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야설) 붉은 달(月)을 베다. 9 회
** 白雲俠(낭만백작)著/ 붉은 달(月)을 베다. **
제 9 회 상련(相憐)의 연정(戀情) 1
`기다리고 있었다고 놀리듯 던지는 하루(春)의 한마디 말..!
어물쩡거리는 명(明)의 모습이 그만큼 순진하고 천진무구해 보였던가? 귀엽다고 말한 후 스스로
부끄러움에 눈을 살짝 흘기는 하루(春)의 표정이 더없이 고혹(蠱惑)스러워 오히려 눈길을 마주
치지 못하는 명(明)의 손을 잡아 살며시 보료로 끌어당기는 그녀의 손길에 어쩔 줄 몰라 하는
명(明)의 귀에 다시 애잔한 말이 흘러들었다.
「명(明)님.. 단 한번, 단 하루 만이라도 여자의 마음을 느끼고 싶었습니다. 자신의 이익을 찾
아 계략(計略)에 얽힌 짐짝처럼 오가는 여인의 몸뚱이가 아니라 진정 사모의 정(情)이 담긴 여
인이 되어보고 싶었습니다.」
눈물이 어른거리는 큰 눈망울을 하고 명(明)을 올려다 보며 말을 하고 있는 그녀의 얼굴에는 슬
픔가득한 애련(哀憐)함이 묻어 있었다.
「하루(春)님.. 어찌 그런 말씀을..! 이렇듯 미려(美麗)하고 지체 높은 하루(春)님을 누가 분별
없이 대한단 말입니까? 차즘 행복을 찾아 가실 거외다.」
「후훗.. 행복..? 흔들리는 마음을 가누지 못해 죽음을 생각하는 이 처지..! 전국의 여인에게
행복이란 무엇일까요? 아래 것들을 거느리고 호의호식하며 지위를 누리는 호화로운 생활..? 이
하루(春)의 일생이란 오직 새장에 갇힌 화조(花鳥)의 신세일 뿐입니다.」
「하루(春)님..! 나에게.. 나에게 왜 그런 말씀을..?」
「명(明)님의 그 순박(淳朴)하고 따뜻한 마음 때문이지요. 저는 언제나 힘을 가진 자의 노리개
일 뿐이었습니다. 그러나 후원에서 저에게 보여주신 명(明)님의 눈빛은 진정 이 하루(春)를 염
려해 주는 따뜻한 눈빛이었습니다.」
이처럼 진정(眞情)을 털어놓으며 한걸음 다가오는 이 여인의 마음에 명(明)은 순간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고니시가 보낸 닌자(忍者)들과 대치하며 요시도시의 아내라 큰소리로 외치던 그 처절한 모습을
바라보며 `옳다. 지금이 저 여인을 이용할 기회다라고 마음속으로 결심을 한 명(明)이었다.
어쩌면 자신이 이곳 대마도를 벗어날 수단으로 선택한 여인이 아니었던가? 그런데 이 여인이
적국(敵國)의 청년에게 상련(相憐;서로 가엾게 여겨 동정함)의 정(情)을 느껴 마음을 열고 다가
온다.
그러나 이 여인에게 연민을 느끼고 있을 여유가 없었다. 명(明)의 선택은 이 여인의 마음을 사
로잡아 오직 이 대마도를 벗어나는 일이 지상의 과제였던 것이다.
「하루(春)님.. 저는 도주(島主)님에게 꼭 전해드려야 할 말씀이 있어, 그 부탁을 드리기 위해
하루(春)님을 찾아온 것입니다.」
어설프게 그 자리에 어울리지 않는 변명을 늘어놓는 명(明)의 허리를 와락 당겨 함께 보료위에
넘어져 뒹구는 여인의 입에서 안타까운 소망(所望)의 소리가 흘러나왔다.
「명(明)님.. 그 말씀은 나중.. 나중에..!」
* * * * * * * * * *
침요(寢褥)위에 반듯이 누워 명(明)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는 여인의 옷자락은 어느새 양옆으로
열려져 투명하고 맑은 나신이 눈앞에 드러난다.
그 옷자락 속의 두 다리는 길게 뻗어 있으며 뽀얀 허벅지의 속살 위 비부 한가운데 검은 수풀은
살랑살랑 나부끼며 수줍은 듯 분홍빛 아랫입술을 살며시 벌려 촉촉이 물기를 머금고 있었다.
「어서.. 어서요..! 몸을.. 제 몸을 부탁드립니다!!」
가슴을 두근거리며 여인의 비부를 내려다보는 명(明)의 등 뒤로 두 팔을 돌리며 뱉어내는 감미
로운 목소리에 순간 야릇한 쾌감이 아랫도리에 몰려든다.
바지속의 살덩이가 꿈틀거려 툭 불거져 나올 것만 같은 느낌에 당황해 어쩔 줄 몰라 하며, 여인
의 눈앞에서 쩔쩔매는 명(明)이었다. 이렇듯 지근(至近)에서 적나라하게 쳐다보는 여인의 나신
(裸身)이 순간 명(明)의 호흡을 멈추게 한 것이다.
절영도(切影島) 맑은 물이 흐르는 냇가에서 목욕을 하던, 풋내나는 연(蓮)의 발가벗은 몸을 훔
쳐보던 어린시절은 호기심만 가득했었다. 그러나 하루(春)의 무르익은 육체를 대하고 있는 지금
은 울컥 정염(情炎)이 치솟아 올랐다.
「호호호.. 명(明)님은 너무 짓궂으셔..! 너무 그렇게 보기만 하면 하루(春)는 부끄러워요..!」
어쩌면 놀리는 말도 같았다.
그러나 그 얼굴은 진정 기쁨에 들떠있는 듯.. 하루(春)의 맑은 눈동자가 명(明)의 가슴을 설레
게 한다.
「으음.. 하루(春)님..!」
갑자기 끌어 오르는 정욕을 주체하지 못해 그냥 엎어져 달려드는 명(明)을 품속에 포근히 받아
들이는 하루(春)는 얼굴가득 미소을 머금고 있다.
「어머.. 명(明)님.. 처음이신가 봐, 호호호.. 기뻐요.. 자.. 이리로..!」
앞뒤 가리지 않고 맹열히 달려드는 명(明)의 허리를 조용히 밀어 제지하며 조심조심 하의(下衣)
를 벗긴 하루(春)의 손안에 어느새 꿈틀거리는 명(明)의 살덩이가 쥐어져 있었다.
갑자기 아래가 서늘하고 허전해지는 느낌에 하루(春)의 허벅지 사이로 엉덩이로 바짝 들이미는
명(明)의 육봉(肉峰)은 점점 단단해져 간다.
길게 뻗은 다리와 조금은 풍만하게 여겨지는 여인의 허벅지를 내려다보며 다시금 몰려드는 야릇
함에 기운이 명(明)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들었다.
여인의 한손은 명(明)의 살덩이를 살며시 쥐고 천천히 흔들며 다른 한손은 좌우로 한없이 벌어
져 있는 자신의 허벅지 속으로 가져가 분홍빛 둔덕을 문지르고 있었다.
「아흥.. 으흐흥..!」
그 순간 여인의 입에서 저절로 울리는 상큼한 목소리..! 그 호흡이 끊어지듯 하는 소리에 화들
짝 놀란 명(明)의 빳빳하게 힘이 들어간 육봉이 촉촉이 이슬을 머금고 있는 여인의 분홍빛 비부
속으로 밑둥까지 푸욱 파묻혀 버렸다.
「아악.. 아으으.. 천천히.. 부드럽게.. 명(明)님.. 하루(春)는.. 하루(春)는.. 으흐흐흑..!」
요란하게 엉덩이를 좌우로 흔들며 눈을 꼬옥 감은 여인의 입에서 들뜬 비음이 흘러 나오기 시작
했다.
조금씩 꿈틀거리던 여인의 비부속 동굴은 이제 활화산처럼 타오르기 시작했다. 그토록 기품있고
고아한 여인의 내면에 이토록 불타오르는 정열이 숨어 있었을까?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는 정인(情人)이라 생각한 하루(春)는, 명(明)의 육체속에 그동안 참고 억
압해 왔던 자신의 모든 열정을 뿜어내려는 작정이었다.
「으흐흑..!」
명(明)의 입에서도 짧은 신음이 흘렀다.
여인의 뜨거운 동굴속에 담겨있는 자신의 살덩이가 그 속의 살점들에 둘러싸여 이리저리 휘둘려
지자, 울컥 터져 나오려는 아랫배의 뻐근함에 저절로 신음이 입술사이로 새어나온 것이다.
(아니지.. 내 비록 경험은 없다하나 이 일본의 여인에게 질 수는 없는 일..!)
금방이라도 끝을 향해 달려가려는 육봉에 다시 힘을 모으고 신정(身精)을 속으로 갈무리 하며
하체를 여인의 엉덩이 골짜기에 밀어 허리를 천천히 놀리기 시작했다.
「끄윽.. 으으으.. 어떡해.. 어떡해.. 명(明)님.. 하루(春)의 그곳이 꿈틀거려요..!」
황홀한 열기가 아래에서 부터 치밀어 올라 엉덩이를 덜석이는 하루(春)의 입에서는 콧소리 섞인
신음이 연신 터져 나온다.
「하하학.. 죽어.. 나 죽어.. 어쩌나.. 뜨거워.. 어흑.. 좋아.. 아.. 좋아.. 으으으으..!」
엉덩이의 살들이 더욱 조여들며 행여나 빠져 나갈까 다리를 들어 명(明)의 허리에 돌려 더욱 끌
어 안고 있는 들뜬 여인이었다.
열려진 가슴은 보름달처럼 명(明)의 눈을 밝히고 있다. 그 한가운데에 볼록 솟은 앵두같은 젖꼭
지를 덥석 입속에 물어 잘근잘근 깨물어 주었다.
「으흑.. 좀 더.. 끄으으.. 어머.. 어머.. 어떡해.. 느껴요.. 명(明)님.. 드디어.. 아아.. 드디
어 하루(春)가 느껴요!! 끄으으으.. 오.. 온다.. 며.. 명(明)님.. 와요.. 아아아앙..!」
그 순간.. 허리 뒤로 돌려진 두 다리에 경련을 일으키듯 힘이 들어가며 여인의 엉덩이가 위로
튀어 오른다.
「.. 고마워요..! 정말 기뻐요.. 명(明)님..!」
여인의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그리고 꼬옥 감겨져 있는 그녀의 눈에서 한 방울 눈물이 떨어져
내렸다.
「어.. 하루(春)님..! 울고 계신겁니까..?」
「아녜요. 아닙니다..! 기뻐서.. 하루(春)가 이렇듯 명(明)님의 품속에 안겨있다는 사실이 너무
나 기뻐서..!」
드디어 스스르 온몸의 힘이 서서히 사그러지며 엉덩이가 털썩 보료에 내려앉는 여인을 보며 여
인을 보며 명(明)의 얼굴에는 쓴웃음이 흐르고 있었다. 아직 그의 하체에는 기력이 충만해 있었
던 것이다.
* * * * * * * * * *
옷을 단정히 하고 자세를 갖춘 하루(春)가 명(明)의 앞에서 두 손을 다다미에 집고 깊이 허리를
굽혀 고개를 숙인다.
「저에게 여자의 기쁨을 알게 해주신 명(明)님께 진심(眞心)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명(明)님..!
좀 전에 하시려든 말씀.. 이제 들려주세요.」
그녀 앞에 당당히 앉아있는 명(明)에게 조금 전 도주(島主)에게 전할 말이 있다고 한 그 전언을
듣고자 기다리고 있는 하루(春)였다. 고개를 숙이고 있는 그녀의 양 볼은 아직 열정의 여진이
남아 발갛게 물들어 있었다.
「예.. 하루(春)님..! 얼마 있지 않으면 일본의 운명을 좌우하는 큰 싸움이 벌어질 것입니다.
제가 하루(春)님을 찾아 이방에 오기 전에 아버님이신 고니시님과도 잠깐 나눈 말입니다.」
「저도 짐작은 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아버님께서 저를 염려해 미리 본토로 보내려 한 것이겠
지요.」
「맞습니다. 요시도시님은 어느 편을 선택하시기보다 이곳 대마도가 언제나 무역의 중심지가 되
는 것을 바라고 또한 자신을 이곳의 영주(領主)로 남겨줄 그 한쪽을 선택하실 것입니다. 그리고
앞으로의 힘이 어느 편에 기울었는가도 계산을 하고 계시는 분이지요.」
「이미 천하의 승부가 결정지어져 있다는 말씀입니까?」
「미루어 짐작을 하고 계시는 것입니다. 이미 서거(逝去)한 도요토미의 충신인 고니시님과의
인연을 멀리하려는 것도 그 때문이겠지요. 만약 하루(春)님의 신상에 변화가 온다면 어떤 경우
라도 제가 지켜 드릴 것을 고니시님에게 약속했습니다. 또한 아버님의 성(城)인 우토성(宇土城)
까지 제가 모실 것이라 단단히 말씀을 드렸습니다. 」
「그만.. 그만..! 명(明)님 말씀은 고맙습니다만.. 그것이 이 시데를 사는 우리 여인들의 운명
이라 하지 않았습니까? 도주에게 전하고자 하는 전언부터 우선 들려주세요.」
방금, 마음을 준 정인(情人)과 보낸 격정(激情)의 시간이 아깝다는 듯 가슴 아픈 말은 듣기가
싫다는 하루(春)의 앙탈이었다. 그만큼 명(明)과 주고받은 연심(戀心)을 마음깊이 간직하고픈
그녀의 안타까움이었다.
「알았습니다. 긴말은 하지 않겠습니다. 하루(春)님께서는 저와 도주가 독대를 할 자리를 마련
해 주십시오. 정권을 쟁취할 주도권의 싸움에서 이 대마도가 다치지 않고 살아남을 계책을 알려
드리겠다고 말씀드려 주십시오.」
「왜요..? 왜입니까? 명(明)님에게는 이 대마도가 어찌되던, 이곳의 도주(島主)가 어떻게 되던
아무런 상관이 없는 사람이 아닙니까? 그런데 왜 도주를 살리려 하십니까?」
하루(春)는 자신의 마음보다 대마도주의 목숨을 염려하는 명(明)의 말이 서운한 것이었다. 그
말을 들은 명(明)이 얼굴에 잔잔한 미소를 띠우며 달래듯 설명을 했다.
「이곳 대마도가 전란에 휘말리면 이곳에 정착을 할 우리 조선의 도공(陶工)들이 다치게 됩니
다. 그리고 도주(島主) 요시도시님은 조선의 벼슬아치이기도 합니다. 그러니 조선 사람인 저는
당연히 도주를 도울 수 밖에요.」
그래도 자신보다 다른사람을 위하는 명(明)의 마음이 원망스럽다는듯 고개를 말없이 숙이고 있
는 하루(春)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