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 장풍파랑 - 13편 (13/61) | 웹소설-내가 만드는 이야기 | 웹스토리보드

본문 바로가기

[무협] 장풍파랑 - 13편 (13/61)

💬 0 👁 12
☰ 목록
책갈피와 음성 읽기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촤악! 포말이 그를 덮치고 지나갔다. "핫하하!" 담익이 광소를 터뜨리며 갑자기 노를 놓았다.
나룻배가 빙글빙글 돌며 삽시간에 수 십장을 떠내려갔다. "아얏!" 가랑잎처럼 구르는 배에 몸 여기저기를 받힌 앵앵이 비명을 질렀다.
담익이 눈썹을 꿈틀거렸다.
빗줄기 속에 오연히 선 그의 눈빛이 더욱 붉게 물들었다. "이따위 것에!" 그가 고함을 지르며 다시 노를 물 속에 처박았다. "흑!흑!흑!" 겁에 질린 앵앵이 결국 눈물을 터뜨렸다.
운무는 자욱하고 빗줄기는 천지를 분간할 수 없이 내렸다.
앵앵의 울음과 담익의 거친 숨결은 비 소리와 물 소리에 뒤섞여 서릉협의 용이 으르렁대는 소리로 협곡을 울렸다. '과연... ' 담익은 눈 앞에 펼쳐진 절경에 절로 탄성을 터뜨렸다.
끝없이 이어진 운해(雲海), 그 사이로 삐죽삐죽 보이는 봉우리들과 제멋대로 흐르는 강물.
서릉협, 무협(巫峽)의 거친 파고를 헤치고 온 후라 그의 전신은 만신창이었다.
그러나 가슴에 절로 이는 호연지기(浩然之氣)는 그 모든 피로를 싹 풀어 주고 있었다. '나도 이곳에서 요희(瑤姬)를 만나 운우(雲雨)의 정을 즐겨 보리라.' 담익이 앉기 좋은 자리를 골라 나무에 등을 기댔다.
솔바람이 그의 가슴을 식히며 꿈을 절로 불러왔다.
요희는 서왕모의 딸이다.
초양왕(楚襄王)은 꿈속에서 그녀를 만나 운우의 정을 나누었다.
그가 요희와 놀았던 곳이 무산(巫山) 십이봉(十二峯) 중 가장 수려하다는 신녀봉이다.
담익이 잠을 청하고 있는 바로 그 곳.
담익은 꽤 고단했던 모양이다.
그는 제법 으스스한 기운이 도는 산중에서 근 두 시진이나 눈을 뜨지 않았다.
얼굴에 화색(和色)까지 도는 것을 보니 그는 어쩌면 정말 요희를 만나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아침, 저녁으로 제법 쌀쌀한 바람이 분다지만 아직은 여름이다.
그러나 신녀봉의 햇살은 짧았다.
태양이 구름 속에 떨어지자 봉우리를 감싼 구름들이 모두 붉게 물들었다.
그제야 담익은 부시시 눈을 떴다.
언제나 핏발로 곤두서 있던 그의 눈은 원래의 눈빛으로 반짝였다. '좋은 곳이다.' 담익이 다리를 꼬며 나뭇잎들을 만지작거렸다.
그가 자리에서 일어나 붉게 타는 운해에 눈길을 돌렸다.
신녀봉은 일몰 또한 짧았다. "우 - 우 - " 늑대 울음...
그 소리도 정겨웠다.
담익이 손가락으로 머리를 곱게 쓸었다. "누이, 나는 결정했다.
이곳에 남을 것이다.
이제 누이의 일은 누이가 책임져야 한다." 그가 어스름에 대고 중얼거렸다. - 어머니는 기녀(妓女)였다.
뭇 남자들의 마음을 제법 뺏었던 모양이다.
상강의 채주였던 아버지도 그 중의 한 명이었다.
결국 아버지는 은 삼백 냥에 어머니를 첩으로 앉혔다.
내가 태어나고 청이 태어났다.
그리고 떠났다.
눈이 맞은 자는 상강 분타주 중의 한 명이라는데 그때 청은 젖도 아직 떨어지지 않은 상태였다.
젖조차 눈치를 보며 먹어야 했던 누이! 나는 남자라서 그런 대로 견딜만 했다.
하지만 누이는 자존심에 얼마나 상처를 입으면 컸을까? 아마 여인으로서의 화려한 꿈은 꾸지도 못하며 자랐을 것이다.
그래서 안쓰러웠다.
누이를 위해서 어떤 일이라도 하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날 이후, 나는 사람이 아니었다.
왜 그랬을까? 그렇다.
나는 알고 있었다.
누이는 파멸을 택하느니 죽음을 택하리라는 것을...
무일은 괜찮은 친구다.
무일과 헤어지고 총채주와의 혼인을 말할 때 나는 이미 누이의 야심을 읽고 있었다.
그래서 엉겁결에 벌인 일이었다.
누이를 죽게 하기 싫었기 때문에...
누이는 알고 있을까? 내가 겪고 있는 이 고통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전혀 변하지 않는 얼굴! 누이여! 누이여! 정말 무서운 누이여! 나는 그만큼 무서운 사람이 되지 못하기에 떠나야겠다.
불면(不眠)으로 밤을 지새우게 하는 이 지긋지긋한 장강.
떠나야겠어.
마음이 홀가분하면 당연히 발걸음도 가벼워야 할 것이다.
그러나 신녀봉을 내려오는 담익의 발걸음은 생각처럼 가볍지 않았다.
떠난다고 해서 이미 저지른 일이 지워지는 것도 아니고 친 혈육인 누이가 잊어지는 것도 아니었다. '세월이 이렇게 나를 만들었다.
또 다른 세월을 만나면 그 같은 기억들도 지워지겠지.' 담익은 그 같은 생각으로 자신의 마음을 굳게 했다.
신녀봉을 내려온 담익은 객잔으로 향했다.
객잔에는 앵앵이 묵고 있었다.
서릉협, 무협을 거슬러 온 덕에 앵앵은 탈진 상태였다.
입도 한 자나 나와 담익에게 말도 걸지 않았다. '앵앵이 이곳 벽촌(僻村)을 마음에 들어 할지 모르겠다.
주루를 열어 준다면 물론 마음이 바뀌겠지만... ' 그가 고소를 흘리며 신녀봉을 올라가는 입구에 자리잡은 객잔으로 들어섰다.
시절은 나무 그늘을 그리워할 때도 그렇다고 단풍을 즐길 때도 아니었다.
어정쩡한 계절의 갈림길! 객잔은 한산했다.
담익은 점소이에게 오리 고기와 술을 부탁한 후 객방(客房)으로 올랐다.
객방의 불은 아직 켜지지 않은 상태였다.
털-컹! 그가 방문을 열었다.
기이한 정적! 담익은 반사적으로 허리춤의 칼을 잡았다.
그가 문을 지키며 화섭자에 불을 붙였다.
확! 화섭자의 불빛이 이글거리며 객방을 밝혔다.
객방은 텅 비어 있었다.
침상 위에는 서신 한 장. - 마을 어귀의 다리에서 출발을 준비하고 있겠소.
순무당주(巡撫堂主). "이곳까지... " 콱! 담익이 서신을 거칠게 움켜쥐었다.
그가 냉랭한 표정으로 객잔을 나섰다. "후후후...
후후후후... " 담익의 입에서 메마른 웃음이 흘러나왔다.
한 대의 수레, 그 위에는 뚜껑이 열린 관이 놓여 있었다.
아직 핏기가 지워지지 않은 얼굴에는 지분이 달빛을 받아 반짝였다.
가슴에 가지런히 손을 올리고 관에 누워 있는 여자는 앵앵이었다. "태부인께서는 담(譚) 대주(隊主)를 미혹(迷惑)한 죄를 물어 이 여자의 목을 가져오라고 했소.
하나 담 대주의 체면도 있고 해서 목만은 붙여 두었소." 팔자 수염에 넉살좋은 얼굴, 다리의 난간에 엉덩이를 걸치고 있던 사내가 부스스 일어나며 말했다.
그는 와룡전 순무당의 당주, 모삼풍(毛三豊)이라는 자였다. "핫하하! 하하하하!" 담익이 돌연 목젖을 드러내고 웃었다.
한동안 광소를 터뜨리던 그가 웃음을 뚝 멈추고 관 앞으로 걸어갔다.
담익이 무심한 표정으로 앵앵의 시신을 바라보았다.
쉴새 없이 조잘거리던 입은 굳게 닫혀 있었다.
그리고 입가에 묻은 한줄기 혈흔! 담익이 손가락으로 그 혈흔을 지웠다. "내 어머니가 생각나서도 너를 기녀로 남기지 않으려 했다.
그러나 불쌍하게도...
이렇게 죽고 말았구나." 그가 피를 닦으며 넋 나간 사람처럼 중얼거렸다.
쾅! 담익이 관뚜껑을 닫고 하늘을 우러렀다.
그가 신경질적으로 눈동자를 비볐다.
핏발이 곤두서 눈이 깨질 듯이 아팠기 때문이다. "모삼풍!" 담익이 눈동자를 비비며 순무당주를 불렀다.
순무당주, 모삼풍이 안색을 찌푸렸다.
화룡대주의 서열이 당주들 보다 조금 높다고는 하나 경륜이나 연륜으로 따지건대 담익은 그의 이름을 함부로 부를 처지가 아니었다. "ㅉ... " 그러나 그는 쓴맛을 다시는 것으로 담익과의 시비를 비켜 갔다.
하찮은 기녀에게도 한 푼의 정을 주는 젊은 것들의 마음을 전혀 이해 못하는 바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곧 이어진 담익의 말은 그의 배알을 뒤틀었다. "네 놈이 무슨 자격으로...
모삼풍, 죽기를 각오했구나." 담익이 연신 눈을 비비며 중얼거렸다.
그의 말에 먼저 화를 낸 자는 순무당의 향주, 조덕(曺德)이었다. "담 대주, 너무 지나치지 않소?" 담익이 눈동자에 손을 떼며 조덕을 바라보았다.
담익의 입가에 비릿한 미소가 맺혔다. "지나친 것은 네놈들이지.
이 여자에게 무슨 죄가 있다고...
죽는 일이 그렇게 하찮은 일이라면 네놈도 죽어라!" 그가 고함을 지르며 신형을 뇌전처럼 움직였다. "으헛!" 조덕이 놀라 다급히 뒷걸음질을 쳤다.
그러나 담익의 우수는 이미 매의 발톱처럼 조덕의 쇄골을 움켜쥐고 있었다. "아악!" 조덕이 비명을 질렀다.
담익이 엄청난 악력(握力)으로 조덕의 쇄골(鎖骨)을 쑤셔 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깟 기녀 하나 때문에 동도들에게 주먹질을 하다니...
무슨 짓이오?" 순무당주, 모삼풍이 눈썹을 꿈틀대며 고함을 질렀다. "그깟 기녀라... " 담익이 쇄골에 잡은 힘을 배가했다. " ..... " 조덕이 입을 쫙 벌렸다.
그는 고통으로 비명조차 지르지 못했다. "모삼풍, 네놈은 주어다 주는 은자로 뱃살을 불리며 화냥질만을 꿈꾸는 네 마누라와 비록 아랫도리는 팔지만 그것으로 가족들의 호구를 삼는 이 여자 중 어떤 여자가 낫다고 생각하는가?" "뭣이!" 모삼풍이 눈을 치켜 떴다.
아무리 능글능글한 그였지만 새파란 애송이가 제 마누라까지 욕하는 데야...
수하들도 지켜보고 있었다.
쾅! 다리의 난간에 불꽃이 튀며 돌가루가 치솟았다. "하늘 높은 줄 모르는 애송이!" 그가 칠절편(七節鞭)을 휘두르며 담익을 육박했다.
웅! 웅! 모삼풍이 그의 절예 등교편법(騰蛟鞭法)으로 담익의 허리를 휘감아 갔다. "흐흥!" 담익이 유수(流水)처럼 신형을 움직이며 조덕을 내던졌다. "커악!" 첨-벙! 조덕이 다리 아래 이 장여 깊이의 계곡을 굴렀다.
비록 이 장여 높이라 하나 계곡에는 삐죽삐죽한 돌들이 지천으로 깔려 있어 조덕은 심한 부상을 면하기 어려울 듯 했다.
순무당의 수하들이 조덕을 구하기 위해 계곡을 우르르 내려가는 동안 모삼풍의 칠절편은 더욱 맹위를 부렸다.
화난 독사(毒蛇)처럼 요혈(要穴)을 쏘아 가다가 돌연 대망(大 )처럼 뼈를 부술 듯 휘감아 가는 칠절편! 모삼풍의 등교편법은 과연 장강의 일절로 불릴만 했다.
사실 순무당의 당주를 맡는 자는 귀계(鬼計)가 밝음은 물론 무공도 높아야 했다.
강호를 떠도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모삼풍은 그런 점에서 순무당의 적임자였다.
단도의 대접전에서 전임 승룡전주, 묵룡당주, 청룡당주가 죽은 후, 그의 무공은 승룡전, 와룡전의 전주와 현임 묵룡당주를 제외하고 최고로 높았다.
화룡대주와는 아직 무공의 우열을 논해 보지 않은 상태.
콰콱! 쾅! 칠절편이 돌다리의 이곳저곳을 두드리며 뽀얀 먼지를 날렸다.
담익의 입가에 맺힌 비릿한 미소가 더욱 짙어졌다.
그의 충혈된 눈은 당장이라도 핏물을 떨어뜨릴 듯했다.
그때까지 적수공권으로 수세(守勢)를 취하고 있던 담익이 칼을 잡았다.
쐐액! 섬전을 방불케 하는 발도술(拔刀術)! 사선으로 치솟아 오르며 심장을 노리는 담익의 파풍도(破風刀)에 모삼풍은 머리칼이 곤두섰다.
그가 칠절편을 연이어 수십 번을 휘두르며 뒷걸음질을 쳤다.
챙! 챙! 챙! 파풍도와 칠절편이 난마처럼 얽히며 불꽃을 튀겼다.
담익의 보법은 빠르지 않았고 그의 파풍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한 번 뒷걸음질을 친 모삼풍은 종내 수세를 벗어나지 못했다. "모삼풍, 고작 이 정도의 실력이냐?" 모삼풍의 두 눈에 흉광이 흘렀다. "한 솥밥을 먹던 처지라 참았다!" 그가 냉갈을 터뜨렸다.
윙! 윙! 모삼풍이 삼 푼 접어 두었던 자신의 전신 실력을 발휘했다.
좌우, 상하 가리지 않고 무차별로 휘감겨 오는 칠절편! 칠절편의 마디마디가 살아 있는 듯 꿈틀대며 담익을 핍박했다.
담익의 보법도 빨라졌다.
챙! 그가 천 근의 힘으로 칠절편을 내리치며 신형을 비스듬히 틀었다. "카-핫!" 담익이 한소리 괴성을 지르자 그의 파풍도에서 수백 가닥의 칼 그림자가 피어올랐다.
챙! 챙! 챙! 챙! 파풍도와 칠절편이 멋지게 어우러졌다.
그러나 모삼풍은 종내 담익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파파팟! 파풍도에서 뻗어나가는 도기(刀氣)가 수를 더해 갈수록 맹렬해졌다.
추운백변(追雲百變)! 추운객의 독문 절학.
담익의 손에서 추운백변이 펼쳐지자 모삼풍은 연신 뒷걸음질을 쳤다.
이를 악물고 반격을 시도해 보았지만 파풍도에서 뻗어나오는 도막을 뚫기에는 그의 실력으로는 어림 없었다.
사실 장강삼협으로 불려지던 수룡왕, 추운객, 단심호 중 무공이 가장 고강한 자는 추운객이었다.
무공을 형(形)으로 논한다면 강호인들은 당연히 수룡왕의 비류구도(飛流九刀)를 일절로 뽑았다.
하지만 수룡왕은 무공 연마에 힘을 쏟기보다 태반의 시간을 장강을 경영하는데 보냈었다.
단심호의 처지도 마찬가지...
따라서 수룡왕과 단심호는 평생을 독행으로 한자루 칼만 의지하고 산 추운객에게 한 수 실력이 뒤졌다.
담익은 그 같은 실력을 가진 추운객의 유일한 제자! 모삼풍은 담익이 허명(虛名)만으로 장강사룡 중의 한 명이 되지 않았음을 알았다.
파파팟! 담익의 도세가 더욱 맹위를 떨쳐 가자 결국 모삼풍은 자신이 지닌 실력의 한계를 시인했다.
카락! 모삼풍이 돌연 칠절편을 회수했다.
그가 파풍도의 도막에 몸을 내던진 채 발놀림을 멈추었다.
그는 노회한 강호의 거물(巨物)답게 패배는 종종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 생각했고 무사의 자존심도 이미 강호에 내던져 놓은 것이라 그렇게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았다.
이겼으면 좋았겠지만 실력이 딸려 진 것은 어쩔 수 없는 일! 그는 칼을 뽑을 때보다 칼을 거두어 들여야 할 때를 더욱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담익은 모삼풍이 싸움을 포기했음을 눈치챘다.
그러나 그는 칼춤을 멈추지 않았다.
찌직! ㅊ! 담익의 파풍도가 모삼풍의 상의를 갈갈이 찢었다.
이쯤 되자 순무당의 무사들이 칼잡이를 들썩였다.
어쩔 수 없이 담익과 모삼풍의 일전을 방관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미 싸울 의사를 포기한 자의 옷을 찢어 치욕을 주는 행위(行爲)는 칼밥을 먹는 자라면 그 누구도 용납할 수 없는 행위였다.
그들이 담익의 방자한 행위에 격분해 칼을 뽑으려 할 때였다.
팟! 담익의 파풍도가 모삼풍의 미간 사이에서 딱 멈추었다. "클클클... " 담익의 입가에서 겔겔거리는 웃음이 흘러나왔다.
그의 눈빛은 야수처럼 번들거리고 파풍도는 당장이라도 모삼풍의 머리통을 쫙 갈라놓을 듯 했다.
모삼풍이 미간을 모으며 눈을 감았다.
순간, 파풍도가 허공을 갈랐다.
챙! 파풍도가 모삼풍을 비켜 흐르며 돌다리의 난간에 불꽃을 튀겼다.
난간에 박힌 파풍도가 부르르 꼬리를 떨며 담익의 분노를 대신했다.
담익이 고개를 떨어뜨렸다.
그가 어깨를 늘어뜨린 채 술에 취한 자처럼 비틀거리며 앵앵의 관이 실린 마차를 향해 걸어갔다.
그가 마차에 기어올라 고삐를 잡았다. "가자.
가자... " 담익이 넋나간 사람처럼 중얼거리며 말고삐를 챘다.
삐꺽! 삐꺽! 마차가 천천히 움직였다. "어디를 가느냐?" 모삼풍이 소리쳤다. - 하늘에 푸른 구름, 땅위엔 붉은 잎.
가을 빛은 물결에 이어져 물결 위 차가운 안개는 푸르다.
산에는 석양이 비추고 하늘은 물과 닿아 있네 그러나 꽃은 무정하게도 저 석양 밖에 있구나.
담익이 대답 대신 시가를 읊었다. "태부인께서 급히 찾으신다!" 당주 급의 인물이라면 사사로운 감정보다 전체를 먼저 생각함이 당연한 일! 모삼풍은 그 와중에도 자신이 담익을 찾은 이유를 잊지 않았다. "내 마음 저 깊은 곳의 근심과 걱정, 그 누가 알 수 있으랴? 어찌하여 이내 근심 걱정 떨쳐 버릴 수 있을까? 누이여, 나를 끌어들이지 마라." 어둠을 공허하게 울리는 담익의 노래. "화룡대주의 직책을 잊은 것은 아니겠지? 마타룡이 총채에 합류했다.
전열(戰列)을 정비해 장강의 어수선함을 평정할 때! 돌아가자." " .... " 담익이 마차를 세웠다.
탁! 탁! 탁! 그가 채찍으로 손바닥을 쳤다. "무일이...
무일이 돌아왔어? 총채에 합류를 했다고? 그렇게 지긋지긋해 하던 총채에 왜?" 담익이 머리를 쓰다듬으며 중얼댔다.
그가 휙 고개를 돌리며 모삼풍을 바라보았다.
담익의 입가에 미소가 떠올랐다.
야릇한 미소였다. "무릎을 꿇었군.
그는 무릎을 꿇었어.
와하하하하! 핫하하!" 담익이 광소를 터뜨렸다. "으하하하! 누이여, 그대는 정말 대단하다! 천하의 마타룡을 두 번이나 치마폭에 감싸다니!" 그가 짜랑하게 소리쳤다. "이랴! 가자! 가자! 가자! 이랴!" 털컹! 털컹! 마차가 움직였다.
지전(紙錢)도 꽃도 없는 장례(葬禮) 행렬.
담익이 을씨년스러운 풍경만 남긴 채 어둠 속을 사라졌다.
제 7 장.
염왕석(念往昔). "감강, 신강, 수강, 요강의 채주들도 무하에 모이도록 소집령(召集令)을 내렸습니다." 주숙예가 채주들에게 보낸 소집령을 담청에게 보이며 말했다. "채주들이 모두 모일 것 같아요?" 담청이 소집령을 대충 훑어본 후 소매에 넣으며 물었다. "오랜만의 출행(出行)입니다.
소집을 요구한 파양호계의 채주들뿐만 아니라 대소강, 모든 채주들의 눈이 무하로 쏠려질 것입니다.
총채가 무하를 어떻게 다룰지 궁금하겠지요." "무하를 어떻게 다룰지...
주 전주의 생각에는 변함이 없나요?" "황룡당주와 적룡당주에게 이미 말해 두었습니다.
그리고 장 전주에게 말해 위 공자에게도 귀뜸이 가게 했습니다." "총채의 영을 거부하면 결국 무하, 홍(洪) 채주(寨主)의 목을 베라는 말씀이시군요." "그렇습니다." "만약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대소강의 채주들이 총채에 반심(叛心)을 더욱 가지지 않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대강의 채주들이 총채에 요구하는 것은 영도력(領導力)입니다.
그리고 소강의 채주들은 힘을 원하지요.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자신들을 보호해 줄 그늘입니다.
홍 채주가 만로방과의 관계를 청산하지 않겠다면 힘을 보여 주십시오.
파양호계의 모든 채주들이 보는 앞에서... " 주숙예가 안광을 빛냈다. "그렇게 하겠어요." 담청이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준비도 모두 끝났겠지요?" 그녀가 물었다. "배는 투함(鬪艦)으로 세 척을 준비했습니다.
황룡당의 무사들과 적룡당의 무사들이 각기 한 배에 오르고 주선(主船)에는 집법당주와 태부인께서 타시면 됩니다." "위 공자는 어느 배에 탑니까?" "태부인을 모시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이제 출항만 남았군요." 담청이 피곤한 얼굴로 태사의에 머리를 기댔다. "황룡당의 무사 삼십 명, 적룡당의 무사 삼십 명, 화룡대의 무사 삼십 명, 고작해야 백 여명도 채 되지 않은 인원입니다.
역시 불의의 사태가 걱정되는군요." "만로방의 피습(被襲)을 걱정하는 거예요?" "그렇습니다.
호위 인원을 더 늘였으면 하나 다짜고짜 대선단(大船團)을 이끌고 가면 채주들이 반발부터 할 것은 물론 총채의 방비도 문제되니... " "위 공자가 동행을 하잖아요." "위 공자께서 일당백(一當百)의 실력을 가졌음을 인정합니다만 그래도 행여... " "걱정하지 마세요." 담청이 손을 흔들었다. "만로방에서 나 같은 계집 하나 죽여 무슨 이득이 있다고...
오히려 그들은 내가 끝까지 살기를 바랄 거예요.
총채주의 자리를 놓고 나와 대소강의 채주들이 벌이는 한 판 승부를 모르지는 않을 테니...
만로방의 총사 서문중은 똑똑한 자라고 들었습니다.
그자는 나를 죽여 수로연맹이 뭉치는 것 보다 살아서 분열(分裂)이 더 커지기를 바라고 있을 거예요." 탁! 탁! 주숙예가 학익선으로 손바닥을 쳤다.
담청의 형세(形勢) 판단은 정확했다.
주숙예가 애초부터 적은 인원으로 무하 출항 선단을 구성한 이유도 그 때문이었다.
그러나 담청과 주숙예는 모르는 일이 있었다.
만로방주 주황의 최우선(最優先) 표적이 누구인가를...
담청은 염두에도 두지 않고 있었다.
마타룡! 담청과 주숙예는 주황이 위무일에게 얼마나 이를 갈고 있는 가를 고려하지 않았다.
단순히 지난 패배에 대한 설욕 때문만은 아니었다.
주황은 담청, 주숙예와 달리 직접 칼을 들고 피바람 속을 거닐던 자! 무사들의 용력(勇力)은 승리에서 나오고 부분 부분 싸움에서의 승리가 결국 대세를 결정 짓는다고 그는 굳게 믿었다.
때문에 그는 국지적(局地的) 싸움과 한 사람의 용전분투(勇戰奮鬪)를 누구보다 중요시했다.
그 같은 이유로 마타룡은 먼저 죽어야 했다.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또 하나, 강한 자를 동경하고 그 주위로 몰려들고자 함은 모든 무사들의 공통된 심리! 적의 세력이 방대해도 쓸만한 사람이 없다면 무용지물(無用之物)이다.
반대로 우리의 세력이 약해도 사람이 있다면 세의 확산은 시간 문제! 그 때문에 또한 마타룡은 죽어야 했다.
비록 지모가 모자라 모든 것을 서문중에게 맡기는 주황이었지만 칼바람 속에서 키워 온 연륜은 무사들의 심리라는 보이지 않는 힘까지 갈파하고 있었다.
그 점이 싸움을 세력 다툼 정도로만 생각하는 담청, 주숙예의 생각과 주황의 생각의 차이였고 기기묘산(奇奇妙算)의 기재, 서문중이 결국 주황의 수하로 남을 수밖에 없는 이유였다. "주황은 어쨌든 예측할 수 없는 자이니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순무당주로부터 방금 전서구(傳書鳩)가 날아왔습니다." "오라버니에 대한 소식이겠죠?" "그렇습니다.
무산에서 만났다고 하던데...
좋지 않습니다.
총채로 돌아올 마음이 전혀 없어 보인다고 하더군요." " .... " 담청이 아미를 찡그리며 괴로운 표정을 지었다. "상세한 이야기는 없었지만 앵앵이라는 여자를 죽인 데 대해 매우 격분한 모양입니다.
💬 한 줄 댓글 0
비회원 · 이 글에 하루 1개만 등록 가능
HTML/스크립트는 사용할 수 없습니다. 댓글은 최대 120자이며 페이지를 이동하지 않고 바로 등록됩니다.
댓글을 불러오는 중입니다.

Copyright © webstoryboard.com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