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 장풍파랑 - 25편 (25/61) | 웹소설-내가 만드는 이야기 | 웹스토리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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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 장풍파랑 - 25편 (25/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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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위무일에게서 칼을 회수하며 일 장여를 급히 물러났다. "누구냐?" 여맹이 화를 내며 물었다.
죽립인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가 대뜸 담청을 껴안았다.
곧 이어 나머지 죽립인들이 그의 곁으로 다가서며 위무일을 안았다. "가자!" 담청을 껴안은 자가 소리쳤다.
파팟! 팟! 죽립인들이 뇌전처럼 움직이며 도광을 번뜩였다.
만로방의 수하들은 속수무책이었다.
천신만고 끝에 잡은 마타룡...
이제 끝났다고 생각하던 터였다.
그런데 다시 한 패거리가 나타나 그들을 공격하고 있었으니...
죽립인들의 실력도 실력이지만 맥이 빠져 더 이상 싸울 기분이 아니었다.
죽립인들이 썩은 나무를 베듯 만로방의 수하들을 도륙하며 유유히 포위망을 벗어났다. "쫓아라!" 여맹이 악을 쓰며 고함을 질렀다.
그러나 수하들의 움직임은 굼뜨기만 했다.
죽립인들은 배를 갈대 숲에 대기해 놓고 있었다.
ㅊ! ㅊ! 그들의 노젓는 실력은 칼질 보다 더 능숙했다.
배는 잠깐 사이에 갈대 숲이 어른거리는 곳까지 나아갔다.
담청은 비로소 가슴을 쓸었다.
그녀가 죽립인들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를 마주보고 앉았던 죽립인이 담청의 시선이 그에게로 오자 죽립을 벗었다.
까칠한 수염, 죽립 속에 드러난 얼굴은 이십 대 후반의 미남자였다.
심영! 해손왕의 장자인 바로 그였다.
담청이 흠칫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녀의 눈초리가 가늘게 떨렸다.
심영이 씩 웃었다. "누군지 알겠지요?" " .... " 담청은 심영의 시선을 외면했다. "아버님께서 가라고 하셨습니다.
걱정을 많이 하셨습니다." " .... " "아버님께서 언제 한 번 뵙기를 바랍니다." " .... " 담청이 아미를 찌푸렸다.
심영이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 "오는 길에 수로연맹의 배를 봐 두었습니다.
깃발을 보니 수강의 배인 듯 한데...
그곳까지 모셔다 드리겠습니다.
우리들의 얼굴이 드러나면 귀찮기만 할테니... " 그제야 담청이 입을 열었다. "도주께 감사하다고 전해주세요.
그리고 대공자님도 고마웠습니다." "감사는...
당연히 해야 할 일인데... " 심영이 사람 좋게 웃었다. "이 자가 물론 마타룡이겠지요?" 그가 배에 반듯이 누워 있는 위무일을 가리켰다.
담청이 고개를 끄덕였다. "만로방 수하들의 시신을 보았습니다.
놀라울 따름입니다." 심영이 찬사를 터뜨렸다. "서둘러 상처를 치료하라고 하십시오.
솔직히 이길 것 같지 않군요.
하지만 한 번 겨루어 보고 싶기도 하고...
그리고 물어 볼 말도 있습니다." "무엇을 물어 본다는 말이에요?" 담청이 이유없이 과민하게 반응했다. "별 것이 아닙니다.
저 말고도 다른 사람도 다 궁금해 하는 일이니...
ㅉ!" 심영이 담청의 앙칼진 태도에 입맛을 다셨다.
담청이 한숨을 쉬며 위무일의 머리를 안았다.
그녀가 자신의 허벅지를 베게로 위무일의 머리를 받쳤다.
무골호인(無骨好人)으로 보이던 심영의 얼굴에 잠시 한광이 번뜩였다. "서둘러라!" 그가 수하들에게 소리쳤다.
멀리 수강 분타의 배가 나루터에 매인 채 흔들거리고 있었다.
제 12 장.
임수보(臨水步).
배는 동정호를 막 지나 황강(黃剛)을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상강, 자수, 원강으로 이어지는 동정호의 수계.
금사강의 채주 천태림은 방금 지나온 동정호로 시선을 돌렸다.
쏜살 같이 지나쳐 온 곳이다. '수룡왕이 계실 때에는 일을 만들어서라도 가려 한 곳인데...' 천태림이 쓴웃음을 지었다. '총채를 멀리함은 나만 그런가?' 춘절의 만회나 중요 행사가 있어야 총채를 찾기는 다른 채주들도 마찬가지였다.
소처럼 우직한 장능, 사람의 속마음을 밑바닥부터 핥는 듯한 주숙예, 차가운 눈빛으로 채주들을 오시하는 여자, 태부인...
정이 갈만한 자가 없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총채에는 주인이 없다.
주인 없는 곳에 객이 발을 들일 때는 항상 방문의 묵직한 이유를 달고 가야 할 부담이 있다.
그러니 어찌 총채를 수룡왕 때처럼 정겹게 찾아가랴? '조만간 동정의 물은 옛날처럼 넘실 차고 군산은 푸를 것이다.' 천태림이 긴 호흡으로 가슴을 폈다.
ㅊ! ㅊ! 천태림이 탄 금사강의 유선은 가릉강에서 중경, 중경에서 다시 원강으로 가는 길이었다. '제 핏덩이를 아무리 총채주의 자리가 앉히고 싶기로서니 무하에 그 미친놈을 데려가다니...
쯔쯔!' 천태림이 혀를 찼다.
그는 원강을 향하며 무하에서 들려 오는 소식에 귀를 곤두세우고 있었다.
마타룡의 무위에 질려 무하가 백기를 들고 나머지 파양호 수계의 채주들도 태부인에 대한 충성을 서약하지 않을까를 그는 걱정했다.
원래 파양호 수계를 비롯한 소강의 채주들은 힘의 푯대 위해 이리저리 흩날리는 자들...
하지만 강바람을 타고 무하에서 들려오는 소식은 천태림의 걱정을 말끔이 지워 주었다.
소문으로 들은 이야기니 자세한 정황은 그도 알지 못했다.
확실한 것은 무하 홍 채주의 목이 댕강 날아갔다는 것! 천태림은 쾌재를 불렀다.
아무리 잘못이 있다고 하더라도 채주의 목을 날리다니...
천태림의 눈에는 여러 채주들의 반발이 눈에 훤했다. '제 무덤을 판 것이야.' 소강의 채주들이라 해서 자존심이 없는 것은 아니다.
마타룡에 대한 반발, 총채에 대한 적개심은 자격지심(自激之心)으로 무장한 그들이 더할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원강으로 가는 발길을 더욱 서둘렀다.
마타룡의 패도적인 행위에 대한 여론(與論)을 속히 공분(公憤)화 시켜야 했다.
그 일을 할 자는 원강의 송(宋) 채주 이상의 적임자가 없었다.
마타룡의 행위에 가장 치를 떨 자는 그들이었으므로... '먼저 원강의 송 채주로 하여금 마타룡을 성토하는 통문을 각 수채에 보내도록 한다.
그 작자야 당연히 미적이겠지.
하지만 우리와 가릉강, 상강에서 뒤를 받쳐 줄 것이라 하면 좋아라 일을 벌일 것이다.
다음은... ' 천태림이 마타룡을 수로연맹에서 제거할 방법을 되씹고 있을 때였다. "채주!" 내당당주 육연육(陸聯六)이 그를 불렀다. "무슨 일이냐?" 천태림이 물었다. "저기를 보십시오." 육연육이 동정호를 황급히 지나는 쾌선 한 척을 가리켰다.
펄럭이는 깃발은 수강의 배였다.
그리고 돛대 위에 치솟은 기는 적기(赤旗)! 수로연맹의 배들이 화급을 알릴 때 다는 깃발이었다. "불러 보아라!" 천태림이 눈썹을 꿈틀대며 말했다.
금사강 수채의 내당당주 육연육이 허리춤을 뒤졌다.
그의 허리춤에는 폭죽(爆竹)이 매달려 있었다.
역시 수로연맹이 신호를 위해 사용하는 폭죽이었다.
육연육이 수하들로 하여금 배의 항진 속도를 줄이게 한 후, 폭죽(爆竹)에 불을 붙였다.
쾅! 폭죽이 하늘로 치솟으며 찬연하게 터졌다.
수강의 쾌선이 삐꺽거렸다.
그들도 천태림이 탄 배를 발견한 모양이었다.
수강의 쾌선이 바람처럼 금사강의 유선을 향해 달려왔다.
육연육이 뱃머리를 돌려 그들을 마중 나갔다.
잠시 후, 두 척의 배는 강상에서 용두를 비스듬히 맞댔다. "나는 수강 수채의 장유(長有) 분타주(分舵主) 이일(李逸)이라 하오.
우리를 찾으신 분이 누구시오?" 수강 수채의 쾌선에서 우락부락한 장년인(長年人)이 뱃머리에 오르며 소리쳤다. "오! 이 분타주이셨구려.
나는 금사강의 내당당주를 맡고 있는 이일이라 하오.
이 분타주를 부른 사람은 바로 우리의 채주외다." 내당당주 육연육이 말했다. "금사강의 천 채주께서?" 수강의 분타주 이일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가 훌쩍 금사강의 유선에 뛰어 올랐다. "마침 잘되었소.
채주께서는 어디 계시오?" 이일이 두리번거리며 천태림을 찾았다. "무슨 일로 적기를 달았느냐?" 천태림이 이일을 향해 걸어갔다. "소문을 듣고 이곳으로 오셨습니까? 파양호가 피로 물들었습니다." 이일이 천태림을 향해 읍을 하기가 무섭게 소리쳤다. "파양호가 피로 물들다니? 무슨 말이오?" 내당당주 육연육이 물었다. "연락을 받고 오신 것이 아닙니까? 아! 그러고 보니 그 먼 금사강까지 연락이 갔을 리가 없지." 이일이 자신의 이마를 쳤다. "만로방이 파양호에서 대공세를 펼쳤습니다!" 그가 흥분된 표정으로 말했다. "만로방이 공격을?" 육연육이 놀라 천태림을 바라보았다. "탕백기, 철기대, 보갑대, 사대행회...
서문중이 이끄는 만로방 놈들이 무하에서 돌아오던 총채의 선단을 덮쳤다고 합니다." "뭣이!" 천태림과 육연육이 동시에 소리쳤다. "총채의 투함 세 척은 고스란히 파양호에 수장(水葬)되었습니다." " .... " 천태림과 육연육이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짧은 순간, 그들이 무슨 생각을 했는가는 그들만이 알 일이다.
천태림과 육연육이 놀라 말문을 잇지 못하자 이일의 우락부락한 얼굴이 흥분으로 더욱 사납게 변했다. "황룡당, 적룡당의 당주들과 수하들이 몰사(沒死)했고 정 부대주가 이끄는 화룡대도 전멸을 면치 못했다고 합니다." 이일이 침을 튀기며 말했다. " .... " 천태림이 눈썹을 꿈틀거렸다. " ...태부인은?" 그가 가라앉는 목소리로 물었다. "다행히 태부인께서는 무사하다고 합니다.
지금 상당(上 ) 분타의 배를 타고 군산으로 가고 계십니다." "뭣?" 육연육이 자신도 모르게 미간을 좁혔다. "황룡당, 적룡당, 화룡대가 모두 전멸했는데 어찌...
탕백기, 철기대, 보갑대는 물론 사대행회까지 움직였다고 하지 않았소? 또한 그들을 이끈 자가 서문중이오.
그자는 원래 일에 빈틈이 없는 자라고 들었는데." "맞습니다! 맞습니다!" 이일이 육연육의 말에 손뼉을 쳤다. "파양호의 어부들로부터 전해들은 이야기입니다.
파양호 주변에 깔린 만로방 졸자(卒者)들의 시신은 이 백(二百)을 넘었다고 합니다! 죽은 자만이 그 정도라고 하니 과히 대란을 일으키기에도 족했던 숫자지요." 이일이 신바람을 내며 소리쳤다. "화룡대, 황룡당, 적룡당의 무사들이 태부인을 구하기 위해 아까운 목숨들을 던졌군." 육연육이 중얼거렸다. "물론 그들의 목숨이 없었다면 어찌 태부인께서 무사할 수 있었겠습니까? 그러나... " 이일의 가는 눈이 빛을 뿌렸다. "투함에는 호반영채의 신임 영주가 타고 있었지요.
마타룡! 채주와 내당당주께서도 아시는 자일 것입니다." 그가 은밀을 가장하며 말했다.
쿵! 육연육의 심장이 세차게 박동 쳤다.
마타룡! 그는 투함에 마타룡이 타고 있었다는 것을 모르지 않았다.
그리고 태부인이 살 수 있었다면 마타룡의 힘에 의해서 일 것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러나 막상 이일의 입에서 마타룡이라는 이름이 튀어나오자 그의 기분은 심연(深淵)의 해저(海底)로 추락하는 기분이었다.
그가 힐끗 천태림을 바라보았다.
거세게 쏟아지는 금사강의 물줄기를 닮아서인지 채주는 자신의 감정을 잘 숨기지 못한다.
채주의 안색도 딱딱하게 굳어 갔다. "마타룡은?" 천태림이 무거운 안색으로 물었다. "태부인과 동행 중에 있습니다.
얼마나 싸웠는지 전신은 상처투성이고 의식은 아직도 돌아올 줄 모르고 있다 하더군요.
정말 대단한 자입니다.
탕백기, 철기대, 보갑대, 사대행회...
장강에 누가 그들을 상대로 승리를 거둘 수 있겠습니까?" 이일이 찬사로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래서...
이 분타주께서는 어디로 가는 길이오?" 육연육이 안색을 찌푸리며 물었다. "아이고! 그러고 보니 내가 여기에 있을 때가 아닌데.
채주께서 전 분타에 급전(急傳)을 보냈습니다.
서둘러 각 수채에 파양호의 일을 알리라는...
연락을 받은 수채는 모두 장강의 물길에 배를 끌고 나오라는 전갈도 함께 전했습니다.
만로방 놈들이 태부인의 뒤를 추적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지요.
저는 한수에 채주의 전갈을 전하러 가는 길이었습니다." "그러셨군요." 육연육이 머리를 끄덕였다. "다른 말씀은 없습니까? 화급을 다투는 일이라..." 이일은 서둘러 출발하려 했다. " ... " 천태림은 미간을 모은 채 생각에만 잠겨 있었다. "다른 말씀이 없는 듯합니다." 육연육이 천태림의 눈치를 살피며 말했다. "가자!" 이일이 수하들에게 손을 들며 소리쳤다.
수강 분타의 수하들이 출발을 준비하며 부산히 움직였다. "채주! 다음에 뵙겠습니다." 이일이 천태림에게 읍을 한 후, 뱃머리를 틀고 있는 그의 배를 훌쩍 뛰어올랐다.
ㅊ! ㅊ! 이일을 태운 수강 분타의 배가 힘차게 물살을 갈랐다.
천태림은 그때까지 말이 없었다. "마타룡의 위세가...
이제 하늘을 찌르겠군요." 육연육이 맥빠진 소리로 중얼거렸다.
천태림이 노한 얼굴로 육연육을 노려보았다.
육연육이 움찔 고개를 떨구었다.
천태림은 한숨을 쉬었다. "이해할 수 없다.
수강의 신 채주, 그 작자가 왜 저렇게 날뛰는지... " 그가 뱃전을 움켜쥐며 말했다.
우두둑! 뱃전의 두툼한 측판이 천태림의 지력(指力)에 괴성을 지르며 뜯겨 나갔다.
무시하고 외면하려 해도 어쩔 수 없었다.
마타룡! 역시 장강의 풍파를 멋대로 일으킬 정도로 강한 자였다.
그러나 천태림은 더 이상 마타룡에 대해 생각하지 않았다.
그가 골똘히 생각하고 있는 것은 수강 신 채주의 태도였다.
그리고 흥분으로 날뛰던 이일이라는 수강 분타주의 표정... '아무리 잘못이 있다고는 하나 어제까지 동료였던 무하 채주의 목이 날아갔다.
신 채주, 그놈은 배알도 없는가?' 천태림은 찻잔을 들었다.
변고를 접했으니 움직이지 않을 수는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과 미적거리며 나서는 것에는 차이가 있다.
수강 신 채주는 발빠르게 파양호의 급전을 알리고 각 수채에 태부인의 호위까지 부탁하고 있었다.
무하의 일에도 불구하고 태부인과 총채에 대한 충성이 변함없다는 뜻...
총채의 거수기(擧手機) 역할을 하던 이전에 비해 무하와 파양호의 일 이후, 수강 신채주의 행보는 총채에 대한 충성이 오히려 더욱 굳어졌음을 보이고 있었다.
그 사실을 천태림은 이해할 수 없었다. '무엇인가 판단의 착오가 있다.' 그는 생각에 잠겼다.
어느 순간, 탁! 천태림은 찻잔을 거세게 놓았다.
게슴츠레하던 그의 눈에 빛이 번뜩였다.
비로소 그는 수강 신 채주가 총채에 충성을 보인 이유를 찾고 있었다.
이일이라는 분타주의 희열(喜悅)에 찬 표정! '수룡왕, 추운객, 단심호...
장강을 이끌어 가던 삼두마차(三頭馬車)! 그들 이후, 장강에는 영웅(英雄)이 없었다. ...그랬었군.
소강의 채주들과 수하들은 예전처럼 장강을 누빌 영웅을 원하고 있었던 게야.
그 영웅이 비록 피바람을 몰고 다니는 자라 할지라도.' 천태림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이일이라는 분타주의 표정도 이해되었다. '물론 자존심은 상했겠지.
하지만 그 자존심의 상처는 잠깐! 대강주(大江主)들에게 굽실거리는 것보다 마타룡에게 머리를 굽실거리는 것이 나았을 것이다.
그는 그만한 자격이 있는 영웅이니...
그리고 마타룡을 등진 태부인이라는 그 여자는 소강의 채주들에게 이전 수룡왕 때와 같이 소강의 자격이 대강과 다르지 않음을 강조했을 것이다.' 천태림이 초조한 표정을 지었다. '큰일이다.
이런 분위기가 확산되어 간다면 춘절의 만회 때 승리를 자신할 수 없을 것이 아닌가? 소강의 채주들은 태부인이라는 여자에 줄줄이 충성을 서약할 테니.' 그가 선실을 오가며 안절부절 어쩌지를 못했다.
대강의 채주들만 잡으면 그들의 영향력 하에 있는 소강 채주들의 협조도 쉽게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 그였다. '어디서부터 문제를 풀어 나가야 하나?' 천태림은 머리를 싸맸다.
하지만 그의 두 번째 고민은 오래가지 않았다.
그가 내릴 수 있는 해법은 이미 정해져 있는 한 가지였다. '모든 일은 마타룡으로부터 시작되었고 마타룡으로 끝날 것이다.
그렇다면... ' 천태림이 한광을 빛냈다. "육연육!" 그가 내당당주를 불렀다. "부르셨습니까?" 육연육이 달려왔다. "뇌벽쌍불을 모셔 와라!" 그가 냉랭하게 소리쳤다. * * * 파파팟! 세 개의 깃발이 동시에 꼬리를 떨었다. '총(總)' 자가 새겨진 것은 총채의 깃발이다. '수(水)' 는 수강 수채의 깃발, 그리고 그 두 개의 깃발 뒤에 꼬리를 떨고 있는 깃발은 급한 일이 있음을 알리는 적기였다.
세 개의 깃발이 돛대 위에서 동시에 꼬리를 떨고 있는 배는 수강 상당 분타의 배였다.
담청이 타고 있는 배였다.
그 배 뒤로는 서너 척의 배가 뒤따르고 있었다.
한 척의 투함과 두 척의 쾌선이었다.
투함을 가질 정도의 능력이 있는 수채는 육대강에 불과하다.
역시 투함에 펄럭이는 깃발은 한수의 깃발이었다.
그리고 쾌선에 펄럭이는 깃발은 자수의 깃발...
피잉! 뱃머리를 출렁이며 항진하는 선단 위로 바람을 가르는 날카로운 소리가 들렸다.
펑! 선단 위에서 터지는 것은 폭죽이었다.
수강 상당 분타의 분타주 정삼(丁三)은 황급히 뱃머리로 뛰어나갔다.
멀리 표풍선(飄風船) 한 척이 빠른 속도로 그의 배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표풍선은 가죽으로 만든 배로 속도에 있어 비익선을 능가하는 배다.
그러나 선체(船體)가 약해 전령선(傳令船) 외의 용도로는 잘 사용하지 않는 배였다.
표풍선은 투함과 쾌선을 헤치며 빠른 속도로 정삼의 배에 달라붙었다.
정삼은 배를 세우지 않았다.
표풍선에서 갈고리를 정삼의 배에 걸고 있었다.
표풍선이 정삼의 배에 매달려 항진했다.
그제야 정삼이 표풍선을 향해 고개를 뺐다. "장이(長耳), 무슨 일이냐?" 그가 표풍선을 내려다보며 물었다.
표풍선은 바로 수강 수채의 전령선이었다. "정 분타주, 급한 소식을 알리려 왔습니다." 표풍선에 탄 자가 위를 올려다보며 소리쳤다.
정삼이 장이란 부른 표풍선의 사내는 내당 소속의 향주였다.
별명처럼 정말로 귀가 큰 자였다. "좋은 소식이냐?" "물론입니다!" 장이가 큰 귀를 쫑긋거리며 해 웃었다. "채주께서는 파양호를 샅샅이 뒤진 끝에 만로방 놈들의 쾌선과 비익선을 발견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신강, 감강, 요강의 선단과 합류 놈들의 배를 모조리 불질렀다고 합니다." 장이란 자가 신바람을 내며 소리쳤다. "서문중이라는 놈은 이제 장강을 건너지도 못하게 되었구나.
핫하하!" 상당 분타주 정삼도 호쾌하게 웃었다. "태부인께 전해 주십시오! 채주께서는 놈들의 배를 불태운 후, 그래도 혹시 있을 놈들의 도발에 대비 신감, 감강, 요강의 배들과 함께 동정호로 들어오는 물길을 굳게 지키고 있습니다!" "알았다!" 정삼이 엄지손가락을 세우며 손을 흔들었다. "분타주, 그럼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좋은 소식이 있으면 다시...
아!" 장이란 자가 문득 생각난 것이 있는지 이마를 쳤다. "엽 선주를 발견했습니다.
신강 수채의 배에서 요양을 하고 계십니다!" "다른 분들은?" "엽 선주, 외에는... " 장이가 말꼬리를 흐렸다. "알았다.
그만 가라!" 정삼이 손을 휙 저었다.
장이가 정삼의 배에 매단 갈고리를 풀었다.
표풍선이 꼬리를 틀며 파양호 방면으로 쏜살 같이 사라졌다.
정삼은 표풍선이 저 멀리 사라져 가는 것을 지켜본 후, 후다닥 선실로 뛰어갔다. "태부인!" 그가 선실문을 열며 소리쳤다. "테부인, 저희 채주께서... " "방금 들어서 알고 있다.
끌끌끌!" 선실에는 태부인 외에 두 명의 사내가 더 있었다.
마의를 걸친 초로인과 적의 중년인이었다.
끌끌 거리며 정삼의 말을 끊은 자는 초로인이었다.
그는 바로 자수의 국(國) 채주였다.
적의인은 한수의 내당당주 모윤중(毛倫重).
그들은 수강의 급전을 받고 황급히 배를 띄워 담청의 배와 조우했다.
그리고 담청이 탄 배로 건너와 전후 사정을 묻고 있는 중이었다. "누구로부터 무엇을 들었다는 말입니까?" 정삼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네놈의 목소리가 워낙 컸어야지.
끌끌! 그만 물러가라!" 자수의 국 채주가 손을 저었다.
정삼이 머리를 긁적이며 물러났다. "파양호 수계의 채주들이 제법 용력을 발휘하고 있군요." 국 채주가 담청을 바라보며 말했다. "고마운 일입니다.
만로방의 작자들은 대강의 채주들도 싸우기를 꺼려하는데 소강의 채주들께서 저렇게 나서 주시니... " 담청이 중얼거렸다.
한수의 내당당주 모윤중이 황망한 표정을 지었다. "저희 채주께서는 급한 일이 있어... " 그가 제 발에 절리는 것이 있는지 지레 변명했다. "무슨 바쁜 일이 있기에...
이 일 이상 중한 일이 어디 있다고? 대강의 채주들께서 이토록 무심하게 나올 줄은 몰랐소이다.
끌끌!" 자수의 국 채주가 눈살을 찌푸렸다.
고개를 숙인 모윤중의 눈이 찰나간에 한광을 뿌렸다.
감히 자수와 같은 소강이 대강 채주의 행보에 시비를 걸다니...
하지만 소강의 발빠른 움직임에 비해 한수, 상강 같은 대강들은 굼뜨기만 한 처지라 그는 감히 국 채주를 상대로 입을 놀리지 못했다.
태부인도 보고 있었고 왠지 소강 채주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어쨌든 저희 투함으로 옮기시지요.
놈들이 어떻게 나올지 아직 알 수 없습니다." 모윤중이 머리를 조아리며 말했다. "모 당주의 호의는 고맙지만 이 배에 있겠어요.
여기가 편해요." "그렇게 하십시오.
빠르기야 이 배가 더 빠르지 않습니까? 투함은 굼뜨기만 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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