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 장풍파랑 - 42편 (42/61) | 웹소설-내가 만드는 이야기 | 웹스토리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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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 장풍파랑 - 42편 (42/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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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채의 어려움은 복수를 미룰 정도로 잘 이해해 주지 않았느냐? 그런데 왜 무하 채주의 실수는 이해해 주지 않았지?" 마환의 목소리는 잔잔했다.
그러나 그가 던지는 한마디의 말은 위무일에게는 비수였다.
위무일의 이마에 식은땀이 맺혔다.
마치 외숙은 담청을 둘러싼 그의 속마음을 모두 알고 말하는 듯했다. "다시 말하지만 작금의 수채 채주들은 네 아버지와 생사를 같이 한 동도들이다.
그런 채주들이 너를 두려워해야 하다니...
아버지에 대한 예의도 아니다.
일단 무하 수채에 머리 숙여 사과를 하라.
왜 스스로 고립을 자처하느냐? 네가 하는 짓을 보니 이전처럼 장강을 떠날 꿈도 꾸지 않는 것 같은데..." 마환이 비로소 자신의 표정을 드러냈다.
못마땅한 기색이 역력한 표정이었다. "궁금한 점이 한둘이 아니다.
하지만 방금까지의 일은 모두 지난 일! 나는 앞으로 네가 어떻게 행동할 지 묻고 싶다." 마환이 하반신을 덮은 모피를 바로 펴며 말했다. "총채주 자리를 둘러싼 수로연맹의 내홍(內訌)을 잘 알고 있겠지?" "알고 있습니다." 위무일이 마지못한 듯 입을 열었다. "추측이다만 내가 이제까지 너의 행보를 지켜볼 때 너는 흥악이라는 아이를 총채주에 앉힐 생각이더구나.
맞느냐?" " .... " "그렇겠지.
총채에 발을 들이고 무하에서 난동을 부렸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네가 그 같은 생각을 가진 줄 알았다.
역시 전임 총채주와의 의리 때문이겠지." 마환이 눈을 지긋이 감았다.
위무일은 눈썹을 꿈틀거렸다.
다행이었다.
외숙이 자신이 일으킨 모든 문제를 백승명과의 의리로 돌려주니...
그래서 그는 적이 안심을 했다.
마환이 눈을 번쩍 떴다. "분명히 말하겠다! 내가 총채주로 내정한 사람은 천화인, 그 아이다!" 그가 이제까지와는 달리 또렷한 목소리로 말했다. "왜 화인입니까?" 위무일이 물었다.
자르듯이 내던지는 외숙의 말에 위무일은 본능적인 거부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화인에 대한 질투심 때문은 절대 아니었다. "나 보고 화인과 흥악이라는 아이를 비교하라는 말이냐?" "수로연맹의 일은 총채주가 혼자 책임지지 않습니다.
총채주는 실상 상징적이 존재로 남아도 무방합니다." 위무일은 뚜렷이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총채주를 할 능력이 있는 자가 있는데 일부러 상징적인 역할밖에 하지 못하는 총채주를 앉힐 필요는 없지.
그리고 흥악이라는 아이가 총채주에 앉으면 각 수채와 총채의 수하들을 다스리며 총채주를 대신해 명을 내릴 누군가가 있어야 할 것이 아닌가? 너는 그 자리에 어울리는 마땅한 사람이 있다고 생각하느냐?" 마환이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위무일도 미간을 좁혔다.
마땅한 사람이 없다니...
담청! 외숙도 그녀의 존재를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데도 외숙은 담청을 무시하고 있었다. "네가 그 일을 하겠느냐?" " .... " "당연히 너는 그 일을 하지 않을 것이다.
남의 뒷시중을 드는 일은 누구보다 싫어했으니... " 마환이 위무일을 지긋이 바라보며 말했다.
위무일은 이제는 할 수 있다고 외치고 싶었다.
그리고 후견인은 자신뿐 아니라 담청도 있다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의 말은 입 속에서만 머물렀다. "태부인이라는 여자에 대해 말하고 싶은 게냐?" 마환이 위무일의 마음을 꿰뚫었다. "불가(不可)! 그 여자는 수로연맹을 자신의 야심의 제물(祭物)로 삼을 것이다." "무슨 이유로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무슨 이유라... " 마환이 미간을 모았다. "단도에서 일대 접전이 벌어진 후의 일이다.
누님은 총채를 찾아갔지.
전임 총채주는 심한 부상을 당한 터라 사람을 접견할 수 없는 처지였다.
태부인이라는 여자를 만났지.
그 여자에게 단도의 복수전을 펼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그 여자는 일언지하에 누님의 청을 거절했다." 이미 들은 바 있는 쾌케 묵은 이야기였다.
외숙은 그 때문에 담청에게 앙심(怏心)을 품고 있었던가? "복수전을 거부한 까닭은 너도 들었을 것이다.
오랜 싸움으로 장강의 동도들은 지켜 있었고 관부에서도 간섭을 시작했다는 것을...
태부인이라는 여자가 주창한 화해는 일견 정당해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누님과 나의 생각은 달랐다." 마환이 자세를 고쳐 앉으며 말을 이어갔다. "만로방은 어차피 한 판 승부로 승패를 결정지어야 할 상대다.
누님은 싸움을 끌면 희생자만 늘어날 뿐이라 생각했지.
그래서 이왕 싸울 싸움이면 서둘러 싸우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다.
누님의 판단이 틀리지 않았음은 작금의 정황이 증명하고 있다.
서로 전열을 정비하지 않은 상태에서 싸웠다면 전열을 정비하지 않은 만큼 서로의 인명 피해가 줄어들었겠지.
단도에서 죽은 원혼들도 통쾌하게 생각했을 테고... " 마환이 의자를 손바닥으로 가볍게 쳤다. "그러나 어쨌든 태부인이라는 여자는 반대했다.
누님이 어떤 사람이냐? 태부인이 반대했다고 쉽게 자신의 고집을 꺾을 사람은 아니지." 그가 실소를 흘렸다.
맞는 말이다.
어머니는 민강 사람이다.
민강인들의 고집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 "나에게 상류 수채를 설득해서 싸움을 준비하라고 했다.
금사강을 비롯한 상류 수채의 채주들은 모두 의리를 앞세우는 호협(豪俠)한 자들이다.
싸움에 나서 주겠다고 했지.
특히 금사강의 천 채주는 누구보다 나와 누님의 뜻에 동조했다.
천 채주에 대해서 너는 어떻게 평하는가 모르겠다.
내가 평하기로는 그야 말로 진정한 장강의 무골이다.
화인은 제 아버지의 용맹한 기질에 인의(仁義)와 지혜까지 갖추었다." 마환은 그 순간에도 천화인에 대한 칭찬을 빠뜨리지 않았다.
위무일이 전혀 공감하지 못하는 말은 아니었다.
그도 천화인은 높게 평가하는 터였다. "각설하고 누님과 내가 만로방과의 일전을 착착 준비해 갈 때였다.
태부인이라는 여자가 회맹을 요구했지.
의외로 주황이 화해의 서신을 보내왔다는 게야.
군산에 각 채주들이 모였다.
설전이 오갔고 결론은 내가 들은 그대로다." 마환이 그때를 회상하며 한숨을 쉬었다. "누님은 잠시 좌절한 듯 보였다.
그러나 그 순간은 오래가지 않았지.
누님은 혼자 싸우기로 결심한 모양이었다.
네 아버지의 복수를 하지 않고는 잠을 이루지 못했겠지.
나로 하여금 황사로를 치라는 명을 내렸다.
그리고 누님은 만로방의 분회들을 치며 개봉으로 나아갈 생각이었다.
일단 싸움을 벌이면 전면전(全面戰)으로 확대되리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총채로 찾아갔다.
최소한 총채주에게는 자신의 계획을 보고는 해야겠다는 것이 누님의 생각이었지." "형님을 만났습니까?" "어렵게 만났다고 하더구나.
초췌한 얼굴에 사람의 몰골이 아니더라는구나.
많은 말을 나누지는 못한 모양이다.
단지 몇 가지 사실은 알아냈지.
전임 총채주는 말했다.
주황이 화해를 요구한 이유는 해손왕이라는 자가 화해를 하도록 압력을 넣었기 때문이라고." "해손왕?" 위무일이 의외의 인물에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렇다.
태부인이라는 여자가 해륭도로 그를 찾아갔었던 모양이다.
수로연맹이 단도의 패전 이후, 비세로 몰린 것을 알고 동맹을 청하러 갔거나 아니면 화해를 교섭해 줄 것을 의뢰하기 위해 갔겠지.
역시 총채주로부터 누님이 직접 들은 이야기다." "해손왕이 담청의...
아니 태부인의 청을 받아 들였다고 합니까?" 위무일이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들어주었으니 주황이 화해를 청한 것이겠지.
주황이라면 나도 조금은 알고 있다.
그는 절대 먼저 화해를 청할 자는 아니다.
주황도 해손왕의 존재는 두려웠을 것이다.
그러니 울며 겨자 먹기로 화해를 청했겠지." "해륭도는 원래 강호의 일에 간섭을 하지 않는 곳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가 태부인의 몇 마디 말에 화해를 청하러 나섰다는 말입니까?" "태부인이 해손왕을 어떻게 구워삶았는가는 자신만이 알 일이다.
어쨌든 누님은 알 수 없었다.
해손왕까지 끌어들여 화해를 성사시켜야 할 이유가 있었는지...
전임 총채주가 누님의 의문에 답했다." 마환이 목청을 가다듬었다. "대부인, 나의 마누라는 보통 사람보다 야심이 배는 크오.
장강의 패주 자리를 지키기 위해서는 무엇이라도 할 여자지.
하하하!" 그가 안광을 빛내며 전임 총채주의 목소리를 흉내냈다.
절묘한 시점에 절묘하게 백승명의 목소리를 흉내내는 마환의 화술(話術)은 위무일의 심경을 사정없이 흔들 정도로 절묘했다. "그제야 누님은 알게 된 것이야.
사실 누님은 단순하다.
만로방은 영원히 화해할 수 없는 적! 만로방을 쳐 네 아버지를 비롯한 장강 동도들의 원수를 갚아야 한다는 것뿐이다.
그러나 태부인이라는 여자는 생각을 조금 달리 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마환의 눈빛이 점점 한광을 뿌렸다. "그 여자는 만로방과의 일전의 결과 양패구상으로 총채가 무력화(無力化) 되는 것을 두려워했지.
수로연맹의 각 수채들은 양패구상을 당하더라도 오랜 물길의 역사에 기대 재기할 여력이 있다.
하지만 총채는 아니다.
총채는 해체되어 각 수채로 뿔뿔히 분산되겠지.
그렇게 된다면 그 여자는 당연히 태부인이라는 칭호도 더 이상 듣지 못하게 될 것이다.
아마 그 여자는 그것이 두려웠던 모양이다.
지금도 그 여자는 총채는 피 하나 보지 않은 채 만로방과 싸움을 벌이려 하고 있을 것이다.
수룡왕 때는 생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각 채주들이 수룡왕을 진심으로 존경했던 이유는 그가 가장 어려울 때 가장 어려운 곳에 있었기 때문이다!" 마환이 냉랭하게 소리쳤다. "누님은 월장을 하다시피 하여 만난 전임 총채주에게 그렇게 들었다.
참담한 심정으로 총채를 나섰지.
총채의 수하들이 우르르 누님 주위로 몰렸다.
태부인이라는 여자는 자신의 야심만큼 놀라운 재주도 있었던 모양이다.
해손왕도 총채의 수하들도 모두 그녀의 뜻대로 움직이는 것을 보면...
총채의 수하들이 물었다.
싸움을 청하기 위해 총채주를 만났느냐고.
누님은 당당히 그렇다고 대답했다.
실랑이가 벌어지고 총채의 미친놈들은 누님에게 욕설도 한 모양이다.
싸움밖에 모르는 혈귀(血鬼) 같은 여자라고!" 그가 두 눈을 부릅떴다.
위무일 이상으로 표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그다.
위무일은 외숙의 분노를 가늠했다. "누님은 개의치 않았다.
호반영채로 돌아와 누선주에게 싸울 준비를 명했지.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호반영채는 겁화와 함께 장강에 자신의 이름을 지웠다.
한순간에 일었던 장강의 소요도 그것으로 끝난 것이지.
허허허!" 마환이 공허하게 웃었다. "외숙부께서는 태부인이라는 여자가 만로방과의 싸움을 피하기 위해 영채의 겁화를 일으켰다고 생각하십니까?" 위무일이 마지못한 듯 물었다.
정말 묻기 싫은 질문이었다.
하지만 그는 외숙의 의중을 명확히 알고 싶었다. "총채가 호반영채를? 총채도 싫고 태부인이라는 여자는 더욱 싫음을 부인하지 않겠다.
그렇다고 총채가 호반영채를 쳤으리라는 생각은 해 본 적이 없다.
총채는 호반영채를 칠 능력이 없다.
그리고 생각이 다르다고 영채를 불태울 독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 총채에 있다고는 믿지 않는다.
나를 편협한 사람으로 몰지 마라." "죄송합니다." 위무일이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숙였다.
담청을 변호하고자 하는 마음에 과한 말을 던졌음을 위무일은 깨닫고 있었다. "내가 이제까지 지난 이야기를 왜 했는지 아느냐? 장강의 주인은 장강을 위할 줄 아는 사람이 해야 한다.
백흥악이라는 아이는 수룡왕, 유룡의 고귀한 피를 이어받았다.
그것만으로도 자격이 있다.
반대하지 않는다.
네놈의 말대로 그 아이가 자신의 자리를 잡을 때까지 주위에서 잘 보살피면 되니까.
그러나 문제는 그 아이를 보살필 자가 담청이라는 여자! 내가 화인을 총채주로 밀고자 하는 이유다!" 마환이 자르듯이 말했다. " .... " 위무일은 다시 침묵을 지켰다.
외숙의 결정에 불만이 있어서가 아니었다.
그는 정말 괴로웠다.
담청의 야심! 그도 모르는 바는 아니었다.
하지만 모른 척 넘어가려 했었다.
그런데 외숙은 어머니의 일까지 들먹이며 그녀를 공박하고 있었다.
때문에 이제 담청을 두둔하는 일을 그녀의 잘 잘못을 떠나 어머니에 대한 모독(冒瀆)이었다. '어떻게 해야 하나?' 위무일은 혼란스러웠다.
어머니의 분노, 미천한 신분의 굴레를 벗어나기 위해 바동거리는 담청의 안쓰러운 모습이 뒤섞여 그의 머리를 어지럽혔다. "천화인! 담청! 누구도 너의 선택을 강요할 사람은 없다.
선택은 너의 몫이다.
올바른 판단을 하리라 믿는다." 마환이 건조한 목소리로 말했다.
대채에 침묵이 흐르고 위무일은 계속 생각의 갈피를 잡지 못한 채 헤매는 중이었다. "영채를 불태운 흉수에 대해서는 단서를 찾았느냐? 나도 사람들을 풀어 몇 개월 째 찾고 있지만 아직 소식이 없구나." 마환이 말했다. "짐작 가는 곳이 있습니다." "짐작 가는 곳이 있다고? 흉수의 꼬리를 잡았단 말이냐?" 마환이 다급히 물었다. "벽부! 흉수는 벽부의 잔당들인 것 같습니다." "벽부 놈들이!" 마환이 소리쳤다. "과연...
그놈들이 아니면 강호에 누가 흔적도 없이 호반영채를 불태울 수 있단 말인가? 내가 어찌 그 생각을... " 그가 주먹을 불끈 쥐었다. "벽부의 잔당들이 아직도 남아 있으리라 생각한 사람이 있었겠습니까?" "맞는 말이다." 마환이 손바닥으로 팔걸이를 쳤다. "그런데 이상하구나.
벽부 놈들이 무슨 이유로 호반영채를?" "벽부의 수뇌들은 조양인의 후예! 그들은 철경을 당연히 자신의 것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모양입니다." "그랬었군." 마환이 눈살을 찌푸렸다. "매부와 누님이 철경의 무공을 사용하는 것을 나는 보지 못했다.
그래서 나는 호반영채에 철경이 있는 줄도 몰랐다.
근자에야 네가 철경의 무공을 사용하고 있다고 들었다.
그럼 호반영채에 철경은 분명 있었겠구나." "제가 가지고 있습니다." 위무일이 철경을 품속에서 꺼냈다. "음... " 마환이 신음을 흘렸다.
위무일은 철경을 마환에게 바치려 했다.
마환이 손을 저었다.
위무일이 주저하며 철경을 다시 품속에 갈무리했다. "철경이 어떻게 네 수중에 들어갔는지 물어도 되겠느냐?" "아버님으로부터 받았습니다.
아버님은 물론 조양인으로부터 직접 받았습니다.
조양인은 마땅한 후인이 없었던 모양입니다.
아무에게나 줄려니 그렇고 자신의 성취를 땅에 파묻자니 더욱 아깝고...
벽부의 일전에서 아버지를 본 후, 조양인은 아버지에게 깊은 인상을 가졌던 모양입니다.
만약 벽부의 무리들이 다시 난동을 피우면 철경을 익혀 그들을 치라는 말과 함께 철경을 건넸습니다." "그렇게 된 것이군." "하지만 아버님은 철경을 받은 후, 내내 땅 속에 처박아 두었습니다.
따지고 들면 할머님과 고모님이 죽음을 맞게 된 원인은 조양인이 벽부를 세웠기 때문이 아닙니까? 그리고 조양인의 아들들은 원수...
아버님은 그래서 철경을 쳐다보기도 싫어한 것입니다.
만약 조양인이 벽부의 재등극을 우려하는 말을 하지 않았다면 아버님은 철경을 벌써 불살랐을 것입니다." "네 말이 맞다.
매부는 그러고도 남음이 있는 사람이지." "그 이후로도 아버님은 한동안을 망설였습니다.
그러다가 결국 철경을 저에게 건네주었습니다.
아마 아버님은 벽부의 재등극보다 만로방의 기승에 놀라 철경을 저에게 건넸을 것입니다.
철경을 익혀 총채의 파수꾼이 되기를 바란 것이겠지요." 위무일이 실소를 흘리며 말했다. "벽부...
철경...
그럼 그때 그놈들도 철경을 노리고... " 마환은 위무일의 이야기를 한 귀로 들으면 무엇인가를 깊이 생각하고 있었다. "그럴 수도 있겠군." 그가 혼자말로 중얼거렸다.
생각에 잠겨 있던 마환이 고개를 들었다. "이제 어디로 갈 참이냐? 특별한 일이 없다면 여기 있다가 쌍십절에 맞추어 원과 함께 총채로 가라." "외숙부님은 총채에 가지 않으십니까?" "원이 나를 대신해 갈 것이다.
그리고 만로방과의 싸움도 원이 책임진다.
원은 아직 어리니 네가 잘 돌봐 주도록 하라!" 마환이 약간 노기띤 목소리로 말했다.
위무일은 묻지 않았다.
만로방과의 최후 일전이라는 중요한 자리에 마원이 외숙을 대신해야 하는 이유를... "그만 나가거라." 마환이 피곤한 표정으로 손을 저었다.
위무일이 읍을 하며 대채를 나섰다. "무일!" 마환이 대채를 막 나서려는 위무일을 불렀다. "몇 년 전만 하더라도 너는 정말 괜찮은 아이였다.
그런데 근자에 들어 너를 보면 불안한 마음뿐이다.
삼 년만에 돌아와서도 뚜렷하게 발을 내리는 곳이 없다.
행동도 돌발적이다.
부유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는 것은 나만의 착각인가?" " .... " "만약 내 말이 맞다면 그만 자리를 잡도록 하라.
죽음을 당하기 전에 누님이 나에게 한 말이 있다.
네 아버지는 더 이상 선대의 은혜로 너의 발을 묶지 않겠다고 말했다더구나.
지금도 장강이 지긋지긋 하면 떠나라.
수룡왕에 대한 은혜는 네 아버지와 어머니의 공으로도 충분하다." 위무일은 콧등을 매만졌다.
가슴에 울컥한 정이 치솟았다.
결국 아버지는 아들의 생각을 따르게 되나 보다. "수룡왕이 네게 쏟았던 정, 전임 총채주와의 의리...
떠나기 힘든 사정들도 있을 것이다.
추운객 어르신은 만나 보았느냐?" 마환의 물음에 위무일은 고개를 저었다. "섭섭해하실 게다.
추운객 어른을 찾아가라.
작금의 정세를 비롯해서 너에게 좋은 이야기를 들려주실 것이다." "쌍십절 이전에 찾아 뵙겠습니다." 위무일이 머리를 숙였다. "스스로가 괴로워 흔들리겠지.
그러나 생각할 것은 흔들리는 것을 지켜보는 사람도 그 못지 않게 괴롭다는 사실을 알아야 할 것이다.
하긴 네 아비, 어미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니니 이제 너의 괴로움을 같이 아파해 줄 사람도 없겠지만... " 마환이 쓸쓸한 미소를 흘렸다.
위무일은 더욱 고개를 떨구었다.
아버지를 단도에서 잃고 오로지 복수의 일념으로 동분서주했을 어머니...
위무일은 가슴이 쓰렸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어떤 분들인가? 그를 낳아 주고 애정으로 키워 준 분! 새삼스럽게 되씹히는 부모의 정은 반대로 담청에 대한 분노로 이어지고 있었다.
일은 둘째치고 자기를 생각해서라도 담청은 어머니를 그렇게 섭섭하게 대하면 안되었다.
그가 담청에게 느끼는 분노는 어머니 일 말고도 많았다. '해손왕... ' 위무일도 외인에 대해 폐쇄적인 수로연맹의 정서를 그대로 가지고 있었다.
그는 해손왕까지 동원 만로방에 화해를 청한 담청의 태도에 짜증까지 느꼈다.
담청의 야심이 이토록 추하게 느껴진 때는 오늘이 처음이었다.
생각하니 천화인이 총채주가 되어야 한다는 외숙의 말을 반박할 마땅할 말도 없었다.
수채의 뒤뜰을 거닐며 위무일은 부글부글 끓는 분노를 달래려 애썼다.
담청에 대한 분노는 자신에 대한 분노로 이어지고 있었다.
수로연맹의 내홍(內訌)에 휘말려 깨춤을 춘 꼴이라니... '앵속(罌粟)보다 더 진한 향기를 가진 여자! 그 향기가 결국 나를 몽환(夢幻)에 빠뜨렸다.' 위무일은 자책했다.
자책으로 그는 담청과 멀어지려 했다.
쉴새 없는 채찍질! 하지만... '불쌍한 여자다.' 가슴 한 편에 자리잡고 있는 담청에 대한 애잔한 마음은 지워지지 않았다.
멀리 하려고 할수록 그 애잔함은 물안개처럼 스물스물 피어올랐다.
담청이 뿜어내는 향기가 미혼향(迷魂香)임을 알면서도 그 향기에 스스로를 맡겼던 그였다.
어찌 쉽게 잊으리...
쾅! 위무일이 주먹질로 아름드리 나무를 후려갈겼다.
추풍에 떨어지기를 준비하던 낙엽들이 우수수 휘날렸다. '총채주 자리야 저희들끼리 치고 받으며 해결하면 그만인 일! 총채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보지 않고 외면하는 것이 잊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영채에서 아버지, 어머니의 혈원(血怨)을 정리한 후... ' 위무일이 무심한 눈빛을 빛냈다.
삼 년이 지나도 장강은 역시 복마전이었다. '장강을 떠날 것이다.' 위무일이 나무에 어깨를 기대며 고개를 숙였다. '아남.... ' 떠날 것을 생각하자 문득 산고가 보고 싶었다.
하지만 산고는 어디에도 없었다. '후후후... ' 위무일은 실소를 흘렸다.
산고가 없었으므로 그는 독행의 결의를 배로 씹어야 했다. "형님!" 누군가가 그를 불렀다.
마원이었다.
위무일은 안색을 바꾸었다.
그가 나무에서 어깨를 떼고 마원을 맞았다. "누이들이 배를 준비해 두었습니다.
오랜만에 민강의 뱃노래를 들어보지 않으시겠습니까?" 마원이 언제나 처럼 엄숙한 얼굴로 말했다.
위무일은 마원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술을 진탕 마시고 싶었던 터였다.
그가 마원과 함께 물가로 향했다. "외숙께서는 왜 저렇게 되셨느냐?" 위무일이 생각난다는 듯이 물었다. "말씀을 하지 않으시던가요?" "아무 말씀도 없었다." "두 다리를 잃었습니다.
의족(義足)을 하고 있었는데도 표시가 나던 모양이군요.
쌍십절의 회맹과 만로방의 공격은 제가 맡기로 했습니다." "외숙으로부터 들었다.
그런데 외숙께서 다리를 잃은 이유는 무엇이냐?" 위무일은 상대의 작은 변화 하나도 놓치지 않는 고수다.
당연히 모피 속에 숨어 있는 외숙의 다리가 이상함을 눈치 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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