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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내가 만드는 이야기

[미/번역] 세컨드 레이디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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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8시 5분 전, 모스크바였다.

그들 네 명은 격리된 베라 바빌로바의 집 거실에 모여 커다란 텔레비젼 화면 앞에 의자를 당겨놓고 앉아 있었다.
페트로브는 그의 까만 일제 시계를 들여다보며 "그 여자가 도착했군." 하고 알리며 "텔레비젼을 켜."하고 말했다.

쥬크 대령이 벌떡 일어나 텔레비젼 쪽으로 걸어가 스위치를 틀고 화면이 나타나기를 기다렸다.
퍼스트 레이디가 착륙하고 나면 간단한 환영식이 있고, 귀빈은 모스크바까지 28킬로의 거리를 자동차의 에스코트를 받게 되는 것이다.
쥬크가 제자리로 돌아오자 화면은 공식 호스테스와 그녀를 둘러싼 일행이 아직 보이지 않는 공군 1호기가 다가오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장면이 나타났다.
베라는 공식 호스테스를 보기위해 몸을 앞으로 구부렸다.
그러자 은퇴한 오페라 메조소프라노의 모습을 한 당당하고도 젖가슴이 풍만한 백발의 루드밀라 키레첸코 수상 부인임을 알 수 있었다.
베라는 다른 사람들의 모습은 확인할 수 없었으나 마침 카메라가 알렉스 레이진의 모습을 비쳤다.
갈색 양복을 입은, 너무나도 남성적이고 핸섬한 그의 모습에 베라는 기쁨에 넘치는 미소를 억누를 수 없었다.

페트로브는 멍하니 텔레비젼에 집중한 채 주머니에서 시가를 꺼내어 껍질을 베껴냈다.

장방형의 성조기가 그려진 거대한 제트비행기가 나타났다.
비행기는 스크린을 가로질러 구르다가 멈추었다.
공항 직원들의 운반용 금속트랩을 비행기 쪽으로 떠밀고 가 출구에 대어놓았다.
문이 서서히 열리자 밴드는 보이지 않응 채 미국 국가가 연주되기 시작했다.

베라는 몸을 더욱더 앞으로 구부렸고 페트로브의 두 눈은 가느다랗게 좁혀졌다.
베라는 텔레비젼 화면에 온갖 주의를 기울이고 있었다.
그녀는 퍼스트 레이디의 비서인 노라 자드슨과 그리고 그녀의 자서전을 집필하고 있는 가이 파아카가 트랩을 내려오고 있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트랩앞에 붉은 카아핏이 깔려 있었다.
그녀는 이미 여러번 그들의 사진을 수없이 보아왔던 것이다.
그러나 이젠 육체적으로 직접 그들을 대하게 되니 더욱더 두렵게 느껴졌다.

"저기 그 여자가 나타났군!" 하고 페트로브가 똑바로 앉으며 외쳤다.
"보여요? 퍼스트 레이디인 빌리 브래드포드 여사말이야?"

베라의 눈은 화면에 거의 싫증이 났으나 퍼스트 레이디가 트랩을 내려오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녀는 키가 늘씬하고 조각처럼 아름다왔으나 부드럽고 율동적이었다.
가느다란 미풍에 비단 머슬린 드레스가 찰싹 달라붙어 물결치듯 아름다운 그녀의 몸매가 드러났다.

주소련 미대사 오티스 영다알이 풍요로운 옷차림을 한 커다란 모습으로 붉은 카피트를 밟고 나아가 미국 대통령 부인을 맞으며 뺨에 키스를 했다.
이제 그는 빌리 여사의 팔을 붙들고 소련인 일단 쪽으로 그녀를 이끌고 가 소련 수상 부인인 루드밀라 키레첸코 여사에게 그녀를 소개하고 있었다.

그 유명한 두 부인들이 악수를 하고 있었다.
그들 사이로 알렉스 레이진의 모습이 나타났다.
수상 부인은 빌리 여사에게 길게 이야기하고 있었으며 알렉스는 그 러시아어를 미국 대통령 영부인에게 영어로 통역하고 있었다.
이윽고 알렉스는 빌리 여사를 러시아의 고관들에게 안내하였다.
그는 러시아인들의 인사말과 이야기를 대통령 부인에게 영어로 통역하고 그녀의 영어 대답을 러시아어로 통역하고 있었다.
레이진은 빌리 영부인의 팔을 잡고 주위를 빙 돌아가며 그녀의 귀에다 머리를 숙여 대고 통역을 계속하고 있었다.

화면에서 그들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베라는 그녀의 사랑하는 이가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멋진 부인과 함께 있다는 것에 괴로운 질투를 느꼈다.
그는 이제 그녀와 아주 가까이 있을 것이며 앞으로 수 주일간은 더욱더 가까이 지내게 되리라.
그는 아마도 자기 자신과 빌리 여사를 혼동하게 될지 모르며 --- 아니 더욱 나쁜 것은 자기 자신보다도 빌리를 더욱 좋아하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 아니겠는가.

빌리 브래드포드의 모습이 리무진 차 안으로 사라지고 나자 베라는 페트로브에게 말을 걸기 위해 몸을 돌렸다.
그가 그녀를 주시하고 있는 것을 알고 그녀는 놀랐다.
페트로브는 텔레비젼 화면으로 고개를 돌리며 "그 여자를 보니 무서운가?"하고 나지막이 물었다.
베라는 지체없이 대꾸했다.
"아니에요, 절대로 아니에요."하고 그녀는 단호히 대답하였다.
"저 사기꾼은 누구예요? 내가 바로 퍼스트 레이디인데."
페트로브는 코웃음치며 말했다.
"좋아, 아주 좋아요. 꼭 잊지 말아요."
"잊지 않겠어요."하고 그녀는 말했다.
그녀는 페트로브가 자기의 뜻한 바를 알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크레믈린 궁전 입구에 자리잡은 초현대식 의사당 내부의 거창한 본관 강당에서 소련의 여성 지도자이며 수상 부인인 루드밀라 키레첸코 여사가 무대 연단에 서서 90개국으로부터 온 2천명의 여성대포단에 폐회 연설을 하고 있었다.

그날은 국제여성회의의 제삼일째가 되는 마지막 날로 빌리 브래드포드 개인으로서는 그것이 기뻤다.
대체로 이번 국제회의는 그녀가 예상했던 데로였으며 핵심이 없는 것이었다. 주로 공산주의자들의 선전 진열대에 불과했다.

키레첸코 여사의 단조로운 연설이 레이진의 재빠른 통역과 함께 그녀의 귓전에 끊임없이 울려왔다.
빌리는 이 소리를 피하여 머릿속에 다른 생각을 해보려했다.
그녀는 마음속에 지난 3일 동안을 처음부터 더듬어 그동안 일어났던 일들을 상상해 보았다.
그러나 그 역시 생각만 해봐도 골치가 아팠다.

잠시 후 그녀는 헤드폰에서 울려오던 소리가 멈추고 귓속이 조용해진 것을 느꼈다.

주위 사람들이 온통 장내에 일어서서 박수갈채를 보내고 있었다.
빌리는 이제 끝났으리라고 생각했던 무렵 키레첸코 여사의 연설이 끝났던 것이다.
빌리는 헤드폰을 벗어치우고 일어나 손뼉을 쳤다.

마침내 그녀는 통로로 한 걸음 한 걸음 나오고 있었다.
로비에서는 사진기자들이 그녀에게로 달려와 그들의 플래시가 연신 터졌다. 어느 경박한 중년여자가 분명히 인도기자인 듯 싶은데 그녀에게 다가와 외쳤다.
"왜 당신은 섹스주의자들에게 그런 투명한 옷차림으로 인사를 합니까?"
빌리는 화를 내는 대신 미소를 유지하며 큰 소리로 대답했다.
"나는 남자들이 나를 평등한 사람으로서가 아니라 하나의 여자로 바라보기를 원하니까요."


네 개의 계단이 있는 길가에는 두 대의 검정색 리무진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첫번째 차 운전수가 차의 뒷문을 열었을 때 빌리는 머뭇거리다가 둘러 서 있는 일행에게 얼굴을 돌렸다.
"노라, 우리 시간 좀 있을까? 잠시 기념품을 좀 사고 싶은데."하고 그녀가 물었다.
노라 자드슨이 시계를 들여다보고는 말했다.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면 한 시간쯤 여유는 있겠습니다."
"그렇게 하지."하고 빌리가 말했다.
"며칠 안 있으면 로스앤젤레스로 가게 될 텐데 가족들에게 무얼 좀 가져가고 싶군."
그녀는 통역에게 말했다.
"어디로 가야죠, 레이진씨?"
"가까운 곳에 베리오스카 백화점이 있습니다." 하고 그는 말했다.
"국영 백화점으로 외국 화폐를 가진 외국 손님들에게만 팝니다.
그곳에서 상품을 가장 잘 고를 수 있습니다."

빌리는 코를 찡그렸다.
"그러나 그 곳은 외국 손님들을 위한 곳이군요. 나는 어디 소련 사람들이 가는 곳을 보고 싶은데요."
"네, 그러면 국영백화점 GUM에 가보고 싶으시군요."하고 그는 말했다.
"그런데 그곳에는 소련 사람들이 가는 곳인가요?" 그녀는 물었다.
"네 물론입니다." 그는 대답했다.
"백화점 관리인에게 전화를 하겠습니다."하고 레이진이 말했다.
"그가 귀하를 위해서 물건을 신속히 사실 수 있도록 해줄 것입니다. 그는 영어를 유창하게 잘 합니다. 어서 가십시오 제가 곧 뒤따르겠습니다." 하고는 그는 급히 로비쪽으로 달려갔다.

10분 후에 두 번째 리무진의 뒷좌석에 영다알 대사와 가이 파아카와 함께 앉아 있던 레이진이 앞으로 나서서 바람막이 유리너머로 손가락질하며 말했다.
"저기 기다리고들 있습니다. 그들 바로 뒤에 차를 세우세요." 빌리 브래드포드가 탄 리무진은 조금 후 백화점 건물 입구 앞에 서 있었다.

잠시 후에 레이진은 비대한 관리인의 팔을 붙들고 빌리 일행에게로 몰고 오듯 데리고 왔다.
레이진은 그 관리인을 먼저 빌리에게 소개를 시킨 다음, 대사와 미스 자드슨 그리고 파아카에게 아례로 소개를 하자 관리인은 각각 고개를 숙이며 정중히 인사를 했다.

"영광입니다. 영광입니다." 관리인이 말했다.
"안으로 들어오십시오. 제가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빌리는 노라와 그 바까의 다른 사람들에게 말을 건냈다.
"노라, 노라만 도와주면 될 거야. 다른 분들은 성가시게 할 게 없으니 다들 여기서 기다리고 계세요. 쇼핑을 하는데 귀찮기만 할 테니까요. 게다가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끌고 싶지도 않으니까."
"제가 함께 가는게 좋겠습니다." 하고 대사가 그녀 뒤를 따라나서며 말했다.

알렉스 레이진과 가이 파아카는 차 옆에 남아서 그들이 백화점 안으로 들어서는 것을 바라보았다.


얼마 후 빌리 브래드포드는 관리인과 함께 나타났다.
둘이는 쇼핑 백을 들고 있었고 노라는 꾸러미 하나를 들고, 그 뒤를 대사가 뒤따랐다.
"영부인을 맞이해야 되겠습니다." 하고 파아카는 말하며 앞서가기 시작했다. 그는 퍼스트 레이디인 빌리 브래드포드가 리무진 차에 들어가는 것을 보았다.



모스크바의 마지막 날 밤 만찬이 준비되어 있었다.
물론 빌리 브래드포드도 거기에 참석하였다.

웨이터가 와서 그녀의 수정 글라스에 샴페인을 붓고 있었다.
그녀는 깜짝 놀라 말렸다.
그녀는 샴페인을 싫어했다.
그러나 너무 늦었다.
이미 따라져 잔을 가장자리까지 채우고 있었다.

그녀는 모든 사람들의 고개가 여러 좌석 저쪽편 연회석의 테이블 중앙으로 쏠리고 있음을 깨달았다.
어떤 남자의 모습이 샴페인 잔을 높이 쳐들고 서 있음을 보았다.
놀랍게도 그는 키레첸코 수상임을 그녀는 알게 되었다.
그가 방금 도착하여 러시아어로 축배를 올렸음이 분명하였다.
빌리는 알렉스 레이진이 귀에 대고 통역하는 것을 들었다.
빌리는 모든 사람이 다 일어서서 축배에 참여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녀는 재빨리 일어나서 샴페인 잔을 들었다.
마지못해 잔을 들고 한 모금을 마시고는 얼굴을 찡그렸다.
레이진이 지켜보고 있는 것을 알고 그녀는 말했다.
"다 마실 수 없어요. 이걸 싫어하거든요."
레이진이 그녀에게 몸을 굽히고 속삭이듯 말했다.
"영부인, 그걸 마시지 않으면 안됩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예의에 벗어납니다. 특히 영부인께서는."

그녀는 어쩔수 없이 곁에서 듣던 대사를 바라보았다.
그는 그렇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를 지나쳐 그녀는 자신만큼이나 샴페인을 싫어하는 노라 자드슨을 찾아보았다.
노라는 샴페인 잔을 비우고 내려놓고 있었다.
몸을 움츠리며 빌리는 두 눈을 감고 샴페인을 입술로 가져가 잔 속에 든 술을 꿀꺽꿀꺽 전부 넘겨 버렸다.
여느 때보다도 더 썼다.

확성기 소리가 러시아말로 무엇인가 알리고 있었다.
레이진이 번역해 주었다.
러시아 여성들로 그날잠의 피날레가 더욱 여흥을 돋구리라는 것이었다.

불빛이 어두컴컴해지고 홀 중앙에 있는 발레단에 스포트라이트가 비췄다.
빌리는 피로에 지쳤음에도 불구하고 마루 위에서 회오리치며 빙빙 돌며 뛰는 무희들을 열심히 바라보려 애썼다.

점점 그녀는 몸이 약해지며 피로가 엄습해옴을 느꼈다.
그녀는 몸이 주저앉기 시작함을 느끼고 정신을 차려보았다.
흐릿하게 멍한 눈으로 무희들의 곡예를 지켜보았다.
고개를 떨구고 끄덕하려 할 때 음악이 멈추고 스포트라이트가 꺼져 암흑이 되었다.

홀 안의 모든 사람들이 박수를 치고 있었다.
빌리도 박수를 치려 했으나 손바닥이 서로 마주치지를 않았다.
다행히도 다 끝났구나 여기고 그녀는 의자를 뒤로 밀치고 일어서려 했다.

그러나 빌리는 눈을 쥐어짜고 촛점을 잘 맞추려 했으나 앞이 잘 보이지 앟았다.
그녀의 두 눈은 풀칠하여 붙어 버린 듯했다.
머리를 한쪽으로 척 늘어뜨렸다.
그 다음 그녀는 누군가가 자신을 흔들어 깨우는 것을 알았다.
대사가 그녀의 어깨를 부축하였다.

홀안의 불이 켜졌다.
"이리 오십시오,영부인."하고 대사가 말했다.
"호텔로 돌아가 주무셔야 할 때입니다."
그는 그녀의 겨드랑이 밑으로 손을 넣고 일어서는 걸 도왔다.

"아이, 졸려."
그녀는 깊은 심연속에서 중얼거렸다.
"난,,,,난, 잠을 자지 않으면 안돼요."

그녀는 어디선가 노라도 역시 졸음에 못 견디고 있지 않나 생각했다.


그들은 엘리베이터를 나와 호텔 복도에 이르렀다.
빌리 브래드포드는 잠이 깨어 리무진에서 내려 호텔레 들어섰으나 로비 입구에서 잠시 깨었을 뿐 이제 복도에서 그녀의 특별실 쪽으로 서서히 걸어가며 다시 정신이 희미해졌다.

그녀의 사지는 거의 마비되어 있었다.
몇 발짝 뒤에서는 가이 파아카가 휘청거리는 노라 자드슨을 거들고 있었다.
빌리는 드디어 자기 방으로 들어갔다.
그녀는 방안을 훑어보았다.
방은 마치 지진에 흔들리듯 오르락내리락 진동하고 있었다.
그녀는 현기증을 느끼며 흔들거리는 방을 가로질러 갔다.
그녀는 혼신의 힘으로 침대에 다가가려 애썼다.
중간쯤 가다가 멈춰 서서 비틀거리며 신을 벗어 던지고 가운의 지퍼를 풀고는 마룻바닥에 벗어 버린 채 겨우 그 위로 넘어왔다.

그녀의 녹색 잠옷이 침대 위에 단정히 펼쳐 있었다.
그녀는 그것을 더듬어 움켜쥐고는 힘겹게 머리와 양팔을 꿰고서 홱 잡아내렸다.
그리고나서 그녀는 몸이 침대 매트리스 한쪽 끝에 닿자 그녀는 몸을 쓰러뜨리고 마치 돌멩이처럼 침대 속에 떨어졌다.


침대 위의 시계는 12시 14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암흑이었다.


침대 위의 시계가 2시 1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그녀는 고요했다.
침실 역시 고요했다.
그런데 무엇인가가 움직이고 있었다.
그녀의 침대 옆 판자 마룻바닥에 깔린 조그만 융단, 그것이 움직이고 있었다. 천천히 융단 한 쪽 끝이 조금씩 조금씩 무시무시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카아핏 아래 마룻바닥의 참나무 판자 두 쪽이 양쪽으로 점점 높이 솟아오르고 있었다.

손마디가 굵은 팔뚝이 융단가에 형체를 드러내고 두터운 손가락이 융단 술을 붙잡아 끌어제치니 네개의 판자가 위로 올라오고 있는 것이 나타났다.
어둠속에 아래로부터 하나의 형체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까만 옷차림의 날렵한 남자의 모습이 구멍을 통해 기어오르더니 무릎을 딛고 허리를 펴 똑바로 섰다.
잠시 후에 또하나, 몸집이 보다 큰 남자의 그림자가 구멍으로부터 나타나 어두운 침실에 일어섰다.
두 그림자는 발끝으로 침대에 다가와 멈춰 서더니 잠들어 있는 여자를 내려다 보았다.
하나가 고개를 끄덕여 신호를 하자 둘은 마치 연습을 한 듯 동시에 자켓 주머니 속에 손을 넣더니, 하나는 손수건을, 그리고 또 하나는 피하 주사기를 꺼내었다.
다시 하나가 고갯짓을 하자 번쩍 하는 순간에 손수건은 빌리 브래드포드의 입을 틀어막고 동시에 주사기 바늘이 그녀의 팔뚝 살 속에 꽂히는 것이었다.
눌리고 찔리는 고통으로 그녀는 노라 잠에서 깨어나려고 애쓰면서 몸을 비꼬았다.

그녀의 보이지 않는 눈이 번쩍 열리고 응시하더니 공포에 질려 초점을 잃고 감기기 시작했다.
눈꺼풀이 내리깔리고 굳게 닫히더니 고개가 뒤로 베개 속에 묻히었다.
입이 움직이다가 맥이 풀리었다.
손수건은 더욱 굳게 매듭지어지고 주사액을 비운 주사기가 빠졌다.

그녀는 완전히 의식을 잃고 늘어져 누워 있었다.
담요가 벗겨지고 두 그림자는 몸을 굽혀 양어깨와 다리 밑으로 팔을 넣고 그녀를 끌어안아 사뿐사뿐 발을 옮겨 마룻바닥에 열린 구멍 속으로 급히 옮겼다. 조심조심 그녀는 구멍 아래로 내려졌다.
네 개의 새로운 팔이 올라와 위로부터 손과 발이 달랑거리는 척 늘어진 몸을 받아 옮겼다.
조심조심 이 새로운 팔들이 그녀를 감싸안고 내려갔다.
마침내 녹색 가운을 입은 그녀의 몸이 사라지고 말았다.

침실에 기다리고 있던 두 그림자는 차례로 무릎을 꿇고 구멍 속으로 기어내려가 사라졌다.

침실은 사람 하나 없이 비어 있었다.
그것은 잠시뿐이었다.
마룻바닥의 열린 구멍으로부터 하나의 머리 윗부분이 올라오고 있었다.

완전한 여자의 머리가 모습을 나타내고 마루로 기어올라 와 무릎을 꿇고 일어서더니 녹색 나이트가운의 옷매무시를 하고 가만히 서서 어움속에 눈을 익히고 있었다.

그녀는 민첩하였다.
그녀는 빠른 동작으로 우아하게 헛된 동작 하나 없이 효과적으로 움직였다.
그녀는 뜯어놓은 판자 조각을 제자리에 대어 맞추고 융단을 되찾아 똑바로 펼쳐서 판자마루 위에 판판히 깔아 놓았다.

그녀는 이제 익숙해진 어둠속에서 침실을 면밀히 살펴보았다.
그녀가 볼 수 있는 데까지는 모든 것이 제자리에 놓여 있었다.
아무 것도 잘못된 것이 없었다.

혼자 미소를 지으며 그녀는 맨발로 침대에 갔다.
그녀는 잠시 침대를 보고 나서 침대가에 쓰러져 몸을 던지고 구겨진 담요 속에 편안히 누웠다.

그녀는 야광시계를 들여다보았다.
2시 26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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