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 장풍파랑 - 45편 (45/61) | 웹소설-내가 만드는 이야기 | 웹스토리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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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 장풍파랑 - 45편 (45/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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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움과는 전혀 상관 없어 보이는 한적한 태도! 삼악오라는 노괴들을 종복(從僕)으로 거느린 여마두(女魔頭)의 위용에 딱 알맞았다.
그녀와 일 장여를 떨어진 곳에 서 있는 자들은 물론 이만과 담향이었다. "담 소저!" 이만이 낮은 목소리로 담향을 불렀다.
담향이 고개를 돌렸다. "역시 상강의 힘은 다르오.
삼악오들도 이번에는 호락호락 수채를 불태우지는 못할 것 같소." 이만이 싸움을 관망하며 말했다.
상강은 수로연맹의 육대강 중 하나다.
전력을 기울여 삼악오를 상대하고 있었기 때문에 삼악오는 종횡으로 날뛰지 못했다.
낄낄거리는 웃음도 없는 것을 보면 삼악오는 상강의 공세에 상당한 긴장을 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나는 기회를 보아 달아날 것이오.
상강은 다른 수채들과 달라 막상 혼전이 벌어지면 우리에게까지 삼악오들은 신경을 쓰지 못할 것이오." "상강은 어차피 싸움 중에 있으니 뒷 탈을 걱정할 까닭도 없죠.
하지만 한수는 아직 모르잖아요.
만약 이 공자께서 달아난 것을 알고 삼악오가 한수에 나타나 공자를 내놓으라고 난동을 부리면 어떻게 하실 거예요?" 담향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죽기를 각오했다면 달아날 기회가 전혀 없었던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달아나는 것을 꺼려했던 이유 중의 하나는 삼악오가 상강이나 한수로 불쑥 찾아와 도주의 앙갚음을 할까 두려워서였다.
그들은 이미 삼악오의 실력과 대책없는 행동을 수 차례 보았던 터였다. "그 걱정을 나도 하지 않은 것은 아니오.
하지만 어차피 결론은 마찬가지요.
저 여자는 수로연맹을 모두 불태우려고 하고 있소.
내가 달아나든 달아나지 않든 놈들은 한수에 들이닥칠 것이오.
그럴 바에야 기회를 노려 달아나는 것이 낫지.
담 소저는 어쩔 생각이오?" 이만이 눈빛을 빛내며 물었다.
담향은 입을 굳게 닫고 정면을 응시했다.
파파팟! 삼악오가 쇠뇌와 겸도, 삭도의 빗줄기를 뚫고 한 걸음씩 전진하는 것이 보였다.
산고라는 여자는 삼악오가 나아간 만큼 따라서 움직였다.
오라버니, 담웅은 장창수(長槍手)들을 좌우(左右)로 움직였다.
곧 근접전이 벌어질 듯했다.
담향이 이만에게 눈길을 돌렸다.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달아나겠다는 뜻이었다.
상강 수채나 오라버니, 담웅이 어떻게 되던가는 걱정도 되지 않았다.
어차피 자신에게 티끌만한 관심도 보여 주지 않던 오라버니였으므로...
이곳에는 어머니가 있다.
그녀는 적당한 기회를 보아 어머니와 함께 달아나기로 마음 먹었다.
그전에 그녀는 기랑대의 대원으로 마지막 임무를 충실히 수행할 생각이었다.
그녀는 상강의 재보를 털어 어머니와 함께 외지의 깊숙한 곳에 한동안 숨어있으리라는 계획을 이미 머리 속에 그리고 있었다.
순간, "크악!" "악!" 최초의 비명이 터지며 핏방울이 치솟았다. "장창수!" 담웅은 고함을 지르고 수채의 수하들이 삼악오를 둘러싸기 위해 병장기를 철컹이며 다급히 움직였다.
삼악오를 상대하기 위해 진형(陣形)의 변화도 세밀히 짜둔 모양이었다.
장창수들은 어깨를 나란히 한 채 철벽을 쌓았다.
그들은 한 걸음씩 전진하며 포위망을 압박했고 궁노수와 겸도수는 쇠뇌와 낫을 날려 삼악오의 신형을 분주히 했다.
잠깐 동안 삼악오는 수세를 면치 못했다. "낄낄낄! 제법 깝죽거리는군.
카학!" 적오과 괴성을 터뜨렸다.
그와 동시에 삼악오의 손놀림이 잇달아 빨라졌다.
펑! 펑! 펑! 흑살장에서 묵영이 안개처럼 피어오르며 팔방을 휘감았다. "큭!" "아악!" 서너 명의 장창수들이 피화살을 쏟으며 쓰러졌다.
그러나 상강의 수하들은 동료가 무참히 쓰러지는 것을 보고서도 후퇴을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담웅은 그들에게 누누이 강조했었다. '이미 당한 수채들을 보라! 달아난다고 목숨이 보장되지 않는다! 저들은 살귀들이다! 살고 싶으면 싸워라!' 어쨌든 상강의 수하들은 이제까지는 그 말을 머리 속에 철석같이 새기고 있었다.
상강의 연무장(鍊武場)은 넓다.
담웅은 젊은 채주답게 선두에서 수하들을 지휘했다. "죽어라!" 삼악오는 담웅을 죽이기 위해 악을 썼으나 상강 수하들이 펼친 원형진은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담웅이 지휘하는 수채의 수하들과 삼악오는 연무장을 이리저리 몰려다니며 혈전을 벌였다.
철컹! 철컹! 담웅과은 별도로 이십 여명의 상강 수하들이 정문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한수의 채주를 음풍곡까지 안내한 바 있었던 총관 나기가 거느린 수하들이었다.
나기는 삼악오를 제외한 나머지 자들을 책임졌다.
산고가 협도에 손을 댔다.
그녀의 눈빛이 무심하게 빛났다.
파팟! 협도가 푸른 빛을 발하며 번쩍였다.
섬전같은 발도술(拔刀術)이었다. "컥!" "아악!" 선두를 달려오던 두 명의 수하가 피분수를 쏟았다.
산고가 협도를 바람처럼 움직이며 상대를 쓸어갔다.
챙! 챙! 챙! 정문에서도 화려한 칼 그림자가 피어올랐다. "젠장! 어떻게 된 일인지 산고라는 저 계집은 가면 갈수록 강해지는군." 이만이 혀를 찼다.
치고, 뛰고, 받고, 자르고...
산고는 수십 개의 칼 그림자에 맞서 한 마리 날쌘 고양이처럼 날뛰었다.
나기와 그의 수하들은 산고의 그림자조차 잡지 못해 쩔쩔맸다.
이만의 말은 맞았다.
산고의 실력은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이었다.
싸움을 감각으로 익혀나가는 야수적 본성, 피를 먹을대로 먹어 살기로 충만한 협도, 그녀에게는 또한 겉만 훑었을 뿐이지만 위무일에게서 훔쳐 배운 홍운행파도법이 있었다.
무엇보다 그녀에게는 싸움에만 자신을 내몰아야 할 사정이 있었다. "칵!" "크악!" 나기가 이끌고 온 수하들이 산고의 칼에 짚단처럼 쓰러져 갈 때였다.
이만은 고개를 돌렸다.
담향이 움직이고 있었다.
그녀는 몸을 낮추고 발소리를 죽인 채 쏜살같이 움직였다.
이만은 흠칫했다.
담향은 이만보다 한발작 빨리 도주를 실행에 옮기고 있었다.
그녀는 알았다.
오라버니 담웅이 지금은 그럴 듯 하게 싸우고 있지만 종내는 삼악오의 적수가 되지 못하리라는 것을...
물론 이만의 생각도 그녀와 다르지 않았다.
기회는 지금 뿐이었다.
원형진에 갇힌 삼악오는 당분간 주위를 둘러볼 틈이 없어보였다.
산고는 원래 그들이 가던 오던 상관을 않던 여자.
관심을 가진다 하더라도 그녀의 처지도 등을 돌릴 처지는 아니었다.
이만은 고개를 두리번거렸다.
그러나 담향은 깜짝할 사이에 보이지 않았다. '빨리도 달아났군.' 이만이 이를 깨물었다.
그가 조심스럽게 주위를 다시 한 번 살핀 후, 신형을 날렸다.
이만은 뒤도 돌아보지 않았다.
일다경을 죽어라 도망쳤을 것이다.
달리고 또 달려 얕은 구릉에 올랐을 때에 비로소 그는 고개를 돌렸다.
발은 아직도 달리는 상태였다.
물상들이 희미해 누가 누군지 분간할 수 없었다.
단지 산만하게 싸움이 진해된다는 느낌이 들뿐! 그 같은 생각이 들자 이만은 머리칼이 곤두섰다.
상강 수채의 진형이 무너졌다는 뜻이 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아이고!" 이만은 비명을 질렀다.
숨은 찼고 입에서는 단내가 났다.
그러나 그는 다시 죽을 힘을 다해 출행랑을 쳤다. "헉! 헉!" 다리는 후들거리고 숨은 가빠 눈앞이 깜깜했다.
어디가 어디인지도 분간할 수 없었다.
이만은 꿈 속에서 이매에게 쫓기듯 바쁜 걸음으로 달아날 뿐이었다.
목은 바짝 타 혀가 갈라졌다. '달아나다가 숨이 가빠 죽었다는 사람을 나는 아직 듣지 못했다.
하지만 잘하면 나는 오늘 그런 사람을 볼 수 있겠구나.
바로 내가 그렇다.' 달아나는 데도 한도가 있었다.
결국 이만은 잠시 몸을 쉴 생각이었다.
그가 가쁜 숨을 몰아쉬며 막 바위에 엉덩이를 걸치려 할 때였다.
까까깍! 한 떼의 까마귀들의 우수수 날았다.
이만은 그 소리에 놀라 뒤도 돌아보지 않고 또 뛰었다. '사람의 숨은 힘이라는 것은 정말 놀랍구나.' 그가 눈을 질끈 감고 달리며 생각했다.
그의 생각은 정말 그것이 끝이었다.
머리 속이 캄캄했다.
그렇지만 신기하게도 발은 분주히 움직였고 눈은 앞길을 가르쳐 주었다.
손도 넝쿨과 나무가지들을 잘도 헤쳐 나갔다.
그러나 그것도 한 순간...
이만의 발걸음이 점차 느려졌다.
그가 고개를 숙였다.
이 중요한 시기에 수마(睡魔)가 원수 같은 잠을 불러오고 있었다.
이만이 입가에 허연 침을 흘리며 풀 숲을 뒹굴려 할 때였다. "이만! 한수의 이만이 아니냐?" 이만은 까뭇한 의식 속에 누군가 자신을 부르는 소리를 들었다.
그러나 이만은 만사가 귀찮았다.
결국 그는 잠에 취해 쓰러지며 풀밭을 뒹굴었다.
콸! 콸! 콸! 코와 입으로 독한 냄새를 풍기는 물이 사정없이 쏟아졌다. "ㅋ! ㅋ! 쿨럭! 쿨럭!" 이만은 눈물 콧물이 범벅이 되어 재채기를 했다.
코와 입으로 들어오던 물이 술이라는 것을 느낀 것은 그 이후였다. "누구요?" 이만이 초점없는 눈으로 상대를 바라보았다.
상대의 모습이 흐릿하게 시야에 들어왔다.
순간, 이만의 표정이 변했다. "아이고!" 이만이 반가움에 땅을 쳤다.
물이 없어 술을 이만의 얼굴을 대신 부운 자는 천화인이었다. "무일, 형님은?" 이만이 정신을 차리며 고개를 들었다.
위무일은 천화인의 뒤에 서 있었다. "아이고!" 이만이 다시 땅을 쳤다.
길을 가는데 발에 채인 돌맹이가 하필이면 황금 덩이라도 이보다 기쁘지 않을 것이고 지옥에서 지장보살을 만나도 이보다 반갑지 않을 것이다. "아이고! 형님!" 이만이 눈물을 쏟았다. "어떻게 된 일이냐? 삼악오에게 잡혀 있다고 하더니... " 이만을 달래며 천화인이 물었다. "내가 놈들에게 순순히 잡혀 있을 사람으로 보여? 마음을 돌리려고 설득을 해 보았지.
하지만 놈들은 이미 마성이 골수까지 미쳐 내 이야기를 듣지 않았다.
그래서 결국 놈들과 대판 싸움을 벌인 후, 이제야 도망쳤지. ...도망을 쳤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인 줄 알아.
하지만 놈들은 나로서는 어쩔 수 없는 자들이었다구!" 이만이 괜히 얼굴을 붉히며 소리쳤다. "그건 그렇고 무일 형님은 어떻게 된 게야?" 그가 위무일을 바라보며 돌연 소리쳤다. "어떻게 된 일이라니?" 천화인이 대신해서 물었다. "영남에서 데려온 계집이 고작 비적이었어? 무일 형님이 그렇게 여자를 보는 눈이 낮을 줄 몰랐다.
아무리 객고를 풀기 위해 데려온 계집이었다지만... " 이만이 비아냥거림으로 눈을 치켜떴다. "영남! 누구를 말하는 것이냐?" 위무일이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영남에서 데려온 계집이 두 명이었어? 산고라는 여자를 몰라? 비적질을 위해 태어난 계집이더군!" 이만이 소리쳤다.
위무일의 안색이 변했다. "산고라고 했느냐?" 그가 팔을 잡아당겨 이만을 일으켜 세웠다. "아얏!" 이만이 위무일의 우악스런 손길에 비명을 질렀다. "아이고! 그러고 보니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잖아! 빨리 상강으로 가보라구! 상강 놈들이 다 죽겠다.
삼악오, 놈들은 그곳에 있어!" 그가 다급히 말했다. "분명 산고라고 했느냐?" 위무일이 그답지 않게 초조한 표정을 드러냈다. "가 보면 될게 아냐?" 이만이 투덜댔다.
그 순간, 위무일은 질풍처럼 신형을 날렸다. "한수로 가지 말고 총채로 바로 가라.
한수의 이 채주도 총채로 향했을 것이다." 천화인이 말했다.
쌍십절도 멀지 않았고 삼악오의 난동도 있고 해서 채주들은 일찍 군산으로 몰려들고 있었다. "그럼 총채에서 보자!" 휙! 천화인도 신형을 날렸다. "휴!" 이만은 그제야 한숨을 쉬었다.
총채를 향해 너털너털 발걸음을 옮기던 이만이 문득 발걸음을 멈추었다. "가만! 삼악오와 마타룡, 곤룡의 대결이라...
이런 대결을 언제 볼 수 있겠어?" 호기심이 불같이 치솟았다. "에라! 모르겠다." 앞 뒤 모르는 이만의 치기는 결국 그 호기심을 견뎌내지 못했다.
그가 조심스럽게 발길을 되돌렸다.
끈적한 피비린네! 천화인은 수채를 들어서며 얼굴을 찌푸렸다.
적잖게 그 냄새를 맡았어도 역겹기는 언제나 마찬가지였다.
수채는 나뒹구는 시신으로 난장판이었다.
싸움은 이미 끝난 상태였다.
그는 정신없이 달아나던 상강의 수하들과 조우(遭遇)한지라 싸움이 이미 끝났음을 짐작하고 있었다.
나뒹구는 시신들 중에는 아직도 피를 쏟는 시신이 있었다.
일전의 막이 내려진지는 얼마 지나지 않은 듯했다.
천화인은 처참한 장내의 광경에 눈살을 찌푸리며 연무장을 다급히 지났다.
시신의 행렬은 연무장의 뒤뜰로 이어져 있었다.
연무장을 막 돌아서던 천화인은 우뚝 발걸음을 멈췄다.
그 곳에는 위무일 석상처럼 서 있었다.
그리고 피를 전신에 뒤집어 쓴 세 명의 노인! 천화인은 말하지 않아도 그들이 누군지 알았다.
삼악오...
삼악오의 표정은 지친 기색으로 역력했다.
상강 수채와의 일전이 쉽지 않았음이 분명했다.
만만한 상대였다면 다른 수채들처럼 도망가는 자들을 따라가며 죽였을 것이다.
담웅을 흑살장으로 때려 잡았을 때는 반 푼의 기력만 남은 상태였다.
다행히 잠깐 동안 호흡을 가다듬을 시간이 있어 그들은 서서히 원기(元氣)를 회복하고 있었다.
내력이 깊은 만큼 그들의 회복 속도도 빨랐다.
어느 순간, 삼악오가 천천히 움직였다.
그들은 돌연 등장한 위무일과 천화인이 쉽지 않은 상대라는 깨닫고 있었다.
그들의 전신에 살기가 치솟았다. "무일!" 천화인이 긴장된 표정으로 위무일을 불렀다.
그러나 위무일은 시선을 한 곳에 꽂고 여전히 움직이지 않았다.
천화인이 위무일의 곁으로 다가갔다.
그가 위무일의 시선을 쫓았다.
천화인은 얼굴을 찌푸렸다.
전각 아래는 한 여자가 서 있었다.
한 손에 수급을 든 여인, 산고! "음... " 천화인은 신음을 흘렸다.
그 수급은 상강 채주, 담웅의 목이었다.
산고도 위무일을 바라보고 있었다.
수급을 든 그녀의 손이 가늘게 떨렸다.
위무일이 산고를 향해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
산고의 눈빛이 복잡하게 흔들렸다. "큰일이다!" 황오가 소리쳤다.
위무일이 산고를 향해 걸어가자 삼악오가 황급히 따라서 움직였다.
천화인도 위무일을 호위하며 뒤따랐다.
위무일이 산고를 향해 이 장여 걸어갔을 때였다.
휙! 산고가 갑자기 담웅의 수급을 내던졌다.
그녀가 협도를 세우고 맹수처럼 달려들었다.
천화인과 삼악오가 일순, 긴장된 표정으로 출수를 준비했다.
그 순간, 위무일은 한쪽 눈을 찌푸렸다.
산고의 협도가 그의 왼쪽 어깨에 꽂힌 채 빛을 뿌리고 있었다.
협도의 날렵한 도신을 타고 그의 피가 방울방울 흘렀다.
피는 협도의 호수구에 이르러 땅으로 뚝뚝 떨어졌다.
천화인은 이해할 수 없었다.
협도를 날린 여자는 한가닥 실력은 분명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다른 자들에는 먹힐지 모르나 위무일에게는 어림 없는 실력이었다.
그런데도 위무일은 피하지 않았다.
더 이상한 것은 협도를 날린 여자였다.
칼을 휘둘렀으면 죽이려고 휘둘렀을 것이다.
그런데 그 여자가 칼을 들이민 자리는 공교롭게도 생명은 물론 뼈에도 전혀 상처를 주지 않는 자리였다.
재수가 없어서였다고 생각하기에는 여인의 실력이 낮아 보이지는 않았다.
뚝! 뚝! 뚝! 천화인이 의아해 하는 그 시간에도 협도를 타고 피는 계속 떨어졌다.
산고가 험악하게 눈썹을 모았다.
얼굴은 험악했지만 눈은 당장이라도 눈물을 뚝뚝 떨어뜨릴 듯했다. "죽여!" 그녀가 칼을 휙 뽑으며 소리쳤다.
파팟! 삼악오가 산고의 외침에 반사적으로 움직였다.
팟! 천화인의 손에도 어느 틈에 검이 번쩍였다.
천화인과 삼악오가 누가 먼저라 할 것 없이 서로를 향해 흉수를 펼쳤다.
전각 뒤에 숨어 뒤뜰에서 벌어지는 싸움을 지켜보던 이만은 손에 땀을 쥐었다.
그가 볼 수 있는 것은 푸른 검영(劍影)과 묵빛 장영 뿐이었다.
보이지는 않았지만 느낌으로 이만은 천화인이 밀리고 있는 듯 한 인상을 받았다.
푸른 검영이 신기막측하게 흑살장 사이를 휘젓고 있었지만 종내 흑살장의 공세를 압도 하지는 못하고 있었다.
오히려 시간이 흐를수록 흑살장의 그림자는 늘어만 갔다. '무일, 형님은 도대체 뭐 하는 게야?' 이만은 발을 동동 굴렸다.
이만의 안타까움이 전달되었기 때문일까? 석상처럼 서 있던 위무일이 그제야 움직였다.
그는 어깨에 흐르는 피를 지혈(止血) 시켰다.
그가 산고에게서 눈을 떼고 일전이 벌어지는 장내로 시선을 돌렸다.
이만의 눈에는 보이지 않았지만 위무일의 눈에는 천화인과 삼악오가 싸우는 모습이 한 눈에 들어왔다.
과연 현문의 절학은 신묘한 데가 있었다.
청성파의 절예, 칠십이파검법과 암향표! 서를 치는가 하면 동을 치고 좌측으로 움직이는가 싶었는데 어느 틈에 우측을 몰아가고 있었다.
그러나 이만의 느낌이 맞았다.
천화인은 삼악오의 공격에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었다.
흑살장의 악날함, 무엇보다 내력의 차이가 너무 났다.
천화인은 열세를 만회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었으나 역부족이었다.
위무일은 다시 산고에게 시선을 돌렸다. "기다려라." 그가 산고에게 말한 후, 비룡도를 빼 들었다.
위무일은 손목을 가볍게 놀리며 비룡도의 무게를 자신과 일체화(一體化) 시켰다. "화인, 이번에는 내가 상대해 보겠네." 그가 마치 사형제들에게 비무를 청하듯 말했다.
그와 동시에 그의 비룡도가 백오를 갈랐다.
쐐액! 엄청난 파공음과 함께 홍무가 뭉클 피어올랐다.
백오가 다급히 몸을 틀며 흑살장을 연이어 일곱 번이나 뻗었다.
그 사이, 천화인은 사력을 다해 칠십이파검법을 펼쳐 적오와 황오의 장영을 뚫었다.
그가 물러나자 적오와 황오가 백오를 공격하고 있는 위무일을 공격했다.
천화인은 호흡을 고르며 일 장여 물러났다.
삼악오는 적이 한 명이던 두 명이던 연수 합격으로만 승부를 벌여온 자들이다.
그러나 위무일과 천화인은 연수 합격을 벌이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하수들의 싸움은 머리수의 싸움이다.
따라서 두 명이 세 명을 상대하건 네 명이 다섯 명을 상대하건 머리수만 많으면 되었지 다른 것은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고수들의 싸움은 다르다.
승부가 찰나간에 결정나기 때문에 자칫 호흡이 맞지 않을 경우 오히려 서로의 초식을 방해하여 화를 부르게 된다.
그런 까닭에 비슷한 유파의 무공을 가진 자라도 합격술을 벌일 때는 상당한 신중을 가함이 상례다.
그런 자들도 조심하는데 하물며 위무일과 천화인이 손을 잡고 합격을 한다는 것은 상상하기도 어려운 처지였다.
조양인의 무공과 청성파의 무공은 달라도 너무 달랐다.
때문에 천화인이 할 수 있는 일은 위무일이 한 것 처럼 외곽에서 기습적인 공격으로 삼악오의 공세를 흐트리는 것 뿐이었다.
삼악오가 한 두명씩 나누어 각기 공격해 오면 좋겠지만 삼악오는 이미 위무일과 천화인의 실력을 경험한 후라 연수 합격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천화인은 위무일이 위기에 처했을 때를 대비 경계를 풀지 않고 호흡을 가다듬었다.
정 승부가 힘들면 뇌벽쌍불과의 일전에 사용했던 청운적하검법도 펼쳐 보리라 마음 먹었다.
천화인이 잠깐 호흡을 가다듬는 사이 위무일과 삼악오는 수십 합을 주고 받았다.
비룡도에 일어나는 홍운은 점차 짙어지고 흑살장의 묵빛도 그에 호응했다.
파파팟! 파팟! 위무일과 삼악오가 일으키는 경풍(勁風)이 천화인의 옷깃을 펄럭였다.
천화인은 이마에 주름살을 그렸다.
승부는 점입가경(漸入佳境)으로 치닫고 있었다.
위무일도 물러남이 없었고 품 자형으로 포진, 위무일을 몰아가는 삼악오도 한 보도 양보하지 않았다.
종내 천화인은 한숨을 쉬었다.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 벌어지는 싸움으로는 분명 위무일이 그의 한 수 위였다.
그러나 승부는 상대적이고 그에게는 청운적하검법이라는 숨겨 둔 절초가 있다.
천화인은 그 같은 생각으로 자신을 위로했다.
파팟! 팟! 삼악오는 끊임없이 위치를 바꾸었는데 품자 형의 머리에 어떤 때는 백오가 서기도 했고 어떤 때는 황오가 서기도 했다.
그 재빠른 움직임이 삼악오를 상대하는 위무일의 어려움을 가중시켰다.
위무일이 검미를 꿈틀거렸다.
홍운행파도법은 오래 펼칠 수 있는 무공이 아니다.
단기내경으로 잠력을 끌어올리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삼악오를 상대하는 것은 만로방의 수하들을 상대하는 것과는 엄청난 차이가 있었다.
위무일은 내력이 급속히 소진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역시 단순간에 승부를 볼 수밖에 없었다.
천화인은 청운적하검법이라는 숨겨둔 절초가 있다.
위무일은 폭사탄기를 운행해서 발휘하는 삼전도법이 있다.
더 생각할 여지가 없었다.
위무일이 돌연 뒷걸음질을 쳤다. "어딜!" 삼악오들은 위무일이 발을 빼는 줄 알고 기세를 올리며 따라붙었다.
천화인도 위무일이 곤경에 빠진 줄 알고 그를 응원하려 했다.
순간, 위무일의 얼굴이 붉게 물들며 이마에 심줄이 치솟았다.
장포가 터질 듯이 팽팽이 부풀어 올랐다.
삼악오들이 흠칫했다.
그들은 사태가 심상치 않음을 깨달은 모양이었다.
삼악오들은 앞 다투어 선수로 위무일을 제압하려 했다.
미치광이가 되었다지만 노회한 강호의 경력은 위무일의 출수를 서둘러 가로막아야 한다는데 미치고 있었다.
파팟! 팟! 파팟! 삼악오들이 전력을 다해 흑살장을 날렸다.
위무일의 발이 비스듬히 반 보쯤 물러나는가 싶었다.
그 순간, 쐐액! 엄청난 경기의 폭풍이 삼악오를 휘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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