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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내가 만드는 이야기

티타노마키아 - 1부(04~06)

- 04 -

 

 

 

책상에 앉아서 책을 보고 있던 지희가 자리에서 일어나 커다란 책장이 있는쪽으로 다가가 꽂혀있는 책들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대부분 격투기나 스포츠에 관련된 책이나 자료들로 책창은 가득 차 있었다. 어릴때부터 격투기분야에 관심이 많았던 지희가 처음 이곳에 왔을때는 거의 천국에 온 느낌이 들정도였다.




『역시 선생님은 대단하시구나... 』



지희가 책장을 둘러보며 감탄하듯 말했다. 이만큼의 자료를 모아놓은 것도 그렇지만 선생님은 자신이 궁금해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검도이외의 부분에 대해서도 스포츠나 격투기에 한해서는 언제나 속시원한 해결책을 내놓을수 있을만큼 관심만큼 연구도 많이 하는 사람이었다. 관심사가 서로 비슷했기에 지희는 선생님과 이야기하거나 따로 연습하는 시간이 더없이 즐거웠고 그렇게 가까워지면서 엄마에게 이야기하기 힘들거나 하는 개인적인 일들에 대해서도 친구처럼 때로는 언니처럼 들어주고 조언을 해주기도 했었다.



『선생님이 많이 늦으시네.. 오늘은 그냥 갈까? 』



책장안에 있는 책을 바라보던 지희가 시계를 바라보았다. 금방 오겠다고 하던 선생님은 9시가 다되어가도록 집에 돌아오지 않고 있었다. 선생님을 보고 가고 싶은 생각도 들었지만 더이상 늦으면 엄마가 걱정할거란 생각에 별 수없이 작은 메모지에 먼저 집에간다는 메모를 적어놓고 지희는 현관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찰칵..




지희가 현관문의 손잡이를 잡으려는 순간 손잡이가 돌아가는 소리와 함께 현관문이 열렸다. 생각지도 않게 갑자기 열리는 문에 지희가 조금 놀라며 고개를 들어 현관앞에 있는 사람을 바라보았다.



『선생님~ 』



못보고 갈줄 알았던 선생님이 문앞에 서있자 지희가 반갑게 최경희를 불렀다. 그런데 고개를 숙인채 현관앞에 서있던 최경희가 지희쪽으로 기울어지는듯 싶더니 그대로 쓰러지듯 지희에게 안겨왔다. 최경희는 지희가 없었으면 그대로 현관에 쓰러져버렸을 정도로 제대로 몸을 지탱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였다.



선생님을 부축해 안방에 있는 침대에 눕혀놓고는 안방 불을 켠 지희는 깜짝 놀랐다. 아까는 당황해서 미처 생각치 못하고 있었지만 하얀 면티에 치마를 입고있는 최경희의 옷매무새는 평소와 다르게 단정하지않고 흐트러져 있는 상태였고 얼굴은 발갛게 상기된채 부어올라 있었다.



『서....선생님??!!! 』



지희가 선생님의 모습에 깜짝 놀라며 누워있는 최경희에게 바짝 다가갔다. 얼굴은 누구에게 맞았는지 상당히 부어올라 있었고 치마밑으로 드러난 허벅지에는 커다란 멍이 들어있었얼뿐 아니라 몸 여기저기에 상처와 멍들이 쉽게 눈에 띄었다.



『어..어떻게 해야돼지? 벼..병원에.. 아..아니 119를 불러.. 』



심한 상처를 입고있는 최경희의 모습에 지희가 당황하며 어쩔줄 몰라하다가 119를 부르기위해 핸드폰을 꺼내들자 최경희가 손을들어 핸드폰을 들고 있는 지희의 손을 잡았다.



『서..선생님?? 』

 

 

『부..부르지마.. 그..그냥 이대로 있게 해줘.. 』

 

『그..그래도 상처가 이렇게 많은데.. 병원에.. 』

 

『지..희야.. 부탁할게... 』


힘겹게 지희의 팔을 잡고있던 경희의 손이 미끄러지며 침대아래로 떨어졌다. 지희는 벌컥 겁이나기 시작했다. 혹시 선생님이 죽는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누군가가 자신의 앞에서 죽는다는 것이 무섭기도 했지만 지희의 10대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중의 한 사람이 눈앞에서 죽어간다는 사실이 더욱 무서웠다.




『선생님!!! 』



지희가 최경희에게로 다가가 코에 손가락을 대면서 가슴쪽에 귀를 가져다 대보았다. 다행히 숨을 쉬지 않는것은 아닌것 같았다. 기절해버린듯한 최경희의 모습을 바라보던 지희가 잠시 고민하는듯 하더니 핸드폰을 들고 어딘가로 연락을 하며 거실쪽으로 나갔다.



『엄마? 』

 

 

『늦었는데 안들어오니? 』

 

『엄마.. 저기.. 나 체육선생님 집인데.. 오늘 여기서 자고가면 안돼? 』

 

『얘도 참.. 선생님 불편하시게.. 얼른 집에 와.. 선생님께 폐끼치지 말고.. 』

 

『저기... 엄마.. 그게... 』

 

『왜?? 무슨일이라도 있는거니? 』

 

『선생님이 좀.. 편찮으셔서.. 혼자 계시는게 마음에 걸려서그런데 오늘만 여기서 자고가면 안될까? 』

 

『선생님이 편찮으셔? 많이 아프시니? 엄마가 가볼까? 』


지희는 걱정스러운듯 직접 와보겠다는 엄마의 말을 듣고 잠시 망설였다. 학교에서 잠시 배웠을뿐 실제 이런 경험이 없는 지희는 엄마가 와서 봐주는게 조금 더 낫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하지만 병원에도 가지 못하고 119를 부르는것조차 거부하는 특별한 사정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지희는 생각을 바꾸었다.




『아니.. 그 정도는 아니구.. 부탁해 엄마.. 』

 

 

『흐음.. 그래? 우리딸~!! 』

 

『네? 』

 

『엄마가 우리딸 믿는거 알지? 』

 

『응.. 』

 

『그럼 선생님 간호 잘 해드리고 내일도 별 차도가 없으면 엄마한테 전화해 엄마가 가볼테니까.. 』

 

『응.. 고마워 엄마 』

 

『문단속 잘하고.. 밤 늦게라도 무슨일 있으면 엄마한테 전화해 알았지? 』

 

『응.. 』




전화를 끊은 지희는 욕실에 들어가 수건을 물에 적셔가지고 나와서 안방으로 들어갔다. 누워있는 최경희를 잠시 바라보며 또다시 고민하는듯 하던 지희가 옷장을 뒤져 간편한 체육복을 꺼내들고와서 최경희의 옷을 벗기기 시작했다.



『헉... 』

 


조심스럽게 최경희의 치마를 벗겨내던 지희의 눈이 동그랗게 커져버렸다. 당연히 팬티를 입고 있을거라 생각했던 지희는 치마가 벗겨지고 최경희의 팬티가 아닌 음모가 그대로 눈에 들어오자 깜짝 놀랐던 것이었다.



『설마..? 』



지희가 손을 들어 최경희의 가슴쪽으로 가져가서는 하얀 면티위로 살며시 손을 얹어보았다. 봉긋한 가슴의 봉우리위로 솟아난 유두의 느낌이 지희의 손에 분명하게 느껴지고 있었다. 지희가 직접 보지는 않았으니까 평소 선생님이 속옷을 착용하고 다니는지 그렇지 않은지 알 방법이 없었지만 이런 모습으로 온 선생님이 속옷까지 입고있지 않은 모습을 보니 자꾸 불길한 느낌이 들고 있었다.



지희는 최경희의 면티까지 조심스럽게 벗겨내었다. 실오라기하나 걸치지 않고 누워있는 최경희의 전체적인 몸매는 웬만한 모델 부럽지 않을정도로 아름다웠지만 옷속에 숨겨져있던 상처들은 지희의 생각보다 훨씬 심각했다. 찔리거나 피가나는 상처는 없었지만 온 몸이 멍으로 도배가 되다시피 멍이들어 있거나 부어있었다.



지희는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정성스럽게 선생님의 몸을 수건으로 닦아내고는 여기저기 집안을 뒤져보고 타박상에 바르는 의약품을 찿아 몸에 발라주고나서야 옷장에서 꺼낸 체육복을 입혀 주고 붓기가 가라앉을 수 있도록 냉장고에서 얼음을 꺼내 너무 차갑지 않을정도로 수건에 감싸서 최경희의 얼굴과 부어오른 부분에 얹어주면서 밤새 최경희를 간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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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희가 눈을 떴다. 눈을 뜬 최경희가 깜짝 놀란듯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자 머리에 얹어져있던 수건이 앞으로 떨어져내렸다. 수건을 집어들고 자신의 이마를 만져보며 주위를 두리번거리던 최경희가 자신의 집임을 확인하자 조금은 안심이 되었는지 긴장을 풀고 한숨을 내쉬었다.




『어떻게 된거지..? 』



학교에서 네명의 남자에게 끔찍한 일을 당하면서 기절해버렸던 최경희가 눈을 떴을때 주위는 이미 어두워져 있었다. 어둠의 저편에서 자신을 강간하던 남자들이 다시 달려들것만 같은 기분에 최경희는 몸을 잔뜩 웅크리고 벌벌 떨면서 한참을 그렇게 있었지만 모두들 가버렸는지 그녀에게 달려드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고 주위를 더듬거리며 손에 잡힌 면티와 치마를 입은 최경희가 도장의 불을 켜고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남자들은 없었고 자신의 속옷마저 없어져 버렸다. 어서 빨리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에 조금만 움직여도 온 몸이 쑤셔대는 고통을 참으며 학교밖으로 나온것까지는 기억이 나는데 어떻게 집에까지 왔는지는 확실하게 기억이 나지 않았다. 한 손에 들려져있는 물수건을 바라보던 경희가 이불을 들춰보았다. 자신의 것임이 분명해 보이는 체육복을 입고 있었지만 자신이 입은 기억은 없었다.



『흐윽.. 』



몸을 일으키려고 하자 아직도 몸에서 통증이 그대로 느껴져 오고 있는것이 학교에서 당한일이 꿈따위가 아니라 실제로 있었던 일임을 말해주고 있는듯 했다.



『선생님? 』



최경희가 소리가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쟁반을 들고 있는 지희가 서 있었고 잠시 멍하니 지희를 바라보던 경희가 지희에게 열쇠를 복사하라고 준 기억이 떠오르자 자신이 들고있는 물수건과 입고있는 체육복이 이해가 될것만 같았다.



『괜찮으세요? 어떻게 되신거에요? 』

 

 

『계속.. 여기 있었던 거니? 』




지희는 경희의 말에 걱정이 가득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경희는 상처입고 들어온 자신을 보고 옆에서 간호를 해주었을거라는 생각이 들자 지희를 가까이로 부르고 꼭 안아주었다.



『병원에 가보셔야 하는게... 』

 

 

『괜찮아.. 지금 몇시쯤 됐니? 』

 

『한..9시쯤 됐을거에요 일요일 오전 이구요.. 』

 

『어제 집에 안가고 계속 여기었었던 거야? 』

 

『네.. 엄마한테는 전화드렸어요.. 』

 

『그랬구나.. 고마워.. 』

 

『무슨 일.... 있으셨어요? 』

 

『아니.. 별일 아니야.. 걱정시켜서 미안해.. 』




경희가 지희를 꼭 안은채로 말했다. 어차피 자신을 노리고 온 녀석들이었기에 괜히 이야기해서 지희를 겁먹게 할 필요는 없을것 같았다. 경희는 지희가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일을 당하고 몸도 아픈채로 집안에 덩그라니 혼자 남겨져 있는것도 무서웠을텐데 지희라도 이렇게 옆에 있다는 것이 경희에게는 큰 위안이 되고 있었다.



『선생님 이것 좀 드셔보세요... 』



지희의 말에 경희가 안고있던 지희를 놓아주자 지희가 옆에 내려놓았던 쟁반을 경희의 앞으로 내밀었다. 쟁반에는 지희가 아픈 경희를 위해 만든것으로 보이는 죽이 놓여져 있었다.



『니가.. 한거니? 』

 

 

『네.. 맛은..어떨지 모르겠지만.. 』




경희는 금방이라도 눈물을 흘릴듯한 눈으로 지희를 바라보았다. 경희에게도 동생이 하나 있긴했지만 남동생인데다 늦둥이라 나이드신 부모님밑에서 온갖 귀여움은 다받고 자란 아이라 그런지 중학생이 되었는데도 나이또래 애들에 비해 상당히 철이 없는데다 버릇도 없었다. 그래서 그런지 경희는 지희를 볼때마다 지희같은 동생이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끔씩 하고는 했다.



『선생님..? 괜찮으세요? 아무래도 병원에.. 』



지희에 대해 고마움에 눈물이 맺히는 것을 지희는 아파서 그런것인줄 아는지 잔뜩 걱정되는 얼굴로 경희가 많이 아픈지 물어보고 있었다. 경희가 다시 지희를 꼭 안아주며 말했다.



『고마워.. 지희 덕분에 많이 나아진거 같아.. 』



경희가 지희를 보며 살짝 웃어보였고 지희도 웃어보이며 경희에게 수저를 들려주었다.



『맛있어요? 』

 

 

『응.. 맛있는데? 지희 요리 잘하네? 』




경희의 말에 멋적은듯 지희가 머리를 긁적이며 웃고 있었다. 그렇게 지희는 일요일 오후 늦게까지 경희의 옆에서 경희를 간호하며 몸이 불편한 경희대신 잔심부름을 해주며 주말오후를 보내고 있었고 그런 지희 덕분에 경희도 조금은 어제의 일을 조금은 잊고 편히 쉴 수 있었다.

 


 


 


 

 

 

 

 

 

 

 

 

 

 

 

 

 

 

 

 

 

 

 

 

 


 


 


 


- 05 -



지애와 지희가 식당으로 이어지 길다란 줄속에 서서 식판을 집어들고 자신들의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학생들끼리 몇명씩 짝을 지어 서로 이야기하는 소리에 달그락거리는 소리 밥먹는 소리로 학교내에 식당은 여기저기서 웅성거리는 소리와 함께 시끄러운 편이었다. 하지만 그런 소음을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학생들은 아무도 없는듯 보였다. 학창시절 학교에서의 점심시간은 하루의 학교일과를 끝마치는 종례시간과 더불어 학생들에게는 가장 즐거운 시간이었다.




『이건 정말 너무하는거야.. 』



어느새 배식반앞에까지 와서 배식을 받은 지애가 투덜거리듯이 말하자 지희가 지애를 바라보며 물었다.



『뭐가? 』

 

 

『이거봐.. 김치랑... 이 정체모를 나물하며.. 단무지.. 이게 인간이 먹을 식사야? 』




지애의 말에 지희도 자신의 식판을 내려다 보았다. 지희 역시 지애의 말에 동감하는 편이었지만 항상 이렇게 엉망인 메뉴만 나오는건 아니었고 엄마가 힘들게 벌어온 돈을 내고 먹는 식사인데 불만이 가득한 채로 먹고싶지는 않았다. 한살한살 성장해가면서 여자 혼자 돈을 벌면서 살림도하고 아이도 키운다는게 얼마나 힘든건지 지희는 잘 알고 있었다. 그래도 지희에게는 힘든 기색 한번 보이지 않는 엄마였기에 철모르는 아주 어린시절을 제외하고는 투정이라는 것을 거의 모르고 살았던 지희였다.



『그래도 국은 고기국이네.. 』

 

 

『설마 넌 이걸 고기국이라고 생각하고 있는거야?? 』

 

『그럼 아니야? 』

 

『치.. 딸랑 무우 세조각만이 둥둥 떠다니는 걸 고기국이라고 부를 수 있는 너같은 사람만 있다면 아마 빌게이츠같은 사람도 식당을 경영하고 있을걸? 우리가 소야??!! 풀만 먹이게?? 어떤 소들은 보약도 먹이고 그런다더만.. 흑흑 우린 사람도 아니고 소도 아니야.. 』




과장된 몸짓으로 우는 표정까지 지어보이며 불만을 속사해대는 지애의 말에 지희도 웃음을 참지 못하고 큰소리로 웃기 시작했다. 중학교 2학년때 같은 자리에 앉게된 이후로 언제나 자신과 함께해준 지애는 이런 과장된 제스추어와 재미있는 말로 언제나 지희를 웃게 만들어주는 고마운 친구이자 최경희와 더불어 지희에게는 너무도 소중한 친구였다.



『그럼 내일은 오랫만에 도시락 싸가지고 올까? 』

 

 

『오옷~ 정말??!! 초 슈퍼 울트라 특제 판타스틱 도시락??!! 』




지희의 도시락이란 말에 울상인 표정을 지어보이던 지애의 눈이 초롱초롱하게 빛나기 시작하며 눈에서 안광마저 쏘아져 나오는듯했다.



『초 슈퍼 울트라 특제 또 뭐지? 암튼 그것들은 빼고.... 그냥 도시락!! 』

 

 

『히히히 좋아 좋아~ 뭐든 좋아!! 아우 이쁜것!!! 내일은 위장에 기름칠 좀 하겠구나 오호호호~  』




뽀뽀라도 해줄듯이 어항속의 붕어와 같은 입을 하고는 지희의 볼에 얼굴을 들이대며 말하는 호들갑스러운 지애의 반응에 지희가 또다시 배를 움켜잡고 웃어대기 시작했다.

 


 


 

 

 

 

 

 

 

 

 

 


와장창...!!




여기저기 웅성거리는 소리로 시끄러웠던 식당이 일순간 조용해지며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소리가나는쪽으로 집중이 되었고 지애와 지희 역시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시손을 옮기고 있었다. 요란한 소리가 난 곳은 식당의 한쪽에 위치한 테이블이었고 그 테이블 바닥에는 사람들의 시선을 집중시킨 소리의 원인인듯한 식판이 음식물들을 바닥에 흩뿌리고 뒤집어져 있었다.



『여긴 우리자리야!! 당장 일어나!! 』



그 테이블 앞에서 한 여학생이 화가난 얼굴로 테이블에 앉아있는 여학생에게 말을하자 앉아있던 학생이 자리에서 몸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이 학교 학생 전체가 사용하고 있는 이 식당에의 좌석에 특별히 누구의 자리가 정해져 있을리가 없었지만 이 학교의 학생이라면 누구나 인정하는 전용좌석이 있었다. 이 고등학교에는 소위 말하는 있는 집 자식들 몇명이서 자기들끼리 어울려다니면서 하나의 그룹이 있었고 알게 모르게 이들은 학교내에서 많은 특권을 누리고 있었다.



이 식당의 경우에도 전학년이 한꺼번에 식당으로 몰리면 학생 전체를 수용하기 어려웠기에 약간의 시간텀을 두고 3학년부터 2학년 그리고 1학년의 순으로 내려와서 식사를 하는 시스템을 이루고 있었기에 특별히 개인좌석같은 것도 없었고 니자리 내자리 따질것도 없이 비어있는 아무자리에 앉아서 식사를 하고 일어서면 그만이었지만 따로 자신들이 싸온 도시락을 먹는 이 그룹의 아이들은 아무때나 자신들이 원하는 시간에 이렇게 내려와 자신들의 자리라고 주장하는 곳에서 식사를 하곤 했었다.



학생들은 그들의 그런 행동을 싫어하는 편이었지만 이 학교가 특히나 지은지 얼마 안되는 이곳 신교사의 경우 다른 학교보다 월등히 좋은 시설을 가지고 있는 것은 그 아이들의 부모들 때문이라는걸 모두 알고 있었기에 선생님들도 함부로 대하지 못하는 그들이었기에 마음에 들지 않아도 그냥 무서워서 피하는게 아니라 더러워서 피한다는 심정으로 그렇게 그들의 자리를 인정해두고 그쪽에 앉아서 식사하는 일은 피하는 편이었다.



그리고 2학년의 배식이 거의 끝나고 1학년의 배식이 시작될 무렵인 지금 입학한지 얼마 되지 않은 1학년이 그 사실을 모르고 그 자리에서 식사를 하고 있다가 그들에게 봉변을 당하고 있는 것이었다. 자리에서 일어선 여학생이 항의하는듯 했지만 결국, 따귀까지 맞은 후에야 그 1학년 여학생은 울음을 터트리고 식당밖으로 나가버렸다.



『뭘봐??!! 구경났어??!! 』



여학생을 쫓아내 버린 여학생이 아이들에게 신경질적으로 소리를 지르자 그들을 바라보던 아이들이 다시 시선을 다른데로 돌리고 있었고 주위를 둘러보던 그 여학생의 시선이 지희의 시선과 마주치자 여학생은 지희를 노려보는듯한 표정으로 지희를 바라보았다.


 

 

 

 

 

 


정애리..



1학년 여학생을 식당밖으로 쫓아내고 지희를 노려보듯이 바라보던 여학생의 이름이었다. 현재 3학년으로 학생회장을 맡고 있는 학생으로 이 학교에 다니는 사람이라면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로 유명한 학생이었다. 도도하고 아이들을 자신의 발밑에 있는 하인들 보듯이 내려다보는 그 눈빛만 아니라면 꽤나 남자아이들에게 인기가 있을 법한 외모였지만 워낙 성격이 그렇다보니 실제로 이 학교의 남자들에게는 그리 인기가 많지는 않았다.



지희 역시 정애리가 자신이나 자신의 친구들을 직접 건들지 않는한 별로 그들을 상대하고 싶은 마음도 없고 관심도 없었지만 이미 중학교때 서지희와 정애리 사이에서는 상당히 큰 사건이 있었다. 결과적으로는 지희의 승리였기에 지희를 노려보는듯한 애리의 눈빛은 그때 그 사건에서 남아있는 앙금때문일것이라 지희는 생각했다.



『지희야.. 』

 

 

『응? 』




애리를 바라보던 지희가 지애의 말에 애리에게서 시선을 떼고 지애를 바라보았다.



『쟤 아직 너한테 무슨 원한 가지고 있는거아냐? 』

 

 

『뭐..좋은 감정은 아니겠지? 』

 

『또 무슨짓 저지르거나 하는거아냐? 』

 

『지금까지 아무일도 없었는데 지금에와서 그럴려구..? 』

 

『그래도.. 』

 

『신경쓰지마.. 밥이나 먹자~ 』

 


지애도 애리라는 아이를 무서워하는지 걱정하는듯한 얼굴로 말을 하는 지애를 이끌고 지희는 식당의 빈자리쪽으로 이동했다.




『지희야.. 다른데 앉자.. 』

 

 

『응?? 왜?? 』

 

『저 애....  』




지희는 자신이 가서 앉으려던 곳을 바라보았다. 한명의 남학생이 혼자 외롭게 식사를 하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말을 해본적도 별로 없는 학생이었지만 지희와는 몇 번정도 인연이 있던 학생이었다.


 


『어.. 정찬이네? 정찬이가 왜? 』

 

 

『쟤 1년 꿇었대.. 왠지 좀.. 난 저애 좀 그런데... 』

 

『그게 뭐 어때서? 』

 

『지희 너가 자꾸 저애랑 얽히니까.. 이상한 소문도 나는거잖아.. 게다가.. 』

 

『이상한 소문?  』

 

『너가 정찬이한테 관심이 있다고... 』

 

『뭐?? 』

 

『그냥 몇 명이 농담삼아 하는 말정도긴 한데.. 그래도 그런건 별로 좋지 않잖아.. 』

 

『나만 아니면 되는거지 뭐.. 그리고 저기말고 자리도 없어.. 』




지애가 주위를 둘러보았다. 2학년 배식이 끝나고 1학년들이 막 몰려오기 시작한때라 그런지 식당에 자리는 많지 않았고 군데군데 비어있는 자리가 있긴 했지만 그런 곳에 앉으려면 지희와 따로 떨어져서 식사를 해야만 했다. 지애가 주위를 둘러보며 아무 대답도 하지않자 지희가 정찬이라는 아이가 있는쪽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야..야.. 』



지애가 지희를 몇 번이나 불렀지만 지희가 그냥 그대로 정찬이라는 아이의 옆자리에 가서 앉아버리자 지애도 어쩔수 없이 지희의 맞은편에 앉아서 정찬이라는 남학생의 눈치를 살피기 시작했다. 묵묵히 식사를 하던 정찬이 옆자리에 누군가 앉자 고개를 돌려 지희를 바라보고는 조금 놀란듯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안녕~ 』

 

 

『으..으응.. 』




정찬이 지희를 바라보자 지희가 살짝 손을 흔들고 웃어보이며 인사를 건네고서는 지애와 이야기를 하면서 식사를 하기 시작했다. 정찬도 다시 고개를 돌려 식사를 하고 있었지만 식사를 하는둥 마는둥 하며 신경이 쓰이는지 계속해서 흘끔거리며 지희를 바라보고 있었다.

 


 


 


 


 


 


 


 

 

 

 

 

 

 

 


- 06 -



가스레인지위의 냄비 안에서 기포를 내뿜으며 죽이 끓고 있었다. 지희가 주걱을 냄비안에 넣고 죽이 냄비에 늘어붙지 않도록 살살 저어주고 있었다.




『지희야 뭐하니? 어머 죽이네? 』



죽을 끓이고 있는 지희의 뒤쪽으로 다가온 지희의 엄마가 냄비안에서 끓고있는 죽을 바라보며 말했다.



『응.. 선생님 드리려고.. 』

 

 

『선생님? 아.. 아직도 편찮으신거야? 』

 

『응.. 오늘은 학교도 쉬신거 같아서 한번 가보려구.. 』

 

『우리딸 기특한데? 그런 생각도 다하고? 』

 

『헤헤.. 엄마딸이잖아~ 』

 

『녀석... 있어봐 엄마가 반찬도 좀 챙겨줄게.. 』

 

『고마워 엄마 』




지희의 말에 엄마가 지희의 머리를 슥슥 손으로 쓰다듬어주더니 냉장고에서 커다란 반찬통들을 꺼내서 작은 용기에 덜어내기 시작했다.



『어디가 안좋으신건데? 』

 

 

『응.. 그게.. 몸살..나셨나봐.. 』

 

『그래? 아플땐 더 잘 먹어야하는데.. 혼자 사시는 분이라.. 지희야 』

 

『응? 』

 

『오늘 가보고 아직도 많이 아프시면 집으로 모셔와 』

 

『정말? 그래도 돼? 』

 

『그럼.. 우리딸이 좋아하는 선생님인데 그정도야 엄마가 해줄 수 있지.. 』

 

『엄마 고마워~~  』

 

『얘.. 반찬 쏟아져!! 』



 


엄마의 말에 지희는 반찬을 옮겨담고 있는 엄마를 꼭 끌어안았다. 최경희는 몸이 아프다며 오늘 학교에 나오지 않았다. 주말에 지희가 계속해서 찜질해주며 간호를 한 덕택에 일요일 저녁무렵에는 많이 나아진 모습을 보여주긴 했지만 그래도 아픈 사람을 혼자 남겨두고 집에 가야하는게 마음에 걸렸는데 막상 엄마가 집으로 모셔오라는 이야기를 들으니 다행이란 생각과 함께 엄마에게 고마운 마음이 드는 지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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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에서 잠이 들어있는 경희가 얼굴을 찡그리며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그녀의 꿈속에서 능력자라던 그 남자가 그때의 그 무서운 모습으로 자신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주저앉아 있는 경희는 몸을 부들부들 떨며 뒤쪽으로 물러나기 시작했다. 거대한 그림자를 드리우며 경희의 앞으로 다가온 남자가 멈춰서더니 경희의 다리를 양쪽으로 활짝 벌렸다. 그리고 활짝 벌려진 그 남자의 다리사이에서 남자의 성기가 꿈틀거리며 바지밖으로 새어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귀두부분이 바깥으로 나왔다고 생각이 되는 순간 남자의 성기가 엄청난 길이로 늘어나기 시작하더니 경희의 상체를 팔까지 포함해서 뱀처럼 칭칭동여매기 시작했다. 그리고 경희의 눈앞에 일직선으로 몸을세우고 적을 노려보는 뱀의 머리와같이 남자성기의 귀두부분이 얼굴을 노려보듯이 서있었다. 그 귀두의 첨단부분에서는 뱀이 낼름거리는 혀가 아닌 하얀 정액으로 보이는 물체가 새어나오며 침을 흘리듯 밑으로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아아아아악!!! 』



그 기괴한 광경에 경희가 비명을 질러댔다. 그런데....
비명은 뱀같이 늘어진 남자의 성기에 상체를 속박당한 여자의 입에서 나온것이 아니라 자신의 입에서 튀어나온 소리였다.



『어..? 어..?? 』



묶여있는 여자가 자신이라 생각하고 비명을 질러댔던 경희가 깜짝 놀라며 자신의 몸을 내려다보았다. 내려다본 자신의 몸은 아무런 속박도 없이 멀쩡했다. 경희는 자신이 보고 있는 남자에게 묶여있는 여자가 자신이라 착각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비명소리를 듣기라도 했는지 그 남자가 경희가 있는 쪽으로 얼굴을 돌려 경희를 바라보았다. 그 남자의 모습에 경희는 온 몸이 굳어버리는듯한 공포감을 느껴야했다. 금방이라도 앞에있는 여자를 내팽개치고 자신에게 달려들것만 같은 느낌에 경희의 다리가 부들부들 떨려왔다.



다행히도 남자는 경희를 향해 씨익 웃어보이고 다시 남자의 앞에있는 여자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남자가 고개를 돌리는 그 순간 경희는 남자에게 묶여 고통을 당하고 있는 여자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지...지희..??!! 』



남자에게 묶여있는 여자.. 경희가 아는 얼굴이었다. 자신의 동생이었으면 하고 생각했던... 언제나 경희의 말에 귀기울여주고 눈을 초롱초롱 빛내며 경희와 이야기하던.... 주말에 잠 한숨 제대로 못자고 자신을 간호해주던 지희였다.



『지..지희..!! 아..안돼..!! 』



경희가 손을 내뻗고 지희쪽으로 달려가려 할 무렵.. 남자에게 상체가 묶인 여자의 몸이 남자의 얼굴위쪽까지 들어올려졌다. 그리고 두팔로 지희의 다리를 양쪽으로 활짝 벌려버린 남자가 지희의 다리사이에 자신의 얼굴을 묻으려는듯 지희의 음부가 남자의 얼굴쪽으로 가까워져 갔다.



『아..안돼!!!!! 하지마!!!! 그 아인 안돼!!!! 』



경희는 남자쪽으로 달려가려고 했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몸은 꼼작도 하지 않고 움직일 수가 없었다.



『안돼!! 그 아인 안돼!! 차..차라리 날.. 날 데려가!! 나한테 그러란 말이야!!! 』



경희가 소리를 치며 남자쪽으로 다가가려 애썼지만 몸이 굳어버려 땅과 하나가 되기라도 한듯 경희의 발은 꼼짝도 하지 않고 움직이지 않았다. 움직이지 않는 자신의 발을 내려다보고 다시 남자쪽으로 시선을 옮긴 경희는 경악했다.



남자의 입에서 나온 혀가 길고 딱딱한 돌기둥같은 모양으로 변하는듯 하더니 순식간에 찔러넣듯이 강하게 지희의 다리사이로 뚫고 들어가버렸다. 남자의 혀에 관통당한 지희의 몸이 퍼득거리는듯하더니 죽기라도 한것처럼 몸이 축 처져버렸다. 그리고 지희의 다리에서 처녀막이 찢어져서 나온 피라고 생각하기에는 다소 많은 양의 피가 남자의 혀를 타고 남자의 입속으로 흘러들어가고 있었고 남자는 지희의 피를 맛있다는 표정을 하고 받아마시고 있었다.



『지..지희야!!!!!!!!!!! 』

 

얼굴이 온통 땀으로 범벅이 된채로 경희는 소스라치게 놀란듯한 모습으로 침대에서 상체를 일으켰다.




『헉...헉...헉... 』



마치 사실처럼 생생했던 꿈에 경희가 거칠게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그나마 꿈이라서 너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났으면 경희 자신으로서는 도저히 감당하기 어려울것만 같았다.



시골에서 부모님의 밑에서 자란 경희는 대학을 입학하면서 도시로 올라와 혼자 자취생활을 하며 지금까지 살았다. 혼자 떨어져서 지내면서 경희는 외롭다는 생각이 많이 들기 시작했다. 한때 남자친구도 사귀어봤지만 지금까지 두번정도 사귀어봤던 남자들 모두 경희에게 상처만 남겨주었고 부임을 하면서 지역이 바뀌어버려 여자친구들과도 연락을 자주 할 수 없게되자 외롭다는 생각은 더욱 커져만갔다.



그러던 중에 경희는 지희라는 아이를 만났던 것이었다. 비록 자신이 가르치는 학교의 학생이긴 했지만 경희와 관심사도 같았고 이야기도 마음도 잘 통하는 아이였다. 지희와 조금씩 더 가까워지면서 경희는 어느순간부터인가 외롭다는 생각을 하지 않고 있는 자신을 볼 수 있었다. 그런 지희한테는 절대 자신이 당한 끔찍한 일을 당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 너무 기분이 나쁜 불길하고도 생생한 꿈이었지만 그나마 꿈이였기에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정식으로 검도대회의 룰을 적용시켜 지희와 경희가 붙는다면 경희가 분명 이길것이라 생각이 들지만 정식룰이 아닌 아무런 제약이 없이 1:1로 싸운다면 분명 지희쪽이 훨씬 승률이 높을정도로 지희는 타고난 아이처럼 운동신경이 뛰어난데다 격투기에 관심이 많은만큼 아는것도 많았고 대부분 그것들을 몸으로 습득하고 있는 아이라 쉽게 그런 놈들에게 당할 아이는 아니라 생각하지만 상대중에는 상식을 뛰어넘는 능력자가 있었다. 아무리 타고난 아이라고해도 그런 자를 상대할 수는 없을것이었다.

 

 

 

 

 

 

 

 

 

 

 

 

 

 

 

띵동~




경희가 식은땀을 흘리며 침대에서 생각에 잠겨있을 때 초인종이 울렸다. 경희는 몸을 일으켜 현관쪽으로 나갔다.



『누구세요.. 』

 

 

『택배왔는데요... 』

 

『택배요? 택배올데가 없는데.. 엄마가 보낸건가? 』




경희가 현관문의 잠금장치를 풀고 문고리를 돌리자 갑자기 문이 빠르게 열리며 세명의 남자가 경희의 집안으로 경희를 밀치며 들어왔다.



『아악..!! 』



경희는 깜짝 놀라며 뒤쪽으로 밀려 거실안쪽으로 쓰러졌다. 고개를 돌려 순식간에 자신의 집에 쳐들어온 남자들을 본 경희는 경악했다. 몇일 전 학교 검도부실에서 자신을 강간했던 세명의 남자들이었다. 그나마 다행스럽게도 능력자로 변신을 하던 그 남자는 보이지 않았지만 그때의 두려운 기억에 경희는 또다시 뒤로 주춤거리며 물러나기 시작했다.



『어..어떻게 여길... 』

 

 

『집주소 알아내는것쯤이야 일도 아니지 크크 』

 


남자들이 다시 경희쪽으로 다가오기 시작하자 경희가 몸을 일으키며 외치듯 말했다.




『나..나한테 또 무슨 볼일이 남아있는거야!!! 』

 

 

『크크 그거야 뻔한거 아니겠어? 』


한 명의 남자가 경희에게 바짝 다가오며 대답했고 다른 남자들은 마치 자기집에 온 것인양 주위를 둘러보기도 하고 쇼파에 털썩 편하게 주저앉았다. 그리고 경희에게 다가온 남자가 침을 꼴깍 삼키며 체육복을 입고있는 경희의 가슴을 움켜쥐기 시작했다.

 


『흐윽..! 』




자신의 가슴을 만지는 남자의 손길에 경희는 몸을 떨었다.

남자의 손길이 느껴지자 또다시 그날 그 시간의 악몽이 그대로 경희에게 떠올라버리는듯한 느낌이었다.



『치..치웟!!! 』



경희가 남자의 손을 뿌리치며 뒤쪽으로 도망쳐 거실 한쪽에 있는 목검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목검을 남자들을 향해 겨냥하며 말했다.



『다..다가오지마!! 죽여버릴거야!! 』



경희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우선 이렇게 좁은 장소에서는 검이라는 무기가 오히려 장애가 될 수도 있었고 지희 덕분에 많이 좋아지기는 했지만 자신의 몸으로 이들을 제압할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었다. 그나마 다행인것은 그 능력자라는 남자가 오지 않았다는 것이긴 하지만 지금 상황만으로도 경희에게 좋은 상황은 아니었다.



『뭐야.. 아직 우리에게 대들 생각을 하고 있단 말이야? 』

 

 

『그날 당한걸로는 부족했나보지? 』




남자들은 검을 들고 있는 경희의 모습을 보고 비아냥거리듯 말하고 있었지만 말투와는 달리 그들의 얼굴에서도 약간의 긴장감은 나타나고 있었다. 쉽게 경희에게 가까이 가지 못하던 남자들중 한 명이 품안에서 무엇인가를 꺼내들었다.



『이게 뭔지 알아? 』



경희가 아무대답도 없이 목검을 겨눈채 그들을 노려보고 있자 남자는 손에 들고 있는 것을 경희쪽을 향하여 던졌다. 남자의 손에 들려있는 것들이 공중으로 흩날리며 어지럽게 거실바닥으로 하늘거리며 떨어지고 있었다. 바닥에 떨어진 것들을 보던 경희의 눈이 다시 동그랗게 커지며 놀란 얼굴을 하고 고개를 들어 남자들을 바라보았다.



『이..이건..!!! 』



거실 바닥에 뿌려지듯 흩어져있는 것들.. 사진이었다.

경희가 그날 검도부실에서 당할때 찍힌것으로 보이는 사진들이 남자의 손에의해 경희의 눈앞에서 뿌려진 것이었다.



『이게 학교에 뿌려지면... 어떤일이 일어날까? 응? 크크크 』



남자들은 키득거리며 놀란 얼굴을 하는 경희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고 그 사진들을 보는 경희의 손은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경희의 기억속에 강간을 당하며 사진을 찍힌 기억은 없었지만 경희가 정신을 잃어버렸을때 경희를 탐하며 찍어놓은 사진들인듯 싶었다.



사진속에서 경희는 가슴과 비부를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남자들의 물건을 입으로 빨고 있거나 남자들의 성기를 받아들이고 있었다. 거기다 일부 사진들은 남자들이 일부러 그렇게 보이도록 찍은듯이 다리를 벌리고 앉아있는 경희가 다리사이에 손을 넣고 자위를 하고 있는듯한 모습으로 연출된 사진같은 것들도 끼어있었다. 분명 그 사진속에서 경희는 정신을 잃은듯 눈을 감고 있었지만 얼핏봐서는 정신을 잃고 있는것인지 아니면 자위를 하며 느끼는 흥분감에 눈을 감은것인지 분간하기 어려웠다.



『자.. 이제 순순히 말을 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지? 』

 

 

『쓸데없는 짓 하지말고 그거 내려놓고 이리와!!! 』




이 사진들이 학교에 뿌려진다면 경희는 분명 학교를 그만두어야할 것이었다.

그리고 아마도 다른 학교에서 일하는 것도 불가능할지도 몰랐다.



『개같은 새끼들...!! 』

 

 

『크크크 이제 니 상황이 조금 이해가 돼? 응?? 』




남자들의 얼굴에 돌았던 약간의 긴장감이 풀어지며 남자들은 또다시 웃어대고 있었고 경희가 들고 있는 목검을 바라보며 천천히 경희쪽으로 다가오려는듯이 보였다.



"어...어떻게 해야하는거지.."



경희는 어떻게 해야할지 쉽게 판단이 서지 않았다. 이런게 학교에 뿌려지면 직장을 잃는것은 둘째치고 앞으로 자신의 인생이 엉망진창이 되어버릴것은 뻔한 일이었다. 그렇다고 그들의 요구를 순순히 응해줄 수도 없는 일이었다. 머리가 아파올 정도로 경희의 머리속은 갈등으로 가득차올라가기 시작했다.

 



『흐흐흐 이제 그만 포기하시지~? 』

 

『오빠들이 기분 좋게 해줄게~ 응?? 』




남자들이 경희의 검의 사정거리까지 도달했음에도 경희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자 경희가 포기했다고 생각하고 남자들이 목검의 사정거리 안쪽으로 들어와 경희쪽으로 다가갔다. 그런데 그 순간 경희의 목검이 들어올려지며 가장 가까이서 다가오는 남자의 목을 겨냥했다.

 


『뭐..뭐하는 짓이야!! 』




포기해버린줄 알았던 경희가 목검을 들어 그대로 찔러버릴듯이 남자의 목을 향해 들어올리자 남자들은 당황해하며 뒤쪽으로 조금 물러섰다.



『마음대로 해봐.. 』

 

 

『우리가 농담하는 줄 알아??!! 내일 당장이라도.. 』

 

『그까짓것 상관없어!!!!!! 』




경희가 무섭게 남자들을 노려보며 큰소리로 소리치자 남자들은 그 기세에 또다시 뒤로 주춤거리며 물러나며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어보이기 시작했다.



『난.. 오늘 여기서 죽는다.. 』

 

 

『뭐..뭐라구?? 』




『사진이 뿌려지는것하고.. 니들의 개처럼 사는것하고... 뭐가 달라??!! 지금부터 나는 선생따위가 아냐.. 내 제자들을 위해서라도.. 너희같은 쓰레기는.. 없애버리겠어.. 』



경희가 들고있는 목검을 힘주어 잡으며 남자들에게 말하기 시작했다. 분명 사진이 뿌려지는것은 경희에게 치명적인 일이었고 경희의 앞으로 인생이 망가져버릴 수도 있는 일이었지만 이렇게 그들의 요구를 들어주며 그들의 노예처럼 사는것 역시 다를바 없는 일이었다. 분명 그들은 점점 더 심한 요구를 자신에게 해올 것이었고 그런 요구를 다 받아준다고 해도 결국 사진을 뿌리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었다.



『이..이런데서 그..그몸을 하고 남자 셋을 상대할 수 있을것 같아??!!! 』



당황한 남자들이 말까지 더듬거리며 말했다. 분명 이런 장소에서 남자셋이 한꺼번에 덤벼들면 거기다 몇일 전 심하게 그들에게 당하기까지 한 여자라면 자신들에게도 승산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그 이전에 몇번이나 그들을 제압한 경험이 있는 여자의 위압감은 충분히 위협적이었다.



『죽는다고 말했잖아.. 』

 

 

『대신...!! 』

 

『최소한 한 놈.... 한 놈만.... 나랑 같이 가자..!! 』




경희는 어차피 자신이 선택할수 있는 것이 두가지밖에 없고 둘 다 자신이 망가져야만 하는 일이라면 이 쓰레기같은 인간들을.. 아니 최소한 그들 중 한명이라도 처리하겠다고 마음먹었다. 경희의 말에 그리고 한발씩 앞으로 다가오는 경희의 위압감어린 모습에 남자들은 계속해서 뒤로 밀려나기 시작했다.



『그..그럼 니..니 동생도 죽어!! 』

 

 

『뭐??!! 』




앞으로 천천히 나아가던 경희가 남자의 말에 놀란 얼굴을 하고 걸음을 멈추었다.



『지..지금 뭐라고..? 』

 

 

『니 남동생.. 시골에 있는 니 남동생도 죽는다고.. 』

 

『어..어떻게 그것까지...? 』

 

『흐흐흐.. 너도 그날 봤지? 형님의 능력.. 그걸로 니 어린 동생 목아지 비틀어버리는게 어려울거 같아? 늙은 니 부모 팔다리를 잘라버리는게 어려울거라고 생각해?? 』




남자들의 말에 놀라며 주춤거리는 경희의 모습에 조금 안정을 찿았는지 잔뜩 긴장해있던 남자들의 얼굴에서 긴장감이 사라지며 남자들은 다시 웃음을 되찿고 있었다. 남자중에 한명이 떨어져있는 사진을 집어들며 말했다.



『이 사진이 니 동생이 다니는 학교에 뿌려져도 괜찮을까? 』

 

 

『안돼..!! 』




경희가 다급하게 소리쳤다. 비록 철없고 버릇없는 동생이지만 부모님이 그렇게 아끼는 아들이었고 경희에게도 귀여운 동생이었다. 그리고 저 사진들이 동생이 다니는 학교에 뿌려질경우 무슨 일이 벌어질지는 쉽게 상상할 수 있었고 그런 일로 충격을 받으실 연로하신 부모님들까지 생각하면 절대 그럴 수 없는 일이었다. 거기다 남자들의 말대로 그들을 위해할경우 부모님과 동생의 목숨이 정말로 위험해 질 수도 있었다.



『그런 일은 없어야 되겠지? 』

 

 

『크크크크 』




경희의 모습에 용기를 얻은 남자들이 다시 경희에게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경희는 그들을 향해 목검을 들어올리지는 못하고 있었다. 어느새 경희에게 바짝 붙듯이 다가온 남자가 경희의 턱을 들어올리며 말했다.



『이제서야 우리말을 들어줄 생각이 드는건가? 』



떨리는 경희의 손에서 목검이 스르르 빠져나가 버렸다. 조금 전까지 경희에게 있던 선택권.. 둘 다 경희가 선택하고 싶지 않은 두가지의 선택권중에 그나마 한가지마저도 경희에게서 멀어져버렸다. 이제 경희는 선택할 권리가 없었다.



멍한 눈으로 벌벌 떨리는 몸을 하고 있는 경희의 입술을 남자의 입이 덮어갔다. 경희는 남자의 입을 그리고 남자의 입에서부터 들어오는 혀를 느끼며 모든걸 포기한채 눈을 감아버렸다. 눈을 감은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방울져 흘러 내리기 시작했다.

 


경희의 입속에서 혀를 놀리고 있는 남자가 손을 들어 경희의 체육복 지퍼를 끌어 내리기 시작했다. 체육복 상의가 좌우로 갈라지며 하얀 면티가 드러나자 남자가 체육복속에 손을 넣어 경희의 가슴을 움켜잡았다. 하지만 경희는 몸을 떨면서도 남자의 손을 뿌리칠 수가 없었다.


 

 

 

 

 

 

 

 

 

 

 

 

 

 

 

 

 

띵동~




그때 또다시 경희의 집 초인종이 울렸다. 경희가 눈을 뜨고 경희와 키스를 하고 있던 남자가 황급히 경희의 입을 막고 다른 남자가 문쪽으로 다가가 밖에 있는 사람을 확인하도록 만들어진 작은 틈으로 밖을 내다보고는 다시 거실쪽으로 다가왔다.



『이년 학교 학생인가본데? 어쩌지? 』

 

 

『남학생이야? 』

 

『아니 여학생이던데..? 』

 

『흐음.. 잘됐네.. 안그래도 여자가 부족하던 참이었는데.. 안그래? 』




남자의 말에 문밖을 보고왔던 남자가 좋은 생각이라는듯 웃어보이기 시작했다.

경희의 입을 막고 있던 남자가 경희의 귀에 속삭이기 시작했다.



『나가서 밖에 있는 년 데리고 들어와.. 』

 

 

『우읍!!! 』




경희가 남자의 말에 놀라며 무슨 말인가를 하려고 했지만 남자의 손에 막혀있는 입에서는 "읍읍"거리는 소리밖에 나오지 않고 있었다. 누군지 모르겠지만 자신의 학생들에게 이런 짓을 당하게 할 수는 없었다. 그것도 자신의 손으로 그런일을 당하도록 이곳으로 데리고 들어올 수는 없는 일이었다.



『도망가거나 쓸데없는 짓을 하면... 어떻게 되는지 알지?? 』



남자는 경희를 위협하며 경희의 입을 막고있던 손을 떼고 경희를 현관문쪽으로 밀었다. 경희는 몸을 떨며 현관쪽으로 다가가 눈물을 닦고는 천천히 문을 열었다. 그리고 현관문 앞에 서있는 여학생을 보고 또다시 놀라며 몸을 떨기 시작했다.



"지...지희...? 왜..왜 하필이면.. 네가..?"



불길한 악몽이 현실이 되려는듯 그렇게 열려진 현관문 앞에서는 지희가 생글생글 웃으며 작은 보따리를 들고 서있었다. 언제나 경희를 즐겁고 기분좋게 만들어주던 지희의 웃는 얼굴이었건만 지금 지희의 얼굴을 보고 있는 경희에게는 엄청난 절망감이 스며들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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