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형의 꿈 그 후의 이야기. (2)
저자 : ‘신비디움 (Cymbidium)’ 1978년생, 여성.
공동 번역, 각색 : 야래향(夜來香), 천연자석
4. 화려한 빛 속으로.
[어엇! 왜 이러지?]
[갑자기 왠...?]
엔카의 왕녀 ‘아야세 미오’의 무대가 한참 진행되는 어느 순간...
갑자기 무대의 조명이 잠시 꺼졌다가 다시 들어왔다.
굳은 얼굴로 배전과 전원 등을 확인하는 사람들, 모양 좋은 구렛나룻을
기른 건장한 노인...이곳 옛 스테이지의 총 책임자인 노인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으득! 노인이 어금니를 강하게 깨물었다.
[전원을 끊었다구요? 사실입니까?]
주위에 있던 이들...특히 유키노가 걱정스레 물었다.
노인이 고개를 끄덕여 긍정을 표했다.
노인의 눈이 한쪽에 있는 계기판을 빠르게 훑었다.
가동되고 있어 얼마 정도는 괜찮네만...그 이후엔 끝장이지...하지만,
놈들! 너무 얕봤지...암! 이 곳은 예전 최고의 무대였네...최고의 ‘예인
(藝人)‘들 만이 설 수 있었던 꿈의 무대...그리고, 오랜만에 이 무대에
어울리는 공연을 지금 보고 있네...그렇다면 그 것을 지켜주는 것은
우리의 몫이지...좀 도와줄 수 있겠나? 고생이야 되겠지만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지...허허헛...!]
유키노가 고개를 숙여 보였다.
슥...그녀가 뒤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그녀의 시선을 받은 몇몇이 움찔
거리는 기색이 역력했다.
[앵콜! 앵콜!]
[우와아아아!]
함성이 ‘천지를 진동시킨다.’ 는 말에 걸맞게 엄청난 기세로 울려 퍼졌다.
엔카의 왕녀 ‘아야세 미오’ 이후 순번이 몇 번인가 바뀌었고...
환희의 표정과 만족스러운 미소...땀에 젖다시피 한 착 달라붙은 농염한
의상... ‘쿠스노키 시노부’가 다시 나와 무대의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그녀가 들어간 후...
낮은 저음이 섞인 신디사이저가 깔리며 드라이아이스의 안개가 흘러
나오기 시작했다.
[자, 여러분! 다시 이어질 화려한 무대! ‘요정’ 이라는 이름이 아깝지
않을 신예 아이돌! ‘스위트 페어리!’ 여러 분 앞에 모습을 드러냅니다!]
[우아아!]
[와아!]
능숙한 진행솜씨를 보여주는 전직 MC라는 모 프로덕션 매니저의 세련
되고 구수한 음성과 함께 촤앙! 사방에서 밝은 라이트가 빛이 났다.
그리고, 차박차박 등장하는 아이들...
살포시 내리깐 눈...농염한 듯, 씩씩한 듯...자신감 넘치는 기운을 온
몸으로 뿜어내는 아이들...
절정...크라이 막스는 시작되었다.
[......]
관객들은 말을 잊었다.
아니 도무지 환호의 목소리도 비명도 나오지를 않았다.
환상적인 율동...두 아이들의 화려한 댄스 솜씨도 그러했지만 무엇보다
말을 잊게 되는 이유는 따로 있었다.
뇌리를 강타하는 충격...그 것은 바로 두 아이들의 노래 때문이었다.
노래란 무엇인가...그것은 인간의 목소리로 표현되는 예술을 의미한다.
인간은 어디까지 도달할 수 있는가...
‘신이내린 목소리’는 현재 세상에도 분명히 존재한다.
파...하지만 실제로는 4옥타브...그리고, 현존하는 최고의 가수가 불렀다는
기네스북 상의 최고음이 G7#-NOTE 라고 한다.
이렇듯 인간 한계를 의미하는 최고의 음역을 소화하는 가수들은 분명히
존재하는 것이다.
그 것도 격렬한 댄스를 소화 해 내면서 부르는 두 아이들의 목소리가
바로 그것이었다.
이른바 ‘하이 노트’...고음의 완벽한 소화...흡사 새 소리인 듯...소리높이
지저귀는 새 소리인 듯...듣는 이들의 등줄기에는 소름이 쭈르륵! 돋았다.
애드립 정도가 아닌 가사와 곡의 완벽한 소화...
마치 강렬한 하이 소프라노 오페라음악을 듣는 듯한...그 것도 곡예에
가까운 격렬한 댄스를 추면서 말이다.
이것은 인간의 것이 아니다...라는 두려움...‘어찌 인간이 이럴 수 있을까?’
라는 두려움...립싱크가 아니었다...분명 라이브였다...하지만, 과연 이게
내 귀로 듣고 있는 것이 맞는가?
관객들...음악을 연주하는 KAMA 멤버들...여타의 다른 연예인들...
그들 모두 말을 잊을 수밖에 없었다.
천사와 악마의 춤 인 듯...그리고, 어우러지는 ‘미성 (美聲)’은 확실히
극한의 슈퍼 노트를 선보이고 있었다.
한참동안...땀 흘러내리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무대는 조용했다.
두 곡의 노래가 연달아 울려 퍼진 뒤 정적에 휩싸인 무대...
등장했을 때와 같이 두 아이들...아카리와 미카는 무대에서 안개를 뚫고
차박, 차박 걸어 자취를 감추었다.
남겨진 것은 정적...오직 고요하기 이를 데 없는 정적뿐이었다.
펄럭펄럭...모자를 벗어 부채로 사용하며 관리인 노인은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있었고 전선이 길게 연결되어 있었다.
땀이 범벅이 된 채로 지친 표정을 해 보이는 사람들...
특히 헐렁해진 와이셔츠를 여미며 후우 숨을 내쉬는 난바라 라는 남자의
모습이 보였다.
남는 인원이 거의 모두 이 중노동에 참여한 듯...흠뻑 땀방울을 흘리는
모습들이다.
[이제...쉴 수 있는 겁니까?...]
[후우욱...]
이라면 자동식의 발전기가 있었지만 이곳이 잘 사용되지 않으면서 다른
곳으로 옮겨졌으니 어쩌겠나, 다행히 아주 예전에 쓰인 구동형 발전기가
있었으니 말이지...허허헛...운동 좀 했다고 생각하게나...]
쓰윽...목에 걸친 면 타올로 땀을 닦으며 노인이 너털웃음을 지었다.
바라보고 있었다.
최고의 무대를 보았다는 듯 모두 나와서 인사를 하는 어린 예인들을
향해 대견스럽다는 눈빛을 보내는 노인이었다.
그렇게 꿈의 무대는 막을 내리고 있었다.
다음날...유키노가 설립한 신 에이전시의 사무실...
‘반역! 과연 어디가 슈퍼 스테이지 였는가?’
‘진정한 슈퍼 스테이지 그 곳에서 새로운 신예들을 보았다.’
터억! 방금 나온 연예신문을 탁자 위에 펼쳐 보이며 흥분을 감추지
못하며 수더분한 인상의 남자가 환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보십시오!]
[......]
[-몇몇 켄셉에 맞추어진 정형화된 얼굴들...이번 반란은 거기에 종지부를
찍었다. 새로운 신예들이 자신들을 알린 것이다. 특히, 환상적인 무대를
선보인 요정들...현재 지역 캐이블 채널인 ‘캣 티비’에서 활동중인 참신한
아이돌 ‘스위트 페어리’들은 관객들의 놀라움과 갈채를 받으며 새로운
스타의 대열로 단숨에 도약했다.-
하하핫! 어제 저녁부터 난리도 아닙니다.
각종의 섭외 요청과 출연요청...거기에 중앙 TV방송국과 대형 기획사
로부터 수많은 접촉이 있었습니다...업무가 마비될 정도입니다.]
유키노는 말없이 부하직원이 건넨 신문을 훑었다.
최대한 감정표현을 자제했지만 반짝반짝 눈동자에는 희열이 가득한
모습이다.
[아, 그리고, 난바라 상으로부터 연락입니다.
새로운 조건으로 다시 계약을 하자는...아무래도 이번 일로 계약조건을
더 올려줄 것 같습니다.]
[......]
주위를 잠시 둘러보았다.
이었다.
지금 비교적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규모도 작고 알려지지 않은 보잘 것
없는 규모라 거의 전 직원이 전화통화에 매달려 있는 상태다.
이곳저곳 전화벨이 계속 울리고 있었고 몇몇 직원들은 아예 여러 개의
전화 수화기를 들고 바삐 통화하고 있었다.
[캣 티비의 ‘난바라’상 에게는 오늘 오후에 만나자고 해 주세요...그리고,
어떤 조건을 붙인다 하더라도 현재까지 계약된 대로 스케줄을 이행하도록
하시고...절대 진행 되어야 할 일정에는 차질이 있어서는 안됩니다.]
이 기회에 우리도 중앙의 쇼 프로나 무대로 진출할 수 있는 겁니다.
물론, 이전 거래처와의 관계는 청산해야 하겠지만, 그렇다 해도 놓치기
아까운 기회입니다. 해서...]
스윽! 유키노의 서늘한 시선이 그를 향했다.
움찔 부하직원의 몸이 자라목이 되며 찔끔거린다.
[많이 알려진 오래된 길을 버리고 편하고 넓어 보이는 새 길로 가는
것은 신중해야 하는 법이죠...
더구나, 인기에 따라 영합하다니요...유명해졌다고 해서 이전에 알고
지내던 사람들...헌신적으로 돌봐 주셨던 고객들을 저버린 다는 것은
장기적으로 볼 때 오히려 마이너스 요소가 될 수도 있습니다.]
[죄송합니다. 사장님...제 생각이 짧았습니다.]
납득했는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그 남자직원은 유키노에게 깍듯이
예를 갖추었다.
다소 독선적인 면이 있는 상관이긴 하지만 그녀의 말 또한 일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는 법...더구나, 초창기부터 한 솥밥을 먹으며 눈빛만 보아도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눈치를 챌 정도로 마음이 통하는 상사였다.
[아이들에게 휴식도 줄 겸, 주말까지 점심 무렵의 CM진행 외에는 모든
스케줄을 취소하도록 하세요...각 출연 프로그램의 담당자 분들께 양해를
구하도록 하구요...]
[알겠습니다. 사장님...]
[...그리고, 부담가지 않을 범위 내에서 소화 가능한 기획과 섭외, 출연
요청을 검토해서 보고서를 작성해 올리세요.
지금까지 일정을 비교적 느슨하게 잡아 왔으니 못해도 두 세건 정도는
소화가 가능할 겁니다.
이번에 슈퍼 스테이지에 참여는 못했지만 그에 못지않은 성과를 얻었
으니까요...잘 차려진 뷔페...배가조금 부르다고 진수성찬을 한입도 안
먹는다는 것은 오히려 어리석은 일이겠지요...그리고, 아까의 충고 정말
고마워요...앞으로도 잘 부탁합니다.]
환한 표정으로 기운차게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는 부하의 뒷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던 유키노의 입가에 짧게 미소가 스쳤다 사라진다.
팔락...유키노의 손끝에 아까의 연예신문이 넘겨졌다.
거의 중심기사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의 대서특필이었다.
불과 반년도 못되어 일어난 변화...이 두 아이들은 그녀에게 어떤 존재
일까...함께 반란을 일으켰던 다른 소년소녀들과 함께 한데 엉켜 환호성을
지르는 요정들...아카리, 마키의 모습이 뚜렷이 그녀의 뇌리에 각인되고
있었다.
[네! 감사합니다!]
[후후...저 잘했나요? 수고하셨습니다.]
짜랑짜랑 맑게 울리는 목소리가 사람들의 귀를 기분 좋게 해 주었다.
예를 들어 싸고 질 좋은 옷가지나 신발, 혹은 각종 소품을 파는 가게를
소개해 주거나, 주변에서 일어난 흥미로운 일들을 소개하는 오락 프로그램
...처음에는 시간 때우기 식으로 편성되었던 프로그램이었지만 지금은
당당히 인기프로의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의외로 거의 모든 전 연령층의 지지를 얻게 되었으며, 특히 또래의 아이를
가지고 있는 주부와 아저씨들에게 의외의 인기를 얻고 있는 상황이다.
[매니저! 조금 늦었네요...]
거의 일상적이라 할 정도의 모습...인형같이 예쁜 두 아이가 유키노의
품에 파고들어 부비적거리는 장면은 흡사 영화나 화보의 한 장면이라고
할 정도로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다소 중성적인 이미지의 여장 미소년과 꼬마 악마를 연상시키는 도발적인
미소녀...그들이 한데 엉켜진 모습은 언제나 묘한 감흥을 불러일으킨다.
특히 사람들의 눈길을 끄는 것...그것은 항상 무표정 내지는 싸늘하기
그지없는 ‘얼음마녀’가 사르르 웃는 모습을 보이는 때문이리라...
구름이 짙게 끼인 겨울날...점차 구름이 열리고 따스한 햇살이 스미듯이
반짝반짝 빛난다는 느낌의 그런 미소였다.
마치 얼음여왕이 자신의 아이를 보고 짓는 듯 자애로움과 따스함,
사랑스러움이 깊이 배인 웃음이었다.
묘하게 가슴을 진탕시킨다고나 할까...?
살며시 손바닥 위에 내리는 눈송이처럼 잠깐 동안에 녹아버리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래서, 유키노가 웃는 모습...특히 두 아이들과 같이 웃는 모습은 거의
촬영되지 못하는 희귀한 장면이었다.
바라보기만 하기도 바쁜 그런 장면...잠깐의 부드러운 미소는 스치듯
지나가고 다시금 얼음마녀의 모습이 되어버린 그녀...그녀의 귓가에
아이들의 속삭임이 들려왔다.
[누나, 주말까지 오후 스케줄은 이 이상 없다고 하던데 정말 이예요?]
[와아~! 그럼 언니! 우리 뭐 먹으러가요..응? 그리고 이따가 전에 말했던
‘전망대‘ 가면 안 되나요?]
[......]
속닥속닥...귓가에 상큼하면서 간질거리는 느낌이 전해져 왔다.
빙긋 스치는 짧은 웃음...가만히 고개를 감고 그 감촉의 여운을 즐겼다.
[매니져 아니, 누나! 저도 마키랑 같은 의견인데요...네?]
약간 짖궂은 웃음소리를 흘리는 아카리...그리고 찰싹 달라붙어 애원
섞인 콧소리를 흘리는 마키...언제 느껴도 간질간질...기분 좋은 느낌이다.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후후훗...정말이예요? 응?]
바싹 달려들 듯 품에 파고드는 두 아이들...가만히 보듬어 안으며
부비적거리는 두 아이가 전해주는 전율스러운 그 느낌을 감미롭게 음미
하다가 슬쩍 고개를 들었다.
지켜보는 사람들...‘캣 티비’의 스탭들과 직원들...특히 귀여운 얼굴의
타 프로 출연진인 듯 보이는 소녀 몇이 저마다 발개진 얼굴로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약간 우쭐한 느낌마저 들었다.
몸을 쭈욱 늘이듯 일으켰다.
살짝 옷매무새를 정돈하고 안경을 올려 썼다.
유키노 에게서 차가운 느낌이 다시금 물씬 풍겨 나온다.
[네!]
[언니! 같이가요...]
다시 얼음마녀로 돌아간 그녀...까르르 웃으며 같이 따라가는 소년,
소녀...스튜디오를 나설 때 까지 사람들의 시선이 쫓고 있었다.
내려다보이는 밤경치는 말 그대로 별이 흘러가는 듯 한 광경이었다.
반쯤 자란 창백한 달이 떠 있는 하늘에도, 형형색색의 불빛들이 춤추는
땅에도 온통 흐르는 별들 투성이...
달그락...반짝이는 식기를 잠시 내려놓았다.
맞은편의 두 아이들...아카리, 마키와 같이 50층 높이의 스카이라운지
에서 먹는 저녁 식사였다.
바닷가재 스프, 연어와 참치 등을 이용한 스테이크...주방장이 심혈을
기울였다는 진귀한 해물요리였다.
상큼한 향이 느껴지는 백포도주를 머금고 헹구듯 입 안에 굴렸다.
[아이스크림? 그런데...이 꽃...멋있어요!]
역시 유키노보다 먼저 말끔히 접시를 비운 아이들 앞에 각기 체리와
골드 키위를 얹은 아이스크림 잔이 날라졌다.
특히 아이스크림 잔에 굉장히 정교한 솜씨로 조각되어 얹어진 과일 꽃은
아이들의 탄성을 자아내기 충분했다.
아이들과 같이 기꺼운 마음으로 한입 떠먹었는데 일반 우유로 만든 것이
아닌 요구르트를 이용한 것으로 적당한 단맛이 입 안을 상쾌하게 씻어
주는 듯 하다.
[네! 맛있었어요...]
[저두요...언니! 나중에 또 와요...]
아쉬운 기분이었다.
그녀 자신도 이처럼 한가로운 저녁식사는 처음이다.
정말 눈코 뜰 새 없이 바빳던 나날들...가늘고 긴 숨이 절로 내쉬어 진다.
마치 길고 긴 어두운 터널을 빠져나온 후의 기분이랄까?
[그래...그럼 이제 슬슬 일어서도록 하자. 가서 쉬어야지? 응?]
살짝 미소를 지으며 아이들에게 말하는 그녀...하지만 부드러웠던 미소가
싹 자취를 감추고 약간 곤혹스러운 표정이 되어버린다.
[너...너희들...?]
[......]
[......]
싸르르 등줄기에 소름이 돋는다.
아이들의 시선...그 것은 의미심장했고 또, 굉장히 끈적거린다.
할짝...분홍빛 꼬마악마 마키의 입술이 벌려지고 싸아아 혀가 입술을
핥는다.
아카리...어느 여자아이보다 길고 아름다운 머릿결을 슬쩍 정리하듯
쓰다듬으며 의미심장한 시선을 던졌다.
스르르...뻗쳐온 아이들의 손이 그녀의 손등에 얹혀졌다.
[언니...우리들이 원하는 것 또 하나...있어요...]
[누나...누나도 아실거예요 우리가 무엇을 원하는지를...]
[......!]
유키노의 눈망울이 일순 당혹감으로 물들었다.
아이들이 자신을...정확히는 그녀의 육체를 원하고 있는 것이다.
하긴 며칠인가 아이들과 관계를 전혀 가지지를 못한 상태...아닌게
아니라 아이들의 묘한 시선을 받자 그녀 자신도 살짝 뜨거운 열기가
스멀거리며 치밀어 올랐다.
그러나, 애써 진정하며 싸늘한 시선을 아이들에게 보냈다.
아이들은 서로 마주보며 키득 웃는다.
그리고, 다시 그녀를 바라보는 시선...둘의 입에서 소름 끼칠 정도로
감미롭고 끈적거리는 목소리가 들려 왔다.
유키노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버렸다.
[우리들은...인형...유키노 언니...당신의 소유물...하지만, 우리는 언니를
가지기도 하지요...언니의 모든 것을...원해요...]
[지금까지 주인님은 우리를 너무 잘 대해 주셨어요...이전, 우리에게
실망과 분노만을 안겨주었던 타락자들과는 달리...]
[올곧은 정신과 선한 마음과 뜨거운 영혼을 지닌 당신...]
[그렇기 때문에 더욱 당신의 숨결...당신의 체취...당신의 육체...당신의
모든 것이 감미롭고 달콤해요...]
[유키노...언니...언제나 당신께 복종할 것을 언제나 당신의 인형으로서
다루어지기를 바랍니다...언제까지나...]
[그리고, 오늘...누님에 대한 갈망...그 것을 풀지 못하면 미쳐버릴 것
같아요...더 이상은 견딜 수가...없거든요...]
[언니...저도...더 이상은...]
모습이다.
마치 이 아이들의 어둡고 습하며 또렷한 목소리가 유키노 에게만 들려
오는 듯이...유키노는 살짝 입술을 깨물었다.
새근거리는 두 아이들의 숨결이 후끈 느껴졌기 때문이다.
두 아이들의 손을 통해서 뜨거운 맥박이 전해졌다.
아이들의 눈...아카리의 눈에 푸른 사파이어 빛이 감돌았고 마키의 눈은
붉은 루비알 처럼 빛나기 시작했다.
불빛에 비추어진 착각일까...?
하지만 유키노는 그 것이 착각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상하리만치...분명하게 느껴졌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과외교사를 통한 학과공부는 물론 연예인
으로서의 여러 가지 음악, 무용, 체조 등의 교육과 스케줄...가히 살인적인
일정들을 이 아이들은 너무도 완벽하게 따라왔었다.
그런 아이들이 언제나 고맙고 대견스러웠다.
더구나, 그녀의 마음과 몸을 위로해주는 아이들이 아닌가...어쩌면
욕구불만에 빠졌을 수도 있는 그녀의 육체를 말이다...
[제발...]
[하아아...주인님...]
유키노의 목소리가 떨려 나왔다.
살짝 발갛게 된 얼굴...목덜미부근에서 약간의 근질거림이 일었다.
특히 가슴과 사타구니 부근이 묘하게 근질거린다.
옷 안에서 느껴지는 바짝 곧추선 젖꼭지...질척이는 사타구니...
자신의 품을 가볍게 파고드는 아이들...
부르르 몸이 떨려왔다.
[휴우...]
천천히 눈을 감았다가 떳다...
[할 수 없구나...]
자신을 향해 애절함과 촉촉함이 가득 담긴 시선을 보내는 아이들...
아카리, 마키의 눈망울은 순도 높은 사파이어와 루비를 방불케 했다.
[으응...언니]
자신의 품에 파고드는 아이들을 체념하듯 안아주었다.
부비적...소름끼치는 감각이 전해온다.
양 볼의 열기를 느끼며 슬쩍 창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밖에는 여전히 별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하지만, 전혀 개운하거나 하지 않다.
피부 표면이 근질거린다.
자극을...더 강렬한 자극을 원해서일까...아니, 죽음을 앞둔 사형수가
된 듯한 기분이 이럴까...버석한 모래로 몸을 씻는 기분이었다.
샤워기 앞을 떠나자 물줄기가 곧 그쳤다.
살짝 똑 똑 떨어지는 물방울 소리가 그녀 자신의 심장 고동소리와
함께 크게 들렸다.
거울 앞에 선 그녀...마른 수건으로 몸을 가볍게 훔치고 거울 안의
자신을 바라보았다.
아직 뚝뚝 떨어지는 물방울이 얼굴을 타고 흘러내리는 가운데...섬뜩한
빛을 발하는 눈이 자리해 있었다.
야성적인 빛을 뿜어내는 눈동자...차가우면서 음습함이 깃든...
[......!]
질끈 눈을 감으며 거울에 비친 자신의 시선을 외면했다.
가슴이 쿵쾅거리며 빠르게 뛰기 시작한다.
마치 중요한 시합을 앞둔 운동선수가 된 것 같은 느낌이다.
전신거울 한쪽의 기판을 열고 버튼을 눌렀다.
스르르...미지근한 바람이 그녀의 전신에 불어온다.
약간의 청량한 향기까지 섞인...그 바람을 온몸으로 느끼며 마음을
가라앉히려 애를 썻다.
딸깍...문이 열리고 넓고 쾌적한 실내...그 한가운데를 크게 차지한 화려한
침대가 보였다.
그리고, 침대위에 양 손으로 턱을 받친 채로 엎드려 다리를 까딱까딱
놀리고 있는 소녀와 길고 빛나는 머릿결을 한쪽으로 정리해 빗질하던
소년...아카리가 유키노에게 시선을 던졌다.
[언니...]
마키...작고 귀여운 꼬마악마 같은 소녀가 살짝 혀를 입술로 축이며 발딱
몸을 일으켜 다가왔다.
아카리...그야말로 말이 필요 없는 미소년...어지간한 여자아이들 이상의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는 아이...한쪽으로 정돈되어 묶여진 머릿결은
자르르 윤기를 발하고...잩고 풍성한 속눈썹 사이로 물빛처럼 푸른
눈동자가 사르르 드러나 굴려졌다.
지금...아카리, 마키 모두 하늘거리는 자리옷만을 걸친 채 였다.
잔잔한 반사광에 두 요정들의 몸 굴곡이 은은하게 드러나 보이고 있다.
유키노의 눈빛이 묘한 열기를 띄고 아이들을 바라본다.
‘스위트 페어리’...요정...그렇다 두 아이는 마치 요정과 같았다.
그러나, 이 아이들에게선 사람을 홀리고 잡아먹는다는 어둠의 요정 같은
음산한 분위기가 같이 풍겨져 나온다.
방 안...어스름히 어둠이 깔렸지만 넓고 푹신한 침대 위에는 부드러운
조명이 비치고 있었다.
산 제물로 선택된 이가 제단 앞에 선 듯한 아득함이 느껴졌다.
스윽...아카리, 마키 두 아이가 자신의 앞에 와서 섰다.
익숙한 손놀림으로 자신의 몸을 가리고 있는 가운을 벗기는 아이들...
펄럭! 자신과 아이들의 몸을 가렸던 가운이 아래로 흘러내렸다.
유키노는 체념하듯 아이들에게 몸을 맡겼다.
훅! 입김과 맨살끼리 닿는 감각이 진저리쳐지도록 싱그럽다.
그녀의 손을 한쪽씩 붙잡고 침대 쪽으로 이끌었다.
그녀를 이끄는 발걸음이 사뿐사뿐 가볍기 그지없었다.
사르르 아이들의 몸을 가린 자리옷이 흘러 내렸다.
뿌연 시야 사이로 하얗게 드러나는 두 아이들의 나신...
콧노래...잔잔하게 들리는 콧노래 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그것이 곧 자유는 아닌 것.
쾌락이란 그대들 욕망이 꽃을 피우는 것.
하지만 그것은 욕망의 열매는 아니다.
쾌락이란 정상을 향해 소리쳐 부르는 깊은 나락.
하지만 그것은 깊지도 않고 높지도 않다.
쾌락은 날개달린 새가 새장 안에 갇혀 있는 것.
하지만 그것은 사방이 막혀져 있지는 앉다.
그렇다. 진실로 쾌락은 곧 자유의 노래이다.
까닭에 내 기꺼이 그대들로 하여금 가슴 뿌듯이 그 것을 노래하게
하리라.
하지만, 내 그대들이 노래함으로 마음을 잃게 하지는 않으리니...
몇 가지 클래식과 뉴 에이지 음악 등을 조합한 것으로 느릿하게 반복
되는 그 멜로디를 들으며 유키노는 털썩 침대 위에 반듯이 눕혀졌다.
[우후후후...]
유달리 ‘가슴’...자신 역시 여자이면서도 여체의 가슴에 집착하는 ‘마키’
...‘가슴 마니아’답게 제일먼저 유키노의 가슴께로 손이 뻗쳐졌다.
살짜기 떠 받쳐져 손 안에서 굴려졌다.
나직이 신음 소리가 흘러나온다.
그리고 보니 꽤나 오랫동안 이 감각을 잊고 있었던 듯 하다.
이 아이...정말 능숙하다...솔직한 유키노의 생각이었다.
윽! 그녀의 몸이 다시 움찔거렸다.
다리...아니 정확히는 그녀의 발이 소중히 떠받들어져 발 등, 발가락
사이, 그리고, 발가락 하나하나가 빨리고 핥아지고 있었다.
몸 전체에 짜릿짜릿 전류가 흐르며 혈관 내부로 개미가 기어다니듯
근질거린다.
할짝, 할짝...마치 새끼고양이 두 마리가 자신을 가지고 노는 듯한
기분이다.
손가락을 깨물며 억지로 신음을 참아본다.
하지만 반응하기 시작한 육체는 그녀의 인내를 손쉽게 무너뜨리고 만다.
쪼오옥...소녀의 입 안에서 장난치듯 굴려지던 젖꼭지가 깊이 물려지며
부드럽게 목구멍께로 삼켜진다.
원추형으로 돋워진 젖가슴이 진저리를 치며 출렁였다.
찰고무 같은 탄력과 묵직한 중량감...거기에 더해 말랑거리는 젤리 같은
감미로움과 부드러움까지 소녀의 양 볼에 느껴졌다.
타액에 번들거리는 젖꼭지가 잠시 드러났다.
실처럼 이어진 끈적한 체액...약간의 거품이 섞인 침이 실처럼 늘어졌다.
물론 도톰한 젖꼭판 까지 한입에 호록 삼켜버린다.
삼켜지지 않은 다른 쪽 젖가슴 역시 소녀의 손길이 움켜쥐어져 어찌
보면 장난하듯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악다문 입술 새로 분명한 쾌락의 신음이 흘러나온다.
쭉...쭈욱...분명히 젖꼭지가 빨려질 때 마다 야릇한 물기 젖은 소리가
들린다.
유두 뿌리에 이빨을 살짝 걸치고 혀로 굴리며 장난스레 돌리듯 흡입한다.
으으윽! 분명한 신음과 함께 유키노의 허리가 활처럼 휘어진다.
어느 틈에 활짝 벌려진 그녀의 사타구니에는 아카리의 얼굴이 깊이
파묻혀 있었다.
이미 발끝에서부터 다리안쪽을 타고 올라 허벅지 까지 소년의 혀와 입술
뜨거운 숨결과 타액으로 충분히 자극된 뒤였다.
그리고, 유키노의 허벅지를 휘감아 벌린 소년의 길고 번들거리는 팔이
흡사 하이얀 뱀처럼 보인다.
날씬하면서도 탄탄한 여성 특유의 섬세한 다리 근육이 부드럽게
도드라지며 꿈틀거렸다.
군살 하나 없는 미끈한 아랫배...배꼽주위가 요동치며 또르르 땀방울을
흘려 낸다.
꿀럭...꿀럭...거친 물기 빠는 소리가 그녀의 사타구니에서부터 울려
퍼졌다.
하아아...유키노의 눈이 치떠지며 검은자위가 사라져간다.
혀...소년의 혀는 사악한 뱀처럼 깊이 맞물린 살점을 가르고 파고들었다.
유난히 길고 치근거리는...그런 장난은 유키노에 의해 엄격히 제한
되었지만 실제로 아카리의 혀는 자신의 콧잔등에 우습게 올릴 정도로
길었다.
마음먹고 유키노의 꽃잎을 입으로 듬뿍 흡입하며 깊이 혀를 찔러 넣을
경우 유키노의 자궁 입구까지 건드릴 정도다.
지금 아카리는 자신의 특기를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었다.
지금 유키노의 귓가에 윙윙 바람소리가 들렸다.
머릿속은 텅 비어서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었고 시야도 뿌옇게 흐려
있었다.
지는 근질거리면서도 전율스러운 느낌...자신도 모르게 뱃속으로 파고든
무언가를 꽉꽉 조여대었지만 미끈둥거리면서도 절대 조여지지 않는...
마치 뱀장어나 미꾸라지처럼 실체가 있으면서도 없는 그런 것이 은밀한
내부를 완전히 휘저으며...더욱 미칠 지경인 것은 그녀의 ‘아기집’ 입구를
톡톡 건드리는 감각에 전기고문을 받는 죄수처럼 온몸을 푸들푸들 떨어야
했다.
듬뿍 뿜어졌다.
츄욱...츄욱...일정한 간격을 두고 ‘음수(陰水)’가 분출된 것이다.
잔잔히 감겨있던 소년의 눈이 살짝 악마처럼 웃음 지으며 떠졌다.
깊고 푸른 물빛 같은 눈빛이 살며시 드러났다.
철벅거리며 소년의 혀가 살점으로 된 꿀단지를 휘저어 낼름낼름
핥아 올렸다.
부르르, 부르르 전율하는 여체가 털썩 고개를 떨구며 잔 경련을
일으켰다.
고개를 약간 들고 사르르 내려다보는 소년의 시야에 입술을 헤 벌리며
거품 섞인 체액을 줄줄 뿜어내고 있는 유키노의 ‘여음(女陰)’이 분명히
보인다.
벌름벌름,,,짙은 분홍빛 꽃잎이 여러 겹 겹친 형상의 음순이 날개짓하며
연신 꿀물을 내뿜었다.
다시 감겨지는 소년의 풍부한 속눈썹...입가와 목덜미까지 듬뿍 머금었던
애액이 주르륵 흘러내린다.
[하아아...아아...]
앓는 듯한 신음...쭈릅! 흥분할 대로 흥분한 음순...아니 입 벌린 대합
조갯살 전부를 후루룹! 마시듯 머금으며 재차 혀를 꼿꼿이 하여 물기
가득한 살점의 동굴로 깊이 찔러 넣는다.
비틀...여자의 허리가 틀어지며 허벅지 근육이 진저리를 친다.
하지만 번들거리는 백사는 여자의 긴 다리를...허벅지를 휘감고 넓게
힘주어 벌린 채 놔주지를 않는다.
콱! 세워진 손톱이 유키노의 엉덩이 부근에 예리하게 박혔다.
한참동안 젖꼭지를 물고 놓아주지 않던 소녀악마...깜찍하게 양쪽으로
머리를 묶어 내린 마키가 흡족한 표정 으로 고개를 쳐들었다.
쿠쿠쿠...마치 새끼 비둘기가 울 듯 묘한 웃음소리가 소녀에게서 흘러
나왔다.
반짝이는 앵두처럼 빛을 발하는 귀여운 입술이 오물락 거렸다.
주르르 입가를 흐르는 우유빛 액체...날름 뻗쳐진 혀로 재빠르게 핥아져
입안으로 사라진다.
가늘게 떠진 소녀의 눈...땀에 절어 번들거리는 여체...특히 종형으로
위압감 있게 부푼 채로 솟아있는 젖가슴을 향해 있다.
바로 누워 있는 상태로 진저리치며 꿈틀대는 여체...절대로 옆으로
퍼지거나 하지 앉고 제 모양을 유지하고 있는 박력만점의 젖가슴...
어울릴 정도로 도톰한 유륜에 포도알맹이처럼 탱글거리는 젖꼭지...
소녀는 탐스럽고 맛있는 과일을 먹으려는 듯 입맛을 다셨다.
[하아...하으윽!]
급격하게 터져 나오는 신음...여체는 몸을 펄떡였다.
그 느낌을 즐기듯 음미하며 호록! 마키가 귀여운 입술을 한껏 벌려
유실과 유륜 전체를 삼켰다.
꾸물꾸물 입술이 움직인다.
얼마 안 있자 귀여운 소녀의 목덜미 부근이 천천히 움직였다.
남자로 치면 목젖 부위일까...
조물조물...앙증맞게 소녀의 손이 다른 쪽 젖가슴을 주무른다.
소녀의 얼굴이 쳐들리고 낼름 입술을 핥았다.
다시 반대의 젖가슴 쪽으로 옮겨지는 소녀의 얼굴...
유키노의 몸이 재차 진저리치며 떨린다.
아까 삼켜졌던 쪽의 젖가슴은 앙증맞고 귀여운 소녀의 손가락이 살짝
살짝 움켜쥐며 가지고 놀 듯 쥐어짜 진다.
그러자, 여운이 남아서일까...츄륵! 이란느낌으로 솟구치는 희뿌연 액체...
그 것은 분명 모유였다.
사이즈가 커질수록 그 양도 많아졌고 빛깔도 진해졌다.
어떤 때는 유키노 자신이 무심코 샤워할 때 건드려도 살짝 내 비칠
정도다.
어째서일까...바쁜 일상중에 그렇게 생각할 여유도 솔직히 없었지만
-언제부터인가 나오기 시작했다, - 라고 해야 할 것이었다.
임신은 아니란다.
모성이 강한 경우 간혹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어떤 암컷 개나
고양이가 다른 암컷이 버린 새끼를 돌보는 경우가 있는데 자신이 새끼를
낳지도 않았는데 모유를 분비하는 경우가 있다고 했다.
일반적으로 아기가 어머니의 모유를 빨 경우 ‘성감(性感)’이 느껴지기
보다 약간의 통증마저 느껴지는데 반해 이 아이들...아카리나 마키...
특히 마키가 가슴을 만지작거리거나 빨 때에 진저리 쳐지도록 거센
쾌감이 느껴진다는 점이 문제라면 문제였기 때문이다.
소리죽인 신음이 토해졌다.
부르르 몸을 떨며 전광처럼 몸을 관통하는 쾌감에 전율한다.
벌써 몇 번째인가...얼마나 천국과 지옥을 오르내렸지 모른다.
주르르 양쪽 볼에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리는 것이 느껴진다.
축 늘어진 그녀...단말마 같은 극치감과 함께 아득한 쾌감의 나락으로
만족한 듯 싱그럽게 웃으며 손에 묻어난 모유를 핥는 소녀가 까르르
웃음을 터뜨렸다.
한쪽에 준비해 두었던 부드러운 수건에 손과 입 주변을 닦고 흐트러진
머릿결을 다시 정리하는 아카리가 소녀를 바라보며 픽 마주 웃어 보인다.
[너~ 가슴 마니아에 모유 집착인거 알아? 정확히는 ‘주인님’의 가슴이
더 커지고 모양도 좋아지면서 모유의 맛도 좋아진다는 거겠지...쿡쿡쿡]
단번에 마키의 눈이 쭉 찟어졌다.
목소리도 꽤나 날카롭게 변한다.
[흥! 그러는 넌 아주 언니의 아기집 안에 들어가고 싶은 거야?
아까 보니 볼만하던데...더구나, 언니의 체액으로 아주 세수를 하겠던걸?
본격적으로 시작도 하기 전에 언니를 이렇게 힘들게 하면 어쩌려고
그런 거야?]
이 정도에서 무마하지 않으면 피곤해 진다는 것을 경험으로 아는 탓이다.
[미안...마키...내가 잘못했어...사과할께...휴우...그러나저러나 주인님의 몸
...감도가 더 좋아진 것 같은데...? 하긴 요 얼마간 주인님과 관계를 갖지
못했으니 그럴 수도 있겠지만...안 그래?]
말 돌리기 랄까...하지만 꼬마악마 마키에게 꽤나 잘 먹혀들어 간 듯하다.
언니말야...며칠 새에 가슴이 더 커진 듯 해...흐응...정말 부럽단 말이야...]
살짝 앙증맞게 부푼 자신의 가슴과 유키노의 것을 비교하며 조금은
불만인 듯 종알거렸다.
[못말려...]
살짝 이마를 짚는 아카리는 다른 손으로 축 늘어진 유키노의 옆머리를
정돈해 주었다.
발끈! 아카리가 말을 꺼내자마자 마키가 고개를 도리도리 흔들었다.
[안돼! 그럼 언니가 힘들단 말야! 휴우...나도 조심했어야 하는데...
너무 지나쳤어...그렇다고 흔들어 깨우거나 했다간 분위기가 깨질거구...]
만지작...마키는 축 늘어진 유키노의 가슴을 매만지며 종알거렸다.
말이지...]
느슨한 어조로 말하는 아카리의 말에 마키의 눈빛이 날카로워 졌다.
얼마나 피곤한지 알아?]
[하지만, 주인님의 ‘모유’가 있쟎아? 설마 혼자 다 마신 건 아니겠지?]
[내가 넌 줄 알아! 후우우...할 수 없지]
도리도리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흔드는 마키...소녀는 슬쩍 짜증스런
눈길을 던졌다.
[쿡쿡쿡...]
체념하는 듯 말하는 소녀를 바라보며 아카리가 기묘한 웃음을 터뜨렸다.
빽! 하고 마키가 소리를 질렀다.
[아카리! 너도 도와! 알. 겠. 지?]
[......!]
...아카리가 웃음을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