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 장풍파랑 - 27편 (27/61) | 웹소설-내가 만드는 이야기 | 웹스토리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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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 장풍파랑 - 27편 (27/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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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핫!" "얍!" 뇌불과 벽불이 동시에 달려들며 천화인을 공격했다.
천화인이 다시 이화접목의 수법으로 뇌불의 항마저를 걸쳐 갔다.
그가 뇌불의 항마저로 벽불의 동추를 되친 후, 격산타우로 벽불을 쓸어 가려 할 때였다.
뇌불의 항마저에 달라붙은 자신의 검이 떨어지지가 않았다.
천화인은 '아차!' 하는 심정이었다.
잡승 주제에 무슨 밀교(密敎)의 현묘(玄妙)한 무공을 알랴 하며 뇌벽쌍불을 암중에 무시했었다.
그러나 뇌벽쌍불도 공염불(空念佛)만 왼 자들은 아니었다.
대원신공(大元神功)! 천축 밀교의 비전 절학 중 하나...
뇌불이 천화인에게 펼친 것은 대원신공 중의 흡(吸)자결이었다.
천화인이 항마저에 달라붙은 검을 떼기 위해 심줄을 꿈틀댈 때였다.
위잉! 동추가 세차게 그의 허리를 쓸어 왔다.
천화인이 다급히 청성파의 독문 신법 암향표를 펼쳤다.
그러나 항마저에 잡혀 그의 신형은 뜻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찍! 청의가 찢겨 나가며 그의 허리에 가는 혈흔이 묻어 났다.
천화인이 검미를 꿈틀거렸다.
파파파파팟! 그가 검을 세차게 흔들었다.
검이 영사처럼 꿈틀대며 항마저를 타고 올라 뇌불의 손목을 노렸다.
뇌불이 흡자결을 풀며 섬(閃)자결로 천화인의 심장을 찍어 왔다.
벽불의 동추가 측면에서 항마저를 응원했다. "흥!" 천화인이 코웃음을 쳤다.
그가 암향표로 펼치며 신형을 허공으로 솟구쳤다. "으핫!" 천화인이 허공에서 창룡음을 터뜨렸다.
그의 신형이 백변으로 번뜩이며 허공을 검영으로 가득 채웠다.
칠십이파검법(七十二波劍法)! 수십 가닥의 검영이 쏜살 같이 뇌벽쌍불을 노렸다. "청성파의 놈이었군!" 뇌불이 눈을 치켜뜨며 고함을 질렀다.
그가 동자배불(童子拜佛)의 자세를 취한 후, 비룡십구변(飛龍十九變)으로 맞서 갔다. "청성파의 놈이 왜?" 벽불도 의문을 표하며 동추를 휘날렸다.
쨍! 쨍! 쨍! 쨍! 세 가닥의 인영이 서로를 분간하지 못할 정도로 난마처럼 섞였다.
끊고, 자르고, 치고 비룡십구변은 용이 구름 속에 몸을 꿈틀거리듯 현란했다.
만약 뇌벽쌍불이 밖의 일 보다 수신(修身)에 더 힘을 기울였다면 천화인은 벌써 피를 뿌렸을 것이다.
그러나 뇌벽쌍불은 수행을 일상의 업으로 삼지 않은지라 웅혼한 내력도 가끔 가닥가닥 끊겼고 초식의 변화도 자유롭지 못했다.
뇌벽쌍불은 그런 까닭에 천화인을 항마저와 동추의 조롱 속에 몰아 놓고도 결정적인 순간에 매듭을 짓지 못했다.
쨍! 쨍! 쨍! 칠십이파검법도 물결 치듯 현란했고 비룡십구변도 현란했다.
멀리서 보면 천화인과 뇌벽쌍불의 싸움은 세 마리의 나비가 서로를 희롱하듯이 보였다.
해가 중천을 가리킬 때 시작된 싸움은 석양이 질 때까지 계속되었다.
천화인은 암향표를 밟는 다리가 점차 무거워짐을 느꼈다.
쉽게 승부를 매듭지을 조짐이 보이지 않았다.
천화인은 갈등했다.
그도 일반 강호인처럼 절명(絶命)의 순간에 사용하려는 필살의 무공 하나쯤은 있었다.
청운적하검법(靑雲赤霞劍法)! 하산으로 형(形)만 익히다 만 검법이었다.
오의(奧義)를 깨달았다고 하더라도 내력이 받쳐 주지 않으면 펼치기 힘든 검법이 또한 청운적하검법이다.
천화인이 갈등하는 이유는 과연 이 자리에서 무리하게 청운적하검법을 펼칠 까닭이 있느냐 하는 것이었다.
승부를 적당히 이 정도에서 끝낼 수도 있었다.
하지만 청운적하검법을 사용하려면 목숨을 걸어야 한다.
친구인 위무일을 구하기 위해? 아니었다.
위무일 때문인 것만은 맞았다.
물러서기 싫었다.
만로방과의 혈투 속에 의기양양 돌아온 위무일이다.
그런데 자신은 한낱 잡승을 못이겨 등을 돌려야 하다니...
자존심이 용납치 않았다. "하핫!" 천화인이 쥐어짜듯 고함을 지르며 칠십이파검법의 위력을 배가했다.
파팟! 날카로운 경기가 파도처럼 뇌벽쌍불을 휘감아 갔다.
뇌벽쌍불이 기세에 질려 서너 발자국 뒷걸음질을 쳤다.
천화인은 그들을 쫓지 않았다.
칠십이파검법을 격렬하게 시전한 이유는 청운적하검법을 펼치기 위한 여유를 얻기 위함뿐이었다.
팟! 천화인이 마치 서왕모가 채대(綵帶)를 감는 듯한 자세로 검을 몸을 따라 휘감았다.
그가 원무(圓舞)를 추며 검을 내밀었다.
이마와 팔뚝에 심줄이 툭툭 치솟고 눈은 무리하게 내력을 끌어올린 덕에 붉게 충혈 되었다.
뇌벽쌍불이 심상치 않음을 느끼고 급히 대원신공 중 탄(彈)자결을 운용할 때였다.
천화인의 검 끝에 잠시 푸른 기운이 반짝였다.
순간, 쐐액! 노도와 같은 검풍이 뇌벽쌍불을 향해 쏟아졌다.
뇌벽쌍불이 탄자결로 검풍에 맞섰다.
쾅! 장검과 항마저, 동추가 서로 얽히며 폭음을 일으켰다.
뇌벽쌍불은 세 걸음을 물러났고 천화인은 입에서 피를 뿌렸다.
그러나 천화인은 검영을 멈추지 않았다.
천화인의 검이 춤을 추며 뇌벽쌍불을 검영의 장막에 몰아넣었다.
뇌벽쌍불이 항마저와 동추를 번뜩이며 안간힘을 다해 저항했다.
그러나 기이하게도 그들이 내뻗는 경기는 천화인의 검영에 닿는 순간, 솜에 스며드는 물처럼 무기력하게 힘을 잃었다. "푸웃!" 천화인이 입에서 피화살을 쏟았다.
눈에 불꽃이 이글거리고 머리는 열화산이었다.
그가 몸을 비스듬히 눕히며 검에 최후의 내력을 쏟았다.
팟! 검끝이 뇌벽쌍불에 이르러 돌연 형체를 잃었다.
남은 것은 낙조(落照) 같은 그림자 뿐! 뇌벽쌍불은 그 붉은 덩어리가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꿈틀대며 그들을 휘감아 오는 것을 보았다.
그러나 속수무책... "크억!" "악!" 뇌벽쌍불이 단발마의 비명을 지르며 비칠 물러났다.
뇌불은 어깨를 붙잡고 있었다.
쏟아지는 피로 그의 손과 팔뚝, 옆구리는 붉은 핏덩이 뿐이었다.
그의 다리 아래에는 아직도 손끝을 미미하게 떠는 팔 하나가 떨어져 있었다.
천화인의 일검에 날아간 뇌불의 팔이었다.
그러나 벽불에 비하면 그의 상세는 괜찮은 편이었다.
벽불의 가슴과 배는 호랑이 발톱에 할퀸 듯한 흉칙한 상처가 굵직하게 남아 있었다.
가슴에는 피에 절은 허연 뼈가 보였고 배에는 내장이 줄줄 흘러내렸다.
벽불의 눈동자가 까뒤집어지며 흰자위가 드러났다.
쿵! 벽불이 나무토막처럼 쓰러졌다. "웩!" 천화인도 다시 한모금의 피를 쏟았다.
그가 힘겹게 검을 들며 뇌불을 가리켰다. "네놈들의 죄업(罪業)을 세존(世尊)을 대신해 내가 벌한 것! 부끄러움을 알며 돌아가라!" 그가 소리쳤다.
뇌불이 치욕으로 수염을 부르르 떨었다. "청산(靑山)이 벽해(碧海)가 되지 않는 한 다시 만날 날이 있겠지.
훗일 이 원한은 반드시 갚을 것이다!" 그가 이를 아드득 깨물며 원한을 불태웠다.
뇌불이 벽불의 시신을 들었다.
그가 망연히 하늘을 우러렀다.
어느 순간, 뇌불이 휙 신형을 날렸다.
벽불의 시신을 든 뇌불이 껑충거리며 삽시간에 낙조 속으로 사라졌다. "우웩! 웩!" 천화인은 다시 피를 쏟았다. "대공자!" 황평이 황급히 달려왔다.
그는 뇌벽쌍불과의 일전이 끝나기 전까지 절대 싸움에 끼여들지 말라는 엄명을 받은 터였다. "대공자... " 황평이 천화인을 부축하며 상세를 살폈다. "배로 돌아갑시다.
배에서 운기조식을 해야겠소." 천화인이 발걸음을 옮기며 말했다. "어이!" 황평이 강가에서 기다리던 수하들을 불렀다.
수하들이 배를 끌고 다가왔다. "황 당주, 아버지께는 가지 않을 것이오.
금사강으로 되돌아갑시다.
누구에게도 이런 모습을 보이기가 싫소." 그가 가뭇해지는 의식 속에 힘겹게 말했다.
제 13 장.
다기로(多岐路). - 그해 겨울, 조양인은 문득 자신에게 죽음이 닥쳐오고 있음을 알았다.
모처럼 벽부를 나서 양지(陽地)에 섰다.
황량했다.
자신의 주위에 누구도 없다는 것을 발견한 것이다. '무엇을 위해 칼을 닦았는가?' 현문의 도사들처럼 우화등선(羽化登仙)을 꿈꾸어서가 아니었다.
천하를 호령할 패주가 되기 위해서, 만고에 이름을 남기기 위해서도 아니었다.
단지 칼을 가는 일이 좋았을 뿐! "내가 소림에 승적을 올리고 그나마 다행으로 생각한 일은 대자유(大自由)에 대한 희망을 가질 수 있었다는 것일세.
그래서 내 무공은 비로소 의미를 찾았지.
자네에게 패했다고 하더라도 결코 섭섭하지 않네." 생사무영필 공합! 소림에 출가 법화로 이름을 바꾼 그가 비무를 끝낸 후, 중얼거린 말이었다.
조양인은 그때 법화대사의 말을 깊이 생각지 않았었다.
그러나 막상 죽음이 눈앞에 그림자를 드리우니 공허함은 견딜 수 없이 그를 괴롭혔다.
세상은 재미만으로 살 수 없는 그 무엇이 있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모두 지나간 세월...
조양인은 벽부에 다시 좌정을 하고 앉았다.
그리고 자신의 절학을 적어 둔 철경을 펼쳤다.
가끔 무공을 남겨서 무엇하랴 하는 생각도 있었지만 철경은 그가 살아온 삶의 유일한 흔적이었다.
조양인은 철경의 뒷부분에 자신이 근자에 체득한 무공을 적었다.
그리고 양피지로 표지를 입히고 비로소 철경이라는 이름을 썼다.
한 생(生)의 족적이 마무리 된 것이다.
철경을 앞에 둔 조양인은 고민했다.
이것을 누구에게 전해 줄 것인가? 불행히도 후손(後孫)들은 아니었다.
오히려 그는 철경을 건네 줄 자에게 혹시 있을 후손들의 망동을 막아라는 책임까지 지게 해야 할 판이었다.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모를 그의 아들과 손자도 철경의 무공 몇 수는 익혔기 때문이다.
조양인은 눈을 감고 생각을 더듬었다.
요하에서 벽부까지의 긴 여정...
역시 철경을 넘겨받을 자는 그밖에 없었다.
또한 철경을 그에게 넘겨주는 것만이 지난 날, 자식들이 저지른 잘못을 조금 더 속죄하는 길이라 생각했다.
조양인은 짐을 꾸렸다.
그자에게 철경을 맡기고 남은 조금의 여생은 법화가 말한 대자유를 찾아보리라 생각했다. * * * "홍운산수! 홍운행파도법! 놈이 철경을 가지고 있는 것은 명확한 사실이오.
그런데 왜 서두를 생각을 하지 않으시오?" 아미자(峨嵋刺)를 든 초로인이 말했다. "마음이야 내가 더 급하오.
하지만 기회가 주어지지 않으니... " 낭아추(狼牙鎚)를 허리에 두른 초로인이었다. "기회는 있었소.
왕 형이 너무 조심성이 많아 그 기회를 놓쳤을 뿐! 이러다가 다른 자들까지 모여들면...
아니지! 이미 소문이 날 만큼 났으니 벌써 벌떼처럼 몰려들고 있겠지.
더 늦기 전에 당장 오늘 밤, 일을 결행합시다." 아미지를 든 초로인이 불평을 터뜨렸다. "전 형의 마음을 내가 모르는 것은 아니나... " "뭣? 오늘밤도 또 안되다는 말이오? 놈은 지금 수족조차 몸 움직이는 상태라 하지 않소." "그래서 내가 문제 삼는 것이 아니오.
최소한 입이라도 벙긋 할 수 있어야 철경에 대해 말하지.
의식도 없는 놈을 데려다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는 말이오?" "그것 참! 일단 납치해 놓고 의식을 차릴 때 물어 보면 될 일 아니오?" 아미자를 든 초로인이 갑갑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주위를 둘러보시오.
그것이 가능한가? 자수, 상강, 한수, 감강, 요강, 수강...
놈을 둘러싼 배가 몇 척이오? 행여 납치를 한다고 하더라도 저 많은 놈들의 추적을 피할 자신이 있소? 아! 마침 저기 총채의 배도 오는군." 낭아추를 허리에 감은 초로인이 물결을 가르는 투함 한 척을 가리켰다. "젠장! 그러게 내가 놈이 수강 분타의 배에 탔을 때 습격을 했어야 한다고 했는데." 퍽! 아미자를 든 초로인이 홧김에 나무를 발로 찼다. "전 형은 어찌 모든 탓을 나에게만 돌리시오.
당시에 심영이 있었다는 것은 전 형도 아는 일이었소." 낭아추를 허리에 두른 초로인이 화를 내며 얼굴을 붉혔다. "내가 이야기하는 때는 심영이 떠났을 때요!" 아미자를 든 초로인도 목소리를 높였다. "심영이 떠났는지 어쨌는지는 그 당시로서는 판단하기 어려웠소.
지금도 뒤를 따르고 있는지 모르지.
그 놈이라고 철경의 유혹을 쉽게 떨쳐 버릴 수 있었겠소?" " .... " "조금 더 기다려 봅시다.
오히려 총채에 있을 때 놈을 납치하는 것이 더 쉬울지도 모르지.
아무래도 수로연맹 놈들의 경계심이 풀어져 있을 테니." 낭아추를 허리에 감은 초로인이 아미자를 든 초로인을 다독거렸다. "또 시간만 끌게 생겼군.
그건 그렇고 심영의 이야기가 나와서 하는 말입니다만...
왜 놈이 마타룡을 그냥 놓아주었는지? 만로방 놈들에게서 어렵게 뺏지 않았소?" "그 점에 대해서는 나도 궁금하오.
해손왕이 심영을 보냈다는 것은 분명 철경을 회수하기 위해서 일 텐데.
그런데 마타룡을 구해 주는 것을 끝으로 순순히 물러나다니... " "의식도 차리지 못한 마타룡을 끌고 다니다 수로연맹이나 만로방에 종적이 드러날 것을 염려했나? 마타룡을 구한 자가 해륭도의 대공자라는 것을 알면 만로방이 일으킬 풍파에 고스란히 휩싸일 테니... " "그것으로 설명 하기는 어렵소.
철경을 얻을 수 있다면 만로방과의 분쟁쯤도 우습지." 낭아추를 두른 초로인이 단언하듯 말했다. "그렇다면 수강 분타에 마타룡을 인도하기 전, 심영은 마타룡에게 철경의 행방을 이미 알아낸 것은 아닐까요? 그렇지 않고서야 어찌 순순히 마타룡을... " 아미자를 든 초로인이 안색을 찌푸렸다. "그럴 리는 없소.
단기내경으로 잠력까지 모두 소진시키고 나면 근 보름간은 의식을 차릴 수 없다고 들었소." " .... " "어쨌든 이유가 있어 마타룡을 놓아주었겠지.
더 이상 생각하지 맙시다.
급한 일은 빨리 마타룡에게서 철경의 행방을 듣는 일이오." "ㅉ! 매양 바쁘기는 한데 손 쓸 틈도 없으니... " 투덜대는 목소리를 끝으로 두 개의 신형이 동정호로 향했다.
그들이 송림(松林)을 따라 몇 발자국 걸어갔을 때였다.
딱! 두 명의 괴노(怪老)는 나뭇가지 부러지는 듯한 소리에 일제히 발걸음을 멈추었다. "뭐야?" 괴노들이 소리가 들려 오는 방향으로 고개를 들었다. "비표!" 그들이 고함을 지르며 재빨리 낭아추와 아미자를 들었다. "누구냐? 쥐새끼처럼 숨어 있지 말고 나와라!" 아미자를 든 초로인이 소리쳤다.
딸깍! 딸깍! 딸깍! 칼귀가 칼집에 부딪혀 나는 소리...
괴노들이 시선을 모았다.
십 여장이나 쭉 뻗은 나뭇가지 사이에 한 인영이 서 있었다.
손가락으로 칼귀를 퉁기고 있는 자. " .... " 괴노들의 안색이 딱딱하게 굳었다. "왕 노야! 전 노야! 두 분께서 철경 때문에 너무 수고를 하시는 것 같아 이렇게 왔소." 나무 위의 인영이 말했다.
젊고 담백한 목소리였다. "심영!" 괴노들이 입을 맞춰 소리쳤다.
나무 위에 서 있는 자는 해륭도의 대공자, 심영이었다.
휙! 심영이 멋지게 몸을 비틀며 나무에서 뛰어내렸다.
괴노들이 등을 맞대고 주위를 살폈다.
심영 외의 자들이 있는가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내가 한 번 눈짓을 주었을 텐데.
그쯤에서 돌아갔으면 좋았을 것을... " 심영이 말했다. "우리가 있다는 것을 알았단 말인가?" 낭아추를 든 자가 물었다. "파양호에 발을 들일 때부터... " 슥! 심영이 칼을 빼 들었다. "무엇을 하려는 게냐?" 아미자를 든 자가 매눈으로 소리쳤다. "아버지도 나도 욕심이 필요 이상 많은 자들은 별반 좋아하지 않지." 심영이 씩 웃으며 도신을 반쯤 드러냈다. "하늘 높은 줄 모르는 애송이! 어디에서 칼을!" 아미자를 든 자가 노호를 터뜨렸다. "네 놈 부자(父子)라고 해서 철경에 관심이 없지는 않을 테고....
마타룡을 왜 풀어 주었느냐?" 낭아추를 든 자가 내내 궁금하게 생각하던 바를 물었다. "아버지도 나도 철경에는 별반 관심이 없어.
단지 우리 것이니까 우리가 가져야 한다는 것 뿐! 언젠가는 회수할 것이다.
단지 지금은 아니야." 스윽! 심영이 도신을 완전 드러냈다.
촤르르르...
낭아추가 돌아가고 아미자가 손끝에서 빙글빙글 돌았다. "이상한 일이군.
철경을 눈앞에 두고도 여유를 찾다니... " 낭아추를 든 초로인이 중얼거렸다. "이왕 죽을 자들 궁금증이나 풀어 주고 죽였으면 하나 나의 일이 아니고 아버지의 일이라... " 심영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두 괴노의 인상이 일그러졌다. "으핫!" "죽어라!" 그들이 누가 먼저라 할 것 없이 낭아추와 아미자를 번뜩였다.
팟! 심영의 칼집이 빙글 허공을 치솟았다.
그가 몸을 비스듬히 틀며 칼잡이를 두 손으로 잡았다.
심영이 왼발을 앞으로 쭉 내밀며 칼과 함께 상체를 수직으로 내리 그었다.
도끼로 나무를 찍는 듯한 무지막지한 자세였다.
칼 그림자도 바람을 가르는 소리도 없었다.
숨을 막히게 하는 엄청난 경기의 회오리 뿐! 쩡! 쨍! 낭아추가 끊겨져 날아가고 아미자도 동강나 떨어졌다. "으으... " 괴노들이 신음을 흘렸다. "어떻게...
어떻게... " 낭아추가 날아가 쇠사슬만 든 초로인이 얼굴은 불신의 빛으로 가득했다.
그는 자신이 단 칼에 당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 모양이었다. "으으....
으악!" 아미자를 든 자는 비명을 질렀다.
퓨! 퓨! 퓨! 그의 허리에서 피가 폭죽처럼 터지며 상체와 하체가 서서히 분리되고 있었다.
사정은 낭아추를 든 초로인도 다르지 않았다. "끅!" 짧은 비명과 함께 그도 핏물 속에 쓰러졌다.
쓰윽! 쓱! 심영은 괴노들의 옷에 피묻은 칼을 닦았다.
철컥! 그가 칼집을 찾아 칼을 꽂았다. "벽해발산식(劈海拔山式)! 처음으로 사용해 보았다.
괜찮은 무공이군.
결국 나는 은형문주(隱形門主)로서의 길을 가야 하나?" 심영이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중얼거렸다.
심영! 당금 은형문의 문주...
해륭도주인 아버지도 모르는 사실이었다. - 은형문은 오백 년을 계승해 온 살수문이다.
문도는 언제나 후계자를 제외한 한 명! 은형문에 의해 죽은 자들이 누구라는 것은 아무도 모른다.
죽은 자는 말을 하지 않고 은형문의 후예들은 자신의 흔적을 남기지 않기 때문이다. * * * 선두에서 그녀가 탄 배를 호위하는 두 척의 배는 상강의 배였다.
미적거리며 나타난 오라버니...
직접 배를 이끌고 나타난 것을 보면 배 다른 형제지만 혈육에 대해 전혀 모른 척 하지 않는다는 것을 은근히 과시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속이 금방 드러나는 행동인데도...
담향이 만로방에 잡혀갔다는 소식에 대해서는 전혀 내색을 하지 않았다.
애석한 일이다.
담향은 소원대로 일찍 무일 오라버니를 부군(夫君)으로 맞아들이던가 했어야 했다.
그녀 역시 동생인 담향을 구하기 위해 총채의 인원을 동원할 의사는 없으니... "어이! 어이!" 수강의 분타주 이일이 고함을 질렀다.
유일하게 남은 총채의 투함...
그 투함이 그녀가 탄 배로 다가서고 있었다. "어이!" 이일은 투함과의 거리를 맞추며 속도를 조절했다.
쿵! 작은 흔들림과 함께 이일의 배는 총채의 투함에 매미처럼 달라붙었다.
이일이 자신의 배를 투함에 고정시켰다.
휘-휙! 학익선을 든 중년인과 광대뼈가 불쑥한 중년인이 선수에 발을 디뎠다.
와룡전의 전주, 주숙예와 묵룡당주, 손중보였다.
주숙예와 손중보가 이일의 안내를 받으며 그녀가 있는 선실의 문을 두들겼다.
담청은 위무일을 간호하던 손을 놓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가 선실의 휘장을 걷고 주숙예와 손중보를 맞았다.
주숙예와 손중보가 깊게 머리를 숙였다. "면목이 없습니다.
이런 일 정도는 예측했어야 하는 건데..." 주숙예가 무거운 안색으로 말했다. "예측 가능한 일이 아니었어요.
주 전주는 너무 스스로를 질책하지 마세요." 담청이 주숙예를 위로했다. "조금 더 깊이 생각했더라면 예측할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위 공자가 장강에 파랑을 몰고 올 것이라는 것은 왕왕 우리끼리도 이야기되었던 일입니다.
당연히 만로방에서도 위 공자를 장풍의 근원으로 생각했겠지요.
그만큼 위 공자가 두려웠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 사실을 간과했다니...
황룡당주, 적룡당주, 부대주...
나로 인해 숱한 총채의 동도들이 피를 흘렸습니다." 주숙예가 한숨을 쉬었다. "모두 지나간 일입니다." 담청이 담담하게 말했다. "손 당주!" 그녀가 묵룡당주를 불렀다. "호반영주를 본선으로 옮겨 주세요.
되도록 그의 모습이 다른 자들에게 보이지 않게...
쓰러져 있는 호반영주의 모습을 다른 자들에게는 보여주기 싫어요." "알겠습니다!" 묵룡당주 손중보가 포권으로 명을 받았다.
그가 선실 밖을 나가 투함을 향해 손짓을 했다.
투함에서 서너 명의 수하들이 이일의 배로 뛰어내렸다.
담청도 선실을 걸어나갔다. "이 분타주!" 그녀가 이일에게 다가갔다. "이 분타주, 분타주가 아니었으면 우리는 총채로 귀환할 꿈도 꾸지 못했을 거예요.
이 분타주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그녀가 이일에게 머리를 숙였다. "아이고! 태부인!" 담청이 머리를 숙이자 이일이 황감해 하며 급히 뱃전에 무릎을 꿇었다. "수강의 신 채주에게도 고마움을 전해 주세요." 담청이 이일의 배를 한 번 둘러본 후, 투함에 올랐다.
주숙예가 그녀를 뒤따랐다.
담청은 투함에 올라 뱃전에 섰다.
위무일이 총채의 수하들에 들려 선실로 옮겨지는 것이 보였다.
투함에 탄 자들이 바쁘게 움직였다.
크르르르...
투함이 포말을 일으키며 동정호로 선수를 틀었다.
이일의 수하들이 기립(起立) 자세로 서 담청을 배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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