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 장풍파랑 - 31편 (31/61) | 웹소설-내가 만드는 이야기 | 웹스토리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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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 장풍파랑 - 31편 (3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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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에요.
대파산 인근에서는 신의(神醫)라 소문이 자자해요.
양 랑은 귀도 없어요? 그자에 대한 소문도 못 듣게?" "흥! 신의? 웃기고 있군.
신의를 자처하는 자가 벽촌에 처박혀 있단 말인가? 원래 벽촌의 무지랑이들은 작은 일에도 떠벌리기를 좋아하지." 기분을 잡친 양웅이 코웃음을 쳤다. "도성(都城)에 커다란 의원(醫院)을 차리고 은자를 나뭇잎 긁듯 긁어야 신의인가요? 그리고 원래 명의는 벽촌에 많은 법이에요.
벽촌의 무지랑이들은 단 번에 치료의 효과를 보는 자가 아니면 실력이 있다고 말하지 않거든요.
성곽(城郭)의 사람들 보다 항상 은자가 모자라니... " "은자에 초연한 명의가 있다는 것을 나는 화타나 편작 이후,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다.
신의? 흥!" 양웅이 툴툴거렸다.
특별히 가지 않겠다고 발버둥칠 별다른 이유는 없었다.
단지...
평생 약을 모르고 살아온 그다.
그런데 의생이라니.
그것도 보양제를 얻기 위해...
안타까운 표정으로 그를 쳐다볼 의생의 눈빛만 떠올려도 양웅은 소름이 끼쳤다. "그래서 가겠다는 말이에요? 가지 않겠다는 말이에요?" 연홍이 돌연 빽 고함을 질렀다.
쨍그랑! 양웅이 화들짝 놀라 호로병을 떨어뜨렸다. "부...
분명 시...
실력은 있겠지?" 그가 더듬거리며 물었다. "물론이에요.
그 자가 대파산에 발을 들인 것은 벌써 일 년이 다 되었다고 해요.
그런데 아직 그 자의 이름조차 아는 자가 없어요.
이름을 떠벌리지 않는 것만 봐도 그 의생의 실력이 어떤지 알 수 있잖아요. " 연홍이 쌍심지를 치켜뜨며 말했다. "원래부터 벽촌을 떠돈 자인가?" "궁금한 게 무엇이 그렇게 많아요? 그 자에 대해 알고 싶으면 직접 가서 물어 보면 되잖아요!" 연홍이 다시 고함을 질렀다. "알았어.
알았어.
가면 될 것 아냐." 양웅이 풀 죽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가 고개를 숙인 채 걸신들린 것처럼 토끼 고기를 입 속에 쑤셔 넣었다.
제3권으로 이어집니다. *************************TxtMerge [3.TXT]*********************************************************** 제목: 장풍파랑 제3권 (전4권) 지은이: 장경 - 차례 - 제 15 장.
연창해(戀蒼海).
제 16 장.
삼악오(三惡烏).
제 17 장.
견혼수(牽魂手).
제 18 장.
개 봉(開 封).
제 19 장.
일파만장(一波萬丈).
제 20 장.
민 강(岷 江).
제 21 장.
강상지교(江上之交).
제 22 장.
상강풍파(湘江風波).
제 15 장.
연창해(戀蒼海).
달빛에 비친 남해의 물결은 짙푸르게 출렁거렸다.
한 척의 배가 그 바다 위를 질주했다.
위무일은 무심히 떠가는 배를 바라보았다.
술에 취해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는 자들...
산고는 그 틈에 앉아 있었다.
구원을 청하는 고함도 지르지 않았고 그저 멍하니 흔들리는 배에 몸을 맡기고 있을 뿐이었다.
위무일은 손가락을 까딱거렸다.
인피면구에 칼! 그는 어느 틈에 산공으로 변해 하구에 서 있었다.
사공들은 귀도(鬼島)를 가기 꺼려했다.
귀도에는 장강명이라는 놈이 있다.
해남파의 반도로 악명 높은 해적! 그러나 산 자 보다 죽은 귀신이 더 무서웠던가? 사공들은 산공의 출현에 몸을 떨며 귀도로 배를 저었다.
장강명이라는 놈은 귀도의 꼭대기에 똬리를 틀고 앉아 있었다.
목채로 올라가는 길은 석벽을 깎아 만든 긴 계단! 그가 산공이라는 영남의 귀신으로 계단을 반쯤 올랐을 때는 이미 장강명은 모든 수하들을 잃은 후였다.
장강명은 다급했던 모양이다.
목채에 느긋하게 앉아 그를 기다리지 못한 것을 보면...
그는 계단을 뛰어내려 달려드는 장강명의 목을 단칼에 날렸다.
그리고...
까만 눈동자! 산고는 물기가 담긴 눈으로 해 웃으며 그를 맞았다.
그는 등을 돌렸다.
구해 주리라고 생각도 않았던지 산고가 한달음에 달려와 그의 목에 매달렸다.
불현듯 가슴에 훈기가 맴돌았다.
생각하기를 자신을 그렇게 반갑게 맞아 주던 사람은 어머니 외에 아무도 없었던 듯 했다. - 영남의 오지! 거센 파랑, 장풍은 연일을 불고 그는 어둠 속을 부유했다.
모든 것이 회색 기억으로 희미할 때였다.
그러나 산고의 눈빛만은 그 와중에도 오랫동안 그의 가슴에 온기(溫氣)로 남았던 모양이었다. * * * 요하의 물결을 타고 내려와 천하를 주유하기 삼 년! 어느 틈에 나의 이름 앞에는 천하제일고수라는 명호가 붙어 있었다.
너무나 쉽게 얻은 이름...
허망했다.
새로운 목표를 잡았다.
철경! 당연히 나는 철경에 백전불패(百戰不敗)의 무공을 남길 생각이었다.
수십 년간의 적공으로 반선(半仙)의 경지에 이른 자들까지는 이길 수 없을 것이다.
인정한다.
이미 그들은 사람의 한계를 초월한 자들...
하지만 그 나머지 자들, 아직 사람의 한계에 머물고 있는 자들에 있어서는 철경은 절대 승부를 양보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것은 평생을 칼 한 자루에만 의지해 온 나에 대한 자존심이다.
일전에 생사무영필 공합이 비무를 청하러 온 적이 있었다.
소림에 출가, 법화로 이름을 바꾸었던 그가 펼쳤던 무공은 반야신공(般若神功)이었다.
삼 성(三成) 정도 익혔다고 하는데 결과는 반 초식의 차이로 나의 승리였다.
그러나 나는 전혀 기쁘지 않았다.
삼 성이라...
결국 내가 평생을 닦았던 무공은 반야신공에 비견해서 삼 성 정도의 실력에 불과하다는 것! 공합은 반야신공을 오 성(五成) 이상 익히면 손에서 바람까지 일으킨다고 했다.
초범입성(超凡入聖)! 그 경지를 이룩한 자는 소림에서도 고작 십 여명...
넘볼 수 없는 경지다.
그래서 나는 반야신공의 오 성까지를 목표로 삼았다.
해와 달, 천체(天體)의 운행(運行)을 한동안 잊었다.
그리고 어느 날, 나는 마침내 철경의 대미(大尾)를 장식할 마지막 비결을 깨치게 되었다.
생각하니 잠력을 촉발하는 단기내경으로는 절대 현문과 불문의 무상심법(無上心法)을 이길 수 없다.
반야심공을 오 성 정도까지 수련한 자와 상대하려면 잠력을 일시에 격발해서 단 번에 승부를 결정짓는 것 외에는 이길 방도를 찾을 길이 없었다.
폭사탄기(爆謝彈氣)라는 내공 심법은 그렇게 만들어졌다.
그리고 더해서 폭사탄기에 어울릴 만한 도법을 찾았다.
삼전도법(三轉刀法)! 홍운행파도법에서 가장 간명한 초식을 추려...
하얀 장포에 가지런히 닿은 머리, 위무일은 궤안에 앉아 철경을 뒤적이고 있었다.
다향(茶香)이 가득한 아담한 소옥(小屋)은 전임 총채주, 백승명이 서재로 사용하던 곳이다.
철경을 읽는 그의 안색은 창백했다.
파양호에서 얻은 일전의 휴유증이 아직 완치된 상태가 아니었다.
궤안에 앉아 철경을 뒤적이던 그가 문득 창 밖으로 시선을 던졌다.
가끔 바람에 나뭇잎이 휘날리는 소리 뿐 사위는 조용했다.
위무일은 다시 철경에 눈을 돌렸다.
그러나 철경의 내용들은 종내 그의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탁! 위무일은 철경을 덮었다.
공허했다.
마음의 공허함을 들기 위해 철경에 손을 댔으나 종내 공허함은 사라지지가 않았다.
이 허전함은 어디서부터 왔는가? 담청에 대한 감정은 자신을 속이면서까지 의식 저편에 일부러 숨기려 했던 감정이다.
하지만 이 허전함은 숨겨지지도 않았다.
산고! 손을 내밀면 당연히 술병을 쥐어 주어야 할 그 여자는 어디에도 없었다. '삼 년... ' 황량하고 막막한 부유의 세월이었지만 아이들이 자라고 나무는 계절에 따라 시시각각 모습을 바꾸는 일상의 그 세월의 길이가 분명했던 모양이다.
작은 모옥에 같은 이불을 뒤집어쓰고 삼 년을 뒹굴었었다.
정회야 어찌 없으랴? 문제는 그 정회가 생각보다 깊은 공허감으로 그의 가슴에 자리한다는 사실이었다.
산고에 대해 기억나는 것을 별로 없다.
처음 만났을 때의 그 까만 눈동자.
그리고 장강명이라는 놈의 수중에서 구해 주었을 때, 머리칼을 나풀거리며 해살스런 웃음으로 달려오던 모습.
그래서 그가 기억하는 것은 산고의 눈동자와 웃음밖에 없었다.
그 까만 눈동자와 해살 거리는 웃음은 묘하게도 그의 가슴에 꽉 박혀 떨어질 줄을 몰랐다.
위무일은 철경을 품속에 넣었다.
궤안에서 일어난 그는 벽으로 걸어갔다.
벽에는 한 자루의 칼이 걸려 있었다.
용이 여의주를 쥐고 구름 사이를 치솟는 그림이 음각(陰刻)으로 새겨진 칼이었다.
비룡도(飛龍刀)! 담청이 명장(名匠)에게 얻어낸 것으로 그가 의식을 찾자 마자 선물한 칼이었다.
그는 소옥을 걸어나와 뜰 앞에 나섰다.
스윽! 위무일은 비룡도를 빼 들었다.
비룡도는 현란한 칼집만큼이나 도신도 요란했다.
가을 하늘을 더욱 파랗게 물들이며 뻗어 나가는 빛! 강호인이라면 한 번쯤 눈독을 들일 만한 칼임에는 분명했다.
위무일은 호흡을 가다듬고 폭사탄기를 천천히 운행했다.
삼전도법은 홍운행파도법에서 나온지라 그렇게 어려운 도법이 아니다.
어려운 것은 폭사탄기의 운행이다.
강호제일인의 꿈을 잊는 것과 함께 그는 조양인의 마지막 무공도 잊었었다.
익혀야 할 까닭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달랐다.
호반영채를 불태운 보이지 않는 흉수가 있고 만로방이 있었다. '윽!' 폭사탄기를 운행하던 위무일은 고통에 얼굴을 찌푸렸다.
일시에 폭풍처럼 일어나는 잠력! 파양호 일전의 충격이 가셔지지 않은지라 그는 그 충격을 아직 견뎌 낼 수 없었다.
그가 이마의 식은땀을 닦으며 비룡도를 늘어뜨렸다.
위무일은 나무 그늘 아래 엉덩이를 걸쳤다.
휘-잉! 소슬한 바람이 나뭇잎을 흔들고 지나갔다.
계절은 이제 가을의 빛깔로 완연했다.
그는 아무 생각 없이 그 계절 속에 자신을 맡겨 볼 생각이었다.
그러나 역시 먼저 달려온 것은 산고의 눈동자였다. '엽광이 시신을 찾았는지 모르겠다.' 위무일은 칼끝으로 땅을 툭툭 쳤다.
담청의 명을 받은 총채의 수하들은 끝내 산고의 시신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했다.
그래서 엽광이 나섰다.
엽광이 나설 일도 아니건만 굳이 그 일을 자처한 것을 보면 엽광도 그 사이에 산고에게 제법 정이 들었던 모양이다.
위무일은 계절의 숙연함과 공허감에 휩싸여 한 시진 가량을 그 자세로 앉아 있었다.
그 사이, 그가 있는 소옥을 찾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만로방과의 최후 일전으로 모두 바빴다.
물론 누구보다 바쁜 사람은 담청이었다.
총채의 시비들이 말하기를 그가 의식을 잃고 있을 때 담청은 종일을 붙어서 간호했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은 그가 있는 소옥(小屋)을 하루에 고작해야 한 두 번 정도 들린 뿐이었다.
위무일은 담청에게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에게 전념할 수 있다는 것! 그는 그렇게 하지 못했고 그것은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위무일은 씁쓸한 웃음을 지으며 칼집을 매만졌다. '쌍십절까지는 아직도 시간이 있으니...
민강에나 갔다 와야겠다.
아직도 얼굴을 보이지 않는다고 나무랄 것이다.' 그가 비룡도를 허리에 차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소옥을 걸어나가던 위무일은 문득 발걸음을 멈추었다.
무엇인가 잊고 나온 것 같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는 머리를 숙이고 생각에 잠겼다.
영남에서 가져온 것은 고작 한 권의 책이 전부였다.
철경! 철경은 품속에 있는지라 두고 온 것이 있을 리 없었다. '무엇인가? 잃어버린 것은... ' 순간, 위무일은 울컥 불덩이가 치솟는 것을 느꼈다.
그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산고는 지긋지긋할 정도로 끈질기게 그를 따라다니고 있었다.
결국 항복을 선언할 수밖에 없었다.
생각하니 산고는 절대 잃지 말았어야 할 여자였다.
생각이 그곳까지 이르자 위무일은 해체되고 없었다.
심장 저편에 숨어 있던 분노만이 용암처럼 치솟을 뿐! 위무일이 비룡도를 꽉 움켜쥐었다.
산고의 죽음을 보상받아야 했다.
그것이 산고에 대한 예의였고 스스로를 위로할 길이었다.
휙! 그가 신형을 날렸다. * * * "적룡당을 폐쇄시켰습니다.
남은 인원은 모두 황룡당으로 돌렸습니다.
그리고 황룡당주는 태부인의 지시대로 묵룡당의 최고 향주였던 주성문(周成文)에게 맡겼습니다." 주숙예가 머리를 조아리며 말했다. "적룡당은 없어지고 손중보, 조구, 주성문...
승룡전의 당주들은 모두 낯선 이름뿐이니...
굳이 떠들지 않아도 총채의 사정이 어떤 가는 강호인들이 스스로 알겠군요." 담청이 한숨을 쉬었다. "아무래도 외부의 사람을 초빙하는 것이... " "안돼요!" 담청이 손을 저었다. "만약 총채에서 외인을 들이기 시작하면 각 수채에서도 외인을 들이기 시작할 거예요.
그렇게 된다면 문제만 더 복잡해지죠.
당분간은 이대로 지내도록 해요.
적당한 때가 되면 내가 사람을 구하겠어요." "미리 준비해 둔 사람이 있습니까?" 주숙예가 짐짓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가 알기로 원래 태부인은 바깥과 담을 쌓은 사람이었다. "구하려고 하는데 왜 사람이 없겠어요? 아! 화룡대는 어떻게 했어요?" 애매한 말로 주숙예의 물음을 비켜 가며 담청이 물었다. "화룡대주의 자리는 공석으로 두었습니다." "오라버니 때문인가요? 오라버니 때문에 공석으로 두었다면 당장 새로운 대주를 임명하세요.
돌아올 분이 아닙니다.
돌아온다고 하더라도 화룡대를 맡기지 않을 것입니다!" 담청이 격양된 어조로 말했다.
아마 그녀는 총채의 일을 나 몰라라 하는 담익의 태도에 적이 분노를 느끼는 모양이었다. "담 대주 때문이 아니라 아시다시피 마땅한 인물이 없습니다." "장 전주에게 당분간 화룡대도 맡아 달라고 하세요." "장 전주에게 화룡대의 일까지... " 주숙예가 미간을 좁혔다. "그분께서 승룡전의 일도 힘겨워 한다는 것을 잘 압니다.
하지만 작금의 사정이 이러니... " "무리입니다.
차라리 위 공자에게 부탁해 보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오라버니에게 부탁을? 무엇을?" "진작부터 한 생각입니다만...
엽 선주를 승룡전주에 앉혔으면 합니다." "엽 선주를?" 담청이 놀라 소리쳤다. "사실 지금 호반영채는 이름뿐이 아닙니까? 호반영채가 제 자리에 설 때까지 승룡전주를 맡아 달라고 부탁해 보죠." "말도 되지 않는 이야기입니다.
엽 선주의 호반영채에 대한 충정을 몰라서 하는 말입니까?" "엽 선주는 물론 화를 낼 것입니다.
그러나 위 공자는 태부인께서 강력히 청하면 엽 선주가 총채에서 일하는 것을 반대하지 않을 것입니다.
아마 위 공자도 엽 선주가 자리가 없어 자신의 능력을 마음껏 펼치지 못함을 아쉬워하고 있을 것입니다." "물론 오라버니야 엽 선주의 일을 가타부타 하지 않겠지만 엽 선주의 마음이...
자신을 뭐로 보냐며 펄쩍 뛸 것이 뻔합니다.
없던 이야기로 해 주세요.
괜한 이야기로 장 전주의 마음도 엽 선주의 마음도 상하게 하고 싶지 않아요." 담청이 자르듯이 말했다. "알겠습니다.
하지만 생각은 하고 있어야 할 것입니다.
만로방과의 일전이 코앞입니다.
선두에서 수하들을 이끌고 만로방과 싸울 자가 장 전주라는 것은... " "걱정하지 마세요.
만로방과의 싸움을 장 전주에게 맡기지는 않을 테니...
제가 갑니다." "태부인께서 직접 만로방과의 일전을 나설 것이라고요?" 주숙예가 놀라 물었다. "그렇습니다.
총채주가 없으니 당연히 나라도 나서야지요." " .... " 주숙예가 학익선을 흔들며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대강들의 움직임은 어때요?" "대강들은...
우왕좌왕 하고 있습니다.
설마 총채에서 사대행회를 치라는 명을 내릴 줄 몰랐겠지요.
저희들끼리 의견을 나누느라 분분히 바쁜 모양입니다." "아직도 사대행회를 상대하고 있는 수채가 없단 말이에요?" "그렇습니다.
하지만 조만간 결정을 내리겠지요.
총채에 사대행회와의 싸움이 불가함을 통보해 온다던가 아니면 사대행회로 진격을 하던지...
어떤 형태로든 총채에 대해 거세게 반발해 올 것은 분명합니다.
쌍십절의 만회를 단단히 준비해 두셔야... " "알고 있습니다!" 담청이 안색을 차갑게 굳히며 눈빛을 빛냈다. "순무당주는 지금 어디에 있나요?" 그녀가 물었다. "모 당주는 타강 아니면 오강에 가 있을 것입니다.
중, 하류 소채에 일어나고 있는 움직임들을 유세(遊說)하기 위해서 입니다.
그 쪽은 가릉강이나 금사강의 입김이 유난히 강한 곳이라... " "그렇다면 잘 되었군요.
총채로 돌아오는 길에 오라버니를 다시 한 번 찾아라 전해 주세요.
반령패를 돌려 받아야 해요.
혹시 사용할 일이 있을지 모르니... " "반령패를 담 대주가 가지고 있습니까?" "그래요.
제가 가지고 있기에 힘겨워 오라버니에게 맡겨 두었죠." "전서구를 모 당주에게 띄워 반령패를 받아 오도록 하겠습니다." 주숙예가 포권으로 명을 받았다. "주 전주, 내일부터 이 전, 육 당, 일 대에 대한 점고를 시작할 생각이에요.
각 전과 당에 점고를 받을 준비를 하라고 전해 주세요.
그 동안 너무 어수선해서 내부를 정리할 틈도 없었습니다." " .... " 주숙예가 학익선으로 손바닥을 툭툭 쳤다.
그가 머리를 숙이며 명을 받았다. "태부인을 만나고 오시는 길입니까?" 수룡채를 나서는 주숙예에게 말을 거는 자는 집사당주, 하빈이었다. "태부인께서는...
하루가 다르게 변해 가는 것 같소." 주숙예가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 "무슨 일이라도 있었습니까?" "무슨 일이 아니라...
근자에 태부인의 곁에 있으면 바람 소리가 나는 것 같아서 하는 말이오." "아하! 무슨 말씀인가 했더니...
사실 저도 그렇게 느끼고 있습니다.
하루하루 변해 가는 기세가 전임 총채주도 견줄 바가 못되더군요.
세상일이라고는 모르는 규중의 여인인 줄 알았는데... " 하빈이 동감을 표했다. "내일부터 태부인께서 총채의 각 전과 당을 점고 하신다고 하오.
집사당에도 문책을 당하는 일이 없도록 점고에 대비한 준비를 철저히 하시오." "점고까지? ㅉ... " 하빈이 쓴맛을 다셨다. "그런데 하 당주께서는 무슨 일로 태부인을 찾으셨습니까?" 주숙예가 물었다. "만로방으로부터 서신이 날아왔습니다." "만로방으로부터? 혹 파양호의 일을 사죄하고 화해를 청하자는 이야기는 아닙니까?" "아닙니다.
주황이 호반영주에게 보내는 서신입니다." "위 공자에게? 무슨 내용인지 보셨습니까?" 주숙예가 눈빛을 빛내며 물었다. "봉인(封印)이 된 서신이 아니라 보기는 보았는데... " 하빈이 서신을 슬쩍 주숙예가 보였다.
주숙예가 재빨리 주황의 서신을 읽었다. "위 공자에게는 보이셨소?" 서신을 읽고 난 그가 안색을 찌푸리며 물었다. "태부인께 먼저 보이는 것이 나을 것 같아... " "잘하셨습니다.
눈에 뻔히 보이는 함정! 그곳에 위 공자를 보낼 수는 없겠지요.
작금 수로연맹 내외(內外)의 모든 일이 위 공자의 어깨에 걸려 있는데." 주숙예가 학익선을 움켜쥐며 말했다. "그래서 난처합니다.
영주 앞으로 온 서신을 모른 척 주지 않을 수도 없고... " 하빈이 난색을 표했다. "물론 위 공자께서 그깟 계집 하나 때문에 위험을 자초하리라 생각지는 않지만...
위 공자의 마음이야 누가 알겠습니까? 만에 하나를 대비 태부인께 여쭈어 보십시오." "태부인께서 서신을 건네주라고 하면?" "그것은 걱정 할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위 공자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은 태부인이니...
서신을 전해 주라고 한다는 것은 아마 위 공자가 가지 않을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렇겠군요." 하빈이 고개를 끄덕였다. "위 공자는 지금 소옥에 있겠지요?" "없습니다.
수하들에게 듣기로 어디론가 다급히 가더라고 하던데...
표정이 하도 험악해 어디를 가느냐고 물어 보지도 못했다고 합니다." "혹시! 위 공자에게 서신의 내용이 전해진 것은 아니오?" 주숙예가 황급히 물었다. "우리 집사당은 입이 무거운 자가 아니면 들어올 수 없음을 전주께서 더 잘 아시지 않소.
그리고 이 서신은 비서각(秘書閣)의 향주가 직접 받아 내게 전해 준 것입니다." "그럼 무슨 일로... " "소옥에 갇혀만 지내다 보니 심화(心火)가 생긴 것이겠지요." 하빈이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그럼 저는 태부인을 뵙겠습니다." 그가 주숙예로부터 서신을 넘겨받아 수룡채로 들어갔다.
주숙예는 학익선을 쫙 펼쳐 들었다. "서신 한 장까지도 위 공자의 눈치를 의식해야 하다니...
싫든 좋든 위 공자의 입김이 그만큼 크다는 증거! 생각하니 감추어 두었던 태부인의 야심은 크고 위 공자는 누구의 밑에도 머리를 숙일 사람은 아니니...
만로방이 괴멸하고 소주인이 총채주가 된 이후에도 걱정은 남겠군." 그가 학익선을 살랑살랑 흔들며 중얼거렸다. "죽은 줄 알았더니 살아 있었군요." 하빈이 건네 준 서신을 읽던 담청이 아미를 찌푸렸다. "남만의 계집들은 잡초(雜草)처럼 질기다더니...
운이 좋았던 모양입니다." 하빈이 말했다. "하필이면 왜 형산(衡山)에?" "개봉 총단으로 끌어들이면 아무래도 피해가 클 테니까요." "형산으로 끌어들이면 피해가 적다던가요?" "부중(府中)에서 함부로 싸우기는 힘들지 않겠습니까? 놈들이 자랑하는 폭약도 사용하지 못할 게고.
그래서 형산을 택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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