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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내가 만드는 이야기

바닐라 클럽 5부


바닐라 클럽 5부 

 

5장

 

10여년 전, 서울지방 국세청장으로 있다가 뇌물수수 혐의로 직위해제 당한 이후로 아버지는 죽은 듯 조

용하게 지냈다. 반면 어 머니는 날개를 단 백마처럼 온 서울을 휘젓고 다녔다. 아버지가 지방 국세청 국

장 시절부터 받은 뇌물로 일찍이 사 두었던 강남 땅들을 굴려 만든 돈으로 어머니는 청담동에 그때 돈으

로 200억짜리 빌딩을 지었다. 그러한 부모님들이 싫어서, 나는 취직이 되자마자 집을 나왔다. 하지만 부

모를 원망하는건 아니었다. 적어도 그들은 나의 피와 살을 만들어 줬으니까.

카마와의 약속대로 백화점으로 갔다. 어버이 날이라서 그런 건지 평일인데도 백화점은 몹시 붐볐다. 2시 

50분 경에 보석상점 마라 앞에 도착했습니다. 쇼윈도에 나와 있는 큼지막한 에메랄드 반지와 귀걸이 세트가 

내 눈길을 끌었다. 내 뒤로 뭔가가 스치고 지나가는 서늘한 느낌 때문에 뒤를 돌아보았다. 그러나 내 뒤

에는 서로에게 무관심한 행인들밖에 없었다 . 

다시 마라 안으로 고개를 돌렸을 때, 놀랍게도 코발트블루 원피스와 챙이 넓은 모자를 쓰고 백설처럼 하

얀 핸드백을 든 여자가 있었다. 움직일 때마다 나풀거리는 실크 치마가 마음을 설레게 했습니다. 챙에 가려

져 보이지 않던 그 여자의 얼굴이 주인을 따라 움직이면서 옆모습을 보여주었다. 피부가 너무나 하얘서 

파란 핏줄이 보일 정도였다. 크지도 작지도 않은 귀에 새까만 점처럼 블루 사파이어 귀걸이가 박혀 있었

다. 우수에 찬듯한 눈과 오똑하지만 날카롭지 않은 코, 약간은 얇아 보이는 입술 그리고 입술가에 진 엷

은 미소, 입술을 벌릴 때마 다 다소곳이 내비치는 하얀 치아가 눈부셨다. 그 여자를 놓쳐서는 안되기도 

했고 그 여자의 얼굴을 정면으로 바라보고 싶은 욕심도 있었다. 그러나 그 여자는 끝내 내 쪽 으로 얼굴

을 돌리지 않았다. 그 여자가 마라에서 나올 때는 자연스럽게 얼굴을 보게 될 거라는데 생각이 들어서야 

마음이 놓였다. 

긴장이 풀린 탓인지 갑자 기 오줌이 마려웠다. 에메랄드를 살펴보는데 정신이 팔려 있는 그 여자가 잠깐 

자리를 비운다고 사라질 것도 아니다 싶었다. 자 주 와 본 곳이라 화장실이 어디 있는지 두리번거릴 필

요도 없었다. 마라와는 채 10미터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었으니까. 한 2-3분 정도 걸렸을까? 아무리 

길어야 5분이었다.

내가 다시 마라의 쇼윈도 앞으로 돌아갔을 때 그 여자는 없었다. 귀신이 곡 할 노릇이었다. 길은 두 갈

래, 롯데 호텔이 아니면 롯데 백화점밖에 없었다. 보석 상점을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거라는 확신이 

있었고, 호 텔 쪽으로 치우쳐 있는 화장실에서 나오면서 그 여자를 보지 못했기 때문에 백화점으로 난 

길을 택했습니다. 몇 년이나 찾아다니던 전설 속의 파랑새를 바로 눈 앞에서 날려보낸 심정이었다. 파랑새, 

그리고 신비스러운 그 여자. 어쩌면 둘 다 나와는 인연이 닿지 않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며 고개를 

들어 그냥 먼 곳을 바라보는데, 거기에 그 여자가 있었다. 에스컬레이터! 그 여자의 챙 넓은 모자가 1층

으로 향하는 에스컬레이터의 중간쯤에서 강물에 띄운 종이배처럼 둥실둥실 위로 흘 러가고 있었다. 나는 

예의고 뭐고 다 팽개치고 사람들을 어깨로 밀어젖히며 에스컬레이터로 달려갔다. 내 등 뒤에서 터져나온 

비명 소리와 욕설 은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있던 사람들의 시선을 잡아당겼지만 그 여자만은 자세를 흐트

리지 않았다. 

내가 겨우 에스컬레이터에 발을 올려놓은 것은 이미 그 여자의 모습이 완전히 사라진 후였다. 그러나 사

람들이 꽉꽉 들어찬 에 스컬레이터에서는 어찌해 볼 도리가 없었다. 그러나 1층에 도착하는 즉시 달리기 

위해서 제자리 걸음을 했습니다. 길어야 1-2분이었을 그 시간 이 얼마나 더뎠는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

를 것이다. 1층에 도착하자마자 나는 또다시 맥이 빠졌다. 그 여자가 1층에 있는 게 아니라 다른 층으로 

가기 위해 에스컬레이터를 이어 탔 을 가능성을 미리 계산에 넣지 못하고 있었다. 

멀뚱히 2층으로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터를 올려다보고 있던 나를 누군가 쳐다보고 있다는 야릇한 느낌이 

화살처럼 날아들었다. 오른쪽으로 고개를 휙 돌렸다. 내 시선은 어지러이 움직이는 사람들의 머리를 지

나 챙이 넓은 모자에 가서 곧장 박혔다. 마치 그 모자가 나에게 나 여기 있어, 하고 신호를 보내는 것 

같았다. 나는 미친 사람처럼 실없이 웃으며 사람들을 헤쳐갔다. 그러나 그것도 잠깐이었다. 모자가 사라

진 지점 위에서 주차장이란 팻말을 발견했습니다. 나는 다시 사람들 사이로 달려가 그 팻말 아래서 오른쪽으

로 획 꺽었다. 그때 그 챙이 넓은 코발트 블루색 모자가 초록빛이 감 도는 검은 승용차 뒷 좌석으로 사

라지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나는 발을 멈추고 뒤통수를 벅벅 긁었다. 차는 미끄러지듯 내 시야를 벗어났다. 그 차 뒤꽁무니에 낙인

처럼 찍힌 볼보라는 글자 가 나를 비웃는 듯 했습니다. 

[당신이 그 정도밖에 안된다니 실망스럽지만, 아무튼 재밌군요. 당신 얼굴이 어땠을지 상상이 가기는 하

네요.] 

내가 자동응답전화기의 녹음 버튼을 눌러 두었다는 사실을 카마에게는 말하지 않았다. 카마의 목소리를 

남겨 두고 싶었다. 카마 와의 관계가 언제 끝날지 모른다고 생각되는 상황이었다. [벌써 두 번이나 그쪽

을 실망시켰습니다.] 

[당신에 대해 좀 더 생각을 해 봐야겠어요. 내가 사람을 잘못 봤다고 인정하긴 싫지만요...] 

딸깍 하는 소리와 함께 전화는 끊겼다. 

[내가 왜!] 

 

나는 옷을 주섬주섬 챙겨입고 무작정 길거리로 나갔다. 내 발길이 멈추어 선 곳은 신림 사거리 근처 도

림천 옆 길이었다. 그 길에는 룸싸롱이라고 하기에는 민망한 싸구려 룸싸롱들이 연인, 열정, 촛불, 피앙

새,미인촌 같은 촌스런 이름을 달고 줄을 지어 서 있었다. 술김에 한두 번 가 본 적이 있는데, 기억나는 

이름이..., 피앙새였다. 빨간 전등이 켜진 왼쪽 창 가에는 손님을 유혹하려고 여자들이 앉아 있었다. 겨

우 통로가 보일 정도인 낮은 조명을 따라 칸막이 쳐진 룸이 두셋 있는데, 맨 끝에 있는 룸에는 8명 정도 

앉을 수 있었다. 아마도 그랬던 것 같다. 나는 피앙새에 들어가기 전에 창 가에 여자들이 앉아 있는 여

자들을 쓱 훑어보았다. 두세 달 안 온 사이에 일하던 여자들이 모 두 바뀌었는지 기억나는 얼굴이 없었

다. 통통한 여자와 여위어 보이는 여자 둘이 나를 보고 반색을 했습니다. 나는 계면쩍게 웃으며 문을 밀고 

들어갔다. 그리고는 곧장 맨 끝 룸으로 향했습니다. 너무 이른 시간이라서 그런지 내 뒤를 따라오 는 여자 

목소리를 빼고는 조용했습니다. 

[혼자 오셨어요?] 

[내가 둘로 보이냐?] 

그러면서 여자를 훑어 보았다. 머리카락을 뒤로 넘겨 묶어서 이마가 완전히 드러나 보이는 그 여자는 뚱

뚱한, 아니 날씬한 여자 였다. 뚱뚱하다고 한 건 그 여자가 앉아 있는 모습을 보았을 때 인상을 말한 것

인데 그 여자의 젖가슴이 엄청나게 커서 그렇게 보였던 모양이다. 좀 과장되게 말하자면 서 있는 그 여

자의 상체 전부가 곱추의 등처럼 불룩 튀어나온 것처럼 보였다. 그 여자의 찰싹 달라붙은 원피스가 드러

내는 곡선은 대담하고 간결했습니다. 

[처음이세요?] 

가슴이 푹 파인 검은 원피스를 입은 그 여자는 몸을 숙여 탁자에 손을 짚으며 내게 물었다. 제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축 늘어진 젖가슴이 허옇게 드러났다. 나는 그 젖가슴에로 얼굴을 가까이 하며 대꾸했습니다.

[아니. 니가 좋겠다.]

여자는 오른손으로 가슴을 감싸 올리며 말했습니다. 

[술 한 상에 십만 원이구요, 아가씨 팁은 사만 원이에요. 아시죠?] 

나를 기다리는 여자들은 달라졌어도 가격은 비슷한 듯 했습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몸을 젖혀 소파에 기

댔다. 여자는 보란 듯이 엉덩이 바로 아래에서 끝나는 원피스를 허벅지로 끌어내렸다. 나는 팔짱을 낀 

채 내 엉덩이의 몇 배나 됨직한 그 엉덩이를 감상했습니다. 여자는 나를 힐끗 돌아보더니 씩 웃고는 홀로 나

갔다.

[아저씨는 술 마시러 온 거에요, 주무르러 온 거에요?] 

[둘 다지.] 

내가 맥주 한 잔을 마시는 동안 그 여자, 정 뭐라고 했습니다,는 벌써 세 병을 비웠다. 과일 안주도 거의 비

어 있었다. 만약 정이 정말로 뭘하고 싶은지 솔직히 말하라고 했습니다면 이렇게 말했을 것이다. 

[백 번 주무르기 보다 한 번 벗겨 보고 싶다, 벗어!] 

정의 엉덩이와 엉덩이에 짖눌린 소파 사이로 손을 집어 넣었다. 체중에 눌려서인지 엉덩이가 몹시 탱탱

하게 느껴졌다. 나는 다른 손으로 내 엉덩이 아래 손을 넣어 엉덩이를 만져 보았다. 확실히 정의 엉덩이

가 단단했습니다. 

[웃기는 아저씨네. 어디 비교할 게 없어서 아저씨 거 하고 비교를 해요?] 

[여기 너하고 나밖에 없는 걸 어떡하냐?] 

[아저씨, 그럼 아가씨 한 명 더 부를까요? 그럼 비교도 되고, 재밌잖아요?] 

[됐네, 이 사람아. 너도 다 못 봤는데, 딴 여자는...] [아가씨가 오면 더 재미있게 해 드릴게요.] 

[아냐, 난 체질에 안 맞아. 대신 너한테 두 여자 팁을 줄테니 두 배로 재밌게 해 봐.] 

[아저씨, 뭐 이상한 거 시킬려고 그러는 거죠?] 

[이상한 거라니?] 정은 갑자기 약간 부풀어 오른 내 성기를 덥석 쥐었다. 

[와, 아저씨 꺼 엄청나다...] 

[이건 더 비싼가 보지?] 

정은 내 성기를 몇 번 주물럭거리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문 쪽으로 걸어갔다. 나는 다 틀렸구나 생각했

다. 정은 문을 열었다. 그러나 나가지는 않고 밖을 살폈다. 그리고는 다시 문을 닫았다. 안으로 걸어 잠

궜는지도 모르겠다. 

[십만원이에요. 하지만 섹스는 안되요. 소리를 질러도 안되구요.] 

[미친 년, 내가 왜 너랑 섹스를 해?] 

그 말이 내 입 안에서 맴돌았다. 그러나 밖으로 꺼내진 않았다. 

[그럼, 빨아봐.] 

[내가 사정할 때까지야, 알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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