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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내가 만드는 이야기

대리운전 - 6부 1장

[ 흰 즙을 내는 대부분의 풀들이 그렇듯

이것도 벌레 물린데나 상처에 바르면 쉽게 마른다. ]



- 참 보기 좋습니다.

그녀는 물 방울 무늬의 긴 치마를 입고 나왔다.

현관 문을 열고 나오는 그녀는 아주 천천히 사뿐사뿐 걸어 나왔다.

마치 결혼식장에 들어서는 신부의 걸음처럼....

- 좋아 보여요?

- 예.. 훨씬 더 젊어 보이네요.

- 오래된건데... 유행이 한참 지났죠... 한국에선...

( 한번 돌아 보시죠.. 그렇게 말하고 싶었다.)

- 뒷모습도 좀 보여 주시죠...

- 어머? 진짜로 보고 싶으세요?

그녀는 호호호 웃으면서 날 빤히 쳐다 본다.

- 아...예! 원래 뒷모습이 아름다우셨던것 같은데...

- 뒷모습만요?

그녀는 갑자기 빙그르 제자리에서 돌아 보인다.

마치 발레리나가 토우를 세우고 스윙하듯 빙그르 돌아선다.

- 아? 멋진 플레어네요?

- 별걸 다 아시네?

- 아... 원래 레벨 원만 알죠... 그다음은 몰라요...

- 호호호..

그녀는 차에 올랐다.

- 원래 영화를 좋아하시나요?

- 예.... 근데 캐나다에 와서는 철지난 디브이디 밖에 못봐요.

- 왜요?

- 영어가 짧아서요... 디브이디는 한국에서 갖다봐요.....

- 한국 디브이디는 여기서 못보는데..

- 아... 그런대나봐요.. 그래서 디브이디 기계가 한국거예요.

한국에서 그대로 가져왔죠...호호호..

- 헤리슨포드 보고 혹시 신나는 인디애나죤스로 생각하시는 것 아니죠?

- 크리스틴 스캇 토마스는 인디애나 죤스와는 잘 안어울리죠..

- 크리스틴 팬이신가요?

- 그런 셈이죠... 나랑 동갑이거든요... 호호.

- 동갑이세요? 참나... 그런 경우는 첨보네...

- 왜요?

- 동갑이라서 좋아한다?

- 아니... 좋아하다 보니 동갑이라는걸 알게 된거죠..

- 좋아하는 다른 이유라로 있어요?

- 글쎄요...

( 아.... 그러구 보니.. 뭔가 이미지가 잡힌다 했는데...

조금 넓은 이마 하며

지방질이 전혀 없는 눈매...그래서 깊어 보이는 눈...

늘 여고생처럼 짧은 단발머리 생머리...

어째... 이렇게 이미지가 비슷할 수가... 참나! )

나는 그녀를 힐끗 쳐다 보았다.

- 왜요? 닮았나 확인해 보려구요?

그녀는 나를 향해 얼굴을 돌려 주었다.

- 자.. 봐요... 좀 비슷해요?

( 아..... 이런....내가 왜 이 생각을 못했을까?

뒷모습이 정말 매혹적이라고는 생각했는데..

그리고 단발 생머리... 그런데....

그 이미지가 왜... 어디서 감이 올것 같았는데...

가슴 작은 것도 닮았는데.. 후후..

난 크리스틴 나신을 다 보았는데...비록 영화였지만...크크

그런데 이 여자는 정말 그 이미지가 참 많이 닮았다...

정말 신기하다... )

- 그여자만 하겠어요?

- 왜요?

- 아니...그여자보다는 조금 덜 이쁜데....

- 덜 이뻐요?

- 뭐... 객관적으로 말해서 그렇긴 한데..

제 취향은 그쪽보다는 이쪽이 비교가 안되죠...

- 취향요?

- 아... 그냥 좋아하는 스타일이라고나 해 두죠.. 허허..

- 제가 그쪽이 좋아하는 스타일인가요?

- 아니 그보다는 크리스틴이 그렇다는 이야기죠...

- 호호호..

- 영화평을 보니까 그렇게 별로 호의적인것 같지는 않던데..

- 헤리슨포드가 왠 애정 멜로 물이냐? 이거죠?

- 뭐.. 그런 셈이죠...

거기에다 시드니폴락 감독의 명성에도 걸맞지 않다.. 뭐 그런것 같던데..

- 많이 아시네요..

- 뭐 많이 안다기 보다는 크리스틴에 대해선 좀 안다고나 할까...

- 어머... 그러세요? 이여자 좋아하는 사람 별로 없는데..

- 왜요?

- 여자가 좀 청승맞게 생겼잖아요..

뭐 섹시하게 생겼다거나 좀 시원시원한 것도 아니고..

키도 자그마하고... 뭐 특별한 개성이...

뭐... 그렇다고 보면 개성이 좀 있긴 하지...

그녀는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예상했던 대로 영화관은 그리 붐비지 않았다.

낮시간이었긴 했지만

영화평이 워낙 혹독해서였는지...

아예 편하게 한 복판에 좋은 거리에서 자리를 잡았다.

- 맥주라도 한캔 있었으면...

- 이럴땐 위스키앤 코크가 낫지 않나요?

- 어머... 그걸 어떻게마셔요?

- 아... 다 방법이 있지요..

나는 호주머니에서 위스키를 꺼냈다.

- 아... 그런거... 서부영화에 나오던데...

- 죤웨인이 뒷주머니에서 빼서 한모금씩 마시는거요?

- 예.. 그런거 같아요..

- 이거 한 모금 마시고 콜라 한번 빨아 먹고... 그러면 되지...크크크..

- 안주도 이거 팝폰이면 충분하네...

그녀는 대뜸 내게서 위스키를 뺏어갔다.



- 정말 내용도 없고 재미도 없어....

- 그래도 크리스틴은 이쁘기만 하던데....

- 근데 무슨 국회의원으로 나오는것 같죠?

- 아.. 그래도 내용 파악은 다 되신거 같은데요.. 뭘...

- 우습죠?

- 뭐가요?

- 자기 남자와 자기 여자가 바람을 피웠다

그러다가 어디로 가다가 비행기 사고로 둘다 죽었다.

그래서 그 여자와 그 남자가 작 남자와 여자를 찾아다니다가

결국 바람을 핀 상대방의 파트너를 알게 되었다.

그래서 어쩌다 저쩌다 둘이 사랑을 나눈다.

여자는 이 일로 선거에서 참패를 하고

남자는 명예도 다 잃고 그냥 초라하게 사라진다..

그래서 어떻다는거냐?

뭐 이런 줄거리인데...

- 그럼 둘이서 결혼이라도 해서 함께 행복하게 살아야 한다는 건가요?

아니면 둘이서 멀리 도망이라도 가야 하는건가요?

- 뭐... 꼭 그렇다는 건 아니지만... 끝이 이렇다 저렇다 뭐... 남은게 없어서..

- 호호호.. 남자들은 다 그게 탈이라니까..

- 탈이라뇨?

- 꼭 뭔가 쇼부를 봐야되!

- 그게 무슨 말.....?

- 결론이 가타부타 나야 한다구요.. 남자들이란..참!

- 그럼 뭔가 결판이 나야지... 그냥

- 그냥 얼키고 설키고 그러는 모습들이 재미 있잖아요?

- ....

( 여자들은 참 이상하다...

뭔가 결론도 없는 것들에 대해서 왜들 그러는지..

내 여자다 아니다... 뭐 결론을 내야 할거 아냐!

서로의 파트너들이 둘이 지랄을 하던 바람을 피던

아무튼 둘다 죽은거 아냐...

그럼 지들도 뭔가 결론을 내야 할거 아냐!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고.. 어정쩡... )

- 둘이 서로 결합했으면 좋겠어요 아니면 그냥 헤어지는게 좋겠어요?

- 예?

- 영화 말예요.. 둘이 어떻게 되는게.....?

- 아... 까짓거 둘이 살지...... 뭐... 어차피 둘다 망가진 인생인데...

안그래요?

- 그냥 그렇게 결론을 지어요?

- 그게 낫지 뭐... 어차피... 안그래요?

- 호호호.. 그럼 둘이 멀리가서 조용히 살라고 하죠 뭐... 후후후..



- 참 아름답던데요...역시...

- 크리스틴요?

- 아... 예! 안그래요?

몇 안되는 사람들이 다 빠져나가고

한참이나 그렇게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저녁이나 먹고 가시죠.

- 네...

- 오늘은 아주 즐거운 데이트였습니다.

- 아... 데이트였나요?

- 그렇죠... 영화보고... 술한잔 하고... 그럼 데이트죠...

- 후후후 그런가요?

- 근데 어디 사세요?

- 예..... 토론토 살아요.

- 토론토 어디요?

- 아... 영 타고 내려오다보면 만두 잘 만드는데 있죠?

- 네.... 거기 근처 종종 가는데...

- 거기 아파트 몇개 있잖아요.. 거기 살아요..

- 그러세요?

- 근데 셀폰은 왜 그렇게 잘 연결이 안되요?

- 아... 워낙 바쁜 사람이라서..허허허..

- 메세지 남겨도 잘 안보시나봐요..

- 아.... 낯선 번호는 그냥 넘어가죠..

- 그러세요?

그녀는 핸드백을 만지작 거리고 있었다.

- 뭘 드시고 싶으세요?

- 아무거나요... 좀 얼큰한.... 한국 음식 없을까요?

- 아... 곱창전골 잘하는데 있는데..

(얼떨결에 나는 말을 그렇게 하고 말았다.)

- 그래요? 그럼 그거 사주세요...

(이런... 괜히... 거길 가자고 했나.....

거기 가기 좀 그런데...

하는수 없지... 뭘~~)

- 그럼 거길 모시죠...

(괜히 거기로 가자고 했다....

자꾸 며칠전에 떠난 가게이모가 생각날것 같아서..

무엇보다도 자꾸 그녀가 자기 반지를 꺼내서 내 손가락에..

결국 새끼 손가락에 겨우 끼워 주었지만...

그녀의 모습들... 내게 처음으로 눈물 지으면서...

가슴속 이야기를 늘어 놓던 그 자리에.... 이런~~

아이고... 모르겠다! )

이내 주차장으로 들어섰다.

- 잠깐만요...

그녀는 시동키를 뽑는 내 손을 잡으며 말했다.

- 이거요...

그녀는 자그마한 쇼핑빽을 내 밀었다.

- 뭔데요?

- 디자인이 맘에 들려나?

- 뭔데요?

- 열어봐요..

그녀는 호기심어린 눈초리로 내 모습을 살피고 있었다.

자그마한 쇼핑백 속에는 자그마한 박스가 하나 있었다.

박스에는 유명 메이커의 셀폰 그림이 있었다.

- 하나 샀어요...패키지로..

그녀는 박스를 꺼내서 그 속에서 셀폰을 꺼내 내게 주었다.

- 모양이 맘에 들려나?

그녀는 조심스런 눈초리로 내게 말했다.

- 여기... 충전기랑... 있는데... 그리고.... 이어폰도 하나.... 샀는데.....

그녀는 반짝거리는 눈으로 날 쳐다보고 있었다.

- 왜요?

- 아뇨... 그냥.... 갖고 다니라고...

그녀는 고개를 돌리더니...이내 차 문을 열고 내렸다.

(이걸 어쩐다...

난 양다리는 안걸치는데...

오늘 잘 마무리 지으려 했는데....

그동안 몇번 리치몬드엘 들러 함께 시간을 보냈다.

그녀가 원할때도 있었지만

오히려 내가 원해서 간 적이 더 많았다.

갈때마다 그녀는 스스럼없이 옷을 벗어 주었다.

그리고 그 때마다

아주 뜨겁게 내게 몸을 허락해 주었다.

처음 몸을 섞은 백야드 벤치에서의 기억을 되살리며

그녀의 집 어디에서건

그녀는 적극적으로 다리를 벌려 주었고

나를 빨아 들이듯 잡아 당겼다.

한 웅큼이 안되는 작은 젖가슴에도

나는 그 섹시한 느낌을 찾을수 있었다..

뭔가... 그녀에게선 독특한 매력이 있었다.

그녀는 내 몸을 받아주면서

아주 새끈 새끈 몸을 놀려 주었다.

처음 그녀를 가진 밤 이후로

결코 조금도 빼거나 뒤틀지 않았다.

언제나 적극적으로 그리고 매혹적인 자세로

나를 받아 주었다.

뭔가.... 남자를 끄는... 끌고 꼭 잡아 당기는 그 무언가

마력같은게 있었다..

그래서... 난... 가게 이모와는 다른 그 무언가 색다른..

그러면서도 늘 마음에 미련을 남겨주는..

그녀와의 관계를 유지하고 싶었다.

이제 그녀와의 관계를 정리해야 하는데...

혜원이 외에는 다른 여자는 생각하지 않기로 했는데...아....어쩐다.. )

나는 그냥 그녀가 차에서 내려 식당으로 가는 모습을

차 안에서 바라보고 있었다.

이내... 받아 든 셀폰에서 벨이 울렸다.

- 뭐해요?

- 이거 어떻게 해요?

- 갖고 다니라고 했잖아요?

- 왜요?

- 그냥 갖고 다녀요...

- 지금 안쪽 룸에 자리 잡았어요.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 오기 싫으면 그냥 가요....

근데... 난 많이 생각하고 그걸 산거거든요....

부담되면 그냥 가요.....

( 갑자기 그녀가 정말 미치도록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

- 아니... 너무 예상치 못했던 일이라서... 갑작스럽게..

그녀는 한동안 말을 하지 않았다.

그러더니 이내 말을 이었다.

- 그럼... 보고 싶을땐 전화하면 전화나 받냐?

그녀는 앙칼진 목소리로 내 뱉었다.

- 누구는 다른 생각 안한줄 알어?

날더러 어떻게 하라고? 당신 셀폰은 언제나 꺼져 있거나 통화중인데!

그럼 날더러 어떻게 하라고?

그녀의 목소리는 여전히 하이톤으로 앙칼지게 울려 나왔다.

- 그래... 알았어....난 갑작스런 일이라서..

- 너 나 싫어?

갑자기 그녀가 소리치다 시피 목소리를 높였다.

나는 전화를 끊었다.



자리에 들어 섰을때에

그녀는 눈물을 깨치고 있었다.

- 미안해요...

- 아니... 왜... 미안해할거 없어.

- 내가 쌩떼를 쓴건가요?

- 아니... 안그래..

그녀는 또 젖은 눈으로 날 쳐다 보았다.

- 내가 미안해... 잠시 생각이.....

그녀는 내게 머리를 기댔다.

- 알았어... 미안해.. 내가 미안해...

( 나는 안다... 그녀가 왜 그러는지를.....

그녀는 얼핏 가슴속 이야기를 흘린 적이 있었다.

그 아픈 사연을 조금은 안다..... )

- 알았어... 꼭 갖고 다닐께...

나는 그녀의 어깨를 가만히 껴안아 주었다.

많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아.... 어쩌나...



[ 일단 공사가 중단되면 대게 그 상태로 겨울을 지나게 됩니다.

아마도 올 봄이 되야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럼 난 당분간 할 일이 없어집니다.

전에는 본사에 들어가서 공사 견적을 보거나

간혹 미국쪽에 있는 공사 현장에 지원나가기도 하는데...

올해는 어쩔지 모르겠습니다.

본사에 리포트를 보내놓고 소식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콘센트 막사를 떠나야 할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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