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자 1화
지배자 1화
초능력의 발견
기독교를 믿는 사람이라면 하나님을, 불교를 믿는 사람이라면 부처를, 과학자라면 만물 이론이라고 부를 그 초월적 무언가가 이 우주에는 있었다. 이 우주를 돌아가게 하는 초월적 존재나 법칙! 하지만 그런 초월적 무언가도 가끔은 실수하기도 한다. 그리고 그 실수는 평범한 20대 초반 대학생이었던 진호에게 전혀 새로운 삶을 가져다주었다.
*
“이, 이게 뭐야…….”
처음에는 아직 꿈속에 있겠거니 했다. 그런데 아무래도 꿈이 아닌 듯했다. 진호는 자신의 볼을 한 차례 꼬집어보기도 하고, 뺨을 때려보기도 했지만 여전히 그 기현상은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눈앞의 모든 사물이 정지해 있었다. 사물뿐만이 아니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마치 진행 중이던 영상을 잠시 멈춘 것과 같은 느낌! 진호는 슈퍼에서 사 가지고 돌아오던 컵라면, 과자, 음료수 등을 잠시 내려놓은 뒤 바로 옆에 있는 사람 눈앞에서 손을 휘저어 보았다.
“아무 반응이 없네…….”
일부러 눈을 부릅뜨고 있다고 치더라도 이 정도 시간이면 기네스 감이다. 거기에 이 사람은 한쪽 다리를 허공에 띄우고 있었다. 무척 불편해 보이는 자세다.
“이거 진짜로 말이 안 되는 거 같은데…….”
날아가던 새도 멈춰 있었다. 담벼락에서 뛰어내리던 길고양이도 허공에 멈춘 상태! 그밖에 모든 사람들이 하던 일을 멈추고 미동도 하지 않고 있었다.
그렇게 주변을 둘러보던 진호의 눈에 한 사람이 눈에 띄었다. 명백하게 공중 부양 중이다. 조깅을 하고 있었던 모양인데, 두 발이 모두 허공에 있었다. 여자. 진호가 이 시간대에 가끔 보는 사람이었다.
‘엉덩이가 완전 탱탱했지…….’
딱 붙는 탱크 탑 상의와 반바지를 입은 그녀의 몸매는 지나가는 사람은 모두 한 번 정도 돌아보게 하는 마력이 있었다. 진호는 용기를 내 그녀에게 다가갔다. 물론 비닐봉지는 들고서 말이다.
‘귀중한 식료품이니까 말이지…….’
군대를 다녀오고 이제 막 복학생이 된 참이었다. 한 달 뒤쯤에 다시 대학을 다니게 되는 터라 이미 혼자 독립한 상태였다. 본가는 대전이지만 학교는 서울인지라 월세 방에 들어 살고 있었다.
‘물론 게임만 하는 생활이겠지만 말이야…….’
안 그래도 지금도 밤새 게임을 하다가 잠시 나온 참이었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아주 이른 출근 시간, 혹은 간단한 아침 운동 시간일지 모르나 진호에게는 이제 곧 잘 시간이었다. 대학교 들어가기 전에 아르바이트로 등록금을 마련하겠다느니, 미리 학교 공부를 예습하겠다느니 하는 훌륭했던 마음가짐들은 군대를 전역함과 동시에 마치 원래부터 없던 것처럼 사라져 있었다.
어쨌든 이건 기회다. 남중, 남고를 나와 어릴 때부터 여자와 연이 없었던 그는 사실 모태 솔로였고, 이런 미녀를 가까이서, 아무 부담 없이 관찰할 수 있는 건 생에 처음 갖는 기회였다.
‘우와…… 완전 탱탱해 보여…….’
가슴뿐만 아니라 엉덩이, 허벅지까지 만지면 톡 터질 것처럼 탱탱했다. 어디 헬스 트레이너인가?
만져보고 싶었지만 그것만은 안 될 거 같았다. 지금도 두 눈을 뜬 상태다. 일단은 이 기현상에 대한 정보가 필요하다고 느꼈다.
‘응?’
그러고 보니 아까부터 자신의 시야 오른쪽 상단에 묘한 단추가 보였다. ▶라는 표시 밑에 작게 ‘재생’이라는 글자가 쓰여 있었다.
“재생? 우와앗!?”
소리 내어 말한 순간 진호는 바로 누군가와 부딪혔다! 당연하게도 눈앞에 있던 여성과 충돌한 것이다!
“아! 아프잖아! 씨!”
진호와 부딪힌 그 여성은 그대로 진호의 위에 엎어졌다. 부드럽게 진호의 가슴을 압박하는 무언가! 하지만 진호는 그 감촉을 제대로 즐길 수가 없었다. 코앞의 여자가 잔뜩 인상을 찌푸린 채 몸을 일으키며 진호를 노려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청순하게 생긴 얼굴이 사정없이 일그러지자 박력이 장난 아니었다.
“아, 죄송합니다.”
일단은 자기 잘못이기에 진호가 사과했지만, 여성의 화는 풀린 거 같지 않았다. 사과한 뒤 재빨리 떨어뜨린 식료품을 주워 담는 진호! 그런데 그가 우유팩을 들어 올리려고 했을 때 그 위를 짓밟는 조그마한 발이 있었다. 그 여자다.
“…….”
워낙 세게 밟아 그대로 터져버리고 말았다! 바닥을 적시는 하얀 우유를 잠시 보던 진호는 그제야 고개를 들어 눈앞의 여성을 바라봤다. 여성이 말했다.
“뭐야? 사과하면 다야? 나 다쳤으면 어쩔 뻔했어? 당신이 나 책임질 거야? 엉? 아이 씨…… 안 그래도 요즘 오디션 보러 다니느라 완전 신경 예민한데 완전 밥맛이야! 거지 같이 생겨가지고서는!”
“…….”
물론 며칠 밤새워서 게임을 하느라 제대로 씻지 않은 건 사실이었다. 하지만 거지라니…… 거기에 우유는 또 왜 밟는단 말인가? 쥐꼬리만 한 생활비 아깝게!
그뿐만이 아니었다. 그 옆에 있던 과자 봉지를 그냥 걷어차거나, 참치 캔을 들어 저 멀리 던지기까지 했다. 흔치 않는 소란에 주변을 지나던 행인들의 시선도 이곳에 쏠린 참이었다.
‘성질이 엄청 더럽잖아!?’
겉으로 봤을 때는 전혀 그래 보이지 않았다. 말 그대로 청순 글래머였는데, 한 번 말을 하기 시작하니 엄청난 밥맛이었다. 물론 원칙적으로 따지면 그녀의 진로에 끼어든 자신이 잘못한 게 맞지만, 이건 당연하게도 정도가 지나쳤다.
“……당장 주워 와.”
“뭐? 하! 웃기시네! 그렇게 거지 행세 하고 싶으면 네가 주워 오던가! 흥!”
그렇게 말하고 바로 뛰어가는 게 아닌가? 진호는 기가 막혀 소리쳤다.
“야, 야! 너 거기 안 서!? 당장 네가 던진 거 주워 오라니…….”
“아, 시끄러 이 거지새끼야! 꺼져!”
진호는 할 말을 잃었다. 아까부터 진로가 막혀 있던 차량 몇 대가 경적을 울리고 있었다. 일단 챙길 수 있는 것만 챙겨 재빨리 길 중심에서 벗어난 진호! 진호는 이를 갈았다.
“두고 보자 이 년아…….”
진호는 당장 오른쪽 상단에 표시된 단추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다.
*
쓰다 보니 몇 가지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일단, 시간제한이 없었다. 오른쪽 위에 표시된 단추를 누르면 모든 것이 정지하고, ▶ 단추를 누르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시간도 안 갔다. 말 그대로 모든 것이 정지. 그 동안에 움직일 수 있는 건 진호뿐이었다.
두 번째, 정지 상태에서 다른 사람을 만질 수 있었다. 지나가는 사람 몇을 대상으로 실험해 보니 그들은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처음에는 어깨를, 그다음에는 배를, 엉덩이를 이런 식으로 점차 위험한 부위까지 손을 대 봤지만 어디를 건드리든 그들은 반응이 없었다.
세 번째, 사람을 건드렸을 때 새로운 단추가 뜨는 걸 확인했다. 사람 앞에 ▶ 단추가 생기는 거였다. 이 단추를 누르면 그 사람도 진호처럼 모든 것이 정지된 상태에서 움직일 수가 있었다. 물론 진호가 원하면 언제든 다시 정지시킬 수 있었다.
네 번째. 능력을 쓰다 보니 옵션란이 생겼다. 아무래도 정지 상태에서 다른 사람을 움직이게 하는 걸 기동화라고 하는 모양인데, 그 기동화된 대상의 기억을 조작할 수 있는 옵션이었다. 1. 시간 정지가 풀리면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한다. 2. 시간 정지가 풀렸을 때 진호의 신상 정보와 관련된 것은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한다. 3. 시간 정지가 풀려도 그때 있었던 모든 일을 기억해 낼 수 있다. 기본 설정이 3으로 돼 있어서 진호는 놀란 눈으로 “방금 그거 봤어요!?”라고 말하는 회사원 아저씨를 피하는 데 다시 능력을 사용해야 했다. 일단 기본 설정은 1로 바꿔 놨다.
“이제 내일이 다가오기만 기다리면 되겠군…….”
진호는 싸가지 없는 년한테 복수를 해 줄 수 있다는 생각에 큰 기대감을 품으며 잠이 들었다.
*
다음날 아침. 아침 6시 30분이다. 진호는 원룸 바깥 창문으로 그 여자가 지나가는 걸 확인했다.
“좋아.”
정지. 그대로 진호는 밖으로 나섰다.
그녀는 언제나처럼 1차선 도로 한쪽을 점유하고 달리고 있었다. 회색 트레이닝 바지에 분홍색 후드 상의! 언제나처럼 가슴과 엉덩이, 허벅지가 꽉 끼어 강조되고 있었고 은근히 팬티 라인까지 보이고 있었다! 진호는 주변 50m 내의 남자들이 이 여자를 흘끔거리는 걸 분명히 확인할 수 있었다. 멀리 있는 두 사람은 이쪽을 바라보며 무언가를 말하고 있었는데, 입 모양이나 태도로 추정컨대 “저 여자 쩔지 않냐?” 정도의 담화인 거 같았다.
“크크크, 더 쩔게 만들어 주지.”
진호는 가학심이 생기는 걸 느끼며 일단 여성의 바지를 벗겼다. 그렇다. 바지를 벗긴 것이다! 안에는 고풍스러운 문양이 새겨진 검은색 실크 팬티가 좁은 삼각지를 수줍게 가리고 있었다.
“운동하는 데도 비싼 거 입고 있네…… 혹시 부자인가?”
자세히 보니 속옷도 그렇고 운동복도 그렇고 전부 비싼 거뿐이었다. 금수저인 거냐? 그런 거냐? 진호는 그런 생각을 하며 그녀의 다리를 올려 바지를 전부 벗긴 뒤, 그대로 그 바지를 저편 전봇대 위에 철심 부근에 걸어놓기 시작했다. 낑낑거리며 올라갈 수 있는 높이 최대까지 올라갔다. 높이는 대략 7m! 아마 이걸 찾으려면 제대로 엉덩이 광고 좀 해야 할 터였다.
“흐흐흐, 어디 한 번 두고 보자고.”
진호는 약간 죄책감을 느꼈으나 그러기에는 어제 느꼈던 모멸감이 너무 컸다. 거기에 이 능력을 가지게 된 뒤로 일반적인 도덕적 의무나 양심 같은 게 조금 약해진 느낌도 들었다. 특별한 힘이 생기니 자연스럽게 다른 걸 조금 경시하게 된 모양이었다.
“에휴, 좋다. 5m로 봐 준다.”
바지를 5m 높이까지 내린 뒤 진호는 다시 원룸으로 들어왔다. 그의 원룸은 2층. 구경하기 딱 좋은 장소였다. 진호가 들어와서 재생 단추를 눌렀다.
“응?”
여성은 처음에는 그냥 달렸다. 자기 바지가 없어진 줄도 모르고 있었다. 그러다가 주변에서 “어? 어?” 하는 소리가 들려오자 그제야 자신의 다리를 내려다봤고, 본인이 팬티밖에 안 입고 있다는 걸 안 순간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뭐, 뭐야!?”
깜짝 놀라 일단 확 주저앉는 그녀! 하지만 그래봐야 엉덩이를 전부 가릴 수는 없었다. 사람들이 멈춰 서서 조금씩 그녀를 응시하고 있었고, 누군가는 스마트 폰을 들어 촬영을 하기 시작했다. 대박의 조짐을 느낀 거다.
“이, 이거 뭐야 씨이…….”
그녀는 울먹이며 양손으로 엉덩이를 가리고, 앞쪽은 다리를 굽혀 가렸다. 하지만 그녀의 조그마한 손에 비해 엉덩이는 너무도 탱탱해서, 도저히 다 가릴 수가 없었다.
그걸 재밌다는 표정으로 구경하던 진호의 시야에 이상한 게 잡혔다. 오른쪽 하단에 안내 메시지가 뜬 거다.
[ 임지연의 수치 경험치가 80%가 됐습니다. ]
‘수치 경험치?’
진호는 오른쪽 상단의 표시 바로 아래에 생긴 [대상]이라는 항목을 선택해 봤다. 새로 생긴 항목이었다.
그러자 바로 아래 [임지연]이라는 항목이 떴다. 그 밑은 전부 공란이었다.
‘저 여자 이름이 임지연인가?’
그렇게 생각하며 [임지연] 항목을 선택한 진호! 그러자 그녀에 대한 몇 가지 설명이 떴다.
[ 이름 : 임지연 ]
[ 나이 : 22살 ]
[ 직업 : 배우 지망생 ]
[ 현재 위치 : 남서쪽 25m ]
‘배우 지망생이라고?’
그리고서는 혼자 납득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는 진호였다. 저 정도면 배우로서도 충분히 통할 거로 보였기 때문이다. 중요한 건 그 밑에 있었다.
[ 1. 수치 Lv. 0 ( 80% ) : 대상이 수치심을 느낄수록 경험치가 향상됩니다. 레벨이 오를수록 대상이 수치심에서 얻는 쾌감이 증대합니다. ]
‘이게 뭐야?’
수치 레벨이 0이라고? 거기에 수치심을 느낄수록 %가 올라가고, 레벨이 올라가면 수치심에서 얻는 쾌감이 증가한다? 놀라운 발견이었다.
진호가 그렇게 놀라워하는 와중에도 아래에서는 재밌는 일이 진행되고 있었다. 황급히 주변을 둘러보는 그녀! 그녀는 간신히 그녀로부터 약 15m 뒤쪽에 있는 전봇대에 그녀의 트레이닝 복 바지가 걸려 있는 걸 발견할 수 있었다. 그녀는 주저앉은 상태로 소리쳤다.
“누, 누가! 저 바지 좀 가져다 줘요! 나 어떡해…… 히잉…….”
‘어제 화낼 때는 엄청 싸가지 없게 굴더니, 이럴 때는 연약한 척 코스프레 잘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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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능력의 사용
어떤 남자라도 일단 도와주고 싶게 만드는 애절함이 거기에 있었다. 이에 몇몇 남자들이 전봇대 위로 올라가 그녀의 바지를 내려 왔고, 그녀는 다급히 그것을 받아 다시 입었다. 그녀가 몸을 일으킬 때 찰칵, 찰칵 하는 카메라 소리가 더 크게 울려 퍼진 거 같았다.
그녀가 바지를 올리며 앙칼지게 소리쳤다.
“이거 인터넷에 올리는 새끼 걸리면 다 죽여버릴 거야! 알았어!?”
그 말에 그제야 대부분의 사람이 스마트 폰을 내렸지만, 그래도 끈질기게 찍는 사람이 있었다. 그녀가 그 남성에게 다가갔다. 30대 중반의 회사원으로 보이는 사람이다.
“어이, 당신! 그만 찍으라는 말 못 들었어? 그 뭐냐…… 어쨌든 무슨 권 침해 아냐? 당장 휴대 전화 이리 내!”
“어이, 왜 이러셔? 나는 그냥 풍경 찍은 거뿐이라고? 자의식 과잉 아냐?”
“이게!”
이번에는 싸움 구경이다. 사람들은 흥미롭게 남자와 여자의 싸움을 구경하기 시작했다. 물론 역시나 스마트 폰으로 찍는 사람들은 존재했다. 그걸 보던 진호는 원룸에서 몸을 일으켰다.
‘잠시 가 볼까?’
그대로 다시 시간을 정지시킨 후 밖으로 나온 진호! 자연스럽게 보이기 위해 사람들 시야에 닿지 않는 곳에서 다시 시간을 돌린 뒤, 아직 악다구니를 펼치고 있는 두 사람에게 다가갔다.
“이봐요. 그러면 안 되죠. 어서 휴대 전화 안에 사진이랑 영상 다 지우세요.”
여성은 도움을 주는 손길이 있자 반색하며 돌아봤지만, 그게 진호란 걸 알고 인상을 찌푸렸다.
“당신…….”
하지만 거기까지만 하고 일단은 입을 다물었다. 일단은 그녀 편이었으니까. 30대 중반 남성이 인상을 찌푸렸다.
“뭐야? 당신이 뭔데 끼어들어?”
“뭐긴요. 선량한 시민이죠.”
진호는 손을 내밀어 휴대 전화를 뺏으려 했지만, 남자가 재빠르게 진호의 손길을 피했다.
‘호, 그렇게 나온다 이거지?’
진호는 다시 한 번 손을 뻗었다. 이번엔 시간 정지를 적절히 섞어 움직였고, 남자는 허망하게 휴대 전화를 뺏길 수밖에 없었다.
“이, 이런……!”
이번엔 남자가 달려들었고 진호는 손으로 그 남자를 밀어냈다. 그러면서 재빨리 손을 놀려 영상과 사진을 지우는 진호! 그 뒤에 남자에게 휴대 전화를 돌려줬다.
“자, 아저씨 여기요. 가져가요.”
“쳇!”
남자는 기분 나쁘다는 듯 진호를 노려보더니 결국 갈 길 가기 시작했다. 그걸 끝으로 정지돼 있던 사람들도 하나 둘 움직이기 시작했다. 잔치가 끝난 거다.
‘어디, 이 여자가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볼까?’
진호가 그녀를 도운 건 한 번 그녀가 자신에게 감사 인사를 표하는 걸 들어보고 싶어서였다. 이런 싸가지 없는 년이라도 도와주면 고맙다고 말을 할까? 그런 호기심이 생겼다.
하지만 역시나라고 할까. 여자는 아무 말도 없이 그냥 가기 시작했다. 그것도 지나가면서 진호의 어깨를 의도적으로 자신의 어깨로 툭 치며 지나가는 게 아닌가? 진호는 황당함에 입을 열었다.
“어이, 아무리 그래도 이건 좀 아니지 않아?”
“뭐래.”
짜증난다는 표정으로 진호를 바라보고 사라지는 여성! 진호는 황당함을 넘어 기가 막힘을 느꼈다.
‘아무래도 조금 더 벌을 줄 필요가 있겠는데?’
마침 수치 %도 80%라 무언가 마음에 안 드는 점이 있던 진호였다. 이 기회에 레벨 1을 만들어보고 싶었다. 혹시 무슨 변화가 생기는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그대로 다시 시간을 정지시킨 진호!
‘이번에는 이렇게 해 볼까?’
싸가지 없는 년을 괴롭혀 준다고 생각하니 절로 신이 났다. 그녀에게 다가간 진호가 이번에는 팬티뿐만 아니라 브래지어까지 벗겨서 팬티는 그녀의 머리 위에, 브래지어는 그녀의 다리 사이에 장착시켰다. 브래지어 2개의 컵이 그녀의 보지와 항문을 가리는 구조다. 바지는 무릎까지 내리고, 가슴은 그냥 열어뒀다. 안에 있는 면 티는 손수 벗겨 팔 부분을 그녀의 목에 매 주었다. 마치 슈퍼걸의 망토처럼! 그리고 나서 잠시 자신의 작품을 감상하는 진호!
‘우와…… 진짜 젖꼭지 완전 핑크네…….’
꿀꺽! 한 번 만져보고 싶었다. 진호는 일부러 그녀를 건드리지는 않았지만, 이것만은 한 번 만져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다리 사이도 흘낏만 봤을 뿐, 직접적으로 노려보지는 않았다. 아직까지는(?) 나름 순수한 진호였다.
‘가슴 정도라면 괜찮겠지…….’
마음 같아서는 아주 닳아 없어질 때까지 빨아보고 싶었지만, 무언가 두려운 기분이 있었다. 혹시 갑자기 움직이거나, 나중에 자신을 기억해 내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 아직까지는 이 초능력을 완전히 신용하지 못하는 진호였다. 그도 그럴게, 워낙이 불가사의했으니 말이다.
꿀꺽! 진호가 손을 들어 그녀의 젖꼭지에 가져갔다. 검지로 톡 하고 살짝 건드려 본다. 이미 그의 바지 앞섶은 풀 발기 상태였다. 모태 솔로가 연예인 급 미녀의 생가슴을 만지는데 발기하지 않는 게 더 이상했다.
‘완전 말랑말랑해! 거기에 무언가 단단한 거 같은 기분도 들고…….’
아무리 만져도 오묘한 여성의 젖꼭지! 진호는 그 마력에 단숨에 빠져들었다. 엄지와 검지로 꾹 눌러 보기도 하고, 잡아당겨 보기도 한다. 쫀득쫀득한 탄력! 한창 그러고 있어서 진호는 자신의 시야 오른쪽 하단에 또 다른 안내 메시지가 나타나는 걸 못 보고 있었다. 나중에야 그것을 알아 챈 진호!
[ 임지연의 쾌감 경험치가 0%가 됐습니다. ]
‘쾌감이라고?’
진호는 대상 목록을 열람해 지연의 상태를 확인했다.
[ 1. 수치 Lv. 0 ( 80% ) : 대상이 수치심을 느낄수록 경험치가 향상됩니다. 레벨이 오를수록 대상이 수치심에서 얻는 쾌감이 증대합니다. ]
[ 2. 쾌감 Lv. 0 ( 0% ) : 대상이 쾌감을 느낄수록 경험치가 향상됩니다. 레벨이 오를수록 대상이 얻는 쾌감이 증대합니다. ]
‘오, 이런 것도 있구만!’
진호는 감탄했다. 이제는 조금 더 본격적으로 그녀의 젖꼭지를 비트는 진호! 그녀의 젖꼭지가 결국 진호의 집요한 공격을 이기지 못하고 잔뜩 성나 곤두서고 말았다! 하지만 아무리 젖꼭지를 매만져도 쾌감 %는 증가하지 않는 게 아닌가?
‘설마 아래를 만져야 하는 건가?’
진호가 다시 한 번 임지연의 상태를 확인하자 쾌감 항목 아래 또 다른 설명이 추가돼 있었다.
[ 2. 쾌감 Lv. 0 ( 0% ) : 대상이 쾌감을 느낄수록 경험치가 향상됩니다. 레벨이 오를수록 대상이 얻는 쾌감이 증대합니다. ]
- 정지 상태에서는 쾌감 %가 오르지 않습니다. 대상을 기동화 시켜 주세요.
‘아!’
아무래도 정지 상태에서는 쾌감을 느끼지 못하는 모양이었다. 그도 그럴 게, 정지 상태니까 말이다. 아까 수치 경험치도 진호가 그녀의 옷을 벗긴 상태로 ‘재생’ 단추를 누르고 나서야 바로 증대됐다. 아무래도 쾌감도 같은 원리인 듯했다. 하지만…….
‘그냥 이 상태에서 만지는 건 괜찮지만 움직이는 상태에서는 조금…….’
이 여자. 성질이 엄청나게 사나워 보인다. 거기에 운동도 많이 한 듯 복근까지 있었다. 선명한 11자 복근! 허벅지도 튼튼해 보이고. 엄청 매력적이었지만, 진호는 이 여자를 싸움으로 이길 수 있을 거란 확신이 들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게, 진호는 생각보다 몸이 부실한 편이었기 때문이다. 아까 전봇대도 꽤 악다구니를 거친 뒤에 올라갈 수 있었다.
‘아무리 그래도 여자니까 이기기야 하겠지만…….’
그렇게까지 해가며 쾌감 %를 올려보고 싶지는 않았다. 결국 진호는 일단 수치 레벨을 올려보는 것에 만족하기로 했다. 이 정도면 남은 20%는 그냥 올라갈 것이 틀림없었다.
‘하…… 그냥 가기 아쉽단 말이지…….’
진호는 마지막으로 그녀의 젖꼭지 감촉을 충분히 즐긴 뒤, 마지막으로 보지도 한 번 쓰다듬어 주고 건물로 향했다. 이 손으로 해야 할 일이 많았다. 물론 그 전에 그녀의 마지막 수치 플레이를 감상해야겠지만 말이다.
“재생.”
2층 원룸에서 그녀를 내려다보며 재생이라고 중얼거리는 진호! 다시 시간이 흐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녀는…….
“으앗……!?”
바지가 갑자기 허벅지까지 내려가 있어 걷다가 균형을 잃은 그녀였다. 그리고 간신히 바닥을 짚고 정지한 뒤, 이윽고 자신의 상태를 깨닫고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이, 이게 뭐야아아아아아앗!!!!!?”
황급히 바지를 끌어 올리는 그녀! 브래지어가 다리 사이에 들어가 있어 거추장스러웠지만 그런 걸 신경 쓸 때가 아니었다. 덕분에 그녀의 바지 앞과 뒷부분이 볼록해져 버렸다. 지연은 거기에 불편해하면서도 어느새 열려져 있는 자신의 상의 트레이닝복을 재빨리 여밀 수밖에 없었다.
“무, 뭘 봐요! 사람 처음 봐요! 저리 가! 저리 가란 말이에요!”
그녀가 살짝 눈물을 글썽거리며 소리쳤지만 사람들은 물러나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사진을 찍지도 않았지만 말이다. 그래도 아직은 정이 살아 있는 세상이었다. 재빨리 앞쪽 지퍼를 올린 그녀가 목에 매어진 면 티와 머리에 씌워진 팬티를 풀며 불편한 걸음걸이로 어디론가 향하기 시작했다. 일단 숨을 곳을 찾는 모양이었다.
[ 임지연의 수치 경험치가 100%가 됐습니다. ]
[ 임지연의 수치 레벨이 1이 됐습니다. ]
[ 점수를 10점 획득하셨습니다. ]
[ 본인 정보가 갱신됐습니다. ]
[ 대상 임지연의 정보가 갱신됐습니다. ]
‘어디 보자…….’
진호는 일단 임지연의 정보부터 확인했다.
[ 이름 : 임지연 ]
[ 나이 : 22살 ]
[ 직업 : 배우 지망생 ]
[ 현재 위치 : 북서쪽 200m ]
[ 능력 : 연기 10 (+) ]
- 현재 여유 점수는 10점입니다.
[ 1. 수치 Lv. 1 ( 0% ) : 대상이 수치심을 느낄수록 경험치가 향상됩니다. 레벨이 오를수록 대상이 수치심에서 얻는 쾌감이 증대합니다. ]
[ 2. 쾌감 Lv. 0 ( 0% ) : 대상이 쾌감을 느낄수록 경험치가 향상됩니다. 레벨이 오를수록 대상이 얻는 쾌감이 증대합니다. ]
‘위치가 실시간으로 바뀌고 있네.’
지금도 200m에서 205m, 210m 급격하게 올라가고 있었다. 뛰고 있는 모양이었다. 여기서 그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지만 말이다.
다음으로 진호는 본인 정보를 확인했다.
[ 이름 : 김진호 Lv. 1 ]
- 다음 레벨까지 필요한 점수 : 40점
[ 나이 : 22살 ]
[ 직업 : 대학생 ]
[ 현재 위치 : 0m ]
[ 능력 : 영어 60 (+) ]
- 현재 여유 점수는 10점입니다.
[ 스킬 ] ( 구매 )
[ 아이템 ] ( 구매 )
자신의 밑에는 수치라든가, 쾌감이라든가 하는 항목이 없었다. 진호는 일단 스킬 옆의 구매 단추를 눌렀다.
[ 1. 생각 읽기 : 대상의 생각을 읽을 수 있습니다. (1,000점) ]
- 레벨이 오를수록 더 많은 스킬 구매 항목이 생겨납니다.
‘오, 생각을 읽은 수 있다고?’
흥미가 동했지만 무려 1,000점이라 현재로서는 구매가 불가능했다. 진호는 다음으로 아이템 구매 단추를 눌렀다.
[ 1. 이뇨제 : 먹은 사람은 급격하게 소변이 마려워지는 걸 느낍니다. 생성량은 1분에 1L. 총 5분간 작용합니다. (10점) ]
- 레벨이 오를수록 더 많은 아이템 구매 항목이 생겨납니다.
‘별 걸 다 파네…….’
저 생성량이라는 게 오줌의 양이라면 최소 1분 안에 상대는 오줌을 싼다는 말이었다. 1분에 1L라니, 생각만 해도 끔찍한 양이었다.
진호는 스킬과 아이템 항목을 보고 난 뒤에야 그 위에 있는 능력 부분에 주목했다.
‘아무래도 능력 옆에 있는 (+) 단추를 누르면 능력이 올라가는 거 같은데 말이야.’
밑에 여유 점수 설명도 그렇고, 지연이나 자신의 능력 옆에 (+) 단추가 있는 것도 그렇고 그게 타당해 보였다. 진호는 한 번 자신의 영어 능력 옆의 (+) 단추를 눌러봤다. 그러자,
[ 영어 능력이 61이 됐습니다. ]
‘영어 능력이라니? 영어 능력을 향상시켜 준다는 건가?’
궁금해서 아무 영문 사이트에 들어가서 영어를 읽어 봤지만, 전과 같은 정도의 능력이었다. 별 차이를 못 느끼는 진호!
‘한 번 다 써 볼까?’
어차피 점수야 또 얻으면 그만이다. 사용할 수 있는 대상이야 무궁무진하고. 조금 죄책감이 느껴지기는 했으나 진호는 도저히 호기심을 참을 수 없었다. 이번에는 남은 점수를 모두 영어에 투자하는 진호! 영어 능력이 70이 됐다. 그리고선 다시 영어를 읽어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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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지망생 임지연
‘어!?’
신기했다. 분명히 모르는 단어였는데, 그 뜻이 생각나기 시작한 것이다! 그것뿐만이 아니라 잘 보이지 않던 문장 구조나, 숙어의 의미가 자연스럽게 의역됐다. 이번에는 분명히 차이가 느껴졌다!
“어디 보자…….”
이번에는 먼지만 쌓여 있던 토익 문제집을 꺼내는 진호! 한 번 자체 모의고사를 치러 봤다. 그러자,
‘점수가 100점이나 올랐어!?’
진호의 토익 점수는 500점 후반이었는데, 지금 결과는 거의 700점에 근접했다. 최근 공부에서 손을 뗀 상태라 더 내려갔으면 내려갔어야 할 터인데, 오히려 올랐던 것! 진호는 크게 흥분했다.
‘설마 이거 100으로 만들면 만점 나오는 건 아니겠지?’
그럴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진호는 혹시 자신의 다른 능력은 나타나지 않나 살펴봤지만, 영어 외에는 나타나지 않았다. 진호의 의문을 눈치채기라도 한 듯 능력 부분 밑에 설명 한 문장이 홀연히 나타나기 시작했다.
[ 능력 : 영어 70 (+) ]
- 현재 여유 점수는 0점입니다.
- 능력 항목은 레벨이 오를 때마다 랜덤으로 하나씩 개방됩니다. 사용자와 대상 모두 마찬가지입니다.
“아…….”
아무래도 자신의 이름 옆에 있는 레벨을 올려야 하는 모양이었다. 진호는 엄청난 호기심, 의욕이 이는 걸 느꼈다.
‘이것만 해도 당분간 엄마한테 할 말은 처리할 수 있겠는데?’
토익 만점이라고 하면 최소한 놀았다고 뭐라고 하지는 않을 터였다. 거기에 더해 다른 능력도 올린다면 좋을 테고. 가능하면 그는 현재 자신이 하고 있는 일과 관련된 능력이 개방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품었다. 진호는 현재 물리학과에 다니고 있는 중이었다. 물리교육과가 아닌 그냥 물리학과! 학교 성적도 좀 쉽게 올릴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뿐이었다.
진호는 점수를 올릴 방법을 고심했는데, 역시 수치랑 쾌감 경험치를 올리는 거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그럼 누구를? 창밖을 잠시 내다보던 진호였지만 역시 결국은 쓰던 게(?) 좋다는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괜히 대상을 더 늘리기는 싫었다. 마침 그녀의 위치도 실시간으로 표시되고 있어서 찾는 건 어렵지 않아 보였다.
“하지만 일단 준비를 좀 해야겠지…….”
진호는 본격적인 점수 사냥에 나서기에 앞서 몇 가지 실험을 단행했다.
*
일단은 재생, 정지 항목 밑에 있는 옵션에 대해 알아볼 차례였다. 분명히 옵션에는 「시간 정지 상태에서 한 일은 대상의 기억에 남지 않는다.」라고 쓰여 있었다. 아까부터 그 항목을 선택하고 있었지만, 역시 실제로 한 번 실험해 보지 않고서는 액면 그대로 믿기는 어려웠다. 일단은 다시 원룸 건물 앞의 1차선 도로로 나온 진호! 거기서 시간을 정지시킨 뒤, 한 사람에게만 기동화를 시킨 뒤 미친 사람처럼 춤을 추기 시작했다. 홀로 기동화가 된 그 여자 대학생은 진호를 미친 사람처럼 보며 외치기 시작했다.
“여, 여기 누구 없어요!? 여기 이 사람이 미친 거 같아요! 응? 나 말고는 아무도 움직이질 않아?”
당황한 채 어버버거리는 그녀! 쉴 새 없이 주위를 둘러보지만 움직이는 건 미친 척하고 막춤만 추고 있는 진호뿐이었다. 어느새 도움을 청할 곳을 잃고 살짝 눈물만 글썽거리기 시작하는 여성! 그녀가 조심스럽게 진호에게 말을 걸기 시작했다.
“저, 저기요…….”
“우헤헤헤헤헤헤헤헤헤헤헷!!!!!”
이미 진호의 얼굴은 붉어질 대로 붉어진 상태였다. 만약 진호에게도 수치 경험치가 있다면 이미 레벨 10은 돌파했을 터였다. 하지만 진호는 어차피 할 거 제대로 하자는 생각에 마음 굳게 먹고 다시 한 번 미친놈 시늉을 하기 시작했다.
“우키키키키키키키키킬!!!!!!”
“무, 무서워!”
이제는 막 도망치기 시작하는 그녀! 진호는 거기서 딱 춤을 멈추고 다시 시간을 돌렸다. 그리고 뒤로 도망치던 여성을 반응을 유심히 살피기 시작했다.
“……?”
여성은 황급히 뒤로 돌아 도망치다 바로 멈칫거렸다. 그리고는 주변을 휘휘 둘러보는 여성! 자신이 왜 뛰기 시작했는지 그새 까먹은 듯한 모습이다.
진호는 일부러 그녀의 앞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태연하게 물었다.
“무슨 일 있으세요?”
방금 진호의 미친 상태를 눈으로 확인했던 그녀다. 그걸 기억하고 있다면 진호를 보자마자 깜짝 놀랄 게 분명했지만…….
“아, 아뇨…… 잠시 무언가 잊은 거 같은 기분이 들어서…… 그, 그럼 전 이만…….”
멈칫거리며, 고개를 가끔 갸웃하며 다시 가던 길을 마저 가는 대학생 여성! 진호는 확신할 수 있었다.
‘기억이 사라져 있어!’
시간 정지 상태에서 상대방을 기동화시켜도, 나중에 시간을 다시 돌렸을 때는 기억이 사라진다는 건 정말이었던 모양이다. 진호는 확신을 가지기 위해 두세 차례 더 똑같은 실험을 감행했고, 그때마다 대상자들의 반응이 똑같다는 걸 확인한 뒤 결심을 굳힐 수 있었다.
‘이러면 쾌감 경험치를 높일 수 있겠군!’
거기에 어차피 대상의 기억에는 남지 않으니 그렇게까지 미안해할 것도 없었다. 시간도 정지 상태니 굳이 뺏는 것도 아닐 테고. 진호의 손끝, 그리고 머릿속에는 오늘 이른 아침에 봤던 지연의 핑크빛 건강한 젖꼭지와 흘낏 보였던 무성한 수풀이 아직도 남아 있는 상태였다. 여태껏 여자 손 한 번 못 잡아 본 모태 솔로다. 그런 그가 연예인 급 미녀의 알몸을 봤는데 그걸 잊어버린다는 건 정말로 말이 안 됐다.
“좋아, 그럼 한 가지만 더 준비하고 내일 해 보자!”
진호는 드물게 의욕적인 표정으로 방으로 들어가 필요한 물품을 구할 수 있는 곳을 찾았다. 찾은 뒤 바로 밖으로 나서는 진호! 그의 걸음이 무의식중에 점차 빨라졌다.
*
다음 날 하려 했건만,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서 바로 감행했다. 어차피 시간은 그리 중요한 게 아니니까. 야심한 밤. 모든 준비를 마친 진호는 고급 아파트 입구 앞에 와 있었다.
“좋은 데 사는구만…….”
그녀의 현재 위치를 통해 사는 곳을 파악할 수 있었다. 금마 아파트 201동 1702호다. 금마 아파트는 보통 부유한 집안사람들이 사는 곳으로 알려져 있었다. 아파트 평수도 무려 100평! 한 층을 그냥 한 집안이 거의 다 쓰는 구조였다.
당연히 아파트 입구에 비밀번호 항목이 있었지만, 다른 사람이 들어갈 때 시간 정지를 통해 따라 들어가 어렵지 않게 들어갈 수 있었다. 1702호 현관문 앞에 있는 도어락이 문제였지만, 이 또한 어렵지 않게 해결할 수단이 있었다.
딩동!
벨을 누르고 재빨리 시간 정지! 그리고 몸을 숨겼다. 다시 재생시키자 곧이어 잠깐 열린 문틈! 그 순간 다시 시간을 정지한 진호는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선 뒤 다시 문을 원 상태로 돌려놓은 뒤, 신발을 벗고 안으로 침입했다. 문을 연 사람은 가정부로 보이는 사람이었다.
“응? 아무도 없네?”
가정부로 보이는 여성은 고개를 갸웃하며 다시 문을 닫았다. 하지만 이미 진호는 안으로 침입한 상태였다. 안쪽에 있는 방 하나에 들어간 뒤 잠깐 시간을 돌려 들키지 않았다는 걸 확인한 진호는 다시 한 번 시간을 정지시키고 이번에는 천천히 집 안을 살피기 시작했다. 방이 여러 개 있었지만 안에 있는 사람은 없었다.
‘허탕인가…….’
하지만 그럴 리가 없었다. 아직 그녀의 현재 위치가 이 근처로 나타나고 있었으니까! 진호는 아직 살펴보지 않은 마지막 방문을 열고 빙고를 외쳤다.
“여기 있구나!”
순간 “헉!” 하고 입을 틀어막은 진호였지만, 자신이 시간을 정지시켜 놓은 상태란 걸 깨닫고 다시 입을 풀어줬다.
*
진호가 침입하기 조금 전, 지연은 엄청나게 짜증이 난 표정으로 음악을 듣고 있었다. 최신형 헤드폰에 집에서 입기 편한 트레이닝복만 입은 상태였지만 그녀의 우월한 몸매와 청순한 얼굴에 힘입어 마치 모델과도 같은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그녀가 신경질적으로 중얼거렸다.
“도대체 뭐야! 오늘 아침 일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갑자기 바지가 사라지는가 싶더니, 그다음에는 속옷이 이상한 위치에 가 있었다. 그 순간의 창피함은 여전히 그녀의 몸에 남아 그녀의 얼굴을 간혹 화끈거리게 만들고 있었다. 애써 그 순간을 잊기 위해 강렬한 헤비 메탈 음악을 듣는 그녀였다.
딩동!
그런 소리가 아련하게 들린 거 같았지만 무시했다. 이 시간에 찾아올 사람도 없거니와 어차피 가정부 아줌마가 있었다. 신경질적으로 음악 볼륨을 높이던 그녀는 갑자기 한 순간에 자신이 침대 위로 옮겨진 것을 느끼고 당황했다.
“어!?”
어느새 귀에서는 헤드폰도 벗겨져 있었다. 그것뿐만이 아니다. 눈에는 눈가리개가 단단히 고정돼 있었고, 팔다리는 큰 대자로 벌려져 있었다. 당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