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화 군대괴담.txt
수년전 일이다.
내가 근무했던 자대는 규모가 그리 크지않은 사령부였다. 내가 신병일 당시 나보다 한살 어린 상병이 하나 있었다.
이미 오랜시간이 지났지만 부디 건강하게 잘 살고 있기를 바란다.
그 해는 유난히 겨울이 추웠다. 한파가 예년보다 빨리 찾아왔고 폭설에 군대 겨울작업의 꽃인 제설작업에 몸도 마음도 지쳐있던
시기였다.내가 근무했던 부대는 순찰식근무라는 동초 개념의 근무가 있었다. 영내를 중심으로 양 옆으로 산이 있는데 두시간 근
무기준으로 A산에서 근무를 45분B산에서 근무를 45분 교대로 서면서 이동하는 근무였다. 사령부내에는 2개 대대가 있었는데 동
시간대에 A산에서 우리 대대가 근무를 서면 B산에서는 다른 대대 아저씨들이 근무를 서고 있는 시스템이었다. 그래서 하산시간
에 맞춰서 내려가면 중간지점에서 서로 만나는 그런 방식이었다.
그날도 추운겨울이었다. 그날 02~04시 순찰식 근무는 김상병과 당시 전역이 한달쯤 남은 말년병장이었고 둘은 새벽 찬공기를
맞으며 근무에 들어갔다.A산 정상 초소에 도착하자마자 병장은 야 사관 순찰오면 깨워라 하고 그냥 잠들어 버렸고 김상병은
추위와 싸우며 열심히 발가락을 꼼지락 거리고 있었다.하산시간이 되서 병장을 깨웠고 둘은 산을 내려왔다. 중간지점에 도착했
지만 다른 대대 아저씨들은 보이지 않았다. 야 씨발 이새끼들 어디서 짱박혀서 뺑끼치는거 아니냐? 씨팔 추워죽겠는데 왜 안
와? 그냥 올라가집니다? 어차피 내려오고 있으면 만나지 않겠습니까?
둘은 B산을 오르기 시작했고 정상 초소에 도착할때까지 다른 대대근무자를 만나지 못했다. 야 이거 뭐냐? 50대대 오늘 순찰근
무 안서냐? 50대대 당직실에 전화해볼까? 저희가 그럴필요가 있겠습니까? 괜히 아저씨들 근무 뺑끼치는거 우리가 잘못해서 걸
리게 만들면 서로 미안해지집니다ㅋ
병장은 다시 초소안에 쭈그려서 잠을 자기 시작했고 김상병은 초소밖에서 추위와 싸우고 있었다. 그러기를 수십분..저 멀리서
검은 그림자가 다가오는게 보였다. 50대대 근무자였다. 아저씨 미안해요. 저희가 잠깐 잔다는게 그만 숙면을 취해버렸네ㅋ 대대
에 연락한건아니죠? 예ㅋ 50대대 근무자는 고맙다는 표시로 담배나 한대 같이 피우자고 했다. 건내준 담배를 같이 태우며 둘
은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다음날..
오후 일과가 끝나고 김상병은 병사식당에서 밥을 먹고 있었다. 김상병님 이야기 들으셨습니까? 뭘 50대대 김요한 상병말입
니다. 어제 소촌리 제설작업 후발대 대민지원 나갔다가 저수지에 빠져 죽었다던데 말입니다. 구조장비가 없어서 119가 오는 도
중에 저체온증으로 죽었다는 소리도 있고..여튼 눈만 뜨고 사람들이 도와주지를 못했답니다. 지금 부모님 부대오고 난리났습니
다. 김요한이 누군데? 김상병님도 아실텐데 말입니다. 그 왜 우리 대대 막사에 M/W 정비하러 맨날 오는 통신병 있지 않습니
까? 순간 김상병은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머리속에는 한가지 생각 뿐이었다. 아닐거라고.
그날 저녁식사 후 김상병이 나를 불렀다. 어디 좀 같이 가자고. 나는 그땐 왜 저렇게 사색이 된 얼굴로 막내인 나를 찾았는지 몰
랐다. 그리고 나를 데리고 B산 정상초소를 향하기 시작했다. 그리곤 거기서 미친듯이 담배꽁초를 찾기 시작했다. 분명히 내가
버렸어 여기..여기..담배꽁초..담배꽁초... 연신 담배꽁초를 찾으며 정말 미친놈마냥 풀숲을 해쳤다. 그러기를 삼십여분... 결국
담배꽁초는 찾지 못했다. 그는 그땐 내게 왜 그렇게 담배꽁초를 찾았는지 일절 말하지 않았다. 후제에 나에게 말하길 그때 그 얘
기를 그 자리에서 했으면 죽은 김요한이 다시 나타나서 평생 따라다닐거 같았다고 말했다.
그 일이 있은 후 김상병은 매일 악몽에 시달렸고 스트레스로 나날히 야위어갔다. 분대원들에게도 말했지만 누구도 믿어주지 않
았고 대대 간부들도 쓸대없는 소리로 부대내에 선동을 하면 징계위원회를 열겠다고 하며 그를 묵살했다. 하지만 나만은 그가 얼
마나 미친듯이 담배꽁초를 찾는지 그 현장에서 봤기 때문에 분명히 그의 말이 사실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담배를 필 당시 무슨
대화를 했냐고 물어봤지만 김상병은 정말 진심으로 기억이 나질 않는다고 말했다.
결국 김상병은 실제 국군수도병원으로 입실하게 되었고 그는 그곳에서 전역했다. 김상병은 부대를 떠나서도 몇달간 미친놈이라
며 조롱을 받았고 오랫동안 입에 오르내렸다.그후 육개월 쯤이 지나고 내 맞후임이 자대로 왔다. 2주후 맞후임이 처음으로 순찰
식 근무에 투입이 되었고 B산 초소에 투입되었을때 6월 초여름에 모든 방한도구를 하고 두꺼운 스키파카를 입은채 왔다갔다 하
는 어두운 그림자를 봤다고 한다. 심지어 그를 쳐다보며 웃기까지 했다고 했다.당시 맞후임은 신병이 었기 때문에 잘몰라서
그냥 그런가보다 했다고 한다. 여름에 왜 방한도구를 했는지...그땐 맞후임은 김상병에 대한 이야기를 전혀 모르는 상태였기 때
문에 그런 사건이 있었는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이 이야기를 들었을때 분대원들이 느꼈던 공포와 두려움은 사실 이제 와서 말하
는거지만...사실 우리가 김상병을 그렇게 만들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더 힘들었다. 그의 말은 결국 신병의 말 한마디로 신빙
성을 찾게 되었고.. 귀신이라는 존재를 의심하던 내가 어느정도는 혼의 존재에 대해서 인정하게 되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궁금한건...그 죽은 김요한 상병이 김상병에게 무슨말을 했을까..라는 것이다. 자기 부모님에게 미안함을 말
하고 싶었을까? 아니면 집을 떠나 추운겨울 물속에서 아스러져간 젊은 청춘의 억울함을 토로하고 싶었던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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