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rcle-A...1부 마지막.
찬웅의 숙모 자영이 드디어 택현과 결혼을 했다. 면사포를 쓰고 드레스를 입고 있는 자영을 보자, 찬웅은 예전 일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가며 짠 한 마음이 들었다. 숙정과 춘희는 눈물을 보이기도 했고, 미자와 순희, 말숙은 자기 일처럼 기뻐했다. 연주는 동석의 팔을 잡은 채 자기도 드레스를 입고 싶다며 계속 조르다가 동석이 입혀주겠다는 약속을 하고서야 조르기를 그만두고 계속 자영을 쳐다봤다.
순희의 도움으로 두 사람은 한 달간의 신혼여행을 떠났다. 일본을 거쳐 유럽을 일주할 것이었다. 찬웅은 자영과 택현이 너무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의 삼촌 대성이 걸리긴 했지만 어쩔 수 없는 운명이었다.
태영과 형우는 원하는 대로 서울대 법대에 입학했고, 말숙과 순희는 감격스러워 했다. 이기적인 남편을 만나 삶의 벽과 마주했던 그들은 찬웅의 도움으로, 그리고 자신들의 노력과 의지로 지옥 같은 삶을 변화시키는데 성공했다.
자신의 삶을 변화시킨 것은 그들만이 아니었다. 구멍가게에서 낯선 사내들의 손길에 진절머리를 치던 선자는 이제, 서울에 올라와 치킨 사업으로 성공해 살고 있었다. 그녀는 사업 감각이 있었는지 체인점 형태로 만들어 전국에서 그녀의 치킨을 먹지 않는 사람들이 없을 정도로 규모가 컸다. 선자는 재혼을 하지 않고 아들 상훈을 위해 열심히 살고 있었고, 찬웅과도 왕래를 했다. 그리고 길 주부의 아내 유정은 길 주부가 죽자, 역시 재혼을 하지 않고 딸, 다영을 키우며 어려운 사람들을 도우며 살고 있었다.
경수는 상철의 고등학교 선생이 되었고, 1년간 희연을 쫒아 다니더니, 기어코 그녀와 결혼을 했고, 지금은 아이들을 낳고 잘 살고 있었다. 그리고 그는 학교에서 소문난 깡패 선생이었지만, 학생들은 자신들의 일이라면 모든 것을 불사하고 달려드는 경수를 누구보다도 신뢰했고, 친 부모보다도 좋아했다.
하지만 좋은 일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찬웅의 큰 외삼촌인 석현은 바람을 피우다가 들켜서 학교 선생까지 그만 둬야 했고, 숙모 주연과는 별거 중이었다. 찬웅은 두 사람의 문제엔 개입하지 않았다. 그런 일은 살면서 일어나는 불가피한 일일 뿐이었고, 성인인 두 사람이 결정할 문제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문제는 상철이었다. 그의 아버지 기성의 죽음으로 상철의 가치관이 많이 변해있었다. 어려서부터 콤플렉스가 심했던 상철은 빚에 시달리다가 기성의 애정이 깃든 집을 헐값에 잃더니 돈이 전부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늦게라도 상철의 가족이 무너지기 전에 찬웅의 도움을 받아 위기를 극복했고, 상철은 공무원이 되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철은 불안해 보였다.
천성이 착한 사람이라도 세상의 쓴 맛을 경험하게 되면, 자신이 그동안 옳다고 생각하던 모든 것들을 부정하기 마련이었다. 뭔가 툭!~ 하고 끊어져 버리는 느낌이 들면서 무엇인가에 집착하게 되었다. 그것이 돈이든, 섹스든, 권력욕이든 그렇게 집착하고 빠져들게 되면서 자신을 잃어가는 것이었다.
2010년을 경험한 찬웅의 입장으로 돈에 집착하는 상철이 어떤 면에서는 현명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씁쓸한 기분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만큼 상철의 인생은 삭막해 질 것이기 때문이었다. 상철의 삶을 보고 안타까워하던 찬웅에게 인생의 전환점을 맞는 사건이 터지고 만다. 그것은 바로 도철의 가족들이었다.
선영과 미경의 자살 소식을 들은 찬웅은 오히려 생각보다 차분하고 냉정했다. 어떻게 자신이 이럴 수 있는 것인지 이해할 수가 없을 정도로 차분했고, 이성적이었다. 찬웅은 20살이 된 후, 자신의 새로운 인생에 1막이 끝났음을 느꼈다. 이제 자신의 새로운 삶에 2막이 시작될 것이었다. 1막에선 과거의 비극을 되돌리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포기했다면, 2막에선 자신의 삶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는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삶에 대한 불안감도 들었지만 기대감도 컸다. 사랑하는 아내들과 무엇보다 자신의 아이들인 나리와 유성이 커가는 모습을 보면 너무나 행복했지만 자신만의 삶을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느꼈다.
어쩔 수 없었다고 하더라도 그는 사람을 7명이나 죽였고, 또 도철의 어린 딸과 그의 아내를 참혹하게 강간해 버렸다. 새로 태어나기 전엔 비참하고 비루한 삶이었어도 자신이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며 살았고, 자살을 결심하기 전 까지 그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었지만, 다시 태어난 그는 살인까지 저지르고 말았고, 한 가족의 인생을 짓밟고 말았다. 전생의 비루했던 찬웅과 지금의 화려한 자신은 무슨 차이가 있을까? 어떤 삶이 더 행복한 것이고, 더 가치 있는 것이었을까?
“그런 일이라면...나도 함께하고 싶다 찬웅아...”
동석이 말하자 미자와 숙정, 찬웅이 그를 쳐다봤다. 거실에 모인 그들은 사회사업을 하겠다는 찬웅의 말에 의견을 교환하고 있었고, 묵묵히 듣고만 있던 동석이 그렇게 말하자 의외라는 얼굴로 그를 바라본 것이었다.
“그래, 두 사람이 함께 한다면 일이 훨씬 쉬워지겠지. 난 찬성이야...”
미자가 동의하자 숙정은 고민이 됐다. 더군다나 결혼도 하지 않고 자신이 하는 일에 모든 것을 바치겠다는 찬웅이 너무나 안쓰러웠다. 그녀는 찬웅이 태영이나 형우처럼 되기를 바랐다. 아무리 상상도 못할 가족생활을 하고 있었지만, 찬웅은 그녀에게는 아들이었다. 아들이 보통의 일반적인 사람들처럼 사회생활을 하고, 결혼해서 잘 살기를 바라는 마음은 어쩔 수 없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녀도 찬웅의 뜻에 반대할 수 가 없었다. 어려운 사람들을 돕겠다는 그의 생각이 어렴풋하게나마 이해할 수 있었고, 또 그것은 찬웅이 자신을 떠나지 않겠다는 확고한 의지의 표현이었기 때문에 여자로서도 고마웠기 때문이었다.
찬웅은 재단의 이름을 Circle-A로 지었다. 그것은 아나키스트를 상징하는 것이었고, 찬웅의 가족들의 삶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는 문구였다. 힘 있는 자들이 자신들에게만 유리하게 규정해 놓은 사회체계에 안주하지 않고, 스스로 독립적인 삶을 살수 있도록 약자를 도와주어야 한다는 것이 그들의 생각이었다.
재단을 설립하자, 자극적인 이름으로 인해 국가에 주목을 받았지만 미자는 정, 제계에 아는 인물들이 많았기 때문에 그들이 생각하는 그런 불온 단체가 아니라 사회사업을 하는 단체라는 것을 어렵지 않게 설명할 수 있었고, 매월 감사를 받겠다는 조건을 제시하자 더 이상 주목하지 않았다. 그리고 미자는 찬웅의 일을 규격화 시키고, 체계화를 시켜주었다.
아무리 돈이 많아 무작정 어려운 사람들에게 돈을 쥐어준다고 그들의 삶이 나아지는 것은 아니었다. 가난을 해결하는 것은 철저하게 개인적인 문제였다. 찬웅이 할 일은 그들이 자립할 수 있게 기댈 언덕이 되어주는 것뿐이었다. 그것은 경수를 통해서 이미 경험했던 것이었고, 태영과 형우를 통해서도 확신할 수 있는 문제였다.
찬웅은 일단 그의 고향에서부터 일을 추진했다. 그 지역에 사는 사람들의 실태를 조사하는 데만 무려 5개월이 걸렸고, 극빈층을 중심으로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을 개발하는 일도 6개월이 걸렸다. 그가 이렇게 오랜 기간을 치밀하게 준비하는 이유가 있었다. 그가 국민 학교 때나 중, 고등학교 때도 어려운 학생들을 도와주는 일이 있었지만 이상하게 도움을 받는 학생들이 오히려 질색을 했다. 국민 학교 동창이었던 수길이는 고아였는데, 매달 학교에서 쌀을 주었다. 그런데 전교생이 모인 조회시간에 단상에서 교장이 직접 전달하는 식이었고, 장학금을 주던 중, 고등학교 때도 마찬가지였다.
쌀을 받았던 수길은 집에 돌아갈 때 그것을 논에다 버려버렸고, 몇 푼의 장학금을 받았던 친구들은 모두 그 돈으로 술을 마셔버렸다. 모두들 도와주는 일을 남에게 알리기 위해 혈안이 되었고, 사진 찍기에 바빴다. 도움을 받는 사람들의 자존심은 생각지도 않고 생색내기에 여념이 없었던 그들을 직접 겪은 찬웅은 자신의 일에선 그런 부분을 용서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공무원들을 배제시켰고, 정치인이나 기업들의 후원금도 절대로 받지 않았다.
이런 찬웅의 의지를 안 선자는 자신의 전 재산을 찬웅의 재단에 기부했고, 유정도 그녀의 재산을 찬웅에게 기부해 자신의 의지를 표했다. 그것을 바탕으로 찬웅은 교육, 직업, 재활, 의료부서를 나눠 치밀하고 체계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 시스템을 정비했다. 경수와 희연이 학교를 그만두면서까지 도와주겠다고 찾아왔지만 찬웅은 두 사람에게 조건을 제시했다. 절대로 학생들에게 정치에 대한 어떤 의견도 피력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써야한다는 조건이었다.
희연과 경수는 찬웅의 말이 무슨 의미인지 알았기 때문에 선뜻 각서를 썼고, 두 사람은 대안학교를 만들어 결손가정에서 방치된 저학년들은 희연이 담당했고, 도저히 기존의 학교 시스템에 적응하지 못하는 중, 고등학생들은 경수가 담당했다. 그리고 대안학교 시스템에 맞는 선생들을 발굴, 채용하는 일에도 적극적이었다. 선생 채용에서도 전교조 출신 교사들은 철저히 배제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사업은 더욱 구체화 되었고, 규모가 커져 재단 전체 부서의 직원만도 60명이 넘었다. 전 지역의 하부 조직까지 합치면 숫자가 엄청났다. 그 직원들은 찬웅과 동석의 통솔 하에 지역을 넓혀가면서 기존지역에서 일어났던 시행착오를 조정하면서 전국규모로 사업을 넓혀갔다.
사업을 하면서 찬웅과 동석이 힘이든 것은 사업자금이나 운영상의 시행착오 때문이 아니었다. 지역유지들과 그 지역 공무원들의 냉대와 비협조를 넘은 방해공작 때문이었다. 빨갱이라는 소리는 귀여운 말이었고, 정치에 입문하려는 수작이라는 악의적인 소문 때문에 어느 지역은 아예 사업을 포기해야할 정도였다.
돈과 힘으로도 할 수 없는 일들이 많았다. 그 중에서 가장 힘든 것은 사람을 설득시키고 이해시키는 일이었다. 하도 지역 텃세가 심해지자 동석은 찬웅에게 정치에 입문하라는 말을 수시로 했지만, 2010년을 경험한 찬웅은 그저 웃기만 할 뿐이었다.
위에서 아래로의 개혁은 의미가 없었다. 그것은 역사를 통해서도 이미 수없이 경험한 사실이었다. 찬웅은 밑에서 위로 변화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비록, 그의 재단을 통해 자립한 사람들이 살만해지자 땅 투기를 하고, 아파트 투기에 열광하고, 자신이 사는 아파트 값이 떨어지지 않기 위해 미친년처럼 날뛰더라도 동석과 경수처럼 남과 함께 더불어 살려고 하는 사람들이 더 많았다. 그런 사람들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권력자들이 만들어 유포하는 공포감에서 자유로울 것이었고, 또 그래야 삶이 팍팍하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느꼈다.
찬웅은 자신과 같은 처지의 아이들이 어렵더라도 희망을 포기하지 않기를 바랐고, 절망감에 빠져 자살 하려는 사람들을 한 명이라도 줄이고자 하는 마음이 간절했다. 그렇게 한 명, 한 명에게 그래도 세상엔 희망이 있음을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 그것만이 자신의 죄를 갚는 것이라고 생각했고, 그 이유가 바로 자신이 새로운 삶을 살게 한 누군가의 뜻이라고 믿었다. 바다가 한 없이 넓은 품으로 자신을 받아주었듯이, 찬웅은 자신도 그렇게 세상을 품고
싶었다.
그리고 어느 덧 2010년이 돌아왔다. 그 동안 미자를 떠나보냈고, 연주를 떠나보냈다. 그의 딸 나리는 이제 27살이 되었고, 패션 디자인 일을 하고 있었고, 21살인 아들 유성은 군대에 입대해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었다. 그리고 동석이 떠났고, 얼마 전 숙정을 떠나보냈다. 하지만 전처럼 떠나보낸 것이 아니었다. 숙정은 찬웅의 품에 안겨서 한 없이 편한 얼굴로 세상을 떠났다.
찬웅의 재단 Circle-A는 이제 상당한 규모가 되었고, 재단에서 하는 일의 긍정적인 효과가 사회적으로 검증이 되어 정치권에서는 서로 찬웅을 끌어가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하지만 찬웅은 어떤 정치적인 제스츄어도 취하지 않고 있었다. 심지어 국회의원이 된 태영과 형우에게 조차도 자신의 정치적 생각을 표현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현재 태영은 여당 의원이었고, 형우는 야당의원으로 대운하나 세종시 문제로 치열하게 싸우고 있었다. 두 사람이 싸우는 모습을 티브이에서 보면 찬웅은 웃음이 나왔다. 녀석들은 그렇게 어려서도 싸우더니 성인이 되어서도 굽히지 않고 싸우고들 있었다.
찬웅은 숙정의 유해를 들고 오랜만에 고향에 내려가 상철의 집으로 찾아갔다. 상철은 공무원 생활을 하면서 용케도 돈을 많이 모았고, 홀로된 연옥과 함께 그 지역 최고의 아파트에서 살고 있었다. 찬웅의 도움으로 일찍부터 주식에 투자하면서 부동산 뿐 아니라 현금 자산만도 백억 가까이 됐다. 그렇게 돈이 많으면서도 상철은 찬웅의 재단에 겨우 일천 만원을 기부하는 짠돌이였다. 상철의 남동생 광주는 변호사가 되어 대형 로펌에서 활약 중이었고, 여동생인 상희는 이제 33살이 된 애기엄마였다.
상희는 찬웅을 친 오빠 보다 더 좋아했다. 술상을 그럴 듯 하게 차려준 상희는 술을 마시며 찬웅을 쫓아다녔던 20대 시절의 얘기를 하며 웃었다. 실제로 상희는 찬웅을 사랑했었고, 1년간을 쫒아 다녔었다. 그 일로 연옥은 엄청난 고민에 빠졌지만 다행히도 찬웅이 상희를 설득시켜줘서 그제 서야 안심을 했다. 연옥은 아직도 상희가 찬웅의 딸이라는 얘기를 해주지 못하고 있었다.
찬웅은 어렴풋하게 자신이 자살하기 전에도 숙정의 유해를 들고 고향에 왔다가 이렇게 상철의 집에서 연옥을 만났던 것이 떠올랐다. 하지만 그때와는 변한 것이 많다고 느꼈다. 찬웅이 자살했던 때는 겨울이었지만 지금은 여름이라는 것이 달랐다. 또 그의 손을 잡으며 자신을 바라보는 연옥의 시선이 다르게 느껴졌고, 함께 술을 마실 수 있는 자신이 달라졌고, 상철이 앉았던 자리에 상희가 앉아 있다는 것이 달라졌다. 그리고 무엇보다 달라진 것은 상철이 지금 신혼여행 중이라는 것이었다. 여자는 찬웅의 동창이기도 한 효정이었다.
상철의 엄마 연옥은 효정이 비록, 이혼녀지만 상철이가 좋아하니 결혼을 허락했다고 했고, 상희도 생각이 같았다. 찬웅은 모든 것이 잘 되었다고 생각했다. 기분 좋게 술을 마시던 상희는 아기를 업고 밑에 층인 자기 집으로 돌아갔고, 찬웅은 그곳에서 하룻밤을 묵기로 했다. 목욕을 하고 방으로 들어와 옷을 갈아입은 찬웅은 기분이 묘했다.
30년이 넘은 일이었지만 분명, 예전에 연옥과는 근 6개월간을 부부처럼 지냈었다. 상철의 아버지인 기성이 돌아온 후로는 전혀 내색을 하지 않았고, 그가 죽은 후에도 연옥과는 그 일을 모른 척 했었다. 그런데 막상, 두 사람만 집에 있자 묘한 기분이 들었다. 창 밖엔 천둥번개가 치면서 억수같은 비가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다.
새벽에 갈증을 느끼고 잠에서 깬 찬웅은 거실로 걸어 나갔다. 냉장고 앞으로 가니 연옥이 술을 마시고 있었다. 저녁엔 술을 입에도 대지 않았던 연옥이 혼자서 술을 마시는 모습을 본 찬웅은 약간 당황했다.
“어머니?...왜 혼자 술을 드세요...?”
연옥은 약간 취한 얼굴로 찬웅을 올려다보았다. 그녀의 눈빛은 여러 가지를 담고 있는지 복잡해 보였다. 그는 연옥의 모습이 예전 미자가 남편과 이혼하고 호텔에 들어갔을 때 그녀의 모습과 비슷해 보였다. 한 참 동안 찬웅을 바라보던 연옥은 한숨을 쉬고 일어나 돌아섰다. 그러자 찬웅이 연옥의 손을 잡고, 그녀를 뒤에서 안아주었다.
“찬웅아...”
연옥은 떨리는 음성으로 말했고, 고개를 돌려 찬웅을 바라봤다.
“기...기억나니...?”
“...어떻게 잊을 수가 있겠어요...”
찬웅의 말에 연옥이 몸을 돌려 그의 품에 와락 안겼고, 그가 그녀를 넓은 가슴으로 품어주었다. 연옥은 이제 62살이었지만 찬웅에게 안긴 지금은 30년 전 그때로 돌아가고 말았다.
“보고 싶었어, 찬웅아...매일...매일 보고 싶었어...”
“미안해요...혼자 둬서 미안해요...이젠 혼자두지 않을게요...”
연옥은 찬웅의 말에 눈물을 글썽이며 그의 얼굴을 잡고 키스를 했고, 찬웅도 그녀의 혀를 받아 물고 빨아대기 시작했다. 두 사람의 혀가 뒤엉키며 침이 흘러나왔고, 찬웅은 연옥을 안아들고 그녀의 방 안으로 들어갔다. 침대에 연옥을 누인 찬웅은 숨을 몰아쉬는 연옥을 한없이 사랑한다는 얼굴로 바라봤고, 그녀는 어린 애처럼 얼굴을 붉혔다.
찬웅은 이제 주름지고 뒤꿈치가 갈라진 연옥의 발을 잡고 빨아주기 시작했다. 연옥은 그러지 말라고 했지만 찬웅은 괜찮다며 계속 그녀의 발을 빨았다. 그리고 점차 그녀의 종아리를 빨고 점점 위로 올라갔다. 그녀의 치마를 허리까지 올린 뒤 팬티를 벗긴 찬웅은 이제 물기도 없고 건조한 연옥의 보지 살에 입을 대고 빨아주기 시작했다.
그는 새로 태어나 살면서 연상하고만 섹스를 했었다. 유정으로부터 시작한 찬웅은 미자, 숙정, 연주, 말숙, 순희, 선자, 주연과 관계를 맺었었고, 그녀들이 삶을 마칠 때까지 건강한 섹스 관계를 유지했었고, 아직 살아있는 선자와는 부부처럼 지내고 있었기 때문에 거부감이 전혀 없었다. 80년간 왜곡된 모성을 경험한 찬웅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오이디푸스 콤플렉스가 생긴 것이었다.
찬웅의 입과 혀가 계속 자신의 보지를 빨고 찔러대자 연옥의 몸에 열기가 퍼져 올라오며 새큰한 느낌이 뇌에서 보지로 전해져 내려갔다. 30년이 지난 일이었지만 바로 어제 일인 것처럼 느껴진 연옥은 갑자기 30대의 몸이 된 것 같은 착각이 들며 울컥, 물을 쏟아내고 말았다.
연옥이 신음소리를 점점 크게 내면서 시큼한 물을 흘리자, 찬웅은 상체를 들어 자신의 옷을 모두 벗어버렸다. 그의 자지는 석고처럼 굳어져 터질 듯 발기한 채 힘줄을 들어내고 있었다. 찬웅은 연옥의 치마를 벗기고 그녀의 상의를 벗겼다. 예전엔 금방이라도 터질 것처럼 탱탱했던 연옥의 몸은 이제 쭈글쭈글 했고, 앙상한 느낌이 들었다. 그녀도 그것을 의식했는지 많이 부끄러워했고, 찬웅은 연옥의 그런 모습이 한 없이 귀엽다는 듯 바라보다가 그녀의 입에 입을 맞추었다.
두 사람의 혀가 다시 뒤엉켰고, 서로의 타액을 주거니 받거니 했다. 찬웅은 연옥의 처진 젖가슴을 주물러주었고, 연옥은 찬웅의 자지를 잡고 움직여댔다. 한참을 서로의 입을 빨아대던 찬웅은 상체를 밑으로 해 연옥의 보지를 빨아댔고, 연옥은 찬웅의 자지를 주무르며 입으로 빨아댔다.
찬웅이 연옥의 보지와 똥구멍을 빨아대자, 그녀가 찬웅의 자지를 빨아대며 코로 신음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두 사람은 오래 만에 서로의 몸에 취해 다신 못 볼 사람들처럼 서로의 몸을 빨아대고 또 빨아댔다. 찬웅은 다시 상체를 연옥의 얼굴로 향하고는 그녀의 젖가슴을 빨아댔고, 연옥의 다리를 잡아들고는 조심스럽게 그의 자지를 연옥의 보지에 집어넣었다.
“후으으응!~~~하아아!~~”
금방이라도 부서져 버릴 것처럼 말라보였던 연옥의 보지 살은 잔뜩 물기를 머금은 채로 찬웅의 자지를 모두 삼켜버리고 말았다. 그녀의 보지에서는 계속 흘러나오는 액체로 인해 찬웅의 자지가 움직일 때마다 찌걱거리는 소리가 나왔고, 연옥의 입에서는 신음소리가 흘러나왔다.
“하아!~ 하아아!~~후응!~~하아!~~”
찬웅은 오랜 연상들과의 경험을 통해 그녀들이 젊은 사람들 못지않게 섹스를 잘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사회적인 인식의 부재로 노인들의 섹스는 마치, 근친처럼 터부시되는 것이 현실이었다. 여자든 남자든 죽을 때까지 성욕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래서 찬웅은 재단차원에서 노인들의 성욕을 해결하기 위한 합리적인 시스템 개발에 고민하고 있었다.
“흐응!~~하으으으응!~~하아아~~!”
찬웅이 연옥의 젖가슴을 빨아대며 그녀의 보지 속에 있는 자지를 뱀장어처럼 움직이자 그녀가 눈을 감고 머리를 뒤로 젖힌 채 숨을 몰아쉬며 신음소리를 냈다.
“하응!~~사랑해 찬웅아, 사랑해!~~아~~여보!~~”
연옥은 젊은 시절로 돌아가 있었다. 섹스는 타임머신이었다. 노인이 되어서도 젊은 시절로 돌아갈 수 있는 유일한 놀이이자 스포츠였다. 섹스는 죽을 때까지 어떤 식으로든 지속되어야만 했다.
연옥은 이제 찬웅의 가슴에 꼭 껴안고 그의 귀를 빨아댔고, 찬웅은 그녀의 엉덩이를 움켜잡고 당기며 연옥의 보지 속에 있는 자지를 계속 움직여 보지 벽을 긁어댔다. 울컥 울컥 보지에서 액체를 뿜어내던 연옥은 미친 듯이 찬웅의 입을 빨아대기 시작했고, 찬웅도 그녀의 혀를 빨아댔다. 한참을 찬웅의 혀를 빨아대던 연옥의 몸이 경직되면서 부들부들 떨더니 이내, 오줌 같은 물을 쏟아내고는 헉!~ 소리를 냈고, 찬웅도 자지에 전해지는 뜨거운 느낌에 왈칵!~ 정액을 뿜어내고 말았다.
주름살이 자글자글한 연옥의 얼굴은 홍시처럼 붉어진 채로 새색시 같은 수줍은 표정을 짓고 있었고, 찬웅은 그런 땀에 젖은 연옥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어보였다. 연옥은 한참 동안 찬웅을 바라보다가 그의 품에 안긴 채 잠이 들었다. 찬웅의 자지는 연옥의 보지 속에 그대로 있었고, 그도 그 상태로 그녀를 안은 채 잠이 들었다.
“흐으응!~~아흐으으응!~~~흐윽!~~”
연옥의 신음소리에 찬웅이 눈을 떠보니 그녀가 찬웅의 가슴에 얼굴을 묻은 채로 몸을 비비꼬며 소리를 내 지르고 있었다. 찬웅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연옥의 보지 속에 들어있던 그의 자지가 아침이 되자 미쳐 날 뛴 모양이었다.
찬웅은 입을 벌린 채 숨을 몰아쉬는 연옥의 얼굴을 손으로 잡고 한없이 사랑스럽다는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고, 그녀는 눈을 뜨고 찬웅을 보고는 얼굴을 심하게 붉혔다. 새색시가 따로 없었다. 하룻밤에도 만리장성을 쌓는다고 했다. 남녀간의 섹스는 기적의 창출이었다. 정말로 나이는 숫자에 불과한 것이었다.