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잘 듣는 여자 (2)
이미지가 없습니다.
인사를 깜빡했는데, 창방 분들 참으로 오래간만에 뵙습니다!
2.
다음날 아침, 아내는 너무하다 싶을 만치 평소 모습 그대로였다. 너무나 태연해서, 지난밤의 일이 꿈인 양 느껴질 정도였다. 종종 나를 놀라게 하는 일면이다. 나중에도, 보다 더한 일을 시키고 더 강한 충격을 내 심장에 선사한 다음에도, 아내는 하룻밤 지나면 너무나 예사스러운 모습을 보이곤 했다. 평소와 같이 과묵하고, 조금은 무뚝뚝한-. 내 눈앞에선 밤새 꾼 악몽처럼 지난밤의 일이 정신없이 맴돌고 있는데 말이다.
그녀는 그런 여자였다. 조금 템포가 느린 대신 집중력이 대단하였고, 순간순간에 철저했다. 그것이 사람들로 하여금 그녀의 침묵을 두려워하게, 그녀의 일거수 일투족에 긴장하지 않을 수 없게끔 만드는 점이었다. 아내는 남들 눈에 실제 이상으로 강하고 무거워 보이는 게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녀가 평정을 잃는 순간은 한없이 자극적이다.
나 역시 한동안 그 일을 잊고 지냈다. 아니, 잊은 듯 지냈다. 정말로 잊을 수는 없었다. 그때의 흥분, 알 수 없는 아픔과 함께 찾아오는 예리한 쾌감...... 무엇보다 대리석처럼 평온하고 단단해 보이는 아내의 껍질을 한꺼풀 벗긴 듯한 느낌이 내 오금을 저리게 했다. 그녀의 속살을, 옷 속의 피부가 아니라 피부 안쪽의 더 깊은 무언가를 들춰내고, 소유한 기분이었다.
그건 쉽사리 잊을 수 있는 게 아니었다. 학기의 나머지 일과를 처리하고, 필요한 사람들을 만나며 평소와 같은 일상을 되풀이하면서도, 그 흥분의 광채는 먼 데 하늘의 벽력 마냥 내 눈앞으로 섬광을 가져왔다. 그때마다 움틀대는 내 육체 한 끄트머리와 함께.
군대 시절 선임병으로 조금 친해졌던 사람이 있다. 제대 후 연락이 끊어졌다가 그 해 초에 온라인을 통해 우연히 연락이 되었다. 사실 군 시절부터 날 어떻게 좋게 보았는지는 모르되 이상하게 친한 척을 했지만, 내가 딱히 그 사람을 좋아했다던가 하는 건 아니었다. (허나 군대에서, 자길 좋게 봐주는 선임병한테 안 좋게 대할 사람이 있겠는가?) 온라인에서 연락이 닿은 뒤 술자리를 같이 하고, 술김에 ‘전진명 **님’ - 여기서 **는 군 시절 계급이 올라감에 따라 이병, 일병, 상병, 병장으로 바뀌었다. 생각해 보면 그 뭣같던 시절, 그 사람과 참 징하게도 오래 있었다 - 이 ‘진명이 형’으로 바뀐 것도 그가 각별하게 내 마음에 들었다거나 군 시절 추억이 소중해서는 솔직히 아니었다.
다시 만난 그는 서울에서 작은 사업을 하면서, 취미 생활 비슷하게 양평에 전원주택을 꾸며놓았다고 했다. 마침 대학원에서 매번 엠티를 가던 장소에 문제가 생겼고, 장소를 물색하던 내 귀에 자랑 섞인 그 말이 달콤하게 와 박혔다. 평소엔 비워놓다시피 하고 가끔씩 한가할 때 찾는다는 그곳은 꽤 널찍한 별장형 주택으로, 2층의 커다란 욕실에는 월풀형 욕조마저 있었다. 덕분에 봄의 엠티는 성황리에 마칠 수 있었다.
12월, 그 학기가 끝나던 무렵 나는 종강에 맞춰 양평의 그 집을 찾기로 하고 진명 형한테 전화를 걸었다.
“어, 그래! 그 날은 괜찮아. 몇명이나 올 건데?”
“둘이요.”
“어...... 누구랑 오는 건데?”
전화기 너머의 목소리에 짓궂은 울림이 깔렸다.
나는 왜 그냥 ‘집사랑이랑요’라 밝히지 않은 걸까? 그 대신 그쪽 분위기에 맞춰 히히덕대는 시늉을 하였을까? 어째서 순간 목구멍으로 매캐한 것이 치밀어 올라왔을까?
“알았어. 아무 때나 와. 병수가 거기 있을 거야. 병수한테 얘기해놓을게.”
병수란 진명 형의 친구로, 형보다 늙수그레해 보이고 말이 없는 사람이었다. 원래 뭐하던 사람인지, 진명 형과 원래 무슨 관계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집의 식객 내지 관리인인 양 머물면서 형이 없을 때의 양평 집과 그 집의 개들을 돌보며 살고 있었다.
전화를 끊으면서, 나는 구역질처럼 치밀어 오르는 웃음을 주체하기 힘들었다. 그 웃음은 아주 깊은 곳에서, 감질나는 가려움증을 동반하여 가슴 안쪽을 긁어대었다.
‘생각해보면 강진명이...... 군 시절부터 그래 신세를 지면서 내가 해준 게 없지.’
나는 내려놓은 수화기를 틀어쥔 채 소리를 죽여 키득키득 웃기 시작했다.
‘이것 봐 강진명 상병...... 당신, 의외로 꽤 운이 좋을지도 몰라.’
진명 형, 아니 강진명이는 어떤 표정을 지을까? 늘 가방끈이 짧다는 컴플렉스에 시달리던 그가 언젠가, 국립대학의 최고 학위까지 소유한 내 아내의 서비스를 받는다면? 그런 생각에 킬킬킬킬! 미친놈처럼 혼자서 웃어대고 있었다.
까마득한 옛날에는 인간에게도 발정기가 따로 있었다고 한다. 고대의 축제나 심지어 명절의 의식들 중에도 옛날에, 그 주기에 맞춰 벌이던 인간의 짝짓기 행사가 반영된 게 있다고 했다. 여자들 중에는 그때의 기억을 뜻밖에 신체적 주기로서 아직까지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여자들은 배란과 생리 주기에 남다르게 민감해진다.
내 아내가 그런 케이스에 속한다. 배란기 근처가 되면 그녀의 성기는 색이 짙어지고 분비물이 많아지며 독특한 체향을 풍기는 등 뚜렷한 생리적 변화를 보이는 것이다. 더 젊을 때는 몰랐지만, 이십 대 후반을 지나면서 욕구 또한 그때를 전후해서 더 강해지나 보았다. 그 며칠사이의 그녀는 정말로 뜨겁고 달콤하다. (단, 그렇기 때문에 이때는 임신을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그녀와 살을 맞대고 지내면서, 나는 그녀한테서 풍기는 냄새로써 그 시기를 알아챌 수 있게 되었다. 종강 전날, 나는 아내가 마침 그때를 맞이하였음을 느꼈다.
“하고 싶어?”
“응.”
“많이?”
“글쎄......”
아내는 이렇게 솔직하고 단순하다. ‘글세-’ 하고 말꼬리를 흐리는 것도 뭔가를 재거나 퉁기는 게 아니라, 정말로 자기가 ‘많이’ 하고싶은지 진지하게 생각해 보는 것이다. 그녀가 이렇게 (사실은 별 것 아닌 문제로) 진지한 생각에 잠길 때, 사람들은 아내의 큼직큼직한 이목구비와 독특한 카리스마로 인해 지레 겁을 먹게 마련이었다. 그래선지 학교에서나 어디서나, 아내가 진지한 얼굴로 요구하거나 추진한 일이 성사되지 못한 적은 한번도 없다.
“미안한데, 괜찮으면 내일 하자. 오늘밤은 좀 그렇네.”
“알았어.”
아내는 대수롭잖은 듯 잠을 청했다. 나는 그 옆자리에서 스탠드를 켜놓고, 학부 아이들의 시험 답안을 마저 채점하였다. 내일 모레 양평으로 아내를 데려가려면 나중에 일이 밀리지 않도록 일찌감치 해 두어야 했다.
겨우 일을 마치고 침대로 들었을 때 아내는 이미 깊은 잠에 빠져있었다. 그제서야 나는 성욕이 움틀대는 걸 느꼈다. 하지만 아내를 깨우기는 미안했고, 또 내일의 일과가 있었다.
그래서였다. 그래서였다고 훗날의 나는 스스로를 합리화시켰다. 아내의 옆자리에서, 팽팽해진 아랫도리로 뒤척이면서, 나는 또 못된 계획을 머릿속으로 굴리기 시작했던 것이다.
종강 날은 날씨가 아주 추웠다. 그래도 학교 주변의 거리는 엄청나게 흥청거렸다. 대학원의 종강 파티 역시 마찬가지였다. 모두들 엉망으로 취해서 목이 터져라 떠들어대었다. 평소 술을 잘 즐기지 않는 나 역시 이 날은 꽤 불콰해졌다.
그래도 자리를 마치고 나와 찬바람을 맞으니 취해서 나뒹굴던 사람들도 대개는 조금 정신이 드는 모양이었다. 그런데 그 중에 여전히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녀석이 있었다. 관호라는 이름의 후배였다. 학부를 졸업하고 어디 신문사인가를 다니다가 뒤늦게 석사과정에 들어온 친구로, 평소 지나치리만치 호탕하고 활달해서 오히려 종종 무안을 당하는 성격이었다. 학계라는 곳은, 다른 곳도 마찬가지이겠지만 필요 이상 순박하게 속을 트는 이를 좋아하지 않는다. 이날은 내가 평소와 달리 부드럽게 응수해줘서, 까마득한 선배 앞에서 긴장하던 관호 녀석도 그만 엉망으로 취해 버린 것이다.
나는 녀석의 등을 떠밀다시피 내가 가는 방향의 택시에 태웠다. 그리고 다른 이들에게 인사를 한 후 곧장 우리집으로 향하였다. 원체 덩치가 큰 녀석이다 보니 집으로 데려가는 데에 꽤 애를 먹었다. 물론 아내에게 전화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단, 택시가 거의 집앞에 접어들었을 때쯤, 그러니까 현관문이 열리기 불과 몇분 전에 말이다.
서로의 사정이 뻔하고, 대개는 학교에서 다같이 아는 사람들이었기에 아내는 딱히 불만을 토로하지 않았다. 불만이 있었어도 전화를 받고 현관문을 열어줄 때까지의 시간 동안 속으로 삭힌 후, 싫어하는 기색 없이 관호를 부축해 들이는 걸 도와주었다. 하지만 오늘을 위해 예쁘게 다듬어놓은 침대, 은은하게 갖춘 화장과 골라입은 잠옷을 갈아입을 시간은 미처 안 되었을 것이다.
잠옷에 가운을 걸친 차림의 형수를 제 몸을 부축하매, 관호 녀석도 그제야 좀 정신을 차리고 긴장을 하는 것 같았다. 녀석은 비틀대나마 자기 발로 욕실에 들어가 문을 닫았다.
나는 방으로 들어가려는 아내를 뒤에서 껴안았다. 미리 준비해두었던 선물을 꺼내 쥐어주고, 그녀의 드러난 목덜미에 입을 맞췄다. 아내의 풍만한 몸이 가냘픈 내 품안에서 화살을 맞은 짐승 마냥 바르르 떨었다.
그런 그녀의 몸을 돌려, 그 입술로 무작정 바깥에서 마시고 온 술 냄새를 불어넣었다. 아내는 저도 모르게 새어 나오는 콧소리를 미처 다 삼키지 못했다. 완강한 손길로 아내의 등을 쓰다듬으면서, 서둘러 친친 감다시피 끈을 엮은 가운 위의 감촉으로, 그녀가 잠옷 안에 브레지어를 하지 않았다는 걸 알았다.
“방으로 들어가자.”
“하지만 관호가......”
“뭐 어때! 잠깐만.”
안방 문을 닫고는 그녀의 가운을 거친 손길로 풀어헤쳤다. 가운으로 허겁지겁 감춰야 했을 만치 아내의 잠옷은 얇고 부드러웠다. 우리는 잠시동안 한입으로 들숨, 날숨을 쉬는 짐승이 되었다. 두 사람분의 타액이, 허파에 갈무리해두었던 숨결이 쉴새없이 서로의 몸안을 드나들었다. 그녀는 신음소리를 내지 않고자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하지만 볼이 발갛게 익은 상태에서도, 잠옷을 들추려는 데에서만은 그러려는 내 손목을 힘주어 붙잡는 것이었다.
“왜?”
“바깥에 관호가 있잖아.”
“그래서?”
“......하다못해, 걔가 자러 들어간 다음에......”
나는 곧장 그녀의 귓불을 깨물었다. 그녀는 귓불과 젖꼭지의 감각에 특히 약하였다.
“이대로 조금만 더...... 욕실에서 소리가 나면 내가 나갈 테니까.”
그렇게 기어코 잠옷을 벗겨내고야 말았다. 아내의 풍만하면서도 단단한 젖가슴은 언제나 나를 황홀하게 만든다. 나는 그녀를 침대 위로 밀어내 버렸다.
그렇게 한동안 침대 위를 투닥거려도 바깥 욕실에서는 아무런 기척이 없었다. 필시 좌변기 위에서라도 그대로 뻗어버렸을 터다. 나는 느긋해진 기분으로 침대 위에 반쯤 누워 아내의 팬티바람 모습을 내려다보았다. 아내는 그 차림으로 내 다리 사이에서, 지퍼를 열고 꺼낸 내 물건을 빨아들이고 있었다.
내 패니스를 애무하는 그녀의 숨결이 점차로 급박해졌다. 아내의 입김은 내 성기보다도 뜨겁고 축축했다. 나는 조금 전의 기세와 달리, 침대 머리에 기댄 채 구경꾼인 양 그녀를 바라보고만 있다.
결국 아내는 벌개진 얼굴로 고개를 들고야 말았다. 내 발기한 성기를 틀어쥐고 날 올려다보는 얼굴이 평소 인상과 딴판으로 절박하고 애처로워 보인다.
“하고싶어.”
나는 그녀의 이런 직설적인 표현, 가식이 없는 단순함을 사랑한다.
“지금......”
“바깥에 관호가 있잖아.”
내가 피식 웃으며 놀리듯 말했다. 아내가 절망적인 콧소리를 낸다.
“하다못해 쟤를 재워야지. 도중에 저 녀석이 문 열고 들어오면 어떡해.”
“그럼 지금 나가서 저 방에다 들이고 와.”
아내가 급하게 말했다. 그럴수록 나는 여유로운 웃음으로 느긋하게 대꾸한다.
“네가 해봐. 안주인이잖아.”
아내가 내 눈을 빤히 쳐다보았다. 나는 그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지금 차림 그대로...... 그러면 내가 널 여기서, 밤새도록 안아줄게.”
아내의 반쯤 벌어진 입술이, 바로 조금 전까지 내 것을 가득 머금고 있던 그것이, 어쩌면 저리도 자극적으로 붉은 빛깔인지!
“......진짜? 내가......”
그녀의 표정에 말할 수 없는 혼란이 지피었다. 애쓰지 않아도 저절로 나오는 평소의 강렬하고 자신만만해 뵈는 얼굴이 완전히 흐트러져 있었다. 그예 나는 심장이 터질 듯 흥분했다. 생각 같아선 당장 저 몸뚱이를 침대에 패대기친 후 깔아뭉개 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그 대신 나는 가만히 몸을 일으키며, 지퍼를 올리고 아랫도리를 여미었다. 놀잇감을 빼앗긴 아이의 눈빛이 그녀의 얼굴에 그대로 떠올라 버린다.
“그치만.”
“괜찮아. 저 녀석은 벌써 기절한 것처럼 잠들어 있을걸. 걔는 널 어쩌지 못하고, 널 보지도 못해.”
확신에 가득 찬 목소리로 말하자 아내가 몸을 일으켰다. 나는 굳이 그녀를 앞장세워, 제 손으로 방문을 열게 했다. 그녀의 걸음걸이가 어쩔 수 없이 휘청거리고, 나 역시 무릎이 후들거렸다. 그걸 감추기 위해 악의에 찬 목소리로 속삭였다.
“뭐 한번쯤은 눈을 떠서 널 볼지도 모르지. 네가 홀딱 벗은 채로 자길 부축해 주는 걸 말이야. 그래도 깨고 난 다음엔 꿈인 줄로만 알 거야.”
아내는 멍한 얼굴로, 팬티 바람인 채 거실로 걸어나갔다. 형광등 불빛 아래로 그녀의 젖꼭지가 꼿꼿이 선 채 흔들린다. 긴장할 대로 긴장한 발걸음은 거실 카페트를 제단인 양 조심스레 딛고 지나간다.
“문을 열어.”
그녀는 내 재촉에 부르르 몸을 떨었다.
문이 열렸다.
관호는 예상대로 좌변기 위에 곯아떨어져 있었다. 아내의 시큰한 한숨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나는 아내로 하여금 관호를 부축하게 했다. 관호의 커다란 팔뚝이 내 아내의 벗은 어깨 위에 올라앉는다. 의식을 잃은 손바닥이 그녀의 젖가슴 바로 위에서 흔들거린다!
나는 등뒤에서 녀석의 무게를 지탱하고, 그녀로 하여금 관호를 부축하여 건넌방에 눕히도록 했다. 남편의 후배 앞에 고스란히 알몸을 노출한 채, 그 후배의 술취한 입김이 목덜미를 간지럽히는 걸 아내는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일까.
이불을 깔고 녀석을 눕혔다. 장에서 이불을 꺼낸다는 핑계로 방의 불빛을 일부러 활짝 밝혀 놓았다.
그때 관호가 게슴츠레 눈을 뜨는 것이었다.
“형수님......?”
아내가 소스라쳤다. 나는 재빨리 그녀의 등을 꼬집으며 ‘아무렇지 않은 듯 행동해!’ 하고 속삭였다.
관호의 몽롱한 눈빛이 아내의 그것과 마주쳤다. 시간이 그대로 멈춘 것 같았다. 관호의 졸린 눈은 초점을 제대로 맞추지 못한 채 벌거벗은 아내를 향해 이리저리 흔들린다. 그앞에 무방비로 노출된 아내의 알몸이 육안으로 분간이 가능할 만치 크게 떨린다.
믿을 수가 없다는 듯 끔벅이던 관호의 눈이 스르르 감기었다. 그리고 금방 코를 골기 시작했다. 나는 순간 휘청대는 아내의 상체를 받쳐 안았다. 이젠 내 손아귀가 아내의 몸보다 틀림없이 더 뜨거울 것이다.
그녀를 거칠게 안고, 입맞추었다.
“이제 안방으로 가. 제발!”
생각 같아선 바로 이 자리에서, 내 후배가 누운 이불로 벌거벗은 아내를 눕히고 싶었다. 그녀의 팬티를 벗겨 후배의 얼굴에 씌우고, 녀석의 옆자리에서......
하지만 이 정도로도 충분히 과하였다 싶었다. 모험이기도 했다. 나는 불을 끄고 방문을 닫은 후 아내와 함께 침실로 들어갔다.
그 다음의 일을 굳이 이야기해야 할까? 나는 아내를 밤새 안아주기로 했고, 그 약속을 지켰다. 약속이기 때문이 아니라 나 자신이 밤새도록 그녀를 놓아줄 수 없었다. 그날 밤 내 성욕은 그야말로 한정이 없었다. 아내 또한 마찬가지였다.
아니, 딱 한가지만을 덧붙이자. 침대 위에 아내를 깔아버리고 체위고 기교고 필요없이 (그래도 천만다행, 콘돔만은 용케 챙길 정신이 있었다) 미친 듯 움직여 한 차례 아내를 범한 후, 나는 아직도 여운에 헐떡이는 아내의 귓가로 속삭였던 것이다.
“관표 녀석은 1년째 애인이 없어. 저 나이에 밤이 꽤 외로울 테지.”
내가 말했다.
“내 생각에...... 저 녀석은 당분간 꿈에 본 네 알몸을 생각하며 딸딸이를 칠 거야. 오늘 밤 본 게 진짜 네 몸이라고 생각하지는 못하겠지만, 앞으로 널 볼 때마다 오늘 본 네 속살을 떠올릴 테지. 그리고 네 진짜 젖가슴이 어떻게 생겼는지, 꿈에 본 그것과 똑같은 모양일지 볼 때마다 궁금해할 거야.”
아내는 이에 거부감을 보이기는커녕, 낮은 톤의 한숨과 신음소리로 응답해 왔다. 그것이 곧장 내 아랫도리를 일으켜세웠다. 금새 사정한 뒤였음에도 불구하고, 내 패니스는 그대로 팽팽하게 곧추서서 방금 빠져 나온 그녀의 끈끈한 속살을 욕망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2.
다음날 아침, 아내는 너무하다 싶을 만치 평소 모습 그대로였다. 너무나 태연해서, 지난밤의 일이 꿈인 양 느껴질 정도였다. 종종 나를 놀라게 하는 일면이다. 나중에도, 보다 더한 일을 시키고 더 강한 충격을 내 심장에 선사한 다음에도, 아내는 하룻밤 지나면 너무나 예사스러운 모습을 보이곤 했다. 평소와 같이 과묵하고, 조금은 무뚝뚝한-. 내 눈앞에선 밤새 꾼 악몽처럼 지난밤의 일이 정신없이 맴돌고 있는데 말이다.
그녀는 그런 여자였다. 조금 템포가 느린 대신 집중력이 대단하였고, 순간순간에 철저했다. 그것이 사람들로 하여금 그녀의 침묵을 두려워하게, 그녀의 일거수 일투족에 긴장하지 않을 수 없게끔 만드는 점이었다. 아내는 남들 눈에 실제 이상으로 강하고 무거워 보이는 게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녀가 평정을 잃는 순간은 한없이 자극적이다.
나 역시 한동안 그 일을 잊고 지냈다. 아니, 잊은 듯 지냈다. 정말로 잊을 수는 없었다. 그때의 흥분, 알 수 없는 아픔과 함께 찾아오는 예리한 쾌감...... 무엇보다 대리석처럼 평온하고 단단해 보이는 아내의 껍질을 한꺼풀 벗긴 듯한 느낌이 내 오금을 저리게 했다. 그녀의 속살을, 옷 속의 피부가 아니라 피부 안쪽의 더 깊은 무언가를 들춰내고, 소유한 기분이었다.
그건 쉽사리 잊을 수 있는 게 아니었다. 학기의 나머지 일과를 처리하고, 필요한 사람들을 만나며 평소와 같은 일상을 되풀이하면서도, 그 흥분의 광채는 먼 데 하늘의 벽력 마냥 내 눈앞으로 섬광을 가져왔다. 그때마다 움틀대는 내 육체 한 끄트머리와 함께.
군대 시절 선임병으로 조금 친해졌던 사람이 있다. 제대 후 연락이 끊어졌다가 그 해 초에 온라인을 통해 우연히 연락이 되었다. 사실 군 시절부터 날 어떻게 좋게 보았는지는 모르되 이상하게 친한 척을 했지만, 내가 딱히 그 사람을 좋아했다던가 하는 건 아니었다. (허나 군대에서, 자길 좋게 봐주는 선임병한테 안 좋게 대할 사람이 있겠는가?) 온라인에서 연락이 닿은 뒤 술자리를 같이 하고, 술김에 ‘전진명 **님’ - 여기서 **는 군 시절 계급이 올라감에 따라 이병, 일병, 상병, 병장으로 바뀌었다. 생각해 보면 그 뭣같던 시절, 그 사람과 참 징하게도 오래 있었다 - 이 ‘진명이 형’으로 바뀐 것도 그가 각별하게 내 마음에 들었다거나 군 시절 추억이 소중해서는 솔직히 아니었다.
다시 만난 그는 서울에서 작은 사업을 하면서, 취미 생활 비슷하게 양평에 전원주택을 꾸며놓았다고 했다. 마침 대학원에서 매번 엠티를 가던 장소에 문제가 생겼고, 장소를 물색하던 내 귀에 자랑 섞인 그 말이 달콤하게 와 박혔다. 평소엔 비워놓다시피 하고 가끔씩 한가할 때 찾는다는 그곳은 꽤 널찍한 별장형 주택으로, 2층의 커다란 욕실에는 월풀형 욕조마저 있었다. 덕분에 봄의 엠티는 성황리에 마칠 수 있었다.
12월, 그 학기가 끝나던 무렵 나는 종강에 맞춰 양평의 그 집을 찾기로 하고 진명 형한테 전화를 걸었다.
“어, 그래! 그 날은 괜찮아. 몇명이나 올 건데?”
“둘이요.”
“어...... 누구랑 오는 건데?”
전화기 너머의 목소리에 짓궂은 울림이 깔렸다.
나는 왜 그냥 ‘집사랑이랑요’라 밝히지 않은 걸까? 그 대신 그쪽 분위기에 맞춰 히히덕대는 시늉을 하였을까? 어째서 순간 목구멍으로 매캐한 것이 치밀어 올라왔을까?
“알았어. 아무 때나 와. 병수가 거기 있을 거야. 병수한테 얘기해놓을게.”
병수란 진명 형의 친구로, 형보다 늙수그레해 보이고 말이 없는 사람이었다. 원래 뭐하던 사람인지, 진명 형과 원래 무슨 관계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집의 식객 내지 관리인인 양 머물면서 형이 없을 때의 양평 집과 그 집의 개들을 돌보며 살고 있었다.
전화를 끊으면서, 나는 구역질처럼 치밀어 오르는 웃음을 주체하기 힘들었다. 그 웃음은 아주 깊은 곳에서, 감질나는 가려움증을 동반하여 가슴 안쪽을 긁어대었다.
‘생각해보면 강진명이...... 군 시절부터 그래 신세를 지면서 내가 해준 게 없지.’
나는 내려놓은 수화기를 틀어쥔 채 소리를 죽여 키득키득 웃기 시작했다.
‘이것 봐 강진명 상병...... 당신, 의외로 꽤 운이 좋을지도 몰라.’
진명 형, 아니 강진명이는 어떤 표정을 지을까? 늘 가방끈이 짧다는 컴플렉스에 시달리던 그가 언젠가, 국립대학의 최고 학위까지 소유한 내 아내의 서비스를 받는다면? 그런 생각에 킬킬킬킬! 미친놈처럼 혼자서 웃어대고 있었다.
까마득한 옛날에는 인간에게도 발정기가 따로 있었다고 한다. 고대의 축제나 심지어 명절의 의식들 중에도 옛날에, 그 주기에 맞춰 벌이던 인간의 짝짓기 행사가 반영된 게 있다고 했다. 여자들 중에는 그때의 기억을 뜻밖에 신체적 주기로서 아직까지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여자들은 배란과 생리 주기에 남다르게 민감해진다.
내 아내가 그런 케이스에 속한다. 배란기 근처가 되면 그녀의 성기는 색이 짙어지고 분비물이 많아지며 독특한 체향을 풍기는 등 뚜렷한 생리적 변화를 보이는 것이다. 더 젊을 때는 몰랐지만, 이십 대 후반을 지나면서 욕구 또한 그때를 전후해서 더 강해지나 보았다. 그 며칠사이의 그녀는 정말로 뜨겁고 달콤하다. (단, 그렇기 때문에 이때는 임신을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그녀와 살을 맞대고 지내면서, 나는 그녀한테서 풍기는 냄새로써 그 시기를 알아챌 수 있게 되었다. 종강 전날, 나는 아내가 마침 그때를 맞이하였음을 느꼈다.
“하고 싶어?”
“응.”
“많이?”
“글쎄......”
아내는 이렇게 솔직하고 단순하다. ‘글세-’ 하고 말꼬리를 흐리는 것도 뭔가를 재거나 퉁기는 게 아니라, 정말로 자기가 ‘많이’ 하고싶은지 진지하게 생각해 보는 것이다. 그녀가 이렇게 (사실은 별 것 아닌 문제로) 진지한 생각에 잠길 때, 사람들은 아내의 큼직큼직한 이목구비와 독특한 카리스마로 인해 지레 겁을 먹게 마련이었다. 그래선지 학교에서나 어디서나, 아내가 진지한 얼굴로 요구하거나 추진한 일이 성사되지 못한 적은 한번도 없다.
“미안한데, 괜찮으면 내일 하자. 오늘밤은 좀 그렇네.”
“알았어.”
아내는 대수롭잖은 듯 잠을 청했다. 나는 그 옆자리에서 스탠드를 켜놓고, 학부 아이들의 시험 답안을 마저 채점하였다. 내일 모레 양평으로 아내를 데려가려면 나중에 일이 밀리지 않도록 일찌감치 해 두어야 했다.
겨우 일을 마치고 침대로 들었을 때 아내는 이미 깊은 잠에 빠져있었다. 그제서야 나는 성욕이 움틀대는 걸 느꼈다. 하지만 아내를 깨우기는 미안했고, 또 내일의 일과가 있었다.
그래서였다. 그래서였다고 훗날의 나는 스스로를 합리화시켰다. 아내의 옆자리에서, 팽팽해진 아랫도리로 뒤척이면서, 나는 또 못된 계획을 머릿속으로 굴리기 시작했던 것이다.
종강 날은 날씨가 아주 추웠다. 그래도 학교 주변의 거리는 엄청나게 흥청거렸다. 대학원의 종강 파티 역시 마찬가지였다. 모두들 엉망으로 취해서 목이 터져라 떠들어대었다. 평소 술을 잘 즐기지 않는 나 역시 이 날은 꽤 불콰해졌다.
그래도 자리를 마치고 나와 찬바람을 맞으니 취해서 나뒹굴던 사람들도 대개는 조금 정신이 드는 모양이었다. 그런데 그 중에 여전히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녀석이 있었다. 관호라는 이름의 후배였다. 학부를 졸업하고 어디 신문사인가를 다니다가 뒤늦게 석사과정에 들어온 친구로, 평소 지나치리만치 호탕하고 활달해서 오히려 종종 무안을 당하는 성격이었다. 학계라는 곳은, 다른 곳도 마찬가지이겠지만 필요 이상 순박하게 속을 트는 이를 좋아하지 않는다. 이날은 내가 평소와 달리 부드럽게 응수해줘서, 까마득한 선배 앞에서 긴장하던 관호 녀석도 그만 엉망으로 취해 버린 것이다.
나는 녀석의 등을 떠밀다시피 내가 가는 방향의 택시에 태웠다. 그리고 다른 이들에게 인사를 한 후 곧장 우리집으로 향하였다. 원체 덩치가 큰 녀석이다 보니 집으로 데려가는 데에 꽤 애를 먹었다. 물론 아내에게 전화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단, 택시가 거의 집앞에 접어들었을 때쯤, 그러니까 현관문이 열리기 불과 몇분 전에 말이다.
서로의 사정이 뻔하고, 대개는 학교에서 다같이 아는 사람들이었기에 아내는 딱히 불만을 토로하지 않았다. 불만이 있었어도 전화를 받고 현관문을 열어줄 때까지의 시간 동안 속으로 삭힌 후, 싫어하는 기색 없이 관호를 부축해 들이는 걸 도와주었다. 하지만 오늘을 위해 예쁘게 다듬어놓은 침대, 은은하게 갖춘 화장과 골라입은 잠옷을 갈아입을 시간은 미처 안 되었을 것이다.
잠옷에 가운을 걸친 차림의 형수를 제 몸을 부축하매, 관호 녀석도 그제야 좀 정신을 차리고 긴장을 하는 것 같았다. 녀석은 비틀대나마 자기 발로 욕실에 들어가 문을 닫았다.
나는 방으로 들어가려는 아내를 뒤에서 껴안았다. 미리 준비해두었던 선물을 꺼내 쥐어주고, 그녀의 드러난 목덜미에 입을 맞췄다. 아내의 풍만한 몸이 가냘픈 내 품안에서 화살을 맞은 짐승 마냥 바르르 떨었다.
그런 그녀의 몸을 돌려, 그 입술로 무작정 바깥에서 마시고 온 술 냄새를 불어넣었다. 아내는 저도 모르게 새어 나오는 콧소리를 미처 다 삼키지 못했다. 완강한 손길로 아내의 등을 쓰다듬으면서, 서둘러 친친 감다시피 끈을 엮은 가운 위의 감촉으로, 그녀가 잠옷 안에 브레지어를 하지 않았다는 걸 알았다.
“방으로 들어가자.”
“하지만 관호가......”
“뭐 어때! 잠깐만.”
안방 문을 닫고는 그녀의 가운을 거친 손길로 풀어헤쳤다. 가운으로 허겁지겁 감춰야 했을 만치 아내의 잠옷은 얇고 부드러웠다. 우리는 잠시동안 한입으로 들숨, 날숨을 쉬는 짐승이 되었다. 두 사람분의 타액이, 허파에 갈무리해두었던 숨결이 쉴새없이 서로의 몸안을 드나들었다. 그녀는 신음소리를 내지 않고자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하지만 볼이 발갛게 익은 상태에서도, 잠옷을 들추려는 데에서만은 그러려는 내 손목을 힘주어 붙잡는 것이었다.
“왜?”
“바깥에 관호가 있잖아.”
“그래서?”
“......하다못해, 걔가 자러 들어간 다음에......”
나는 곧장 그녀의 귓불을 깨물었다. 그녀는 귓불과 젖꼭지의 감각에 특히 약하였다.
“이대로 조금만 더...... 욕실에서 소리가 나면 내가 나갈 테니까.”
그렇게 기어코 잠옷을 벗겨내고야 말았다. 아내의 풍만하면서도 단단한 젖가슴은 언제나 나를 황홀하게 만든다. 나는 그녀를 침대 위로 밀어내 버렸다.
그렇게 한동안 침대 위를 투닥거려도 바깥 욕실에서는 아무런 기척이 없었다. 필시 좌변기 위에서라도 그대로 뻗어버렸을 터다. 나는 느긋해진 기분으로 침대 위에 반쯤 누워 아내의 팬티바람 모습을 내려다보았다. 아내는 그 차림으로 내 다리 사이에서, 지퍼를 열고 꺼낸 내 물건을 빨아들이고 있었다.
내 패니스를 애무하는 그녀의 숨결이 점차로 급박해졌다. 아내의 입김은 내 성기보다도 뜨겁고 축축했다. 나는 조금 전의 기세와 달리, 침대 머리에 기댄 채 구경꾼인 양 그녀를 바라보고만 있다.
결국 아내는 벌개진 얼굴로 고개를 들고야 말았다. 내 발기한 성기를 틀어쥐고 날 올려다보는 얼굴이 평소 인상과 딴판으로 절박하고 애처로워 보인다.
“하고싶어.”
나는 그녀의 이런 직설적인 표현, 가식이 없는 단순함을 사랑한다.
“지금......”
“바깥에 관호가 있잖아.”
내가 피식 웃으며 놀리듯 말했다. 아내가 절망적인 콧소리를 낸다.
“하다못해 쟤를 재워야지. 도중에 저 녀석이 문 열고 들어오면 어떡해.”
“그럼 지금 나가서 저 방에다 들이고 와.”
아내가 급하게 말했다. 그럴수록 나는 여유로운 웃음으로 느긋하게 대꾸한다.
“네가 해봐. 안주인이잖아.”
아내가 내 눈을 빤히 쳐다보았다. 나는 그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지금 차림 그대로...... 그러면 내가 널 여기서, 밤새도록 안아줄게.”
아내의 반쯤 벌어진 입술이, 바로 조금 전까지 내 것을 가득 머금고 있던 그것이, 어쩌면 저리도 자극적으로 붉은 빛깔인지!
“......진짜? 내가......”
그녀의 표정에 말할 수 없는 혼란이 지피었다. 애쓰지 않아도 저절로 나오는 평소의 강렬하고 자신만만해 뵈는 얼굴이 완전히 흐트러져 있었다. 그예 나는 심장이 터질 듯 흥분했다. 생각 같아선 당장 저 몸뚱이를 침대에 패대기친 후 깔아뭉개 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그 대신 나는 가만히 몸을 일으키며, 지퍼를 올리고 아랫도리를 여미었다. 놀잇감을 빼앗긴 아이의 눈빛이 그녀의 얼굴에 그대로 떠올라 버린다.
“그치만.”
“괜찮아. 저 녀석은 벌써 기절한 것처럼 잠들어 있을걸. 걔는 널 어쩌지 못하고, 널 보지도 못해.”
확신에 가득 찬 목소리로 말하자 아내가 몸을 일으켰다. 나는 굳이 그녀를 앞장세워, 제 손으로 방문을 열게 했다. 그녀의 걸음걸이가 어쩔 수 없이 휘청거리고, 나 역시 무릎이 후들거렸다. 그걸 감추기 위해 악의에 찬 목소리로 속삭였다.
“뭐 한번쯤은 눈을 떠서 널 볼지도 모르지. 네가 홀딱 벗은 채로 자길 부축해 주는 걸 말이야. 그래도 깨고 난 다음엔 꿈인 줄로만 알 거야.”
아내는 멍한 얼굴로, 팬티 바람인 채 거실로 걸어나갔다. 형광등 불빛 아래로 그녀의 젖꼭지가 꼿꼿이 선 채 흔들린다. 긴장할 대로 긴장한 발걸음은 거실 카페트를 제단인 양 조심스레 딛고 지나간다.
“문을 열어.”
그녀는 내 재촉에 부르르 몸을 떨었다.
문이 열렸다.
관호는 예상대로 좌변기 위에 곯아떨어져 있었다. 아내의 시큰한 한숨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나는 아내로 하여금 관호를 부축하게 했다. 관호의 커다란 팔뚝이 내 아내의 벗은 어깨 위에 올라앉는다. 의식을 잃은 손바닥이 그녀의 젖가슴 바로 위에서 흔들거린다!
나는 등뒤에서 녀석의 무게를 지탱하고, 그녀로 하여금 관호를 부축하여 건넌방에 눕히도록 했다. 남편의 후배 앞에 고스란히 알몸을 노출한 채, 그 후배의 술취한 입김이 목덜미를 간지럽히는 걸 아내는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일까.
이불을 깔고 녀석을 눕혔다. 장에서 이불을 꺼낸다는 핑계로 방의 불빛을 일부러 활짝 밝혀 놓았다.
그때 관호가 게슴츠레 눈을 뜨는 것이었다.
“형수님......?”
아내가 소스라쳤다. 나는 재빨리 그녀의 등을 꼬집으며 ‘아무렇지 않은 듯 행동해!’ 하고 속삭였다.
관호의 몽롱한 눈빛이 아내의 그것과 마주쳤다. 시간이 그대로 멈춘 것 같았다. 관호의 졸린 눈은 초점을 제대로 맞추지 못한 채 벌거벗은 아내를 향해 이리저리 흔들린다. 그앞에 무방비로 노출된 아내의 알몸이 육안으로 분간이 가능할 만치 크게 떨린다.
믿을 수가 없다는 듯 끔벅이던 관호의 눈이 스르르 감기었다. 그리고 금방 코를 골기 시작했다. 나는 순간 휘청대는 아내의 상체를 받쳐 안았다. 이젠 내 손아귀가 아내의 몸보다 틀림없이 더 뜨거울 것이다.
그녀를 거칠게 안고, 입맞추었다.
“이제 안방으로 가. 제발!”
생각 같아선 바로 이 자리에서, 내 후배가 누운 이불로 벌거벗은 아내를 눕히고 싶었다. 그녀의 팬티를 벗겨 후배의 얼굴에 씌우고, 녀석의 옆자리에서......
하지만 이 정도로도 충분히 과하였다 싶었다. 모험이기도 했다. 나는 불을 끄고 방문을 닫은 후 아내와 함께 침실로 들어갔다.
그 다음의 일을 굳이 이야기해야 할까? 나는 아내를 밤새 안아주기로 했고, 그 약속을 지켰다. 약속이기 때문이 아니라 나 자신이 밤새도록 그녀를 놓아줄 수 없었다. 그날 밤 내 성욕은 그야말로 한정이 없었다. 아내 또한 마찬가지였다.
아니, 딱 한가지만을 덧붙이자. 침대 위에 아내를 깔아버리고 체위고 기교고 필요없이 (그래도 천만다행, 콘돔만은 용케 챙길 정신이 있었다) 미친 듯 움직여 한 차례 아내를 범한 후, 나는 아직도 여운에 헐떡이는 아내의 귓가로 속삭였던 것이다.
“관표 녀석은 1년째 애인이 없어. 저 나이에 밤이 꽤 외로울 테지.”
내가 말했다.
“내 생각에...... 저 녀석은 당분간 꿈에 본 네 알몸을 생각하며 딸딸이를 칠 거야. 오늘 밤 본 게 진짜 네 몸이라고 생각하지는 못하겠지만, 앞으로 널 볼 때마다 오늘 본 네 속살을 떠올릴 테지. 그리고 네 진짜 젖가슴이 어떻게 생겼는지, 꿈에 본 그것과 똑같은 모양일지 볼 때마다 궁금해할 거야.”
아내는 이에 거부감을 보이기는커녕, 낮은 톤의 한숨과 신음소리로 응답해 왔다. 그것이 곧장 내 아랫도리를 일으켜세웠다. 금새 사정한 뒤였음에도 불구하고, 내 패니스는 그대로 팽팽하게 곧추서서 방금 빠져 나온 그녀의 끈끈한 속살을 욕망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추천100 비추천 28
관련글실시간 핫 잇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