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제의 숨결 - 7부
계절은 여름을 지나 가을 초입에 이르렀다 아침저녁으로 불어오는 서늘한 바람은 풍성한 가을을 예고하고 있었다 들판은 황금빛으로 일렁일 것이고 철마다 제 맛을 자랑하는 과일도 탐스럽게 익어갈 것이다 처제를 품은 후 내 생각과 시간은 오직 처제를 위해 준비되고 있었다 하지만 처제도 마찬가지지만 나 역시 가정이 있는 몸이니 쉽게 시간을 내고 또 약속을 잡아 만날 수는 없는 일이었다 서로를 그리워함에도 다만 전화와 메일로만 안부를 묻는 애틋한 시간이 반복할 수 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함부로 욕심을 내서도 될 일이 아니었다 처제를 안은 이상 처제의 이름을 지켜주어야 하는 것은 내게 주어진 몫이었다 그렇게 안타까워하며 조심하면서 매일 매일 보내야만 했다 아침에 사무실에 도착하면 제일 먼저 처제에게 온 메일이 있는지 확인을 한 후에야 일을 시작할 수 있었다 그렇게 하루 하루를 보내다가 문득 처제에게 선물을 주고 싶은 생각이 났다 처제에게 선물을 준 적이 한 두 번은 아니었지만 지금은 이전과는 다르니 뭔가 특별 한 것이 필요했다 그렇게 많은 돈이 들지 않으면서 기억에 오래 남을 만한 선물 고민 고민하다 한 가지 생각이 머리를 스쳐갔다 속으로 웃었다 ‘처제 얼굴이 볼만하겠는데....흠......’ 음란한 생각이 떠오르며 무엇을 선물할지 생각난 것이었다 그렇게 하루를 보내고 나니 일이 밀려 8시 가까이 되야 마무리 하고 사무실을 나올 수 있었다 차를 몰고 시내로 나갔다 팬시점에서 작은 선물 상자와 포장지, 리본을 사고는 속옷 가게에 들렀다 가게엔 손님이 두어 사람 있었는데 천천히 둘러보다가진홍색 브래지어와 팬티, 그리고 하얀 슬립을 샀다 대충 포장을 하고 나오려는 순간에,“저기요.....” 힐끔...... 뒤에서 누가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돌아보니 검은색 투피스 정장을 한 중년의 여성이 나를 보고 있었다 “저...말인가요?” 난 혹시 나를 부른 게 아닌지 주위를 돌아보았지만 가게안의 손님은 지금 그녀와 나 말고는 없었다 “네.....” 그녀가 사뿐히 걸어와 내 앞에 섰다 “저기..**씨 동생 아니세요?” “어...맞습니다만....누구신지...?” 설마 여기서 작은 형의 이름을 들먹이며 아는 척 하는 사람을 만날 줄은 몰랐다 자세히 보니 눈에 익은 여자이기는 한데 기억이 좀체 나지 않았다 그녀가 입가를 손으로 가리며 웃었다 나이는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으로 보이는데 몸매가 예사롭지 않았다 갸름한 얼굴에 사슴을 닮은 듯한 큰 눈과 약간 오똑한 코, 그리고 작은 입술 머리카락은 생머리로 어깨까지 내려와 앞으로 말려왔는데 검은색 정장과 어울려 예사롭지 않은 귀티를 풍기고 있었다 손엔 쇼핑백을 들고 있었다 ‘누굴까....이 여자는?...“ “나 **씨하고 대학 동창이예요......그리고 그 쪽을 가르치기도 했죠...” 나..날 가르쳤다니.. 그럼 눈 앞에 있는 저 중년의 여인의 내 선생님이었단 말인가? 황당했다 여기서 작은 형의 대학 동창에다가 날 가르쳤다고 주장하는 여성을 만나게 되다니....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하면 난 버릇없는 제자로 낙인찍힐 판이었다 형의 올 해 나이가 41이니 나하곤 6살 차이..어렸을 때부터 지지리도 싸우며 컸는지라 그 우애가 남달랐다 그리고 형이 결혼 전까지 만난 여자친구 - 적어도 친구라고 부를 수 있는 - 는 내가 모를 리가 없다 형은 여자 친구가 생기면 집으로 데려와 종일 놀다 돌려보내곤 했다 걸핏하면 찾아오고 놀다 가니 옆에서 끼어 놀던 내가 모를 리 없지 않은가 “기억 못하나 봐요.......나.....대학 때 **고등학교로 교생실습 나갔었는데...” 그녀가 말꼬리를 흐리며 서운한 표정을 지었다 난 열심히 기억을 더듬었다 고3 시절에 온 여자 교생 선생님........ 내 기억은 난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학창시설로 거슬러 올라갔다 ----- 유경아...너 오늘 학교에 교생들 왔지?----- ----- 어..형이 어떻게 아는데?----- ----- 왜 몰라... 내 동창 하나가 거기 실습갔는데 ---- ----- 아.....그 여자....?----- ----- 그 여자가 뭐야?...형 친구보고. ---- 추억이 알알이 내 눈과 귀를 타고 흘러 지나갔다 그제야 난 이 여자가 누군지를 기억했다 고3때 물리과목을 잠깐 가르쳤던 교생.....그녀가 문혜미란 이름을 가졌음도.... 동창의 동생이라는 이유로 나에게 별다른 관심을 보인 것도 기었났다 내 허리가 90도 가까이 앞으로 꺽였다.“미안해요...문혜미... .선생님.....미처 알아뵙지 못해지....” “호호...이제야 알아보내.....아.....이름까지도 기억해요?...” “형의 친구였으니까요.....” 난 쓴웃음을 지었다 “그런데..선생님 여긴 어떻게.....?” 말을 하다 말다 난 황망히 말을 멈추었다 여자가 속옷가게에 있으니 무엇을 하러 왔는지 뻔한 일이 아닌가? “그런데...일은 다 보셨어요?” 선생님은 미소를 떠 올리고 대답 대신 쇼핑백을 가리켰다.. “요즘 어디 계세요?” “여긴 가게니 어디 찻집으로 가요.,,.만나기 어려운 사람 만났는데 그냥 헤어지면 뭐하잖아요......” “네?....아...네....” 차..찻집이라니..... 어서 빨리 집에 들어가 할 일이 있는데 오늘 와이프가 아파트 계모임에 조금 늦긴 하겠지만 얼른 집에 가서생각한 일을 마무리해야 하는데 속으로 빠드득 이를 갈아붙혔다 밖으로 나온 우리는 나란히 인도를 걸어갔다 잠시 후 선생님이 발걸음을 멈추었다 “아직 식사 전이죠?” “아..네....선셍님은요?” “나도 아직인데...음... 그러면 간단히 식사하고 가요...” 이젠 차가 아니라 저녁인가? 오늘 일이 왜 이렇게 꼬인단 말인가 선생님과 식사를 하는 것은 상관없지만 아무래도 오늘은 처제 선물이고 뭐고 글렀단 생각이 들었다 잠시 후 두 사람은 근사하게 보이는 레스토랑을 찾아 들어갔다 창가에 자리를 잡은 후 선생님께 의자를 빼어드리자 의자를 잡은 손 밑으로 부드럽게 자리에 앉는 검은 정장으로 가린 여체의 둔부가 시선을 어지럽혔다 “뭐 드시겠어요....제가 사 드릴게요” “괜찮아요....제가 살게요......” 웨이터가 다가오자 간단한 식사를 주문했다 이런 저런 이야기...하는 가운데 선생님은 결혼 후 아이가 둘 있고 지금은 한 달 전에 혼자 여기로 발령을 받아 남편과 당분간 헤어져 있다는 것을 알았다 식사를 할 때 한 입에 넣을 만큼 고기를 작게 잘라 오물거리며 식사를 하는 선생님은 아까와는 달리 귀여워 보였다 40대의 여성치고는 좀체 보기 어려운 면이었다 그리고 그녀의 얼굴 위로 처제의 모습이 오버랩되며 떠올랐다 희한한 일이었다 왜 그녀 얼굴에 처제가 생각이 날까?... 선생님을 바라보고 있었지만 시선은 처제의 모습을 쫒고 있었다 식사를 하던 선생님은 포크와 나이프를 내려 놓았다 접시에 내려 놓았으니 식사를 마친건 아닐 터 만일 그랬다면 접시 오른쪽에 나란히 놓았을 것이다 선생님은 냅킨을 들어 입가를 훔친후 반듯하게 접어 테이블 한 쪽에 내려 놓았다 처제와는 또 다른 기품의 여인이었다 “뭘 그렇게 봐요?.....” 그녀의 얼굴에 홍조가 떠 올랐다 “선생님을 보니 생각나는 사람이 있어요...” 난 고개를 돌려 창가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시선이 느껴졌다 “여자?.......” “네.......” 여전히 창밖으로 시선을 둔 채 내가 말하자 그녀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작은 목소리로 비난하듯 물었다 “결혼했는데...여자 생각........나쁜 사람이군요” 난 고개를 돌려 그녀의 눈을 맞추었다 “세상이 혼탁한 데 나 혼자 깨끗해도 소용없지 않나요?” 어차피 오늘 지나면 만날 선생님도 아니니 상관없다 싶었다 다만, 한 때 교생이지만 한 과목을 가르쳤던 선생님, 거기다 형과 동창인 여성과 이런 이야기를 한 다는 것에 묘한 감흥이 일었다 “틀린 말은 아니군요...하지만.... 올바른 답이라고 할 수 없어요” “선생님은 어때요?” 그녀가 당황했다 동창의 동생이며 한 때 자신에게 가르침을 받았던 사람에게 그런 말을 듣는 것이 황망했으리라... 그녀가 고개를 기품있게 저었다 “난.....난...그런 것 몰라요” “그래요...그런데 말 놓으세요...불편해요” 불편해 하는 선생님을 위해 화제를 돌렸다 사실 아까부터 그녀의 존대가 어려웠다 “가르칠 땐 교생이었고 수업도 물리였으니 자주 본 것도 아닌데 우리 사이는 교생과 학생이었으니 아직 말 놓기가 잘 않되요 차츰 나아지겠죠“ 난 다시 고개를 돌려 창밖을 찾았다 사람들이 인파를 이루며 오고 가고 있었다 “나랑 있어 불편해요?” “그럴리가요?..선생님...제가 선생님을 얼마나 짝사랑 했는데요” “어머.....정말이예요....믿어도 되요?” 선생님의 눈이 한순간 빛이 난 것 같았다 “진짜예요....선생님께 편지도 썼는데....” “어.....난 기억이....” 내가 짓궂게 웃었다 “그거 부치지 못했으니까요........” 선생님이 까르르 웃었다 웨이터가 다가왔다 후식을 뭐로 할 건지 물어보는데 선생님이 필요 없다고 이야기했다 그리고 페퍼민트와 마티니를 시켰다 잠시 후 칵테일이 나왔다 선생님은 페퍼민트를 입가에 대고 혀로 살짝 음미하더니 조금 빨아들였다 “선생님은 여전히 아름다우시군요.....” 그녀가 입가를 가리며 웃었다 “듣기 싫은 말은 아니군요....잘 봐줘서 고마워요” “아니예요.....그 때나 지금이나 변함없어요” “많이 변했어요....얼굴은 변하지 않았는 지 몰라도 처음의 열정과 열의는 식은 지 오래예요... 훌륭한 교육자의 길을 걸으려 했지만 지금의 내게 반문하면 그렇다라고 자신있게 대답하지 못해요“ 선생님은 말꼬리를 흐렸다 “세상이 곧 사람이고.....사람이 곧 세상이예요 태어나 시비에 휘말리지 않을 사람 어디 있겠어요? 다만 이를 비켜가고 대처하는 것이 현명한 거죠“ “아.....” 선생님의 입에서 가는 탄성이 새어 나왔다 시간은 어느새 9시 반을 가르키고 있었다 조금은 늦은 시간... 그런데 선생님은 일어날 줄을 몰랐으니 나도 자리를 뜰 수가 없었다 “명함 있죠?.........있으면 하나 줘요” “..............” 지갑을 찾아 명함을 꺼내 건냈다 선생님은 잠시 쳐다보더니 핸드백에서 지갑을 꺼냈다 일핏 보니 주민등록증 뒤로 내 명함을 꽂아 넣는 것이 보였다 묘한 행동...명함을 거기에 꽂다니... “이제 그만 가요” “네..선생님...” 밖으로 나온 후 이리 저리 걷다 보니 선생님의 팔과 내 팔이 가끔씩 스쳤다 인파 속에서 사람들을 피하며 걷다 보니 선생님의 가슴도 살짝 스치듯 지나갔다 흠칫하며 시선을 돌려 보았지만 선생님은 개의치 않는 듯 걸어 나갔다.“나중에 연락하면 말동무라도 해줘요....그래 줄 수 있죠?” 택시를 잡아타기 전 선생님이 내게 물었다 “그럴게요..언제든지....연락 하세요....다음에는 제가 사 드릴께요” “그래요.......나 먼저 갈게요” “네..조심해서 가세요” 내 허리가 다시 90도 가까이 굽혀지며 인사했다 택시는 천천히 출발했다 선생님은 조그마한 동작으로 내게 손을 흔들어 주었다 나 역시 손을 흔들어 주었다 집에 들어오니 10시가 조금 지났다 처제에게 줄 선물은 차 트렁크에 넣어 두었다 아직 아파트 계 모임이 끝나지 않은 모양인지 와이프는 귀가 전이었다 베란다로 나가 담배를 피워 물려 오늘 선생님의 모습을 떠올렸다 이내 그 모습은 사라지고 처제의 영상이 떠올랐다 이리 저리 날려가는 담배연기에 처제는 일렁이는 물결에 투영된 그림자처럼 흔들리더니 사라져갔다 와이프는 11시가 되도록 들어오지 않았다 참..여자들 계모임엔 할 이야기가 많은가 보다 잠도 자기 그렇고 해서 컴퓨터의 전원을 올렸다 이메일을 확인하니 웬 낯선 메일이 도착해있었다 발신자 mayple 제목 [오늘 즐거웠어요] 상투적인 음란 스팸 메일이 아닐까.그대로 휴지통에 보내버릴려다 혹시나 싶어 마우스를 움직였다 딸깍......... 화면이 전환되자 메일 내용이 나타났다 분홍색 글꼴로 단장한 메일..... ------------------------------------------------ 오늘 참 즐거웠어요 집엔 무사히 도착한거죠? 이곳에 발령 받은 지 한 달이 않 되어서 아는 사람도 없고 그랬는데 그나마 아는 사람 만난 게 다행 이예요 아직은 적응이 않되어서 매일 매일이 조금은 힘들었어요 밤이 늦었어요 좋은 꿈 꾸시고 편안히 자도록 해요 담에 연락할게요... 참..내 MSN은 <a href="/cdn-cgi/l/email-protection#b59b9b9b9b9b9b9b9bf5d8c6db9bd6dad8"><span class="__cf_email__" data-cfemail="d0fefefefefefefefe90bda3befeb3bfbd">[email protected]</span></a>이예요 ----------------------------------------------- 선생님이 보낸 메일이었다 간단히 써 내려간 글 속에 현재 그녀의 외로운 처지가 느껴졌다 그런데... 나중에 부기한 msn주소.... 그것이 이상야릇한 느낌을 불러 일으켰다 그때, 아파트 현관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아마 와이프가 돌아온 것이리라...... 서둘러 이메일을 종료했다 방문을 나서며 처제 선물을 어떻게 처리하나 고민을 하며 와이프를 보았다 집사람은 늦은 게 미안한 지 손가락을 입으로 깨물며 멋쩍은 듯 웃었다 난 손을 휘휘 저어며 욕실로 향했다 ‘내일 일은 내일 생각하자........고민한다고 않 될 일이 되지도, 될 일은 되는 게세상살이잖아.......유경아....힘내자“ To be continued.From Lee & Hye Forever<a href="/cdn-cgi/l/email-protection#05766a686061647c353c4568766b2b666a68"><span class="__cf_email__" data-cfemail="fb8894969e9f9a82cbc2bb968895d5989496">[email protected]</spa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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