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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기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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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응."



창문을 통해서 스며드는 햇빛때문에 미간을 찌푸리며 일어났던 이동후는 깜짝 놀랐다. 낯선 천장이 그의 위에 보이고 있던 것이었다.



"어라?"



주위를 둘러보니 그는 알지 못하는 방에 있었다. 환자복을 입고 있는 걸 보면 병원이 틀림없었다. 그는 어느 사이엔가 병원의 개인병동에 있는 것이었다.

그제서야 동후는 어제의 기억을 떠올릴 수 있었다. 그는 골목을 걷다가 갑자기 들이닥친 차를 제대로 피하지 못하고 치였었다. 상당히 고급차였기에 보험금을 많이 받아낼 수 있겠다는 것이 마지막에 떠올린 생각이었다.



"안 다쳤네?"



하지만 그의 몸에는 상처같은 것이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 몸의 어디에도 아픈 곳이 없었다. 혹시 개인병동을 사용한 돈을 내게 하지는 않겠지, 하고 약간의 불안함을 안은 채 동후는 침대에서 내려섰다. 그가 입던 옷과 신발이 보이지 않아서 침대 밑에 있는 슬리퍼를 우선적으로 사용할 수 밖에 없었다.



똑, 똑.



"들어갑니다."



그 때 갑자기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 그리고 대답하기도 전에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왔다.



"아, 깨어났군요."



그를 보자마자 환하게 웃어보이는 사람은, 의사가운을 입고 있는 20대 후반 정도로 밖에 보이지 않는 섹시한 미녀였다. 저 정도의 외모를 가지고 왜 의사일을 하는 걸까, 하는 의문이 들 정도의 미녀 의사였다.



"아, 네."



미녀의 환한 웃음에 얼굴을 살짝 붉히며 동후는 궁금한 것을 질문했다.



"혹시 여기 사용비를 제가 내야하는 것은 아니죠?"

"호호호, 괜찮아요. 가해자쪽에서 전부 부담하기로 했으니까요. 그것만이 아니라 미안하다고 상당한 금액의 위로금을 지불한다고 하더군요."



"휴우. 다행이네요."



동후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침대에 앉았다.



"그럼, 전 이제 퇴원해도 되는 거죠? 아픈데도 없으니까."

"호호호, 정말 성급하네요. 우선 제 소개부터 할께요. 이동후 환자분을 담당하게 된 내과의 김수아라고 해요. 엑스레이를 찍어봤지만 아무런 문제도 없다고 나왔고, 내부 장기에도 문제가 없으니 퇴원은 곧장 할 수 있어요. 다만....... 옷과 신발은 어떻게 하다보니 분실하게 되었는데 만약 돈을 원하시면 병원측에서 지불해드릴꺼예요."



동후는 어깨를 으쓱해보였다.



"괜찮아요. 비싼 것도 아니었는데요, 뭘. 그런데 여기는 무슨 병원이죠."

"현수 제 1 종합병원이죠."

"흐응."



동후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쩌면 당연하다고 할 수 있었다. 그가 살고 있는 현수시는 한 사람이 세우다시피한 도시였다. 현대의학의 아버지라고 불리우며 암과 에이즈를 정복해서 수많은 돈을 벌어들인 이현수가 세운 도시였다. 현수 제1초등학교, 제1중등학교, 제1고등학교, 제1대학교, 제1대학원에 현수 제1종합병원까지........ 도시 전부가 현수라는 이름으로 가득찬 곳이 현수시였다. 스스로의 돈을 엄청나게 투자해서 도시를 건설했고, 그 덕분에 시의 이름까지 현수라고 붙이게 된 것이었다. 인구수는 좀 적을지 몰라도 시설면에서는 수도인 서울에도 뒤지지 않는다고 할 정도인 곳이 현수시였다.

개인적으로 그는 이현수라는 작자가 자신의 이름을 붙이는데 열광하는 권위주의적이고 유치한 작자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그것은 관계없는 이야기였다.



"그런데 너무 잘해주는 것 같은데요? 원래 아무렇게나 퇴원해도 되는 건가요?"

"물론 아니죠. 수속이고 뭐고 복잡한 일이 많죠. 다만 이동후 환자분은 특혜를 받는 것이죠. 이동후 환자분을 차로 친 사람이 이현수 이사님의 장남이시니까요."

"헤에."



동후는 나직히 감탄했다. 휘파람이라도 불고 싶었다. 상처도 없으니 사고를 당했다고 해서 불만은 없었다. 아니, 사고가 있기 전보다 몸이 더 좋아진 느낌이었다. 거기다 위로금까지 나오는데 불만이 있을리 없었다. 학교야 교통사고가 있었으니 결석해도 별 말이 없을 테고. 도시 하나를 세울 정도의 부자의 차에 치였으니 위로금은 많이 나올 것이었다. 가난한 이들에게 치인 것보다는 몇 백배 좋은 일이었다.



"그럼, 전 당장 가기로 하죠."

"아, 잊지 말고 일주일 후에는 꼭 와주셔야 해요. 혹시 무슨 문제가 있을지도 모르니까 다시 한 번 검진해봐야 하거든요. 차에 치여서 1m도 넘게 튕겨나갔다고 하는데 아무런 외상도 없다는 것은 믿을 수 없는 일이거든요. 찾아왔을 때는 곧장 저를 찾으면 돼요. "

"예. 그런데 뭔가 입을 만한 옷은 없나요?"

"지하3층에는 옷가게도 있다고 알고 있으니 그곳으로 가보세요. 돈은 전화로 저를 연결해달라고 하시면 되니까 아무 옷이나 사세요. 이사장님이 지불할테니 비싼 옷도 상관없어요."

"예."



동후는 바보가 아니었다. 수아가 미녀라고 하지만 18세인 자신과 특별한 사이가 될리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지금은 이사장의 장남, 병원 원장에게 치인 환자이기 때문에 잘 대해줄 뿐이었다. 그런 것에 홀려서 허벌레 하면서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 어제가 금요일이었으니 오늘은 토요일이었다. 어서 나가지 않으면 토요일의 휴식시간을 병원 같은 곳에서 낭비하게 되는 것이었다.

손을 흔들어 인사를 하고 밖으로 나온 동후는 살짝 입맛을 다셨다.



"쩝, 저런 여자와 사귀어봤으면 좋겠는데."



하지만 그게 가능성없는 일이라는 걸 그는 잘 알고 있었다. 그녀 정도라면 재벌 아들과 사귀어도 밀리지 않을 정도인데, 부모님은 이혼해서 돈만 받으며 홀로 살아가고 있는 그같은 고등학생과 뭐하러 사귀겠는가. 돈이 많은 것도 아니고, 공부를 잘 하는 것도 아닌데.








-1-1-



동후는 집에 가는 길에 편의점에 들려서 생수를 샀다. 어째선지 몹시 목이 말랐다. 땀이 나는 것도 아닌데 더운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견딜 수 없었다. 피트 병으로 하나 사고 작은 병으로 하나 산 뒤 작은 병의 것을 그대로 입을 대고 마시며 길을 걸었다.

꿀꺽, 꿀꺽.



"동후야!"



누군가 부르는 소리에 마시던 것을 멈추고 돌아보니 뒤에서 그와 학교 친구인 정수경이 달려오고 있었다. 어렸을 때부터 검도에 태권도까지 해온 운동 소녀로 또렷한 이목구비와 170cm나 되는 장신, 운동으로 인해서 잘 빠진 몸매, 사내같이 털털한 성격 때문에 남녀불문하고 인기있는 아이였다. 그와는 같은 아파트, 같은 동 윗층과 아랫층이라는 인연 때문에 그럭저럭 안면이 있었다.



"안녕."

"너 차에 치였다며?"

"응. 그런데 멀쩡하더라."

"그래? 운도 좋네. 잘됐다."



수경이는 환하게 웃으면서 그의 등을 탁탁 두드렸다. 그리고는 그에게 당연하다는 듯이 손을 내밀었다.



"나도 물 좀 마시자."

"먹던 건데 괜찮아?"

"아아, 괜찮아, 괜찮아."



동후는 아직 갈증이 풀리지 않았지만 수경이에게 마시던 생수병을 넘겨주었다. 대략 1/3 정도 남아있었다. 그녀는 생수병에 남은 물을 살펴보더니 씨익하고 호쾌한 미소를 떠올렸다.



"이 내가 간접키스하는 거니까, 영광으로 알아라."



그렇게 말하곤 그대로 생수병에 입을 대고 마시기 시작했다.

꿀꺽, 꿀꺽.

동후는 그런 그녀의 옆모습을 조용히 바라보았다. 가만히 있으면 수경이는 굉장한 미소녀, 아니 미녀였다. 키가 크고, 몸의 발육도 좋아서, 제대로 꾸며놓은다면 성인 여성이라고 해도 통할 정도였다. 그리고 운동을 좋아해서 드러난 팔과 다리에 잔 상처들이 있지만 그 상처들만 가리면 연예인이 되겠다고 해도 성공할 것 같았다. 그녀는 현수 제 1고등학교에서 손꼽히는 미소녀들 중 한 명인 것이었다.



"아아, 알았다."



동후는 아무렇지도 않은 척 대답했지만 실제로는 머릿속에 떠오른, 그녀와 키스하는 자신의 모습때문에 단번에 자지가 발기해서 걷기가 불편할 정도였다.



"그럼, 다음에 보자."

"그래, 잘가."



동후는 아파트의 엘리베이터에 올라탄 뒤 수경이가 살고 있는 층에서 멈춰서서 수경이와 인사하고 집으로 올라갔다. 잠깐이라도 수경이와 사귄다는 망상을 꿈꾼 자신을 탓하며.

학교의 양아치들 중 짱으로 통하는 이형후가 수경이를 좋아하는 걸 아는 이상 수경이에게는 접근도 하기 힘들었다. 이형후로 말할 것 같으면 이현수의 손자 중 한 명으로서 학교의 선생들도 함부로 건드리지 못하는 놈이었고, 그 때문에 양아치들 무리의 우두머리가 된 것이었다.

수경이가 아무리 털털하더라도 먹고 사는 문제가 있는 이상 이형후를 단호하게 거절하지는 못할 것이었다. 현수시에서 이현수의 눈에 벗어난다면 먹고 사는 것도 불가능할테니까.



"빌어먹을. 주제를 알아야지."



동후는 한탄을 하며 아직 뜯지 않은 생수병을 뜯고 그대로 입을 대고 마시기 시작했다.




ps:원래 이러지 않으려고 했는데......-_-; 혈영마제는 설정상 문제를 발견해서 뜯어고치느라고 쓰는게 불가능해졌습니다. 지금은 설정을 조금씩 손보고 있고....... 이것은 원래 쓰던 것이 잘 안 써질 때 새롭게 쓰기 시작한 것입니다. 다른 것을 쓰기 위해서 구상했던 설정 중 일부를 빼와서 쓰는 것입니다. 원래는 수많은 수인족들이 아직 존재하고 있고, 그들이 현대라는 세계에서 싸워가는 내용이지만...................-_-; 하여간 연재 속도는 장담하지 못합니다. 아니, 느릴 것입니다만...... 혈영마제를 수정하는 것보다는 빠를 것 같아서 올립니다.


ps2:등장인물이나 지명등등은........ 현실과는 어울리지 않습니다. 즉, 배경 자체가 현재의 지구와 아주 유사한 평행 세계라는 설정입니다.^^ 그러니 말도 안돼! 라는 부분이 많아도 넘어가주시길 바랍니다. 뭐, 정 뭐하면 그냥 판타지 소설이라고 생각하셔도 됩니다.^^

ps3:수정도 없이..... 그냥 쓰는 족족 올리는 글입니다. 당연하지만, 백업도 하지 않고 통신상에서 그냥 글이 안 써질 때 쓰는 것입니다. 여기 곧장 쓰는 것은 아니긴 하지만.... 하여간 그러니..... 내용이 제 예상과는 달리 이상하게 변질될지도 모르지만, 그런 부분도 양해바랍니다. 이번 것은 완결하도록 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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