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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말 - 3부7장(2)





“하응.. 아응.. 하아.. 아응.. 하우웅…”


유미의 신음소리가 달라지고 있음을 알아차린 지훈이 유미를 안아서 시트 위로 눕혔다. 젖어든 보지를 만져대는 한편 항문까지 자극하기 시작했다.




“아응.. 아.. 안돼.. 거.. 거긴…”




지훈의 손가락이 항문을 파고들기 시작하자 가려움을 닮은 듯한 짜릿한 감각이 온몸으로 퍼져나갔다.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녹아들 것만 같은 예감. 땀에 젖은 피부는 실내의 공기마저 애무로 느껴질 정도로 민감해져 있었다. 지훈의 몸에 눌려 움직임이 봉쇄된 탓에 그동안 받아왔던 피학의 쾌감마저 서서히 고개를 들고 있었다.




“거.. 거기는.. 아흑… 제발.. 거기는.. 아응… 으으음…”




유미의 항문 속으로 지훈의 손가락이 뿌리까지 깊숙히 박혀 들었다. 척추를 따라 머리끝까지 꿰뚫리는 듯한 충격이었다. 유일하게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고개를 뒤로 꺾으며 시트를 움켜쥐었다.




“아으읏… 아.. 안돼.. 하응…”




쾌감의 레벨이 한층 더 높아졌다. 남자친구의 존재와 유미의 이성이 날아가버릴 것만 같았다. 음욕의 불꽃이 온몸을 휘감았다. 더 이상..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미칠 것만 같은 두려움, 그리고 그만큼 끝모를 쾌락을 향한 유혹이 더욱 더 강렬해지고 있었다.




“하흑~ 하응.. 아아.. 아응… 하으음..”




앞과 뒤에서 손가락으로 문지르듯이 천천히 보지벽을 긁듯이 움직이는 지훈의 손길에 더 이상 참을 수 없을 것만 같은 예감이 들었다. 그가 주는 쾌감에서 도망갈 수가 없었다. 유미가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지훈이 손을 뺐다. 왜 그가 갑자기 모든 행동을 멈추었는지 유미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유미의 눈빛을 보고 유미의 그런 생각을 읽기라도 했다는 듯이 지훈이 귓가에 속삭였다.




“아직이야..”




지훈이 몸을 일으키며 다음 명령을 내렸다.




“자, 이제 네가 어떤 얼굴로 질질 싸는지 저새끼한테 보여줘봐”




하지만 유미는 아무런 반응도 할 수가 없었다. 절정의 문턱에서 멈춰버린 탓에 그저 힘없이 다리를 벌린채 뒷좌석에 널부러져 있을 뿐이었다.




“뭐해? 안일어나고”




반라의 유미를 안아일으킨 지훈이 중앙의 위치로 자리를 옮겨 앉았다. 다리를 벌린채 유미를 무릎위로 안아 올렸다. 그 자세로 지훈은 상반신을 앞으로 숙였다. 룸미러를 통해 여자친구의 얼굴이 정면으로 보였다.




“시.. 싫어.. 보…보지마…”




여전히 뜨거운 숨을 몰아쉬고 있던 유미의 입술이 열렸다.




“어때? 보기 좋지 않나?”




긴머리를 휘어 잡고 유미의 고개를 들게 만들었다. 커다랗고 사랑스러운 눈은 촉촉히 젖어 있었다. 땀과 타액으로 젖은 뺨과 이마에는 머리카락이 들러붙어 있었다. 요염한 모습이었다. 사내들의 시선을 충분히 끌 수 있을 것 같은 음란한 모습이었다. 희성으로써는 지금까지 한번도 본 적이 없었던 그런 여자친구의 모습이었다.




“자 그럼 계속해 볼까? 기대되지?”




“아으응… 하아.. 하아..”




지훈이 또 다시 촉촉히 젖은 유미를 달궈가기 시작했다. 유미는 다시한번 음욕의 수렁 속으로 빠져들어가고 있었다.




뒤에 붙어서 달려오던 트럭이 희성이 운전하고 있는 차량의 속도가 답답한 듯 클랙션을 울려대기 시작했다. 그 소리를 들은 지훈이 유미의 귓가에 속삭였다.




“아까부터 다른 차들 한테도 다 보였을 거야.. 엉덩이를 홀랑 깐채 질질 싸대던 네 년의 모습이 말이지. 별 잡놈들이 다 봤을 걸?”






“생각보다 빨리 도착하겠는 걸?”




결국 지훈은 고속도로를 달리는 동안 한시도 멈추지 않고 유미를 괴롭혀댔었다. 유미는 끝없이 어어지는 지훈의 자극도 참기 어려웠지만 풀어내지 못한 육체의 욕구도 견디기 어려웠다. 금방이라도 절정에 오를 것 같은 순간이면 어김없이 지훈이 움직임을 멈추었다. 몇번이고 그런 과정이 반복되자 유미는 자신도 모르게 부탁이라도 할 것 같은 심정이었다.




“점심 먹고나서 온천에 들르자고”




“…네”




옷을 입고 난 후에도 지훈은 유미의 어깨를 안은채였다. 잠시라도 떼어놓지 않았다. 산길은 제설이 되어 있었지만 길 양 옆은 온통 하얀 눈밭이었다. 남자친구의 앞에서 절정에 신음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아 다행스럽기도 했지만 몸안쪽 깊은 곳에 남아 있는 불씨를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입을 다물고 운전만 하고 있는 희성을 슬쩍 바라보았지만 뒤모습으로는 그 표정을 알 수가 없었다. 자신이 흘리던 음란한 신음소리를 어떤 마음으로 듣고 있었을지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아팠다. 하지만 숙소에 도착하게 되면 지훈은 또 다시 자신을 안을 것이었고, 끝없는 늪 속으로 몇번이고 빠져들고 말 것임은 너무나도 명확했다. 일부러 1박2일의 일정을 선택했던 지훈의 노림수는 희성의 눈 앞에서 원하는 만큼 자신을 나락으로 떨어트리기 위함이었던 것이 틀림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렇게 된다면.. 과연 참아낼 수 있을 것인가… 만약 남자친구의 눈 앞에서 자신이 먼저… 최악의 사태를 떠올리자 진저리가 쳐졌다.




“자… 다 왔군”




고개를 숙이고 있어 모르고 있었지만 어느사이엔가 그들의 자동차는 한적한 온천마을에 도착해 있었다. 본적이 있는 거리가 펼쳐져 있었다. 인적없는 스케이트장이 눈에 둘어왔다. 언젠가 지훈이와 둘이서 와 본 적이 있는 온천장의 주차장으로 차가 들어서고 있었다.




“전에 왔을 땐 눈이 없어서 그런가? 왠지 전혀 다른 곳에 온 것 같잖아.. 안그래? 유미야?”




“…전에.. 왔었다?”




고문실 같았던 차에서 조금이라도 빨리 벗어나려는 마음으로 차 문을 열던 희성의 손이 멈췄다. 앞을 바라본 채 중얼거리는 희성의 목소리를 유미는 놓치지 않았다. 가슴이 타들어가는 것만 같畇?




“뭐야? 병신새끼.. 아직 몰랐나? 유미 너.. 이 새끼한테 전부 다 이야기 했었다며?”




하지만 유미는 지훈이와의 여행은 차마 털어놓지 못했었다. 지훈의 추궁에도 그저 몸을 웅크리고 있을 뿐이었다.




“하긴.. 아무래도 그렇긴 하지.. 남자친구한테 ‘다른 남자랑 여행을 다녀왔다’고는 얘기하기 힘들긴 하겠지. 자, 그럼 내가 가르쳐 주도록 하지”




지훈은 희성을 향한채 당당한 태도로 말을 이었다.




“이곳은 말야.. 나랑 유미가 처음으로 여행을 왔을 때.. 작년 가을이었지 아마? 그때 머물렀던 아주 추억이 깊은 곳이란 말이지.. 어휴.. 그날 둘이서 몇번을 했었더라..? 그치? 유미야?”




“둘이서… 여행…”




멍하니 반복하는 그 말투에서 희성이 얼마나 큰 충격을 받았는지 알 수가 있었다. 하지만 유미는 아무런 변명도 하지 못하고 그저 입을 다물고만 있었다. 뒤돌아 보면서 물어오는 희성의 시선의 피하고 싶어서 고개를 돌렸다.




“빨리 들어가자고.. 짐은 너 혼자 들고 오도록 해”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말을 마친 지훈이 유미의 어깨를 안고 차에서 내렸다.




“우왓 추워.. 그치 유미야?”




“…네.. 꺄악”




온천장으로 향하던 길에서 미끄러질뻔한 유미를 지훈이 빠르게 부축을 했다.




“조심하라 그랬지..? 쩝.. 어쩔 수 없다니까..”




지훈의 유미의 허리를 안고 현관 안쪽으로 가이드를 하고 있는 그들의 뒷모습을 남겨진 희성이 멍하니 바라고보고 있었다.




“대체.. 언제.. 유미가… 어째서…?”




믿을 수가 없었다. 자신이 모르고 있는 사이에 유미가 저자식과 여행을 했었다니.. 유미는 그럴 사람이 아니었다. 하지만 부정하지 않았다. 어째서 저 자식과… 이 수주간 믿을 수 없는 일들만이 끊이지 않고 이어지고 있었다. 멍한 머리를 가치고 뒷자리에서 짐을 꺼내던 희성이 자리에 떨어져 있던 반지갑을 발견했다. 유미의 것이 아니었다. 그렇다면…? 희성은 무의식적으로 지갑을 펼쳐보았다.




“뭐.. 뭐야.. 이게..”




희성이에게는 가장 충격적인 사실이 거기에 있었다. 반으로 접혀 있던 지갑을 펼치자 신분증이 들어 있어야 할 자리에 한장의 사진이 들어 있었다. 희성이 본적도 없는 웃음을 띈 지훈과 조금은 어색한 표정으로 역시 웃고 있는 유미의 모습이 찍혀 있는 사진이었다. 기차안으로 보이는 자리에서 어깨를 나란히 하고 찍은 사진이었다. 어느 정도 이상의 친밀감이 없다면 나오지 않는 표정이었다. 자신 이외의 누군가에게 유미가 이런 표정을 보여주었다니… 붙어 있는 두 사람의 뺨이 두 사람이 그저 선배와 후배의 관계가 아니라는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희성이에게 있어서 그 사진은 유미의 바람의 증거일 뿐이었다. 신분증 사이즈에 맞게 자른 후 더렵혀지지 않도록 비닐 코팅까지 되어 있는 사진.. 이 사진의 주인이 이 사진을 얼마나 소중하게 다루고 있는지 알 수가 있었다.




“어째서 저 자식이.. 설마.. 저 자식.. 유미를…?”




두 사람의 모습은 이미 현관 안으로 사라진 뒤였다.




‘저자식.. 설마.. 사실은 유미를… 그런 거야?’






목욕탕의 고정 의자에 앉자마자 지훈은 그에게 한칸 건너편 비어 있는 자리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넌 거기.. 거기에 앉아”




욕조에 떨어지고 있는 물소리만이 조용한 가족탕 안을 울리고 있었다. 이전 유미와 지훈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를 원하고, 육체를 탐했던 바로 그 장소였다. 그 때의 지훈은 슬픔과 외로움에 지지 않는 강한 남자라고 유미는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마음을 빼앗겼던 그 남자는 무자비하고 거친 남자가 되어서 같은 자리에 서 있었다. 지훈의 본 모습은 증오를 자양분 삼아 살아가는 악마로 밖에 생각되지가 않았다.




근육질의 넓은 어깨를 가진 상처투성이의 등과 익숙한 모습의 벗은 등이 나란히 서 있는 모습을 유미는 그저 바라보고만 있었다. 어째서 이렇게 되어버리고 말았는지.. 본모습을 알았을 때는 이미 때가 늦어버리고 말았다. 그저 자신만을 책망할 수 밖에 없었다.




“이거!”




뒤 돌아본 지훈이 짧은 명령과 함께 로션의 병을 내밀었다. 아무 말 없이 지훈이에게 다가가 로션을 건네 받은 후 몸을 가리고 있던 바스타올을 풀어내었다.




‘미안해.. 희성아..’




알몸이 된 유미는 희성의 시선을 아플 정도로 느끼면서 로션의 뚜껑을 열었다. 희성이는 지훈이 건낸 그것이 무엇인지 알 도리가 없었다. 적어도 유미가 그 액체를 스스로의 몸에 바르기 전까지는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응?!”




풍만한 가슴은 물론 팔과 배에까지 꼼꼼하게 로션을 바른 유미가 지훈을 마치 등 뒤에서 꼭안고 있는 것처럼 지훈의 등에 온몸을 밀착했다. 천천히 위 아래로 등에 꼭 붙이고 있는 가슴으로 지훈의 상처를 부드럽게 문지르듯이 몸을 움직이고 있었다. 등 뒤에서 가슴쪽으로 둘러진 유미의 손은 가늘고 긴 손가락을 크게 펴고 손바닥 전체로 지훈의 넓은 가슴과 하복부를 쓰다듬고 있었다. 평소대로의 애무였다. 단단해 보이는 육체와 부드럽고 들여다 보일 것 같은 새하얀 피부가 스쳐질 때마다 꿀럭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유미의 가는 손가락이 지훈의 조그마한 젖꼭지를 부드럽게 비비고 있었다. 유미는 지훈의 어깨부터 목덜미까지 입술을 대고 빨아들이듯 움직이고 있었다.




“좋아..제법 늘었는데?”




“…고마워요..”




“자… 이젠 앞쪽!”




“…네”




일단 지훈이에게서 떨어진 유미가 지훈의 앞으로 돌아오려다가 걸음을 멈추었다. 꼭 주고 있는 주먹을 떨면서 입술을 깨문채 희성을 바라 보았지만 곧 눈을 내려 깔았다.




“..다..다음에.. 희… 희성이도 해줄게… 미안해…”




마치 혼자말처럼 중얼거린 유미가 지훈의 다리에 걸터 앉아 몸을 겹치고 있었다. 지훈의 말을 따르지 않는다면 희성이에게 무슨짓을 할지 알 수가 없었다. 공원에서 중년 남자를 두들겨패던 지훈의 모습이 뇌리를 떠나지 않고 있었다.




“어이.. 바보새끼! 눈 돌리지 말고 똑바로 보고 있으라고.. 알아들어?”




지훈이 빈정거리고 있었다.




“계속 움직이지 않고 뭐해!”




유미의 올려붙은 엉덩이를 두 손으로 움켜쥐고 빨리 움직이라고 재촉이라도 하듯이 올려들었다. 엉덩이의 살 속으로 지훈의 손가락이 파고 들었다.




“아.. 아파.. 미.. 미안해요..”




새하얀 피부를 꿈틀거리며 커다란 가슴이 흔들리고 있었다. 탄력 넘치는 엉덩이를 흔들면서 지훈의 무릎 위에서 몸을 틀고 있는 연인의 모습을 희성은 그저 바라보고만 있을 수 밖에 없었다. 그런 희성의 시선이 마치 칼날처럼 유미를 찌르고 있었다. 증기와 땀, 그리고 로션이 뒤섞여 요염하게 젖어 있는 피부를 감상이라도 하듯이 지훈의 손이 미끌어졌다. 지훈의 손길이 그렇게 지날 때 마다 소름이 돋아오오는 것만 같았다. 남자친구의 앞에서 남자친구가 아닌 다른 남자에게 온몸으로 봉사를 하고 있었다. 유미는 자신 안에서 무엇인가가 서서히 마비가 되어가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느끼고 있었다. 남자친구에 대한 죄책감, 때늦은 후회, 배신과 상처를 주고 말았다는 가슴아픔, 쾌락에 빠져들고 말 것 같은 두려움, 그 모든 것들이 뒤섞여 견딜 수가 없었다.




차라리 부서져버리고만 싶었다.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아무것도 느끼지 않은채 언제나처럼 쾌락의 파도에 휩쓸려버린다면 편해질 것만 같았다. 망가져 버린다면… 하지만…




“하아… 하아… 아… 하아…”




“왜그래? 벌써 느끼는 거야?”




“…아.. 조.. 조금..”




언제부턴가 유미의 눈동자는 기대감을 내비치며 젖어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지훈은 앉아 있는 채 움직이려고 하지 않았다. 대략적으로 온몸을 그렇게 비빈 후 어쩔 수 없이 지훈의 옆에서 무릎을 꿇었다. 수건에 비누를 칠한 후 이번에는 손과 발을, 발가락 사이까지 하나하나 꼼꼼하게 닦아내기 시작했다. 이미 몇번이고 이렇게 지훈의 몸을 씻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았다. 남자친구에게조차 이렇듯 정성을 다해 봉사해준 적이 없었다. 힘들어하는 희성의 표정이 언뜻언뜻 보여와 가슴이 아파왔다. 차라리 쾌감에 떠내려가기라도 했으면 싶었지만 지훈은 차 안에서 보여주었던 태도와는 달리 유미에게 손도 대지 않았다. 때문에 유미는 멀쩡한 정신으로 희성의 눈 앞에서 지훈이의 명령대로 봉사를 계속할 수 밖에 없었다. 자신의 입장을 스스로 느끼게 만드는 것, 그것이 지훈의 노림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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