는다.
“남들이 보면…….”
“이 시간엔 황태자궁에 아무도 안와.”
“옷이 더러워지잖아요.”
“부탁하면 되잖아.”
“정말이지…….”
“아하하. 좋지?”
“네.”
허벅다리 안을 가만히 쓸어올리면서 입을 맞추고 혀를 엮는다. 따스한 햇살 아래 마음이 먼저 달아오르고 몸이 천천히 달아오르는 두 사람은 한동안 애무와 입맞춤을 계속한다. 손이 가는 부분마다 움찔대면서 천천히 벌려지는 그녀의 몸을 느끼면서 허리를 안고 있던 다른 손을 움직여서 잔뜩 성이 난 내 몸을 그녀의 몸 속으로 진입시킨다. 그녀도 내 손길에 맞추어 내 몸을 맞아들였다.
“하음……원래는 이런 사람이 아니었는데……흐읏.”
“남자는 변태라서 말야. 흐읏, 너무 조이는데?”
“부끄러운 말……하앗……하지 말아……으음.”
멀리서 보면 함께 누워서 노닥거리는 것 정도로, 좀 심하면 다리 좀 만지려다가 티격태격하는 것 정도로 보일 정도로 느긋하게 움직이면서 천천히 기분 좋은 움직임을 계속해간다. 내 몸을 꽉 물고는 놓지 않는 그녀의 몸을 느끼면서 허리를 안은 손을 움직여 천천히 진퇴를 반복한다. 발갛게 익어서는 눈을 흘기는 그녀의 얼굴에서 요염함을 느끼고는 아찔한 기분에 몸을 살짝 돌려 치마 속에 넣은 손을 움직여 다리를 살짝 벌리고는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한다. 누가 보면 위험할지도 모르겠지만……넓디 넓은 황태자 궁에서 이곳을 발견하기는 쉽지는 않을 것이다.
“저, 정말이지……피임마법이 없었다면 대책없이 애를 낳았어야 했을지도……하웃!”
“있는 그대로도 매일 나를 유혹하거든. 기분 좋아?”
“말 안해도 잘 알면서……흐음……정말 짖궂어……하앗!”
잠시 후 몸을 떨면서 나를 꽉 안는 그녀의 몸 안에 나도 함께 도달하면서 그녀의 가는 허리를 꽉 안는다. 그리고 입맞춤. 이제 이런 것들도 익숙해진 듯 얼굴을 붉게 물들이면서도 내 요구에 맞추어 혀를 내미는 그녀의 얼굴에는 흥분과 기분 좋은 쾌감이 섞여 묘한 색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매번 생각하지만……그렇게 많이 내었는데도 이렇게 단단하면 어떻게 해요!”
“좀 봐 줘. 한 번만으로는 성에 안차는 모양이니까.”
“두번 째는 반드시 역류하니까, 지금은 안돼요.”
그녀가 밀려오는 쾌감에서 벗어나서는 깍쟁이 같은 표정으로 잔소리를 해대면 또 즐거워져서 와락 안고야 만다. 이번에는 그 누가 봐도 작업중이라는 것 정도는 알 수 있을 정도로 몸을 움직이는 것이니까.
“아무도 못보게 절진을 설치해두었으니까. 이번엔 좀 본격적으로 가볼……아야야!”
“복수예요!”
잔뜩 삐친 얼굴로 그렇게 자그마한 복수를 한 아내의 얼굴에는 부끄러움이 붉게 떠오른다. 그녀의 타액이 조금 묻은 상의를 슬쩍 문지르다가 그녀의 상의를 풀어 헤치면서 나는 복수를 할 겸, 그녀에게 자그마하게 항의한다.
“그렇다고 가슴을 깨무는 건 아니잖아.”
“아파요?”
아래에 누워서는 내 상의를 풀어헤치던 그녀는 내 가슴을 살짝 어루만지면서 걱정스럽다는듯 말한다. 살짝 고개를 끄덕이면서 속옷까지 끌어낸 그녀의 가슴에 혀를 대면서 복수라도 할 듯 이를 살짝 세웠다가도 그녀가 기분 좋은 미소를 지을 때면 힘을 살짝 뺀다.
“흐읏! 매번 생각하지만 가슴……너무 좋아하는 거 아니에요?”
“좋아하니까. 읏차, 움직여볼까나.”
“자, 잠깐만! 흐읏! 하앗! 핫, 핫, 히익! 흣!”
틀어올린 머리 때문에 머리가 아프지 않게 머리를 풀어버려 카펫을 깐 것 같은 대지 위에서 나는 그녀와 사랑을 나눈다. 두 번째이지만 좀처럼 질리지 않는 그녀의 몸속의 쾌감에 나는 넋을 잃은 듯 그녀의 몸을 긁으며 움직인다.
“거, 거기 좋아요. 흐응! 핫!”
햇살아래, 떠오른 그녀의 하얀 속살을 유린하는 나의 몸놀림에 그녀는 자지러지고 그녀의 몸 속에서 시작된 떨림이 내 몸을 옥죄일 때, 나는 다시 한 번 그녀의 몸 속 깊숙이 나의 마지막 모든 것을 방출한다. 여기에서 곤란한 것은 두 번째로 방출했는데도 단단하게 끄덕이는 내 몸. 떨리는 몸을 진정시킨 그녀는 그것을 보고는 질렸다는 듯 바라보다가 다가와서는 그 끝을 살짝 입술로 핥기 시작한다.
“이런 거 싫다면서…….”
“어쩔 수 없잖아요. 맛은 이상하지만…….”
내 몸에 손을 대고는 핥아올리는 그녀의 얼굴이 색기가 넘쳐서 천천히 입술을 벌리는 그녀의 입 안에 내 몸을 맡기고야 만다. 그리고 파정. 입에 내 몸을 문 채 쿨럭대는 그녀의 모습에 내 몸을 빼내려고 하지만 그녀는 끝내 고집스럽게 다 삼키고 만다. 그리고 이제야 만족한 듯 고개를 숙이기 시작하는 내 몸을 천천히 핥아서 깨끗이 한 뒤에 그녀는 내 몸에 살짝 입을 맞추어주고는 속옷을 입히고 옷을 입힌다. 그녀가 그러는 동안 나는 그녀의 머리에 묻은 풀잎을 떼어내고 깨끗이 한 뒤에 머리를 틀어올리기 시작한다.
“너무 익숙해진 거 아냐?”
“이러지 않으면 바람피울지도 모르니까.”
살짝 눈을 흘기며 이야기하는 그녀의 모습이 아름답다. 콩깍지일지도 모르지만 냉정하게 생각해도 그녀의 모습은 아름답다. 원래라면 누이에게 무슨 짓이냐고 하면서 자괴감을 느낄 때이지만 그 모든 것을 내려놓은 나는 그녀의 아름다움에 취해있을 뿐이다. 하지만 그 아름다움만큼이나 질투심도 많으신 아내는 그렇게 내 바람기를 원천 차단할 모양이다.
바람 피울 생각도 없지만.
“아, 아하하하.”
“솔직히 하루 종일 이런 짓만 해도 멀쩡할 사람이잖아요. 당신은.”
마법을 이용해서 깨끗하게 몸을 씻어낸 그녀는 내 팔짱을 낀다. 그리고 다시 눈을 흘기면서 그런 말을. 싱긋 웃으면서 그녀의 몸을 안아들고는 걸어내려가기 시작한다. 절진은 그녀의 몸을 안아들면서부터 해체.
“슬슬 손님들이 오실 시간이네.”
“어머나, 벌써?”
“오늘은 누가 오는지는 모르겠지만 즐거운 시간 되세요. 부인.”
“네.”
웃으면서 황태자궁 건물에 도착해서는 사람들 앞에서 금슬이 좋음을 자랑하고는 자리를 뜬다. 평범한 하루, 평화로운 하루. 하지만 행복한 하루다.
“하루해가 짧아.”
금방 하루가 지나가는 느낌이다. 오후의 티타임을 이용하여 손님맞이에 바쁜 아내들을 뒤로하고 나를 만나러온 손님들이 있는 장소로 가며 슬쩍 투덜거렸다. 너무 몰두하는 것도 좋지 않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나는 투덜거린다. 도대체 누가 이번엔 나를 만나고자 알현신청을 한 것일까. 내 마음에 들지 않는 용건이면 당장 쫓아내야지. 그런 생각을 하면서 타박타박 걷는다. 그런 내 투덜거림을 들었던 것인지 나를 안내하던 여관은 피식 웃는다.
“이번에 만날 사람은?”
“유스란트 백작이십니다.”
“고마워.”
“별말씀을.”
유스란트 백작. 일단은 내 기억에 남아있는 사람이니 제법 세력이 있는 사람이로구나. 그런 사람이 날 만나서 대체 무슨 말을 하려고……살짝 불퉁해진 기색을 얼굴을 쓸어지우고는 알현실로 들어간다.
“아, 괜히 일어나실 것 없습니다. 그냥 앉아계세요.”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 옆에 묘령의 여인이 앉아있는 것을 보니 또 딸을 시녀로라도 삼아달라고 말하려고 하는 것이겠지. 여기저기 다 찔러보고 마지막으로 오는 곳이 이곳이니까 말이지. 그나저나 예쁘게는 생겼는데 너무 사치를 좋아할 것 같아. 센스도 없고.
“황공하옵니다. 전하.”
“못 뵌지 한 석 달은 넘은 것 같은데 무탈하십니까? 가족들은?”
“황태자전하의 심려덕분인지 모두 무탈합니다.”
무탈하지 않아서 그렇게 딸을 데려왔냐.
속으로 그런 태클을 넣고 싶은 것을 참아내면서 의례하게 되어 있는 대화를 나눈다. 아무런 쓸모도 없는 대화. 언제 본편으로 들어갈지에 대해서는 알현 시간에 제한이 있는만큼 나는 느긋하게 기다리면서 이런 영양가 없는 대화를 지속하면서 그저 기다린다. 시녀들끼리 이런 나의 방법을 두고 저희들끼리 수군대기로는 ‘지옥의 대화’라고 하던가.
“저, 황태자 전하.”
“음. 무슨 일입니까.”
느긋한 마음으로 차나 한 잔하면서 그 향을 즐기고 있으려니 초조해진 것인지 백작이 먼저 용건을 꺼낼 태세였다. 느긋한 마음으로 느긋한 대화를 하면서 심신을 안정시키려고 했던 생각이었지만 이렇게 용건을 꺼내려고 한다면 대화를 해주지 못할 것은 없다. 나에게는 궁극의 비기가 있으니까.
“비록 아름다우신 황태자비전하들이 계시고 아직 결혼하신지 3년째입니다만 이 제국의 황제가 되실 분에게 여인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고 알고 있습니다. 부디 제 딸을…….”
“지금도 아내는 많습니다. 이 아내들을 모두 책임지기에도 힘듭니다. 저는.”
비기 1번, 지금도 아내는 많습니다.
이 방어술에 백작은 잠시 휘청하더니 마음을 진정시키고는 다음 공격을 준비한다.
“물론 바로 이 아이를 안으시라는 것은 아닙니다. 곁에 두시고 지켜보시다가 마음에 드시면 품에 안으셔도…….”
“지금 곁에 둔 아이들이 많아서요. 그렇지 않아도 황태자궁은 포화상태입니다.”
비기 2번, 황태자궁은 포화상태입니다.
아니, 정말로 포화상태이니까 말야. 주로 아내들이 자신들의 시녀들을 데리고 와서 살고 있었기 때문에 포화상태가 맞다. 이 이상 사람을 들였다가는 1실 2명의 기숙사제처럼 살고 있는 여관들의 근무환경이 악화될 가능성이 있으니까 절대로 안될 말이다.
“알겠습니다. 제 딸이 마음에 들지 않으신 모양이군요. 하지만 전하. 황태자비 전하를 혈족 외에서 단 한 사람만 선택한 것에 대해서 귀족들은 크게 우려를 하고 있습니다. 전하께서 귀족들을 적대시하시는 것이 아닌가 하고 말입니다. 그런 귀족들의 우려를 종식시키실 겸 다른 가문의 아이라도 받아들여주심이…….”
“충언 감사합니다. 하지만 귀족들의 우려는 저를 믿지 못하는 여러분들의 마음이라고 보아도 되겠습니까? 그렇게 혈연으로 묶이지 않아도 크게 피해를 입을 일이 없을 겁니다. 전 제 아내들이 정쟁에 휘말려서 서로 헐뜯고 싸우는 건 싫거든요.”
비기 3번. 정쟁에 휘말려 싸우는 아내는 싫다.
과거 미시어스 제국의 혈통이 그대로 이어져 내려오고 있었을 때라면 모를까 지금 아버지가 집권하고 있고 내가 대물림을 받는 상황이라면 혈연으로 귀족들을 묶으려고 들지는 않겠다. 덤빌테면 덤벼라. 무서울 것 하나도 없다. 그런 말로 백작을 격침시킨다. 더 이상 할 말이 없는지 온 몸을 파들파들 떨던 백작은 곧 물러가고 나는 평안을 얻었다. 아아 평화로운 하루의 끝인가. 미소를 지으면서 저녁을 먹을 준비를 시작한다.
“오늘도 한 분 격추하셨군요.”
해가 뉘엿뉘엿 서산으로 치달아가는 하늘을 바라보면서 살짝 그림자가 내린 황궁을 걷는다. 시녀들을 거느리고 내 옆을 따라오는 여관은 그렇게 나에게 말을 걸었다. 오랫동안 함께 지내와서 내 속을 다 안다고 할 수도 있을 사람이다. 그런 인연으로 나는 그녀의 말에 성실하게 대답한다.
“재미있었어?”
“너무 틀에 박혀서 이제는 외울 것 같습니다.”
“제일 재미있었던 것은 내기를 하지 않으시겠습니까하고 물어오던 후작가문의 아가씨였지.”
“도박은 금지한다는 법령에 따라서 꿀밤을 때리셨었지요?”
“그랬지.”
어찌보면 추억. 그녀는 그런 내 농에 입을 가리며 웃는다. 유일하게 여관들 중에서 어머니같은 분위기를 풍기는 사람이다. 나이는 서른이 다 되어가던가. 내가 어릴 적에는 이것저것 많이 돌봐준 사람이다.
“평화롭네요.”
“그렇네.”
“평생 이런 평화로운 세상이 계속되었으면 합니다.”
“그런가.”
그녀의 말을 들으면서 싱긋 웃는다. 평화로운 세상이라. 되도록 그렇게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지.
“정말이시지요?”
“내가 언제 딴말하는 것 봤나? 마리아스.”
“그건 그렇네요.”
웃으면서 발걸음을 옮긴다. 내 뒤에서 따라오는 시녀들의 눈이 사이좋게 이야기하는 우리 둘의 모습에 커져있는 것을 알아차리고는 쓰게 웃는다. 신입들인가?
“어찌보면 우리 가족들 중에서는 마리아스가 제일 편해. 어릴 적에 나를 기르다시피 해서 그런가?”
“생각해보면 황태자 전하께서도 꽤나 부끄러움이 많으셨지요.”
아니, 그건 목욕탕에서 낑낑 대면서 혼자서 목욕하려는 걸 억지로 문을 비집고 들어와서는 온 몸을 샅샅이 닦아주었기 때문이 아닌가.
“확실히 그랬습니다만…….”
“생각해보면 그 때 참 부끄러웠어. 지금이야 추억이지만.”
그렇게 온 몸을 씻어낸 이후에는 ‘더럽혀졌어.’라고 중얼거리면서 한참을 웅얼거리다가 속옷도 입지 못한 채 침대로 이동. 억지로 잠을 재워버렸었지.
“생각해보면 황태자 전하를 재우고 나면 지쳐서 거기에서 잠들어버렸지요. 그리고 깨고 나면 항상 전하의 손은 제 옷 속에…….”
“어흠! 흠!”
“뭐, 그랬다는 이야기입니다. 추억이었지요.”
그런 이야기를 나누며 걸어 식사를 준비하고 있는 아내들이 기다리고 있는 연회장에 도착한다.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어? 같이 식사나…….”
“제가 끼일 수는 없으니까요. 그럼.”
말리지 못했다. 자리를 떠나 숙소로 이동하는 그녀를 보고는 약간 안되었다는 생각을 한다. 이곳에 들어와서 나이가 서른이 되어버렸다. 이곳에서는 심할 경우 손자를 볼 수도 있는 나이. 물론 나이 오십이 넘어서야 손자를 보는 사람도 드물지는 않지만 일찍 결혼하는 사람들의 경우에는 그런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어쩌라고.’
세상은 평등하지 않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문을 열고 들어간다. 안에는 내가 들어오는 것을 보고는 반색을 하는 아내들. 일단 이 여인들을 사랑하는 것만으로도 벅차니까 말이지. 시야가 넓어진 것인지 오지랖이 넓어진 것인지 모를 기분에 쓰게 웃으면서 자리에 앉는다. 평범하고도 평화로운 저녁이다. 이렇게 온 가족이 모여 함께 식사를 하면서 딸들의 재롱을 보고 이런저런 이야기도 나누면서 오늘 또 하루가 저물어감을 느낀다.
“우리 종아는 누가 제일 좋아?”
“우웅…….”
물론 이런 어려운 질문을 던져서 딸을 골리다가 아내들에게 꾸지람을 듣는 건 애교이겠지.
“나중에 아빠랑 결혼할 거니까. 아빠!”
물론 이런 대답이 나오면 아내들의 몸에서 풍기기 시작하는 살기에 몸이 떨리기도 하지만 말이다. 대체 딸들에게 질투해서 뭐하겠다는 건가.
뭐, 그만큼 날 좋아한다고 생각하면 더 할 나위 없이 좋긴 하지만.
“후우. 역시 식후땡이란…….”
그리고 저녁. 아내들이 흩어지면서 한 사람에 하나씩 붙인 분신들을 제외하고 남은 존재인 ‘나’는 구석진 방에 숨어서 담배를 즐긴다. 폐암 걱정이 없으니 마음도 편하게 즐길 수 있었다. 피우고 나서는 이것저것 생각해야 할 것이 많으니 문제이지만.
“집안이 안정되니 이젠 밖도 보이네.”
분명히 내 아내들 중에서는 제일 나이가 많은 카틀레야보다는 1살 어리지만 벌써 30살이 된 마리아스를 생각하면서 그녀를 어떻게 해야 할지를 생각한다. 적당한 남자가 없나? 생각하다가 문득 떠오른 남자의 영상에 고개를 젓는다.
“그 영감에게 소개해 주기에는 아깝지.”
하지만 그 영감만큼 적당한 사람도 또 없다. 생각해보면 그녀가 어릴 적부터 나를 돌보면서 쌓인 것도 있으니 어머니가 되어도 별로 상관은 없고…….
“에이, 귀찮아. 그냥 게임이나 할까.”
다른 분신들은 침대에 누워 아내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낼 무렵. 나는 천천히 웹을 검색하고 프로그램을 실행시켜 게임을 진행해나간다. 그렇게 평화로운 일상이 또 하루, 끝났다. 하루가 저물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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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어가는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