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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식 2-2

결혼식은 성대하게 끝이 났고 경미는 남편이 된 정우와 피로연도 하지 않고 곧장 공항으로 갔다. 물론 경미에게 있어서 결혼식이 평범하게 끝난 것은 아니었다.
식장에 찾아온 강식은 경미가 혼자 잠깐 신부실에 있을 때 몰래 들어와 엄청난 명령을 하고 나간 것이다. 강식의 명령은 경미가 웨딩드레스 속에 아무것도 입지 않을 것과 지금 이 신부실에서 물구나무서기를 하고 있을 것, 그리고 첫번째 사람이 누가 들어오던 일분간 물구나무자세를 유지할 것 등이었다. 경미는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서 강식에게 사정을 했지만, 더 귀찮게 하면 아예 발가벗고 식을 치루게 할 것이라는 협박에 강식의 말을 따르기로 체념하고야 말았다. 신부화장까지 다 하고 난 상태에서 경미는 드레스를 모두 벗고 속옷들을 벗어 가방 속에 숨겼다. 잠깐 동안이지만 이렇게 새신부가 전라로 신부실에 혼자 있다는 것을 사람들이 안다면 어떻게 될까를 상상하니 경미의 심장은 금방이라도 멎을 것만 같았다. 경미는 서두르며 신부 웨딩드레스를 입었다. 하지만 브래지어와 팬티가 없는 상황하에서의 웨딩드레스는 너무도 어색한 기분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드레스 치마 폭이 세겹인데다가 가슴 부분에 꽃 레이스가 수 놓여져 있어서 경미가 속옷을 하나도 입지 않았다는 것을 눈치채기는 힘이 들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 상태에서 물구나무를 서고 있어야한다는 것은 정말 지독한 주문이었다. 경미는 약간 망설이다가 스스로 강식의 명령을 거부할 수 없음을 알고 드레스를 입은 상태에서 벽을 의지해 물구나무를 섰다. 당연히 드레스 치마가 머리쪽 아래로 내려왔다. 치마는 속 겹폭 때문에 완전히 밑으로 떨어진 상태가 아니라 마치 하얀 꽃이 만개한 것과 같은 형상이 되었다. 밑으로 쳐진 드레스는 하얀 꽃잎을 연상시켰고, 곧게 뻗은 다리는 백합의 긴 꽃술이 뻗어 있는듯 했다. 그리고 흰 허벅지 살결에 대비대는 짙은 보지털은 그 아름다운 꽃 모양을 단번에 음탕한 모습으로 만들고 있었다. 경미는 물구나무를 서고 있으면서 누가 여기에 제일 먼저 들어올까 너무도 두려운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었다. 아, 엄마나 아빠가 들어오신다면 그보다 더 큰일이 없겠다는 생각, 그렇다고 다른 누구라도 지금 경미의 상황은 이해를 시키기가 어려운 모습이었다. 경미는 물구나무를 서고 있기가 힘이 들다는 것보다 누가 들어올 것인가에 신경이 곤두서고 있었고, 그러한 생각을 하면서 경미는 보지가 축축하게 젖어가고 있는 것을 느껴야 했다. 이것은 정말 부끄러운 감정으로 스스로에게 놀라고 있었다. 강식을 만나 강식의 노예가 된 후로는 이처럼 굴욕을 당하면서 흥분을 느끼는 자신이 죽기보다 더 싫었지만, 본능을 이길 수는 없었다.
오분 혹 십분이 흘렀을까, 문이 삐걱 열리는 소리가 들리며 곧 귀여운 목소리가 이어졌다.
"언니야, 혼자 있는거야... 어... 언니.... 뭐해 지금..."
들어온 사람은 경미의 대학 다니는 동생 경아였다. 경아는 언니 경미의 물구나무를 서고 있는 모습에 기겁을 하며 주춤주춤 경미쪽으로 다가갔다.
"언니... 뭐해... 왜그래?"
경아는 언니가 결혼식을 앞두고 너무 긴장해서 약간 돌아버린 것이 아닌가고 생각을 했다. 경미는 경미대로 지금의 상황에 어쩔줄을 모르고 있었다. 단지 일분동안은 이렇게 있어야 한다는 강식의 명령만을 상기할 뿐이었다.
"언니 사람들 들어와, 왜 이러고 있어."
경아가 나지막하지만 힘이 들어간 목소리로 말했다. 경미는 죽도록 길게만 느껴지는 일분의 시간을 채우고 자세를 바로잡았다.
"응... 경아야... 내가... 응... 저... 난 긴장하면 물구나무를 서고 있어야 되거든... 경아야 아무에게도 이야기하면 안돼..."
"하지만... 언니 왜 팬티는 입지 않은거야? 그리고 거기 바로 위에다 쓴 글씨는 뭐야? 무슨 보지... 라고 써 있던데..."
경미는 대답이 궁했지만 무언가 대답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응... 스트레스를 풀어보려고 그냥 장난을 해봤어..."
경미는 얼굴이 홍당무가 되어 되는대로 대답을 했지만 경아가 그 말을 믿지 않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는 것을 느꼈다. 경아는 경미의 둘러대는 말 뒤에 어떤 진실이 숨어 있는가하고 밝히고 싶었지만, 곧 식이 올려질 시간이라 이 이야기로 오래 끌수는 없었다.
"언니... 나중에 우리 이야기 좀 해! 그리고 언니 브래지어도 하지 않은 것 같은데? 언니 젖꼭지가 자세히보면 보이겠어!"
그때 아버지가 들어왔다. 신부입장을 할 시간인 것이다.
식이 진행되는 동안에는 그다지 큰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단지 경미는 동생 경아가 자신이 맨몸에 웨딩드레스만 걸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을 생각하며 부끄러움이 수시로 일어났고, 아무도 설마 신부가 맨몸에 웨딩드레스만 입고 결혼식을 할까 의심하지 않았지만, 주례를 맡은 경미가 졸업한 대학 총장의 눈빛은 약간 당황하는 기색이 있었다. 왜냐하면 식장 정면에 나 있는 창으로 들어오는 햇빛으로 인해 경미의 순백색 드레스 정면이 그대로 속까지 어렴풋이 비치고 있었다. 주례선생의 눈앞에는 경미의 풍만한 젖통이 젖꼭지까지 비쳐지고 있었고, 아랫부분에에는 보지털의 모양이 숨길 수 없이 드러나고 있었다. 주례선생은 주례사 도중 연신 침을 꿀꺽 꿀꺽 삼키고 있었고, 경미는 경미대로 주례선생이 자신의 차림새를 눈치챘다고 생각하며 안절부절인 상태였다. 그러나 그외에는 누구도 경미의 모습에 의심을 가지는 사람이 없었다.

비행기에 올라탔을 때 경미는 이미 강식이 일등석 맨 뒷자리에 앉아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경미는 제발 남편이 있는데서 자신이 능욕을 받지 않게되기를 튼 기대감없이 빌어보았다. 그것은 경미가 남편에게 할 수 있는 마지막 양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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