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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정풍운(雷霆風雲) -16-

 “허억! 허억! 아흐윽!”


 처음해보는 방식의 운기라 어렵게, 어렵게 이현성이 끝마쳤을 때
갑작스러운 헐떡임 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의 주인공은 매부용이었다. 지금 매부용은 전신을  비틀
고 쥐어뜯으며 괴롭게  몸부림치고 있었다. 그때마다 풀어헤쳐진
 저고리 사이 그녀의 터질 듯 풍만(豊滿)한 유방(乳房)이 물결치
듯 출렁이고, 걷어 올라간 새하얀 치마 속 활짝 벌려진 채 꿈
틀거리는 미끈한 허벅지 사이 음수(淫水)를 흘리고 있는 여인의
은밀(隱密)한 동굴이 그대로 들여다보였다. 무공을 익히지 않은데
다가, 이미 욕정에 취해있던 매부용이기에 미청년이 뿌리고 간
 최음향에 쉽게 중독되어 버린 것이다. 난데없는 상황에 이현성
은 낙약란을 쳐다보았다. 이미 운기를 마친 낙약란 또한 곤혹스
럽게 이현성을 보고 있었다.


 “왜 그러십니까? 치료 안하실거에요?”


 방법을 모르는 이현성이 낙약란을 재촉하자, 그녀는 한숨을 쉬고
대답했다.


 “이마에 붉은 기운이 보이는 걸로 봐서, 매동생은 그 잠깐 사이
에 벌써 최음향의 기운에 골수까지 침범 당했어요. 이 상태로라면
 대라신선이 와도 해독할 수 없어요. 방법은 하나뿐….”


 그녀의 말을 이해하지 못한 이현성이 당황해하자, 낙약란은 내심
화가 난 것처럼 톡 쏘았다.


 “흥! 좋으면서 뭘 그래요? 내숭 떨지 말고 어서 그 애를 치료해
줘요!”
 “엣?”


 ‘서, 설마 이분이랑 하라는 거야?’


 이현성이 멈칫거리는 사이 어느새 낙약란은 용앙묘 밖으로 몸을
날리고 있었다.
 
 “밖에서 지키고 있을 테니, 빨리 끝내도록 해요. 이대로 매동생을
죽게 내버려 둘 생각이 아니라면.”


 낙약란의 목소리가 멀어져갔다. 이현성은 머리가 어지러워짐을
느꼈다.


 ‘뭐야 이건! 내가 이상한 생각을 해서 그런 건가. 싫지는 않지
만…, 아니 좋기는 하지만, 나중에 뒷수습할 거 생각하면….’


 “흐윽! 아아‥‥‥ 제발 나좀 어떻게!”


 매부용의 숨넘어가는 듯한 헐떡임이 이현성을 유혹했다. 이현성
은 낭패의 안색이 되었다. 만약 무협지대로라면 자신이 그녀를
방치하면 매부용은 욕화로 심맥이 타들어 죽고 말 것이다. 이현성
의 표정이 십여 차례 변했다.


 ‘일단 사람의 생명을 구하기 위한 숭고한(?) 일이니까.. 나중에 죄
가 되는 일도 아니고.’


 이현성은 괴롭게(?) 한숨을 쉬며 매부용를 내려다 보았다. 매부용
은 장강용왕의 미망인이 아닌가. 그는 그런 그녀를 이런 방식으로
 구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언뜻 판단이 서지 않았다. 매부용이
 과연 그렇게까지 해서 살기를 바라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이현
성은 한동안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망설였다.  그 사이에 매부
용의 신음은 더욱 급박해져 갔다.  그녀의 사타구니 사이 깊은 계
곡(溪谷)일대는 이미 뜨거운 샘물로 흥건하게 젖어 있었다. 잘
 구운 새우처럼 새빨개진 그녀의 풍만(豊滿)한 몸은 연신 푸들
푸들 경련을 일으키고 있었다. 그대로 가면 그녀는 일 다경도
안되어 심맥이 파열되어 죽고 말 것이다. 이현성은 더 이상 매
부용의 모습을 지켜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 그는 내심 쓴웃음을 지으며 중얼거렸다.


 ‘그래. 될 대로 되라지. 어차피 이 세상에 오게 되면서 내 인생은
완전히 엉망이 되어버렸는데 뭐. 게다가 이렇게 예쁜 여자가 죽
어가는 걸 보고만 있을 수는 없잖아.’


 이어 그는 자신의 하의를 벗어 내렸다. 그의 일부는 이미 한껏
성을 내고 있었다.


 ‘미안해요. 하지만 어쩔 수 없으니까’


 이현성은 마음 속으로 그녀에게 사죄했다. 이어 이현성은 욕정으
로 꿈틀거리는 매부용의 몸을 잡고 똑바로 눕혔다. 그러자 미끈한
 그녀의 하체가 드러났다. 백옥같이 희고 미끈한 허벅지, 그 맑
고 뽀얀 허벅지 사이에서는 끊임없이 애액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 완숙한 여인의 비처를 보는 이현성도 어느 덧 뜨거워져갔다.
 그는 매부용의 가녀린 두 다리를 활짝 벌려 세웠다. 그녀의 투
명하도록 새하얀 허벅지가 사내를 받아들일 부끄러운 자세로 벌
어졌다. 은밀(隱密)한 계곡(溪谷)의 형상이 적나라하게 이현성의
 눈에 들어왔다. 이미 한번 헤집어질 대로 헤집어진 그곳은 모
락모락 김이 피어오를 정도로 달아올라 남자를 유혹하고 있었다


 “어…… 어서…… 흐윽!”


 장대한 순양지물을 세우고 다가서는 이현성을 본 매부용은 안타
깝게 부르짖으며 두 다리를  한껏 벌려 세웠다. 정체모를 청년에
 의해 정신을 잃을 정도로 달구어진 뒤, 최음향에 취하기까지
한 그녀에게는 이미 암컷으로서의 본능밖에는 남아있지 않았다.


 기품(氣品)있고 순결해 보이는 용모(容貌)의 미녀가 지금 거리의
창부(娼婦)처럼 다리를 벌리고 눈앞에 누워 있는 자극적인 모습에
 이현성은 걷잡을 수 없는 욕정(欲情)이 치솟음을 느꼈다. 그는
 자기도 모르게 앓는 듯 나직한 신음을 발했다.


 “아아……어서…… 제발!”


 매부용은 거칠게 숨을 할딱이며 이현성 쪽으로 둔부(臀部)를 한
껏 치켜올렸다. 그 탓에 뜨거운 샘물을 토해내는 그녀의 깊은
옹달샘의 형상이 이현성의 눈에 확 들어왔다.



 이현성은 그곳을 노려보며 자신의 실체를 움켜쥐어 갔다. 매부용
의 옹달샘은 이미 충분히 이현성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었다.


 “하악!”


한 순간 매부용의 입에서 숨넘어 가는 듯한 신음이 터져나왔다.
그토록 고대하던 남자의 뜨거운 실체가 자신의  예민한 부분에
닿음을 느낀  것이었다. 이현성은 매부용의 허벅지를 끌어안고
하체를 그녀의 하체에 밀어붙였다.


 이현성은 자신의 육봉이 더할 수 없이 촉촉하고 보드라운 살점의
동굴 속으로 빠져들어가는 것을 느꼈다. 강하게 옥죄는 듯 하면
서도 미끈덩하게 빠져드는 그 전율적인 감촉, 숨막히도록 꼭꼭
죄어드는 그 압박감과 귀두를 감싼 따스하고 부드러운 매부용의
 속살에 탄성이 새어나왔다.


 이현성은 더욱 허리를 들이 밀어 거대한 불기둥으로 그녀의 내부
를 가득 채웠다. 여인의 동굴은 이현성의 실체를  빽빽하게 휘
감았다. 순간 이현성은 정신이 아찔한 느낌이었다.


  사방으로부터 조여오는 성숙한 여인의 보드라운 속살이 이현성
의 전신 세포를 하나하나 깨우며 그를 황홀감에 빠져들게 만들
었다. 이현성은 가만히 밀려오는 쾌감을 음미했다.


  “아아… 아흑…! 아아아. 너무 좋아…아흑!”


  매부용은 뜨겁고 단단한 육봉이 그녀의 꽃잎을 활짝 벌린채 질
깊숙이 뻐근하게 찔러들자 그 화끈하고 아찔한 느낌에 이현성의
 등을 세차게 끌어안으며 신음성을 터뜨렸다. 이현성의 너무도
 크고 굵은 장대한 육봉이 몸 속 가득히 들어차자 묵직하면서도
 충만함과 함께 앞으로 닥쳐올 커다란 쾌감을 기대하듯이 음욕
의 불꽃이 활활 타오르기 시작한다.


  질퍽하고 미끈덩한 음부 속에 깊숙이 들어가 있는 현성의 육봉
을 꽉 조여드는 속살들, 따뜻하고 보드라운 그 속살들이 부드럽게
 꿈틀거리며 현성의 쾌감을 부추겼다.


 정숙한 미망인의 뜨거운 열탕 같은 비처의 쫀득거리는 속살. 장
강용왕이라는 일세의 영웅에게만 허락되었던 은밀한 그곳이 이제
 이현성의 육봉을 받아들이고 있다.


 ‘크윽. 굉장해. 이런 게 명기(名器)라는 건가…….’


 그는 놀라움과 희열을 금치 못하며 신음성을 발했다. 매부용의
동굴은 그녀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마구 이현성의 실체를 옥죄어
대는  것이었다. 이현성은 매부용의 하복부에 자신의 실체를 뿌
리까지 결합시키며 이를 악물었다. 단순히 끝까지 밀어 넣는 것
만으로도 그는 자칫 폭발(爆發)할 뻔했다.


  이현성을 받아들인 매부용는 희열로 몸부림쳤다. 이현성은 한차
례 심호흡을 했다. 그 동안에도 매부용의 질 벽이 스스로 움직여
 그의 실체를 빨아들였다.  농익을 대로 농익은 난숙한 매부용
의 애액으로 질퍽하며 뜨거운 몸속의 속살들은 조금의 틈도 없
이 그의 육봉을  휘 감은채 꽉 조이면서 탐욕스럽게 빨아들였다.


 이현성은 본래의 목적도 잊고 쾌감에 취해 슬슬 허리를 일렁이기
시작했다.


 “아학… 아…아흑…천천히… 아아앙… 나 죽어. 아악…아아아…
하악!”


 이현성의 육봉이 힘차게 자신의 질을 가르고 들어올 때마다 매부
용은 어찌할 줄을 몰라 하며 달뜬 신음을 연발했다. 그리고 자
신의 하얗고 긴 다리를 더욱 벌려주며 무례하게 미망인인 자신의
질 안을 침범하는 남자의 장대한 육봉을 기쁘게 받아들였다.


 너무나 달아오른 그녀는 너무나 오랜만에 맛보는 사내의 육봉으
로 온몸이 저리는 듯한 달콤한 사내의 살맛에 솟아오르는 격정(
激情)을 견딜 수가 없었다.


 거의 십년 전부터 장강용왕은 그녀를 안은 적이 없었다. 하지만
그녀는 몸에 새겨진 기억은 그대로였고, 어색했던 몸놀림도 차
츰차츰 익숙해지며 이현성의 움직임에 호응에 허리를 돌렸다.


 “아아… 여보… 좋아요. 좀 더 아아앙!”


 매부용은 이현성의 육봉이 빠져나갈 때마다 엉덩이를 들어올려
몸안에 조금이라도 더 그의 육봉을 담고 있기 위해 애썼다. 지
금까지 자신의 몸을 안았던 남자는 단 한명뿐이었고, 앞으로도 그
럴 것이라 생각했던 그녀의 몽롱한 머릿속에서 이현성은 이미 그
녀의 남편 장강용왕이었다.


 “흐으윽… 몰라… 나 어떡해.”


 애액으로 질퍽한 자신의 질 깊숙이 사내의 장대한 육봉이 헤집고
들어와 마찰하며 자궁을 두드릴 때마다 전율스런 쾌감이 온몸으로
 퍼져나간다. 그에 따라 매부용의 성숙하고 무르익은 주름들은
질 속을 가득 메우고 있는 이현성의 장대한 육봉을 한치의 틈도
없이 밀착해 흡입하고 강하게 조였다. 그녀는 급격히 희열의
수렁텅이로 빠져들어갔고, 이제는 아예 자 아를 망각해 버릴 정도
였다. 삭신이 녹아드는 듯한 야릇한 통증이 그녀를 엄습해왔지만
 그럴수록 찾아드는 환희는 도를 더해갔다.



 이현성이 매부용의 쫀득거리는 질 벽을 가를 때마다 짜릿짜릿한
자극이 귀두 끝에서 온 몸으로 퍼지며 쩍쩍 달라붙고 죄어드는
속살사이로 육봉을 넣을 때마다 진한 쾌감이 피어올랐다.


 이현성은 자신의 사정이 얼마 안 남았다는 것을 알았다. 그는 매
부용의 풍염한 몸에 자신의 몸을 더욱 밀착 시킨 채 최후의 순
간을 향해 마지막 질주를 했다. 그의 힘찬 움직임에 매부용은 점
점 미칠 듯이 그에 맞추어 격정적으로 신음하면서 달콤한 숨을
 몰아쉬었다.


 “아흥… 아… 상공……깊게…아아…아흐윽… 소첩은 이제…하
악!”


 매부용은 복받쳐오는 감정을 못 이기고 양팔로 이현성의 목을 휘
감아 당겨 열정적으로 입을 맞추었다. 매부용의 강한 흡입에 이
현성의 입안에 고여 있던 타액과 혀가 그녀의 입안으로 넘어왔다
. 그 순간 그녀의 질 안을 가득 메우고 있던 육봉이 더욱 부풀
어 올랐다.


“으읍! 읍!”


 서로의 입술로 막힌 입에서는 알아들을 수 없는 신음들이 흘러나
왔고 이현성은 매부용을 꽉 끌어안고 그녀의 안에서 화려하게
폭발(爆發)했다. 그녀는 자신의 몸 안을 찌르던 육봉에서 뜨거운
 정액들이 분출하자, 그녀 자신도 절정에 달해 이현성을 힘껏
안고 온몸을 경직시키며 엉덩이를 들어올렸다. 


 울컥거리며 자신의 질속으로 정액을 토해내는 이현성의 맥동하는
육봉. 그 힘차고 뜨거운 정액의 분출감은 그녀의 정신을 아득하게
 만들어놓기에 충분했다. 남편이 아닌 타인의 정액! 결코 자신이
 받아들여선 안되는 그것을 지금, 황홀한 쾌감에 빠져 자신의
질 속에 받아들이며 어떤 것도 의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남편 이후로 처음 받아들이는 너무도 뜨거운 정액 덩어리들은
차례대로 그녀의 질 깊은 곳을 세차게 두들겼다. 매부용의 육동은
 최후의 한 방울까지 뽑아내려는 듯 이현성의 육봉을 꽉 조인
채 놓아주지 않았다.


 이현성은 아찔한 현기증(眩氣症)을 느끼며 매부용의 풍만한 몸
위로 엎어져 그녀를 으스러져라 끌어안았다. 그러자 매부용은
기다렸다는 듯 마주 이현성을 끌어안았다. 이현성은 매부용과 한
 치의 틈도 없이 몸을 밀착한 그 상태로 사정이 가져다준 희열
의 여운(餘韻)을  즐겼다. 하지만 매부용은 이현성에게 그럴 여유
(餘裕)를 오래 주지 않았다. 그녀는 곧 하체를 요연하게 일렁
이며 이현성을 자극했다.


 그 교묘한 자극에 이현성은 매부용의 몸 속에서  다시 원기를 회
복했다. 이윽고 그의 하체는 활짝  벌려진 매부용의 다리 사이를
 다시 힘차게 일렁이기 시작했다. 다시 한 번 뜨거운 열풍이 두
 사람의 몸을 휩쓸었다. 그 열풍은 언제까지라도  그치지 않을
듯 점점 거세어졌다.


 그 뜨거운 신음소리가 바람을 타고 퍼지니 밖을 지키고 서 있는
낙약란은 쌀쌀한 가을바람에도 불구하고 달아오르는 육체를 부
여잡고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
.
.
 황막한 산중(山中)에 칙칙한 폐사(廢寺), 그것은 불시에 귀신이라
도 툭 튀어나올 듯 광풍 속에 음산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한데, 이 다 쓰러져가는 폐사에 유령같이 스며드는 인영이 있었
다. 작은 체구의 괴인영(怪人影),그는 미끄러지듯 대웅전을 향했다.


 밝은 달빛 속에서 우연히도 그의 얼굴이 드러났다. 이십대 초반
의 절세적인 외모의 미남자였다. 그러나 그의 얼굴에는 짜증스
러움이 드러나 있었다. 그의 우수에는 폭이 좁고 긴 한 자루의
 도(刀)가 들려져 있었다.


 대웅전 안, 어슴프레한 그림자 속에서 또 하나의 거대한 그림자
가 등장했다. 거한이었다. 그는 짐승가죽을 두른 털복숭이로 날이
 석 자나 되는 거겸(巨鎌)을 등 뒤에 양쪽으로 엇갈려 차고 있었다
. 음침하기는 하나 잘생긴 키 작은 청년과는 매우 대조적인
모습이다.


그는 거보(巨步)를 움직여 미청년과 마주섰다.


 “………”
 “………”


 미청년과 거한(巨漢), 두 사람은 그 누구도 입을 떼지 않았다.


 “왜? 너 혼자인가?”


 그 무거운 침묵을 깬 것은 거한이었다. 미청년의 표정이 사정없
이 일그러졌다.


 “설마. 실패한 것인가?”
 “흥. 너 따위는 알 거 없다.”
 “흐음.”


 거한은 더 이상 묻지 않았다. 아마도 둘은 경쟁관계에 있는 듯
하다. 그들은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 했다. 이 때 뒤이어 다른 두
 인영이 장내에 당도했다.
 그들은 일남일녀(一男一女)였다. 남자(男子)는 흑의를 입은 듯 하
나 흐릿한 그림자에 싸여져 그 형체를 분간하기 힘든 괴복면인
이었다. 일견하기에도 음침하고도 흉흉한 분위기다.


 그리고 여인(女人), 그녀는 일신에 착 달라붙은 경장을 입고 있어
탄력있고 탱탱한 몸매가 꼭끼는 경장 밖으로 그대로 드러나 보
였다. 또한 얼굴에는 두터운 면사를 쓰고 있어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제각기 특성이 다른 사인(四人), 그들은 서로 대치하듯 사
위로 나뉘어 섰다.


 “………”
 “………”


그들 사이에는 숨통을 조일 듯한 침묵이 계속 되었다. 그때였다.


 “모두 모였군.”


나직한 일성에 사인은 질겁을 했다.


 “헉!”
 “아니, 어느새.....”


 어느 틈엔가 불상의 전면에 한 청영이 서 있었다. 전신이 푸르스
름한 기류로 뒤덮인 신비의 인물, 그를 보자 사인은 저마다 경
악을 금치 못했다. 그의 종적을 전혀 감지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내심 찬탄을 발했다. 동시에, 그들은 한결같이 자세를
 굳혔다.


 “천주를 뵙습니다.”
 “그 자리에 모두들 앉으시오.”


 신비한 청의인이 명(命)했다. 몹시 위엄이 서려있으면서도 웬지
섬칫하고 냉혹한 음성이었다.


 “………”
 “………”


사인은 모두 말없이 그 자리에 부복했다. 청의인의 눈길이 미청년
에게로 향했다.


 “다테무사 타로!”


그의 나직한 음성이 미청년을 불렀다. 중원의 이름이 아닌 동영
(東瀛)식의 이름이다.


 “옛!”


미청년은 경건한 자세로 청의인을 향했다.


 “실패한 모양이군.”
 “예.”


 미청년은 입술을 깨물며 대답했다. 그러나 죄송하다는 말은 없었
다. 청의인이 그런 말을 가장 싫어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
문이다.


 “이유는?”
 “훼방꾼이 있었습니다. 흑수채주 낙약란과 정체불명의 사내였습
니다.”
 “정체불명이라니, 수로연맹을 담당하기로 한 네 입에서 나올 말
은 아니군.”


 청년의 이마에서 식은땀이 배어나왔다.


 “그야말로 갑작스럽게 나타난 자입니다. 그 자는 자신을 뇌정검
호각의 제자라고 했습니다.”
 “뇌정검호각이라..”


 청의인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는…. 뇌정복마심결을 익혔더냐?”
 “검을 겨루어 봤지만 뇌정심결의 특징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흐음.”


 낮게 침음성을 흘리던 청의인은 다른 이름을 불렀다.


 “모리 히데타다”
 “옛 천주!”


 흑의복면인이 재빠르게 대답했다.


 “뇌정검호각의 잔당들이, 구화산에 모여 있다고 했던가?”
 “예.”
 “정말. 귀찮은 쥐새끼들이로군. 그놈들 중에 뇌정복마심결을 익히
고 있는 자는 분명 없겠지?”
 “넷. 원체 까다로운 심법이라 익힌 자들은 전부 파악 되어있고,
그들 전부는 황산에서 죽었습니다. 하지만….”


 흑의 복면인이 말끝을 흐리자 청의인은 짜증스럽게 다시 물었다.


 “뭐냐?”
 “뇌온려가 나타났다고 합니다.”
 “뇌온려? 능천휘의 계집인가? 그 계집이라면 북망산에서 능천휘
와 같이 죽지 않았었나?”
 “마교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해야겠습니다. 마교 놈들이 거짓을
말한 것 같습니다.”
 “그럼. 수로맹에 나타난 자는 뇌정검호각의 제자가 맞는가? 다테
무사의 일을 방해할 정도라면 나름대로 뛰어난 무공을 가진 자
라고 할 수 있는데”
 “그것이….”


 흑의복면인은 대답하지 못하자, 청의인의 안광이 싸늘해진다.


 “철저히 조사해라. 더 이상 쓸모없는 자들이기에 내버려두고는
있지만, 뇌정복마심결을 익힌 자는 단 한명이라도 남아 있어선 안
 돼.”
 “넷.”
 “시바타 류스케”


 이번에는 거한이 대답했다.


 “넷.”
 “대법사님께서 하시는 일은 잘되고 있느냐?”
 “이미 이천구를 완성하셨습니다.”
 “쓰잘 데 없는 강시 따위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그녀는 어떻게
되었느냐?”
 “거의 마무리 단계라고 하셨습니다.”
 “좋다. 려화(麗華)”


 남은 것은 얼굴을 가린 경장의 여인이었다. 다른 이들과 다르게
그녀는 중원식 이름을 가지고 있었다.


 “넷.”
 “월영살막(月影殺幕)의 접수는 끝났느냐?”
 “옛. 전대 막주는 저에게 모든 것을 맡기고 폐관에 들었습니다.
이제 당대의 월영신모(月影神母)는 속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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