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번] 위대한 호색가 (偉大なる助平) - 마유미, 비디오 출연? 2
「약속은 꼭 지켜야해!」<?xml:namespace prefix = o ns = "urn:schemas-microsoft-com:office:office" />
그 날 하교시간이었다. 세라복으로 갈아입은 마유미는 대단히 기분이 상한 상태였다.
「아앗! 약속을 어길 생각이야?」
요시오는 말하면서 마유미의 팔을 잡으려고 했다.
「그만둬!」
마유미는 반사적으로 요시오의 손을 떨쳐냈다. 그 태도에 두려움이 엿보였다. 요시오가 만지는 것에 공포를 느낀 것이다.
「뭐야―」
입술을 내밀며 투덜거리는 요시오에게 마유미는 말했다.
「너, 유도시합을 뭐라고 생각하는 거야. 아무데나 손으로 더듬다니…반칙이야, 반칙! 그러니까 승부도 무효야!」
「그건 시합중에 불가항력적으로 일어난 일이야. 누르기기술에서 빠져나오려하다보니 그렇게 된 거지. 게다가 난 아마추어야. 약간의 위반은 부득이한 거라구.」
「뭐가 약간의 위반이야!」
마유미는 고함쳤다.
「그건 말이 안돼. 마유미.」
냉정한 소리가 요시오와 마유미 사이를 가르고 지나갔다.
「츠토무군과는 상관없는 일이야.」
마유미는 마음의 평정을 유지하려고 노력하면서 말했다. 하지만 츠토무의 태도는 차분하게 안정되어 감정의 흔들림이 없어보였다.
「나는 입회인으로서 발언하는거야. 마유미, 이번 결투는 분명하게 너에게 유리한 룰로 치뤄졌어. 왜냐하면 너는 유도 유단자고 실력도 전국레벨의 선수야. 상대인 요시오는 유도에 관해서는 완전히 아마추어. 너는 원하는대로 요시오를 요리할 수 있었을 거야. 유도의 룰에 어긋난다해도 시합 중 신체에 접촉이 있는 것은 유도에선 어쩔 수 없는 일이야. 그것을 일부러 떠들어대며 시합전의 약속을 어기려는 것은 스포츠 선수로서 부끄러운 행동이 아닐까?」
「…」
아무 말도 하지 못한채 마유미는 잠자코 있었다.
「뭐, 어쩔수 없는 여자라니까. 만약 이겼으면 빨리 약속지키라고 떠들어댈거면서 자기가 지니까 룰을 핑계삼기나 하고.」
요시오의 빈정거림에 마유미의 안면이 실룩거렸다.
「알았어.」
내뱉듯이 말했다.
「으응? 뭐라고했어, 비겁자?」
손을 귀에 대고 잘 안들린다는 포즈를 취한 요시오는 명백하게 마유미를 도발하고 있었다.
「알았다고! 모델이든지 뭐든지 하면되잖아! 이제 됐어!」
마침내 마구 고함을 질렀다. 요시오는 득의만만한 표정으로 츠토무에게 윙크했다. 츠토무는 단지 미소를 띄우고 있을 뿐이었다.
「뭘 촬영할거야? 설마 이 영연과 방에서 하는거야?」
더러운 방을 바라보며 마유미는 불만이 뚝뚝 떨어지는 표정으로 말했다. 영연과는 영상 연구회다. 홈 비디오를 이용해서 자체제작한 인형애니메이션이나 의미를 알 수 없는 콩트영화 등을 학원제에서 발표하고 있었다. 방에는 애니메이션 여주인공의 포스터나 셀화가 끈적끈적하게 붙어있었고 어쩐지 이상한 냄새도 나는 것 같았다.
「촬영은 로케 중심으로 할 예정이고 오늘은 우선 미팅이야. 영연과에서 기재와 스탭을 빌렸거든. 어쨌거나 이번엔 본격적으로 하려는거라고 생각돼.」
요시오는 마유미 앞에 의자를 끌어다주고는 능글능글 웃으면서 말했다.
「스탭을 소개할게. 우선 감독은 내가 맡았고 각본, 제작은 츠토무.」
츠토무가 목례했다.
「역시 츠토무 군도 한패였구나.」
다리를 꼬고 앉으며 마유미는 째려보았다.
「조명이나 소도구는 영연과의 코이데와 나가사키, 두사람에게 부탁했어.」
「아무쪼록 잘 부탁드립니다.」
껑충한 키에 안경을 쓴 사람이 코이데, 몸집이 작고 약간 검은 얼굴이 나가사키이다.
「기재는 디지털비디오카메라를 빌렸어. 사실은 업무용 베타캠을 사용하고 싶었지만 영연과에도 없더라구.」
「내가 아는 곳의 기재를 사용하면 좋겠지만 그러면 프로 카메라맨을 고용해야 하기 때문에…」
츠토무의 말이었다.
「그럼, 난 뭘하면 되는거야?」
마유미는 무성의하게 질문했다.
「타이틀은 「미소녀 해체신서·몽환편」, 이것이 각본이야.」
요시오가 30 페이지 정도의 소책자를 마유미에게 건네주었다. 워드프로세서 원고를 카피한 것으로 그야말로 수제품이라는 느낌이었다.
「준비는 잘 했네.」
마유미는 받아 대충 넘겨보더니 그 안색이 순식간에 변했다.
「뭐야, 이건!」
「각본이야. 비디오의」
「내용말이야, 내용! 이건 성인용비디오 각본이잖아!」
「무슨 소리하는거야! 너 아까 여자라는 증거를 카메라 앞에서 명확하게 보여준다고 했잖아!」
이제와서 무슨 딴소리냐는 어조로 요시오는 말했다. 마유미는 각본의 페이지를 연 채 일어섰다.
「농담이 아냐! 어째서 내가 방에서 자위하는 모습이 목격되고, 그것을 비밀로 하기위해서 굶주린 남학생들에게 윤간된 뒤, 그 광경을 비디오로 찍혀 성 노예가 되서 SM조교를 받지 않으면 안되는 거야!」
「훌륭한 요약이야. 정말 놀랬어. 마유미, 국어성적 정말 좋을 것 같은데?」
츠토무가 손뼉을 치며 칭찬했다.
「농담이 아니라니까! 이런 변태 비디오이라니…말도 안 돼!」
마유미는 요시오와 츠토무를 교대로 노려보았다. 츠토무는 온화한 미소를 띄운 채 동요하는 모습은 전혀 없었다.
「응? 마음에 들지않아? 이 작품은 오직 여성만이 표현할 수 있는 아름다움, 고상함, 업, 처연한 슬픔…그런 것들이 응축된 각본이라고 생각되는데.」
「장난치지 마!」
마유미는 외쳤다.
「이런 것은 절대 안 돼! 이런게 아니더라도 내가 여자라는 것은 증명할 수 있잖아!」
「으음…」
츠토무는 곤란하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요시오를 쳐다보았다.
「어떻게 할까, 감독?」
요시오도 고개를 갸웃거렸다.
「좋은 각본이라고 생각하는데…이 작품은… 특히 여기「자지를 넣어줘, 부탁해…」라는 부분은… 정말 아까운데……」
「그런 건 절대로 안돼!」
「알았어. 그럼 이 각본은 제외하고…」
요시오가 시원하게 결정하자 마유미는 마음이 놓였다.
「음…. 그럼 다른 소프트한 것으로 가자.「미소녀는 안드로누스의 꿈을 볼까…」…」
「그건 또 어떤거지? 설마 또 이상한 건 아니겠지?」
경계심에 가득 찬 목소리로 마유미가 물었다. 츠토무가 싱글벙글 웃으며 일어섰다. 손에는 비디오테잎 같은 것을 들고 있었다.
「이것이라면 아마 괜찮을거야. 내용은……」
「미소녀는 안드로누스의 꿈을 볼까…」
스탭·캐스트
감독: 이로고토 요시오
각본: 히로히라 츠토무
주연: 오오카와라 마유미(신인)
조명: 코이데 타이이치
소도구: 나가사키 신지
카이호우(快鳳)학원에는 하나의 전설이 있었다.
옛날 보름달이 뜨던 밤에 학교의 뒷마당---이라고 해도 상당히 넓지만---을 탐색하던 소녀가 홀연히 사라져 두 번 다시 모습을 볼 수 없게 된 사건이 있었다. 소녀의 이름은 오오카와라 마유미. 그 사건 이후 뒷마당은 봉쇄되어 아무도 들어갈 수 없게 되었지만, 주인공 소녀(마유미가 연기한다)는 우연히 그 철조망이 끊어져있는 곳을 발견하고 몰래 들어가 뒷마당을 헤맨다.
때마침 만월. 마유미는 나무들을 스치고 지나가는 바람 속에 수풀을 헤치며 뒷마당의 헛간 오두막에 간신히 도착한다. 거기서 마유미가 여러 명한테 린치당하는 광경을 목격한다. 그것은 과거의 사건이며 일찌기 이 장소에서 마유미는 살해당해 묻혀 버렸던 것이다. 그리고 그 사건을 학교측은 은폐했기 때문에 만월의 괴담이라는 전설이 태어났던 것이다. 진상을 알게 된 마유미 앞에 환시의 마유미가 나타나 두 사람 마유미는 하나가 된다.
실제로 카이호우학원에는 출입이 금지된 뒷마당이 있었고 거기에는 방치된 헛간 오두막도 있었다. 그리고 뒷마당에 유령이 나온다는 소문도 정말로 있었다. 다만, 그 유령은 선대 경비원 아저씨라는 성적 매력이 부족한 괴담이야기이지만...
그 전설의 배경만 각본에 도입한 것이었다. 대사는 거의 없이 음악과 화면이미지를 중심으로 스토리를 전개해 나가는 방법을 취하기로 했다.
「미리 말해두는데 세미 누드는 있어.」
「알았어, 약속이니까… 할 수 없지. 하지만 그대로 알몸을 찍는 것은 용납하지 않아!」
그런 합의 하에서 촬영은 개시하게 되었다. 토, 일 이틀간에 찍는다는 강행군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