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 장풍파랑 - 41편 (41/61) | 웹소설-내가 만드는 이야기 | 웹스토리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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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 장풍파랑 - 41편 (4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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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의 문주들은 그랬겠지." 심영은 자신의 고집을 꺾지 않았다.
상노가 미간을 좁혔다. "그 자를 반드시 상대해야 할 이유가 있습니까?" " .... " 심영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가 석실의 한 편에 있는 태사의에 털썩 몸을 걸쳤다. "어쩔 수 없군요.
청부를 수락하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동지(冬至)까지 그 자에 대한 모든 것을 보고 드리겠습니다." 상노가 머리를 조아리며 말했다.
그가 석실을 걸어나갔다.
심영은 손바닥에 얼굴을 기대고 눈을 감았다.
은형문주로서 첫 청부의 대상은 마타룡이었다.
상노의 말대로 위험한 상대임에는 분명했다.
하지만 그는 승리를 자신했다.
철경의 무공이라면 그도 아는 바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는 마타룡에 대한 청부를 거부할 수 없는 이유가 있었다.
파양호에서 마타룡을 바라보던 담청이라는 여자의 눈빛! 그 눈빛이 심영은 내내 걸렸다.
제 20 장.
민 강(岷 江).
소실봉(少室峰) 북쪽 숲에는 발타선사(跋陀禪師)가 창건하고 보리달마(菩提達磨)가 선법(禪法)을 연 소림사가 있다.
땡그랑! 땡그랑! 풍경 소리가 소림사의 정적을 일깨워 주는 오후였다.
소림 총림(叢林)의 방장(方丈) 성오선사(成悟禪師)는 녹옥불장(綠玉佛杖)을 끌고 장경각으로 향했다.
그는 방금 지객당(知客堂)에서 외인을 접견하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동창의 양 차보가 보낸 자였다. "아미타불!" 성오선사는 나지막이 불호(佛號)를 ㅇ다.
속세에서 부는 바람은 언제나 탁풍(濁風)이었다.
양 차보가 보낸 자는 역시 좋은 소식을 가져오지 않았다.
번거로운 일! 하지만 성오선사는 양 차보의 청을 일언지하에 거절할 수 없었다.
환관들과의 시비는 경내에 어수선함을 더욱 불러오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저 사마(邪魔)를 제압 중생의 어려움을 드는 보시행(普施行)을 한다고 생각하면 그만인 일이었다.
장경각으로 다가서자 가을 바람에 책의 향이 고스란히 묻어 났다.
성오선사는 잠시 장경각의 입구에 서 책 냄새를 음미했다.
그가 느끼는 냄새는 불조(佛祖)의 체향이었다.
장경각에 떨어지는 낙엽을 쓸던 몇 몇 사미(沙彌)가 성오선사를 보자 황급히 한 손을 가슴에 세워 머리를 숙였다.
한 손으로 예를 올리는 것은 이 조(二祖) 혜가선사(慧可禪師) 이후 오랜 소림의 예법이었다.
혜가선사는 외팔이였다.
교조(敎祖) 달마의 제자가 되기 위해 한 쪽 팔을 잘랐기 때문이다.
혜가선사는 그것으로 용맹정진의 의지를 보여주었고 마침내 달마를 감응(感應)시켜 제자가 될 수 있었다.
어쨌든 한 팔이었기 때문에 혜가선사는 합장(合掌)을 할 수 없었다.
한 손으로 하는 소림의 예법은 그 때문에 생겨났다.
삼 조(三祖) 승찬(僧瓚)은 스승인 혜가의 그림자까지 흠모하던 사람이다.
숭찬선사는 혜가선사의 모든 것을 고스란히 따라 했다.
한 손으로 하는 합장까지도...
소림의 예법은 그렇게 해서 굳어졌다. - 너희들은 외팔이도 아닌데 굳이 한 손으로 합장을 하려는 이유가 무엇이냐? 중요한 것은 공경하고자 하는 마음이다.
오 조(五祖) 홍인(弘忍)이 그렇게 말했었고 성오선사도 제자들에게 그렇게 말했다.
하지만 한 손으로 하는 합장은 쉽게 고쳐지지 않았다.
이미 한 손 합장이 업식(業式)으로 굳어졌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아니면 그 인사법을 통해 선종(禪宗) 본산(本山) 제자로서의 자부심을 다른 사찰(寺刹)에 은근히 알리기 위함인지... "성진은 있느냐?" 성오선사가 사미에게 물었다. "계십니다." 사미가 머리를 조아리며 말했다. "대사님! 대사님! 방장께서 오셨습니다." 그가 장경각에 서 성진대사를 불렀다.
털컹! 장경각의 문이 열리고 작은 체구의 노승이 모습을 드러냈다.
성진대사, 장경각을 책임진 자로 성오선사의 사제였다. "사형이 여기까지 웬일이십니까?" 성진대사가 함박 웃음으로 성오선사를 맞았다. "아이들을 잠시 물리도록 하라.
긴히 할 말이 있어서 왔다." 성오선사가 장경각으로 들어서며 말했다. "나한(羅漢)들은 모두 물러나 있거라!" 성진대사가 허공을 향해 소리쳤다.
휘휙! 휙! 몇 개의 인영이 여기저기서 움직였다.
장경각을 물러나는 그들은 장경각의 비급(秘 )을 지키는 나한들이었다. "무슨 일입니까?" 성진대사가 시봉승(侍奉僧)에게 차를 달이게 한 후, 성오선사에게 자리를 권하며 물었다. "동창에서 사람을 보내 왔네." "동창에서?" 성진대사가 얼굴을 찌푸렸다.
세상을 호호탕탕(浩浩蕩蕩)하게 보아야 할 수행자의 입장에서도 동창은 달갑지 않은 존재인 모양이었다. "양 차보가 일을 가져왔더군." "산림(山林)에 몸 담은 우리에게 무슨 맡길 일이 있다고... " 성진대사는 전후 사정도 듣지 않고 거부 반응부터 보였다. "뇌옥을 탈출했다던 강호의 소문은 역시 사실이었네.
삼악오가 출현했어." "삼악오?" 성진대사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는 삼악오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오십 년 전, 삼악오를 잡기 위해 법명대사가 인솔하던 추적대에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속해 있었던 그였다. "그들이 결국 법화 사숙의 금제(禁制)를 깨고 말았군요." 성진대사가 탄식을 터뜨렸다. "법화 사숙의 금제라니? 그게 무슨 말인가?" 성오선사가 의아한 눈빛으로 물었다. "사실은... " 성진대사가 난처한 표정으로 말을 꺼냈다. "법화 사숙으로부터 무슨 이야기가 있었군.
사제야 원래 법화 사숙과는 유난히 정이 돈독했으니... " 성오선사가 백미를 모았다.
법화대사, 법화 사숙은 바로 한 때 강호를 위진하던 생사무영필 공합이다.
전 전대 장경각주였던 무진 사숙조에게 패한 후, 소림에 출가했다.
소림에 출가한 후에도 그는 무공에 대한 열의를 놓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성진대사를 유달리 좋아했다.
성진대사도 무공을 좋아했고 또한 그는 타고난 무골(武骨)이었다.
성진대사가 어린 나이에도 삼악오를 추적하는 대열에 끼울 수 있었던 것도 그의 무공 성취가 다른 사형제들에 비할 바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법화대사는 성진이 무골임을 알아챈 후, 성진에 대해 각별한 관심을 쏟았다.
그 결과 성진은 약관에 백보신권(百步神拳)으로 샘의 물을 반 장여나 치솟게 하는 성취를 얻었다.
소림칠십이예(少林七十二藝)의 하나인 백보신권은 그 수련법이 독특하다.
먼저 깊은 샘 앞에 서서 마보(馬步)를 취한 후, 수심 깊은 곳을 마음속으로 그리며 그곳을 향해 주먹을 내지른다.
이 것을 일년 이상 계속하면 경력(硬力)이 모여 수면에 잔물결이 일게 된다.
그리고 더욱 더 단련을 하게 되면 수면의 물결이 요동치면 분수처럼 치솟는다.
하지만 그만한 성취를 얻는 일이 어디 쉬운 일인가? 사숙과 사형제들은 약관의 성진이 이룬 성취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소림은 성진에 대한 찬탄으로 한동안 시끌벅적했다.
그러나 전대 방장이자 사부인 법성선사는 달랐다.
법성선사는 녹옥불장을 치며 대노(大怒)했다.
중이 깨달음에는 관심이 없고 무공에 매달려 있으니 화를 낼밖에...
법성선사는 사제인 법화대사와 제자 성진을 불렀다.
그리고 일 년 면벽(面壁)의 형(刑)과 함께 무공 수련을 일절 금했다.
세속(世俗)의 나이로 따지면 법성선사는 법화대사의 한참 아래였다.
하지만 법화대사는 법성선사의 지고한 경지를 알기에 그의 명을 순순히 따랐다.
면벽 형이 끝난 후, 법화대사와 성진은 서로를 멀리 하는 듯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소림 제자들은 알고 있었다.
법화대사와 성진이 밤중에 몰래 만나 무공을 논함을... "어쩌겠느냐? 그들의 업이 그것인데... " 결국 법성선사도 그들이 무공을 닦는 것을 모른 척 넘어갔다.
법성선사까지 외면하자 법화대사와 성진은 더욱 무공에 대한 열의를 불태웠다.
그 열의는 그들이 불조의 미묘(微妙) 법문(法門)을 조금이나마 깨달을 때까지 계속되었다.
법화대사가 열반에 든 후, 성진은 무공을 완전 잊은 듯했다.
달마처럼 오랜 좌선으로 뼈마디가 아플 때면 근골을 풀기 위해 몸을 움직여 보는 정도뿐이었다.
하지만 소림의 승들은 알고 있었다.
성진대사의 무위가 이미 가늠할 수 없는 경지에 올라 있음을....
어쨌든 한 동안 같이 어울리고 무공을 닦던 연(緣)으로 법화대사와 성진은 유난히 가까웠던 터였다. "사실 삼악오를 조옥에서 탈출시켰던 사람은 바로 법화 사숙이셨습니다." 성진대사가 말했다. "혹시 했더니... " 성오선사가 머리를 끄덕였다. "법화 사숙도 한 때 생사무영필로 강호를 종횡 하던 분! 한낱 관부인들의 손에 흑살장이라는 무공이 소실됨이 아까웠던 모양입니다.
강호 동도로서의 의리(義理)도 생각났겠지요.
강호인들은 다른 강호인이 관부인에게 죽으면 마치 자신의 일처럼 분개합니다.
관부의 간섭을 누구보다 싫어하는 자들이 바로 그들이니까요.
또한 삼악오라는 자들이 악행(惡行)을 저질렀다고는 하나 행실이 그렇게 나쁜 것도 아니고 머리까지 정상이 아니었으니... " "사숙다운 생각이군.
그래서 그들을 구해 어떻게 했나?" 성오선사가 한숨을 쉬며 물었다. "삼악오를 구한 후, 사숙께서는 그들을 호되게 위협에 당신에 대한 두려움을 뇌리 깊숙이 심었습니다.
절대 사숙 당신의 명을 어기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삼악오는 원래 머리에 이상이 있는 자들이라 생각이 아이들과 별반 다르지 않지요.
몇 십년을 잠잠히 있었다는 것은 사숙의 위협이 통했기 때문입니다.
어쨌든 사숙은 그들을 위협한 후, 형산 음풍곡에 그들을 봉했습니다.
장난 같은 몇 가지 금제를 더해...
그래도 안심이 되지 않아 흑사회에 청해 삼악오의 동향을 감시하도록 했습니다.
먹을 것도 보살피기 위해... " "흑사회?" "법화 사숙의 친조카가 당시 흑사회의 총수였습니다.
정파라 자처하는 자들에게 일을 맡기려니 펄떡 뛸 것이 분명하고 해서 결국 흑사회에 일을 맡긴 것이지요.
법화 사숙께서는 열반에 드시기 전에 혹시 삼악오가 다시 일을 저지를까 염려해서 저에게 모든 것을 말씀해 주셨습니다.
결국 사숙의 걱정대로 일이 이렇게 되었군요." 성진대사가 삼악오와 법화대사에 얽힌 이야기를 끝냈다. "아미타불!" 성오선사가 염주를 외며 머리를 끄덕였다. "삼악오를 처치해 달라고 동창에서 사람을 보냈겠지요?" "그렇네.
자네가 나서 주어야겠어.
불철주야 용맹정진하는 사숙들을 이런 일로 깨워 선정(禪定)을 방해할 수도 없고... " "법화 사숙이 어차피 제게 맡긴 일! 당연히 제가 가야지요." 성진대사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미소를 떠올리는 것을 보니 성진은 이 일에 흥미를 느끼는 모양이었다.
오랫동안 잠들어 있던 무혼(武魂)이 꿈틀대는지... "십팔 나한들을 데려가게." "필요 없습니다.
저 혼자라도 충분합니다.
나한들까지 나서면 주위의 이목도 시끄러울 테고... " "사제의 실력을 내가 모르는 바가 아니나...
당시 삼악오를 잡을 때는 무당까지 나섰어." "사형, 제게 맡겨 주십시오.
호승지심에 만용을 불태울 나이는 이미 지났습니다.
껄껄껄!" 성진대사가 수염을 쓸며 웃었다. "알겠네.
그럼 자네를 믿지." 성오선사도 미소를 지었다.
그가 소사미가 다려 온 차를 들었다. "삼악오를 발견하면 어떻게 할 참인가?" 성오선사가 찻잔에 입을 대며 물었다. "법화 사숙의 유지(遺志)가 있었으나 저들의 다시 난동을 부린다고 하니...
불살계(不殺戒)를 어길 도리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죽이지는 말게." "죽이지 말라니요? 그럼 동창에 넘기라는 말입니까? 그럴 바에야 차라리 죽이는 것이 그들을 위해 낫지 않을까요? 동창에 넘겨지면 온갖 곤욕을 치른 후, 죽을 텐데." 성진대사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동창에 넘기라는 말이 아닐세.
그들을 제압한 후, 본사(本寺)로 데려오게.
법화 사숙처럼 그들을 비처(秘處)에 숨겨둘 생각일세." "살계를 우려해서 입니까?" " .... " 성오선사는 찻잔을 놓으며 가만히 고개를 저었다. "삼악오는 황제를 능멸한 자들이지.
그리고 환관들은 삼악오에 대해 거짓 보고를 올려 다시 황세를 능멸했고...
얼마나 음험한 일인가? 세간에 이 사실이 알려지면 아무리 환관당(宦官黨)의 세가 막강하다 하나 그들도 화를 면하기 어려울 것일세." "사형께서는 그럼 삼악오로 환관당을 칠 생각을... " 성진대사가 안색을 달리했다. "쯔쯔...
아무리 환관당의 행패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는 하나 어찌 불법을 따르는 자가 세간의 권모술수로 그들을 상대한단 말인가? 그리고 환관당이 영원히 세상을 좌지우지할 것 같으나 그들의 영욕도 오래가지 못할 것이야.
변하고 변하는 것이 세상의 이법이니... " 성오선사가 찻잔의 뚜껑을 덮으며 말했다. "그럼 도대체 무슨 이유로?" "환관들은 의심이 많은 자들이다.
저희들을 한순간에 날려 버릴 비밀을 쥐고 있는 우리 소림이 고깝게 보이겠나? 만에 하나 어리석은 그들이 영원히 비밀을 지키고자 살인멸구를 꿈꾼다면 어떻게 하겠나? 동창의 힘이면 본사를 반역도(叛逆徒)로 내모는 것은 우스운 일이지." "음... " 성진대사가 신음을 흘렸다. "구차한 이야기라 더 이상 말하지 않겠네.
삼악오는 그들의 난동을 막기 위해서 필요하다." "무슨 뜻인지 알겠습니다." "자네가 삼악오를 제압한다면 일단 동창에는 그들을 한줌의 뼈로 날렸다고 보고하겠네." "의심 많은 그들이 믿을까요? 필경 시신을 요구할 텐데... " "껄껄껄! 의심이 많은 자들은 또한 제 의심으로 인해 얼토당토않은 말을 쉽게 믿기도 하지.
한 번 보겠나?" 성오선사가 돌연 찻잔을 잡았다.
그의 장심이 붉게 달아올랐다.
푸시시! 찻잔이 일순간에 가루가 되어 흩날렸다. " .... " 성진대사는 말을 잊었다.
그가 알기로 사형, 성오는 오로지 좌선에만 매달린 사람이다.
그런 그가 이 정도의 무공을 가지고 있다니... "화열불면장(火熱佛面掌)이라는 것인데 이 정도면 사람의 뼈까지 가루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을 환관들이 믿겠나?" "당연히 믿겠지요." 성진대사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제 의심에 속는 것이 아니라 찻잔을 단숨에 가루로 만들 실력이면 사람도 한 줌의 재로 만드는 것은 분명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선정을 오래 하면 금강역사(金剛力士)까지 마음대로 부리는 신통력(神通力)을 얻는다는 사숙들의 말을 사형, 성오선사를 통해 성진은 실감했다. "그럼 서둘러 가 주게.
번거롭게 방장실(方丈室)로 다시 오지 말고 바로 떠나도록 하게." 성오선사가 녹옥불장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성진대사는 성오선사를 배웅했다. "허어! 저놈의 산!" 장경각을 나서며 성오선사가 소리쳤다.
소실봉의 하늘은 눈이 시리도록 푸르렀고 그 하늘 아래는 만산(萬山)이 홍엽(紅葉)이었다. "아미타불!" 성진대사가 합장으로 깊게 머리를 숙였다. * * * 민강의 발원지(發源地)는 민산(岷山)이다.
촉도를 굽이 흐르는 민강은 성도, 가정을 거쳐 서주(敍州)에서 장강에 합류한다.
위무일은 민강을 따라 서주의 교외(郊外)를 걷고 있었다.
넘실거리며 흐르는 물결! 위무일의 마음은 편했다.
이곳은 바로 어머니의 땅이기 때문이었다.
그가 가는 곳은 민강 수채였다.
차일피일 미루다 이제야 외숙을 만나러 가는 길이었다.
서주 교외에서 십 여리 떨어진 곳에 민강의 수채가 있다.
빽빽한 잣나무 숲, 이끼낀 담장...
촉도의 자연과 어우러져 소박하게 자리잡고 있는 전각들이 바로 민강 수채였다.
정문에 휘날리는 깃발에는 말머리에 용의 몸뚱이를 한 이물(異物)이 그려져 있었다.
민강의 표기(標旗)인 기상(奇相)! 삼황오제(三皇五帝)의 한 분인 황제(黃帝)가 천하를 다스릴 때였다.
진몽씨(震蒙氏)라는 자의 딸이 황제의 귀중한 보석을 훔쳐 삼키고는 이곳에서 투신 자살을 했다.
그 뒤 그녀의 혼은 말의 머리에 용의 몸뚱이를 한 기상이라는 괴물로 변했다.
그리고 그녀는 기상이 되어 이곳의 뱃길을 지켜 주는 수신(水神)이 되었다.
기상의 전설이 깃든 민강...
그래서 민강 수채는 기상을 표기로 사용했다.
위무일은 휘날리는 기상의 깃발과 수채의 현판을 바라보며 옷깃을 가다듬었다.
그가 수채로 발길을 향했다.
어머니가 태어나고 자란 곳! 어깨를 펴고 늠름한 모습을 보이려고 했으나 위무일의 고개는 자꾸만 숙여졌다.
그는 탕아(蕩兒)였다.
한 때의 좌절을 견디지 못해 부모를 두고 훌쩍 떠났고 돌아와서는 아직 부모의 원수도 갚지 않았다.
변명할 말이 없었다. "멈춰라!" 수채의 정문을 지키던 수하들이 그를 막았다. "누구냐?" 그를 막는 수하들의 뒤에서 걸어나오는 자는 위무일도 약간 안면이 있는 자였다.
그가 위무일을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도 위무일이 안면이 있는 모양이었다. "아!" 돌연 그가 자신의 무릎을 쳤다. "공자!" 그가 반색을 하며 위무일에게 달려와 부복( 伏)했다. "호반영채의 공자께서 오셨다! 서둘러 채주께 공자님이 오셨음을 전하라!" 그가 고개를 들며 수하들에게 소리쳤다.
수하들이 화들짝 외당으로 뛰어갔다.
위무일도 멋쩍은 웃음을 흘리며 수채로 들어섰다. "공자님이다!" 민강의 무사들이 여기저기서 뛰어나오면 환성을 질렀다.
위무일은 가슴 한 편이 훈훈했다.
그를 맞는 총채의 표정은 냉담했었다.
무하도 마찬가지였고 대다수의 장강 동도들도 그를 냉담하게 대했다.
하지만 민강은 달랐다. '누선주, 몽충선주, 유정선주...
호반영채가 무너지지 않았다면 그들은 민강의 사람들 이상으로 나를 반갑게 맞아 주었겠지.' 민강 동도들의 환대에 위무일은 호반영채의 수하들을 떠올리고 있었다.
회한은 다시 자책으로 이어졌다.
그가 민강 수채 동도들의 환대를 모른 척 하며 내당으로 걸어갈 때였다. "형님!" 약관의 청년이 그를 불렀다.
위무일을 향해 걸어오는 자는 마원이었다.
그들의 뒤에는 세 명의 중년인이 뒤따르고 있었다.
외당, 내당의 당주들과 총관이었다. "오라버니!" 내당에서 다시 두 명의 소녀가 달려나왔다.
사촌 누이들이었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어요?" "왜 이제야 오셨어요?" 누이동생들이 조잘대며 정신없이 매달렸다.
위무일로서는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풍경이었다. "많이 컸구나." 위무일이 잔잔한 웃음으로 그녀들을 반겼다. "외숙은?" 그가 마원에게 물었다.
마원이 안색을 찌푸렸다. "기다리고 계십니다." 그가 무뚝뚝하게 말하며 위무일을 내당으로 안내했다.
짙은 눈썹에 뚜렷한 콧날, 전체적으로 냉막한 인상을 주는 중년인이었다.
민강의 채주, 마환(馬煥)! 위무일의 외숙이 바로 그였다.
코 위로는 마원보다 오히려 위무일이 마환을 더 닮은 듯 했다.
사람들이 아버지를 닮았다는 소리를 더 하기 좋아하지 않는다면 위무일도 마환을 닮았다는 소리를 제법 들을만 했다.
마환은 커다란 의자에 앉아 있었다.
그는 아직 추운 날씨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얇은 모피로 하반신을 가리고 있었다.
위무일은 마환의 얼굴을 바로 바라볼 수 없었다.
그가 마환의 시선을 피하며 읍을 했다. "모두 물러가라!" 마환이 손을 저었다.
마원을 비롯 내, 외의 당주들이 포권을 하며 물러났다.
마환은 쉽게 입을 열지 않았다.
대채에 침묵이 흘렀다.
그럴수록 위무일의 마음은 초조했다.
마치 무엇인가에 쫓기는 기분이었다.
한동안이 침묵이 흐른 후, 마환이 마침내 입을 열었다. "총채에 있다고 들었다.
의외로구나.
나는 네가 돌아오더라도 수로연맹에는 절대 발을 들이지 않을 줄 알았다.
총채는 더욱... " 마환이 말했다.
마환은 위무일의 어머니인 누나를 통해 위무일의 고뇌를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위무일이 장강을 홀연히 떠난 이유를 조금은 짐작했다.
이인자로 머물 수밖에 없었던 조카의 고뇌! "전임 총채주와는 호형호제하고 지냈었지.
전임 총채주와의 의리 때문에 총채에 갔던 게냐?" " .... " 위무일은 마땅한 답변을 찾지 못했다. "나는 네가 당장 민강으로 찾아와 복수를 논할 줄 알았다.
총채에 들어간 전후 사정은 나도 알고 있다.
주숙예가 전후 사정을 설하며 복수를 훗일로 돌렸겠지.
맞느냐?" " .... " 위무일은 그 간단한 물음에도 답하지 못했다.
외숙이 던지는 한 마디, 한 마디 말은 이제까지 그가 가졌던 생각들을 모두 꿰뚫고 있는 듯했기 때문이다. "좋다.
원한을 갚는 일은 한 대에 이루지 못하면 다음 대에 갚으면 그만인 일.
총채의 사정도 급박하고 수로연맹의 사정도 급박하니 큰 안목으로 원한을 해결하려고 생각한 것은 오히려 박수를 보낼 일이다." 마환이 '오히려'를 힘주며 말했다. "총채에 머무는 것은 전임 총채주에 대한 의리 때문! 복수를 미룬 것은 수로연맹 전체의 상황을 고려했기 때문!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무하에서의 난동은 나는 이해할 수 없구나.
설명해 줄 수 있겠느냐?" 그가 목소리를 낮추며 물었다. " .... " 변명할 말은 분명 있는 듯 했다.
그러나 생각이 잘 나지 않았다. "무하 채주에게 잘못이 없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는 네 아버지와 오랫동안 생사를 같이 한 동도다.
한 번 잘못했다고 해서 죽이기까지 해서야 되겠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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