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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세상-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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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 늦게 배운 도둑질이 무섭다.

"오빠 안녕?"

문을 열고, 정말 닉네임처럼 환한 미소를 띄운 그녀가 들어왔다. 

하늘색의 원피스, 말이 좋아 원피스지 가슴이 깊게 패이고 밑단은 조금만 고개를 내려도 속옷이 보일만큼 짧은 잠옷에 가까운 옷이었다. 

그녀가 왜 에이스인가. 답은 금방 나오는 것이었다.

"많이 기다렸죠? 미안...나 밥먹느라."

싱긋 웃는 얼굴에 심장이 뛴다. 170이 조금 안되어 보이는 큰 키에, 시원시원하게 빠진 허리며 다리, 그리고 봉긋한 가슴은 둘째치고라도 섹시하게 올라간 눈꼬리가 내 시선을 잡아 끌었다. 

세상에. 세상에 예쁜 아가씨들은 다 유흥가에 몰려있는 것일까? 나는 홀딱 벗고 있는 것도 잊은채 그녀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미소는 나의 얼빠진 리액션에도 웃어주며 내게 다가왔다. 내가 앉아 있던 침대에 그녀도 살짝 걸터 앉았다.

"오빠 왜이렇게 말이 없어?"

"응? 아...아니 예뻐서.."

자연스럽게 말을 놓는 것은 순전히 어제 본 사이트에 올라온 후기들을 열심히 눈팅한 힘이었다. 

칭찬에 약하지 않은 여자는 없는 법인지, 미소는 생글거리며 내게 눈을 흘겼다.

"여기 처음 왔어?"

"응. 처음이야."

밤문화의 세계란 생각보다 녹록치 않은 것이어서, 그들 사이에서만 통용되는 은어들이 많이 있었다. 특히 핸플 업소의 경우는 더욱 더 심했기 때문에, 나는 눈이 벌게지도록 인터넷을 하며 용어들을 익혀야만 했다.

나보다 먼저 미소와 즐거운 시간을 보냈던 이름모를 유흥가 선배(?)가 올렸던 게시글을 곰곰히 떠올려 보았다.

이름: 미소

업소: 영등포 헤이즐럿

나이: 20대 초반(?)이라고 함. 확실치 않음

시간대: 야간조

서비스 : 69, 키스, 역립, 하비욧, 입싸 등등.

게시글이 내 머릿속에 스캔이 되는 듯한 환상이 들어오고, 어제 열심히 들여다 보았던 핸플 관련 용어들을 되새기고 있을때 그녀는 재잘거리며 내게 여러가지 이야기를 했다.

"오빠는 무슨일해? 회사원?"

"아..응. 회사원이야."

아직 반말이 낯설다.

"우와! 그럼 퇴근하자마자 바로 나 보러 온거야? 나 지명했다며."

"응. 워낙 미소가 유명해서..."

"히힛! 정말루?"

기분좋으라고 일부러 한 말은 아닌데, 미소는 기분이 좋아보였다. 

물론 그게 직업의 특성상 기분이 좋은 척하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상관없다. 무슨 상관이랴. 아무리 예쁜 여자라도 돈을 낸 만큼, 지정된 시간만큼 만

은 내 여자가 될 수 있는 것이 업소의 매력이다.

"앗! 이야기만 하면 시간 아깝잖아. 오빠 얼른 엎드려."

생각해보니 나는 훌떡 벗은채로 그녀와 이야기하고 있었는데, 그녀는 조금의 위화감도 없이 이야기를 했다.

나는 그녀의 말대로 침대에 배를 깔고 엎드렸고, 그녀는 침대에서 일어서서 옷을 벗기 시작했다. 

물론 엎드려 있으니 제대로 볼 수 없을 테지만, 욕실에 달려있는 커다란 거울로 그 모습이 또렷히 보여졌다. 아마도 업소의 사장은 이런걸 노렸나 보다.

침이 꿀꺽 하고 넘어갔다. 그녀는 업무의 특성상(?) 속 안에 아무것도 입지 않고 있었다. 

전체적으로 곡선이 살아있는 글래머러스한 몸매. 하얀 피부에 그런 곡선이 어우러지니 확 하고 욕구가 동했다. 

밑에도 털이 많이 없는 편이라 깔끔해 보였다. 일부러 정리한 것일까?

"으쌰."

그녀는 귀여운 구호를 외치더니만 엎드려 있는 내 몸위로 올라탔다. 

엉덩이에 전달되는 까칠까칠한 느낌.미소의 보지털 느낌인 것 같아 입이 바싹바싹 타들어갔다. 

엎드린 바람에 침대면에 밀착된 자지가 꺼내달라고 아우성을 치는 것만 같았다.

쪼옥!

온몸이 짜릿해 진다. 미소가 내 귓볼을 혀로 살살 애무하더니, 이윽고 목줄기를 타고 등까지 내려가며 핥아가고 있었다. 

내가 몸을 꿈틀꿈틀 거리자, 그녀는 장난스런 손길로 내 엉덩이를 찰싹 하고 때렸다.

"오빠 가만히 좀 있어봐요. 간지러?"

"으..응..조금...킥!"

나도 모르게 웃음이 세어 나왔다. 

이렇게 피식 이라도 웃어본 적은 정말 오랜만인 것 같다는 실없는 생각도 들었지만, 여튼 기분좋은 간지러움이다. 

내 허벅지 사이에 얼굴을 묻고 혀를 돌리던 미소가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오빠. 엉덩이 들어봐."

"으응? 엉덩이?"

"응."

엎드린 상태에서 엉덩이만 들으라니, 이 무슨 해괴한 주문인가 했지만, 이 역시 핸플 업소의 서비스의 일환일 테니 손해볼 일은 없다. 

조금 민망한 자세이긴 하지만 나는 슬쩍 하체를 들어 올렸고, 그 다음에 벌어진 일 때문에 나는 "헉!"하고 숨을 삼켰다.

쪼옥!쪽! 쪽쪽! 훕..쩝!

입가로 신음소리가 세어나올 뻔한 것을 겨우 참아냈다. 그녀는 내 엉덩이사이에 얼굴을 묻고는 열심히 똥꼬를 빨아주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부드럽고 촉촉한 것이 항문에 닿는 기분은 그야말로 억! 소리나게 짜릿하고 신비로웠다. 

처음이었다. 여자가 그 부분을 입으로 빨아주는 것은 단연코 처음이었다.

"자, 이제 앞판 하자. 뒤집어요 오빠."

누구 말이라고 거역하랴. 그녀의 말에 나는 얼른 몸을 뒤집었고, 거대하게 발기된 자지가 허공을 갈랐다. 그와 동시에, 그녀의 굴곡있는 알몸을 가까이서 보게 된 나는 더욱더 흥분했다.

"으음..."

그녀는 아무렇지 않게 내 입술에 키스를 하더니, 이윽고 젖꼭지를 빨아주기 시작했다. 

내 위에 올라타 있으니 미소의 보지와 내 자지는 자비 없이 비벼지며 내 몸을 꿈틀거리게 만들었다. 

그녀의 혀가 춤을 추듯 점점 아래로 내려가 잔뜩 성이난 자지에 다다랐을 적에, 그녀는 능숙하게 몸을 돌려 내 위로 다시 올라탔다. 졸지에 69자세가 된 것이었다.

크아! 감격의 도가니였다. 가지런히 정돈된 털 사이로 수줍게 갈라져 있는 보짓살이 내 입술 가까이 까지 내

려온 것이었다. 누구에게도 배운적 없지만 본능적으로 그녀의 보지를 빨기 시작했고, 그녀 역시 성이 난 내

자지를 입안 가득 삼켰다. 츕츕 거리는 야한 소리가 한동안 방안을 울렸다.

"으으응....흠...쩝..쪽.."

그녀는 자지를 빨고 있는 한쪽 입술로 신음을 흘리며 열심히 고개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게 사이트 회원이 말한 69서비스였다. 얼마전 처음으로 갔었던 홍등가에서는 상상도 못할 서비스다. 그곳은 그냥 일반적인 오랄과 삽입이 전부였으니까. 

하지만 핸플은 다르다. 비록 삽입은 할 수 없지만, 키스를 비롯한 온갖 서비스가 난무한다. 

물론 아가씨에 따라 받을수 있는 서비스의 내용은 다르지만, 여튼 핸플에는 굳이 삽입을 하지 않아도 성적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그 무언가가 있다고, 나는 생각했다.

"오빠 나 잔뜩 젖었어."

콧소리 섞인 그녀의 말에 또 온몸이 꿈틀 거리며 반응했다. 정말 어설픈 혀놀림으로 열심히 그녀의 속살을 공략했다. 

한참이나 신음 반, 오럴 반으로 내게 몸을 맡겼던 그녀가 내 몸에서 내려왔다. 

아쉬움도 잠시, 그녀는 기승위 자세로 내 몸위에 올라탔고, 내 자지를 살짝 위로 들어 올려 내 배쪽으로 붙였다. 

뭘 하려는 것일까? 

의문은 잠시후 풀렸다. 미소는 살짝 벌어진 보짓살로 내 불기둥을 비비며 허리를 흔들어 대고 있었다. 이게 위에 명시된 "하비욧" 서비스이다.

사실 그 단어의 어원은 나도 모르지만, 여튼 신체의 일부로 기분좋은 부비부비를 해주는 서비스를 일컷는다. 물론 밤샘공부(?)의 힘으로 숙지하고 있는 것이지만, 실제로 받아보니 정신이 멍해질 만큼 찌릿찌릿했다.

청순한 아가씨가, 그것도 홀딱 벗은 알몸으로 내 몸위에 올라타 살짝 젖은 보짓살로 자지를 마찰해 주는 그 느낌이란! 게다가 눈을 꼭 감은 그녀의 가슴이 흔들거리는 것은 시각적으로도 나를 뿅 가게 하기에 충분했다.

찌걱..찌걱..

미소는 물이 많은 모양이다. 내 자지가 촉촉히 젖을 정도로 분비된 애액때문에 그녀가 허리를 흔들어 대어도 아프지 않았다. 

뭐, 그만큼 에이스인 미소가 능숙한 것도 있겠지만 삽입에서는 느낄수 없는 야릇한 감촉에 혼이 달아나는 기분이었다. 전신이 부들부들 떨렸다.

"오빠 쌀것 같아?"

"으..응!"

다급한 내 목소리에 미소는 얼른 내려와 내 귀두를 입에 머금고는, 마치 쮸쮸바의 남은 단물을 짜내듯이 손으로 내 불기둥을 비벼주기 시작했다. 

신음이 흘러 나오며 몸이 부르르 떨렸다. 뜨거운 정액이 미소의 부드러운 입술안으로 여과없이 퍼부어 지고 있었다. 

이게 바로 입싸 서비스라는 것은 알고 있지만, 역시나 실제로 이런 호강을 누리는 것은 처음이었다. 야동에서나 나올 법한 일이 실제로 내게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내가 사정하는 동안에도 계속해서 손을 흔들며 내 자지를 압박했던 미소가, 내 귀두부분을 쪽! 하고 강하게 빨아들이며 입을 떼었다. 

볼이 불룩한 것이, 꽤나 많은 양의 정액을 쏟아낸 모양이었다. 

그녀는 세면대로 가서 입에 있는 정액을 조심스레 뱉었다. 내가 보기에도 엄청난 양의 정액이 그녀의 입술 밖으로 빠져나왔다.

"오빠 왜이렇게 많이 쌌어? 흥분했어?"

"응..."

더이상 무슨말이 필요하랴. 미소는 내게 쉴 시간도 주지 않고 샤워실로 이끌었다. 보통 샤워는 혼자 한다고 했

는데, 그녀는 에프터 서비스로 샤워도 시켜줄 모양이었다. 아무리 사정한 후라지만 미녀가 시켜주는 샤워가

싫을리가 있을까.

"히히. 오빠 고추 빨개졌어."

비누칠을 해주며 장난스럽게 내 허리를 안는 미소를 보며, 나는 그동안 부리지 못했던 용기라도 생긴 것인지

그녀의 입술에 입을 맞추었다. 하지만 그녀는 키스를 해주는 대신 찐한 뽀뽀를 해주며 베시시 웃었다. 아까와

는 다른 느낌으로 심장이 요동친다.

"오빠는...참 괜찮다."

"응? 뭐가?"

"술을 먹고 오지 않잖아."

"술?"

"응. 술냄새 나는 손님은 싫어. 취하면 매너도 없고....그리고 일부러 술 마시고 오는 사람도 있다? 술 먹으면 조금 늦게 싸니까....뽕 뽑으려고 오는 거지."

그 청순한 얼굴로 "싼다"라는 말을 하다니, 야한 이야기를 하는 것만으로도 설렐 정도로 미소는 참 예쁜 아가씨 였다. 

이런, 진작에 이 세계에 발을 들여놓을 걸 그랬다. 

혹자들이 나를 한심하다고 생각한다 하더라도, 중요한 것은 나는 너무나 오랜만에 설레고 있었으며 오랜만에 환하게 웃고 있었다. 더이상의 이유는 필요

없는 것이다.

"나 술 안먹고 자주 올게. 미소 보러.."

낯이 화끈 거릴 정도의 말을 어떻게 했는지, 요새말로 손발이 오그라드는 기분이었지만 미소는 환하게 웃어 주고 있었다. 

그녀의 토실토실한 가슴이 내 가슴에 부벼졌고, 뜨거운 물이 샤워기로 쏟아져 나왔다. 미소는 장난스럽게 내 엉덩이를 꽉 꼬집으며 대답했다.

"나도 오빠 매일 기다릴게."

집에 들어온 나는 바빠졌다.

어떤 사람은 유흥가를 아예 접해보지 못한 사람들도 있을 것이고, 또 접해본 사람들은 결국 돈이 아깝다는 생각을 할 지도 모르겠다. 

대부분이 후자의 경우에 속하겠지만 나는 달랐다. 뭐랄까, 자위처럼 사정하는 그 순간 허무감이 밀려오지 않았다. 유흥가에 첫발을 내딛었기 때문일까? 

이제 또 어떤 업소를 가볼까 하는 기대감에 부풀어 올랐다. 사람이 무언가에 미치는 것은 한순간이다.

타닥타닥타닥...

나는 열심히 사내들의 이야기공간, 속칭 "사공"에 후기를 올리기 시작했다.

어느 사이트나 그렇듯 사공에도 여러개의 계층이 존재했다. 

우선, 왕성한 유흥가 탐방을 하며 후기를 올리고, 아가씨를 추천하는 특별회원 들.  

그들은 온라인에서 만난 다른 특별회원과도 형님 아우 하며 교류를 하는 듯했다. 실제로 만나서 술잔도 기울인다 한다.

두번째로, 그냥 열심히 리플을 달며 부럽네요, 나도 가봐야지 등등의 말을 쓰는 정회원들이 있었다.  특별회원들 처럼 닉네임이 유명하진 않지만 적어도 활발한 활동을 하는 사람들이었다. 

걔중에는 유흥가 경험이 아예 전무한 이들도 있었다. 배워 보려고 사이트에서 눈팅을 하거나, 혹은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아 입맛만 다시는 부류들이다.

마지막으로 눈팅족,즉 준회원들이 있다. 나도 준회원 계층이었지만, 후기를 한 개이상 작성하면 주인장이 정회원으로 등급을 올려준다. 물론 댓글을 많이 달아서 승급하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그건 시간이 오래 걸렸다.

-영등포 헤이즐럿, 미소 후기-

업로드 하기가 무섭게 댓글들이 달리기 시작했다. 대부분 "좋은 시간 가지셨네요" 라는 뉘앙스의 글이었고 나보다 먼저 미소양을 접견했던 선배(?)들은 "미소씨 보고 싶다" 혹은 "아..미소양 마인드 끝내 주지요"등등의 동조하는 리플을 달아 주었다. 

눈팅으로 익힌 그들만의 은어를 쓰고나니, 초보인 내가 고수처럼 보이는 것 같아 은근히 뿌듯하다. 이게 참...요새말로 잉여짓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뿌듯한 건 정말 어쩔수 없는 것이다.

예전에, 대딸방에 관한 뉴스를 본 적 이 있었다. 성매매 단속이 심해지자 유사 성행위를 하는 업소가 늘어나고 있다는 심각한 뉴스 내용을 보면서, 나는 " 왜 돈내고 자위를 하러가지" 라며 그들을 한심하게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아니, 어찌보면 아예 관심이 없었을 수도 있었다. 

그냥 윗머리와 아랫머리가 따로따로 달린 사내들의 세계가 만들어낸 작태이자, 한국 사회 특유의 잔머리가 만들어낸 웰메이드 성매매라는 생각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하지만 그 생각은 대부분 수정되었다.

단 두 개째의 업소를 방문했을 뿐인데 내 생활은 크게 달라졌다. 매번 오자마자 만지작 거렸던 리모콘은 쇼파 어딘가에서 뒹굴고 있었고, 오로지 "사공질"에만 열중하며 정보를 검색했다. 

그 사이트는 친절하게도 전국에 있는 업소들을 소개해 주었고, 특별회원들은 업소마다 좋은 아가씨들을 기가 막힌 달필로 묘사해 주었다. 

전혀 관심도 없던 통잔 잔고를 꼼꼼히 체크하기 시작했고, 그동안 아무런 목적의식 없이 돈만 박아 두었던 내 재산을 체크하기에 이르렀다.

"흠..."

많다. 너무나 오랜만에 인터넷 뱅킹을 이용하며, 내가 가지고 있는 두 개의 통장 잔액을 비교하면서 들었던 생각은 "많다"라는 것이었다. 

하기사, 딱히 들어가는 돈도 없이 기계적으로 일만 해대었으니 안많은게 이상할 것이다. 

전문대를 졸업하고, 군대에 다녀와서 바로 입사한 회사이니 햇수로만 7년째 이렇게 돈을 모아두고 있었던 거다.

대학 생활 2년, 군대 생활 2년 2개월, 회사생활 7년동안은 그냥 내 시간 없이 걸어온 아까운 시간 들이었다. 누군가가 하라면 하고, 하지 말라면 하지 말았던 그런 생활들이었다.

그런 내가 처음으로 내가 좋아하는 일을 위해서 돈을 쓰고 있었다. 

돈을 쓴다는 것은 모으는 것보다 훨씬 재미있는 일이었다. 

고기는 씹어야 맛이고 돈은 써야 돈인 거다. 물론 유흥가에 미쳐 있다는 것이 누가봐도 찐따같은 일이겠지만 상관없다. 어차피 취미 혹은 여가는 철저히 개인만의 공간이니까. 

게다가 "사공"사이트의 밤문화 이야기 란에서 활동하는 회원만 11만명에 이르니, 어찌보면 나같은 사람은 이 작은 나라에 꽤 많다는 뜻도 되지 않은가?

늦게 배운 도둑질이 무서운 법이며, 나는 지금 대도(大盜)가 되어가는 중인 것이다.

며칠이 지났다.

"그럼 박주임 말대로 한번 밀어보자고. 어차피 아직은 국내 영업에서 용산은 버릴수 없는 카드야. 박주임이 한 말이 틀린건 아니라고."

처음으로 회의에서 부장이 내 의견에 힘을 실었다. 뭐, 의견 자체를 낸 것도 7년간의 회사생활에서 손을 꼽을 정도로 이례적인 일이긴 했다. 

부하 직원들, 동료 직원들, 혹은 여직원들이 나를 다시보인다는 눈빛으로 바라보는 게 느껴졌다. 쑥스럽지만 기분좋은 시선이다.

인간은 멘탈의 동물이다. 불완전한 존재이기 때문에, 정신력에 많이 지배 당하는 것이 인간인 거다. 

처음으로 무언가에 푹 빠지게 된 나는 기분이 좋아 웃는 날이 많아졌고, 놀라울 정도로 집중력이 늘어났다. 

회사일을등한시 하게 될 줄 알았는데, 오히려 없던 열정이 불타 올랐다. 

좋든 싫든 회사에는 오랫동안 붙어 있어야만 했다. 그래야 돈을 벌고, 그 돈의 일부를 내 취미생활에 쓸 수 있을테니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든 것이다.

모아놓은 돈이 꽤 되었지만, 사실상 하루가 멀다하고 유흥가에다 쏟아 부으면 밑빠진 독처럼 적자가 날 것이 뻔했다. 물론 그렇게 자주 갈만한 체력이 되지도 않았지만, 여튼 중요한 건 여차저차 동기부여가 되었다는 점이었다.

사공 사이트에서 찜해두었던 업소들이, 내 휴대폰 메모란에 정리되어 있었다.

다시 그 업소를 방문할 생각에 설레는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보낼수 있었다. 

즐거운 마음으로 일에 열중하니, 놀라울 정도로 능률이 올라 갔다. 

일주일 마다 있는 주간회의에서는 내 의견이 받아들여지는 빈도가 점점 늘어났고, 슬슬 나도 부하직 원들의 입에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부탁하지 않아도 커피를 가져다 주는 직원이 생겼으며, 평소엔 절대 들어보지 못했던 아부도 들려왔다. 

나도 모르게 회사에 가기전 옷차림에 신경을 쓰게 되었고, 거울을 보는 시간도 늘어갔다. 

하하하. 세상의 이치란 정말 우스운 것이다. 이러니 누가 유흥가를 하루밤 노는 저급한 문화로 치부할 것인가? 그것 때문에 생활이 바뀌어 가는 나로서는 절대 인정할 수 없는 말이다.

"박주임님."

고개를 들어보니 디자인부의 주연씨가 내 자리 앞에 서있었다. 늘상 무표정인 아가씨가 부드러운 얼굴 표정을 하며 나를 바라보았다. 

업무상 나와 상의할 일이 많은 주연씨가, 저런 표정을 짓는 것은 처음있는 일이었다. 불과 일주일 전과는 차원이 다르다.

"말씀하신거...이런 식으로 뽑아봤는데 어떠세요?"

게다가 의견조율도 요청한다. 예전에는 내가 디자인했으니 토달지 말고 써라 라는 듯 완성품만 떡 하니 가져오곤 했었다. 

물론 나도 그것에 별 불만을 갖지 않았으니 습관화 되었겠지만, 그녀가 이러는 것은 정말 처음있는 일이다.

"다 괜찮은데요. 굳이 둘 중에 고르라면 오른쪽 거가 더 낫네요."

"그쵸? 저도 이게 더 보완된 거라고 생각했는데..그럼 이걸로 진행할까요?"

"네. 부탁드립니다."

이 아가씨. 이제는 베시시 웃기까지 한다. 

나와 이야기 하는 거리도 전과는 달리 가깝다. 향수 냄새가 은은히 전달될 정도였기 때문이었다. 

윗 사람들의 입에서 내 칭찬이 슬슬 나오기 시작하니까 태도가 달라진 것이다.

뭐,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원래 사회란 것이 그런거고, 난 그것에 익숙할대로 익숙해져서 이제는 아예 길들여진 수준이니까. 그걸 나쁘다고 말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자..어디보자."

업무를 집중해서 하다보니 재고품에 대한 리스트 작성도 끝이 났고, 업무 보고서도 이미 예전에 끝내진지 오래였다. 

옛날 같으면 미적미적 대다가 겨우 마감에 맞춰 작성했을 보고서는 이미 깔끔하게 폴더별로 정리되어 저장되어 있었다. 

다음주 회의에서 발표할 내용까지 깔끔하게 정리가 완료 되었다. 이틀치 업무를 하루에, 그것도 퇴근 시간을 두 시간이나 남겨놓고 끝내 버린 거다.

주변에 사람이 돌아다니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한 나는 컴퓨터를 열고, "사공" 홈페이지로 접속했다. 

회사 컴퓨터로 쓰면 기록이 남을 위험이 있어서 노트북을 이용했다. 물론 우리가 취급하는 부품이 들어간 샘플 제품이었고, 영업부 직원이라면 한대씩 가지고 다니는 물건이었다.

"음....이번엔 여기를 가볼까?"

사실 미소를 한 번더 보고싶은 마음 뿐이었지만, 그래도 사람이라는 게 더 새로운 것에 매력을 느끼는 법이었다. 

십수개에 육박하는 밤문화 이야기의 서브메뉴를 훑어본 나는 핸플 업소나 창녀촌이 아닌 다른 카테고리를 선택했다. 요새 한창 대세인 "오피스텔"이라는 업소였다.

오피스텔. 말 그대로 주거와 사무를 동시에 볼 수 있는 주거 형태를 뜻하는 말이지만 유흥가에서는 그런 뜻이 아니다. 

겉 보기에는 오피스텔이지만, 사실은 그곳에는 방마다 아가씨들이 들어가 있다. 

손님은 마치 애인의 집에서 섹스를 하는 듯한 안락함을 느끼는 동시에, 직업녀가 아닌 일반인 애인과 즐긴다는 묘한 만족감을 선사해주는 업소의 형태였다. 

물론 아가씨들이 거기에 1년 내내 상주하는 게 아니라, 출근 시간에는 자신의 방에서 대기하며 시간을 보내는 형태였다.

오피스텔이 뜨는 이유는 그것 뿐만이 아니었다. 집창촌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미모를 겸비한 젊은 아가씨들이 대거 몰려있는 동시에, 10만원 초중반 대라는 저렴한 가격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애인 모드를 표방하고 있어 서비스와 아가씨들의 친절도, 마인드가 최상이라 했다. 

당장이라도 가고 싶다는 마음에 심장이 두근 거린다. 

고수들이 추천한 아가씨들을 쭈욱 검색하던 나는, 가장 많은 추천을 받고 있는 업소의 에이스의 이름을 클릭했다. 그곳에는 그렇게 쓰여져 있었다.

업소: 오피스텔(상호명 강남 유토피아)

아가씨 이름: 체리

키: 166

몸무게: 51

가슴:C컵

지성과 미모를 겸비한 체리씨. 충분한 애인모드 가능. 사공 회원님들의 손길을 기다립니다. 강력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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